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08화 (10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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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野心)

    "네깟 놈이 나를 어떻게 해 보겠다? 그때나 지금이나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것은 여전하구나."

    "닥쳐라! 나야 말로 네놈이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 줄은 몰랐다. 진작 알았다면 네놈의 숨통을 끊어놨을 것이다."

    살기 가득한 눈으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전소평이었다. 그런 전소평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던 뚱뚱한 사내가 옆에 있던 사람을 바라봤다.

    "뭣들 하는 것이오? 아직도 저 미천한 놈의 입이 살아있지 않소?"

    "…… 미천하다고는 하나 동창에 속해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자를 어찌 벌한다는 말인가?"

    "…… 어차피 우리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니요? 내 저놈을 처리해 준다면, 은자 오백 냥을 더 내놓겠소. 어떻소?"

    "크흠. 오백 냥이라……"

    "좋소. 칠백 냥을 더 드리리다. 저 미천한 놈을 꼭 죽여 주시요."

    "추궁을 하다보면 죄를 실토할 것이네. 우리는 그 죄를 물어서 관인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네."

    만족한 웃음을 띤 사내가 붙들려있는 전소평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복장을 확인한 전소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금의위의 복장을 한 사내가 그를 내려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늘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그가 그의 수하들을 바라봤고 그 눈빛을 접한 그의 수하들이 전소평을 향해 다가갔다.

    "이놈들! 내 동창의 번역이라 밝히지 않았더냐? 이러고도 무사…… 크윽."

    얼굴을 후려치는 금의위의 손찌검에 전소평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내 터져버린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그를 바라보는 금의위들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흥, 돈 몇 푼에 금의위라는 것들이 저런 놈을 돕다니? 금의위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느냐?"

    입 안 가득 고인 피를 뱉어내며 전소평이 그들을 질책했고 그 말을 들은 사내가 전소평을 매섭게 쏘아보며 소리쳤다.

    "아직 네 놈이 뜨거운 맛을 덜 본 모양이구나. 뭣들 하느냐? 아직도 저 놈의 입이 살아있지 않느냐?"

    날선 사내의 호통에 수하들이 천천히 전소평을 향해 다가갔다. 이내 거칠게 전소평을 떠민 그들이 그를 형틀에 묶었다. 이미 혈을 제압당한 전소평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고 믿었던 자신의 직위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자신보다 더 높은 직위를 가진 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동창과 사이가 좋지 않은 금의위 소속이었다.

    실제 자신보다 직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동창이라는 말을 들은 관리들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지만, 상대하는 자는 금의위의 부천호였고 동창을 무서워 하는 자가 아니었다.

    형틀에 묶인 전소평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보이는 그들이었다. 이내 기다란 작대기를 그의 허벅지에 꽂아 넣으며 주리를 틀기 시작했고 온몸을 떨면서 그 고통을 감내하던 전소평의 입에서 미약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지독한 놈이구나. 주리를 더 틀거라."

    그 명에 따라 계속해서 전소평을 향해 갖가지 형벌을 시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금의위였다. 하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도 전소평의 두 눈은 뚱뚱한 사내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어떻게 저 놈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거지? 분명 그들이 죽였다 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던 전소평이 뭔가를 깨달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나를 속인 것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전소평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형벌에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는 그였고 앙다문 입술사이로 괴로운 듯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모습에 더욱더 가혹하게 대하라는 명이 내려졌고 살짝 벌린 전소평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토해졌다.

    끼이익.

    그때, 굳게 닫힌 관아의 문이 열리고 일련의 무리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관에 속한 관리 한 명이 금의위 부천호의 눈치를 살피며 노성을 터뜨렸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하지 않았더냐!"

    상관의 호통에 세 사람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온 관인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은 듯 앞으로 나서는 아삼이었고 한쪽에서 고초를 겪는 전소평의 모습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아삼의 뒤에 있던 송상호가 앞으로 나서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뭣들 하는 것이냐?"

    쩌렁쩌렁 울리는 송상호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으로 쏠렸다. 그리고 아삼의 모습을 확인한 전소평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번졌다.

    "웬 놈들이냐? 네놈들이야말로 여기서 무엇하는 것이냐? 네놈들의 눈에는 이 관아의 일이 안 보이는 것이냐?"

