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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남
용유검(龍柳劍)의 초식이 상세하게 적힌 요대를 확인한 아삼은 그날 이후로 틈틈이 용유검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그가 제대로 된 초식을 접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기초적인 병장기를 다루는 것과 분뢰공 같이 초식이 없는 무공을 수련했던 그로서는 정형화 된 초식의 수련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특히 일반적인 검도 아니고 다루기가 힘든 연검의 초식은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지만 발견한 무공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초식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력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정화는 분뢰공만으로도 아삼에게 충분히 힘이 될 수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별다른 무공을 주지 않았다. 이전에 정화에게 그런 말을 들었던 아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무공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용유검이라는 연검술 자체가 내로라하는 상승의 절기였다. 위명도가 사파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가 되고 무림에서도 알아주는 무인으로 알려진 이유가 바로 용유검을 익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위명도가 사파 내에서 알아주는 가문의 자제였지만 정작 그가 익히고 있던 무공은 가문의 절기가 아니라 ‘용유검’이라는 무공이었고 그 사실은 무림에서 제법 유명한 이야기였다.
'더 강한 자의 손에서 강력한 무공으로 변하기를 기원한다? 재미있는 발상이네.'
요대에서 나온 용유검의 마지막에 적힌 글귀를 떠올린 아삼이 땀을 닦아내면서 '용아'를 다시 손에 쥐었다. 우선은 연검이라는 검의 특성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검을 쓰는 자의 몸이 상하기 때문에 한 몸처럼 움직일 정도로 검을 알아야 했고, 요대에서 나온 검술의 초식을 익히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용아'라는 연검을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휘두르고 있는 그 때, 익히 알고 있는 기운이 아삼의 기감에 잡혔다.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기운이 점차 자신의 방으로 가까워져 오는 것을 알아 챈 아삼이 급히 '용아'를 요대에 집어넣고 땀을 닦아냈다.
"잠깐 들어가도 되겠어?"
밖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열렸다. 채 땀을 닦아내지 못하는 아삼이었고 그 모습을 보고 머쓱해하던 전소평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방 안에서도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던 거야? 대단하네."
"……."
아무런 말도 없이 들어선 전소평을 바라보는 아삼이었고 그 눈빛에 웃음을 보이던 전소평이 문을 닫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에 미간이 찌푸려지는 아삼이었지만 그런 그의 기분을 아는지 너스레를 떠는 전소평이었다.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 마! 전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온 거니까. 너에게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라니까."
뜬금없는 전소평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 아삼의 미간이 펴졌다.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전소평이었다. 이렇게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표정을 감춘 아삼이 말을 해보라는 듯이 고갯짓을 했다.
그런 아삼의 모습에 씁쓸하게 웃는 전소평이었지만 이내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하오문에서 연락이 왔어. 사황련 쪽에서 따로 너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로 조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던데……"
아삼의 표정을 살피면서 말끝을 흐리는 전소평이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고개만 갸웃거리는 아삼이었고 그런 아삼의 모습을 확인한 전소평이 주의를 주려는 듯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별일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사황련이 너를 주시한다는 것 자체가……"
"……."
"너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우선 하오문에게 정화 태감의 사람이니 쉽게 정보를 주지 말라고 말을 해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전소평의 말에 아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삼을 위로하듯 전소평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돼. 하오문에서 너에 대한 정보를 교란시키면 그들도 당분간은 너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할 테니까. 왜 그들이 너를 찾는지는 천천히 알아보고 그때 다시 알려줄게. 어때? 이만하면 나도 쓸만한 것 같지 않아?"
가슴을 내밀면서 과장된 행동을 보이는 전소평이었다. 그런 전소평을 바라보던 아삼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웃어보이던 전소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뿐이야. 사황련이라는…… 곳에서 너를 주시하니까 혹시나 해서. 너도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았어. 앞으로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전해줄게. 그럼 하던 수련이나 마저 해. 나도 나 자신을 단련해야겠어. 뱃살이 늘어나나?"
실없는 말을 내뱉으며 사라지는 전소평의 뒷모습에 그를 바라보는 아삼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지난번에 그 일들 때문에 나를 찾는 것이겠지? 사황련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라…… 하오문에서 시간을 끌어준다니 당분간은 괜찮으려나? 나는 이미 황궁이라는 버팀목이 있으니 그들이 쉽게 건드리지는 않을 테고……'
이내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 아삼의 눈에 근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작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찌푸리는 아삼이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호, 아영.'
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던 아삼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화산에 있는 아이들이니 아무리 사황련이라고 하나 화산을 상대로 일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테지.'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육신의 혈육이었지만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었다. 무언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지만 정확히 그것을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었고 단호하게 잘라낼 수도 없었다.
