소설리스트

동창-119화 (119/204)
  • 0119 / 0204 ----------------------------------------------

    일단락(一段落)

    갑자기 달려든 낯선 사내의 모습에 말의 등을 박찬 아삼이 뒤로 뛰어올랐다. 이미 전방에 있는 기척을 알아챈 그였지만 상대가 달려들 줄은 몰랐다. 혹시 몰라서 그를 경계하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그의 무공이 뛰어났는지 달려드는 속도가 그의 예상을 벗어났고 그 모습에 놀란 아삼이 그를 피해서 위로 뛰어올랐다. 시의적절한 아삼의 대처에 허공을 움켜쥔 독고패가 위를 바라봤다.

    그런 독고패와 눈이 마주친 아삼이 인상을 찌푸렸고 급히 기운을 끌어 모았다. 다시 말의 등을 박차며 뛰어오르는 독고패의 행동에 그 힘을 이기지 못한 말이 주저앉으며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토해냈다.

    히이이잉.

    비명을 터뜨리며 쓰러진 말의 모습에 더욱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아삼이 달려드는 독고패의 손을 피해서 바닥으로 내려섰다. 천근추의 수법으로 내려선 그가 급히 뒤로 물러서며 상대와의 거리를 벌렸고 자신을 향해 달려든 자의 용모를 살폈다.

    '처음 보는…… 자인데?'

    낯선 상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삼이었고 자신의 손을 피한 아삼을 노려보는 독고패였다. 쏟아지는 살기어린 눈빛에 아삼의 등 뒤로 절로 땀이 흘러내렸다. 지금까지 만난 고수들 중에서 저런 살기를 뿜어내는 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위명도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고수 같았지만 얼굴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면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물러선 아삼이 땀으로 흥건해진 손바닥을 닦아내며 옆에 차둔 군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독고패가 앞으로 한발 다가서며 그를 노려봤다.

    "제법이군. 생각했던 것보다 무공이 고강한 놈이구나. 연소흠의 손을 벗어난 것도 이해가 되는군."

    "……."

    "네가 아삼이라는 놈이지?"

    "……."

    독고패의 물음에 굳은 얼굴로 그를 살피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살짝 미소를 띤 독고패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살피는 아삼을 바라봤다.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놈이 확실하구나."

    자신을 알고 있는 상대의 모습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아삼이었다. 자신에게 적의를 가진 듯한 모습에 상대의 정체를 유추해 내려고 애를 썼지만 도무지 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네 놈에게 확인할 것이 있다. 사실대로 소상히 말을 한다면 죽이지는 않으마. 그 놈을 놓쳤지만 운이 좋은 건가? 하긴 네놈 동생들 운이 더 좋은 건지도 모르겠군."

    "……."

    독고패의 말에 아삼의 눈빛이 달라졌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동생이라는 말에 이곳에서 저 자를 만난 이유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삼의 표정을 보던 그가 아삼을 노려봤다.

    "네 놈에게도 혈육이 중요한가 보지? 노부 역시 마찬가지다. 죽은 딸의 흉수를 찾기 위해서 이렇게 온 것이니…… 너는 네가 알고 있는 것을 소상히 밝혀야만 한다."

    독고패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앞에 선 노인의 정체를 알게 된 아삼이었다. 건장한 체구의 노인은 이전에 전소평이 말했던 독고패가 확실했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 온 이유가 화산에 있는 동생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손에 쥔 도를 다잡았다.

    '아직 그 흉수를 찾지 못 했다는 것을 보면…… 내 행적은 드러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를 찾는다는 것은……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자신이 의심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예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파에 속한 자가 화산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그 일이 소중하거나, 자신의 무공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런 식으로 행동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공에 자신이 있다 이건가?'

    자신을 훑어보는 아삼의 행동에 독고패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제법 실력은 뛰어난 놈으로 보이지만 드러나는 기세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빨리 일을 마무리 짓기로 마음먹은 그가 다시 바닥을 박찼다.

    빠르게 달려드는 독고패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느껴지는 그 기운에 놀란 아삼이 마음을 다잡으며 그를 향해 전력을 다해 군도를 휘둘렀다. 단순한 태산압정의 초식이었지만 달려드는 독고패의 걸음을 멈추기에는 충분했고 거력이 담긴 도에 내심 놀란 독고패가 기운을 끌어올렸다.

    쩌엉.

