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망치세요, 아가씨-15화 (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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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제 눈에는 당신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공작님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좀 노력해 보세요.”

차라리 아까 문을 열었을 때 보였던 수척한 얼굴의 알베르트가 나았다. 지금은 조금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 능글거리는 말을 뱉는 것은 5년 전과 똑같았다.

이런 관계가 싫어서 도망친 건데, 왜 다시 이렇게 된 거지.

“아니, 잠시만, 하윽! 잠시만요. 일단 대화 좀, 읏.”

제가 원하는 건 육체의 대화가 아닌데요, 공작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베르트는 내 말을 깨끗이 무시했다. 젠장, 도대체 소설 전개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거야.

나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지쳐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들 중 가장 분했던 것은, 내가 정신을 잃는 순간까지도 알베르트는 멀쩡해 보였다는 것이다. 역시 남주 버프를 받은 사람이라고 놀라워해야 하는 걸까.

?

***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알베르트의 품에 안긴 채로 마차 안에 타 있었다. 나는 눈을 뜨고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잠시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일어나셨습니까?”

왜 그쪽이 마치 자고 일어난 애인을 살피는 남자 같은 말투를 쓰고 있죠. 괜히 기분이 불쾌해서 얼굴을 찌푸렸다.

마차가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을지는 묻지 않아도 뻔했다. 이 마차는 아마 모니카 공작저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마차의 도착지를 알고 있음에도 나는 확인차 물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모니카 공작저로 가고 있습니다.”

잠시만. 그럼 내가 지금까지 모았던 돈, 그리고 내가 힘들게 마련했던 마이 스윗 홈은?

“제집은요? 그리고 또, 제가 모았던 돈은요?”

?

알베르트가 나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가 지금까지 피땀 흘려 벌었던 돈이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말투로 답했다.

“공작저에 도착하면 원하는 건 전부 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럼 내려 주세요.”

“글쎄, 그건 좀 곤란한데요.”

“전부 들어 준다면서요.”

알베르트는 대답 대신 내 손등에 입을 가져가 짧게 입 맞췄다. 애초에 이건 납치잖아, 이 미친 공작 같으니라고.

?

나는 지금 이 순간 정말, 진심으로 알베르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기절시킨 뒤 마차를 돌릴까 고민했다. 높으신 귀족 나리께 고소당해 목이 잘릴까 봐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

그나저나 대체 언제까지 나를 끌어안고 있으려는 거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엉덩이 근처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알베르트의 물건이 굉장히 신경 쓰였다.

하지만 내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알베르트는 더욱 세게 나를 끌어안았다. 아, 나 이거 뭔지 알아. 개미지옥이잖아.

정말로 개미지옥 같았다. 내가 버둥거릴수록 알베르트의 품 안으로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움직이면서 알베르트의 물건이 내 엉덩이에 몇 번 스치자 그것이 점점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

그의 물건이 벌떡 선 것이 느껴지자 나도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알베르트가 질척한 손길로 내 허리를 쓸어내렸다.

“……하지 마세요.”

“무엇을 말입니까?”

알베르트는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되레 질문했다.

내가 정신을 잃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알베르트와의 관계 탓에 여전히 허리가 쓰라렸다. 그것은 즉 마지막으로 관계를 맺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말인데.

그런데 어째서 알베르트의 물건은 아직도 힘이 넘친다는 듯이 꼿꼿이 서 있는 걸까. 나는 그의 아래를 바라보며 얼굴을 구겼다.

?

내 허리를 주무르던 그의 손이 어느새 내 엉덩이 부근으로 내려왔다. 그는 천천히 내 엉덩이를 쓰다듬더니 이내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의 가늘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내 아래에 파고들었다.

“흐…… 으. 하지, 말라니까요.”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렀다. 알베르트는 그것이 마음에 드는지 작게 웃음 소리를 냈다.

내가 그의 손길에 반응할수록 그는 더욱 농밀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내벽을 더듬는 손가락의 개수가 점점 늘어났다.

알베르트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 탓에 알베르트의 물건이 바로 등 뒤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신음만 겨우 뱉는 사이, 어느새 내 치맛자락은 알베르트의 손에 붙잡혀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었다.

그때 철컥, 하며 벨트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그 소리를 외면했다. 아, 아니야.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환청이다, 환청.

하지만 물건의 끝부분이 입구에 닿자 더 이상 그 소리를 부정할 수 없었다. 내 허벅지를 잡고 나를 들어올린 알베르트가 천천히 내 몸을 아래로 내렸다.

?

