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다음 날, 새별과 간식은 무사히 떠났다. 배웅을 마친 연은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집으로 올라갔다. 도저히 오늘 하루를 버틸 재간이 없었다. 며칠간 너무 무리했지. 올라가 씻은 연은 단번에 단꿈에 빠졌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잤을까, 현관문이 부서질 듯 쿵쿵대는 소리가 났다. 빚쟁이라도 쫓아온 것 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인터폰을 확인하자 태협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이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 뿌서지겠다.”
연이 어이없어 화를 내는 동시에 태협은 미친, 작게 욕을 내뱉고는 연을 한 품에 껴안았다.
“꼭 잘 때 와서 깽판이지.”
연이 언짢아 입을 삐죽였다.
“시간이 몇 시인데 벌써 자.”
“남이사.”
태협은 그녀가 힘을 쓰지 못하는 틈을 타서 밀어붙였다. 어어, 끌려가다보니 그는 이미 집 안에 입성해 있었다.
“못 산다 진짜, 예의도 모르나. 들어오라고 안 했다.”
“들어간다.”
태협은 마음대로 다 들어오고서야 몸에 힘을 풀었다. 풀려난 연이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태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씨익 웃었다.
“하여간, 지멋대로야. 지멋대로. 앉아 있어. 차 내올 테니까.”
연이 소파에 태협을 밀어 앉히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다과상을 준비하던 연이 움직임을 멈췄다.
발갛게 물든 태협의 손이 신경 쓰였다. 손날로 얼마나 쳤는지 붉고 거무스름했다. 그가 제 얼굴을 보고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푸는 모습과 안겼을 때 느꼈던 약간의 떨림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설마 태협은 제가 없어지는 걸 두려워한 걸까.
너무나 바보 같은 생각이라 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도망갈 데가 어딨다고.
연은 포트에 물을 끓였다. 먹을 것으로 과일을 내가기 위해서 냉장고를 열었다. 과일을 꺼내려다가 안쪽 끄트머리에 새별이 몰래 숨겨둔 맥주 두 캔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차는 너무 심심하다. 나이가 몇인데.
전기 포트를 끄고 맥주 두 캔과 과일을 쟁반에 올려서 내갔다. 태협은 마음대로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오늘 저녁 잠들기 전에 급하게 정리한 것을 다행이라고 할까.
연이 태협에게 다가가 목덜미에 맥주를 가져다 댔다.
“아나.”
태협이 연이 건넨 맥주 캔을 흥미로운 듯 쳐다보더니 소파에 앉았다. 조용한 집 안에 칙, 맥주 캔을 따는 소리가 연이어 났다.
둘은 캔을 맞부딪히지도 않고 소리도 없이 꼴깍꼴깍, 넘겼다. 술이 한 모금 들어가자 이 집에 태협과 단둘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캔을 꿀떡꿀떡 삼키는 목울대를 보니 긴장이 풀리면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졌다.
연이 제법 비열한 표정을 하고서 먼저 입을 뗐다.
“니 지훈이 멱살 잡았다며.”
태협이 기울인 캔의 각도를 낮추었다. 긍정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연은 어쩜 그러냐며 타박했다. 말은 안 했지만, 태협과 재회한 며칠 후 요양원에서 전화가 왔었다. 사건의 전말을 듣고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훈이가 잘 지낸다니 다행이지.
“훈이 만나고 요양원 선생님들 협박해서 내 이름이랑 주소 알아낸 거야?”
태협은 이름만, 하고 몇 모금 안 되는 걸 다 마셨다. 연이 연신 술을 넘기는 그를 가만히 보았다.
신기했다. 지훈이가 그를 기억했다는 것이.
사실, 더 신기한 건 연쇄적인 무수히 겹친 우연들이었다. 태협이 그 자리에 회사 대표로 나오지만 않았어도, 연이 지훈을 그 요양원에 등록하지 않았어도, 지훈이 지원금을 받지만 않았어도, 오늘 그와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태협이 캔을 흔들었다. 흔들릴 것도 없는지 빈 깡통은 거친 움직임에도 조용하기만 했다. 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술, 더 없어.”
