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11화 (1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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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野心)

'아삼'이라는 이름 두 자에 다급히 발길을 돌렸던 왕현이었지만, 곧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무림인인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님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제넘은 자신의 행동에 고개를 숙이며 뒤로 한 발 물러서는 왕현이었다.

"송구합니다. 소인이 그만 흥분하여……"

"괜찮다. 헌데 네가 어찌 황궁의 사람을 아는 것이냐? 혹 아삼이란 자와 연이 있었더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왕현을 바라보는 한왕이었고 그런 한왕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부정하는 왕현이었다.

"아닙니다. 그런 아이와 연……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아닙니다. 소인의 경솔함을 용서하십시오.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예를 올리며 돌아서는 왕현이었고 한왕이 그런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연 같은 것은 없다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필시 좋은 인연은 아닐 터. 우선 이 둘의 관계를 알아봐야겠구나.'

어느새 한왕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두 눈을 빛냈다. 그런 그가 옆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유명덕을 바라봤다.

"아삼과 저 왕현이라는 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더냐?"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명덕을 향해 묻는 한왕이었고, 그런 한왕의 물음에 왕현과 아삼의 악연에 대해 소상히 고하는 유명덕이었다. 그리고 그 일화를 들은 한왕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 일이 있었군. 하긴 혈육을 죽인 자인데 그 이름을 어찌 잊겠는가? 흠…… 왕현, 저 자라면 아삼에 대한 복수심도 있고…… 일을 맡기기에는 제격인데. …… 그 뒤에 있는 무당이라는 이름이 가볍지가 않구나. 거사를 치루기 전에 무당에서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그때는…… 우선 조금 더 지켜봐야겠군.'

만약 거사를 치룬다고 하더라도 그 형세가 불리한 한왕이었기 때문에 무당이라는 이름을 가벼이 여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왕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흘렀다.

한왕과의 독대 이후에 배정된 처소로 돌아온 아삼은 얼굴을 굳히며 깊은 생각에 젖어들었다.

'그 상태로는 피할 수 없어서 내 뜻을 전하기는 했으나, 흠…… 이대로 가만히 있을 한왕이 아니겠지.'

한왕의 마지막 표정을 떠올린 아삼이 이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급히 고기현을 불렀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는 고기현을 향해서 다급히 종이를 내미는 아삼이었다.

'너는 지금 바로 관아로 가도록 해라. 가서 그곳에 맡은 일을 서둘러서 끝내라고 전해라. 최대한 빨리 끝내서 곧바로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알겠느냐? 시간이 촉박하니 지금 즉시 관아로 가라.'

아삼이 내민 종이를 읽은 고기현이 고개를 숙이며 읍을 하고 재빨리 방을 나섰다. 갑자기 이런 명을 내리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무표정하던 아삼의 모습에서 다급함을 엿본 그가 아무런 물음도 없이 급히 그의 명을 따랐다.

자신이 뜻에 따라 빨리 움직이는 고기현이었지만,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삼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다음 날, 화려하고 값비싼 장식품에 산해진미가 가득한 전각 안으로 황제가 보낸 사자들과 함께 들어서는 아삼이었다. 그런 그들을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며 한왕이 호탕하게 말했다.

"어서들 오시게. 괜히 이 사람 때문에 이 먼 곳까지 걸음을 하느라 노고가 많았네. 내 미안한 마음에 준비한 연회이니 마음껏 즐기게."

술잔을 들어 올리며 모두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한왕이었고, 그런 한왕을 향해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자, 다들 시원하게 한 잔 하게."

사자들을 향해 술을 권하는 한왕을 바라보며 주변을 살피던 아삼의 두 눈이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한왕의 곁에 앉은 왕현이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로 찌푸려지는 미간과 함께 왕현을 바라본 아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자가 어찌 이 곳에 있는 거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아삼을 노려보는 왕현의 모습에 두 사람을 주시하던 한왕이 만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삼을 향해 물었다.

"참, 여기에 있는 무당의 제자와 인연이 있다지?"

갑작스런 한왕의 물음에 아삼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이내 고개를 숙이면서 답을 대신하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을 보며 왕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인연이라니요? 당치도 않사옵니다. 어찌 저런 자와 연을 맺겠습니까? 소인은 사내인지 계집인지 분간도 안 되는 자와는 상종도 하지 않습니다."

왕현의 말에 아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지만 곧 침작함을 되찾은 아삼이 그의 말을 무시하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아삼의 모습이 더욱 못마땅한 듯 왕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분기를 삼킬 뿐이었다.

옆에서 그런 왕현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음을 짓는 한왕이었다. 하지만 이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두 사람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괜한 말을 꺼낸 것 같군. 너무 개의치 말게. 그저 잠깐 호기심이 동한 것뿐이었네. 그나저나 자네의 무공이 그렇게 출중할지는 몰랐네 그려. 그저 필체만 유려한 줄 알았더니 무당의 제자를 이길 정도의 실력이라니…… 대단하군."

