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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하지도 않는군.
비센테는 샴페인으로 입술을 축이며 이벨린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갓 올라온 것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던 여자는, 이제는 평생을 사교계의 최상층에 군림한 사람처럼 모든 것이 익숙해 보였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인사를 받고, 대화를 주도했다. 긴장된 듯 발갛게 상기된 뺨이 그 나이 또래의 싱그러움을 더했다. 연신 터트리는 웃음, 당당한 태도, 우아한 어조.
“전하. 이제 오셨어요?”
방금 전까지 눈짓으로 죽어라 구해 달라는 신호를 보냈던 주제에, 이벨린은 마치 그의 존재를 이제야 눈치챈 것처럼 부드럽게 끼어들었다. 그 와중에 곁에 선 자들에게 우아한 인사를 건네는 솜씨는 하루 이틀 해 본 게 아닌 듯했다. 그녀가 희미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잠깐 좀 걷고 싶은데, 도와주시겠어요?”
“이쪽으로.”
비센테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정말로 현기증이라도 나는 것처럼 비틀거리던 이벨린이 멀쩡해진 것은 오페라 하우스의 긴 복도로 나왔을 때였다.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멀어지자마자 이벨린은 곧장 몸을 반듯하게 폈다.
“이제 됐어요. 지나치게 추근거리던 사람이 있어서.”
이벨린의 얼굴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불쾌한 감정을 그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지만,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나 손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비센테는 설핏 미간을 찡그렸다.
“네게? 누가?”
“이미 끝난 일이에요. 전하께서 돌아오기 직전에 귀신같이 떨어지더라고요.”
단추가 풀린 소매 사이로 보이는 이벨린의 손목이 세게 잡힌 흔적대로 붉었다. 이 대단한 오페라 하우스에 드나드는 대귀족 중, ‘레녹스 영애’에게 이딴 식으로 무례하게 추근거릴 호색한은 한 명뿐이었다. 베르비크의 차남. 비센테는 입속으로 욕설을 뇌까렸다.
해마다 올라오는 군의 직무 평가서에는 그가 얼마나 가문만 믿고 설치는 개차반인지에 대해 구구절절 쓰여 있었다. 주둔지의 여자들에게 체신도 없이 추근거린다는 소문과 그 이른 사이에 사생아가 벌써 셋이라는 사실도. 그 모든 것이 그에게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는 베르비크였다.
비센테는 여전히 불쾌한 듯 보이는 이벨린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고작해야 고아에 불과한 여자 하나, 그리고 베르비크. 둘 중 우선해야 하는 것은 명확했다. 같은 선상에 잠시 올려 두는 것조차 미친 생각일 정도로….
비센테는 쓴웃음을 지었다가 순식간에 지워 버렸다. 여자는 어차피 제게 무엇도 기대하지 않았을 터다. 그는 이벨린에게 춤을 신청할 때처럼 손을 내밀었다.
“손을.”
“손이요?”
이벨린이 반사적으로 그가 내민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빤히 올려다보는 시선이 말갛다. 여자는 여태 제 손목이 드러나 있는 줄도 모르는 눈치였다가, 그가 직접 단추를 하나씩 채워 주기 시작하자 뺨을 붉혔다. 그 반응이 제법 순진해 보인다고. 느긋하게 그런 생각이나 하던 찰나였다.
“…아.”
이벨린이 안타까워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거의 다 채워진 단추를 아쉬운 듯 흘긋거렸다.
“이왕 해 주실 것 안에 들어가서 해 주시지.”
“왜?”
“그 가문만 좋은 거머리를 치워 버리려고요. 아주 멀리.”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났는지 이벨린은 손목이 잡힌 채로 어깨를 살짝 떨었다.
“전하께서 저 안에서 이래 주시면, 주제를 알고 물러날 테니까….”
“날 네 방패막이로 삼겠다고?”
“제게서 가급적 떨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그랬지.”
“전하께서 자리를 비우셔서, 저런 이상한 사람이 제게 붙었고요.”
“…….”
“그러니 책임을 지셔야죠.”