“여기 술 마시러 왔겠냐.”
“그럼 뭐하러 왔는데.”
“……새별이는?”
애정이 묻어 나오는 말투에 연이 양 눈썹을 위로 까딱거렸다.
“갑자기 웬 새별? 새별이 보러 왔어?”
“잘 갔냐고.”
태협의 시선이 부자연스럽게 바닥으로 꽂혔다. 연이 조금 고민하더니 핸드폰을 들었다.
“안 그래도 아까 간식 차 받고 애들이 좋아했대. 좋다고 웃고 있는 거 선생님이 찍어서 보내 줬거든 보여 주까?”
태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선생님이 보내 준 사진을 보여 주었다. 눈망울이 태협의 것답지 않게 초롱초롱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또 알고 싶은 게 생겼다.
연이 목을 축이기 위해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알고 있지.”
앞뒤 없는 연의 질문에 태협이 핸드폰을 건넸다. 연은 핸드폰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뚫어지게 태협을 보았다.
“뭘?”
일관되게 단조로운 목소리라 괜한 걸 물었나 싶을 무렵.
“새별이가 내 아들이라는 거?”
태협이 거리낄 것이 없다는 태도로 반문했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복잡해진 연의 얼굴에서 다양한 감정이 섞였다. 예상했지만 당황스러웠다. 조금 슬프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했다.
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 알았어?”
“보자마자.”
“거짓말,”
“……며칠 후에.”
태협은 시시한 이야기에 대꾸하듯 답했다. 그런 태협의 반응이 연은 의아했다.
더 물어볼 게 없나? 그럼 왜 여섯 살이었어야 할 애 나이가 다섯 살로 찍힌 건지, 출생 신고가 잘못됐는지부터 왜 말 안 했냐, 그런 것들.
태협은 아무렇지 않은 걸까. 아니면 현실감이 떨어지나? 갑작스러워서?
연은 처음 임신 이야기를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충격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무섭고 두려워 몇 날 며칠을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태협이 콘돔을 쓰지 않고 한 게 알기로 한 번밖에 없었다. 그게 착상이 됐다는 게 불행처럼 느껴졌었다.
게다가 그때의 연은 아이를 낳을 여건이 안 되었다. 그래서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말 그대로 하늘이 노래지다 못해 죽고 싶었다.
그런데 태협은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안 놀랐나?”
“놀랐어.”
“그런데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그냥.”
퉁명스러운 말투를 하면서 손가락은 또 가만히 두지 못했다. 태협은 말을 찾지 못한 것처럼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아직 감정을 정리한 건 아닌가 보다, 연이 다른 질문을 했다.
“어떻게 알았어?
“딱 봐도 닮았으니까.”
“어딜 봐서, 내 거푸집인데.”
“우리 둘도 닮았잖아.”
태협의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연이 의아해져서 태협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거울에 보이는 제 얼굴과 조금도 닮지 않았다.
“니랑 내랑?”
태협은 이리상인데, 자신은 어딜 봐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가 그랬으면서.”
“내가 언제.”
팔뚝을 툭 건들자 태협은 그런 적 있다며 일축했다. 연이 떠올리기 위해 몸을 소파에 등을 기댔다. 애석하게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기대서 천장을 보고 있자니 또 물어보고픈 게 생겼다.
“그런데 니는 이때까지 어떻게 살았어? 집안일 같은 건 해결 잘됐고?”
연은 그의 근황이 궁금했다. 멀리서 듣기로 어디 기업의 팀장직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저 나이에 그런 직급을 가지는 게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것저것 궁금한 거투성이인데, 태협은 동문서답했다.
“……빨리 마셔.”
“왜?”
여전히 반도 마시지 못한 연이 탐탁지 않은 듯 재촉했다. 연이 눈을 찌푸리고 캔을 흔들었다. 둔탁한 흔들림이 손끝에서 진동했다.
“한참 남았다. 그리고 다 마시면 뭐?”
모른 척 묻자 태협은 연이 마시던 걸 휙 빼앗아 가더니 남은 걸 단번에 마셨다.
