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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세요, 아가씨-42화 (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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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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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투명한 액체가 테오필의 머리에서 터져 나왔다. 그 끔찍한 장면을 보자 헛구역질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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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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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려고 했다. 하지만 노아가 다시 한번 테오필의 몸을 찌르는 바람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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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고도 노아는 계속 테오필을 찔렀다. 머리부터 심장, 배, 다리까지. 안 찌른 곳이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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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에 머무르고 있던 피가 다시 몸 밖으로 튀었다. 테오필은 숨이 끊어져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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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얼굴이 피로 얼룩졌다. 그의 손도 눈이 아플 정도로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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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짓을…….”

“이리 와,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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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나를 향해 피가 묻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섬뜩한 손을 빤히 응시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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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처럼…… 그런 짓 하려는 거 아니야.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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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끝까지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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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아는 무슨 의미가 담겼는지 모를 한숨을 내뱉으며 먼저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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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내 손을 닦았다. 손을 닦고, 피가 튄 내 얼굴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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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얼룩은 제거할 수 없어 그냥 뒀다. 노아가 무슨 의도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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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들이 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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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서 빠르게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아가 철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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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그냥 가만히 있어. 살짝 입술을 깨물거나 울먹거리면 더 좋을 거야. 아플 정도로 깨물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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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너는 애매한 말만 해 왔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도 네 진짜 마음이 뭔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지금의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거운 철문이 열리는 순간, 노아가 나를 밀쳐 침대에 쓰러트렸다. 그리고 그는 내 어깨를 짓누르며 내 위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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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잠시만, 테오필 기사 단장님?!”

“저놈이다, 침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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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필의 시체를 발견한 성기사들이 횡설수설하다가 노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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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상황을 객관적인 시점에서 판단해 보자. 나는 노아가 내 어깨를 짓누르는 힘 때문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노아는 한 손에 단검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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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의 몸은 테오필의 피로 물든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성기사들은 과연 누구를 테오필을 죽인 범인으로 지목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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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저놈이 단장님을 죽였다. 체포해!”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테오필의 숨을 끊은 범인은 노아였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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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아가 한 모든 것, 그러니까 테오필을 찌른 것과 내 몸에 묻은 피를 닦아 준 것. 이 모든 것이 노아를 범인으로 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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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쓰레기 같은 새끼가 단장님을 죽이고 아가씨께 이런 짓을 저지르려고 하다니…….”

“…….”

“주신 렌다께서 저자를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감히 이런 흉악한 짓을 저지르다니. 주신 렌다께서 저런 자를 구원해 주실 리가 없습니다.”?

그게, 그게 아니야. 노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테오필을 죽인 건 내가 됐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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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외치려는 순간 노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작게 미소 지으며 쉿, 하고 뻐끔거리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그렇게 노아는 성기사들에게 체포되어 끌려갔다. 그에 반해 나는 한 성기사에 의해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목욕을 하고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손이 자꾸만 붉은 피의 색으로 보였다.?

눈을 세게 문질러 닦자 피의 모습을 보여 주던 환영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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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을 개조한 것처럼 보이던 지난 방과 달리 이번 방은 정말 손님을 위해 준비한 방처럼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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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를 보호해 주시던 테오필 단장님께서 그렇게 되시다니. 온 신전이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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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도대체 누가 나를 보호해 줬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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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저를 불러 주십시오.”

“……를.”

“네?”

“노아를 만나 보고 싶어요.”

“노아……. 아, 그 죄인의 이름입니까.”?

성기사는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나를 지하 감옥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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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대화를 해 보고 싶은데 자리 좀 비켜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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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수상한 요청을 의심조차 하지 않고 기꺼이 자리를 비켜 줬다. 다른 죄수들은 노아와는 멀리 떨어진 감옥에 갇혀 있었다. 즉, 이 주변에는 우리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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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쩌자고 왔어. 죄인이랑 대화를 하면 누나도 의심받을 텐데.”

“왜 그랬어?”

“뭐가?”

“왜 나 대신 감옥에 들어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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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 단장을 죽이다니. 사형까지 갈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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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누나가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난 네가 꽤 영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대신 감옥에 들어감으로써 네가 얻는 게 뭐야? 왜 쓸데없는 짓을 해?”

“쓸데없다니.”?

노아는 살짝 웃으며 창살에 등을 기댔다. 이 때문에 노아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그는 등을 보인 채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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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누나가 사형당하지 않는 것만으로 그 쓸모가 증명된 셈이고.”

“대신 네가 사형당하겠지.”