저를 방패막이로 세우려는 속셈이야 우습지도 않았지만, 순간의 판단이라고 치기엔 셈이 그럴듯했다. 고작 발이나 몇 번 담가본 시골 여자애가 흉내 냈다기엔 지나쳤고, 사교계에서 닳고 닳았다기엔 나이가 어렸다.
이 기묘한 어긋남이, 그저 모두 우연일까.
비센테는 길어지려는 생각을 적당히 잘라 냈다. 그는 이벨린의 손목을 놓아주며 말했다.
“엔리케를 만났다면서.”
“네? 아, 네….”
별로 유쾌한 만남이 아니었던 모양으로 이벨린의 미간이 설핏 일그러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엔리케는 그녀에게 최악의 첫인상으로 남은 것 같았다.
비센테는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가 뭘 제안했든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 없어.”
이벨린의 눈이 곧장 휘둥그레졌다.
“제안을 받았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모르게 너를 만나려 들었는데, 무슨 제안을 했겠다는 것쯤은 읽지. 그가 아무리 엔리케 베르트란이라고 해도.”
“…….”
“곤란한 거라면 잊어버려. 넌 지금도 내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하지만… 저는 전하께 같은 이상을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를 똑바로 마주 보지도 못했던 시선이, 정확히 마주친다.
“물론 기존의 제가 미덥지 않으시리라는 것은 잘 알아요. 그래서 더 큰 신뢰를 드려야만 한다는 각오는 진작 했고….”
“엔리케의 제안을 거절하라는 건 오직 네 안전 때문이야.”
“…제 안전이요?”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여자의 고아한 눈이 한 번 더 휘둥그레졌다.
“그래, 네 안전.”
비센테는 무심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겼다. 그러자마자 곧장 후회했다.
여자는 이미 그에게 빠져 있었다. 그것도 제법 깊이, 이제는 그가 이런 짓까지 할 필요조차 없이.
그 보잘것없는 감정의 깊이만큼 여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과는 별개로, 비센테는 종종 그녀의 안전을 걱정했다. 위선적인 감정이었으나, 제법 진심으로.
처음부터 무모한 여자였다. 독을 마시고, 암살자와 단독으로 만나고, 제 목숨으로 거래를 걸었다.
그런 여자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대체 무엇까지 감수하려 할까. 가끔은 생각만으로도 버거웠다. 그가 한때 진지하게 그 감정을 의도했던 것을, 못내 자책할 정도로.
“위험한 일은 생각도 하지 마.”
그는 그녀의 귓가를 손등으로 덧그렸다. 충동처럼 귀 아래의 뺨을 살짝 눌렀다 뗐다. 하얀 피부에 불그스름하게 남았다가 사라지는 손자국이, 마치 그 스스로를 향한 조롱 같았다.
“…….”
이제는 변명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그를 바라보는 고아한 눈매가 너무 닮아서, 그리워서, 죄책감에, 가끔은 제가 미쳐서, 정말로 그녀인 것만 같아서…. 무엇도 입 밖으로 낼 만한 것은 아니었다.
비센테는 그녀에게서 애써 시선을 떨어트리며 그림처럼 웃었다.
“난 멀쩡한 네가 필요해. 적어도 아직은.”
“…….”
“엔리케가 너를 무슨 달콤한 말로 설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스트로는 네 생각보다 더 위험한 자야.”
“그건 또 어떻게….”
“전하, 곧 극이 시작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시종이, 그들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초조한 낯빛을 보아하니 한참 전부터 그들을 찾아다닌 모양이었다. 이벨린은 그제야 시간을 의식한 듯, 그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일단 극장으로 돌아가고 이 일은 나중에 이야기해요. 그리고….”
이벨린이 그의 팔에 손을 올리며 살짝 웃었다.
“엔리케의 제안은 사실 그렇게 위험한 일도 아닌걸요. 전하께서 걱정씩이나 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
“가끔은 착각하겠어요. 정말, 주제도 모르고.”
“…….”
“아, 그거 아세요?”
솔직히 드러낸 원망이, 별거 아닌 사소한 이야기였던 것처럼 이벨린이 밝게 말을 이었다.
“…무엇을.”
“안드라데 공작 부인이 접근했어요. 다음 주에 있는 살롱에 초대하겠다더군요.”
