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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벨린은 제 방의 문을 열자마자 보인 비센테의 얼굴에 문을 쾅 닫았다. 혹시라도 제가 방을 착각했나? 아니면, 술은 입에 댄 적도 없지만, 냄새만 맡고도 저녁 댓바람부터 취하기라도 했나? 이벨린은 한 걸음 물러서서 제가 서 있는 복도를 살폈다.
낡은 다마스쿠스 문양 태피스트리, 제라늄 화분을 올려놓은 복도 창문, 왼쪽 아래에 찍힌 흔적이 있는 문. 몇 번을 확인해 봐도 제 방문이 맞았고, 제 방이 있는 복도가 맞았다.
그런데 그가 대체 왜 저기에 있지? 당혹스러운 감정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녀의 손으로 직접 닫았던 문이 벌컥 열렸다. 여태 문고리를 잡고 있었던 터라 이벨린은 그 힘에 이끌려 몇 걸음 앞으로 쏟아졌다.
“이벨린.”
다시 문을 닫지 못하게 방지하려는 것처럼, 비센테는 문간에 서서 손으로 문을 지탱하듯 잡았다. 안 그래도 어둑하던 복도에 그의 그림자까지 더해지자,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든 것만 같았다. 이벨린이 본능처럼 한 걸음 물러서자 그가 눈살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비센테는 기가 막힌 얼굴로 물었다.
“황족의 면전에 대고 문을 닫아?”
“소, 송구해요. 안에 계신 줄 몰라서, 그저 놀라다 보니….”
“양은, 목숨이 서너 개쯤 되나?”
그렇게 부르지 말아 주십사 요청한 뒤로 비센테는 꼬박꼬박 그녀를 이름으로 불러 왔었다. 그러니 저 경칭은 반쯤은 의도적인 심술이었다.
“…….”
하지만 달리 변명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일방적인 잘못인 것도 맞았다. 따지자면 애초에 그가 왜 제 침실에 있느냐부터 물었어야 했지만, 애초에 그녀의 침실은 한낱 하녀의 침실이라기엔 응접실까지 달린 공간이었다. 문을 열면 바로 침실이 보이지도 않았고, 심지어 그 응접실에는 티 테이블까지 멀쩡하게도 놓여 있었다.
그 모든 것에 앞서 폰페라다 궁에서 무언가의 소유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비센테뿐이었다. 이벨린은 미약하게 차오른 반항심을 억눌렀다. 비센테가 입술을 비스듬히 올리며 추궁했다.
“눈빛이 불경해.”
“…시정하겠습니다.”
“날 찾았다면서.”
이벨린은 그제야 가까스로 그를 찾았던 용건에 대해서 떠올렸다. 마리아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기 위해 근 일주일간 스스로에 대한 징벌처럼 바쁘게 살았던 것이다. 4층의 모든 벽난로의 재를 털고, 커튼을 빨고, 카펫의 먼지를 털고, 책장을 정리하고.
능숙하지도 않은 손으로….
당연하게도 오늘 역시 그랬다. 그 덕에 지금 이벨린의 상태는 빈말로라도 보기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온통 먼지투성이에, 소맷자락은 물에 젖은 채로 둘둘 걷은 채였고, 심지어 앞치마에는 커다란 얼룩까지 있었다.
오가며 마주하는 사람도 없던 터라 차림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던 탓이었다. 이벨린은 뺨을 붉히며 소맷부리를 당겨 얼룩을 가렸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의복을 정돈하고 찾아뵙겠습니다.”
옷궤야 침실에 있고, 그 사이엔 문까지 있었다. 그러니 그가 응접실에서 기다린다고 해도 하등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래 봬도 그녀는 여자고, 그는 남자였다.
“전하….”
비센테는 삐딱하게 선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걸레가 아닌 온몸으로 대리석을 닦고 다녔느냐는 말은 간신히 삼켰다. 그 재빠른 머리로 적당히 요령이나 부릴 것이지, 정말로 4층을 혼자서 다 관리할 작정이었던 모양이었다.
