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라스카
타이오스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지만, 그래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레이는 구금되었고 불쌍한 남자는 다시 돌아갔다. 디아메데스는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다가 문을 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누나.”
“응.”
“그 말 진짜야?”
“어떤 말?”
“내…… 아이가 생겼다는 말.”
“응.”
그의 입술이 달싹였다. 약간의 의심이 뒤섞인 표정을 짓던 동생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뜻이리라. 어쨌든 누나가 ‘동생의 아이’라고 공언했고, 진짜 아비가 누구이든 그녀가 낳을 것은 타이오스의 아이였으니까. 쿡쿡 웃은 디아메데스가 침대에 천천히 몸을 눕혔다.
“만져 볼래?”
아직 배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티가 날 정도는 됐다. 그녀가 치맛자락을 무릎 위까지 끌어올리자 타이오스가 천천히 다가왔다. 무릎 위에 입을 맞춘 그가 천천히 허벅지로 올라왔다. 부드러운 입술이 살결을 쓰다듬듯이 더듬었다.
“어디 갔었어?”
“……수도에.”
입술을 벌려 말랑한 살을 살짝 깨문 동생이 치맛자락을 더욱 높이 밀어 올렸다. 이미 흥분에 흠뻑 젖은 다리 사이에 얇은 속옷이 달라붙었다. 긴 손가락이 천을 떼어내는 것조차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젖은 피부 위에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수도에 가서 어땠어?”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조용히 묻자, 타이오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가 아주 조금 나온 배 위에 입을 맞췄다.
“사람들을 만났어.”
“여자도.”
“그래. 여자도.”
“그래서?”
뜨거운 혀가 배 위를 느리게 핥았다. 디아메데스가 달뜬 숨을 내뱉었다.
“다른 여자는 어땠는데.”
“몰라.”
덤덤한 말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알고 싶지도 않아.”
만족스러웠다. 이 기분을 타이오스도 알까. 쿡쿡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동생이 고개를 들었다.
“누나.”
“왜.”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 긴 한숨을 토해내더니 천천히 말을 꺼냈다.
“다른 남자를 계속 만날 생각이야?”
“왜?”
“…….”
“네가 나에게 ‘특별’했으면 좋겠어?”
타이오스가 점점 더 위로 올라와 가슴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래.”
“애원해 봐.”
디아메데스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검은 눈이 크게 흔들렸다.
“내 아이를 가졌잖아.”
“그것으로 내가 네 것이 된 것 같니?”
충격받은 듯한 표정에 오히려 쾌감이 피어올랐다.
“뭘 원해?”
웃음 섞인 물음에 타이오스가 가슴 위를 세게 깨물었다.
“누나의 모든 것을 원해.”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아 당겼다. 붉게 남은 잇자국이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가슴을 꽉 움켜쥔 동생이 그녀의 목덜미에 잔 키스를 퍼부었다.
“전부, 다.”
이미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자지가 끈적하게 젖은 구멍 위를 문질렀다. 몇 달 만에 느끼는 타이오스의 감각에 배 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발.”
입 사이로 절망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디아메데스가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 말에 동생이 고개를 들었다. 입술이 맞닿았다. 정신없이 입술을 핥은 그가 안쪽 깊숙이 혀를 밀어 넣었다.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혀가 뒤엉켰다.
“타이오스.”
헐떡이는 숨을 내뱉으면서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정말로 그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이 저릿해지는 쾌감이 치밀었다. 입술을 잘근 깨문 동생이 그녀의 허벅지를 더욱 넓게 벌렸다. 움찔거리는 구멍 위에 뭉툭한 선단이 꾹 눌렸다. 부드럽게 속살이 벌어지는 감각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아…….”
배 속이 움찔거리며 꽉 조여들었다. 넓게 벌어진 귀두가 내벽의 주름을 하나하나 긁어 올리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기둥에 툭 불거진 핏줄까지도.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올 때마다 타이오스에게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누나, 누나…….”