비센테는 잠시 멈칫한 적조차 없었던 것처럼 되물었다.
“그 낭독회에?”
배정된 박스석으로 향하자 시종이 공손하게 커튼을 젖혔다. 그가 이끄는 대로 마련된 의자에 앉으며 이벨린이 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이 후원하고 있는 문학가들의 낭독회인가 봐요. 레알 코르도바 출신의 지식인들도 몇 참석한다는 것 같고요.”
“잘됐네.”
“전하께서도 참석하실 거죠?”
안드라데 공작 부인의 살롱은 겉으로의 포장이야 고상했지만, 결국 속을 들여다보면 목적은 하나였다. 20년 동안 황후의 충성스러운 개였던 안드라데와 황후의 가문인 비탈리, 그 둘의 오랜 정치적 유대.
“아, 극이 시작하려나 봐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무대 위로 등장하자, 객석에서 드문드문 박수 소리가 울렸다. 이벨린은 사람들을 따라 가볍게 박수를 쳤다.
비센테는 눈매를 조금 좁힌 채 이벨린의 우아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지겨운 것도 같은 저 얼굴, 눈빛, 입매, 이런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게 보이는 몸가짐.
“가야지.”
그 소리에 묻혀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벨린은 큰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흠칫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카스트로가 너에게 본격적인 관심을 둔다는 소리니까.”
“황태자께서도… 그 자리에 오실까요?”
“그렇겠지. 굳이 제가 편한 자리로 부른 것을 보면.”
이벨린은 한동안 입을 다문 채 무대 위를 내려다보았다. 내리뜬 속눈썹이 뺨 위로 그늘을 드리웠다. 한숨으로 뭉그러진 발음이 여자의 입술 사이로 새었다.
“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견뎌?”
“…낭독회잖아요. 문학은 조금 지겨워서요.”
무슨 생각인지 모를 시선이 슬쩍 그를 향했다. 그녀가 조금 더 가깝게 상체를 기울였다.
비센테는 이벨린이 제 의자의 팔걸이에 몸을 살짝 기대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그의 팔을 붙잡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조금 떨렸다.
“이제 코라는 좀 어때요? 어제, 하인이 다녀갔다고 들었어요.”
지겹다는 듯 꺼낸 말과는 달리, 숨길 수 없는 초조함이 하얀 얼굴 위로 언뜻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여자가 드물게도 제 속내를 훤히 드러내는 순간은 이렇듯 제 동생과 관련된 것뿐이었다.
비센테는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제법 건강해. 맞춤법과 글을 다시 배우고 있다더군.”
“많이 늘었대요?”
“그렇다더군.”
이벨린은 잠시 침묵했다.
“…그 애는 공부하는 걸 늘 싫어했어요. 먹는 것도 달콤한 과일만 좋아했죠.”
“…….”
“그중 가장 좋아하는 건 졸인 사과를 듬뿍 넣은 파이였고요. 약이 싫어도 그것만 있으면 꾹 참고 먹었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이벨린의 얼굴이 조금 가까워졌다. 비센테는 무표정하게 제게로 점점 가깝게 기우는 여자의 어깨를 잡았다.
“선생님을 마음에 들어 한다던데. 네가 원하면 계절이 끝나기 전에 둘 다 에스페다로 데려올게.”
“위험한 건 아니에요?”
“위험하지.”
“…….”
“우리 앞에 위험하지 않은 길이 없어서 문제지.”
저를 붙잡은 비센테의 손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이벨린이 슬쩍 인상을 썼다. 자그마한 양손이 그의 뺨을 짚어 왔다. 체격의 차이 때문에 가까스로 매달리는 모양새였지만, 그가 거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은근한 시선이 쏟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 극장의 불이 꺼지려면 시간이 남았고, 무대 위 구경거리는 등장하지도 않았으므로, 보여 주기식으로 연인 행세를 하기엔 적당한 시점이었다.
비센테는 그제야 이벨린의 의도를 알아채고 픽 웃음을 물었다.
“키스 요구가 지나치게 잦지 않나?”
“파르디타가 잔뜩 약이 오른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재밌어서요.”
“파르디타?”
