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07화 (107/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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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野心)

하남성(河南省)의 북 쪽에 있는 낙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들은 정화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낙양은 한왕 주고후의 봉지로 그의 힘이 강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왕 주고후의 야망을 잘 알고 있는 중신들이었기 때문에 영락제의 죽음을 비밀로 부쳤었다. 그리고 그런 중신들이 여전히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주고후였다.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 몸을 사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야망을 드러내는 주고후의 행보에 정화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흐음,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근심어린 정화의 목소리에 금무정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뭔가를 앞으로 내밀었다.

"예, 공공. 그것을 한번 봐 주십시오."

"이것이 뭔가?"

"최근 낙양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물품들을 적은 내역서입니다."

금무정의 말에 한참동안 종이를 바라보던 정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어느새 심각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리는 정화였다. 그런 정화가 내역서를 건넨 금무정을 바라봤다.

"흠. 낙양은 우리 명나라에서도 비옥하고 기름진 땅으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그곳에서 나는 쌀이 지천일 것인데 어찌하여 쌀의 거래가 이리 많은 것이냐?"

"쌀뿐만 아니라 철광석과 대나무 그리고 쇠가죽, 쇠힘줄의 거래량도 부쩍 늘었습니다."

금무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심각한 두 사람의 얼굴에 아삼의 미간 역시 잔뜩 찌푸려졌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쇠가죽은 아교(阿膠)를 만드는 재료가 아니냐? 그리고 아교와 대나무는 활과 화살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이고……. 또한 철광석은 각종 병장기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재료가 아니더냐?"

"예, 공공. 활과 화살뿐만 아니라 다른 병장기를 만드는 데에도 꼭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아무래도 한왕께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 말 없이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군량미를 비축하고 병장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 전쟁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주고희와 함께 만났던 한왕 주고후의 얼굴을 떠올린 아삼이 침음을 삼켰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 했던가? 호탕한 웃음 뒤에 가려진 그 야망이 새삼 무섭게 느껴지는 아삼이었다. 주고희의 삶도 그렇고 주고후의 야망도 그렇고 황실이라는 곳 또한 동창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서로의 우위에 서기 위해서 피 터지게 싸우고 모략이 난무한다는 생각에 쓰게 웃는 아삼이었다. 어쩌면 황실만큼 더 참혹한 전쟁터도 없을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 단정 짓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한 듯싶구나. 아무래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혼잣말을 내뱉듯 조용히 뇌까리던 정화가 씁쓸한 미소를 보이고 있는 아삼을 바라봤다.

"아삼아, 네가 낙양으로 가거라. 가서 한왕의 움직임을 은밀히 살펴보거라. 그리고 혹 수상한 낌새가 포착된다면 지체 말고 보고하거라."

거듭 주의를 주는 정화의 말에 아심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읍을 했다.

"금무정, 자네는 적절한 구실을 만들어 아삼을 낙양으로 보내도록 하게. 마음 같아서는 많은 인원을 보내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네. 은밀히 처리해야 할 것일세."

"예, 공공.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읍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믿음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정화였다. 그렇게 세 사람의 은밀한 만남이 끝났다. 표면적으로는 정계에서 물러난 정화였지만 자신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금무정과 아삼을 통해서 여전히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였고 그런 정화의 명을 성실히 수행하는 두 사람이었다.

정화의 명으로 낙양으로 향하는 아삼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앞장 선 아삼의 뒤를 따르는 세 사람의 얼굴에도 묘한 긴장감과 함께 각자의 표정이 담겨 있었다.

먼저 이번에도 아삼과 함께 하게 된 전소평의 얼굴에는 만족한 듯 미소가 어려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신뢰하는 듯한 아삼의 태도에 자신 또한 정화의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아삼의 손을 잡게 된 송상호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이 실려 있었다. 영락제가 죽고 홍희제가 등극하면서 자연히 장인태감 송기득 보다는 부례감 유현의 입지가 더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홍희제가 조정을 쇄신하면서 그간 매관매직과 함께 온갖 비리를 일삼았던 송기득의 치부가 파헤쳐지면서 장인태감의 자리도 내놓게 되었기 때문이다.

송기득의 실각으로 졸지에 끈 떨어진 연처럼 붕 뜬 송상호의 위치가 위태로웠다. 그런 송상호를 향해 아삼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송상호의 입가에는 쓰디쓴 미소가 흘렀다.

마지막으로 그런 그들 사이에 낀 고기현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연줄 같은 것은 잡지 못한 그였고, 아직까지 요원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더 아삼의 마음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아무런 배경이 없는 자야말로 부리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천천히 동창에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기 시작한 아삼이었다.

자욱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열심히 말을 달린 그들의 눈에 저 멀리 누런빛을 띤 강의 모습이 드러났다. 싯누런 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 황하강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삼을 향해 전소평이 나직이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배를 타고 움직여야 해."