    금의위 복장의 중년 사내가 아삼 일행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런 중년 사내를 훑어보던 아삼이 어떻게 자신의 말을 전할까 고민하던 찰나, 또 다시 송상호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는 동창에서 나왔소. 이 분은 동창의 당두이시고 나는 동창의 번역인 송상호라 하오. 이제 막 감찰하러 이곳에 당도했는데 어찌하여 내 동료가 저기 있는 것이며 금의위에서는 왜 동창의 번역을 추궁하고 있는 것이요?"

    송상호의 말에 중년 사내의 눈썹이 순간 움찔거렸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지운 그가 짐짓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나는 금의위 종오품직인 부천호(副千戶) 반두교라 하오. 다름이 아니라 저자가 갑자기 내 지기에게 칼을 겨누기에 할 수 없이 이곳으로 끌고 오게 된 것이요. 저자가 관인인 줄은 몰랐소."

    아삼보다 직위가 낮은 반두교였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그는 일부러 금의위라는 말과 자신의 직위를 드러내며 그들의 반응을 살폈렸고, 이내 자신은 전혀 전소평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그 모습에 전소평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소리쳤다.

    "아닙니다. 저는 분명 저자에게 제 신분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제 말을 듣지……"

    "어허, 백주대낮에 칼을 빼든 자가 관인이라 한들 어느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소? 나 또한 저놈이 발뺌하는 것으로 여겼을 뿐이요."

    전소평의 말을 가로 막으며 항변하는 반두교였다. 그런 반두교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뭐라 대꾸하지 못하던 송상호가 짐짓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면 이제 내 동료의 신분이 분명해졌으니 이만 데리고 가겠소."

    송상호가 옆에 선 고기현을 향해 눈짓을 보냈고 고기현이 재빨리 전소평에게 다가가서 부축하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비틀거리는 전소평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를 부축하며 돌아서려는 고기현의 앞을 금의위에 속한 자들이 막아왔다.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비웃음을 띤 표정을 짓던 반두교가 말을 이었다.

    "제 아무리 동창이라고 하나 이대로 데리고 갈 수는 없지 않겠소? 사람을 죽이려 칼을 빼든 자요. 내 말리지 않았다면 벌써 이 자의 칼에 죽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란 말이요. 금의위인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이런 자라면 응당 동창에서 잡아야 하거늘!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동창이라는 곳의 기강이 이렇게 해이해서야…… 쯧쯧쯧."

    한껏 이죽거리며 혀를 차는 반두교의 말에 아삼과 송상호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하지만 전소평이 칼을 빼든 것은 사실이었고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반두교였다. 그 모습을 보고 아삼이 미간을 잔뜩 구겼다. 그런 아삼의 얼굴을 살피던 송상호가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금의위의 공명심을 내 모르는 것은 아니나 내 동료가 칼을 빼들었다면 응당 그 이유가 있었을 터. 이유는 묻지 않고 다짜고짜 형벌부터 가하는 것이 금의위의 방식인 줄은 나도 몰랐소. 허면 지금부터 어찌하여 내 동료가 칼을 빼들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시겠소?"

    송상호의 말에 반두교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런 반두교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잔뜩 겁먹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뚱뚱한 사내가 속삭였다.

    "그만 놓아주시지요. 이러다 일이 커지겠습니다."

    울상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뚱뚱한 사내의 모습에 반두교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흔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뚱뚱한 사내보다 금의위의 권위가 더 앞서는 반두교였다. 무엇보다도 이대로 동창에게 이 일을 넘긴다면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 것은 자명했기 때문에 더더욱 넘길 수 없었다.

    "그렇게 합시다. 허나 금의위에서 먼저 데려왔으니 이번 사건은 금의위에서 맡겠소."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비장한 얼굴로 맞서는 반두교였고 그런 반두교의 태도에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송상호가 아삼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중한 일을 맡고 낙양에 온 그들이었다. 이 일로 더 이상 허비할 시간도 없었거니와 은밀히 움직여야할 그들이었기에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어떡하든 이 일을 빨리 끝내야만 하는 그들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이미 한왕의 귀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이대로 전소평을 데리고 간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었으니…… 차라리 그들의 관심을 이쪽으로 돌리는 것이 좋겠구나.'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아삼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갑자기 나선 아삼의 행동에 송상호도 그 의중을 알지 못한 채 바라만 봤고 이어지는 그의 행동에 경악을 했다.

