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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始作)
그 시각, 아삼은 송기득의 처소를 주시했다. 이미 남은 동창의 요원들이 다른 환관이나 궁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고를 습격했던 전력이 있던 자들이 바로 송기득을 위시한 그의 세력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삼은 이번에 있었던 일들의 유력한 배후로 송기득과 그를 따르는 자들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유 때문에 그들을 감시하는데 자청한 상황이었다.
송기득이라는 거물을 지켜보기 위해서 선뜻 나서는 요원들은 없었다. 그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인원을 나눠야만 했고, 아삼은 티가 나지 않도록 움직여서 그를 감시하는 틈에 낄 수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별다른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나름 만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자가 일을 벌인 상태였고 그 사실을 알지 못 했던 아삼과 몇몇 인원은 그렇게 송기득과 다른 자들의 행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마상의 처소에서 야명주가 나옴으로써 정훈은 별다른 고초 없이 투옥이 됐지만 정훈 스스로는 그 사실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창의 의심을 받게 된 마상은 고문의 정도가 심해지면서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실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에게 행해진 고문은 끔찍했고 그가 믿었던 유현마저 별다른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버틸 수는 없었다.
"야…… 야명주는 원래 제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 날 정훈의 처소에서 가져온 것은 비급과 서찰이었습니다."
"비…… 비급?"
마상의 입에서 튀어나온 '비급'이란 단어에 구영고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렇지 않아도 목내이로 변한 시체에서 나온 서찰 때문에 그들이 가장 찾고 있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비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급의 존재는 동창의 수뇌부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찾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구영고에게만 비급의 존재를 밝혀야만 했다. 실질적으로 그를 문초하고 있는 구영고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뜻밖의 단어에 놀란 그가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예. 그 비급을 사황련의 련주에게 보내서 유 공공에게 잘 보이도록 계획한 것입니다. 정훈의 공을 가로채려고 제가 그것을 가져왔고 그 계획대로 실행한 겁니다. 저는 다만 정훈의 공을 가로채서 유 공공의 인정을 받으려했을 뿐,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래, 그 비급은 어디 있느냐?"
번뜩이는 눈으로 마상을 바라보는 구영고였다. 그런 그의 눈빛을 마주한 마상이 치를 떨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에서 죄를 더 만든다면 영영 빛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절로 몸이 떨려오던 그는 필사한 비급의 존재를 숨겼다.
"그…… 그것이 이미 표국을 통해 사황련의 련주에게 보냈습니다."
"뭐라? 이미 보냈다? 도대체 언제 보낸 것이냐?"
"여기로 잡혀오기 전이니 아마 사흘이 지났을 것입니다. 사흘 전에……"
마상의 말에 구영고의 얼굴이 구겨졌다. 금방이라도 비급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벌써 그의 손에서 떠났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그 비급이 사황련으로 들어간다면…… 다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젠장, 시간이 없구나.'
무공 비급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무인들이었다. 특히 사파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단체에 그 비급이 들어간다면 다시 찾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초조해하던 구영고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옆에 있는 자들을 바라봤다.
"난 급히 보고를 하러 가야겠다. 우선 이곳은 네가 맡도록 하거라."
옆에 선 인학을 향해 구영고가 명을 내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급하게 사라지는 구영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인학이 독한 눈빛으로 마상을 바라봤다. 마상의 처소에서 갈무리한 비급이 그의 입에서 튀어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던 인학이었다.
그런 인학의 눈빛에서 뭔가를 읽은 마상이 겁에 질린 모습으로 그를 바라봤고, 그 모습을 접한 인학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이내 그들이 위치한 건물에 다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라? 사황련? 서찰에 쓰인 련주가 사황련의 련주란 말인가?"
동창제독 오건휘가 놀란 눈으로 구영고를 바라봤고 그 모습에 고개를 숙인 구영고가 바로 답을 했다.
"예. 표국을 통해 벌써 사흘 전에 사황련의 련주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구영고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금무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헌데 마상이라는 자가 정훈의 처소에서 그것을 가져왔다면 정훈이라는 자는 어찌하여 그 비급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냐? 그리고 그 비급의 내용이 무엇이라 하더냐?"
"그…… 그것이 우선은 비급의 행방이 급한 것 같아서…… 송구합니다. 곧 마상을 다시 문초해 보고 정훈이라는 자도 다시 문초하도록 하겠습니다."
구영고가 머리를 숙이며 답했지만 그런 금무정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만태산이 미간을 좁혔다.
"자네는 일의 경중을 어찌 그리 모르는가? 지금 급한 것은 그 비급이네. 비급! 사황련이라는 사파의 련주에게 그 비급이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든 그것을 찾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깟 환관 놈들이야 어차피 이 궁에 있으니 언제든 문초하면 될 일이네. 상황판단을 저리 해서야…… 쯧쯧."
혀까지 끌끌차며 금무정을 나무라는 만태산이었다. 그런 만태산의 태도에 화가 난 금무정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자네야말로 그 무슨 무식한 말인가? 비급도 비급이라지만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것도 중한 것을 어찌 모르는가?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음을 정녕 모르는 것인가? 이런 무식한 인사같으니!"