애초에 적당히 총애하는 하녀처럼 보이려고 내어 줬던 자리였다. 4층으로 근무지며 침실을 옮긴 것도, 이 여자를 배신자로 만들기 위한 밑 작업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이렇게 자질구레한 잡일이나 혼자서 다 도맡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적당히 해도 됐을 일을, 미련하게.”
적당히 치하했어도 될 일에 서늘한 말부터 나갔다. 오늘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슬렸다. 엘레나를 닮은 얼굴로, 저렇게 허름하고, 안쓰럽게 보일 때면…. 비센테는 간신히 손톱의 거스러미를 잡아 뜯는 이벨린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매사에 침착하던 엘레나도 저 버릇만큼은 쉽게 고치지 못했었다.
“제가 또 주제넘었을까요?”
“…….”
“무료히 있으면 생각이 지나쳐져서 한 일인데….”
“용건이나 말해. 길게 시간 내지는 못하니.”
“아.”
이벨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처럼, 그가 옆으로 비켜선 문 안으로 들어섰다. 최대한 비센테에게 닿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걸레 물에 거의 빠졌다가 나온 것 같은 냄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귓가가 조금 달아올랐다.
“죽은 하녀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죽은 하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주제인 것처럼 되물은 비센테는, 순간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듯했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 어둑한 방 안, 거기서 마주친 하녀의 얼굴을.
“자살했다던 하녀의 이름이 마리아라고 했었지. 그 여자도 네 주인이 고용한 사람이었어?”
“맞아요.”
“굳이 내게 그 이야길 꺼내는 건, 자살이 아닌 타살을 의심한단 거고.”
“그것도… 맞습니다.”
타살. 그 선득한 어감에 이벨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춥지도 않은데 어깨가 덜덜 떨렸다.
“의심 가는 자가 있어?”
“있어요. 아마도 확실할 거고요.”
“말해.”
“그 전에.”
이벨린은 긴장으로 저도 모르게 양손을 꽉 맞잡았다.
“혹시 코라는 찾으셨나요?”
그 새벽으로부터 고작 일주일…. 에스페다에서 브리타냐까지 왕복만 하기에도 빠듯하다 못해 촉박한 시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조금의 진전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이벨린의 간절한 표정에 비센테가 짤막한 웃음을 흘렸다. 그가 품속에서 밀봉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확인해 봐.”
이벨린은 떨리는 손으로 밀랍을 뜯고, 종이를 펼쳤다. 그 안에 담긴 필체는 의심의 여지 없이 코라의 것이었다.
[…에서 생활은 어때? 잘 지네고 있어? 나는 요즘 좋게 잘 지네. 의사 선샌님이 자꾸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사람들이 내가 편지를 써야 언니가 안심할 거래….]
획을 둥글게 쓰고, 매번 틀리는 맞춤법을 틀리는 것까지.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일이 진행됐지? 그에게 들킨 지 고작해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녀의 눈빛에 어린 의문을 읽은 듯 비센테가 입을 열었다.
“네게 제안할 때부터 이미 네 주변에 대한 조사는 마친 뒤였어. 동생을 인질로 잡았다는 건 금방 알겠더군.”
“아….”
“네 동생은 이틀 전쯤 안전 가옥으로 극비리에 옮겨졌어.”
막혔던 숨과 긴장이 일시에 풀렸다. 코라를 남겨 두고 온 뒤로 매일같이 이벨린을 괴롭혔던 악몽이 그제야 끝난 것이다. 휘청거리는 이벨린을 부드럽게 부축한 그가, 티 테이블의 의자를 빼 주었다.
“네가 원하면 동생을 에스페다로 데려오도록 하지. 그러면 안심이 되겠어?”
“아뇨. 일단은 그 정도면 충분해요. 코라가 무사히 지내는 게 더 중요해요.”
“…….”
“여기 있어 봐야, 저랑 같이 말려들기나 할 테니까.”
덜덜 떨던 이벨린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금방이라도 꺾일 것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그녀는 금세 중심을 잡았다. 그 순간적인 변화는 제법 인상적이었다. 비센테는 불쑥 입을 열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원래 사람을 그렇게 잘 믿고 그래?”