    고기현과 전소평을 막아서던 금의위의 소기를 향해 다가간 아삼이 그들을 향해 손을 쓰기 시작했다. 급작스럽게 뻗어진 그의 주먹과 발길질에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한 소기들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그의 행동에 놀란 반두교가 바닥을 박차며 튀어나왔다.

    "무슨 짓이오! 당장 멈추지 못 하겠소?"

    "……."

    막무가내로 소기들을 제압해나가는 아삼이었다. 분뢰공을 운용한 손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가슴을 쥐며 쓰러지는 소기들이었고 순식간에 바닥을 구르면서 고통스러워했다. 그런 아삼을 향해 반두교가 다가왔을 때는 이미 대여섯 명의 소기들이 쓰러진 이후였다. 그 모습에 화가 난 반두교가 노성을 터뜨렸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바라만 보는 아삼이었다.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

    "……."

    대꾸가 없는 아삼의 모습에 얼굴을 붉힌 반두교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진각을 밟으면서 힘을 모은 그의 주먹이 아삼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고 그 기세가 상당히 매서웠다. 하지만 날아오는 주먹을 쳐내면서 안으로 파고든 아삼의 일격에 그대로 헛바람을 집어삼키면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일부러 기운을 끌어올리면서 그들을 제압한 아삼이었다. 몇 차례의 실전을 거치면서 가다듬어진 분뢰공과 음기를 없앤 규화보전의 내기는 부천호를 한 방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부천호인 반두교가 앳된 모습의 아삼을 경시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끄윽. 그저 운이 좋은 애송이인 줄 알았는데……'

    속이 진탕되었는지 반두교의 입가에 가는 피가 흘러나왔고 그를 향해 다가간 아삼의 손이 그의 뺨을 때렸다.

    짜악.

    커다란 소리가 관아에 울려 퍼졌고 고개가 돌아간 반두교는 그대로 정신을 잃은 채 무너졌다. 단숨에 금의위를 제압한 아삼이었다. 갑작스런 아삼의 행동에 쓰러져있는 금의위뿐만 아니라 송상호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번졌다. 이내 송상호가 당황한 얼굴로 아삼을 향해 나직이 물었다.

    "어찌 이러시는 겁니까! 더 이상 은밀히 움직이는 것은 불가하지 않겠습니까?"

    뭔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아삼의 눈앞에 언제 준비했는지 지필묵을 내미는 고기현이었다. 말하지 못하는 아삼을 위해 미리 지필묵을 챙겨둔 그였고 그런 고기현의 눈치에 아삼이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미 우리가 온 사실을 들켰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곳을 뒤져서 이들의 죄를 찾는다. 감찰을 행한다는 뜻이다. 금의위가 이 관아의 사람들을 수족 부리듯 부리는 것을 보면 분명 무슨 관련이 있을 것이니, 송상호 너는 고기현과 남아서 관아와 금의위가 관련된 비리를 찾아내도록 해라. 저기 뚱뚱한 사내도 잡아들여서 사소한 거라도 다 밝혀내라.'

    아삼이 건넨 종이를 읽은 송상호가 고개를 숙이며 읍했다.

    '차라리 잘 된 건가? 이곳으로 한왕의 시선을 잡아 놓는다면 그 일은 은밀히 처리할 수도 있겠어.'

    송상호를 향해 눈짓을 보낸 아삼이 힘겹게 서있는 전소평를 향해 다가가 그의 팔을 부축했다. 이내 전소평을 부축하며 관아를 벗어나던 아삼이 조용히 송상호에게 전심어서를 날렸다.

    - 되도록이면 일을 크게 만들어라. 한왕의 이목이 이곳에 쏠리도록.

    갑자기 들려오는 전심어서에 송상호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이내 놀란 눈으로 아삼을 바라보는 송상호였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전소평을 부축하며 관아를 빠져 나가는 아삼이었다.