그의 표정은 이미 쾌락으로 흠뻑 물들어 있었다. 조금 성급하게 안쪽을 찔러대는 움직임에 디아메데스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이 꿈틀거리는 어깨의 근육을 더듬고, 등을 매만졌다. 상처 때문에 둘둘 감아 놓은 붕대가 거슬렸다. 상처 위를 만지자 동생의 온몸이 움찔거리며 떨려 왔다.
“읏.”
고통을 참아내듯 살짝 찌푸린 얼굴에 오히려 흥분이 치밀었다. 다시 한번 상처를 헤집듯이 움직였다. 배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자지가 움찔거리면서 더욱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하아, 으응…….”
“누나. 흣.”
“기분, 좋아? 응?”
“아파…….”
그렇게 속삭이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진 않았다. 타이오스의 입술 사이로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읏…….”
디아메데스는 그의 등을 끌어당겨 안았다. 가슴을 꽉 움켜쥔 손가락이 사이로 단단해진 젖꼭지가 볼록 튀어나왔다. 흥분에 거칠어진 숨을 내뱉은 동생이 발갛게 달아오른 유두를 혀로 핥아 올리고 잘근잘근 깨물었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살짝 튀어나온 아랫배가 보였다. 임신하기 전이었다면 타이오스의 자지 윤곽이 보였을 텐데. 지금 보이는 건 아이가 있는 배뿐이었다. 어느 쪽이든 동생의 흔적이었다.
“후으…… 응!”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단번에 관통하는 듯한 쾌감에 온몸이 떨렸다. 짐승처럼 헐떡이는 동생의 목을 끌어안았다.
“누나, 읏.”
짧은 신음과 함께 그의 허리가 움찔거리며 떨려 왔다.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미적지근한 정액을 쏟아내는 것이 느껴졌다. 디아메데스가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하아.”
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등을 감싸고 있는 하얀 붕대 위로 피가 배어 나왔다. 고통을 느끼는 듯 타이오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가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봤다.
몸을 섞으면서도, 이렇게 끌어안고 있는 순간에도 타이오스는 불안하기만 한 듯했다. 조금도 그녀를 가질 수가 없어서.
“제발.”
“더 해 봐.”
디아메데스가 쿡쿡 웃으면서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동생의 뺨을 매만졌다.
“나뿐이라고 말해.”
“그러길 원해?”
“그래.”
“너는.”
“나는 이미 누나의 것이잖아.”
이를 악문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스스로 그녀의 것이라 말하는 남자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디아메데스의 남자임을 자처한 경우는 많았지만. 그 누구도 갖고 싶지 않았다.
일리온은 그녀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했지만 디아메데스는 이게 사랑이라 확신했다. 그녀가 고개를 내밀어 살짝 입을 맞췄다.
“내가 네게 질리지 않게 해 줘야 해.”
“어떻게 하면 되는데.”
“글쎄.”
그녀가 쿡쿡 웃으면서 속삭였다. 타이오스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시 그녀의 가슴 위에 고개를 파묻었다. 동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가벼운 손길에도 아직도 배 속에 가득 차 있는 살덩어리가 단단히 부풀어 올랐다.
“하아…….”
달뜬 숨을 내뱉고 땀에 젖은 몸을 바짝 붙였다. 헐떡이는 신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운 순간, 예고 없이 문이 쾅 열렸다. 순간 놀란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레이?”
디아메데스가 먼저 중얼거렸다. 분명 감옥에 갇혔는데 어떻게 빠져나온 건지 엉망인 몰골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디아메데스 님!”
저 멀리에서 그녀의 방임을 알아본 사람들의 외침이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레이가 망설임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말이 통하지 않을 법한 얼굴이었다. 완전히 광기로 물들어 번들거리는 녹색 눈동자. 기괴하게 일그러진 얼굴. 손에 쥔 것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는 검이었다.
타이오스가 그녀를 등 뒤로 숨겼다. 검을 찾았지만 애초에 가져오지도 않은 것이 방에 있을 리가 없었다. 검 끝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복도를 달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레이가 숨을 헐떡였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는 건지 그가 성급하게 달려들었다.
