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18화 (11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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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락(一段落)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화산의 모습을 말 위에 올라탄 채 바라보는 독고패의 눈빛이 사뭇 날카로웠다. 뚫어져라 화산의 모습을 바라보던 독고패가 이내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흐음. 지금쯤이면 련주의 귀에도 성가장의 이야기가 들어갔겠군. …… 련주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화연이의 복수를 위한 거니.'

    은무강의 얼굴이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리는 독고패였지만 다시 딸아이를 떠올리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독고패였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사황련을 나오기 전에 은무강과 뜻을 달리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작은 돌멩이 하나로 인한 파장이 호숫가 전체로 퍼져 나가듯 천월대 대주 손정이 가져온 정보가 사황련의 련주전을 뜨겁게 달궜다.

    "아삼의 가족이 화산에 있단 말이냐?"

    독고패의 되묻는 말에 손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부모는 이미 죽었고 그 자의 쌍둥이 동생들이 화산에 기탁하고 있다 합니다. 그 아이들의 부모가 괴한에 의해 살해됐을 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화산의 조충이 그 아이들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지월대의 부대주 연소흠이 황궁에서 나오는 그 놈을 쫓아 싸움이 붙었는데…… 그놈의 무공이 생각보다 높은 것 같습니다."

    "궁에서 멀지 않는 곳이라서 몸을 피했다고 하지 않았더냐?"

    손정의 말에 독고패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되물었고 은무강의 얼굴 또한 잔뜩 굳어졌다. 지월대의 부대주인 연소흠이 그와 부딪쳤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들로 인해서 그곳을 벗어났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짧은 부딪침에도 일신의 무공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흐음…… 알았으니 그만 나가 보거라."

    머리를 감싸 쥐는 은무강의 손짓에 손정이 예를 올리며 련주전을 나섰다. 그리고 사라지는 손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독고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은무강을 바라봤다.

    "연소흠의 손에서 살아남았다고 할 정도면 생각보다 그 놈의 무공이 보통이 아닌 듯싶습니다."

    "…… 짧은 부딪침이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요. 그 과를 지우기 위한 연소흠의 주장일 수도 있겠지요."

    "혹시…… 제3의 고수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 없었다니요?"

    "혼자만 살아남았다 했을 때부터 뭔가 미심쩍었습니다. 위명도 같은 고수가 목숨을 잃은 그곳에서…… 버젓이 살아난 놈입니다. 혹, 또 다른 무리들이 나타났다는 말은 거짓일지도 모르지요. 위명도를 해한 고수가 그놈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독고패의 말에 은무강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럴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는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껏 알아본 아삼이라는 자는 나이도 어렸을 뿐더러 위명도를 죽일 정도의 무공을 가졌다는 것도 의문이었다. 물론 무당의 제자를 이겼다는 말이 떠돌았지만 그것도 간신히 상대한 수준에서 위명도를 상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됐기 때문이다.

    '지나친 비약이다. 지금 독고 장로는…… 너무 흥분해 있다.'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 은무강이었지만 이내 뭔가를 고심하던 독고패가 단호한 얼굴로 말을 했다.

    "일이야 어찌됐든 상관없습니다. 그놈을 잡아들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 같습니다."

    결심을 굳힌 듯 굳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독고패였다. 그리고 그런 독고패의 모습을 바라보는 은무강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이제 더 이상 '불가하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참아준 것만 해도 독고패로서는 자신을 많이 봐준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다. 하지만 이대로 독고패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줄 수도 없었다.

    황궁이든, 화산이든 어느 쪽이라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둘 중 한 세력과 마찰이 일어나면 사황련의 존폐가 걸릴 정도로 그 파장이 너무나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고개를 젓는 은무강이었다.

    "독고 장로, 우선 진정 좀 하시지요. 진정하시고 냉정히 판단해 주세요. 그렇게 흥분하신다면 일이 해결되기는 커녕……"

    "진정하라니요! 련주, 제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설마 또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까?"

