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80화 (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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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흐름

    알싸한 차향기가 가득한 전각에 들어선 아삼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 검은 관모를 쓰고 관복을 입고 있는 아삼을 바라보던 주고희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어렸다.

    "동창에 들어갔다더니 그 관복이 참 잘 어울리는구나. 그래 그곳은 어떻더냐? 지낼만하더냐?"

    주고희의 칭찬이 쑥스러운 듯 아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삼의 모습을 눈으로 훑던 주고희가 대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너라면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 꽤 오랜만이구나. 이렇게 오랜만에 마주 보니 좋구나."

    자신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주고희의 모습에 근처에 있던 지필묵을 든 아삼이 무언가를 적어내며 주고희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아삼이 내민 종이를 읽은 주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필체도 오랜만이구나. 그래, 나도 잘 지냈다. 하지만…… 사 태감이 그렇게 허망하게 간 이후에는 무고에 간 기억이 없구나. 너도 동창으로 빠져나가고 나를 반길 사람이 없어서인지 무고의 출입이 꺼려지더구나. 그래서 이렇게 무료한 날을 보내고 있다. 딱히 읽을만한 서책도 없어서 너를 부른 것이다."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는 주고희였지만 어쩐지 그 모습이 더욱 측은하게 느껴졌다. 황가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살 수 있는 주고희의 운명이 새삼 잔인하게 느껴지는 아삼이었다.

    그런 아삼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히 아삼이 써내려간 종이를 바라보는 주고희였다. 손에 들린 종이를 한참 들여다보던 주고희가 얼굴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창의 일로 바쁠 터인데 네 필체는 변하지 않았구나. 여전히 보기 좋다. 나를 위해 시를 한 수 적어 줄 수 있겠느냐?"

    주고희의 제안에 아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지필묵을 집어 든 아삼이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적당한 시를 떠올리며 일필휘지로 적어 내려갔다. 그 모습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는 주고희였다. 그리고 그런 주고희를 향해 환관 한 명이 다급히 뛰어 들어오면서 고하였다.

    "마마, 황태자 마마와 황태손 마마께서 드셨습니다."

    "혀…… 형님께서? 어서 모시거라."

    갑작스런 황태자 부자(父子)의 방문에 놀란 주고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고 곧 이어 화려한 황금빛의 용포를 입은 두 사내가 주고희의 전각 안으로 들어섰다.

    "황태자 마마,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인 일이시옵니까?"

    주고희가 황태자 주고치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고 그 뒤에 있던 아삼도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 주고희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황태자 주고치가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 그간 잘 지냈느냐? 내 그동안 정사가 바빠서 너를 찾지 못했구나."

    "아니옵니다. 마마의 은덕으로 편히 지내고 있사옵니다."

    "숙부님, 그간 찾아뵙지 못한 저의 불찰을 용서하십시오. 아버님께서 숙부님께 가신다하여 이렇게 동행하고 나섰습니다."

    황태손 주첨기가 주고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런 주첨기의 손을 따뜻이 잡으며 주고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이리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한 번씩 잊지 않고 자신을 찾아주는 황태자 주고치의 배려에 새삼 가슴이 따뜻해지는 주고희였다. 그리고 그런 주고치가 한없이 애잔한 황태자였다.

    비록 같은 배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아비의 피를 물려받은 혈육이었다. 그 어미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아무런 감투도 쓰지 못한 채 이렇게 갑갑한 황궁에서 숨을 죽여 지내야하는 아우가 한없이 불쌍할 뿐이었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자리에 앉는 세 사람이었다. 그런 세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삼을 뒤늦게 발견한 황태자가 의아한 듯 물었다.

    "헌데 저자는 동창의 요원이 아니냐?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군지 알 수 있겠느냐?"

    걱정스러운 듯이 묻는 황태자의 말에 쓰게 웃은 주고희가 아삼을 바라봤다. 이제는 동창이라는 곳에 속한 아삼이었기 때문에 쉽게 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 주고희가 이내 미소를 보이며 아삼을 바라봤다.

    "아삼이라는 아이이옵니다. 저 아이의 필체가 하도 그리워 제가 불렀사옵니다."

    "필체가 그립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아우가 청한단 말인가?"

    주고치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삼을 바라봤고 그 눈길에 황공한 듯 더욱더 고개를 숙이는 아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 아이가 시를 적고 있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아우가 그렇게 자신 있어 하는 것을 보니 필체가 남다른 것인가? 좋네. 그럼 어디 한 번 보도록 하세."

    황태자 말에 주고희가 아삼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아삼이 글을 적은 종이를 황태자에게 공손히 받쳤고 건네받은 종이를 바라본 황태자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허, 아우가 왜 그리워했는지 알겠네. 정녕 이 글을 저 아이가 적었단 말인가? 필체가 당차면서도 유려하구나."

