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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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벨린의 죽음은 폰페라다 궁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렇게 죽을 이유가 없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최초로 그 시체를 발견한 불쌍한 하녀는 반쯤 넋이 나간 채 의미 모를 말들을 중얼거렸다.

그만큼이나 시체의 상태는 끔찍했다. 죽은 지 고작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체치고는 부패의 정도도, 시취도 심했다.

처음에는 이벨린이 죽음을 위장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번졌다. 더는 유폐를 견딜 수 없어 도망쳤고, 추격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시체를 가져다 두고 죽음을 위장했다고.

그러나 에스페다어도 능숙하지 못한 여자가 어디서 어떻게 시체를 구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저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시체를 운반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정적으로 궁의는 시체가 이벨린과 같은 크기의 손발과 체형을 가졌으며, 체모와 안구색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소문은 빠르게 타살 쪽으로 기울었다. 바로 직전에 사망했던 마리아의 죽음과 더불어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리란 추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대체 누가?

모두가 용의자였고, 모두가 용의자가 아니었다. 사용인 중 2황자의 총애를 받는 이벨린을 시기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다. 궁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며 날 선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인들 사이에 묘한 말이 돈 것은 그즈음이었다. 이벨린의 시체가 발견되기 며칠 전, 시종장이 은밀히 독약을 구했다는 소문이었다. 뒤에서 알음알음 번지던 의심은 급작스레 마른 풀에 붙은 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가 근래 이벨린에게 유독 잔인하게 굴더라는 말과 함께.

결정적으로 시종장을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하인은, 이벨린이 죽던 날 저녁 시종장을 본 적 없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기사들이 시종장의 집무실로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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