“니가 맨정신에는 못 하겠다며.”
“내가 은제!”
술을 빼앗긴 연은 얼굴이 빨개져서 외쳤다.
“그냥 술이 있길래 들고 온 거야. 우리가 얼라도 아니고. 술은 마실 수 있으니까.”
얼굴이 뜨끈해졌다. 더위를 먹은 것처럼, 전신에 피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말이 기네.”
“어쨌든. 니가 생각하는 거 할라고 들고 온 거 아니그등?”
당황하다 보니 사투리가 쏟아졌다. 태협이 여유롭게 웃고는 그렇지 않다고 변명하려는 입을 막았다.
“난 이러려고 왔어.”
목 뒤를 받치고 혀뿌리를 간지럽혔다.
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태협의 지난날들이 여전히 궁금했다. 연은 그것부터 알았으면 했지만, 태협이 급해 보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다음엔 물어봐야지.
연이 열기를 반기듯 고개를 비틀었다. 어쩌면 태협이 가게로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태협의 말마따나 좀 전의 시간은 지겨운 밀고 당기기일 뿐이니까.
입술과 입술이 맞부딪히며 젖은 소리가 났다. 야트막한 숨결이 닿아 솜털을 일으켰다. 연이 허벅지에서부터 허리 그리고 가슴까지 이어지는 선을 더듬었다.
입술을 떼어 낸 태협이 제 상의를 벗더니 연의 것도 올려 벗겼다. 맨몸이 드러났다. 연은 눈을 부산스레 움직여 농익은 몸을 감상했다. 태협이 얄밉게 웃었다.
“뭘 그렇게 빤히 봐.”
“지는.”
연이 얼굴을 붉혔다. 남자의 몸은 7년간 더 다듬어져 있었다. 그때보다 더 선이 굵어진 데다가 균형 잡힌 상체에는 근육들이 도드라졌다. 완전히 여물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의 몸은 얄쌍한 느낌 하나 없이 건강하고 두툼했다.
입꼬리만 올려 웃은 태협이 연을 끌어당겼다. 입을 맞추는 것으로 존재를 가득 품었다. 연은 보기에도 좋았던 어깨와 가슴 그리고 판판한 배까지 손으로 쓸어내렸다.
“하아…….”
그사이 가슴을 압박하던 브래지어가 풀리고 연은 찬 바람에 몸을 말았다. 정점이 찬 기운을 맞아 빳빳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벌써 섰네.”
아찔한 속삭임에 더운 숨을 토해 냈다. 태협의 손이 몽글몽글한 가슴을 문지르고 정점을 간지럽혔다. 귓바퀴를 축축한 혀가 핥고 지나갔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연이 어깨를 말고 몸을 떨었다. 그사이 반대 손은 짧은 고무줄 바지 안에 짚어 넣고는 팬티 위를 긁었다. 흐응, 돋아난 욕망만큼 녹작지근한 신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젖은 아래는 이미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연이 손을 움직여 태협의 바지 버클을 끌렀다.
태협이 기분 좋게 웃었다. 몸을 반쯤 일으켜 바지를 내리는 것에 도움을 주자, 순식간에 발기된 그것이 뛰쳐 올랐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커 보였다. 이런 게 내 몸 안에 들어왔었던가. 낯설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날 느꼈던 그 온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몸 안에 고양감이 쌓였다. 연은 그것을 망설임 없이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쓸어 올렸다.
그때, 어울리지 않는 웃음소리가 연의 신경을 자극했다. 태협은 웃고 있었다.
“아 뭐, 왜.”
꼭 조롱 섞인 웃음인 것 같아 연이 턱을 바짝 들고 예민하게 물었다. 그러나 태협은 계속하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계속해.”
연의 표정을 지호가 속속들이 알듯이 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얼굴엔 여유를 가장한 기대감이 일렁였다.
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본 것은 꽤 있었다.