“네?”
“그게 조작된 편지면 어찌하려고.”
“아.”
이벨린은 그제야 부자연스러웠던 제 태도에 대해 되짚어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웃었다. 적당한 변명으로 무마하고 넘기려는 속내가 빤히 읽혔다.
“그냥….”
“…….”
“그냥 믿었어요. 전하께서 제게 주신 거니까요.”
비센테는 제가 입술을 벌리는 줄도 모른 채 입술을 벌렸다. 어디 얼마나 그럴듯한 변명을 하는지 들어나 보겠다는 생각조차 기가 막힌 나머지 잠시 잊었다. 이벨린의 변명은 기회주의자들이 흔히 읊어 대는 아부성 발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고작해야 그런 것으로는 그의 환심을 살 수 없다는 거였고, 이벨린 역시 뻔한 말들로 제 환심을 살 수 없으리라는 것쯤은 파악할 여자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정말, 저 낯 뜨거운 말을 진심으로 뱉어 냈다고.
“대체 내 무엇을 보고 그리 믿나.”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
“이제 제 용건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결연하게 낯빛을 굳힌 이벨린은 떨리는 몸을 감추려는 듯 제 팔을 꽉 잡았다.
“매번 식사 때마다 4층까지 트롤리를 밀어다 올려 주는 시종이 있어요. 그가 아마 이번 사건의 범인인 것 같아요.”
“귀부인과 연결되어 있는? 어떻게 알았지?”
“네. 맞아요. 제가… 그자에게 마리아가 배신자라고 말했어요.”
여자의 얼굴은 더 이상 창백하게 질릴 수 없을 정도로 창백했다.
“귀부인이 그자를 통해 제시한 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저번에 보셨던 그 서류를 전하의 내밀한 공간에 숨겨 두라는 지시였고, 하나는 외부와 연결되는 비밀 통로를 찾으라는 거였죠.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확실히 하라고….”
“…….”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요. 제가 연락하지 않으면, 그가 또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겠어요.”
“…그게 사실이라면, 네 침실은 옮기는 게 낫겠군.”
“제 침실을요?”
“배신자라는 낙인만으로 사람이 죽었어. 넌 그들과 직접적으로 접촉까지 했고, 지시도 따르지 않을 예정이지.”
“아.”
“네가 그들의 다음 목표가 될 수도 있어.”
이벨린은 약한 탄성을 재차 내뱉었다. 그제야 제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가까스로 깨달은 듯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것에는 관심조차 없었거나.
“두려워하지도 않는군.”
“두려워요.”
“퍽이나.”
“…….”
이벨린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가끔은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게 있다. 이벨린은 종종 제 목숨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혹은 목숨에 어떤 여분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리 자신의 죽음에 대해 초연한 현자라고 해도 저럴 수는 없다. 여자는 잠깐 말문이 막혔던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재차 입을 열었다.
“이곳은 안전하잖아요. 드나드는 문도 기사님들이 지키고 있고….”
“굳이 변명할 필요 없어. 네가 뭘 느끼든 네 소관이지.”
비센테는 여자의 말을 가로막았다. 피곤한 눈매를 꾹 누르던 손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감았다 뜬 눈에 여자의 창백한 얼굴이 곧바로 비췄다.
“…….”
보면 볼수록 누군가 일부러 심어 놓은 함정 같은 여자였다. 정확한 상황 분석과 판단, 제 몸을 사리지 않는 담대함, 사교계 사람들이 환장할 만한 적당히 예쁘장한 얼굴, 가끔씩 튀어나오는 상류층의 언어, 발음…. 하나부터 열까지 그에게 필요한 자질만을 갖춘 여자였다.
저 정도쯤 되는 여자를 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이벨린이 없어도 계획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있다면 두 배쯤은 더 효과적일 터였다. 그녀는 엘레나를 지나치게 닮았으니까. 그마저 기회라고 얄팍하게 계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끔찍했다.
엘레나를 지나치게 닮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끝내 잔혹해질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비센테는 지금의 제가 다분히 충동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계획되지 않은 행동은 늘 후회를 남긴다. 하지만 만약, 정말 만에 하나 저 여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그의 곁에 선다면.
