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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세요, 아가씨-47화 (4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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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침이라고 부를 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창문 밖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기는 했으나 정확히는 새벽이었다.

알베르트는 분명 아침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성기사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도 아침부터이니,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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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를 먼저 지하 감옥에서 꺼낼지 단검을 먼저 챙길지 고민하다가 단검을 먼저 챙기러 갔다. 적어도 검이 있으면 성기사를 만났을 때 배 정도는 찔러 줄 수 있겠지.

기도실 옆에는 방이 하나 있었다. 방의 용도를 알리는 표지판은 신어로 적혀 있었기 때문에 읽을 수는 없었으나 아마 봉인실 그 비슷한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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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교황이 봉인을 풀어 준 건지, 평소에는 열리지 않던 문이 살짝만 밀어도 쉽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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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살피고 조심히 봉인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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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실 안에는 기분 나쁜 물건들이 가득했다. 내게는 성력이 없는지라 정확히 그 기운을 감지할 수는 없었지만, 하여튼 기분이 더러운 것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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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봉인실의 중앙에 있는 것은 몽마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그 검이었다. 나는 천천히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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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교황이 이 방을 봉인하기 전에 봉인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지하 감옥을 향해 최대한 빨리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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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 하고 걸음을 내딛는 소리가 지하 감옥에 울려 퍼졌다. 지하 감옥에 들어가자마자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노아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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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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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삭이며 바닥에서 작은 돌을 주워 그에게 던졌다. 돌은 노아의 머리에 맞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곧 노아가 사과를 먹고 깨어난 공주님처럼 가련하게 눈을 떴다. 몸이 아프기라도 한 건지, 푸른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렸다. 조금 흔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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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이리 와.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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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왼쪽으로 돌렸다가 창살이 열리지 않길래 다시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제야 창살이 열렸다. 오른쪽이 정답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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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금세 상황 파악을 마쳤는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그가 나올 수 있도록 창살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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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낡은 지하 감옥을 너무 과대평가한 탓일까. 기름칠을 하지 않은 창살은 마치 사람이 울부짖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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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에 다른 죄수들이 잠에서 깨어나 무슨 일인지 이쪽을 살폈다. 그리고 그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서로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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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뭐야 저것들은.”

“도망치려나 본데.”

“거기 성기사들 없어?! 저것들이 도망치는데 보고만 있을 거야?!”

그들은 그렇게 소리를 꽥꽥 지르고는 우리의 탈출을 훼방 놓은 것이 마음에 든다는 듯 자기들끼리 낄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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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들! 이리 와 보라니까!”

“저것들이 지금 탈출을,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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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목을 부여잡고 켁켁대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그들의 목을 조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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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그들은 더 이상 성기사 타령을 하며 울부짖을 수 없게 됐다. 나는 노아의 손을 잡아당기며 지하 감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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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죄수들이 컥컥거린 것이 이상해 단검을 내려다봤으나 단검에 박힌 자색 보석이 더 밝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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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탈출하느냐가 문제였다. 신전 주변은 전부 성기사들이 지키고 있을 텐데.

홀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더니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노아가 내 마음을 꿰뚫어 봤는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성기사들이 없는 곳으로 가기만 하면…… 몇 정도는 내가 처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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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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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노아는 키만 나무처럼 크고 조금 건장해 보일 뿐, 코르넬이나 알베르트처럼 힘이 센 것 같지는 않았다. 얘가 성기사들을 상대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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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냥 한 번만 믿는 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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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는 꼴이 영 못 미덥기는 했으나 지금은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신전의 창문을 열고 후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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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후문으로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기 때문에 보초를 서는 성기사들의 수도 적었다.

“이제 어떻게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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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대답하는 대신 내 손을 잡고 당당하게 후문을 통과했다. 물론 성기사들이 우리를 보내 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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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자식 그놈 아니야?!”

“뭐야. 어떻게 나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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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나도 있는데 성기사들은 노아만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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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 몇 정도는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믿는 것 없이 떵떵거리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노아는 품에서 이상한 병을 꺼내더니 뚜껑을 열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감옥에 끌려갈 때 성기사들에게 저 병을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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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숨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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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뚜껑을 열기 직전에 한 말을 듣고 나는 얼른 옷소매로 코와 입을 막았다. 노아 또한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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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열리자 병에서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를 마신 성기사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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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설마 전에도 이걸로 성기사들 기절시키고 신전 내부까지 들어온 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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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력 천재가 돼서 돌아온 줄 알았잖아.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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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미 해가 하늘에 떠오른 후였다. 드디어 아침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날이 밝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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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에 없는 것을 알면 알베르트는 분명 나를 쫓아올 것이다. 그전에 국경을 넘거나 해야 한다.