연이 네발로 기는 것처럼 누워 이미 부푼 선단을 혀로 핥았다.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 정도로 딱딱한 페니스가 입 안에 잔뜩 차자, 조금 괴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연은 세로로 긴 막대 사탕을 핥듯이 할짝댔다. 태협이 고개를 꺾었다. 동시에 한 손으로 연이 입고 있던 바지를 우악스럽게 잡아 내리고 이슬이 비친 질구를 손가락으로 자극했다.
도톰하게 부푼 살덩이 안에 감춰진 클리토리스를 찾아낸 그가 손안에서 비비고 뭉갰다. 느린 움직임에도 쾌감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손가락이 전달해 주는 열기만으로 연의 허벅지가 비비 꼬였다. 태협의 손가락이 질구 안으로 손가락을 넣었을 때, 연은 다시금 선단을 입 안에 머금었다.
느긋했던 얼굴엔 쾌락이 몰려와 점령했다.
“미친…….”
“으음…….”
태협의 길고 잘 깎인 허벅지에 근육이 불끈 솟았다. 겨우 두어 번 더 했을까.
“그만…….”
태협이 연의 고개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 연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입술을 맞춘 태협은 연의 허리를 감쌌다.
“야동 흉내는 그만 내고.”
연을 제 위에 앉힌 그는 허리를 똑바로 세우더니 연의 가슴을 물고 통로를 손가락을 넣어 찔꺽거렸다.
“나는 넣는 걸 더 좋아하거든.”
“하으음…….”
연이 태협의 굳은 어깨를 잡고 배를 홀쭉하게 말았다. 밑이 젖어 드는 게 느껴지자 태협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태협은 한 손으로는 아랫배를 자극하고 한 손으로는 가슴을 아프게 쥐었다. 연이 젖어 들 때까지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그리고 연의 몸이 풀렸을 때 태협이 짧게 입을 맞췄다. 바로 눈이 마주쳤다. 새삼 많은 것들을 주고받은 것처럼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연이 배시시 웃었다.
“여유롭네. 나랑 다르게.”
태협이 눈썹을 까딱거리더니 선단을 맞추었다. 촉촉하게 물기가 배어 콘돔을 꼈음에도 그 느낌이 전해져 왔다.
“……으응.”
“힘 풀어.”
태협이 천천히 골반을 잡고 내렸다. 엉덩이를 최대한 벌려 제 것이 들어갈 수 있는 만큼을 확보했음에도 연의 안은 빠듯했다. 연은 끊임없이 몸 안으로 찔려 드는 남성에 거칠고 탁한 신음을 내뱉었다.
“아으흑! ……흐으.”
“후우, 힘 풀라고.”
오랜만이어서인지 벅찼다. 연은 물결처럼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였다. 받아들이려 했으나, 꽉 찬 남성은 버틸 수 없을 만큼 딱딱했다. 움직일 때마다 아랫배가 불로 지지는 것처럼 뜨거웠다.
“전보다, 더 커진, 것 같아,”
솔직한 심정이 말로 나왔다. 태협이 짧게 욕을 지껄이더니 연의 가슴을 아릴 정도로 물었다. 분홍빛으로 물든 살점은 과육처럼 달달했고 태협은 무수한 자국을 찍었다.
연은 승마하듯 태협의 배 위에서 움직였다.
“아흑!”
태협이 잔잔한 쾌락은 밀어두고 연의 움직임을 팔로 도왔다.
“으으응…… 으음…….”
태협은 미간은 더는 모일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붙었다. 물결처럼 굽이치던 허리 위로 큰 손이 부단히 움직였다. 둔부를 한 움큼 쥐어 움직임을 재촉했다. 연이 힘들었는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더, 더 하라고.”
태협은 말로는 협박하면서 볼과 입술, 쇄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가슴에 압착됐다가 공기가 스며드는 소리가 반복됐다. 귀로 듣기에도 야한 소리에 감각까지 더해졌다. 연이 참을 수 없어 “잠깐만.” 하더니 태협의 어깨에 엉겨 붙었다. 온기가 차가웠던 가슴을 데웠다.
태협이 연의 둔부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악…… 으흣! 으후우응!”
소파에 닿고 있던 무릎이 일순 떨어지더니 등 뒤로 닿았다.