일부러 아삼의 무공을 치켜세우는 한왕이었다. 그 의도가 빤히 보였지만 어쩔 수 없이 목례를 하는 아삼이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왕현이 이를 갈았다.

빠드득.

그와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들릴 정도의 소리에 진심을 담아서 웃음을 지어보이던 한왕이 뒤늦게 그를 배려하지 못 했다는 사실에 멋쩍은 듯 웃었지만 이미 자신의 원하는 바를 다 마친 그였다.

"크흠. 미안하게 되었네. 내가 괜히 실없는 말을 했구만. 마저 즐기세나."

한왕의 말에 주변에 있던 그의 수하들이 일부러 웃으면서 분위기를 띄웠고 연회를 계속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삼을 향한 왕현의 살기 어린 시선은 거둬질 줄을 몰랐고 그런 왕현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아삼이었다.

시끌벅적한 연회장을 벗어난 두 사람이 조용한 후원으로 들어섰다. 이내 자신을 호위하는 수하들을 향해 위엄있게 명하는 한왕이었다.

"너희들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거라. 그리고 이곳에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

한왕의 명에 사내들이 고개를 숙여 읍하고는 물러갔다. 사내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한왕이 왕현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내 듣자하니 아삼 그 아이와 맺힌 것이 많더구나. 헌데 어찌 가만히 있는 것이냐? 혈육을 죽인 자가 눈앞에 있다면 응당 그 복수를 해야 하지 않느냐?"

한왕의 물음에 입술만 깨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왕현이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에 어린 분노를 놓치지 않은 한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무당이라는 이름 때문인 것이더냐? 하긴…… 무당의 이름이 가볍지는 않지. 허나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지하에 잠들어 있는 네 동생이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 아니냐? 형이라면 응당 동생의 복수를 해줘야 하거늘."

한왕의 말에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왕현이었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듯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고 그 모습에 만족한 듯 엷은 미소를 짓는 한왕이었다.

"내가 너에게 그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어떻겠느냐? 그 아삼이라는 놈을…… 처리 할 수 있겠느냐?"

뜬금없는 제안에 커다랗게 뜬 눈으로 한왕을 바라보는 왕현이었다. 그런 왕현의 두 눈을 직시하며 은밀한 목소리로 제안을 하는 한왕이었다.

"내 당분간 너에게서 무당이라는 이름을 벗을 수 있게 만들어주마. 낙양에서 일어나는 뒷일은 내 다 알아서 할 터이니, 너는 아삼 그놈의 목숨만 끊어놓으면 된다."

"하오나, 황자마마께서는…… 왜 그놈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왕현이었고 그런 왕현을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짓는 한왕이었다.

"너무 깊게 알려드는 것은 너에게 좋지 못한 일이다. 나는 단지 네게 기회를 줄 뿐이다. 어떡하겠느냐? 내가 내민 손을 잡겠더냐?"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한왕의 손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는 왕현이었다.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숙이는 왕현이었고 그런 모습을 확인한 한왕이 크게 웃었다.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는 한왕의 기쁜 모습과 달리 이미 죽은 자신의 동생을 떠올리는 왕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렇게 불편한 자리가 끝났지만 한왕은 다음날 다시 연회를 열었다. 그런 행동이 호탕하게 보이고 황제의 사자를 극진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에는 칼을 갈고 있는 한왕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참석한 사람들을 확인하며 아삼을 바라봤다.

"너는 공사가 다망할 터이니 이만 관아로 돌아가도록 하거라. 형님이 보낸 자들은 내가 알아서 궁까지 잘 돌려보내겠다."

한왕의 축객령에 아삼이 멈칫거렸다. 그런 아삼을 향해 한왕이 비릿한 미소를 건네며 말했다.

"어찌 그러느냐? 혹, 내가 사자들을 어떻게 할까 걱정되는 것이냐? 그런 것이라면 걱정하지 말거라. 형님의 사자들에게 손을 댈만한 그런 우둔한 인사는 아니니…… 그게 아니면 혹 다른 무언가가 걱정되는 것이더냐?"

"……."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삼을 바라보는 한왕이었다. 그런 한왕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린 아삼이 연회장을 벗어났다. 멀어지는 아삼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한왕이 왕현을 향해 나직이 속삭였고, 곧이어 한왕과 함께 자리를 뜨는 왕현이었다.

연회장을 나선 아삼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미리 준비해둔 것들을 챙겨들고 빠르게 말 위에 올라탄 아삼이 말의 옆구리를 찼고 말이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한다. 한왕이 나를 내보내는 것을 보면 무언가 일을 꾸미는 것이 틀림없다. 젠장, 망할 황제 놈의 우유부단함이 내 목숨을 위험하게 만드는구나.'