    은무강의 말을 가로 막으며 독고패가 노기 가득한 목소리로 맞섰다. 그런 독고패를 난처한 얼굴로 바라보며 은무강이 나직이 말했다.

    "독고 장로의 심정을 내 모르는 것은 아니나 아삼이라는 자를 잡아들이려 한다는 것은…… 황궁에 있는 자를 어떻게 상대하려고 그러십니까?"

    "굳이 황궁으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 허면?"

    독고패의 말에 의문을 가지는 은무강이었다. 그런 은무강의 모습에 씁쓸해 하던 독고패가 말을 이어갔다.

    "화산으로 가서 그 아삼이라는 놈의 동생이라는 두 아이를 찾아낼 겁니다."

    "불가합니다. 그 아이들은 이미 화산에서 거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조충이 거뒀다면 쉽게 내주지도 않을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정사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불가하다, 불가하다! …… 련주의 입에서는 항상 불가하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구려. 내 심정을 알고 있다 하셨습니까? 자식을 가슴에 묻은 심정을 련주가 진정 알고 있습니까? 정사대전보다, 이 사황련의 미래보다 제게는 화연이의 복수가 더 중합니다."

    "독고 장로!"

    "련주! 아니 무강아."

    "……."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눈앞에 화연이가 아른거린다. 너와 동기처럼 지내왔던 화연이가 아니더냐? 내 비록 형님께 너를 도와준다고 약조를 했다고 하나…… 더 이상 화연이의 일을 두고 볼 수만은 없구나."

    "……."

    독고패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은무강이었다. 매번 련주라는 호칭을 사용하던 그였다. 련주라는 직위에 오르고 나서 이름을 부르지 않던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부르며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을 접한 은무강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 사황련이 걱정된다면 지금부터 나는 사황련의 장로직을 버리겠다. 화연이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화연의 죽음과 관련된 것들은……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숙부!"

    독기 가득한 독고패의 말에 은무강이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은무강의 부름을 무시한 독고패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껏 많이 참았다. 더는…… 참을 수가 없다. 아니 참지 않을 것이다."

    "……."

    "사황련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오. 련주."

    "……."

    비장한 얼굴로 은무강을 바라본 독고패가 그를 향해 예를 올리며 련주전을 나섰다. 그런 독고패의 팔을 붙잡는 은무강이었지만 그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며 돌아서는 독고패였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은무강의 모습을 떠올리던 독고패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내 상념을 떨쳐내려는 듯 단단히 고삐를 쥐며 화산을 향해 달려가는 독고패였다.

    쉼 없이 달려 화산의 지척까지 온 독고패가 지친 말을 쉬게 하고 요기를 하기 위해서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독고패의 눈에 객잔 안에 있는 자들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한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구겨졌다.

    오랜만에 만나서 대작을 하고 있는 사운풍과 정석건이 객잔 안에 있었다. 어딘지 쓸쓸한 빛을 띄고 있는 사운풍이 계속해서 잔을 들이켜고 있었고 그런 그가 걱정되는 듯 눈치를 살피며 잔을 드는 정석건이었다.

    공교롭게 객잔 안으로 들어선 독고패가 사운풍을 발견했고 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쓸쓸한 표정으로 잔을 들며 정석건과 담소를 나누는 사운풍을 본 독고패의 몸이 먼저 반응을 보이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그가 사운풍을 향해 주먹을 후려쳤고 갑작스런 그 행동에 미간을 좁힌 사운풍이 급히 뒤로 물러서며 그곳을 벗어났다.

    터엉.

    커다란 소리와 함께 탁자가 부서지며 객잔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독고패의 행동에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독고패를 발견한 사운풍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내 잠시 망설이던 사운풍이 갑작스런 상황에 뒤로 물러서며 주위를 살피는 정석건을 향해 소리쳤다.