“선택해.”
카스트로를 겨눌 가장 날카로운 검이 될 것이다.
“네?”
이벨린은 급작스레 주어진 선택에 놀란 듯 눈을 깜박였다.
“이 더러운 판에서 빠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네게 주는 거야.”
“도무지, 저는, 무슨 말씀이신지….”
“내부 자료로 위장한 서류를 줄 테니, 그 증거를 네 주인에게 가져다 바쳐. 그리고 넌 이 일에서 완전히 손 떼.”
“손을 떼다뇨….”
“브리타냐로 돌아가는 걸 말하고 있는 거야.”
당장이라도 반색할 줄 알았는데, 이벨린은 재고의 여지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선택지는요?”
“네 의지로 나를 선택해.”
“저는 이미 전하를 선택했어요.”
비센테는 재미있는 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실소했다.
“상황에 떠밀린 선택이었지.”
“이미 제 동생의 안위를 쥐고 계시지 않나요? 불필요한 의심이에요.”
“푼돈에 혈육을 팔아 치우는 자들도 많아.”
“…….”
“그러니 부디 조건을 제대로 불러 봐. 아주 비쌀수록 안심이 될 것 같거든.”
“비쌀수록….”
이벨린은 현실감 없이 되뇌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정말로 그가 무엇이든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폰페라다 궁에 유폐된 황자가 아니라, 그의 아비가 살아 있을 시절의 자신만만한 황태자로 돌아간 것처럼.
이벨린은 그제야 비센테의 모후가 시모라 백작의 외동딸이었던 것을 기억했다. 황후의 위치에서 끌어내려지다시피 한 그녀가 수도원에 종신 서원을 한 후로는, 그 막대한 시모라의 광산과 영지를 물려받을 사람이 비센테밖에 없다는 사실도.
“동생이 요양할 수 있는 장원과 겨울을 보낼 수도의 저택, 시중을 들 하인들과 주치의 정도면 어떻겠어?”
우습게도 그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약혼자인 카터였다. 비센테가 제안한 돈은 어지간한 평민들은 평생을 일해도 만져 보기 힘든 액수였다. 이 정도로 대단한 재물이 생긴다면 카터와 결혼을 할 때도 밑지고 들어가진 않을 터였다. 물론 모든 것은 ‘이벨린’이 다시 그녀의 몸에 돌아온 뒤에 결정하겠지만….
어쨌든 이만하면 몸을 마음대로 사용했던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될 것도 같았다. 몇 가지 사소한 걱정거리들을 해결한다면 말이다.
“아니면. 달리 원하는 보상이라도 있어?”
“네?”
“정말 내가 마음에 든 건 아닐 테고.”
이벨린은 잠깐 넋이 나갔던 정신을 불러들였다. 그의 얼굴에 시선을 둔 채로 정신을 놓고 있었으니 그런 오해를 할 만도 했다. 이벨린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음에 들면요. 전하를 보상으로 주시게요?”
“필요해?”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세요?”
“반쯤은. 나는 네가 제법 필요하거든.”
“…기어이 이용해 먹겠다는 말씀을 우아하게도 하시네요.”
비센테의 입술이 조금 움직이며 미소 비슷한 것을 그려 냈다. 이벨린은 무심코 달아오르는 뺨을 손등으로 누르며 말했다.
“비싼 값을 부르라고 하셨으니, 조건은 앞서 말씀해 주셨던 것 모두를 걸게요. 거기에 제 앞으로 매달 10페세타의 연금을 보장해 주세요. 마구간마다 말도 채워 주시고요.”
“그러지.”
“이제 이건 거래예요. 저는 전하께 필요한 것을 해 드리고, 전하께서는 제게 돈을 주시고요.”
“계약서가 필요한가?”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는 맹세면 충분해요.”
이벨린은 조금 주저하다가 덧붙였다.
“이제 정말로 제가 전하를 선택한 거예요.”