    도와 주먹이 부딪쳤지만 오히려 물러선 사람은 도를 잡고 있는 아삼이었다. 절로 떨려오는 도와 함께 물러서던 아삼이 다시 도를 찔러 넣었다. '낙화검'의 초식으로 순식간에 앞을 가득 메우는 도영(刀影)이었지만 다시 한 번 찔러 넣은 독고패의 주먹에 그 많던 도영이 날아가 버렸다.

    '엄청나게 패도적인 힘이다. 저자가 독고패인 건가?'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거력이 느껴졌다. 뻗어내는 주먹에 넘실대는 기운은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섬뜩하게 느껴졌고 물러서는 아삼의 몸에 충격을 남겼다.

    뒤로 물러서면서도 계속해서 도를 휘두르는 아삼의 모습에 독고패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그가 보고를 받았던 아삼이라는 자의 실력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대충 일류를 넘어섰거나 그 끝자락에 자리한 놈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진지한 공격을 막아서는 놈의 무공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은 듯 보였다.

    '일부러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뒤로 밀리는 아삼이었지만 그 충격을 털어내면서 날카로운 반격을 해댔고 그 모습에 더욱 기운을 끌어올리는 독고패였다.

    점점 커지는 상대의 기운에 아삼도 어쩔 수 없었다. 저런 고수를 상대로 힘을 숨기면서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내력을 더 끌어 모은 아삼이 그의 주먹을 피해서 도를 날렸다.

    목을 베어낼 듯한 빠른 도격에 고개를 숙이며 피한 독고패가 비어진 아삼의 가슴을 보며 앞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위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다급히 손을 들어 올려야만 했다.

    허공을 가르던 아삼의 도가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예전 팽가에서 팽명민이 보였던 그 도초를 따라한 아삼이었고 시의적절한 그 공격에 독고패도 어쩔 수 없이 그 공격을 막아설 수 밖에 없었다.

    채앵.

    분명히 공격을 한 사람은 아삼이었지만 뒤로 튕겨지는 사람도 아삼이었다. 무지막지한 내력을 가진 독고패가 손목에 두른 비갑에 기운을 불어넣으며 공격을 막아섰고 오히려 그를 밀어냈기 때문이다. 물러선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듯 날카로운 눈초리로 서로를 바라봤다.

    '사파의 손꼽히는 고수라더니…… 생각보다 더한 괴물이잖아?'

    '어린놈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저 놈이…… 그 흉수는 아닐까?'

    몇 번의 부딪침으로 서로의 실력을 알게 된 두 사람이었다. 그 중에 가장 경악한 사람은 독고패였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아삼의 무공이었고 자신의 딸과 위명도라는 고수를 해한 사람이 아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그였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계속되는 부딪침으로 조금씩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쨍강.

    부러진 군도와 함께 아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내기를 더한 도였지만 독고패의 손에 부러져 버렸고, 무리를 해서 그것을 부러뜨린 독고패는 창백해진 얼굴을 한 채,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를 쓰지 못하게 만든 이상 앞에 있는 자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삼도 쉽게 잡힐 생각이 없었다. 분뢰수로 그의 주먹에 맞섰고 빠르게 손을 놀리면서 그 간극을 메우려고 노력을 했다.

    진각을 밟으며 힘을 더한 독고패의 주먹이 눈앞으로 뻗어졌고 그것을 비껴 막은 아삼의 손이 두꺼운 그의 팔의 후려쳤다. 손목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타격을 하던 아삼이었지만 느껴지는 반발력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안으로 파고들었고 그의 주먹이 독고패의 목을 향해 뻗어나갔다.

    터억.

    하지만 아삼의 주먹은 오히려 독고패의 다른 손에 붙잡혀버렸다. 그의 손을 빠져나가려는 아삼이었지만 붙잡힌 손을 빼내지 못 했고 어쩔 수 없이 퇴법으로 그의 복부를 노렸지만 그마저도 독고패의 손에 붙잡혔다.

    "제법이었다.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입만 멀쩡해도 충분하겠지."

    잡힌 아삼의 발을 향해 두꺼운 팔을 내려치는 독고패였다. 그의 발을 부러뜨리려는 듯한 행동에 놀란 아삼이 그대로 몸을 눕히면서 몸을 회전시켰고 잡힌 발을 축으로 회전시킨 몸에서 퇴법이 날아갔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 퇴법이 날아오자 인상을 찌푸린 독고패가 잡은 발을 떨쳐냈고 그대로 물러서던 아삼이 간신히 바닥에 내려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온전한 상태가 아니면서도 저런 힘을 내는 건가?'

