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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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귀부인이 심으라던 증거가 집무실에서 발각된다면, 비센테는 반역죄를 뒤집어쓰게 된다.

    그리고 둘. 만약 그 전에 비센테가 독을 마시고 쓰러진다면, 모든 시선은 이벨린에게 쏠릴 것이다.

    눈엣가시 같던 계집도 치워 버리고, 비센테에게는 주변을 경계하라는 신호를 동시에 주는 셈이었다.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제법 영리한 결론이었다. 거기에 얽혀 있는 게 코라의 목숨만 아니라면.

    [이벨린. 안 올라가?]

    누군가의 부드러운 재촉에 이벨린은 가까스로 시계를 확인했다. 곧 1시였다. 지금쯤 차를 준비해야 제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태연하게 행동하려고 했지만, 손이 사정없이 떨렸다. 수상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던 하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괜찮아? 안색이 아주 창백해.]

    [괜찮아.]

    [찻잎은?]

    […여기. 준비해 뒀어.]

    이벨린은 마리아에게서 받은 납작한 상자를 쟁반 위에 올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날 선 시선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붙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마리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리아가 준비한 독초는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인 찻잎처럼 보였다. 간혹 박혀 있는 하얀 점들만 제외하면, 저 천연덕스러운 외형 때문에 귀족들 사이에서는 선호되는 독이었다.

    찻잎과 섞으면 무색무취인 데다가, 세심한 눈을 지닌 사람이 아니면 알아차리기 힘들었으니까.

    문제는, 황족들은 모두 이 독에 내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마리아가 알고서 이 독을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알고서 골랐겠지.’

    비센테는 안전하면서도, 독특한 맛 때문에 독을 탄 건 알 수 있을 테니까.

    발뺌할 여지가 있기나 할까….

    마리아의 말에 따르던, 따르지 않던 귀부인의 의심은 이벨린에게 쏟아질 터였다. 증거를 심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비센테는, 저를 죽이려고 든 하녀를 두 번 다시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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