당연히 반란을 획책한 한왕을 벌하러 황군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던 아삼이었다. 혈육의 정이 뭔지 자신의 동생을 살려두는 유약한 황제를 욕한 아삼은 더 빠르게 말을 몰았고 자욱한 연기를 남기면서 빠른 속도로 그곳을 벗어나려고 노력을 했다.

관아로 돌아가라며 자신을 날카롭게 쏘아보던 한왕의 모습을 떠올리며 얼굴을 굳힌 아삼이 더 단단히 말의 고삐를 틀어잡았다. 그렇게 빠르게 관아를 향해 달려가던 아삼의 두 눈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세 개의 그림자가 가득 들어왔다.

잔뜩 긴장한 채 그림자를 주시하던 아삼이었지만 이내 그의 두 눈에는 안도의 빛이 어렸다. 송상호와 전소평. 그리고 고기현이 말을 탄 채로 아삼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는 듯 하여 이렇게 나왔습니다. 혹 무슨 일이……"

송상호가 아삼을 향해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기현을 통해서 전해들은 한왕가에서의 일과 아삼을 독대하고 고기현을 빠르게 내보냈다는 소리에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기현을 먼저 보내서 일을 서둘러 마치라는 아삼의 명에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하고 아삼을 향해 움직이던 세 사람이었다.

- 일은 어찌 됐느냐? 모두 해결했느냐?"

아삼의 전심어서에 송상호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모든 비리는 캐냈고 그와 관련된 내용들은 합당한 조치를 취해 놨습니다. 넘겨주신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관아의 감찰과 함께 상과 벌을 행한 것으로 알려질 것입니다."

송상호의 말에 아삼의 눈이 전소평에게 옮겨갔다. 그러자 전소평이 고개를 숙이며 아삼을 향해 전음을 날렸다.

- 감사합니다. 당두님 덕분에 제 손으로 누이와 어미의 복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움 가득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전소평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삼이었고 이내 심각한 얼굴로 송상호를 향해 전심어서를 날렸다.

- 이대로 모두 북경으로 향한다. 최대한 빨리 낙양을 벗어나야 한다. 알겠느냐?

아삼의 전심어서에 이해가 가지 않은 듯 송상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혹, 한왕께서……"

- 방금 한왕을 만났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면 곧 사단이 날 것 같다. 이대로 쉬지 않고 말을 달려서 빨리 낙양에서 멀어져야만 한다.

"대체 한왕과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삼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던 송상호가 자신을 바라보는 아삼의 싸늘한 눈빛에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궁금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고, 다급해 보이는 아삼의 태도에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경고 섞인 아삼의 말이 울렸다.

-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서둘러라.

"……."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의아해하며 바라보던 전소평과 고기현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는 아삼을 향해 마치 대화를 하듯 말을 늘어놓는 송상호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눈치만 보고 있었다. 자신들이 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이었고 곧 아삼을 필두로 낙양을 벗어나기 위해서 달려가는 그들이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말을 달리는 그들이었다. 말도 지쳤는지 연신 투레질을 해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온 몸에서 비 오듯 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었다. 어떡하든 낙양에서 멀어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기우라도 우선은 행하고 볼 일이었다.

하지만 그 상태로 얼마가지 못해서 결국 멈춰서는 아삼과 일행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사내들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그들의 앞을 가로 막고 서있었기 때문이다.

'…… 생각보다 실력이 뛰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시간을 벌려는 수작인가?'

살기 섞인 눈으로 일행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말의 등을 박찼다. 빠른 속도로 쏘아져간 그의 손에는 군도가 들려 있었고 그가 스치듯 지나간 자리에는 무인의 목이 바닥을 뒹굴었다.

'엄청난 쾌도술이다. 전보다 더 성장한 것인가?'

아삼의 한 수를 보면서 놀란 전소평이 다급히 품을 뒤지면서 비도를 뿌렸다. 쏘아진 비도가 그들의 목을 노렸고 그 공격을 쳐낸 순간 아삼이 달려들며 그의 목을 베었다. 생각보다 잔인한 아삼의 손속에 송상호가 놀랄 때, 이미 그들을 쓰러뜨린 아삼이 다시 말에 올라서면서 멍해있는 그를 일깨웠다.

- 서둘러라. 뭐하는 것이냐?

"예?…… 예. 서…… 서두르자."

다시 지친 말을 몰아가는 네 사람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다른 자들이 막아서고 있었고 그렇게 조금씩 시간을 지체해 가는 그들이었다.

'확실하다. 한왕이 우리를…… 나를 죽이려 함이다.'

확신을 가진 아삼이 다시 관도를 내달렸다. 하지만 그렇게 빨리 움직인 그들을 따라잡는 그림자가 있었다. 멀리서 뿌연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일련의 무리들이 달리는 그들의 시선에 가득 들어왔다.

몇 차례 막아서던 무인들을 처리하면서 시간을 지체한 것이 결국 뒤따라오던 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게 만들었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사람들 중심에 왕현이 잘 벼린 철검을 비켜찬 채 아삼을 노려보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살기에 아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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