    새삼 독고패의 힘에 경악하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을 향해 달려드는 독고패였다. 조금씩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갔고 나이에 맞지 않은 고강한 무력에 어떻게든 아삼이라는 놈을 잡으려는 듯 그의 눈이 번뜩였다.

    다가오는 독고패를 확인한 아삼도 기회를 노렸다. 이대로 벗어날 수는 없다는 판단에 기운을 드러내서 앞에 있는 자를 상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죽일 수 있을지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대로 맞서기는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그의 주먹을 흘려 막으면서 앞으로 발을 내딛은 아삼의 손이 허리를 향했다.

    가까이 붙은 독고패를 확인하고 용재비아(龍齜秘牙)의 초식을 펼쳐내는 아삼이었다. 발검과 함께 가까이 붙은 독고패의 몸을 가르는 기습적인 공격이었지만 독고패의 몸에 큰 상처를 남길 수는 없었다. 붉은 실선이 그어지며 물러선 독고패의 가슴이 살짝 벌어졌지만 그 가죽만 상한 듯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 그 공격에 놀란 표정으로 아삼을 바라보는 독고패였고 이내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 검은 위명도의…… 그 흉수가 네놈이었더냐?"

    "……."

    용아를 확인한 독고패의 기세가 또 한 번 달라졌다. 한층 더 강렬해진 그의 공격은 땅을 뒤집었고 그의 주먹에 부딪친 두꺼운 나무를 터뜨렸다. 주먹에 서린 진한 기운은 권으로 만들어낸 강기였고 그 공격을 막아서는 아삼의 검에서도 강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강기와 검기.

    쏟아내는 독고패의 강기를 검기로 막아서는 아삼이었지만 그 힘의 간극을 메울 수는 없었다. 분뢰공을 이용한 무영보법과 용아라는 명검의 힘을 빌어서 간신히 피하고 막아섰지만 쌓이는 충격에 그의 몸이 들썩거렸다.

    광기에 찬 눈빛으로 아삼을 좇는 독고패도 이전에 사운풍과의 싸움에서 생긴 내상이 도졌지만 그것을 참아내면서 기운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앞에 있는 놈이 딸아이의 죽음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우선 죽이지만 않는다면 자백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독고패였다.

    계속해서 밀리는 아삼도 쌓여가는 충격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뒤야 어떻게 되든 우선은 독고패의 손에서 살아남아야만 했고 숨겨둔 기운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급속도로 싸늘해지는 공기와 함께 독고패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살갗을 통해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에 앞에 있는 아삼의 몸에서 넘실대는 음한 기운이 바로 딸아이를 해한 그 기운이라는 사실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이 놈!"

    절규하는 듯 괴성을 터뜨리는 독고패가 무시무시한 기세를 흘려대며 아삼을 향해 달려들었다. 끌어올린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베였던 가슴이 터지면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고 입에서는 가느다란 피가 뿜어졌다. 내상이 도졌지만 그 기세는 한층 더 사나워졌다.

    뻗어오는 권강에 맞서서 음기를 더한 검기를 여러 번 뿌려대며 공격을 막는 아삼이었고 저려오는 손을 털어내던 그가 계속해서 검기를 뿌려댔다. 용답상운과 낙화검의 초식을 섞으면서 독고패를 견제하는 아삼이었지만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는 그의 행동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고 쏟아지는 그의 패도적인 공격을 피해서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분뢰공의 공능을 섞은 무영보법. 거기에 규화보전의 음기가 더해지자 한층 더 빨라진 아삼이었고 의도적으로 독고패를 피했고 간신히 그를 쫓으면서 기운을 뿌려대는 독고패였다. 이미 그의 눈은 분노와 광기로 물들어있었고 필사적으로 그 공격을 피해내는 아삼의 행동에 흥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격이었지만 일부러 부딪치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을 선택하는 아삼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들어맞았는지 조금씩 독고패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거칠어지는 그의 숨소리와 함께 기회를 노리던 아삼이 독고패를 향해 용아를 뻗어냈다.

    빠르게 뻗어낸 쾌검술이 독고패의 목을 노렸고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 독고패가 몸을 틀었지만 아삼의 검이 그의 어깨를 베어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용요단완(龍繚斷腕)의 초식으로 그의 두꺼운 팔을 휘감은 아삼이 검에 기운을 더했다. 그의 팔을 잘라낼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아삼의 얼굴이 펴졌지만 번뜩이는 독고패의 눈빛에 이상함을 느껴야만 했다.

    "크윽. 죽어라!"