처음 폰페라다 궁에 들어오기로 결정한 것은 그녀의 선택이었지만, 그 뒤로는 내내 상황에 압도되어 여기까지 이끌려 왔다.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 돌아보니 이미 막다른 길이었다.
이번에도 그녀를 구한 것은 비센테였다. 그녀의 자유와 의지를 존중해 준 것도, 그였다.
“전하께선 저를 보내 주신다고 하셨죠. 아무 조건 없이요. 하지만 제가 전하의 곁에 남기로 결정했어요.”
“…….”
“누구의 강요도 없고, 누구에게도 떠밀리지 않고요.”
작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는 처음에는 불분명했다가 끝으로 갈수록 선명해졌다.
“하나 더. 이번 일이 성공하게 된다면… 제게 에스페다에서의 신분을 보장해 주세요.”
“에스페다에서의 신분? 브리타냐로 돌아가지는 않을 셈인가?”
“브리타냐는 안전하지 않아요. 일이 끝난 후에도 저와 제 동생을 지켜 줄 가문과 기사들이 필요해요.”
이벨린은 그의 턱 부근을 바라보던 시선을 곧게 들었다.
“전하께선 황제가 되실 거잖아요.”
비센테는 잠깐 얼어붙었다가 날카롭게 실소했다.
“아주 간단히 반역을 저지르는군.”
“제가 잘못 생각했나요?”
여자의 눈에 드물게 어리는 저 새파란 결기는 사람을 홀리게 만든다. 비센테는 가까스로 인정했다. 가끔은 정말 그조차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그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부디 선을 지켜, 베네딕트 양.”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과는 됐고….”
그는 턱을 괸 채로 테이블을 느릿하게 두드렸다. 생각을 정리하려는 모양인지 침묵이 제법 길었다. 얼마간의 불편한 시간이 흐른 뒤에, 그가 양손을 테이블 위에서 깍지 끼며 자세를 잡았다.
“곧 유폐가 풀리게 될 거야.”
이벨린은 눈을 부릅떴다.
“곧… 이라면.”
“길어야 2달쯤. 유폐가 풀리면 그대도 함께 수도로 갈 거야. 나는 양을 사교계에 데뷔시킬 계획이거든.”
사교계라고? 그 단어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다. 정신마저 혼곤해지는 지독한 향수 냄새와 분가루 자욱한 대기, 샹들리에의 반짝이는 불빛과 답답한 공기가 곧장 떠올랐다. 이벨린은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사교계라뇨. 저에겐 무리예요. 저는 특출한 재능도 없고, 하다못해 에스페다에서의 기반도 없는걸요. 제가 데뷔한다고 해도 귀족들이 평민인 저를 기꺼워할 리 없어요. 전하께 도움조차 안 될 거예요.”
“가문이야 조작하면 그만이지.”
그는 어렵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적당한 가문을 물색 중이야. 가문의 인장을 돈에 팔 수 있을 정도로 몰락했으면서도, 한때는 명예로웠던 이름으로.”
“…….”
“적어도 30년 전쯤, 브리타냐의 사교계에서도 밀려난 가문이면 적당하겠군. 알아볼 만한 사람이 없으면서도, 부유한 친척으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녀쯤으로 가장할 거야.”
“그 말씀은….”
“양이 더 이상 ‘베네딕트 양’이 아니게 되는 거지.”
이벨린은 조심스럽게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미 폰페라다 궁에만 해도 제 얼굴을 아는 시종들이 많아요. 제가 갑자기 상속녀라니. 그런 눈속임이 통할까요?”
“널 알아볼 만한 사람들은 모두 수도엔 발끝조차 못 붙이게 해야지.”
“‘귀부인’은요?”
“그쪽에서 네게 접근해 온다면 우리에겐 좋은 일이고.”
“…….”
“달리 걱정되는 부분이 또 있나? 널 알아볼 여지가 있는 사람이라던가.”
이벨린은 손톱의 거스러미를 잡아 뜯으며 속삭였다.
“한 명만 더요. 독을 먹고 쓰러지던 날에 기사단장이 제 얼굴을 봤어요.”