바짝 달라붙은 태협이 연의 엉덩이 아래에 쿠션을 욱여넣고 그녀의 다리를 넓게 벌렸다.
“하윽!”
페니스가 안을 깊게 찔렀다. 질척하고 버거운 살덩이가 밀려들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미 물기로 젖어 있는 살과 살이 부딪혔다. 서로 몸이 붙고 떨어지며 끈적한 소리가 났다.
“아흐윽…….”
딱딱한 성기가 통로를 가르자 연이 숨을 헙, 들이마셨다. 몸이 기억한 듯 그를 받아들였지만, 숨 한 번 쉬기 힘들 정도로 깊은 쾌락이 밀려 들어왔다.
끝까지 밀고 들어간 태협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빨아 당기 듯 압박해 오는 조밀한 살성에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토해 냈다.
“다리 더 벌려, 숨 쉬고.”
숨을 몰아쉰 연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빠듯한 아래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대로 강한 압박도 만족스러웠다. 태협이 웃다가 허리 짓을 시작했다. 깊게 파고들고 길게 빼냈다. 콱 박아 내렸다가 애가 탈 정도로 천천히 빼냈다. 격렬한 몸짓 탓에 오밀조밀한 연의 가슴이 위아래로 정신없이 솟구쳤다.
“아흐윽…… 으응!”
끊어질 듯 가는 교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잔뜩 긴장해서 몸이 아플 정도로 힘이 들어갔지만, 태협에게는 자비심이 없었다.
“네가 힘을 안 풀면 내가 계속 처박을 수밖에 없어. 연아. 응?”
그가 이를 악물고는 더욱 강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질구가 뻐끔거리며 애액을 토해 냈다. 연이 적응한 후에도 그는 세차게 움직였다.
“조금만?”
“더?”
“흐으응……!”
밀려오는 쾌락에 허리는 더욱 옴폭해지고, 교성은 높아졌다. 태협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몸을 밀어 넣고 빼내기를 반복했다. 힘을 조절하지 못해 쾅쾅 치받는 바람에 연의 몸이 자꾸 위로 쏠렸다. 한 손으로 연의 어깨를 잡은 태협이 상체를 숙였다.
“흐읍……! 흡.”
뭉툭한 성기가 이곳저곳을 집요하게 찔러 대고, 상체를 숙인 태협은 숨을 쉴 수 있는 구멍마저 앗아 갔다. 입이 막힌 연이 고개를 겨우 돌려 피했지만, 쫓아와서 입술을 맞췄다. 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서야 태협이 입을 뗐다.
“하으으! 하아, 으음…….”
태협이 연의 갈비뼈를 누르다가 가슴을 아프게 쥐었다. 등허리와 갈비뼈 아래의 복근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왼손으로 연의 오른 다리를 잡고는 속도를 높였다. 연이 발을 버둥거렸다. 중심부를 치받는 강한 압박감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아흥, 제발, 협아.”
연은 금세 절정으로 향했다. 발가락은 굽어지고 아랫배가 달달 떨렸다. 머지않아 거센 감각이 휘몰아쳤다. 웅장한 파도가 몸 위를 덮친 듯 모든 감각을 쓸고 지나갔다. 이성이 깨끗이 씻겨 나간 듯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질 내만 알아서 움직여서 남성을 조였다. 아플 만큼 조이자, 태협도 파정과 동시에 연의 이름을 터트렸다.
“하아, 연아…….”
태협이 허리를 떨었다. 절정에 오른 태협을 보는 연은 쾌감에 짓눌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 좋은 따뜻함에 녹아내릴 뻔도 했다. 초점이 안 맞는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 눈을 감았다. 빠져나가는 감각이 생생했다.
오래도록 잊고 지냈으나 단 한 번의 관계만으로 예전의 모든 게 되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벌어진 살갗이 오므라들었다. 찬 기운이 스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협이 입구에 뭉툭한 것을 들이댔다. 연이 당황해서 고개를 바짝 들었다.
“벌써?”
“이제 시작인데. 새별이 올 때까지야.”
“안 돼! 나 으윽, 오픈!”
