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망치세요, 아가씨-14화 (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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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대체 무슨, 아, 읏.”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또다시 엉덩이로 손이 날아왔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보통 SM물에서나 볼 수 있었던 행위를, 알베르트가 내게 하고 있었다.

몇 번이고 손이 다시 날아와 엉덩이를 가격했다. 이런 미친.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나는 이불에 얼굴을 푹 묻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입고 있는 잠옷은 굉장히 얇은 재질이었다. 알베르트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 냈으니 엉덩이는 분명 붉어졌을 테다.

이러다가 엉덩이가 찢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됐다. 부끄러울 뿐만 아니라 엄청 아프기까지 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겨우 입을 열어 개미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미친. 공작님, 제발 그만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을 들은 알베르트가 마침내 행동을 멈췄다.

“그럼 이제 이런 장난치지 않을 겁니까?”

장난이 아니라 필사적인 탈출 시도였는데요.

하지만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가 계속하여 내 엉덩이를 갈길 것만 같았으니.

나는 알베르트가 팔에 힘을 빼길래 이제 나를 놓아주려고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나를 놓아주기는커녕, 잠옷을 들어 올려 속옷 안에 손을 넣었다.

그의 손이 입구 주변을 빠르게 문지르는 것이 느껴졌다. 입구 주변만 배회하던 그의 손가락 한 개가 아래로 들어왔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내 아래에 손가락을 넣은 알베르트가 잠시 몸을 굳혔다. 그러더니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천천히 아래를 헤집었다.

“했습니까?”

“네, 네?”

“다른 남자와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나는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그래, 하기는 했다. 근데 그게 사람이 아니라 몽마였을 뿐이지.

그러나 알베르트는 내 침묵을 긍정이라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손가락 여러 개를 한 번에 집어넣었다.

“히, 익.”

“즐거우셨습니까?”

아, 아니요.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즐겁지는 않았으나 쾌락에 젖어 헐떡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걸 말했다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 같았다.

그러나 아니라고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베르트는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내가 다른 이와 관계를 맺었다고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 일단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시는 게, 아윽!”

“변명은 듣지 않겠습니다.”

애초에 네가 나랑 무슨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변명을 왜 해! 그냥 이야기를 들어 보라고 했을 뿐인데 알베르트가 거칠게 내 몸을 뒤집었다.

“잠시, 잠시만요. 아, 진짜 공작님!”

그가 바지 버클을 끄르자 그 사이로 그의 커다란 물건이 튀어나왔다.

……5년 동안 더 커진 것 같은데 제발 내 착각이길 빌었다. 그보다 설마 제대로 풀어 주지도 않았으면서 그 흉기를 내 안에 넣으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앞으로 내 좌우명은 ‘설마가 사람 잡는다’로 정하겠다. 알베르트는 내 아래를 제대로 풀어 주지도 않은 채로 그 흉기 같은 물건을 그대로 박았다. 나는 아프다고도 하지 못하고 신음만 뱉었다.

“아악, 읏, 하, 윽.”

어쩌다가 소설 속에 들어와서 별 체험을 다 해 보는구나. 속박, SM, 그리고 후배위까지. 전부 알베르트 때문에 체험하게 된 것들이었다.

자세 때문에 그의 물건이 더욱 깊숙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배를 가득 채우던 고통은 금세 쾌락으로 변화했다.

다리와 팔 힘이 풀리는 바람에 자꾸만 옆으로 쓰러졌는데, 그때마다 알베르트가 내 허리를 붙잡고 일으켜 세운 뒤 다시 세게 박았다.

“스, 텔라. 윽.”

?

그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두꺼운 물건이 액과 뒤섞여 찔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깊게 들어왔다.

내 등에 무언가 축축한 것이 짧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방금 뭐였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등에서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알베르트가 내 어깨를 세게 깨문 것이었다. 나는 그제야 축축했던 무언가가 그의 입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어깨에 잇자국이 생겼을 것이다. 알베르트가 손으로 천천히 내 어깨를 쓸었다. 아, 따가워. 내가 몸을 잘게 떨자 알베르트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알베르트가 웃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에 조금 많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난 5년 동안 살로스와 관계를 맺으며 몸이 민감해진 것이었다.

아, 젠장. 알베르트가 물건을 세게 박을 때마다 입에서는 미친 듯이 신음이 흘러나왔다. 엎드려서 손으로 입을 막아 보기도 했으나 알베르트가 내 등에 가슴을 가까이 붙인 채로 내 입을 억지로 벌리는 바람에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알베르트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 부근에서 느껴졌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

“5년…… 동안 보고 싶었습니다.”

알베르트가 다시 느릿한 허릿짓을 시작했다. 이전처럼 쾌락이 밀려올 정도는 아니었으나, 정신을 헤집어 놓기에는 충분한 움직임이었다.

그나저나 5년 동안 보고 싶었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그러고 보니 아까 그가 무어라고 말했던가. 그는 약혼자가 필요 없다고 말했었다.