    '혜광심어? 혜광심어를 할 줄 알았단 말인가? 도대체 아삼, 저자의 실력은…… 무당파 제자와 싸울 때 전력을 모두 드러낸 것 같았는데 아니었단 말인가? 숨기는 것은 그때 다 밝혀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삼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송상호의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다시 그의 얼굴이 어느새 밝아졌다. 이제야말로 자신이 의지할 곳을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느새 멀어져가는 아삼을 바라보며 깊이 읍을 하는 송상호였다. 이전에 내뱉은 말을 떠올린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네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삼 당신을 선택한 것이오.'

    객잔으로 돌아온 아삼이 전소평을 침상에 눕혔다. 이내 잠시 자리를 뜬 아삼이 손에 약을 들며 나타났고 아무 말 없이 전소평을 향해 약을 내밀었다. 그런 아삼을 향해 전소평이 머리를 조아리며 힘없이 말했다.

    "송구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그런 전소평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젓는 아삼이었다. 이윽고 빠르게 뭔가를 적어간 아삼이 전소평을 향해 내밀었다.

    '됐어. 그건 그렇고 하오문에 간 일은 어떻게 됐지?'

    "아! 하오문의 이야기로는 북망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데. 아니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몇 달 전부터 산사태가 났다는 이유로 그곳의 출입을 모두 막았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건장한 사내들이 그곳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곳을 정탐해보면 뭐가 나올 것 같다던데 함부로 그 내용을 발설하지 말라는 것을 보면……"

    '북망산이라? 은밀히 조사해봐야겠군.'

    결심을 굳힌 듯 아삼이 전소평을 향해 다시 종이를 내밀었다.

    '너는 여기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어라. 하오문과는 연락이 가능한 건가?'

    "지금도…… 연락은 가능 합니다."

    이전과 다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찝찝해하는 전소평이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의 감정이 아니라 그가 가진 하오문이라는 배경이었다. 그런 전소평의 낌새를 눈치 챈 아삼이었지만 그에게 다시 종이를 보였다.

    '하오문을 이용해서 그곳에 관련된 자들의 비리를 캐내라. 어쩌면…… 네가 그렇게 행동했던 그놈을 네 손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테니까.'

    아삼의 글을 읽던 전소평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내 힘겨운 몸을 일으킨 그가 부복을 하듯 엎드리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뜻밖의 반응에 놀란 아삼이었지만 이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객잔을 나섰다. 그런 아삼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전소평이 미안한 듯 낮은 한숨을 뱉어냈다.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일이 틀어진 것 같아서 아삼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구해주고 그놈에 관련된 것까지 처리하게 해준 아삼에게 한없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혼자서 북망산으로 향하던 아삼이 조금 전 관아에서의 일을 상기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입안의 혀처럼 자신이 뭘 말하고 싶은 지, 자신이 뭘 원하는 지 잘 알고 있는 듯 행동하는 송상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눈치도 빠르고 송기득의 밑에 있었다면 정치적인 역량도 뛰어날 텐데…… 문제는 내가 그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느냐 이것인가?'

    아무데서나 전심어서를 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매번 지필묵으로 대화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전의 관아에서처럼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송상호가 대신 나서준다면 그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 아삼이었다. 송상호라면 자신의 든든한 허수아비로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내 생각을 떨치려는 듯 머리를 흔들던 아삼의 눈에 북망산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삼엄한 경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소평이 알려줬던 것처럼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아삼이 자신의 기척을 숨겼다.

    그림자도 없앤다는 무영보법이 펼쳐지면서 그의 흔적을 지웠고 기척을 지운 아삼이 북망산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큰 산인만큼 꽤 많은 시간을 들일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살수지무의 공능으로 주변의 기운을 읽으면서 의심 가는 부분을 찾아낸 아삼이었고 그곳에는 커다란 공터가 있었다. 이런 것이 산속에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할 정도의 넓은 공터였고, 그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장정들의 모습을 확인한 아삼의 두 눈이 빛났다.

    '전소평의 정보가 확실했어. 만약 한왕에게 우리 의도를 들킨다면…… 이곳에 온 우리들의 목숨이 위험해 진다.'

    다시 빠르게 산을 내려온 아삼이 관아로 향했고 시급을 다투는 일에 자신이 본 것을 소상히 적어서 황궁을 향해 전서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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