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05화 (10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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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자의 부탁

    "아무래도 우리를 뒤쫓는 자들이 있는 것 같소."

    "……."

    뒤따르던 사내 하나가 아삼의 옆에 바짝 붙으면서 말을 건넸다. 그렇지 않아도 느껴지는 낯선 기운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아삼이 뒤에서 느껴지는 늘어나는 기운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본 검은 목면을 입은 사내가 아삼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중을 물었다.

    "어찌 하겠소? 맞서서 처리하고 갈 것이오?"

    - 비급을 다시 되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조간왕의 손에 들어가면 그때는 다시 되찾기 어려워질 것이니 우선 무리를 나눠서 저들을 따돌리고 비급을 쫓도록 하지요.

    아삼의 전심어서에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그렇다면 내가 나머지 인원을 이끌겠소. 혹시 모르니 세 명을 붙여주겠소. 제법 쓸만한 놈들이니 요긴하게 잘 쓸 수 있을 것이오. 허면 이쯤에서 갈라지도록 합시다. 우선 내가 저들의 시선을 돌릴 테니, 붙여준 인원들과 비급을 쫓도록 하시오."

    말을 마친 사내가 몇몇의 인원을 데리고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서 아삼의 뒤로 멀어져갔고 남은 세 명이 아삼을 따라서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곽건이 보냈다던 자들을 쫓아서 열심히 말을 달리던 아삼의 눈에 관복을 입은 사내 몇이 천천히 말을 몰면서 앞서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아삼이 옆을 바라봤고 그 시선을 느낀 일행 중 한 명이 말의 등을 박차면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몇 장을 뛰어넘은 그가 다시 바닥을 박찼고 물 찬 제비처럼 표횰하게 날아든 그가 앞선 자들을 앞을 가로 막았다.

    "히이이잉."

    갑작스런 낯선 자의 등장에 기겁하며 고삐를 잡아채는 그들이었고 놀란 말이 앞발을 들며 비명을 토해냈다.

    "웬 놈이냐!"

    자신들의 앞을 막아서는 낯선 자의 등장에 긴장한 듯,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인들이었다. 하지만 맨몸으로 앞을 막아선 그 행동에 무언가 있다고 여긴 그들은 굳건하게 막아서는 자를 쉽게 대할 수 만은 없었다.

    "우리는 황궁에서 나온 사람이다. …… 관이 두렵지도 않단 말이냐?"

    황궁의 이름을 팔아서 겁을 주는 그들이었지만 앞을 막아선 사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동료를 바라보던 그들이 허리춤에 채워둔 도를 빼내려 할 때, 뒤에서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

    아삼을 포함한 세 사람이 그들을 향해 다가섰고, 앞에 있는 자와 비슷한 복장을 한 두 사람의 모습과 옆에 같이 몰고 온 빈 말을 본 그들이 아삼과 일행을 경계했다.

    "웬 놈들이냐? 무슨 연유로 우리의 앞을 막는 것이냐?"

    "궁에서 나온 것이오?"

    "……."

    어느새 그들 앞으로 다가온 아삼과 일행들이었다. 그들 중 한 사내가 곽건이 말한 인상착의와 앞에 있는 자들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되물었고, 앞을 막아선 자들이 찾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맞다는 사실에 아무런 말도 못하는 그들이었다. 대신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앞을 막아선 낯선 일행들을 노려봤다.

    답이 없는 그들을 대신해서 처음 그들의 앞을 막아섰던 사내가 황궁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그 말을 들은 아삼의 일행이 다시 관복을 입은 자들을 추궁했다.

    "곽건이 보낸 자들이 맞는 것 같군. 조간왕께 가고 있는 것이 아니더냐?"

    사내의 물음에 조간왕에게 서찰을 전하려던 관인들이 흠칫 놀라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확신에 찬 미소를 짓던 사내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곽건이 훔쳐간 것을 되찾으러 왔다. 조간왕께 전하려던 것을 순순히 내놓으면 아무런 죄도 묻지 않을 것이다."

    "……."

    검은 목면을 입은 사내의 으름장에 아무런 말도 못하는 그들이었다. 서로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지만 이내 결심을 한 듯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그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우리가 맡은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이미 조간왕께 전하라고 명을 받은 물건이다. 쉽게 내줄 수는 없다."

    "그 의기는 높이 사줄만 하나……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고집……"

    - 말이 너무 많소. 시급을 다투는 일이오.

    그 당위성을 설명하는 사내의 행동에 미간을 찌푸린 아삼이 전심어서를 사용했다. 그런 아삼의 소리에 말을 멈춘 그가 주제넘었다는 듯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들은 그제서야 아삼의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앳된 외모와는 별개로 이 일에 동창이 끼어든 것으로 봐서 꽤 큰 일인 것 같았다.

    "…… 가져갈 수 있다면 가져가 보거라."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허리춤에 찬 칼을 빼드는 사내들이었다. 어느새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며 대치하던 그들이었다.

    '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언제 뒤쫓던 자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이상, 속전속결로 해결을 봐야 한다.'

