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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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여기에서 지내면 돼요.”

이벨린은 방 안을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침대와 옷궤, 책상과 의자가 빠듯하게 배치된 방은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가구들은 낡았고, 벽 쪽으로는 겨우 구색 맞추듯 뚫린 작은 창문이 있었다. 행운이라면 방이 좁아 다른 하녀와 공간을 공유할 필요조차 없다는 점이었다. 무심코 떠올린 단어에 이벨린은 자조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어도 행운이라고 느끼는 것이 있다니.

“좋죠?”

마리아의 채근에 이벨린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네요.”

“아무래도 다른 방들은 2인 1조로 머물다 보니. 좀 좁긴 해도 생활하기엔 이쪽이 편할 거예요.”

마리아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같은 배를 탄 동료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처음과는 비할 수 없는 호의가 깃든 미소였다.

“그럼 이제 쉬어요. 내일 오전에 옷을 가져다주러 올게요.”

종소리가 들리자 마리아는 서둘러 방문을 닫고 사라졌다. 혼자 남게 되자 며칠간의 여행으로 고단한 몸이 통증을 호소했다. 짐 가방을 정리해야 한다는 건 머리로만 이해했고, 몸은 휴식을 갈구했다. 잠시 고민하던 이벨린은 지친 몸을 침대에 묻었다. 때마침, 창문 밖으로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폰페라다 성의 황량함이 눈에 밟히면 밟힐수록 죄책감에 위가 조여든다. 무작정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 잘한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2황자가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런 식으로,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가둬진 채, 언제고 목숨이 달아날 수 있는 처지에 놓이는 게 아니라.

이벨린은 지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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