잊고 있었다. 태협은 네 번이 기본이라는 것을.
콘돔을 갈아 끼운 태협이 입구를 문지르더니 허리를 거칠게 쳐올렸다. 종아리 중간 부분이 태협의 어깨에 걸린 데다 엉덩이가 높이 있는 바람에 연은 움직일 수 없었다. 거칠게 처박을수록 연은 후희를 즐기긴커녕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 애써야 했다. 태협이 손가락을 움직여 작은 정점을 휘감았다.
“아으응! ……하지, 하지, 하으윽!”
태협은 이 모든 일이 기꺼워 제게 닿은 모든 곳에 입을 맞췄다. 연의 발가락에서 종아리, 배에서는 한참을 머물렀다. 하얗게 튼 살을 보다가 그곳에 뺨을 비볐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연이 멀거니 바라보자 그는 가슴을 지나 입술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정제된 몸짓으로 격렬히 파고들었다. 연은 모든 치부를 내보인 채 공략당하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가려움을 견딜 수 없어 몸을 꼬았다. 허리 짓이 느려졌다. 태협은 끊임없이 허리를 놀려 연이 쾌락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다.
“야, 이…….”
뭐? 하고 물은 태협이 다시 굵은 성기를 디밀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약 올린다. 연이 고양이 주먹질처럼 약하게 태협의 가슴을 두드렸다.
“야아, 으읍.”
연의 입구에서 점성질의 애액이 쏟아져 나왔다. 연이 절정에 오른 기색을 보이는데도 또 쉬이 보내 주지는 않았다. 윤활유 삼아 태협은 더 거칠게 박았다. 연이 욕을 주렁주렁 단 눈으로 칭얼댔다.
“진짜, 성격, 이상. 하응…….”
“오픈하기 전까진 버텨야지. 새벽 6시에 오픈이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쾌감에 넘어가는 연의 얼굴이 실제로 너무 오랜만이라서 더욱 잡아두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오늘 밤은 길었다. 길고 길었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제발…… 빨리 좀.”
“뭘?”
“좀, 해 도라고.”
“어떻게,”
“이 머심아야.”
연의 치기 어린 반항에 태협은 느릿하게 움직였다. 콕, 쑤시고 방향을 바꾸면서 또 콕 쑤셨다. 그리고 태협은 기분 좋은 부위를 찾아 끈질기게 비벼댔다.
“말 안 해?”
태협이 장난스럽게 두어 번 더 찧었다. 연은 전기에 관통당한 사람처럼 몸을 떨었다.
“거기!”
연이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눈을 뜨고 태협의 팔을 겨우 붙잡고 말했다.
“거기, 제발, 해 줘. 빠르게. 응?”
애절하게 비는 모습에 태협의 성기가 안에서 커졌다. 그리고 연의 허리를 들고 약을 먹은 소처럼 미친 듯이 박았다.
쿵쿵, 치받는 소리와 함께 살이 소파에 쓸렸다. 동시에 농익은 액체들이 연과 태협의 몸을 적셨다.
얼마나 움직였는지 질구 주변의 살갗이 쓰라렸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서, 연은 이대로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 바람에 착실히 응하듯, 굵은 성기가 부풀어 오른다. 태협은 사정감을 느끼고 더 야수 같은 몸짓을 반복했다.
“조금만, 후욱, 더어…….”
“흐아앗! 으으응!”
절정감이 하늘을 차올리고 연이 발끝으로 겨우 버텼다.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입은 벌어져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몸이 열을 받은 고무처럼 꼬여 쾌락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겨우 두 번 했어.”
찍, 뭔가 찢기는 공포스러운 소리가 났다. 겨우 두 번이라니. 태협은 몸을 완전히 겹쳐 눕히고 안에서 부풀리듯 약간은 부드러워진 성기를 움직였다. 그의 뜻대로 성기는 부풀어 올랐다.
연은 소파에 갇힌 채 태협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도망치고 싶어도 거대한 몸에는 틈이라는 게 없었다.
태협이 입 안을 헤집었다. 연이 반항하듯 피하자 태협의 눈이 일그러졌다.