"뭐? 무…… 무식?"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이었고 그런 두 사람을 중재하며 제독인 오건휘가 나직이 말했다. 그로서는 어느 쪽의 편도 쉽게 들 수 없었다.
"그만들 하시게. 둘 다 중한 일이니 둘로 나눠서 조사를 하면 될 것이 아닌가? 한쪽은 표국을 쫓아 비급을 찾고 다른 한쪽은 궁에 남아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도록 하세."
"흠, 그럼 저는 비급을 찾아오도록 하지요. 당새아라는 절새의 고수를 잡아들인 접니다. 제 무공을 따라올 자는 없지 않겠습니까?"
금무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는 만태산이었다. 금무정보다는 무공에서 자신이 있다는 듯 한껏 거드름을 피우면서 비릿한 미소를 보이는 그였고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공을 챙겨서 같은 첩형인 금무정이 다시는 자신을 넘보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게. 자네는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것이 좋을 듯 싶네."
못마땅한 표정으로 만태산을 노려보는 금무정의 눈빛에 오건휘가 재빨리 각자 맡은 일을 정해주면서 두 사람이 부딪치지 않게 노력했다. 그러지 않으면 또 한 번 둘 사이에 치열한 힘겨루기가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채비를 마친 만태산이 시립한 동창요원들을 향해 힘차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만상표국으로 향한다."
시커먼 먼지구름을 동반한 채 갑자기 등장한 동창의 모습에 표국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듯 그들을 바라봤다. 이내 그들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말에서 내려서는 그들을 맞았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두려운 듯 쭈뼛대며 다가오는 사내의 행동에 그를 내려보던 만태산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표국의 국주를 불러오너라."
만태산의 말에 전각 안에 있던 중년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나오면서 주변을 살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만태산이 말에서 내리면서 중년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만상표국의 국주인가?
"그렇소. 본인이 이 만상표국의 국주인 만인호요. 무슨 일이시오?"
첩형인 자신을 보고도 뻣뻣하게 나오는 만인호의 태도에 인상을 찌푸린 만태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비급의 행방이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마상이라는 환관이 이 표국에 물건 하나를 맡겼다고 들었다. 그 물건이 아직 여기 있느냐?"
"그것은 왜 물어보는 게요?"
"…… 시급을 다투는 일이다. 그자가 맡긴 물건을 급히 내놔야 할 것이다."
"상당히 무례한 발언이오. 아무리 관인이라고 하나, 이렇게 다짜고짜 와서 무엇을 내놓으라는 것은 무슨 경우요? 내 비록 자그마한 표국을 운영하고 있다고는 하나……"
"황제 폐하의 엄명이시다. 감히 그 명을 거역하려는 것인가?"
"……."
황제의 명이라는 말에 만인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가 무림에 제법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하지만 표국이라는 사업을 하고 명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이상 그 이름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입을 닫는 만인호의 태도에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만태산은 그를 채근하면서 마상이 맡겼다던 것을 찾으려고 했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만인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만태산이었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상이라는 자가 보냈다던 비급과 서찰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갔던 만인호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앞에서 기다리는 만태산을 보면서 시큰둥한 말투로 답을 했다.
"안타깝게도 그 물건은 이미 떠나고 이곳에 없소."
"떠…… 떠나다니?"
"이미 다른 표물들과 함께 사황련으로 떠났단 말이오."
"사…… 사황련?"
"그렇소. 사황련이오. 그 사황련을 건드릴 수 있겠소? 어디 황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켜보리다."
만인호의 말에 만태산의 얼굴이 구겨졌다. 쉽게 끝날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가 산산이 부서졌고 앞에서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만인호의 얼굴이 거슬렸기 때문이다.
"한낱 표국의 주인의 위세가 대단하구나. 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두고 보마."
"……."
만태산의 말에 아무런 답도 못하는 만인호였다. 대신 붉어진 얼굴로 분을 참느라고 주먹을 꽉 쥔 채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시선을 무시한 만태산이 다시 함께 온 동창의 요원들에게 다가섰다.
시간 싸움이 될 것 같아서 조급해 하던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요원들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사황련에 그 표물들이 당도하기 전에 어떻게든 그들을 따라잡아야만 했다.
"지금부터 인원을 둘로 나눈다. 하나는 나를 따라 표물을 쫓고, 나머지 하나는 황궁으로 돌아가 보고를 하고 지원을 요청한다. 알겠느냐?"
고개를 숙이며 읍하는 요원들을 둘러보던 만태산의 눈이 요원들 사이에 서 있는 아삼에게 머물렀다.
'저놈은…… 정화의 사람인 그놈이구나. 그년 손에서 살아남다니…… 운이 좋은 건가? 이번 기회에 내 손으로 없애주마! 팽인학, 저 아이도 죽여야 하는데…… 우선은 아삼이라는 저놈을 처리하는 것이 좋겠구나. 방해되는 놈들부터 돌려보내야겠군.'