“아, 그렇지…. 그리고?”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브리타냐라면 모를까, 에스페다에서 이벨린을 알아볼 만한 사람은 더는 없을 것이다.
“이젠 없는 것 같아요.”
“좋아. 사교계에 데뷔하고 나면 유력한 살롱 몇 곳을 소개해 줄 테니까, 그곳에 자주 참석해 얼굴을 비추도록 해. 그러면 몇 주 내로 시선이 네게 쏠릴 거야.”
“어떻게 장담하세요?”
“세간은 우리가 연인이라고 착각할 테니까.”
물론 다른 자가 저렇게 말했다면 오만하거나, 과한 자신감처럼 비쳤겠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읊는 것처럼 당연하게 느껴졌다. 애써 그를 외면하고 있던 이벨린은 비로소 시선을 조금 들었다. 그러자마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깊고 서늘하게 뻗은 눈매와 곧은 콧날, 보기 좋은 입술과 턱선, 화가가 섬세한 색으로 그려 넣은 듯한 눈동자. 깎아 놓은 조각으로나 보일 법한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가끔은 무감한 그녀조차 사로잡힐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확실히… 시선은 쏠리겠네요.”
“그렇겠지.”
그는 조금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태연하게 대답했다.
“일이 잘 풀린다면 며칠 내로 황태자가 네게 관심을 보일 거야.”
황태자. 그 단어에 속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가, 순식간에 들끓었다. 수도의 사교계를 생각하자마자 어째서 바로 떠올리지 못했을까?
끔찍했던 기억들이 바로 어제인 양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이벨린은 양손을 맞잡았다.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어서 이러다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불쾌했다.
“너는 그를 유혹할 미끼가 되는 거지.”
이미 창백하게 질려 있던 이벨린의 얼굴이, 더 창백해질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얗게 질렸다. 극심한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도톰한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비센테는 그녀가 놀란 부분이 황태자인지, 아니면 유혹하라는 부분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벨린은 말라붙은 입술을 간신히 달싹였다.
“미끼라니….”
“나서서 뭘 할 필요는 없어. 알아서 그가 몸이 달아 접근해 올 테니까.”
“…….”
“적당히 친분을 쌓고 나면 그 뒤의 관계는 무슨 핑계를 대든 적당히 거절해. 네가 할 건, 황태자와 정말로 밤을 보내는 게 아니라 그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거니까.”
이벨린은 냉막한 웃음을 삼켰다. 어쩌면 이렇게나 똑같을까. 시간이 지나도, 다른 선택을 해도, 심지어 영혼이 뒤바뀌어도 그녀에게 주어진 답은 처음부터 이것밖에 없는 것처럼.
일찍부터 황태자비로 내정되고도, 아비인 카스타야 후작의 고집으로 끝내 혼례를 올리지는 못했던 시절. 그 시절 사교계에서 그녀의 위치란 적잖이 애매했다. 예비 황태자비라는 그 애매한 호칭만큼이나.
허울뿐인 약혼녀로 오랜 세월을 지내고도 그나마 입지가 남아 있었던 것은, ‘엘레나’에게 한결같았던 황태자의 태도 덕분이었다. 거의 집착에 가까운 태도 덕분에 누구도 그녀가 미래의 황후가 되리라는 것만은 의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에게 집착한다고 해서 카스트로가 여자들과 놀아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질투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도리어 더 보란 듯이 여자들을 찾아 대는 남자였다.
이벨린이 혼전 관계에 엄격하게 굴면 굴수록, 혼례가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그녀는 종종 카스트로의 응접실에서 그의 정사를 목격하기도 했다.
아예 대놓고 보란 듯이 전시하는 행위였다. 그때의 황태자는, 아래로는 누군지도 모를 여자에게 박으면서도, 눈은 징그러울 정도로 그녀를 주시했었으니까.
속이 조금씩 안 좋아지고 있었다.
카스트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혐오감이 일었다. 다시, 그의 앞에 서서 멀쩡한 척 웃는 것을 그저 가정해 본 것만으로도.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럴듯했던 계획이 처참하게 어그러지고 있었다. 비센테를 구한다는 알량한 사명감과 대의, ‘이벨린’과 ‘코라’의 미래를 위한 재물….