“전하의 약혼녀요. 비탈리 영애.”
비탈리라는 이름만으로도 역한 속이 치받는 것과는 별개로 당혹스러운 주제이기는 했다. 비센테는 제 어깨를 반쯤 끌어안은 이벨린을 같이 끌어안지도, 아예 밀어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내게 약혼녀가 있었나? 처음 듣는 소린데.”
“그럴 거예요. 최근 황후께서 그 영애를 전하의 약혼녀로 들이려고 꽤 노력 중이시긴 하지만 폐하께서 완강히 반대하신다나 봐요.”
그는 미간을 슬쩍 찡그렸다.
“그런 정보는 대체 어디서 들었지?”
“친해진 여자들이 조금 있거든요. 어쨌든, 비탈리 영애는 전하에게 꽤 진심이에요. 봐요, 제가 전하에게 이렇게 가깝게 접촉하면….”
은근한 이벨린의 턱짓을 따라가자, 반대편 박스석에 웬 여자가 이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그 곁에 한껏 고상한 척 미소 짓고 있는 황후까지도. 비센테는 기막힌 눈으로 제게 기댄 이벨린에게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래서 이렇게 보란 듯 제멋대로 굴고 있고?”
“난 그 영애가 솔직히 좀 얄밉거든요.”
“…얄미워?”
“음, 그냥요. 그리고… 여기서 이러면 황태자 전하께서도 아실 테고.”
이벨린은 순순한 태도로 입을 열었지만, 그녀가 가진 반감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답할 마음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이벨린이 요 며칠 저 없이 참석했던 몇 종류의 티 파티를 떠올렸다.
이벨린의 눈에 얕게 일렁이며 엿보이는 감정은 고작 며칠 만에 자리 잡을 만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해묵고, 깊은….
비센테는 심지어 이벨린이 건너다보는 방향이 비탈리 영애 쪽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차라리, 황후의 뒤에 얌전히 서 있는 시녀를 향했다면 모를까.
그러고 보니, 시녀의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했다. 그는 곧 여자의 정체를 깨달았다. 과거 엘레나의 시녀, 이멜다.
“비탈리 가문의 신문들이 저를 향해 어떤 공격을 퍼붓는지 아시잖아요. 그리고 어떤 말로 본질을 흐리고 있는지.”
어둠 속에 반절 이상 가려진 얼굴은 쉽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벨린이 비센테의 시선을 다시 제게 돌리듯, 그의 손을 붙잡고 손바닥이 위로 펼쳐지도록 돌렸다. 커프스단추를 툭, 툭 풀어내는 손길이 느긋했다. 비센테는 그 손을 별달리 저지하지도 않은 채 되물었다.
“성가시던가?”
“아뇨. 어차피 제 것도 아닌 명성과 영예인데요. 어디에 어떻게 처박히든, 제가 성가실 이유는 없죠. 게다가 사실이기도 하고요.”
“…….”
“하지만 정말 ‘레녹스 백작 영애’라면, 불쾌해할 만한 소문이니까요. 이런 ‘장난’까지 감수할 만큼.”
“…….”
“안 되나요?”
풀어낸 소매 사이로 드러난 살갗에 그녀가 입을 맞췄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눈에는 평소의 유순함이 없었다. 복도에서 그가 그녀의 소매 단추를 채운 것을, 정확히 반대로 이용한 도발이었다.
비센테는 헛웃음을 삼키며 그녀의 턱을 받쳐 올렸다.
“…….”
죽은 자를 향한 마음은 불변이고, 충동은 일시적이다.
여자는 그에게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다. 이벨린이 그에게 사소한 의미라도 갖는다면, 그것은 이 여자가 오직 엘레나와 같은 머리를 하고, 같은 드레스를 입고, 같은 화장을 하고, 같은 향유를 쓰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벨린의 귓불에 있는 작은 점을 엄지와 검지로 비틀듯 어루만졌다. 그녀에겐 없던 것, 여자에게는 있는 것.
가끔은 닿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가, 이렇듯 엘레나와는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되면 목을 죄던 감각은 서서히 사그라든다.
“아니, 그럴 리가.”
그는 이내 매끄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