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창-73화 (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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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투

    황궁에 도착한 아삼은 기진맥진해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이것저것 캐묻는 통에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대충 얼버무리면서 안으로 들어섰지만 이내 또 다른 사람의 방문을 받아야만 했다.

    자신의 방에 들어선 사람을 보고 급히 일어나며 예를 취하는 아삼이었다. 그런 아삼의 모습을 보면서 괜찮다고 손짓하던 사람이 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괜찮다. 그렇게 예를 차릴 필요는 없다."

    그의 말에 머리를 숙이는 아삼이었다. 이내 자리에 앉으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앉아서 그를 바라보는 아삼이었다. 아삼을 찾은 사람은 바로 정화였다.

    "소수마공에 맞았다지? 다행히 큰 변은 없었나 보구나."

    - 송구하옵니다.

    "허허. 이제 전심어서의 사용이 제법 능숙해졌구나. 어떻게 된 일이냐? 소수마공이라면 네가 쉽게 떨쳐내기는 힘들 터. 그것도 빙마후라고 불리는 마교의 계집이라면 그 수준 또한 상당했을 텐데."

    "……."

    잠깐 동안 숨을 고른 아삼은 황세웅에 의해서 몸을 숨겼다는 것과 그곳에서 운기를 하면서 기운을 떨쳐냈다는 말을 전했다. 그 사실에 정화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이어지는 아삼의 말에 수긍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사 태감의 내기가 도움이 됐사옵니다. 제가 가진 내기로는 소수마공의 음기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했는데 위급할 때, 사 태감이 전했던, 뭉쳐있던 내기가 그 음기를 막아섰고 간신히 몸을 보중할 수 있었사옵니다.

    "하아. 사마택의 내기라. 그랬지. 그때, 네 몸에 그 사람의 기운이 느껴졌지.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던 네 마음이, 결국 네 목숨을 살린 것이로구나."

    "……."

    "헌데 마교 측 인사가 너를 알고 있었더냐? 네 이름을 불렀다고 들었다."

    - 그 연유를 알지 못하옵니다. 그만한 고수가 제 공격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마지막에 제 이름을 불렀사온데…… 제 기억에는 없는 사람이옵니다. 촌에서 자란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사옵니다.

    "흐음. …… 알겠다. 내 남은 일은 알아서 처리할 터이니, 너는 정양하고 있어라. 조금 더 실력을 키워서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 예. 공공.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하하하. 되었다. 그만 쉬어라.

    방을 나서는 정화의 모습에 급히 읍을 하는 아삼이었다.

    '그 여인은 누구였을까? 나를 아는 듯한 눈치였는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은 뭐지?'

    아희의 모습을 떠올리던 아삼이었지만 쉽게 누구라고 짐작을 할 수는 없었다. 그가 알기로 자신과 연관된 사람은 없었다. 아삼이라는 아이의 몸에 들어오고 이전의 기억도 제대로 없던 터라 그 여인이 누구라고 쉽게 연관 지을 수도 없었다.

    한참을 고심하던 아삼은 이내 상념을 떨쳐내면서 자신의 몸을 관조해 나갔다. 충만했던 규화보전의 내력을 모두 소진했지만 텅 빈 단전에는 다시 음한 성질의 기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규화보전의 음기로 보이는 그 기운에 당황한 아삼이었지만 전처럼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속도로 몸집을 불리지도 않았다.

    '규화보전이라는 무공에 입문한 것인가? 이 음기들이 모두 차오르면 '송화'라는 환관처럼 내 몸도 얼어붙는 것일까?'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사실에 안색이 어두워지는 그였다. 천천히 규화보전의 구결을 떠올리며 내기를 돌리는 아삼의 얼굴은 평온했다. 이전처럼 고통이 느껴지지도 엄청난 속도로 차오르지도 않은 내기에 의아함을 느낀 그는 그렇게 자신의 기운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적막한 방 안에 잔뜩 굳은 얼굴의 사내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는 사내들을 향해 그들의 수장격인 동창의 제독 오건휘가 침묵을 깨뜨렸다.

    "이번 일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씀 좀 해 보시게. 우리가 늦게 연통을 줬다고 하여 금의위는 벌써 저리 발을 빼고 있지 않는가?"

    금의위를 견제하려는 그들의 행동이 도리어 그들의 발목을 잡게 만들었다. 건문제의 잔당을 잡아들이려는 그들의 행동은 빙마후라는 고수로 인해서 실패로 돌아갔다. 마교라는 놈들이 패주의 잔당과 관련이 됐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같이 임무를 맡은 금의위는 늦은 연통을 핑계로 모든 책임을 동창에게 전가하고 있고 동창으로서는 어떻게든 이 난관을 빠져 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 수뇌부라 할 수 있는 동창의 실세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오건휘의 물음에도 모두가 침묵을 고수하는 그때, 눈치를 살피던 만태산이 오건휘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희생양을 하나 내세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희생양이라니?"

    "황명으로 내려진 일인지라 이번 일에 발을 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허나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 책임을 질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동창요원 하나를 희생시키고 이 일을 간단히 무마시키시지요."