    "정 형님, 아무래도 이쯤에서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만나지요."

    다급한 표정으로 갑자기 자리를 뜨는 사운풍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정석건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가 노성을 터뜨리는 독고패를 바라봤다.

    "네 이놈! 어딜 도망가는 것이냐?"

    객잔을 빠져나가는 사운풍의 뒤를 매섭게 쫓는 독고패였고 그 모습에 정석건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사운풍과 독고패와의 관계를 떠올리자 흥분한 독고패를 쉽게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흠…… 사운풍이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것이군. 화산이 지척인 곳에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안 될 일이지. 그나저나 독고패가 사운풍을 쉽게 놔주지는 않을 텐데.'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던 정석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뒤늦게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한 정자현이 엉거주춤 아비의 뒤를 따르며 소리쳤다.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너는 조용히 객잔에서 쉬고 있거라. 일을 마치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마."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안전하게 있어라고 말하는 정석건이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정자현이 정석건의 뒤를 열심히 쫓았다.

    자신에 대한 독고패의 감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쓰는 사운풍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운풍을 쉽게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사운풍을 쫓는 독고패였고, 결국 앞을 가로막으면서 쏟아지는 독고패의 권기에 사운풍은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쥐새끼처럼 어딜 도망가는 것이냐? 내 너를 놓칠 듯싶으냐?"

    살기 가득한 눈으로 사운풍을 노려보며 독고패가 소리쳤고 그런 독고패를 향해 사운풍이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말했다.

    "독고 선배, 이러지 마시오. 화연을 잃은 독고 선배의 심정을 내 모르는 것은 아니나……"

    "닥쳐라! 네 놈의 입에 함부로 올릴 이름이 아니다. 네 놈이 아니었다면 화연이에게 그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터. 오늘 네 놈의 목으로 화연이의 넋을 기리겠다."

    "……."

    분기 가득한 모습으로 사운풍을 향해 매섭게 달려드는 독고패였고 그런 독고패의 행동에 어쩔 수 없이 그의 공격을 막아서는 사운풍이었다.

    쿠우웅.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으로 움직인 사운풍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좋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독고패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떨리고 대지가 흔들렸다. 패도적인 그의 권법은 사운풍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어쩔 수 없이 그의 손에 도를 쥐게 만들었다.

    "이제야 제대로 할 마음이 든 것인가?"

    "그 누가 독고 선배의 권을 맨 손으로 대적하겠소?"

    "좋다. 내 오늘 네 목숨으로 죽은 화연이를 위로하겠다."

    "……."

    독고패의 말에 사운풍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그 여인이 죽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독고패의 행동이 과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성정이 급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 했다.

    미간을 찌푸리는 사운풍의 표정에 다시 바닥을 박찬 독고패가 주먹을 내질렀다. 그 끝에 서린 강기와 함께 빠르게 쏟아지는 그 공격에 애도를 꺼내든 사운풍이 허공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휘두른 도가 마치 그물을 만들 듯 공간에 도기가 중첩되어 그려졌고 그 도기와 독고패의 강기가 부딪치자 굉음이 터져 나왔다.

    중첩된 도기였지만 강기의 힘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진한 빛을 뿜어내는 독고패의 단순한 주먹이었지만 가공할 힘은 그 어떤 초식도 의미가 없었다. 더군다나 서로를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생사대적을 대하는 듯한 독고패와 달리 그의 화를 잠재우려는 듯 패도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사운풍이었다. 당연히 그가 밀릴 수 밖에 없었고 뒤늦게 뽑아낸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자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는 두 사람이었다.

    깊게 패인 족적과 함께 사운풍의 입가에 가는 피가 흘러나왔다. 독고패도 온전할 수는 없었는지 진탕된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운풍을 노려봤다.

    '련주가 의형제를 맺은 이유가 있었던가?'