“안 돼!”
디아메데스의 비명이 울린 순간, 타이오스가 검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바닥으로 날이 깊게 파고들었다.
“윽…….”
피가 뚝뚝 떨어졌다. 분명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손을 펴지 않았다. 레이가 검을 빼내려 하자 동생이 먼저 그를 걷어찼다.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선 순간, 타이오스가 옆에 있던 촛대를 집어 들어 품으로 달려들었다.
“컥.”
그 소리뿐이었다. 은으로 된 촛대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레이가 목에서 치솟는 피를 막아보려는 듯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말끔하던 방이 온통 피로 물들었다.
뒤늦게 달려온 기사들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훑고 나신으로 있는 남매를 쳐다봤다. 디아메데스가 ‘동생의 아이를 가졌다’고 했던 말이 진실임을 모두가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몸을 가리는 대신 고개를 치켜들었다.
타이오스가 말했던 대로 동생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아무도 데려가려 하지 않듯 누나를 임신시킨 남자 역시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
두 사람의 정사 장면이 사람들의 눈에 띈 이후로 수많은 얘기가 흘러나왔다. 피는 속일 수 없다든가 디아메데스가 동생을 꼬여낸 것이라든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고 보니 후작 각하와 마님도 조금 닮지 않았어?”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전대 후작 부인이셨던 크레우사님과 부인이 꼭 닮았다던데.”
“나도 얘기 들었어. 전대 후작 부인께서는 황제의 정부였잖아. 그 사이에 딸을 낳았다고…….”
“황위 쟁탈에 휘말리는 바람에 전대 후작 각하를 따르던 분들은 거의 다 돌아가셨잖아.”
“부인의 과거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게 조금 이상하지 않아? 난 늘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평민이었다고는 하는데…….”
“평민이라니. 그 얼굴로?”
“하긴. 평민으로 살았으면 귀족들이 가만히 있었겠어? 성인도 되기 전에 누군가와 결혼했거나, 정부가 되었겠지.”
“부모님도 모르고. 어느 날 갑자기 후작 각하가 데려온 분이니…….”
“하여간 이상해. 이번에 디아메데스 님과 타이오스 님 얘기의 결론이 ‘피는 못 속인다’ 였잖아.”
“사실 그 전부터 후작 각하와 부인께서 남매처럼 닮았다는 얘기는 많이 돌았지.”
디아메데스는 벽에 기대 하녀들이 떠드는 얘기를 가만히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는 그녀도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물론 증거 따윈 없지만.’
전대 후작 부인. 즉, 디아메데스의 할머니가 되는 사람은 그림 한 점 남아 있지 않았다. 황제의 정부가 되어 버린 후로 후작이 ‘크레우사’에 대한 모든 기록을 말살해 버렸으니까. 디아메데스는 하녀들의 속닥거림을 무시하곤 자리를 벗어났다.
***
어느새 제법 부풀어 오른 배는 숨길 수조차 없었다. 느긋하게 복도를 걷는 내내 그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시선이 피식 웃었다. 남자들의 눈빛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아니, 오히려 더 끈적해졌다고 해야 할까. 동생과 붙어먹는 여자라는 게 더 흥분되는 조건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별로 상관은 없었다. 디아메데스는 입꼬리를 끌어올린 미소 한 번 지어 주지 않았다. 타이오스가 애원하며 바닥을 기었으니까. 어쨌든 사랑하는 동생의 눈물 어린 호소가 있지 않았던가. 나중에 또 마음이 바뀔지는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한 명으로 충분했다.
“디아.”
맞은편에서 키레네가 다가왔다. 디아메데스가 살짝 미소 지었다.
“어머니.”
그녀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부풀어 오른 배를 쳐다봤다. 달싹이는 입술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짐작조차 가질 않았다.
어머니의 새파란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동안 한 번도 들쑤시지 않았던 잔인한 기억을 마구 휘저은 듯한 표정이었다.
“…….”
키레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디아메데스 역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일리온은 확실히 마음을 정한 듯했다.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던 딸에서 혐오스러운 남자의 딸로 취급하기로.