    황태자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아삼이 건넨 종이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자못 궁금한 듯 황태손인 주첨기가 황태자를 재촉했다.

    "아버님, 소자에게도 기회를 주시지요."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주고치가 주첨기에게 종이를 건넸다. 건네받은 종이를 바라본 주첨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버님과 숙부님 말씀처럼 정말 필체가 대단하군요. 숙부님 덕분에 오늘 제 눈이 아주 즐겁습니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주고치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삼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고개를 들어라. 이런 필체를 가진 이의 얼굴은 어떤지 한번 보고 싶구나."

    황태자 주고치의 말에 아삼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황태자 신분인 주고치의 눈과 마주치자 황송하다는 듯 다시 고개를 숙이는 아삼이었다.

    "그래, 네가 적은 이 글이 누구의 글인지 아느냐?"

    주고치의 물음에 아삼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붓을 들어 무언가를 적어서 다시 황태자 주고치를 향해 내밀었다.

    "그래, 맞다. 고병의 글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문인이지. 헌데 너는 어찌 글로 적는 것이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묻는 주고치의 말에 옆에 있던 주고희가 대신 대답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저 아이는 말을 못하는 벙어리이옵니다."

    "벙어리? 허어, 벙어리라……"

    벙어리라는 말을 전해들은 황태자가 놀란 듯 아삼을 빤히 바라봤다. 어느새 연민 가득한 눈으로 아삼을 바라보던 황태자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벙어리라고 하는 저 아이가 이곳에 있는 연유를 알 것 만 같았다.

    '답답했던 게지. 저렇게 입이 무거운 아이가 유일한 말벗이 되어주는 것인가? 안타깝다. 안타까워……'

    다시 연민의 눈빛을 지운 황태자가 아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고생이 많겠구나. 얼마나 답답할꼬? 허나 이 궁에서 벙어리로 사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말을 조심해야 하는 곳이 이 궁이 아니더냐."

    "……."

    자신을 위하는 황태자의 말에 조용히 읍을 해 보이는 아삼이었다.

    "그건 그렇고 정화가 돌아왔다고 하던데 같이 만나 보겠느냐? 아무래도 아우가 제일 만나고 싶어 할 것 같은데…… 아니 그런가?"

    "하오나 제가 어찌……"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주고희였다. 그래서 대원정을 떠나서 돌아온 정화를 통해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정화가 아니었다.

    황제의 최측근인 정화를 만난다면 필히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될 것이고 쓸데없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없이 몸을 사려야하는 주고희에게는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런 주고희의 마음을 잘 아는 듯 황태자가 정화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나섰다.

    "걱정 말거라. 너는 그저 나와 황태손이 정화를 만나는 자리에 우연히 참석한 것뿐이다."

    황태자의 배려에 주고희가 감사를 표했다.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 황태자였다. 그런 아버지의 뜻을 이해한 황태손이 아삼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아삼이라 했더냐? 가서 정화 태감을 데리고 오거라."

    주첨기의 명에 읍을 하고 전각을 나선 아삼이 발걸음을 재촉해서 정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황태자 마마, 강녕하셨습니까?"

    "오호, 왔는가? 무사히 원정을 마쳤다 들었네. 축하하네."

    "송구하옵니다. 마마."

    황태자의 칭찬에 정화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그런 정화에게 자리를 권하는 황태자였다.

    "그리 예를 차릴 필요 없네. 그저 자네가 갔다 온 원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리 불렀으니 편하게 담소나 나누세."

    "……."

    "그렇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네. 정말 자네와 담소를 나누고 싶어 불렀으니 편하게 앉게. 그래 원정은 어땠는가? 여기 아우의 눈빛이 반짝이는 게 보이는가? 저리 궁금해하니 모험담 좀 들려주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주고희의 눈빛에 정화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네 사람의 수다는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계속 되었다.

    ***

    어두운 공간에 촛불 하나가 일렁거렸다. 희미하게 어둠을 밝히는 그 빛에 의지해 마주한 두 그림자가 일렁거렸고 고개를 숙여서 경청하던 커다란 그림자가 놀란 듯 고개를 들며 앞에 앉은 자를 올려봤다.

    "가짜 당새아라니요? …… 가능 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어찌 풀어가실 생각이십니까?"

    놀란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만태산을 보고 송기득이 쓰게 웃었다. 가진 바 무력은 상당하나 다른 부분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것 때문에 이런 일들을 시키는 지도 몰랐지만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어찌 풀긴…… 중년의 무림인을 잡아들여서 당새아로 둔갑시키면 되지 않겠느냐? 당장 악명이 높은 무림인을 추포하거라."

    "하오나 공공, 아무런 명분 없이 무림인들을 잡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괜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만태산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첩형이라는 자리에 올라서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명분이었다. 무릇 일을 도모하는 데에는 그 명분이 분명하며 타당해야 했다. 더욱이 동창을 부리는 일인데 허투루 한다면 자신의 목이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정화 태감을 다시 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그였다.

