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100화 (1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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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긋남

    인학의 입장에서도 방법이 없었다. 이미 비급을 숨긴 시점에서 부터 수렁에 빠진 것이다. 마상이라는 환관이 필사한 비급을 언제 밝힐지 몰랐고 그 사실을 토설한다면 일전에 그의 방을 수색했던 동창의 요원들과 본인이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이미 정훈의 실수로 비급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 인학이었기에 범인은 정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를 완전히 제거한다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것이라고 믿는 그였다. 다만 걸리는 점이 있다면 황제의 명으로 그가 풀려났다는 것이었다.

    '황제가 뒤에 있는 건가? 허면 그때, 교지를 내리고 불 같이 화를 냈다던 이유는 뭐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데…… 유현이 정훈을 빼낸 건가? 그가 황제를 움직인 것인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 절로 몸이 떨려오는 인학이었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비급의 존재를 감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일의 원흉이 되는 정훈이라는 환관을 죽이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스름한 새벽녘, 혹시라도 들킬 일을 염려하여 일반적인 환관의 옷을 입고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인학이 정훈이 있는 처소를 바라보면서 주변을 살폈다.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마른침을 삼키면서 마지막으로 소매에 넣어둔 비수를 확인하던 그가 주변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정훈의 처소로 스며들었다.

    불안한 눈빛으로 어두운 처소 안을 살피던 인학의 두 눈에 곤히 잠들어 있는 정훈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마음을 다잡으며 소매에 손을 집어넣은 그가 잠들어 있는 정훈에게 살금살금 다가가기 시작했다. 따로 챙겨놓은 날카로운 비수로 그의 심장을 찌르고 자살로 꾸민다면 모든 일이 묻힐 거라고 여기는 인학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의도는 갑자기 자신을 막아서는 사내의 등장에 처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웬 놈이냐?"

    언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사내가 인학을 노려보며 물었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자의 모습과 함께 정훈을 지키고 있는 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인학이 당황해하며 두 눈을 굴렸다.

    '정훈을 지키고 있었던 건가?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더군다나 내가 기척을 읽지 못하다니…… 그 정도로 뛰어난 고수인가?'

    나타난 사내의 모습에 놀란 인학이 스스로를 자책했다. 한 가지 사실에 몰두하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놓친 것이었다. 그런 인학을 노려보던 의문의 사내가 검을 빼냈고 그 모습에 인상을 굳히는 인학이었다.

    "웨……웬 놈들이냐?"

    그때, 갑작스런 인기척에 막 잠에서 깬 정훈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자신의 앞에 있는 두 사내의 모습에 불안해하는 정훈이었고 그런 정훈의 모습을 바라보던 인학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막고 있는 사내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듯 의심가득한 눈으로 사내와 자신을 바라보는 정훈의 모습에 인학의 눈이 빛났다.

    '정훈 저 자는 앞에 있는 이 자를 모르는 것인가? 그렇다면 저자는?'

    낯선 무인의 등장에 미간을 찌푸린 인학이 앞에 있는 정훈을 바라봤다. 묘한 상황이었다. 그를 죽이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르는 당사자.

    '내가 정훈에게 자신의 편이라고 인식시킨다면?'

    "소인은 공공께서 태감의 안위를 지키라는 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암중에서 지켜봤사온데 갑자기 저 자가 나타나더니 태감의 목숨을 노렸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정훈의 처지를 알고 일부러 공공이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인학이었다. 그런 인학의 말에 정훈의 얼굴에 그나마 안도의 빛이 어렸다. 하지만 앞에 선 낯선 무인의 얼굴은 구겨졌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수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인학의 말에 정훈을 지키려던 무인이 말없이 검을 들었다. 뻔히 보이는 놈의 수작에 놀아나는 것보다 빨리 처리하고 정훈에게 해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맡은 일을 행하기 위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놈을 막아서려는 그였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인학과 정훈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검을 든 그가 환관 복장에 얼굴을 가린 인학을 향해 달려들었다. 빠르게 찔러 넣는 검에 기겁하던 인학이 비수를 꺼내들면서 그의 공격을 막아섰다.