물론, 절반은 사랑하는 여자의 흔적이기에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새파란 눈동자가 마주쳤다. 똑같다고 생각했다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어머니를 닮았지만,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 디아메데스는 시선을 살짝 내리깔았다.
“왜?”
앞뒤를 전부 잘라낸 질문이 튀어나왔다.
“어째서 타이오스야?”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머니의 생각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제 동생이니까요.”
그것 외에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타이오스는 이제 내 거예요.”
“…….”
“어머니가 제게 주셨잖아요.”
안 그래도 새하얀 키레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입가를 틀어막았다. 소름이 끼친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표정이 낯설기만 했다. 한참이나 숨을 몰아쉬던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타이오스보다 네가 더 끔찍해.”
“끔찍하다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이미 아이도 가진 데다가 사람들 앞에서 동생과의 관계를 폭로하지 않았던가. 타이오스를 끌어안고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었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시 위로 올라올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너는 몰라.”
키레네는 겨우 그 말을 내뱉곤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디아메데스는 멀어지는 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끔찍함과 혐오스러움, 그리고 정확한 얘기를 알 수는 없지만 부모님 사이에 남아 있던 ‘다른 남자’의 편린이 벌어진 틈을 날카롭게 잘라냈다.
이제 디아메데스에게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존재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단 하나 손에 쥔 것은 타이오스뿐이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타이오스!”
복도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
“일리온.”
키레네가 그의 품 안으로 조금 더 파고들었다.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디아메데스와 타이오스의 관계가 표면에 드러난 이후 두 사람은 아이들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둘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소름 끼쳐.’
분명 사랑하는 아니, 사랑했던 딸이었다. 키레네는 디아메데스의 출생에 대해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일리온이 당연하다는 듯 아이를 받아들였고 ‘다른 남자’의 흔적 따윈 찾을 수 없었으니까.
둘째가 태어났을 땐 왜 검은 머리인지 어째서 ‘그 남자’를 닮았는지 충격적이긴 했으나 아들 역시 의심을 품진 않았다. 일리온과 함께하기로 한 이후 맹세코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한 적은 없었으니까. 타이오스가 점점 자라 가면서 매일같이 충격에 빠지는 키레네를 다독여 준 것도 일리온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다는 게 우스웠다. 그 남자의 흔적을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던 디아메데스는 두려울 정도로 그 남자와 비슷하게 말하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일리온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손이 등을 쓸어 주는 게 느껴졌다.
조금도 괜찮지 않았다. 단순히 아이 두 명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해서가 아니라 이미 죽어버린 지 오래인 남자가 아직도 키레네를 괴롭히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심장이 쿵쿵 뛰고 있는 가슴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준 그가 머리 위에 입을 맞췄다. 키레네는 말없이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어차피 해결 방법 따윈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을 어떻게 헤어지게 만들까. 죽일 수라도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추방이라도 해야 할까.
“일리온.”
“네.”
“……우리, 멀리 갈까?”
그 말에 남자가 잠시 멈칫했다. 고민하듯 머리카락 사이로 뜨거운 한숨이 새어 들어왔다.
“아주, 아주 멀리 갈까?”
“…….”
“여행 가고 싶어.”
“어디로요?”
“그냥. 모르는 곳으로.”
모든 일에 굳이 관심을 표하진 않는 그녀였지만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일리온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도.
예전에 소문이 잠시 떠돌다가 잠잠해졌지만, 이번에 디아메데스의 일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옛날에 흩어진 얘기도 전부 다시 주워 담았다. 그냥 그게 싫었다. 다른 이들이 두 사람의 과거를 자꾸만 얘기하는 것이 두려웠다.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을 알게 될 것 같아서.
키레네는 일부러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바다에 갈까요?”
“응.”
“배는 아직 한 번도 안 타 봤죠.”
“그 끝에 뭐가 있어?”
“또 다른 땅이 있죠.”
“또 다른 땅에는 뭐가 있어?”
“사람들이 있죠.”
“모르는 사람들?”