'뭐지? 정이 쌓인 건가? 그 짧은 시간에? ……흐음.'
자신도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탐탁치않은 아삼이었지만 지금은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그런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서 더욱 수련에 매진하는 아삼이었다. 사황련이라는 단체를 염두에 둔 그의 행동이 점점 격렬해져갔다.
떨려오는 검신과 함께 그렇게 연검이라는 검에 익숙해져가는 아삼이었다.
지척으로 다가온 몽골 친정 준비로 온 궁안이 떠들썩했다. 이전에 있었던 흉흉한 사건은 이미 기억에서 지워졌는지 종종걸음으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환관들과 궁녀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왜 그리 굼뜬 것이냐? 빨리 빨리 움직이거라."
궁 안은 궁녀들을 재촉하는 낭랑한 환관들의 목소리와 종종걸음치는 궁녀들의 발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분주한 바깥과 달리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중화전에는 두 사내가 무거운 얼굴을 마주 하고 있었다.
"자네와 내가 함께 한 지도 꽤 되었지?"
무거운 침묵을 깨며 영락제가 정화를 내려보며 물었다.
"예. 폐하."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화가 대답했다. 그런 정화를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던 영락제가 회한 가득한 눈빛으로 나직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자네와 참 많은 일을 함께 했네. 이 황위에 앉을 때도 자네가 내 옆을 지키지 않았는가? 지난 옛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네. 허허."
아련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영락제의 모습이 왠지 쓸쓸하게 다가오는 정화였다. 어느새 백발이 내려앉은 영락제의 모습에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 같았다.
"훗, 나도 이제 늙었나보네. 자꾸 이리 옛일을 추억하는 걸 보니…… 나도 이제 슬슬 이 다음을 준비할 때가 왔나보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허탈하게 웃는 영락제를 향해 정화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강건하신 폐하와 어울리지 않는 말씀이옵니다."
"내 몸을 내가 모르겠는가? 이제 한 해 한 해가 다름을 느끼네. 슬슬 후일을 준비해야겠지."
"폐하, 어찌……"
망극하다는 듯 당황한 얼굴로 말을 잇는 정화를 막으며 황제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의 위로를 받고자 부른 게 아닐세. 자네와 후일을 논하고자 불렀으니 우선은 내 말을 들어보게나."
쓸쓸해 보이던 노부의 모습을 지우고 어느새 만인지상의 황제의 모습으로 돌아온 영락제였다. 위엄 있고, 기품 있는 그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정화였다.
"자네는 황태자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만인지상의 그릇에 적합하다 생각하는가?"
뜬금없는 하문에 깜짝 놀란 듯 정화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어찌 대답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던 정화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폐하, 어찌 그런 하문을 하시옵니까?"
"그리 당황할 것 없네. 그저 자네와 자유롭게 의논하고 싶어 그런 것이니 예를 차릴 필요 없이 자네의 솔직한 의견을 말해 보게나."
"황태자마마의 성품을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너그럽고 인정도 많으시니 아마도 백성들을 잘 품어 주시는 주군이 되실 것이옵니다."
정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영락제가 말을 이었다.
"그렇지. 황태자라면 따뜻한 주군이 될 수 있겠지. 허나 너무 유약하지 않는가? 순해빠진 성품으로 이 황위를 지킬 수 있을지 내 심히 걱정이 되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 황위는 언제나 많은 피를 불러오지 않는가? 그리고 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둘째 놈도 걱정이네."
그제서야 영락제의 의중을 파악한 정화가 조심스레 물었다.
"폐하, 한왕이 걱정되시옵니까? 하지만 봉지에 묶여있는 한왕이 어찌 그런 망극한 일을 저지르겠사옵니까?"
정화의 말에 영락제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아니. 봉지에 메여있다고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네. 내 아들인데 아비인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그놈 눈에 맺힌 야망은 그리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네."
어느새 긴 한숨을 토해내는 영락제였다. 영락제가 황위를 얻을 때만해도 선봉에 서서 영락제를 도울 정도로 믿음직한 아들이 바로 한왕 주고후였다. 그래서 아들 중에서 영락제의 신임을 제일 먼저 얻어낸 자도 바로 그였다. 하지만 공공연히 야심을 보이면서 황태자를 위협하는 한왕이었고 그런 그를 할 수 없이 봉지로 보낸 영락제였다.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봉지 떠나라는 내 명을 거역하고 버티다 결국 끌려간 아이일세. 야망을 더 키우면 키웠지 버릴 놈은 아닐세."