눈앞의 달콤한 보상에 휩쓸려, 또 한 번 멋대로 상황을 유리하게 해석한 것이다. 비센테가 카스트로처럼 저열한 수까지 쓸 리는 없다고. 잔인하거나, 비정한 사람은 아니라고.
이벨린은 부쩍 창백해진 시선으로 비센테를 마주했다.
“속이 불편해 보여.”
“조금….”
“네가 맡게 될 일이 부담스러운가?”
적당한 대답을 모르겠다. 죽음으로 자유를 갈망하던 과거. 그리하여 그녀를 살렸던 사내가, 이제는 그 구렁텅이로 그녀가 걸어 들어가기를 원한다. 이벨린은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내리떴다.
“황태자 전하와 엮일 만한 일인 줄은 몰랐어요.”
“반역을 그 입에 올려놓고는, 몰랐다고.”
“고작해야… 지금과 같은 첩자 일이나 하리라고 생각했어요.”
“…….”
“귀부인의 정체를 알아내거나, 언어를 모르는 척 궁중 하녀로 들어가거나. 그런 것들요.”
“사교계가 싫은 건가? 네 나이대 여자들은 어떻게든 데뷔하려고 기를 쓰던데.”
“전하께선 왜 황태자에게 집착하시죠?”
그의 질문을 이벨린은 다시 질문으로 막았다. 황태자를 유혹하라니. 만약 비센테가 황제가 되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방법이 어울렸다. 고작해야 황태자에게 온 사교계가 떠들썩하도록 여자를 들이미는 방식이 아니라.
“글쎄….”
비센테는 한쪽 입술만을 비틀어 웃었다. 모르긴 몰라도 쉽게 대답할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이벨린은 비센테 쪽으로 조금 더 상체를 기울였다. 속삭이는 목소리는 여전히 맥이 없었다.
“전하께서 제게 솔직하셔야 저도 전하를 믿을 수 있어요.”
“…….”
“우리가 동등한 고용 관계라는 걸 부디 기억해 주세요.”
“동등하다고?”
가만히 듣고 있던 그가 재미있다는 듯 입술을 움직였다. 눈은 조금도 웃지 않는 채로. 그건 마치 시건방 떨지 말고 네 위치나 지키라는 말처럼 들렸다. 이대로 물러나도 좋겠지만, 그러면 영원히 그에게서 진실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벨린은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제가 적극적일수록 전하께서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루시겠죠. 그걸 부디 고려해 주세요.”
“…….”
“황제가 되는 게 전하의 목표라면 보다 더 안전한 방법도 있었어요.”
“내 책사보다 대단한 여자가 하녀로 일하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그의 웃음이 조금 더 사나워졌다. 이벨린은 마른 입술을 살짝 축였다. 그가 정해 놓은 선이, 어디까지일까?
“혹시….”
“…….”
“황태자가 목표여야 할,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그녀로부터 멀어졌던 시선이 다시금 정확하게 마주 꽂혔다. 이벨린은 제가 명백한 경계를 밟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감히 시선을 돌릴 생각조차 못 했다.
등을 보이자마자 덮쳐들어 물어뜯는 맹수를 마주할 때처럼….
식었던 땀이 다시금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라도 실언했다고 사과하려는 찰나에 그가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호기심이라고 화를 내고 싶지만, 네 말에도 일리가 있어.”
“…….”
“쓰는 자의 의도를 모르면 제아무리 날카로운 칼이라고 해도 둔기가 될 테니.”
팽팽하던 긴장이 그가 입을 열면서 다소 누그러졌다.
“그래. 무슨 말로 꾸민들 목적은 하나야. 개인적인 복수지. 나는 카스트로와 그 아비의 이름이 제국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것이 되기를 바란다.”
“…….”
“그들은 수치를 모른다. 애초부터 제 것이 아닌 것을 제 것인 양 빼앗고, 누리고, 끝내 돌이킬 수조차 없이 망가트렸지. 나는 그들을 혐오하다 못해 증오해. 나 스스로를 증오하는 만큼이나.”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우아하고도 매끄럽게 들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벨린, 네가 필요한 거고.”