“네. 모르는 사람들이요.”
일리온이 쿡쿡 웃었다.
“후회하지 않겠어요?”
“응.”
그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중요한 건 하나뿐이었다. 작위도 권력도 돈도 키레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래요.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겠어요.”
일리온이 한숨을 쉬듯 속삭였다. 키레네는 눈을 꽉 감았다. 그 남자의 흔적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온전히 일리온과 단 둘뿐이라고 믿었던 그때처럼.
***
모든 것이 빠르게 변했다. 아버지는 후작위를 디아메데스에게 넘겨주었다. 아직 아이를 낳기도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일을 전부 넘겨주고 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마차 한 대가 영영 후작저를 떠났다.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디아메데스는 창가에 서서 배를 끌어안은 채 멀어지는 마차를 쳐다봤다. 조용히 뒤에 다가온 타이오스가 그녀의 어깨 위에 입술을 꾹 눌렀다.
“돌아오지 않으시겠지.”
“응.”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일리온 라스카라는 남자라면 싸구려 검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가문을 또 세울 정도의 실력자였으니까. 아마 멀고 먼 곳에서 어머니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대로 유지시켜 주리라.
“잘 지내실 거야.”
“알아.”
어깨를 부드럽게 매만진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 꽤나 많이 부푼 배 위를 감싸는 손바닥이 따듯했다. 디아메데스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식으로든 계속되지 못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끝나버릴 줄은 몰랐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 들었네.’
‘그 남자’에 대해서는 영원히 묻히게 된 걸까. 그녀는 고개를 돌려 동생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봤다. 반쪽짜리 남매라는 것을 알게 되면 타이오스는 기뻐할까 아니면 슬퍼할까.
“왜 그래, 누나.”
“아무것도 아니야.”
디아메데스는 싱긋 웃었다. 굳이 그것을 알려주고 싶진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사실은 더 옅었다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 그리 기쁜 일이 아니었으니까. 빙글 돌아서서 타이오스의 목을 끌어안자 그가 무심코 꽉 끌어안다가 부푼 배에 멈칫거렸다.
“음, 이렇게 안는 건 조금 어색하네.”
다시 뒤로 돌아서자 등에 동생의 가슴이 꾹 닿았다. 고개를 숙인 그가 백금빛 머리카락을 옆으로 살짝 치운 뒤,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내리눌렀다.
뜨거운 숨결에 감각이 예민하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디아메데스가 작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꽉 움켜쥔 순간, 타이오스에게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엉덩이에 단단한 살덩어리가 느껴졌다.
창틀을 짚은 그녀가 허리를 조금 더 뒤로 밀착시키자 천을 사이에 두고도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
동생에게서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마 그것을 꺼내 들지는 못하겠는지 그가 말랑한 엉덩이와 허벅지에 자지를 비벼대면서 어깨를 세게 끌어안았다. 디아메데스가 혀끝으로 혀를 살짝 핥았다.
다리 사이가 뜨거워졌다. 그녀 역시 원하고 있었다. 최근 아버지에게서 후작위를 받는 일 때문에 바빠서 둘이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으니까.
“하아…….”
살짝 신음 섞인 한숨을 내쉬자 타이오스가 옷자락을 천천히 걷어 올렸다. 이곳이 복도라는 것은 둘 다 신경 쓰지 않았다. 완전히 드러난 엉덩이 위에 단단해진 살덩어리를 문지른 동생이 참을 수 없다는 듯 금세 벨트를 풀고 뜨거운 것을 꺼내 들었다.
엉덩이 사이에 그것을 슬쩍 문지른 남자가 손을 내려 천천히 보지 위를 더듬었다. 이미 질척하게 젖어 버린 구멍을 확인한 타이오스가 긴 신음을 흘렸다. 굵고 단단한 손가락이 흠뻑 젖은 살을 벌리고 들어왔다. 안쪽에 고여 있던 끈적하고 음란한 액체가 바깥으로 주르륵 흘러나왔다.