평소라면 기사들이 국경의 바로 옆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일은 드물었다. 국경에서 꽤 떨어진 곳에는 게이트가 있는데, 기사들은 그곳을 지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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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기사 단장이 죽었기 때문인지, 성기사들이 국경 근처를 지키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세웠던 계획은 전부 틀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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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아르엘 왕국으로 넘어가자니 기록이 남을 것이고, 그렇다고 불법으로 국경 지대를 넘자니 성기사들에게 붙잡힐 수 있다는 것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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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럴 줄 알았으면 교황한테 뭐 좀 더 부탁하고 올걸. 예를 들어 노아 대신 이미 내가 사형당했다고 알베르트한테 거짓말을 해 준다든가.

음. 그래도 그건 교황의 능력 밖 일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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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우리가 후문으로 도망쳤다는 사실이 알려졌는지 성기사들이 우리를 쫓고 있었다. 교황님, 아무리 더 이상 도와주실 방법이 없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 빠르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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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나는 가만히 서서 한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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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교황에게 갈 때 죽음을 각오했었다. 평소에도 간간이 생각해 왔던 길이라 그런지 큰 망설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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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 봤자 알베르트가 쫓을 것이고 손에 보이는 환영 때문에 결국 미쳐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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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약, 만약 내가 죽지 않고 도망칠 수 있다면 노아를 데리고 도망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환영을 없애 줄 수 있는 것은 노아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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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국 이렇게 잡히게 되는구나. 노아의 손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노아는 덜덜 떨리는 내 손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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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나를 왜 꺼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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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게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힘들여서 감옥에서 탈출시켰더니 왜 꺼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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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리 하지 마. 내가 네가 좋아서 널 지하 감옥에서 꺼낸 줄 알아?”

“…….”

“이 거지 같은 환영을 없애려고 널 꺼낸 거잖아. 네 잘못을 생각하면서 평생 내 옆에서 사죄하면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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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 부분이 기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노아는 눈꼬리를 휘며 배시시 웃었다. 미친놈. 나는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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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전부 짜증 나 죽겠다. 나는 대체 무슨 죄로 지금 여기에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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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성기사들이 둥글게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들은 위협적으로 성검과 창을 우리에게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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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우리 다음 생에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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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또 왜 이래. 새드 엔딩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을 뱉으니 팔에 오소소 닭살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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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니까 오글거리게 그딴 말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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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아마 기력이 없는 탓이 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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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저게 무슨…….”

그때, 우리를 둘러싼 성기사들 중 한 명이 말끝을 흐리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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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어두운 보라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니, 애초에 저걸 빛이라고 할 수 있나.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이 부셔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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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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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는 키가 큰 사람이 걸어 나왔다. 긴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으나 그 사이로 삐져나온 검은색에 가까운, 남색 머리카락은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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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들이 소리 지르며 누구냐고 물어도 그 사람은 뻔뻔하게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할 뿐이었다. 계속 그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더니 서로 눈이 마주쳤다.

“아.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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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시선이 내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향했다. 상대는 눈을 크게 뜨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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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아가씨. 그거 어디에서 얻은 거야?”

“네, 네?”

“수백 년을 살아도 못 구했던 건데. 그거 나 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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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커서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목소리가 가늘었다.

“응? 한 번만. 한 번쯤은 연구해 보고 싶었단 말이야.”

“넌 누구지? 놈들과 아는 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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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는 성기사들이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가 의심스러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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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만 아저씨들. 시끄러워요. 지금 대화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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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성기사들과 우리 사이에 투명한 장벽이 세워졌다. 성기사들이 무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 같았으나 장벽에 막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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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해 주면 그거 줄래? 돈? 힘? 그게 아니면, 저 아저씨들한테 쫓기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른 데로 데려가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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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걸 그대로 넘기기에는 어딘가 찝찝했다. 마치 검과 관련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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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게 안 되면 그냥 잠시만 빌려주기만 해도 돼. 연구만 하고 돌려줄게. 그 연구가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

“아니면 일단 우리 집으로 갈래? 가서 차라도 마시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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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아를 힐끔 쳐다봤다. 그의 의견을 한번 들어 보려는 생각이었으나, 그는 내 선택을 따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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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앞의 여자는 내게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살로스가 연상돼서, 나는 조심히 그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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