아삼을 바라보던 만태산이 시선을 돌려서 모여 있는 요원들을 훑어봤다. 그리고 결심이 선 듯 당두인 구영고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남은 요원들을 이끌고 황궁으로 돌아가서 이 사실을 고하도록 하거라. 나는 바로 표물을 쫓도록 하겠다."
만태산의 명에 구영고가 고개를 숙이며 읍을 했고 그런 구영고를 뒤로하고 만태산이 추린 인원을 향해 소리쳤다.
"시간이 촉박하다. 어떻게든 그들을 따라잡아야 하니 쉬지 않고 움직인다. 사황련에 당도하기 전에 반드시 그들을 잡아야 한다."
말에 올라탄 만태산이 말의 옆구리를 차며 앞서 나갔다. 그 뒤를 당두와 번역 그리고 동창 요원들이 따라 나갔고 아삼 역시 그를 뒤따라서 말을 몰았다. 비급의 행방을 쫓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여긴 아삼이었다.
자욱한 모랫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지는 그들을 바라보는 구영고의 입이 쓰디썼다. 자신 또한 저 대열에 합류해서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상명하복에 따라야 하는 입장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
"황궁으로 돌아간다."
돌아서는 구영고를 따라서 그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부러운 눈길로 인학과 전소평이 멀어져가는 만태산과 그 일행들을 바라봤다. 이내 시선을 돌린 두 사람이 몇몇의 요원들과 함께 구영고의 뒤를 따랐다. 철저하게 자신의 사람과 아삼, 그리고 별다른 뒷배가 없는 자들로 추려낸 만태산이었고 그런 만태산의 계략을 알지 못한 구영고와 남은 일행이 말머리를 황궁으로 돌리면서 멀어져 갔다.
뜨거운 콧바람을 뿜어내는 말들을 재촉하며 동창의 요원들이 빠르게 달려 나갔다. 어느새 사황련과 반나절 거리도 되지 않는 곳까지 움직이고 나서야 그들의 눈에 한 깃발이 들어왔다. 바람에 날리는 '만상'이라고 적힌 하얀 깃발로, 만상표국을 상징하는 글이었다.
"저기 있다. 서둘러라."
만태산이 동창요원들을 향해 소리치며 지친 말의 옆구리를 때렸고, 지친 말이 마지막 힘을 쏟아내며 매섭게 달려 나갔다. 거리를 좁힌 만태산이 말의 등을 박차면서 앞으로 튀어나가자 낯선 자들을 경계하는 표국의 사람들이 앞을 막아섰다.
검은 목면에 검은 휘장을 휘두른 그들의 모습에 표두인 현창석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갑작스런 동창의 등장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놀람도 잠시 이내 정신을 차린 그가 앞을 가로막은 그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 사황련으로 가는 길이 아니더냐?"
만태산의 무례한 말투에 인상을 찌푸리는 현창석이었지만 관복을 입은, 그것도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사황련에 전할 물건이 있어 그곳으로 가는 중입니다. 헌데 어찌하여 길을 막아서는 것입니까?"
"그 표물들 틈에 끼어있는 물건을 하나 찾아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물건을 찾는다니요?"
"들었던 그대로다. 우리가 찾는 물건이 그 안에 있다.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렇게 달려왔으니 관의 일에 최대한 협조를 하거라."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미는 만태산의 태도에 현창석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공손하지 못한 만태산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운송 중인 표물을 가져가려는 듯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태산의 경우 없는 행동에 현창석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뭐라? 그럴 수 없다?"
만태산이 두 눈을 부라리며 앞에 있는 사내를 노려봤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 현창석이었다.
"대관절 어떤 표국이 표행 중에 함부로 표물을 건넨답니까? 그런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행여라도 물건을 내어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우리 표국을 이용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렇게 신뢰를 져버리는 짓은 할 수 없습니다."
"지금 관에 맞서겠다는 것이냐?"
현창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만태산이 소리를 쳤지만 그런 흉흉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는 현창석이었다.
"아무리 관이라 하나 억지로 물건을 달라 하는 것은 불가하지요. 저희는 응당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정 그 물건이 필요하시다면 사황련에 도착한 이후에 그들에게 말씀해 보시지요."
"네 놈이 미쳤구나. 감히 황명을 행하는 우리에게…… 경을 치기 싫다면 어서 그 물건을 바치거라."
"불가하오. 우리는 사황련에 표물은 운송할 것이니, 그 물건을 찾고 싶다면 사황련에게 말을 하시오."
"이놈이!"
분개한 만태산이 그를 노려봤지만 그 눈빛을 당당히 받아내는 현창석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노려보는 상황이 이어졌다. 점점 흉흉해지는 두 세력이었고 어느덧 만태산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조금씩 위축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현창석이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 사이로 낯선 사내가 끼어들었다. 갑작스런 낯선 이의 등장에 만태산과 현창석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특히 그 기척을 읽지 못했던 만태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그런 만태산을 바라보던 낯선 사내가 입을 열었다.
"관인들이 이제는 산적질까지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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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