"어찌 하대를 하는 거지? 네 눈에는 당두라는 직위가 그리 가볍게 보이는 건가?"

날선 송상호의 호통에 당황한 전소평이 아삼을 바라봤다. 그리고 딱딱한 표정의 아삼을 확인하자 재빨리 아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원래 내색을 하지 않는 아삼의 평상시 얼굴이었지만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자 지레 짐작을 한 전소평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송구합니다. 제가 그만 실언을 했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기는 아삼도 마찬가지였다. 당두로 올라서기는 했지만 자신을 향해 깍듯이 예를 표하는 게 더 어색한 아삼이었다.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아삼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송상호가 그의 행동을 만류했다.

"아닙니다. 위계질서는 확실히 세워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두께서 어찌 저희를 이끌겠습니까? 지금은 불편하시겠지만 익숙해지시면 괜찮을 것입니다."

깍뜻하게 예를 차리며 이야기하는 송상호의 모습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아삼이었다. 같은 훈육생 시절을 보냈던 아이들인지라 갑자기 자신에게 존대하는 그 모습이 상당히 어색하지만 송상호의 말처럼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의 잘못을 꼭 집는 송상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눈을 흘기는 전소평이었지만 그런 전소평의 눈빛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송상호였다. 그런 송상호가 아삼을 따라 무심히 배에 올랐고 얼굴을 찌푸린 전소평이 고기현과 함께 다급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뱃길을 따라 낙양을 향해 움직이는 네 사람이었다.

어스름한 새벽녘에야 낙양에 도착한 네 사람이 허름한 객잔으로 들어섰고 이내 객잔의 구석진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날이 밝자 모두가 아삼이 있던 방에 모여들었다.

"그럼, 조금 쉬고 계십시오. 저는 알아낸 정보가 있는지 그곳에 들려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전소평이 아삼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내 나서려는 전소평을 붙잡으며 아삼이 고기현에게 눈짓을 보냈다.

"저 아이와 함께 움직이라셔.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나을 테니까."

아삼의 눈빛을 읽은 송상호가 나직이 말했다. 송상호의 말에 아삼을 바라보는 전소평이었고 이내 끄덕이는 아삼의 고개에 옆에 있던 고기현과 함께 객잔을 나섰다.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삼의 시선이 송상호에게 닿았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찻잔을 드는 그의 모습에 아삼 역시 시선을 거두며 찻잔을 들었다. 그렇게 객잔에 남은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한편, 고기현과 함께 하오문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은 전소평의 얼굴에 만족한 듯 미소가 어렸다. 이번에야말로 송상호에게 자신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줘서 누가 아삼에게 더 필요한 사람인지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하는 그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객잔을 향해 걸어가던 전소평의 발걸음이 멈춰섰다. 한참을 한 곳을 주시하던 그의 두 눈이 이내 커다랗게 떠졌고, 얼굴이 구겨졌다. 뭔가를 발견한 듯 발걸음을 멈춘 상태로 한곳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전소평의 모습에 고기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그곳을 바라보던 그가 전소평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찌…… 그러시는 것입니까?"

고기현의 의문 섞인 물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노려보는 전소평이었고 그런 그를 고기현이 재촉했다.

"그만 돌아가시지요. 당두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 놈이 어찌 살아 있는 거지? 저 육시랄 놈…… 내 오늘 직접 네놈의 목을 거둬주마."

살벌한 말을 꺼낸 그가 허리춤에 차둔 도를 빼들며 누군가를 향해 달려갔다. 평소 유쾌한 모습을 보이던 그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에 뒤늦게 그를 뒤쫓는 고기현이었다.

멀리서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전소평의 모습을 발견하고, 뚱뚱한 사내가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갑작스런 그 모습에 뚱뚱한 사내의 옆에 서 있던 중년 사내가 전소평의 앞을 가로 막으며 소리쳤다.

"웬 놈이냐? 백주대낮에 칼을 빼들고 덤비다니 네 놈이 단단히 실성했구나."

"네 놈은 상관마라. 난 저 돼지 같은 놈한테 볼 일이 있으니."

뚱뚱한 사내를 향해 도를 겨누며 전소평이 소리쳤다. 그런 전소평의 앞을 가로 막으며 중년 사내가 뒤쪽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당장 이 놈을 잡아들이지 않고?"

중년 사내의 호통에 건물 주변에 있던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두가 통일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관아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도를 빼들고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전소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뒤늦게 달려가던 고기현은 그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당장 칼을 버리거라. 설마 관과 맞서려는 것은 아니겠지?"

비릿한 미소를 보인 중년 사내가 전소평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호통에도 기죽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전소평이었다.

"나 또한 관인이요. 저 사람의 죄를 벌하려 하는 것뿐이니 상관하지 마시오."