괜히 피했다 싶을 즈음에 그는 득의양양하게 웃더니 연의 몸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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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질리도록 운동을 해서인지 몸이 몸살 난 것처럼 아팠다. 아랫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마지막 관계가 끝나자, 시간은 새벽이었다. 새벽 5시면 내려가 작업을 해야 했지만, 연은 잠에 들지 않았다.
“협아, 근데 니 진짜 새별이가 니 아들인 거 어떻게 알았어?”
자라고 배려해 줬더니. 태협이 자지 않는 연에게 하체를 들이대고 슥슥 움직였다. 틈 사이로 페니스가 비벼지는 아찔한 감각에 허벅지를 굳게 닫은 연이 태협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 마라. 쫓가내기 전에.”
태협은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주어 당겼다. 어디 해 볼 테면 해 봐. 특유의 오만한 움직임에 시원한 향취가 코끝에 밀려들자 연은 금세 무력해졌다.
“장난치지 말고. 어떻게 알았냐고.”
머리카락이라도 뽑아서 친자 확인이라도 했을까. 오만 가지 상상을 했다.
“티브이에서 본 것처럼 친자 확인했어?”
“아니.”
그런 구질구질한 짓은 하지 않았다며 태협이 눈을 부라렸다.
“그럼?”
“약 먹는 거 보고.”
“뭐? 약?”
연이 팔을 풀고 몸을 뒤집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에게 더 설명을 재촉했다.
설 것 같은데. 속으로 욕을 지껄인 태협이 연의 맨살을 길게 쓰다듬었다. 몸 전체에 온기가 돌았다.
“나도 예전에 먹었거든. 심장병.”
“먼데, 그거 유전이가.”
“어.”
“아한테 좋은 거 준다, 좋은 거 줘. 별이 자존심 센 거랑 죄다 니 닮…… 아!”
태협의 뱃가죽을 잡아 비틀었다. 태협이 복수하듯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고통받은 살점이 알싸해지자 연이 금방 백기를 들었다.
“아, 아프다. 하지 마라.”
연이 결국 항복을 외치고 팔을 가슴 앞에 모은 채로 태협을 깔고 덮쳤다. 제법 세게 눌렸지만 태협은 기어코 한 손을 빼내서 연의 몸을 쓰다듬었다. 이미 수직으로 선 그것이 배꼽 아래에서 실룩거렸다.
“징그릅다, 징그러버.”
연이 니는 안 된다, 타박을 들으면서도 태협이 연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 주었다. 아랫배에 불편한 게 닿았지만, 은근히 편해서 연은 태협의 손 위로 볼을 댔다.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다시금 궁금함이 밀려들었다. 그의 가슴 위에서 원을 그리던 연이 힘겹게 말했다.
“진짜 나한테 뭐 물어볼 거 없나. 예를 들어 왜 출생 신고가 늦었는지, 그런 거.”
“별로.”
태협의 반응을 무관심이라고 여긴 연은 입술을 삐죽였다. 물어봐 주면 어디가 덧나나.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예민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이럴 때만 무디지. 연이 들으란 듯 불평을 쏟아 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태협이 판을 깔아 줬다.
“말해 주면 들을게.”
“참 나 어이가 없어서. 선심 쓰지 마라.”
“말해 봐.”
“내가 이건 자존심 상해서 말 안 하려고했거든? ……니가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말하는 거야.”
연이 구태여 자존심을 부리자 태협은 느리게 웃었다. 귀엽기는. 연은 태협의 손위에 턱을 올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어서 조금은 어색했다.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치열해서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연이 곧 숨을 깊게 들이마셨고 어깨가 부풀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했다.
“……내가 모자라서 그런 거지 뭐.”
말투는 고분고분했으나 자책하는 내용이라 태협이 연의 등을 쓰다듬던 팔을 멈췄다.
온기가 사라지자 연이 손을 들어 그의 미간을 다림질하듯 꾹꾹 눌렀다. 입가엔 또 미소가 붙어 있었다.
“나쁜 생각 한 거 아니다.”