“…….”
“네가 감수해야 할 위험은 내가 헤아릴 수조차 없지. 네가 간절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야. 네가 있다면 많은 일이 쉽게 흘러갈 테니까.”
드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의자가 밀렸다. 테이블을 지탱하고 일어선 그가, 상체를 기울이며 반대쪽 손을 그녀를 향해 뻗었다. 힘줄이 툭 불거지는 커다란 손이 그녀의 턱을 붙잡아 올렸다.
“너는 사교계를, 카스트로를 사로잡을 거야. 그 뜻은….”
“제가 황태자 전하의 침실로 끌려갈 수 있는 위치에 놓인다는 거고요.”
“그렇지….”
비센테는 부정하지 않고 웃었다. 황태자가 요구하는 관계를 거절하라는 말은 애초부터 그녀를 달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했다. 그녀가 뒤집어쓸 신분은 고작해야 왕국의 귀족.
아무리 막대한 부를 상속받는 입장이라고 해도 제국의 황태자를 거절할 신분으로는 가당치도 않았다. 브리타냐의 왕녀라고 해도 에스페다의 황태자와 비교하자면 무게부터 다른 것을.
하지만 놀라서 내려앉았던 심장은 다시 빠르게 뛰었다. 복수. 고작해야 그 가능성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했던 감정들이, 고개 숙인 채 인내했던 세월이, 황제와 그 아들의 권력에 무참하게도 짓밟혔던 어린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카스트로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역사에 영원한 승리자로 기록되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뿐 아니라, 아주 비천한 것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이벨린은 다시금 냉정을 되찾았다.
“황태자 전하의 시선만 가리면 되는 건가요?”
“가능하다면.”
“그렇다면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말해.”
“사교계에 있는 동안만큼은 제 곁에서 떨어지지 말아 주세요. 저는 죽어도, 황태자 전하의 침실로는 끌려가고 싶지 않아요.”
그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짤막하게 웃었다. 시선을 피하지 못하도록 턱을 붙잡았던 손이 그제야 떨어졌다.
“눈빛이 좋아졌군.”
“…….”
“덜덜 떨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건 연기였나?”
“아뇨.”
“그러면.”
“전하께서 말씀하셨던 그 복수.”
복수. 직접적으로 발음한 그 단어가 주는 울림이 매혹적이었다. 이벨린은 그 감각을 한껏 느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복수에 흥미가 생겼을 뿐이에요.”
비센테의 시선이 조금 더 오묘하게 가라앉았다. 그녀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것 같기도 했고, 그저 재미있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뭐가 됐든 이 대화를 인상적으로 느끼는 것만은 확실했다.
“네 동기가 뭐든 상관없어. 해야 할 일만 잘 해낸다면.”
“만족스러우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래야지.”
그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내일부터는 굳이 4층에만 갇혀 있을 필요는 없어. 아니, 오히려 하녀들에게 모습을 보이는 편이 좋겠군. ‘이벨린 베네딕트’가 죽은 것으로 위장하려면 목격자가 많은 편이 좋겠지.”
“제가… 죽어야 하나요?”
“그래야 여러모로 신분을 조작하기에 편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브리타냐의 상속녀를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테니까. 뒤라도 캐면 곤란하지.”
“그러면.”
“내 유폐가 풀리기 열흘 전쯤,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궁을 빠져나가. 단테와 루카스가 그 일을 도울 거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차 시중이라도 다시 드는 편이 좋겠군.”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게요.”
“눈속임일 뿐이니 적당히 구색만 맞춰.”
말을 마친 그가 우아하게도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벨린이 얼떨결에 같이 일어서자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도로 의자에 주저앉히는 힘은 조금도 억세지 않았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일찍 응접실로 건너오도록 해.”
“내일요?”
“그래. 내일.”
당혹스럽게 올려다보자 사내의 얼굴에 매끄럽게도 걸려 있던 미소가 짙어졌다.
“당분간은 쉴 틈도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