냉정한 영락제의 말에 정화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황태자 그 아이를 도와주게나. 그 아이가 무사히 황위를 이을 수 있도록 그 아이에게 힘이 되어 주게. 자네가 황태자의 뒤를 버티고 있어 준다면 둘째 그 아이도 어찌 하지는 못할 것이네."
"예. 폐하. 소신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정화의 모습에 영락제가 만족한 듯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영락제를 살피던 정화가 조심스레 입을 떼며 물었다.
"폐하,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사온데 여쭤도 될는지요?"
"개의치 말고 말해보게."
"다름이 아니오라…… 장인태감 송기득을 어찌하실 생각이시옵니까?"
"송기득? 송기득이라……"
정화의 말을 되씹던 영락제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뭘 걱정하는지 내 모르는 바는 아니나, 당새아를 잡아들인 공도 있고 하니 지금은 그대로 두게나."
"하오나 태감의 자리에 있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 작다고 사료되옵니다. 욕심도 크거니와 공을 세웠다하여 저리 기고만장하니 또 다시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되옵니다. 주제넘는 말일지 모르겠으나 그만 처리하시는 게 좋을 듯싶사옵니다."
정훈의 말에 지난 일을 떠올리던 황제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나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네. 몽골 친정을 떠나기 전 처리하려 했으나 일이 틀어져서 어쩔 수가 없었지."
영락제의 말에 정화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정화를 향해 영락제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모르는 줄 알았는가? 몇 해 전에 있었던 무고 습격을 눈감아줬더니 자중하지 않고 또 욕심을 내더군. 그래도 그것까지는 봐줄 수 있었네. 허나 가짜 공을 세워 내 눈을 가리려 하니 더 이상 봐줄 수 없더군. 원래는 그때, 당새아라는 계집을 잡아들이는 어설픈 공을 기점으로 처리하려고 했지만, 아직 그의 운이 다하지 않았던 게지."
"…… 하오나, 친정을 떠나는 길에 분란을 일으킬 그를 놔두고 그냥 가시는 것은……"
말끝을 흐리는 정화의 모습에 웃음을 보이는 황제가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 꽤나 궁을 어지럽힌 일이 있지 않았던가?"
"목내이로 발견된 자들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맞네. 그 일을 계기로 송기득을 없애려 했네. 정훈이라는 환관에게 그 죄를 돌려 송기득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그 정훈이라는 놈이 죽어버렸네. 그 놈 뿐만 아니라 아까운 내 사람 하나도 목숨을 잃었지.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보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걸 보니……"
"황공하옵니다. 폐하."
긴 한숨을 토해내는 영락제를 바라보던 정화가 고개를 숙였다. 황제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 사건을 덮으라 했던 황제의 의중이 이해됐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일들은 황제의 발아래에 있었다. 폐주의 저주라는 일이 일어나고 대노했던 황제였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이미 그 시기를 놓쳤던 송기득을 버리는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물론 황제의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버려질 송기득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공을 세운 그였기에 바로 버려진다면 황제의 신망이 옅어질 수도 있었다. 그 점을 우려한 영락제였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좋은 기회가 찾아들었다.
이미 송기득과 접촉을 했던 정훈을 이용해서 그 둘을 엮으려고 생각했던 황제였다. 그의 의중이 거기에 있었고 사실을 토설하지 않았던 정훈이 동창의 고문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황제가 보낸 무인이 '흡성대법'의 비급을 전수해주고 황제의 의중을 전달해야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인학의 등장으로 모든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결국 원래 일의 원흉에게 모든 일을 뒤집어씌우려는 생각이었다. 죽을 운명이었던 정훈이었지만 인학의 손에 죽은 그였고 송기득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참에 동창을 견제할 수 있었네. 어차피 전쟁에 함께 할 금의위였으니 그 기를 살려줄 필요도 있었어. 지금은 시간이 촉박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두나, 그리 오래갈 놈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망극하옵니다. 폐하."
고개를 숙인 정화가 조용히 침음을 삼켰다. 새삼 영락제를 일깨우려 했던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영락제가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무서운 정화였다.
자금성의 넓은 공간이 수많은 군사들과 환관들로 떠들썩했다. 붉은 전포 차림의 병사들이 시립해 있었고 그 앞에 은빛 갑주 차림의 장수들이 당당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한 가운데에 황금빛으로 치장한 화려한 마차와 그 옆에 시립한 환관들이 있었다.
치자로 곱게 물들인 비단 옷에 튼튼해 보이는 갑옷 그리고 허리춤에 긴 장도를 찬 팽문호가 황금빛 마차 앞에 고개를 숙이며 고하였다.
"폐하,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알았네. 출발하도록 하게."
가마 안에서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에 팽문호가 길게 읍하며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앞에 선 장수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이내 화려하고 긴 행렬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락제의 몽골 친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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