    비열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만태산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렇게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여겼는지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희생자를 누구로 정할 지가 문제였다. 그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첩형 직에 있는 환관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혹…… 생각해 둔 아이라도 있는 것이오?"

    "하하하. 당연히 있다마다요. 제가 그런 준비도 없이 운을 뗐겠습니까?"

    "그 아이가 누구요?"

    "……아삼이라고 하는 아이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만태산의 입에서 아삼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오건휘와 금무정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놀란 표정을 헛기침으로 감춘 오건휘가 짐짓 궁금하다는 듯 만태산을 바라봤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왜 그 아이를 택한 것인가?"

    "폐주의 잔당을 쫓으려 그 객잔에 갔을 때 마교의 여인이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뭔가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무슨 교류가 있어야 하지요."

    "……."

    "무슨 연유가 없지 않고서야 어찌 그 마교와 관련된 년이 그 요원의 이름을 알겠습니까?"

    "허나 동료들이 부르는 것을 듣고, 역으로 따라 불렀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혼선을 주기 위해서도……"

    만태산의 말에 반박을 하는 금무정이었지만 앞에서 비열한 미소를 보이는 만태산의 표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말을 막아서던 만태산이 호기라는 듯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갔다.

    "그랬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아닙니까? 아삼이라는 말단을 마교와 내통한 자로 몰아간다면 우리 동창은 최소한의 피해로 이번 일을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아삼이라는 놈을 문책해서 사전에 우리들의 계획이 탄로 났다고 하면 황제 폐하께서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 하실 겝니다."

    "흥! 우리가 살자고 어찌 같은 소속의 어린 아이를 내세울 수 있단 말입니까? 요원들을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죄를 덮어씌운다면 앞으로 그들이 어찌 우리를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 의견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금무정이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삼이 정화의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봐왔던 그 모습들은 쉽게 버리기에는 그 실력이 너무나 아까웠다. 하지만 금무정의 반대만으로 물러설 만태산도 아니었다. 이번 기회를 잘 이겨내야 금의위라는 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별다른 배경도 없고 벙어리인 그 아이를 버리는 것이 뒷말도 없을 것 같았다.

    "이보다 더 좋은 수가 있습니까? 한낱 동창요원입니다. 그 구실 또한 좋지 않습니까? 그 아이를 하나 희생해서 우리 동창이 기회를 잡고 기사회생 할 수 있다면 응당 그 아이를 희생해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하는 만탠산이었다. 마지막에 제독인 오건휘를 바라보면서 그의 의중을 물었지만 이렇다 할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오건휘였다. 그런 오건휘의 태도에 미간을 찌푸리던 금무정이 만태산의 말에 반박하며 열변을 토했다.

    "한낱 동창요원이라 하셨습니까? 그런 동창요원들을 이끌어야 할 사람 중 한명이 바로 첩형 직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헌데 우리의 잘못을 동창요원에게 전가하다니요? 첩형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부끄럽다니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무릇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작은 희생도 필요한 법입니다. 없는 일을 지어낸 것도 아니고 마교에 있던 그년이 그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이 내통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선 아삼이란 아이를 데려와서 문초를 해보면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는 만태산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금무정이 오건휘를 향해 은밀히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을 받은 오건휘의 얼굴이 미세하게 떨려왔지만 우유부단한 그는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해내려면 만태산의 계책이 필요한데…… 하필 희생해야 하는 아이가 아삼이라니. 정 공공이 직접 언급했던 아이를 희생시킬 수는 없겠지. 그렇다고 딱히 다른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것 참. 어렵구나. 어려워.'

    고심하는 오건휘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그의 성정에 어떻게라도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는 금무정의 모습에 의기양양한 그가 거의 확정을 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럼 그 아이를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런……"

    만태산의 말에 반박하려 입을 떼던 금무정이 갑자기 방안으로 들어서는 인영을 발견하고 재빨리 일어서면서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그곳에 있던 자들이 영문을 몰라서 어리둥절해 했고 이내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 공공,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갑작스런 정화의 등장에 방 안에 있는 사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서 예를 표하였다. 그런 사내들을 바라보던 정화의 시선이 떨떠름한 표정을 보이는 만태산에게 머물렀다.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이리 언성이 높아진 것이요?"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할 지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아삼이라는 아이를 희생하여 이 일을 덮자는 말이 나와서……"

    "아삼?"

    자신의 물음에 답을 하는 금무정의 말을 듣던 정화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미소로 표정을 감춘 정화가 오건휘를 향해 나직이 물었다.

    "왜 하필 그 아인가?"

    "그것이……"

    정화의 물음에 머뭇거리던 오건휘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 때, 옆에 있던 만태산이 오건휘를  대신해서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그 아이가 마교와 내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교의 여인이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른 것을 몇몇의 아이들이 들었다고 합니다."