연이 미소를 입꼬리에 매달았다. 누구든 이렇게 살 수 있고, 또 누구든 극복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연은 나름대로 훌륭하게 극복했다고 믿었다.
“내 주민등록 번호도 올려야 하고, 애도 낳아야 하고, 직업 훈련소도 신청해야 하고. 서류 작업이 서툴러서 생년월일 다 잘못 썼다이가. 서류 올린 날이 생일이 됐다.”
연은 자책하듯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배시시 웃었다.
“바꿔야 하는데 시간도 안 나고, 새별이가 키가 또 작잖아. 그래서 여섯 살 반에서 놀림 받는 것보다 다섯 살 반에 그대로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가만히 놔뒀다. 그래도 나름 신의 한 수 아니야?”
연은 그때와 변함없이 별일이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태협이 순간 깊은 사색에 빠졌다.
저 미소는 예나 지금이나 그를 화가 나게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걱정을 모두 껴묻은 채 조롱하고 싶은 욕구만 돋아났다.
그때 연이 티가 나게 한숨 쉬었다.
“그래도 왜 키가 안 크는지 모르겠어. 니는 큰 키고 나는 그래도 평균은 하잖아. 나는 이게 열두 살 때 키거든? 에휴……. 그래도 잘 먹인다고 잘 먹이는데도 안 크네. 성장판 검사도 해 봤거든? 선생님이 원래 남자아이는 좀 늦게 큰다고 하긴 하더라. 그래도…….”
연이 걱정스러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뒤덮었다. 그 손을 떼어 낸 태협이 순식간에 연을 아래로 깔았다. 손목을 쥐어 뗀 후 똑똑히 전했다.
“커.”
“새별이, 곧 큰다고?”
태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언하는 말에 연이 눈을 반짝반짝 뜨고 물었다.
“니도 그랬어?”
“어. 나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작았어.”
“진짜?”
어, 진짜. 연이 한시름 놓았는지 과장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기분이 좋은지 웃음이 연의 입가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왜 웃냐.”
“좋아서.”
난데없는 고백에 태협의 얼굴이 발개졌다.
“별 게.”
퉁명스러운 대답에 연이 사심 없이 밝은 얼굴로 자신이 왜 좋은지를 설명했다.
“아니, 평소에 이런 고민 나눌 사람이 없었잖아. 그래도 애가 정상적으로 큰다는 소리만으로 안심되니까.”
“…….”
“예상 키는 일단 187cm더라. 저 쪼꼬미가 187cm까지 크는 거 상상이 돼? 나는 안 돼. 그런데 그까지 못 크면 어떡하지. 아빠보다는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텐, 읍.”
태협이 무릎을 굽혔다. 그러다가 연의 퉁퉁 부어오른 입술에 입을 살포시 맞추고 연을 끌어당겼다. 지금까지의 키스보다 길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집요하게 들러붙었다.
입이 떨어지자 연이 태협의 양 볼을 잡고 쭉 잡아당겼다.
“왜 이렇게 심각한데.”
“……좋아서.”
태협의 고백은 생각보다 고요하고 다정했다. 고백이 낯설어 연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좋으면 그만이지만, 새삼스러워 떨렸다.
연이 홍조가 오른 얼굴을 가렸다.
“먼데, 니. 남사시럽게.”
“이젠, 혼자 안 둬.”
어우, 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급히 몸을 굴려서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금세 붙잡혔다.
연을 단단히 붙든 태협이 귓속에 말을 짓이겨 넣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죽을 때도 같이 죽어.”
연이 몸을 굳혔다. 진지하게 말하는 그는 달콤하기보다는 무서웠다.
“미쳤어?”
“먼저 죽지도 마. 죽으면 따라 묻힐 거니까. 내가 죽으면…… 유언장에 너 묻어 달라고 쓸 거야.”
연이 힘 있게 때렸지만, 태협은 물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오래 살다가 한날한시에 죽자.”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순장보다는. 태협은 꽤 만족한 듯했다. 그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발간 꽃이 피었다. 이번에는 연이 그 꽃을 따다 물었다.
봄이라서 그런가. 그것조차 달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