“흐읏, 아…….”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에 온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디아메데스가 그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어깨를 단단히 감싼 팔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몸을 비틀듯이 움직이자 엉덩이에 닿은 살덩어리가 꿈틀거리면서 더욱 부피가 커졌다.
“하아, 하…….”
“누나…….”
신음 섞인 숨소리가 뒤엉켜 복도에 울렸다. 끈적하게 젖은 소리를 내는 다리 사이에서 손가락이 쑥 빠져나왔다. 짐승처럼 거친 숨을 내쉰 타이오스가 그녀의 허벅지를 꼭 붙게 만들더니 그 사이로 자지를 쑥 밀어 넣었다.
“흣!”
불룩 튀어나온 배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그녀의 다리 사이로 커다란 선단이 불쑥 튀어나왔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핏줄이 불거진 기둥이 움찔거리는 구멍 위를 스치듯이 지나가고, 귀두의 잘록한 부분이 음핵 근처를 긁어내듯 움직였다.
“타이오스.”
“하…….”
엉덩이가 짓눌렸다. 서로의 성기를 비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쾌감이 느껴지긴 했으나 디아메데스가 바란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안쪽을 세게 찔러 올리고,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그 쾌락을 이미 알고 있는 몸이 만족할 줄 모르고 실룩였다.
“후, 으…….”
가쁜 숨을 내뱉은 그녀가 손을 내려 다리 사이로 튀어나온 동생의 귀두를 만졌다. 등 뒤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듯한 숨이 내뱉어졌다. 애액과 쿠퍼액으로 흠뻑 젖어 버린 살덩어리를 확인한 디아메데스는 다리를 조금 더 벌렸다. 무엇이든 집어삼키고 싶다는 듯 움찔거리는 구멍에서 미끈거리는 애액이 가득 흘러나왔다. 젖은 살이 미끄러지며 찰팍거리는 소리가 났다. 몸이 더 달아올랐다.
“안 돼…… 누나. 아.”
“왜?”
“아이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음란한 구멍이 탐욕스럽게 자지를 안쪽으로 빨아들였다.
“읏…….”
타이오스에게서 이를 악문 듯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내벽이 움찔거리면서 미끈하게 젖은 표피를 꽉 조였다. 안쪽까지 쿡 찔러 들어오는 감각에 허리 안쪽부터 쾌감이 피어올랐다.
“누나.”
부풀어 오른 배를 조심스럽게 감싼 동생이 헐떡이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평소 같으면 살이 거칠게 맞부딪히면서 내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세게 안쪽까지 찔러넣었겠지만.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생각해서인지 그의 움직임은 조심스럽기만 했다.
애달플 정도로 느리게 빠져나갔다가, 조심스럽게 안쪽까지 들어왔다. 끝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면 더욱 집요하게 휘젓던 것과 다르게 주변부만 문지르듯 움직이고 또다시 뒤로 물러났다.
“으응, 아…….”
거친 섹스도 좋지만 이것 또한 자극적이었다. 디아메데스의 온몸이 땀에 젖어 들었다. 배를 감싼 타이오스의 손등을 손톱으로 할퀴었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듯한 신음소리가 느리게 흘러나왔다. 천천히 내벽의 주름을 하나하나 훑듯이 움직이는 감각에 머릿속이 번쩍거렸다.
“흣, 응…….”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절정에 닿을 것 같은 감각이 계속 이어졌다. 아슬아슬하게 그 선을 넘어갈 듯 못 넘어갈 듯 계속해서 자극만을 주는 움직임에 허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단단한 것을 안쪽 깊은 곳까지 푹 찔러 넣으려는 움직임에 타이오스가 그녀의 몸을 꽉 붙잡았다.
“흐윽…… 아!”
얕게 움직이던 그가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깊은 곳까지 자지를 밀어 넣었다.
“으응…… 읏, 흑!”
“누나, 하아…… 누나”
배 속이 꽉 조여드는 것만 같았다. 내벽이 단단한 살덩어리를 꽉 물어 당긴 순간, 동생 역시 절정에 다다랐다.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움찔거리며 정액을 쏟아내는 것이 느껴졌다.