설마 여주를 만나지 않은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얼굴을 잔뜩 구겼다. 말도 안 돼. 소설의 전개가 바뀌었다고?

?

소설의 전개에 따르면 알베르트는 3년 전쯤 수도원에서 여주를 만났어야 했다. 하지만 만약, 만약이지만 알베르트가 나를 그리워했다면.

그리워한다니. 내가 생각해 놓고도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알베르트. 그가 누구인가. 그는 소설 최고의 난봉꾼이었다.

매일 에스코트하는 여자가 바뀌던 그가 겨우 한 여자에게 정착하게 된 것은 전부 여주 덕분이었다. 그런 그가 나를 그리워할 리가 없는데.

그런데 왜 알베르트의 목소리가 저렇게 애절한 거지. 애초에 당신네랑 나랑 무슨 사이였다고?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았나?

?

일단 대화를 해 봐야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꽤 오랜 시간 강제적이지만 그와 살을 맞댔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정보를 제외하면 나는 알베르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으니.

?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알베르트는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몇 번 그를 불렀으나 들리지 않는 듯했다.

“아읏, 공, 작님, 흐.”

?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에 내 입에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음에 묻혀 목소리가 제대로 그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아무렇게나 손을 뻗었다. 그의 움직임을 저지하려는 행동일 뿐이었건만, 내 손에 덥석 잡힌 것은.

?

“…….”

그의 축축한 물건이었다.

히익. 이렇게 직접적으로 만져 본 건 처음이었다. 물론 고의성이 담긴 행동이 아니라 실수이기는 했지만, 하여튼.

그런데 내 손에 그의 물건이 닿은 후부터 알베르트의 움직임이 멈췄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알베르트를 올려다봤다. 그 또한 꽤나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당황한 표정을 지워 버리고 눈꼬리를 휘며 예쁘게 웃었다. 아, 젠장. 몹쓸 남자 주인공 버프. 이런 상황에도 얼굴에서 빛이 난다니.

“제 것을 그렇게나 원하는지는 몰랐습니다.”

“아니, 아니요. 안 원하는데요.”

?

하지만 알베르트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멋대로 내 손을 잡고 그의 물건에 가져다 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덕에 그의 물건은 내 아래에서 빠져나갔다. 대신 내 손에는 힘줄이 솟아 있는 알베르트의 두꺼운 물건이 자리 잡았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촉 탓에 내 얼굴은 와그작 구겨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와 대비되게, 알베르트는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

“만져 주십시오, 부드럽게.”

어우, 싫은데요. 손을 힘껏 빼려고 했으나 내 손은 알베르트에게 세게 붙잡혀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은 알베르트의 손길에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물건에 솟아 있는 힘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베르트는 내 손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며 낮게 신음했다. 그럴 거면 그냥 네 손으로 하지, 뭐하러 내 손으로 하십니까……. 나는 짜게 식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

하지만 알베르트는 내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건지, 여전히 찡그린 채로 아래에 느껴지는 감각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를 살폈다.

하여간 이놈도 보통 미친놈이 아니다. 하다가 갑자기 빼고는 혼자 자위하는 놈이 어딨어. 이런 놈이 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역시 남자는 얼굴과 커다란 물건만 있으면 되는 건가.

그나저나 얼굴이 예뻐서 그런지 혼자서 헉헉대며 자위하고 있는 모습이 퍽 색정적이었다. 제발 그 얼굴을 좋은 곳에 쓰라고, 나한테 이런 짓이나 하지 말고.

내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쓰다듬던 알베르트가 갑자기 내게 입을 맞춰 왔다. 위아래로 질척거리는 야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내 아래에서 물건을 뺐다고 해서 끝났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나 보다. 그는 수차례 더 손을 움직이더니 이내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의 물건에서 흘러나온 걸쭉한 액체가 내 손에 범벅됐다.

“……아, 진짜.”

나는 손에 묻은 액을 노려보며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알베르트가 내 손을 맞잡더니 이내 액이 잔뜩 묻은 손으로 내 뺨을 쥐었다.

윽. 질척거리는 액이 내 뺨에 엉겨 붙었다. 냄새도, 감촉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알베르트가 다시 입구에 물건의 끝을 맞추더니 천천히 허릿짓을 시작했다.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러자 내 시선을 느꼈는지, 알베르트가 나와 시선을 맞추며 질문을 던졌다.

“왜 그러십니까?”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여자들이 싫어하지 않던가요?”

명백한 빈정거림이었다. 묻는다기보다는, 그저 시비를 걸기 위한 질문.

하지만 알베르트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글쎄요. 애초에 저를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여기 있잖아요.”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스스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무리 그래도 관계 중에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놈을 싫어하지 않을 수가 있나. 하지만 나는 곧 신음을 참기 위해 입을 꾹 막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알베르트가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 물건을 쳐올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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