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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세요, 아가씨-46화 (4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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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필은 아무런 힘도 없던 교황을 차세대 교황으로 추대했고, 실제로 그는 교황이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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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이었다. 테오필은 마치 자신이 교황인 양 그를 협박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전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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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일만 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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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에는 이상하게도 제국 여기저기에서 마물이 소환됐다. 황실이 홀로 부담하기 힘든 정도가 되자, 테오필은 마물 토벌을 위해 성기사들을 제국 여기저기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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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자신을 보며 매섭게 번뜩이는 눈동자를 보고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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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지대로 갔던 성기사들이 마물 토벌을 마치고 신전으로 돌아왔으나 테오필은 보이지 않았다. 성기사들은 테오필이 그들을 먼저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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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며칠이 흘러, 테오필이 신전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한 여자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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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필이 여자를 데려왔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교황은 주먹을 세게 쥐며 기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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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 그것도 그중 우두머리라는 성기사 단장이 신전에 여자를 데려오다니, 정말로 그가 제정신이긴 한 건가?

몽마에게 시달리던 여자라는 말도 있었고 테오필이 그 여자를 몽마로부터 지켜 주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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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전의 사람들이 뭐라고 수근거리든 교황은 테오필과 그가 데려온 여자 때문에 불쾌할 뿐이었다. 몽마니 뭐니, 그에게는 전부 핑계로 들릴 뿐이었다.

그러던 중, 테오필을 중심으로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다. 한 남자가 신전에 침입해 테오필을 살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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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신전이 완전히 뒤집혔다. 모두 하루라도 빨리 죄인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아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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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성기사를 죽일 수 있다니 놀랍기는 했다. 또한 그 죄인은 몽마의 힘이 담긴 단검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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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황, 그는 오히려 그 죄인에게 포상이라도 내려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성가신 테오필을 대신 죽여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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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는 눈이 많았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자애로운 교황이었다. 감히 성기사 단장을 죽인 죄인에게 포상을 내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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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교황은 향긋한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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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한 번만 뵙게 해 주세요.”

“아가씨,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교황님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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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현실의 문이 굳게 닫혀 있음에도 밖의 소란이 내부까지 들려왔다. 알현실을 지키는 성기사가 아가씨라고 부를 사람은 신전 내에 단 한 명밖에 없을 텐데. 교황은 찻잔을 내려놓고 문을 빤히 응시했다.

“에린. 저 여자를 들여보내.”

“저 여자 말씀이십니까, 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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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나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린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수 알현실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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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께서 그분을 알현실로 들이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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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은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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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테오필이 데려왔다는 여자가 알현실로 들어왔다. 여자가 들어오자 순간 어색한 향이 알현실 안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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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나가 보도록.”

“성하.”

“내가 나가 보라고 하지 않는가.”

“…….”

에린은 입술을 꾹 깨물고 여자를 흘겨봤다. 그녀는 마치 여자를 더러운 것을 보듯 노려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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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에린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입 모양을 보니 ‘성하’라는 말을 따라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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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알현실의 문이 닫히고 알현실에는 교황과 여자만 남게 되었다.

아마 에린이 나가기 전 걱정한 것은 이것일 테다. 몽마에게 시달리던 자이니 분명 더러울 것이고, 위험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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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생각 또한 그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여자를 알현실에 들여보낸 것은 그 두꺼운 낯짝이나 봐 보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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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앉아 있는 자리는 계단 위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황은 여자를 내려다봤고 여자는 그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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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러니까 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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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눌하게 말을 시작했다. 교황이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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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후가 성기사 단장을 살해한 죄인의 사형 집행일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곳까지 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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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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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 단장을 죽인 것은 그 남자가 아니라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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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곧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다시 여자의 외양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성기사 단장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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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 단장을 살해한 무기는 몽마의 힘이 담긴 검이었습니다. 그 남자와 저 중에 몽마와 관련이 더 큰 사람을 고르라면 당연히 저일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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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그녀를 의심하지 않은 신전이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교황은 골똘히 생각했다. 왜 신전은 지금까지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나?

테오필은 지금까지 몽마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줬다. 그러니 그녀에게는 테오필을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한 탓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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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던 중 교황은 무언가 이상함을 떠올렸다. 그리고, 신전의 사람들 중 처음으로 교황이 그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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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필 경이 정말로 그대를 보호해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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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긍정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교황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녀는 간단하게 테오필이 저지른 죄악을 그에게 설명했다. 덧붙여, 자신은 죄인을 죽인 것뿐이라는 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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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를 사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기 위해 온 것은 아닙니다.”