    생각을 정리한 아삼이 말의 등을 박찼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가 앞에 선 자를 향해 군도를 빼들었고 휘두른 도가 사내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섬광.

    빛처럼 빠른 그 휘두름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그리고 직접 분뢰도를 사용한 아삼도 놀란 듯 앞선 사내를 바라봤다. 멀쩡했던 목에 빨간 줄이 일어나면서 말에 타고 있던 사내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거침없는 아삼의 행동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쿠웅.

    아삼의 일수에 적막하던 그곳이 쓰러진 사내의 소리로 깨져나갔다. 예상을 뛰어넘는 쾌도였고 앳된 얼굴로 보일 수 없는 높은 무공이었다. 누구도 아삼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거니와 그렇게 가볍게 사람의 목을 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저 비급만 찾으면 될 일이라고 여기는 세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화가 붙여준 자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관복을 입은 자들이었다. 그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내들이었고 명을 받은 이상 이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자들에게 바로 살수를 펼치는 아삼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 역시 정화의 뜻에 따라 아삼을 따르면 될 일이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일수에 놀란 아삼이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앞선 자들이 비급에 대해서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그 목격자는 살려두는 것보다는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았고, 달라진 자신의 몸을 느끼면서 순식간에 그들을 처리하는 아삼이었다.

    싸늘한 다섯 구의 시체가 일각도 지나지 않아서 바닥을 굴렀다. 제대로 된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쓰러진 그들의 품에서 서찰과 규화보전의 구결이 적힌 양피지를 되찾은 아삼은 그것을 품에 넣으려다 멈칫거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은 세 사람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자신이 한 일을 깨달은 아삼이었고 남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내 비급의 양끝을 돌돌 만 아삼이 옷을 찢어서 그것을 묶고 앞에 있는 자를 향해 건넸다.

    "무슨 뜻이오?"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 그의 행동에서 불쾌감을 엿본 아삼이 쓰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 이대로 정 공공께 이것을 가져다주시오.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이고, 남은 한 사람은 이곳을 정리해 주시오. 나는 조금 전에 흩어졌던 그대들의 동료를 도우러 가겠소."

    "…… 알겠소."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사내였고 그 모습에 아삼 역시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한 짓을 자각했다. 어느 순간, 목숨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나 무공을 배우고 동창에 들어와서 어느새 잔인한 일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였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짓을 저지른 것인데……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변한 이유를 되찾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모자랐다. 급히 말에 올라타며 뒤를 돌아본 그가 싸늘하게 죽은 시신들을 바라보고 걸음을 옮겼다.

    - 정 공공께, 꼭 그 비급을 바쳐야 할 것이오. 호기심을 이기지 못 한다면 큰 일이 날 것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재차 확인하며 다짐을 받은 아삼이 말을 몰아서 멀어졌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 것을 보면 그들 스스로도 무엇을 전하는지 알 수 없었을 가능성이 컸다.

    '…… 결국 내 욕심인가?'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낸 아삼은 자신의 뒤를 쫓았던 새로운 무리를 생각하며 말을 몰았다. 결국 곽건이 보낸 자들은 아삼의 손에 목숨을 잃었고 아삼은 규화보전의 비급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삼의 뒤를 쫓던 붉은 면포의 사내들이 멀리서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되돌아오는 무리의 모습에 급히 말을 멈췄다.

    "부대주, 저들이 다시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옆에 선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부대주라는 사람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부대주라 불리는 사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돌아오는 무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미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 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돌아오는 일련의 무리를 노려보던 그가 주위를 둘러봤다.

    "준비해라."

    사황련 련주 은무강의 명으로 지월대의 부대주 연소흠이 아삼을 지켜본 지도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지월대의 대주 위명도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르는 자였기에 자청해서 아삼을 감시하는 그였고 그런 그에게 대주의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지척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분명히 은무강이 멀리서 지켜만 보라고 명을 내리면서 당부를 했으나 처음부터 지켜볼 생각 따위는 갖고 있지 않은 연소흠이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손으로 대주의 복수를 해 지월대의 실추된 명예를 다시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아삼이라는 놈을 잡아서 사황련으로 데리고 가야만 했다. 긴장감을 띤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연소흠이 고삐와 함께 다른 손으로 자신의 애도를 다잡았다.

    "어찌하여 우리들의 뒤를 쫓는 것이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검은 목면의 사내가 연소흠을 향해 되물었다. 그 물음에 매섭게 치켜뜬 두 눈으로 사내들을 훑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답을 하는 연소흠이었다.

    "네놈들은 동창이냐?"

    "동창? 무엇을 보고 우리를 동창이라고 하는 것이냐?"

    연소흠의 입에서 동창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놀란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눈치를 보니 아닌 것 같군. 아니라면 이만 길을 비키거라."

    귀찮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연소흠이었다. 그런 연소흠을 향해 사내 역시 지지 않고 비장하게 맞섰다.

    "그럴 수는 없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이만 물러가거라. 이 이상 우리를 쫓는다면 그때는 관과 맞서는 것으로 알고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

    "동창이었나? 아니면 다른 놈들인가? 어찌되었든 네놈들에게 볼 일은 없다. 그냥 이대로 물러선다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다."

