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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아래를 힐끔 바라보자, 살로스의 붉은색 물건이 보였다. 히익. 행위 중 아래를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행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색정적이었다.
그의 거친 행위 탓에 나는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신음만 뱉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살로스가 허릿짓을 멈추고 흐린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는 마치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몽롱한 얼굴이었다.
“…….”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은 살로스가 내 허벅지를 잡고 나를 들어 올렸다. 갑자기 몸이 들리는 바람에 잠시 버둥거렸으나 살로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몸은 어느새 살로스의 가슴팍과 닿은 채로 꼿꼿이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나를 들어올린 거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살로스가 그대로 내 몸을 아래로 내렸다. 내 아래와 연결되어 있던 살로스의 물건이 뿌리까지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악!”
그의 물건이 내 배를 가득 채운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깊게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프다는 감각만큼은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살로스가 내 허벅지를 잡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통 때문에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래에서는 계속해서 질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의지가 아니었으나, 나도 모르게 살로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기에.
아윽. 이건 좀 심했다. 진짜로 아래가 갈라질 것 같다고.
?
살로스는 항상 행위 중 나를 몰아붙이기는 했으나 나처럼 쾌락에 헐떡이며 이성을 잃은 적은 없었다. 매번 능글맞은 얼굴로 나를 놀릴 뿐이었지.
아프다고, 그만해 달라고 말하면 살로스도 멈출 것이다. 그래서 간신히 팔을 뻗어 그의 등을 두드렸는데.
?
“아으, 사, 살로, 읏, 스?”
잘 열리지 않는 입을 겨우 열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몽롱한 표정으로 쾌락에 젖은 상태였다. 한 마디로, 그에게 깃들어 있던 이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는 것이다.
어째서? 그는 악마였다. 그것도 성욕을 담당하는, 몽마. 그러니 그런 그가 이성을 잃을 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째서?
무언가 크게 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살로스도, 나도. 그리고 나는 그 변화가 결코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알베르트나 살로스와 성관계를 맺는 것이 싫었던 이유는 내가 수녀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신앙심이 깊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고아원에서 자랐기에 자연스럽게 수녀가 된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성관계를 싫어했던 이유. 내 평화롭던 일상이 복잡해지는 것이 싫었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제국의 공작씩이나 되는 알베르트와도, 몽마인 살로스와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억지로 나를 탐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불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관계를 맺을 때마다 그들의 아래에서 헐떡이는 내가 미웠다.
성관계는 싫어했으나 쾌락은 즐겼다라. 이 얼마나 모순인가.
심지어 오늘은 ‘넣어 줘’라는 살로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설마 훈련받은 개처럼 그에게 길들여진 걸까. 19금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것처럼?
안 돼, 내 평화로운 일상이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제발. 신이시여. 이제 감히 쾌락을 즐기지도 않을 테니 제발 내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왔으면.
나는 이를 악물며 살로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허릿짓 하던 그가 마침내 몸을 잘게 떨었다. 그의 물건과 이어진 부분에서 서로 뒤섞인 액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는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손 하나 까딱이지 못하는 나를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설마 이 상태에서 더 하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도 살로스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잠들었다. 벗어나지 못하게 나를 꽉 끌어안은 채로 말이다.
아니, 잠시만.
몽마가 잠을 잔다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살로스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나와 함께 침대에서 잠들었던 그였다.
하지만 말이 안 됐다. 악마는 휴식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었고, 살로스가 스스로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
혹시 자는 척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 살로스의 눈앞에 손을 휘저었으나 그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새근새근 숨만 쉬고 있었다.
“…….”
정말로 그는 자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로.
성수를 뿌려서 그를 골려 주려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는 겉옷에 들어 있는 성수를 꺼내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살로스가 나를 끌어안고 있는 바람에 일어날 수 없었다.
나는 분한 얼굴로 한참 살로스를 노려보다가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 망할 몽마 때문에 다시 피곤한 것이었다.
?
나는 마구 욕설을 내뱉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은 반드시 이놈에게 성수를 뿌리겠다고 결심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간과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일이 서점 휴무일이었다는 것.
다음 날. 살로스는 나보다 일찍 일어나 나를 내려다보며 내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는 내가 깨어나자마자 빙긋 웃으며 커다란 물건을 꺼냈다.
?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 자던 사람한테 저 커다란 물건을 넣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나아졌다고 해야 하나.