    새삼 그가 가진 무공이 자신보다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독고패가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고, 그 복잡한 눈빛에 침음을 삼킨 사운풍이 입을 열었다.

    "선배의 이런 행동이 무강 형님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셨소? 그동안 키워왔던 사황련이……"

    "닥쳐라! 네놈 때문이다. 모든 것이 다 네놈 때문이야! 네가 화연이를 받아줬더라면……"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긴 사람은 독고 선배가 아니오!"

    "……."

    "나도…… 화연이 그렇게 된 것은 안타까우나,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소. 괜한……"

    "닥치라고 하지 않았더냐! 내 네놈의 목을 화연이의 묘 앞에 가져갈 것이다."

    단호한 독고패의 말에 그를 보던 사운풍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내 결심이 선 듯 들고 있던 애도를 바닥에 꽂으며 독고패를 노려보던 그가 한 자 한 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죽이시오."

    "…… 뭐라?"

    "내 목으로 화연이의 넋을 달랠 수 있다면 가져가시오."

    "이…… 이놈! 그런다고 내가 못 할 줄 아느냐!"

    노기를 터뜨린 독고패가 바닥을 박찼다. 진탕되는 가슴을 채 가라앉힐 겨를도 없이 뛰어든 그의 주먹에 시퍼런 권강이 맺혔고 그의 주먹이 두 눈을 감은 사은풍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쩌엉.

    순간 커다란 폭음과 함께 독고패의 신형이 뒤로 물러섰다. 어느새 나타난 한 자루의 검이 그의 주먹을 때렸고 부딪친 반발력을 이기지 못한 그가 뒤로 물러선 것이었다.

    "누구냐! …… 검귀?"

    "…… 그만 하면 되었소. 괜한 사람을 잡을 필요가 있소?"

    "너는 왜 끼어드는 것이냐?"

    "…… 련주가 보냈소. 독고 선배가 걱정된다 하더이다. 독고 선배의 애통한 심정은 모르는 바가 아니나…… 죽은 그 아이가 이런 것을 바라리라 생각하오?"

    "……."

    "강호에 적을 둔 이들의 숙명이오. 선배가 너무 흥분을 한 것 같으니, 내 아우를 데리고 먼저 움직이겠소. 머리를 식히고 차분하게 생각을 해 보시오. 그 아이가 바라던 것이 진정 무엇인가를……"

    "멈춰. 멈춰라!"

    사운풍을 데리고 빠르게 사라져가는 정석건을 향해 소리치는 독고패였다. 마지막 일격에 진탕되던 내부가 더 흔들리면서 결국 내상을 입었고 온전한 정석건을 쫓는 것이 어려워진 독고패였다. 특히 마지막에 그가 남긴 말이 그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뒤늦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상념을 떨쳐낸 그가 내상을 입은 몸으로 기운을 끌어올리며 정석건이 사라진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한참을 뒤쫓아도 그 두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화산과 점점 멀어져갔지만 그들을 찾아내지 못한 독고패의 인상이 구겨졌다. 뒤늦게 느껴지는 내상의 고통과 함께 사운풍을 놓쳤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그의 목을 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마지막에 정석건이 남긴 말이 그의 머릿속을 떠돌았기 때문이다.

    이내 걸음을 멈춘 그가 다시 객잔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놓친 사운풍이었지만 본래 목적은 그가 아니었다. 화산에 있다던 두 아이를 잡아서 황궁에 있는 그놈을 끌어내는 것이 그가 이곳으로 온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화산을 향해 움직이는 그의 눈에 말을 타고 움직이는 한 인영이 들어왔고 그의 눈이 번뜩였다.

    '저 놈은……'

    관도를 타고 움직이는 그 인영은 바로 아삼이었다. 이미 아삼의 용모를 알고 있는 독고패였고 그 얼굴을 확인한 그가 바닥을 박찼다. 그리고 독고패의 몸이 쏜살처럼 아삼을 향해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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