    채앵.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뒷걸음질을 치는 인학의 표정이 구겨졌다. 생각보다 그 충격이 컸는지 검을 막아낸 손이 저려왔기 때문이다.

    '젠장,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우선 정훈을 죽여야 하나?'

    끊임없이 돌아가는 머리와 함께 눈치를 살피는 인학이었지만 상대는 그런 그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빨리 앞에 있는 자를 처리하고 자신이 맡은 임무를 드러내지 않고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낸 이상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곳에서 다투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부딪침을 줄이고 힘을 담은 일격으로 인학의 목숨을 노리는 그였지만 상대도 필사적인지 쉽지만은 않았다.

    이미 흡혈공으로 내기는 충만한 상태였지만 고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인학이었다. 손에 들린 작은 비수만으로 낯선 고수를 상대하기에는 적의 무공이 너무 고강했고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새어나가게 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소리를 줄여야 하는 것은 그도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인학이 다시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면서 그의 안을 파고들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눈앞에는 상대의 검이 위치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비수에 기를 더하며 '벽력도'의 초식을 사용했지만 상대하던 무인은 그 사실을 눈치 챘는지 급히 뒤로 물러서면서 그 공격을 피해냈다.

    '저 자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함인가?'

    자신처럼 최대한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듯한 움직임에 인학의 눈이 빛났다. 지금은 앞에 서있는 자를 제압하기도, 그렇다고 그를 피해서 따돌리는 것도 힘이 들어보였다.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달려드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한 그가 기운을 끌어올리면서 거친 공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바뀐 인학의 공격 형태와 함께 그를 막아서던 무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조심스럽던 그의 행동이 과감해지면서 오히려 힘겨움을 느끼는 자는 바로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불어 닥치는 비바람을 우선 피하자는 생각과 함께 조금씩 뒤로 물러서는 무인이었다.

    허공을 가르는 빠른 검격과 두 사람의 재빠른 몸놀림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정훈이었다. 앞선 둘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익히고 있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의 무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얼빠진 얼굴로 두 사람의 모습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는 그였다. 이내 그들을 주시하던 정훈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를 몰래 주시하고 있었다? 둘 다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은데…… 공공이 보냈다던 환관을 말 한마디로 믿을 수도 없지 않는가? 두 사람 중에 누구를 도와야 하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정훈이었지만 환관 복장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인학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보다 공공이 보냈다는 말을 내뱉은 환관 복장을 하고 있는 자가 힘든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무공이 더 약한 놈을 돕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더 좋을 것 같았다.

    '우선 대적할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 놈을 먼저 처리하고 기회를 엿봐야겠다. 저 환관 복장을 하고 있는 놈이 상대적으로 무공이 떨어지니 지친 틈에 기습을 하면 죽일 수도 있겠지. 혹시라도 저놈이 유현이 보낸 놈이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을 터.'

    힘겨워 보이는 인학의 모습에 결심을 굳힌 정훈이 천천히 침상에서 벗어나서 싸움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인학은 자신이 상대할 수도 있겠다고 여긴 정훈이었고 그런 정훈의 움직임을 눈치 챈 인학이 다급한 와중에도 그를 향해 눈빛을 보냈다.

    인학의 눈빛을 받고 그 뜻을 대충 이해한 정훈이 인학을 몰아붙이고 있는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정훈의 움직임에 검을 뒤로 휘두르는 무인이었지만 다가오는 자가 정훈이라는 사실에 급히 손을 멈춰 세웠다.

    '이런 미련한 놈이!'

    손을 뻗으며 달려드는 정훈의 행동에 미간을 찌푸린 그가 뻗어낸 손을 치우며 달려드는 그를 밀어냈다. 순식간에 방향을 잃은 팔과 함께 뒤로 밀린 정훈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침상 위로 밀려났고 그 틈을 노리고 인학이 비수를 찔러 넣었다.