“그럼 이곳에는 왜 온 거지?”

“저를 사형시키는 대신 남자를 풀어 주실 것을 간청 드리기 위해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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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황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하지만 여자는 두 눈으로 교황을 똑바로 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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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사형시키고 대신 남자를 풀어 주십시오.”

“왜지?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저는 이미 살인을 저질러 신께 구원받지도 못하는 신세입니다. 감옥에 있는 그 남자가 유일하게 저를 구원하고 도울 수 있는 존재인데, 함께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감히 주신 렌다를 두고 사람을 낙원으로 삼다니. 어리석은 짓을 했군.”

“그렇다면 사람을 구원이자 낙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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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턱을 살짝 들어 여자를 내려다보며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잠시 교황을 쳐다보다가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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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하. 이미 낙원에 있는 자들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하께서도 그러시지요.”

“감히 교황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군.”

“목숨이 아깝지 않기 때문에 제가 성기사 단장을 죽인 죄인이라는 것을 밝힌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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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여자의 눈동자는 파도처럼 일렁이지 않고 덤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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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교황은 앓는 소리를 내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여자를 직접 만나 보기 전까지는 몽마와 붙어먹다가 미쳐 버린 더러운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곧 그의 판단이 조금 섣부른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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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직 못다 한 말이 있는지 여자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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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또 뭐지?”

“혹여 이곳에서 살아 돌아간다고 해도 저를 찾아오신 분께 평생 쫓기며 살 것이 분명합니다.”

찾아오신 분이라. 교황은 곧 모니카 공작이 한 여자를 찾으러 신전을 방문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 또한 눈앞의 여자와 관련이 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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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신전은 청렴하고 무구했다. 그러나 교황의 자리를 사이에 두고 거듭되는 권력 싸움 탓에 청렴하던 신전은 문란해지고 부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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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고? 그건 다 고지식한 옛 사제들의 말일 뿐이었다. 신전에 있는 지하 감옥과 처형대만 봐도 신전이 바뀌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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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또한 그랬다. 이미 그는 교황으로서 기틀을 다지고 권력을 얻었다. 다만 그런 그가 유일하게 이기지 못하던 것은, 성기사 단장 테오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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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교황이 성기사 단장을 죽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누구에게 살인을 의뢰해도 소문이 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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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여자의 주장에 따르면 눈앞의 여자는 테오필을 죽인 장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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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교황은 그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었다. 교황은 본디 신전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종류별로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서랍에서 지하 감옥의 열쇠를 찾아, 그 안에 성력을 불어넣어 똑같은 것을 하나 복사했다.

그리고 빛이 감도는 열쇠를 여자에게 발치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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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 열쇠다.”

“이걸 왜 저에게 주시는지.”

“열쇠를 누군가에게 들키면 사라질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도울 수 없으니 알아서 죄인을 데리고 도망치도록.”

“…….”

“죄인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 바로 성기사들이 쫓기 시작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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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자는 열쇠를 받고도 아무 말 없이 열쇠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왜 나가지 않는 거지? 교황은 얼른 나가라는 의미로 큼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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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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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여자는 발표하듯 머쓱하게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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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몽마의 단검도 가져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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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내보내고 멋지게 마무리하려고 했건만. 교황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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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도실 옆방에 보관되어 있다. 잠시 봉인을 풀어 둘 테니 재주껏 가져가 보도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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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여자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제 정말로 그녀는 나가 보려는 듯 알현실 문의 손잡이를 당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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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황은 그녀를 다시 멈춰 세웠다. 여자는 문을 열다 말고 다시 교황을 향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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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과 죽는 것 사이에는 꽤 커다란 차이가 있지.”

“어떤 차이 말씀이십니까.”

“살아 있기만 한다면 어떤 고난이 와도 결국은 밟고 일어설 수 있어. 죽으면 뭣도 아니게 되겠지만.”

“……제가 과연 이 상황을 밟고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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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들어왔을 때처럼 조용하게 문을 닫고 나갔다. 교황은 여자가 나간 문을 바라보다가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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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어둠이 걷히고 해가 하늘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여자가 나가자마자 에린이 알현실로 돌아왔다.

여자와의 긴 대화로 인해 이미 차는 식어 버린 후였다. 교황은 찻잔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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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다 식었군.”

이를 들은 에린이 찻주전자를 들어 올리며 그에 답했다.

“새로운 차를 내오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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