아니, 나아지긴 개뿔. 그는 오늘도 미친 듯이 내 안에 물건을 박았다. 도대체 살로스에게 서점 휴무일을 알려 준 마을 여자가 누구야. 찾아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기분이었다.
***
“아으…….”
나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내 소중한 휴일을 살로스에게 바치고 또다시 서점으로 출근하는 중이었다.
?
허리가 이렇게 아픈데 제대로 일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프다는 핑계로 하루 정도 일을 쉴까 생각도 해 봤으나, 어차피 쉬어 봤자 살로스에게 시달릴 게 분명했기에 꾸역꾸역 집을 나섰다.
“살로스, 이 망할 자식.”
주머니에 들어 있던 성수가 손끝에 닿았다. 나는 성수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세게 쥐며 결심했다.
어떻게든 살로스가 내게 질리게 만들리라고.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 지경이었으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성수를 뚫어져라 응시하는데,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멍하니 걷다가 상대의 가슴팍에 얼굴을 박은 것에 더 가까웠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
나와 부딪힌 상대는 붉은색 머리칼의 남자였다. 남자는 깔끔한 기사단 정복을 입고 있었다. 그럼 이 남자는 기사인 건가?
왜 기사가 이런 시골까지 들어왔대. 아, 제국의 마물들을 잡기 위해 황제가 기사들을 풀었다는데 그것 때문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사는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왜 그러세요?”
하지만 기사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찾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아, 예……. 뭐. 꼭 찾으시길 바라요.”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기사를 지나쳐 걸어갔다. 기사가 잠시 내 뒷모습을 응시하는 것이 느껴졌으나,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참으로 매서운 얼굴의 기사였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그를 지웠다.
?
***
나는 내 침대 위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살로스를 멍하니 쳐다봤다. 어깨를 톡톡 건드려 봤으나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
“설마, 또 자?”
네 입으로 몽마는 안 잔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또 자고 있다고?
일을 하느라 고달픈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는데 침대까지 뺏겼다. 이렇게 억울한 일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심지어 이놈은 계속 집에서 놀고먹기만 했는데.
게다가 살로스는 요즘 내 식사를 뺏어 먹기 시작했다. 몽마는 사람의 정기만 먹고 산다면서, 하여간 악마는 전부 거짓말쟁이.
도대체 왜 음식을 먹는 거냐고 묻자 그는 내 시선을 피하며 그냥, 이라고 답했다.
하여튼 얄미워 죽겠다. 내 일상을 통째로 뒤흔드는 것이.
그래서 나는 사악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성수를 꺼냈다. 제아무리 강력한 악마라고 해도 잠을 자다가 성수를 맞으면 불쾌하기는 할 것이다.
자, 얼른 성수나 맞고 나한테 질려라. 나는 병 입구를 기울여 살로스의 등 위에 성수를 흘렸다.
?
그러나 성수가 살로스의 등에 닿는 순간, 눈이 멀어 버릴 만큼 강력한 빛이 퍼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가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빛이 조금 희미해지고 나서야 나는 살로스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의 등을 더듬고 있었다.
?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빛 사이로 그를 바라봤다. 나는 순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성수가 닿아 흐른 부분이 갈라져 있었다. 벽이 갈라진 것처럼, 끔찍하게.
살로스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지만, 곧 다시 쓰러졌다. 그는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힘없이 손을 뻗었다. 마치 그 손을 잡아 달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나는 냉정하게 그를 내려다봤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하겠지만 성수 덕분에 살로스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투둑.
내게서도 무언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천천히 내 손을 내려다보니, 내 손등도 살로스의 등처럼 갈라지고 있었다.
?
헉. 설마 물귀신 작전이라도 쓰려는 건가. 다급하게 살로스를 쳐다봤으나 당황한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지, 라고 생각한 순간 갈라진 부분이 낡은 껍질이라도 된 것처럼 툭,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딱딱하고 투명한 막 같은 것이었다.
?
그에 반해 살로스는 어떠한가. 등이 갈라진 부분에서 끊임없이 빛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솔직히 수도원에도 멀쩡히 들어오던 놈이라 성수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살로스가 내게 휘청거리며 다가왔다. 그는 내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쓰러지더니 목소리를 쥐어짜며 중얼거렸다.
“왜, 도대체 왜…….”
성수를 뿌린 이유를 묻는 듯했으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살로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