    이전과 달라진 만태산의 모습이었다. 시키는 것은 아무런 말도 없이 따르던 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미간을 찌푸린 송기득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퉁명스레 말했다.

    "명분이야 만들면 되지 않는가? 폐주의 잔당과 그들을 엮으면 그만인 것을! 뭘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는가? 자네는 그저 시키는 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네."

    "…… 예. 공공.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저야 시키는 일만 잘 처리하겠습니다."

    눈살을 찌푸리는 송기득의 모습에 급히 고개를 숙이는 만태산이었다. 아무리 과분한 자리에 앉아있는 그라고 하나, 위에 있는 자의 심기를 읽을 깜냥은 지니고 있었다. 못마땅해 하는 송기득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한 그가 더욱 공손하게 읍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돌아서는 만태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송기득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며칠 후, 만태산이 동창제독 오건휘의 처소를 은밀하게 찾아왔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만태산이었고 그 모습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오건휘였다.

    "그래, 자네가 내 처소에는 어인 일인가?"

    만태산과의 만남이 껄끄러운 오건휘였다. 만태산이 벌였던 일들 때문에 정화에게 호통을 들었고, 얼마 전에 벌어진 금의위와의 일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송기득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내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떨떠름한 표정을 보이는 오건휘의 모습에 속으로 욕을 내뱉던 만태산이었지만 그 속내를 감추면서 입을 열었다.

    "제독께서는 지금의 황제 폐하가 영원할 거라고 믿으십니까?"

    "다…… 닥쳐라! 어디에서 그런 망발을 늘어놓는 것이냐!"

    뜻밖의 말에 당황한 오건휘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런 오건휘의 반응을 개의치 않던 만태산은 능글맞은 얼굴로 노한 듯 보이는 그에게 말을 이어갔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요. 지금은 정화 태감께서 황제 폐하의 은덕으로 저렇게 위세가 높으나…… 그 위세 또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만태산의 의중을 알 수 없어 불안한 듯 두 눈동자를 굴리는 오건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만태산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제독께서는 정화 태감을 그렇게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동창의 수장이신 제독께서 두려워하실 까닭이 없질 않습니까? 막말로 아무런 감투도 없는 정화 태감이 아닙니까?"

    아무리 감투가 없는 정화라 하나 아직은 그 위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만태산의 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오건휘였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 언젠가는 폐하와 함께 정 공공의 힘도 다할 터. 틀린 말은 아니나…… 무슨 꿍꿍이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저 인사가 그냥 찾아오지는 않았을 터……'

    게슴츠레한 눈으로 만태산을 살피는 오건휘였다. 그런 오건휘를 향해 보자기를 풀어 헤치며 그 안에 숨겨진 작은 상자를 공손히 내미는 만태산이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송구합니다. 송 공공의 작은 성의니 받아주시지요."

    "소…… 송 공공? 장인 태감께서?"

    만태산이 내민 보자기를 풀며 상자를 열어보던 오건휘가 놀란 표정으로 만태산을 바라봤다. 작은 상자 안에 빼곡히 들어있는 금원보가 그의 눈에 가득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지운 오건휘가 상자를 다시 앞으로 밀어 놓으며 만태산의 두 눈을 직시했다.

    "이것을 나에게 주는 연유가 무엇인가?"

    "저번 폐주 잔당일도 있고 지금 우리 동창의 위세가 많이 꺾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동창의 위세를 세울 계책이 소신에게 있사온데…… 들어 보시겠습니까?"

    눈앞에 있는 금원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오건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만태산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태산의 이야기를 모두 전해들은 오건휘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생각지도 못 했던 큰 계책에 놀란 앞에 있는 만태산을 바라봤다.

    "제독께선 그저 모른 체 눈만 감아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번 일이 잘 성사된다면 동창의 위신은 물론 제독의 위신도 높아질 것입니다."

    "하…… 하지만, 후에 정화 태감께서 아시는 날에는……"

    겁에 질린 듯 말을 더듬으며 몸을 떠는 오건휘였다. 그 모습에 만태산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우유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 나약할 줄이야. 정화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렇게 떨고 있으니……'

    조용히 고개를 흔들던 만태산이 어느새 미소로 표정을 감추며 오건휘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제독, 그리 겁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화 태감께 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동창의 수장이신 제독의 위신이 서신다면 정화 태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실 겁니다. 황실을 위하는 일입니다."

    만태산의 말에 오건휘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자신에게는 손해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저 모른 체 한다면 동창의 위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입지도 높아질 것이었고 눈앞에 누런빛을 띄는 재물도 얻을 수 있는 일이었다.

    "알았네. 자네가 맡아서 해보게나."

    결심을 굳힌 오건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그 말에 만태산이 고개를 숙이며 길게 읍했다. 숙여진 만태산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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