    "말로 해서는 통하지 않을 놈이군."

    "훗, 누가 할 소리!"

    검은 목면을 입은 사내의 말에 코웃음을 치던 연소흠이 말 등을 박찼다. 쏜살처럼 날아든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애도가 들려 있었고, 자금성과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빨리 처리해야만 했다.

    상대하는 수는 비슷비슷했다. 연소흠도 갑자기 황궁을 나서는 아삼의 모습에 많은 인원을 움직일 수 없었고, 황궁 근처에서 무기를 들고 떼를 지어서 움직일 수도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슷한 인원이라고 해도 서로가 가진 무공의 수준이 차이가 났다.

    일생을 무공에 전진한 무인들이었다. 비록 정화가 데리고 있는 자들이라고는 하나 그 수장격인 사람을 제외하고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저기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밀리는 자들은 정화가 아삼에게 붙여준 자들이었다.

    순식간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했다. 지월대에 속한 자들도 몇몇 검상을 입었지만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다.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는 정화의 사람이었고 연소흠의 입에는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만 끝을 내자!"

    크게 외친 연소흠의 도에 푸른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 모습을 경시하지 못하고 그와 맞서던 자도 기운을 끌어올렸고, 둘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져만 갔다. 그 와중에도 아삼을 도우러 왔던 일행이 쓰러지고 있었고 조급함을 느낀 상대의 모습에 더욱 힘을 끌어올리는 연소흠이었다.

    하지만 그때, 먼지를 일으키며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달려든 그가 위기에 처한 검은 목면의 사내를 구해내면서 붉은 면포를 입은 자의 가슴에 군도를 꽂아넣었다.

    푸욱.

    썸뜩한 소리와 함께 피를 뿜은 그가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고 자신을 구한 사람을 확인한 사내가 아삼의 모습을 보고 고맙다는 눈짓을 보냈다. 그런 그의 시선에 답을 할 겨를도 없이 남은 자들을 향해 달려드는 아삼이었고 전세가 역전되었다.

    이제는 초조해하는 사람은 연소흠이었다. 자신이 원했던 대로 아삼이라는 놈이 다시 돌아왔지만 생각보다 그 무공이 뛰어난 것 같았다. 자신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수하들을 처리하는 그 모습에 눈이 팔려있던 그때, 귀를 파고드는 파공음에 재빨리 거리를 벌린 그가 살짝 베인 팔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결 빨라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수장격인 두 사람이 다시 격돌하는 동안 남은 자들을 상대하던 아삼은 스스로의 변화에 놀랐다. 조간왕을 향해 움직였던 관인들을 상대할 때도 이상함을 느꼈던 아삼이었다. 이전의 분뢰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빨라지고 강력해진 공격에 스스로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은 아삼의 얼굴에 진한 호선이 그려졌다.

    '용답상운! 그 초식 때문인가?'

    용유검에 있는 용답상운이라는 초식을 수련했던 아삼이었다. 세세하게 내기를 조절해야하는 초식인 만큼 그가 다루는 내기의 흐름도 더욱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분뢰공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전에는 모든 힘을 모아서 순식간에 뿜어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분뢰공을 사용했었지만 새로운 초식을 연습하면서 그 흐름이 더욱 세밀해지고 부드럽게 변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더욱 빠른 분뢰공을 펼칠 수 있게 된 아삼이었다.

    '정화 태감이 했던 말의 뜻이 이것인가?'

    새삼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은 그 깊이가 얕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삼이었다. 아삼의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와 함께 그의 몸짓이 더욱 빨라졌다. 공격하는 것을 보고도 막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날아드는 도격은 그것을 막아내는 것도 힘들었다.

    그리고 이미 그 수가 줄어든 지월대의 무인들이 아삼과 함께 협공을 해오는 자들의 공격을 막기는 더욱 힘겨워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소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내 커다란 기합과 함께 힘을 뿜어낸 그가 상대를 떨쳐내며 아삼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터엉.

    빠르게 날아오는 검기에 군도를 들어서 그것을 막아내는 아삼이었고 연소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붉은 면포차림의 모습을 보고 뒤늦게 이들의 정체를 떠올리자, 인상을 찌푸린 연소흠이 크게 외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우선은 이곳을 벗어난다."

    뒤늦게 그 소리를 들은 지월대의 대원들이 이미 죽은 동료들을 두고 그곳을 벗어났고 그들의 뒤를 쫓는 자들을 향해 연소흠의 도격이 쏟아져 내렸다. 그 위력을 경시하지 못한 자들이 다급히 뒤로 물러섰지만 아삼은 그들을 쫓을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이자들은 이전에 봤던 그 사황련에 있던 자들이다. 그들이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전소평이 했던 말을 떠올리는 아삼이었고 바닥에 쓰러진 붉은 면포를 입은 자들을 확인하던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생각보다 사황련의 대처가 너무 과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위명도와 독고화연을 죽인 자가 자신임을 알아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황련이라……'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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