도대체 뭐야, 이 상황은. 나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 쳤다. 물론 내 발버둥 탓에 상황은 더 악화되고 말았다. 그의 물건이 절반 정도 내 아래에 박혔다.

?

“아윽!”

“그러니까 가만히…….”

덜컹!

?

알베르트가 무어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커다란 돌이라도 밟은 건지 마차는 잠시 휘청거리다니 다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하, 으…….”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방금 전의 충격 때문에 알베르트의 물건이 끝까지 내 안에 박힌 것이었다.

알베르트도 내 허리를 쥔 채로 힘겹게 호흡하고 있었다. 아윽. 아래가 찢어진 건 아닌지 걱정된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알베르트는 잠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천천히 허릿짓을 시작했다.

그의 물건이 조금 빠져나갔다가 다시 깊게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뱃속이 가득 찬 기분이었다. 나는 배를 움켜쥐며 뜨거운 숨을 뱉었다.

알베르트가 내 가슴을 손에 쥐고 가볍게 주물렀다. 나는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쾌락에 시달리며 눈을 꾹 감았다. 자꾸만 흔들리는 시야 때문에 어지러웠다.

행위가 반복되자 건조하던 아래에서 액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액은 다리를 타고 흘러 내 치맛자락과 알베르트의 바지를 적셨다.

?

숨을 몰아쉬며 물건을 쳐올리던 그가 갑자기 내 뺨을 쥐고 당겼다. 그가 내게 입 맞추려는 것 같았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리자 그의 고운 미간이 일그러졌다. 알베르트는 손으로 내 입을 억지로 벌리며 혀를 집어넣었다.

?

자세가 불편했던 것인지, 알베르트는 내 몸을 돌려 그와 마주 보도록 했다. 그의 혀와 얽힐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손으로 내 귀를 막자 그 소리가 더욱 생생해졌다.

?

금방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5년 전에는 관계를 맺을 때 이렇게 흥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쩌다 몸이 이렇게 변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살로스 때문이었다. 그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리자, 알베르트가 세게 허리를 들썩이며 속삭였다.

“내게, 집중하세요.”

나는 힘이 풀려 그대로 알베르트의 가슴팍에 기댔다.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짓더니 내 허리를 쥐고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짐승 같은 행위는 마차가 수 시간을 달려 모니카 공작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 의식이 흐려질 때마다 알베르트가 내 가슴을 깨무는 바람에, 차라리 정신을 잃고 싶어도 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일주일. 끌려오다시피 공작저에 와서 나가지도 못한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알베르트의 저택이자 모니카 공작저는 내가 5년 전 머무르던 수도원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래서 강제로든 자의로든, 오랜만에 이곳에 왔으니 애니카를 만나러 가고 싶었는데.

“안 됩니다.”

알베르트는 단호한 표정으로 안 된다고 답했다.

“왜요?”

나는 진심으로 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진짜 물건인 줄 아나. 왜 못 나가게 하는 건데?

그러자 알베르트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있던 내 옆을 팔로 가로막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보지 못하게 하고 싶다고, 당신이 나만 보도록 만들고 싶다고.”

“……설마 그게 진심일 줄은 몰랐죠.”

이 소설이 집착물이었던가. 아니, 그것보다 애초에 여주랑 변태 짓이나 하고 있어야 할 놈이 왜 나하고 이러고 있냐고.

?

공작저에 온 후 몇 번이나 알베르트에게 정말, 정말로 약혼자가 없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없다고 답했다. 공작저의 사용인들 또한 이렇게 답했다.

?

공작님은 약혼은커녕 5년 동안 저택에 여자를 들이신 적도 없다고.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절망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내가 여주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건 아닐까.

지금까지는 소설의 전개가 바뀔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소설 속 스텔라와 다르게 행동했다면 전개가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당신이 나만 보게 하고 싶다느니, 5년간 당신만 찾았다느니.

이런 말을 보통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하지는 않잖아. 나는 결국 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건 받아들이는 거고, 수도원에 가고 싶은 건 별도의 문제였다. 애니카 보고 싶단 말이야, 애니카.

?

“친구가 보고 싶단 말이에요.”

“남자입니까?”

“아뇨, 여자인데요.”

“그렇다면 시녀로 붙여 드리겠습니다. 제가 없을 때만 말동무로 쓰시면 괜찮을 것 같군요.”

잠시만, 뭔 개소리야. 갑자기 시녀라니. 나는 애니카를 친구로서 보고 싶은 것뿐인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시녀로 만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수도원에 가게 해 달라는 뜻이라고요.”

그러자 알베르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내가 술집에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신성한 수도원에 간다는데 도대체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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