“그래도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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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꽤 달라져 있었다. 애원만 하며 어린아이처럼 굴던 그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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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주신 렌다에게 구원받을 수 없어. 렌다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구원하지 않는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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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성서는 왜 언급하는 거지. 노아는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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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이제 누나도 렌다에게 구원받을 수 없어. 사람을 죽였잖아. 뭐, 결국 숨을 끊은 건 나기는 하지만.”

“구원 같은 거 받고 싶지도 않아.”

“나도. 나도 렌다의 구원은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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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아는 등을 돌려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 푸른 눈동자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처럼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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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건 누나의 구원이니까.”

“…….”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서로밖에 없어. 죽기 전에 누나가 나를 구원해 준다면 죽더라도 억울하지는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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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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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그딴 거 바라지도 않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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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아의 말을 들은 순간부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손에 선명한 핏자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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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야. 이건 진짜가 아니다. 피곤해서, 힘들어서 보이는 환영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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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눈을 문질러 닦고 손을 닦아도 핏자국이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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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들어 노아를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그 깊은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며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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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도망치듯 지하 감옥을 빠져나왔다. 빠르게 달려가는 나를 발견한 성기사가 무슨 일이냐며 외쳐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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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는 거대한 기도실이 있었다. 늦은 시간에는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었는데, 왜인지 지금은 지키는 이 하나 없이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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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앞에 멈춰섰다. 열린 문 사이로 주신 렌다의 석상이 보였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문을 열고 기도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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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 그런 거 조금도 없었다. 수녀가 됐던 건 삶을 연명할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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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실 내부는 조용했다. 천장에 위치한 창문을 통해 들어온 희미한 빛이 렌다의 석상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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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석상을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내 두 손을 바라봤다. 핏자국은 아직도 내 두 손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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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는 이대로 살인자가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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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다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구원하지 않는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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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박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렌다의 석상 앞에 무릎을 꿇고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따스한 햇볕이 내 머리 위로도 환하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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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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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쥐어짜듯 신을 불렀다. 당연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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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신이시여.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신을 불렀다. 신에게 응답을 요청함으로써 내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답을 듣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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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모습이 우스웠다. 신의 존재를 진심으로 믿지도 않으면서 죄를 부정하기 위해 신을 애타게 부르는 모습이 한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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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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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나는 렌다의 석상을 찾아가는 대신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노아를 찾아갔다. 그는 식사를 하지 못했는지 어제보다 더 지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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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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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서 있던 어제와는 달리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어제, 했던 말.”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서로밖에 없다는 말.”

“아,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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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철창을 향해 기어왔다. 그리고 그는 내 앞에 쓰러지듯 무릎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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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미 암흑가에서 사람을 죽였어. 신에게는 구원받지 못해.”

“진짜였구나. 네가 암흑가의 주인이었다는 게.”

“애초에 그 자리가 사람을 죽여서 오른 자리니까.”

“그게 자랑처럼 당당하게 말할 일은 아닐 텐데.”

“뭐 어때. 이제 누나도 나랑 비슷한 처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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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제는 손에 묻은 피가 진짜인지 아니면 환영인지 구분하지도 못할 정도로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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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자국이 진짜라면 신의 저주일 것이고 환영이라면 내가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두려워 미쳐 버린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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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좋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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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자꾸 손을 쳐다보던데.”

“…….”

“왜, 손에 뭐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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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무언가 있기는 있다. 저주인지 죄책감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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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필 같은 놈을 죽였다는 이유로 죄책감이 들다니. 웃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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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자국.”

“핏자국?”

“핏자국이 있어. 분명 네가 어제 닦아 줬는데. 분명 깨끗하게 씻었는데…… 계속 남아 있어.”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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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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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저주일까 아니면 내 죄책감일까.”

“죄책감이겠지.”

“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 핏자국이 내 죄책감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답한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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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자애롭지만 모든 생물에게 관심을 갖는 건 아니야. 동굴 안에 숨은 음침한 이들에게 하나하나 관심을 가질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거든.”

“…….”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래전 나를 두들겨 패댄 바실에게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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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 바실이 누구였지. 기억이 나지 않아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노아를 넘어뜨리고 때리던 녀석이라는 걸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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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죽도록 싫었던 놈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놈 덕분에 누나를 다시 만나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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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바실, 그놈 때문에 노아를 다시 만나게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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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누나를 내 신으로 정했어. 다른 존재의 구원은 필요 없어. 누나만, 누나만 내 곁에 있어 주면 돼. 그냥 한 번만 사랑을 속삭여 줘. 멍청한 인간들이 신이 자기들을 사랑한다고 믿는 것처럼 나도 어리석게 전부 믿을 테니까.”

“…….”

“좋아해, 누나. 아니,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누나를 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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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랑이라고 칭하는 그 감정은 형태가 참 독특하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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