“하…….”
손 마디가 하얗게 불거질 정도로 창틀을 꽉 움켜쥐고 있는 타이오스의 손이 보였다. 디아메데스는 그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두 사람의 관계로 인해 부모님이 영영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또다시 섹스라니. 끔찍하다 여길 만도 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번 사정했지만 여전히 단단한 상태인 것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흣…….”
그것마저도 쾌감이었다. 구멍을 틀어막고 있던 것이 빠져나가자, 다리 안쪽으로 미끈거리는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디아메데스가 무심코 옷자락을 들어 올리니 타이오스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아…….”
엉덩이를 꽉 붙잡은 그가 거침없이 젖은 구멍을 혀로 핥아 올렸다. 그녀는 창틀을 꽉 붙잡았다. 무릎이 후들후들 떨려왔다.
***
디아메데스와 타이오스는 결혼을 하진 않았다. 사실상 결혼한다 해도 인정받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했으니 그런 형식 따윈 크게 상관없었다. 이 성에서 두 사람은 남매이나, 부부와 같은 관계로 살았다. 모두 그것을 경멸하거나 욕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별 의미 없잖아.’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다른 사람들도 알면 충분했다. 물론, 그것을 알고도 청혼장을 보내거나 직접 청혼을 하는 정신 나간 남자들이 있긴 했지만 디아메데스는 그것조차 꽤 즐겁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타이오스는 꽤나 안절부절못했으니까.
바닥을 기면서 그녀의 애정을 갈구하고 눈빛을 애원했다. 사랑받기를 원할 때, 남자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알면 놀랄 게 분명했다. 디아메데스는 짧은 웃음을 터뜨리곤 요람으로 다가갔다. 그 안에는 백금발의 여자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새파란 눈. 색이 조금 짙은 백금발.
‘저주 같은 거라도 되는 걸까.’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꼭 닮았던 디아메데스. 그리고 그녀를 꼭 닮은 딸. 아버지가 ‘어머니를 닮았다’고 말하던 게 떠올랐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전부 닮았다고 했다. 그것도 또다시 되풀이될까.
“누나.”
문이 열리고, 타이오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익숙하게 요람으로 다가오더니 이제 다시 눈을 뜨고 꼬물거리는 자그마한 아기를 안아 들었다. 그 어디를 봐도 동생을 닮은 곳은 없었다. 정말 누구의 아이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아버지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타이오스가 확실히 알 거라 생각했다.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어떤 증거도 없는 아이. 그저 ‘내 아이’라고 믿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니. 디아메데스는 피식 웃었다.
동생은 단 한 번도 아이의 아버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약간의 의구심이 남아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당연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날은 평생 오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아이의 자그마한 뺨 위에 입을 맞춘 그가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래서. 알아봤어?”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겠지.”
디아메데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리 그래도, 근친상간의 결과물이라 해도 손녀의 탄생을 알려야겠지 않느냐며 타이오스는 뒤늦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그 어떤 소득도 얻을 수 없을 게 뻔했지만, 그녀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오늘도 청혼장이 왔던데.”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슬쩍 눈치를 보는 듯한 눈길이 느껴졌다.
“뜯어봤잖아.”
“편지가 왔으면 뜯어봐야지.”
“청혼장인 거 알고 있었잖아.”
“그래.”
짧은 긍정에 남자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저렇게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이 좋았다. 다른 남자들이 그녀에게 접근할 때마다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하고, 이런 것을 즐기는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디아메데스가 천천히 다가가 동생의 옆에 앉았다. 그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손끝으로 살짝 턱을 잡아 돌리자 타이오스가 끌려오듯 고개를 돌렸다.
별다른 말 없이 입술을 살짝 겹쳤다. 그제야 조금 안도한 듯한 숨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혀를 비비고, 입술을 빨아들였다. 살짝 숨이 가빠지고 나서야 입술을 떼고 까만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귀엽고, 불쌍한 나의 것.
디아메데스는 그 말을 삼키고, 부드러운 냄새가 나는 아기의 머리 위에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