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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벨린!”
깜박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불편하게 잠들었던 책상에서 일어났다. 꿈이 워낙 생생했던 터라, 순간 제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조차 놓쳤다. 느릿하게 깜박이는 눈에 곧 상이 맺혔다.
작은 창문과 좁은 방, 침대, 낡은 가죽 가방. 무엇보다 코끝에 감도는 폰페라다 궁의 냉기.
“…….”
무심코 손을 내려다보니 꿈속의 것과는 달리 성인의 길쭉한 손가락이 보였다. 이벨린은 피로한 눈가를 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군가 문을 부술 지경으로 두들기고 있었다. 열린 문을 열자 못마땅한 얼굴의 마리아가 고개를 불쑥 들이밀었다.
“시종장께서 부르셔.”
[잠시만….]
“같잖은 수작 말고 빨리 따라와. 급한 일인 것 같으니까. 너 때문에 내가 혼나기라도 하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사납게 쏘아붙인 마리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평소라면 화가 났을 텐데도 현실감이 없어 멍했다. 어쩌면 아직도 꿈을 꾸는 기분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체 힐다가 말한 건 뭐였을까?’
꿈속에서 들었던 말이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았다. 어떻게 그것을 여태 잊고 있었을까? 그리고 힐다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마치 그녀가 죽고, 이벨린의 몸에서 깨어날 거라는 것을 미리 내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이 수군거리던 것처럼 힐다가 정말 마녀였던 걸까? 아니, 어쩌면 너무 간절한 나머지 환각을 보거나 착각으로 기억해 낸 것일지도 몰랐다.
‘정말로 만에 하나 힐다가 정말로 무언가를 알고 그런 말을 했던 거라면….’
이벨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힐다를 찾아야만 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아주 은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