    "고작 이름을 불렀다고 하여 내통하고 있다고 하는 것인가? 그 아이는 마교와 싸우다 크게 다쳐서 목숨이 위태로웠다 들었네. 자네 말대로 내통하고 있었다면 목숨을 내놓고 싸웠겠는가? "

    "하오나 그 아이만큼 적합한 아이가 없습니다. 그 아이를 희생양으로 내세운다면 이번에 있었던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태산의 말에 정화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주위를 둘러본 그가 그 미묘한 분위기를 읽고 그들의 의중을 짐작해냈다. 이내 피식 웃어보이던 정화가 가소롭다는 듯이 만태산을 바라봤다.

    "적합한 아이라? 그 아이가 아니라도 적합한 아이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은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 동창에서 만들어내지 못할 것은 없지. 송상호 그 아이는 어떤가? 그 마교의 여인에게 일수에 나가 떨어져서 혼절을 했다던데 내통하여 몸을 사렸다는 것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정화의 말에 만태산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커다란 눈으로 정화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드는 만태산이었다.

    "어찌 그런 일을…… 그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지 않습니까?"

    "허면 아삼이라는 아이는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 아이 또한 잘못이 없질 않는가!"

    자신을 바라보는 만태산의 눈을 본 정화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갑작스런 정화의 호통에 놀란 만태산이 뒤늦게 고개를 조아렸다.

    "송상호라는 아이는 장인 태감의 비호를 받는 아이로 혹여라도 잘못 건드리면 큰 화가 미칠 것이 두려워……"

    "장인 태감? 송기득을 말하는 것인가?"

    "…….'

    "하하하하."

    갑자기 파안대소를 터뜨리는 정화의 행동에 그곳에 있던 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내 그의 몸에서 뻗어 나오는 기운에 덜덜 떨리는 몸을 부여잡던 그들이 다급히 고개를 조아렸고 그들을 향해 정화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눈에는 송기득은 두렵고, 나는 우습다는 것이냐?"

    "……."

    "내 그동안 황궁을 떠나 있었다고 하나 이렇게 무시 받을 줄은 몰랐구나."

    "고…… 공공. 그게 아니오라…… 크윽."

    정화의 기운에 식은땀을 흘리던 만태산이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정화의 손이 그의 멱을 잡아서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나름 고수라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언제 손을 썼는지 순식간에 잡힌 멱과 그 손에 담긴 힘에 고통스러워하던 그가 애절한 눈빛으로 정화를 바라봤다.

    "닥쳐라."

    쏟아지는 정화의 안광에 하얗게 질린 만태산이 떠오른 발을 버둥거리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개의치 않던 정화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네놈들 앞에 있는 내가 누구더냐?"

    "고…… 공공. 제발, 진노를 거두시지요."

    "오건휘, 제독이라는 놈이 왜 이렇게 흔들리는 것이냐? 제대로 처신을 해야 제독이라는 감투를 계속 쓰지 않겠더냐?"

    "며…… 명심하겠습니다. 공공."

    싸늘한 정화의 말에 오건휘가 오체투지를 하듯 바짝 엎드리면서 머리를 조아렸고 그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던 정화가 손에 잡힌 만태산을 바라봤다.

    "능력도 없는 놈이 첩형에 앉은 것 까지는 그냥 지켜볼 요량이었다. 허나, 그 지위에 맞는 역량을 보여야 할 것 아니더냐? 깜냥도 되지 않는 놈이 벌써부터 그런 추잡한 짓거리를 계획하다니. 설마 송기득 그 인사를 믿는 것이더냐?"

    신랄한 정화의 말에 만태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정화의 기백에 압도당한 그는 그저 불쌍한 눈빛으로 그의 선처만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만태산을 향해 정화가 차갑게 말했다.

    "내 비록 이 궁을 오래 떠나있었다 하나, 그렇다고 눈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네놈이 그 송기득을 믿고 이렇게 나대는 것이더냐?"

    "송구…… 크윽. 송구하옵니다. 공공. 제발…… 선처를 베풀어 주시면……"

    "네가 송기득 그놈을 믿든 안 믿든 상관없다. 허나 이 궁에서 그 자리나마 오래 지키고 싶다면 눈치라도 빨라야 할 것 아니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공공."

    만태산의 대답에 그의 목을 쥐었던 손을 털어내는 정화였다. 그대로 주저앉은 만태산이 터져 나오는 기침을 참으면서 정화의 눈치를 살폈고 그곳에 모인 모든 인사가 정화의 눈치를 살폈다.

    "마지막으로 너희들이 알아둘 것이 있다."

    "하명하시지요. 공공."

    "아삼. 그 아이는 내가 지켜보고 있는 아이다. 함부로 손을 뻗는다면…… 그 목숨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

    "……."

    "알아들었더냐?"

    살기 가득한 정화의 음성에 그곳에 모인 인사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이내 정화의 시선을 느낀 그들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그의 뜻에 따랐다.

    "예. 공공. 명심하겠습니다."

    차마 정화의 눈빛을 바로 보지 못한 그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갑작스런 상황에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정화 태감의 흥미를 끄는 자가, 아삼이라는 벙어리 환관이라니.'

    새로운 사실에 경악한 그들의 등 뒤로 한 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작품 후기 ============================

    코멘트 감사합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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