"관인? 하! 세상에 어떤 관인이 이리 안하무인격으로 군단 말이냐? 죄가 있다면 응당 그 절차를 밟아서 벌을 해야 마땅하거늘. 비적도 아니고 백주대낮에 무식하게 칼부터 뽑아들다니! 네놈이 관인인지 아닌지는 관아에 가 추궁하면 곧 밝혀지겠지. 어서 저놈을 잡아 들이거라."

결국 관인들에 의해서 결박당한 전소평이 관아로 끌려갔다. 뭐라 항변하고 싶었지만 무턱대고 덤벼든 자신의 잘못도 있었고, 뒤늦게 은밀히 행하라는 명을 떠올렸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다면 상황이 바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당황한 고기현은 멍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정신이 든 듯 끌려가는 전소평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객잔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삼은 아무런 말도 없이 문 쪽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늦어지는 그들의 행방에 혹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왜 나한테 손을 내민 거지? 내가 불쌍해서? 아니면 팽인학처럼 너도 동창에서 네 세력을 구축하고 싶었던 거야?"

뜬금없는 송상호의 물음에 아삼이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무표정한 특유의 모습에 움찔한 송상호였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뭐든 상관없겠지. 지금 내 처지에서는 그것마저 감지덕지해야겠지. 하지만…… 첫 번째가 아니길 바라. 누가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은 나도 싫으니까."

"……."

"어차피 앞으로 나서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튼튼한 뒷배를 가진 네 뒤에 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적어도 팽인학 그놈보다는 네가 더 믿음직스럽고 실력도 더 좋은 것 같으니까. 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하자. 네가 먼저 손 내밀기는 했지만 네 손을 잡은 건 내 의지라는 것. 내가 널 선택한 거니까 앞으로 믿고 써도 될 거야."

단호한 얼굴로 자신의 뜻을 밝히는 송상호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을 곱씹던 아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런 아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송상호였다.

'내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건가? 나만의 세력이라…… 저 말을 믿어도 될까?'

권력의 흐름에 따라 믿음이 달라지는 곳이 황궁이었고 아삼이 속한 동창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껏 많이 봤던 모습이었고 흉흉한 황궁에서 지냈던 그가 저절로 터득하게 된 이치였다. 송상호 또한 권력의 흐름에 의해 내쳐져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믿어 달라 말하는 송상호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송상호를 향해 아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자신의 곁에 두고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객잔으로 뛰어든 고기현이 다급한 표정으로 아삼을 바라봤다. 다급해 보이는 그 모습에 놀란 송상호가 그를 바라봤고 전소평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기에 그리 다급히 뛰어온 거지? 그리고 전소평…… 그 놈은 어디에 두고 혼자 온 거야?"

"그…… 그것이…… 전소평이 관아로 끌려갔어. 아니, 끌려 갔습니다."

이전에 송상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존대를 하는 고기현이었고 그런 그를 향해 송상호가 다그치듯 되물었다.

"끌려가다니? 어째서?"

"그게 저자에서 누군가를 보더니 갑자기 도를 빼들면서 그 사람한테 덤비려는 바람에……"

저자에서 일어난 일을 소상히 말하는 고기현이었고 그 말을 듣던 아삼의 미간이 잔뜩 굳어졌다. 그런 아삼을 향해 송상호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그냥 둘까요? 아니면 구하러 갈까요? 아무래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 자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존대를 하는 송상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전소평의 행방이었다. 하오문에서 얻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삼이었다.

'보자마자 달려들었다고? 뭔가 사정이 있는 건가? 은밀히 행할 일이었는데…… 전소평이 괜한 분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터.'

눈짓을 보내며 일어서는 아삼을 따라서 송상호가 일어서며 멍하게 서있는 고기현을 바라봤다.

"전소평이 끌려간 곳으로 가자. 지금쯤이면 어떻게 해결이 나 있던지, 사단이 나 있던지 둘 중 하나겠지."

송상호의 말에 고기현이 앞장서면서 객잔을 나섰다. 그런 고기현의 뒤를 따라 잔뜩 굳은 얼굴의 아삼과 송상호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객잔을 벗어났다.

"여기…… 입니다. 이곳으로 끌려 갔습니다."

고기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던 아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고 송상호 역시 놀란 듯 고기현을 바라봤다.

"이곳은 관아가 아니냐?"

그가 가리키는 곳은 관아였고 그곳에서 새어나오는 호통 소리가 밖에 있는 그에게까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때, 관아 안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전소평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고 그 안에는 억울한 감정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동창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인가? 일부러 드러내지 않을 놈이 아닌데……'

은밀히 수행하는 일이었지만 입단속을 시키면 될 일이었다. 물론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아삼이었지만, 그동안 봐왔던 전소평의 성정상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이전에 보여줬던 영악하고 머리회전이 빠른 모습과 다르게 한 사람을 보자마자 흥분했다는 사실과 막무가내로 칼을 빼들었다는 말을 떠올린 아삼이 문이 닫힌 관아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 악다구니를 쓰는 전소평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얼굴을 굳힌 아삼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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