    쉬이익.

    허공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물러선 무인이 비수를 뻗어내는 인학의 손을 막아냈다. 손목 위를 부여잡은 그의 행동에 당황한 인학이 빈손으로 장력을 뻗어냈지만 그것마저 낯선 고수의 검에 막혔다. 손목을 후려치고 뻗치는 검이 그의 목에 겨눠지자 공격을 실패한 인학은 그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순식간에 제압당한 인학의 이마에서 긴장한 듯 땀이 흘러내렸다. 그런 그의 목에 낯선 무인이 검을 바짝 붙이자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만 굴리는 인학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린 낯선 무인이 입을 열려는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눈치를 살피던 정훈의 양 손이 그의 옆구리에 박혀들었다.

    "크흑."

    본능적으로 박혀든 그의 옆구리에는 힘이 들어갔고 살짝 파고든 정훈의 손끝에 정작 손을 찔러 넣은 정훈이 더 놀랐다. 이전에 상대했던 것들과 달리 생채기만 내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과 함께 급히 구결을 떠올리면서 흡혈공을 끌어올리는 정훈이었고 소량이지만 피와 기운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느껴지는 고통에 낯선 무인의 몸이 주춤거렸다.

    뒤에 있는 정훈을 떼어놓기 위해서 인학의 팔을 놓는 순간 그 틈을 노린 인학이 겨눈 검을 쳐내면서 고개를 숙였다. 베인 목에서 붉은 피가 흩날렸고 안으로 파고든 그의 손이 무인의 가슴에 박혀들었다.

    파고드는 인학의 손과 함께 무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빠져나가는 피와 함께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전해지는지 부릅뜬 눈은 붉게 충혈 되었고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이것을 참아내는 것인가?'

    당연히 고통스러워야 하는 사람은 무인이었지만 인학 역시 핏발 선 눈과 도드라진 핏줄을 보이며 괴로워했다. 무인이 기운을 모아서 인학의 힘에 대항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로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그 균형을 무너뜨린 사람은 정훈이었다.

    정훈의 손끝만 파고든 상태였지만 막아선 힘이 풀리자 이전보다 더 깊게 박혀드는 손가락과 함께 흡혈공의 운기도 더욱 활발해져만 갔다.

    "끄으윽."

    어느새 낯선 무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왔고 조금씩 흡혈공에 저항하는 사내의 기운도 사그라들었다. 점점 굳어지는 얼굴과 함께 튀어나온 핏줄이 희미해져가면서 생기를 잃어갔다. 이내 쭈글쭈글해지는 피부와 함께 목내이로 변해가는 사내였고 그런 그를 바라보던 인학이 박아놓은 손을 빼냈다.

    얼마 남지 않은 피가 무인의 가슴에서 흘러나왔고 그 무인의 몸이 뒤를 향했다. 박혀진 정훈의 손을 후려치며 그를 떼어내던 그때, 돌아선 그의 가슴에 무언가가 삐죽 튀어나왔다.

    어느새 떨어진 검을 주워든 인학이 그의 가슴을 찔렀고 튀어나온 검첨을 확인한 무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대단한 놈이다. 이런 고수가 황궁에 있었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숨은 고수의 손에 하마터면 목이 떨어질 뻔했던 기억을 떠올리던 인학이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인학의 모습을 지켜보던 정훈이 붉은 피가 묻은 두 손을 닦아내며 나직이 물었다.

    "그래, 공공의 명으로 왔다고? 누구의 명을 받은 것이냐? 장인 태감이더냐? 아니면 부례감인 유 공공이더냐?…… 크윽!"

    자신의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가슴 속에 파고드는 차가운 날붙이에 고통스러워하던 정훈이 인학을 바라봤다. 언제 다가왔는지 인학이 든 검이 정훈의 가슴이 박혀 있었고 복면 속에서 비릿한 미소로 정훈을 바라보며 나직이 속삭이는 인학이었다.