    커다란 외침과 함께 진한 빛이 독고패의 팔을 감쌌다. 뒤늦게 용아를 당기며 그의 팔을 잘라내려는 아삼이었지만 그 빛에 막힌 검이 튕겨 나왔고 뻗어낸 그 주먹이 아삼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삼을 잡기 위해 일부러 빈틈을 드러낸 독고패였다. 뻗어진 독고패의 주먹에 서린 빛은 강기였고 아삼이 내기를 쏟아내며 검을 놓고 분뢰수를 뿌렸다.

    터엉. 터엉. 터엉.

    규화보전의 내기를 머금은 분뢰수가 독고패의 공격을 막아섰다. 계속해서 공기가 터져나갔고 싸늘하게 식은 음기가 주변을 얼렸다. 일부러 음기를 끌어올린 아삼이 독고패를 향해 그 기운을 뿌려댔고 아삼의 가슴 가득히 얼어붙은 공기와 함께 쏟아내는 분뢰수가 독고패의 공격을 막아섰지만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

    결국 막아서는 아삼의 공격을 뚫고 독고패의 주먹과 아삼의 장이 부딪쳤다. 순간 서로의 기운이 두 사람의 몸을 파고들었고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퍼엉.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독고패의 주먹을 막아서던 아삼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바닥에 처박히며 꿈틀거리는 아삼이었고 힘들게 고개를 들며 인상을 찌푸린 그가 독고패를 바라봤다.

    광기로 번뜩이는 충혈된 눈과 함께 죽일 듯이 그를 노려보는 독고패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 화연이를 죽인 흉수가…… 네놈이었더냐?"

    살기어린 그 목소리에 얼굴을 찌푸린 아삼이 죽은피를 토해냈다. 마지막에 맞선 일격이 그의 내부를 진탕시켰기 때문이다. 몸 안에 들어온 독고패의 양기를 규화보전의 음기가 흩트려 놓았고 그 충격으로 검은 피를 토해내는 아삼이었다. 그런 아삼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린 독고패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용케도…… 우리의 눈을 속였구나. 오늘 그 복수를…… 크윽."

    아삼을 노려보는 독고패가 천천히 다가섰지만 그도 온전할 수는 없었다. 특히 마지막에 부딪친 아삼의 장에 그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한기가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도졌던 내상과 함께 파고든 한기가 그의 몸속에서 날뛰었고 더욱 창백해진 표정을 한 독고패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힘겨운 몸을 이끌고 바닥을 박찼다.

    혼신의 힘을 끌어낸 아삼의 몸이 걸음을 멈춘 독고패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의 손이 섬전을 방불케 하듯 독고패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그 공격을 피하려 몸을 튼 독고패의 주먹이 아삼의 어깨를 후려쳤다.

    뻐억.

    아삼이 바닥을 구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독고패도 그 상태로 움직임을 멈췄다.

    내상을 입은 독고패였지만 아삼이 그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여러 번 부딪치면서 그 사실을 깨달은 아삼이었고 음기를 드러내고 난 이후부터 조금씩 독고패의 몸에 자신의 기운을 흘러 넣으려고 노력을 했다. 마지막 부딪침에서 의도적으로 기운을 집중시킨 아삼이었고 집요한 규화보전의 음기가 독고패의 몸에서 제 역할을 다 했다. 그리고 그 빈틈이 아삼에게 기회를 줬다.

    바닥에 떨어진 '용아'를 집어든 아삼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몸속을 파고든 음기에 맞서던 독고패의 반응은 느렸다.

    푸욱.

    낭창거리는 연검에 마지막 힘을 쏟아낸 아삼의 검이 뒤늦게 몸을 돌린 독고패의 심장에 박혔고 원통한 눈빛을 한 독고패가 아삼을 노려봤다. 무언가를 내뱉으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는 독고패였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그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그리고 지친 아삼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뒤늦게 독고패에게 얻어맞은 곳이 쑤셔왔다. 온 몸이 저릿저릿했고 오른쪽 어깨가 아려왔다. 양손으로 부여잡은 '용아'를 쥔 손을 떨던 아삼이 그대로 바닥에 누우며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봤다.

    공허했다.

    살기 위해서 싸웠지만 마지막은 너무나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친 그의 눈이 천천히 감겨왔다. 그렇게 정신을 잃은 아삼이었고 어느새 주변은 적막으로 가득 찼다.

    부스럭.

    고요한 적막을 깨고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난장판이 된 주변을 바라보던 그 인영의 눈이 크게 떠졌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던 낯선 인영의 시선이 아삼을 향했다. 의외의 사람을 확인한 듯 그를 향해 다가선 낯선 인영이 쓰러진 아삼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