    "누구의 명도 받지 않았다. 그저 네놈의 목숨이 필요했을 뿐이다. 네놈 손에 죽어간 자들을 생각한다면 그리 억울할 것도 없겠지."

    "……."

    "이번 일의 원흉이 네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얗게 질려가는 정훈의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말을 내뱉는 인학이었다. 정확히 심장을 찌른 그의 검과 함께 정훈의 몸이 늘어졌다. 그런 그를 밀어내자 침상 위로 쓰러지는 정훈의 몸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인학이 무심한 눈길로 정훈의 시체를 바라봤다. 억울한 듯 두 눈을 치켜뜬 채 죽은 정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그가 목에서 느껴지는 따끔함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면서 급히 지혈을 했다.

    '마지막에 낯선 무인을 공격한 것은 흡혈공이었다. 모든 일의 원흉이 되는 놈은 정훈 저 놈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비급 또한 정훈 저 자에게서 나온 것이 틀림없어.'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던 인학이 비급의 첫 구결을 떠올리고는 두 눈을 빛냈다.

    흡혈공으로 얻은 양기가, 송화가 익힌 무공의 음기를 죽인다. 보는 눈이 많고 시간이 촉박하여 우선 무공의 구결을 적어둔다. 첫 번째 구결은 흡혈공이고 두 번째 구결은 송화의 무공이다. ……

    '흡혈공 말고도 또 다른 무공이 있다! 송화의 무공? 송화라는 자가 누구지? 그가 익힌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 흡혈공을 익힌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무공이라는 뜻이겠지? 음기를 죽인다라…… 동남동녀를 통해서 얻은 양기로 그것을 막아낸다는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인학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무공은 없었다. 규화보전이라는 무공을 떠올릴 수 없었던 그는 이내 송화의 무공을 머릿속에서 떨쳐내면서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송화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또 다른 무공이 있다는 말이다. 정훈 이자가 가지고 있는 무공이 하나가 아니라는 뜻!'

    흡혈공을 보조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엄청난 무공이 있다는 기대감에 정훈의 방을 샅샅이 뒤지는 인학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비급을 찾아낼 수 없었다.

    '분명 뭔가가 더 있을 것인데 도대체 어디에 숨겨놓은 거지? 괜히 저 놈을 일찍 죽였나?'

    정훈의 시체를 바라보는 인학의 두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먼저 비급의 행방을 묻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는 그였지만 다시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눈이 목내이로 변한 무인을 향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인을 보며 그의 품을 뒤지는 인학이었고 곧이어 한 가지 물건을 발견한 인학의 눈이 가늘어졌다.

    '흡성대법?'

    비급이었다. 무인의 품에서 나온 것은 낡은 비급이었고 그 이름은 '흡성대법'이었다. 그 시체에서 별다른 표식도 찾을 수 없어서 쉽게 정체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비급을 손에 쥔 인학은 다시 그 비급을 그자의 가슴 속에 넣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다.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일이…… 이미 정훈을 죽인 이상 내가 드러날 가능성은 모두 제거했다. 저놈에게 뒤집어씌우고 이대로…… 벗어난다.'

    결심을 굳힌 인학이 목내이로 변한 무인의 몸을 들어 올렸다. 이내 정훈이 죽은 곳으로 그를 옮기고 서로 죽인 것처럼 꾸민 그가 조심스럽게 그곳을 벗어났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한 번 비급에 데였던 그인지라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인학이었다. 어차피 비슷한 종류의 무공이 있었기 때문에 욕심을 버렸지만 스스로의 선택이 잘한 짓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송화의 무공이라…… 그것을 찾아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어딘가에 있을 비급을 떠올리는 인학의 눈이 요사스럽게 빛났다. 그가 떠난 정훈의 처소에는 싸늘한 적막이 찾아들었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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