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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아메데스 (2/5)

2. 디아메데스

디아메데스는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디아메데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긋지긋한 말이 들려왔다. 그녀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게 긍정의 뜻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건지 남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쯤 되면 알만하지 않나?’

그동안 수많은 청혼장을 그냥 무시해버리고, 청혼은 전부 거절했다. 소문이 나도 한참 전에 났을 텐데 자기만은 아닐 거라 믿는 남자들은 이틀이 멀다 하고 찾아왔다.

아니면 단순히 한번 잠자리를 해 보고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었다. 디아메데스는 평생 아름다웠고, 자신이 얼마나 빼어난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모두 그녀의 얼굴에 반해 다가오는 것뿐이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었다. 찬양받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었고, 그녀를 위해 죽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남자들을 구경하는 건 시간 죽이기에 좋았으니까. 물론, 정말로 죽어버리는 남자도 있었지만.

‘알 게 뭐야.’

목숨으로 협박하면 사랑을 받아줘야 한다는 법 따윈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디아메데스는 꽃다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정신이 어지러워질 정도로 짙은 향기가 풍겼다.

“디아메데스.”

바짝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에 시선을 내렸다. 드디어 틀에 박힌 찬양이 끝난 모양이었다.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이 순간은 제법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살면서 몇 번 안 겪어볼 만한 상황이라는 점이 그녀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살짝 미소 지은 순간, 남자의 얼굴에 퍼져 나가는 환희가 보였다.

“고마워요.”

“디아…….”

“하지만 결혼할 수 없어요.”

당신은 아니야. 태양이 있는 곳까지 단번에 날아올랐다가 땅까지 추락하는 이카로스의 표정이 이랬을까. 디아메데스는 환희가 절망으로 바뀌는 그 순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딱히 새로울 건 없었다.

“어째서입니까. 디아메데스.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디아메데스는 말없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꽃다발의 향기가 너무 진해서 오래 맡고 있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했다.

상처를 줄까. 아니면 가련하게 거절할까. 그것도 아니면 약간의 희망을 남겨 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강렬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건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일어나요.”

백작이랬던가, 남작이랬던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보통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그녀를 기억하곤 했으니까. 디아메데스가 미소 지으면서 손을 내밀자 남자는 멍한 얼굴로 천천히 일어섰다.

“당신의 마음을 받아줄 수는 없어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타이오스에게 신경이 쏠렸다. 귀여운 동생. 언제나 그녀를 쫓던 눈을 알고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그녀만을 담던 새까만 눈동자.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는 그보다도 디아메데스가 먼저 알아챘다. 알아채긴 너무도 쉬웠다. 수많은 ‘남자’들은 언제나 그녀를 그렇게 쳐다봤다. 타이오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녀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다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는 생각보다 컸으니까.

디아메데스는 남자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동생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니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또다시 고통스러운 얼굴을 할까. 그녀는 발뒤꿈치를 들고 청혼한 남자의 뺨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정말 고마워요.”

딱히 고마울 것까진 없지만 으레 하는 말이지 않은가. 타이오스의 눈빛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새까만 눈은 언제나 ‘동생’이 아니라 ‘남자’였다. 경멸하는 듯한 아니, 경멸하고 싶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은 눈을 떼지 못했으니까.

더러운 창녀라고 욕하고, 음란하고 난잡한 여자라고 매도했지만 그는 늘 디아메데스를 쫓았다. 주위를 맴돌고, 그녀에게 발정했다. 다른 여자 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타이오스가 ‘여자’를 인식하기도 전부터 그의 눈에는 늘 누나뿐이었으니까.

뺨에 입을 맞춘 것만으로도 남자의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이 사람과 섹스를 한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의 귓가를 매만진 디아메데스가 목덜미를 훑어 내리고, 어깨를 살짝 쥐었다. 팔의 근육이 움찔거리는 게 손바닥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대신…….”

디아메데스의 속삭임에 남자의 목젖이 크게 아래위로 울렁였다. 입술이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긴장한 듯 숨 쉬는 것조차 멈춘 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리 와요.”

그녀는 미소 지으면서 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디, 디아메데스.”

남자가 주춤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돌아서서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타이오스가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 거친 숨을 내쉰 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뭐 하는 거야.”

“타이오스.”

그녀의 손에 잡혀 있는 남자가 굳는 게 느껴졌다. 동생을 눈앞에 둔 남자들은 언제나 그런 반응이었다. 수컷이니까. 마치 디아메데스가 제 것이라도 되는 양 타이오스는 다른 수컷들을 위협하고 있었으니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타이오스는 평생 그녀의 것이었다. 귀여운 동생. 디아메데스밖에 모르는 짐승. 입으로 그 어떤 잔인한 말을 내뱉어도, 누나를 사랑하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가련하고 불쌍한 아이.

그녀는 그게 꽤 마음에 들었다. 온전히 그녀의 것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전부 가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무도 모를 테지. 디아메데스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새까만 눈동자에 검은 불길이 치솟았다.

‘화났네.’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꾹 다물었다. 모든 일에 무심한 동생이 그녀에 대해서만은 미친 듯이 화를 내고, 그것이 격렬한 정사로 이어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었다. 타이오스가 그녀의 손에 잡혀 있는 남자의 손목을 빼내 내팽개쳤다.

“아, 어디 가는 거야.”

꽃다발까지 빼앗아 집어던진 그가 디아메데스를 잡아끌었다. 흉흉한 기세 때문인지, 남자는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멀거니 서 있었다. 그녀는 살짝 뒤를 돌아보고 미소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무슨 뜻으로 해석하든 마음대로 하라지. 그녀는 거침없이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는 등을 쳐다봤다.

“어디로 가는 거야.”

“언제까지 그럴 생각인데?”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입장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춘 타이오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와 그녀의 관계는 명확했다. 누나와 동생. 같은 배에서 나온 친남매.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절대 ‘이성’이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

디아메데스는 가만히 그의 입술을 올려다봤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졌다.

“나는.”

이를 악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타이오스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누나의 동생이야.”

“그것뿐이야?”

쿡쿡 웃으면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커다란 근육으로 뒤덮인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그 위에 손을 얹자 쿵쿵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그것뿐이라면. 정말 두 사람을 잇는 게 ‘피’뿐이라면, 타이오스는 디아메데스를 절대 가질 수 없었다. 그렇게 둘 생각도 없고, 그렇게 될 생각도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동생의 모든 것이었다. 정신과 육체뿐만이 아니라, 그의 모든 것 말이다.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둘 리가 없잖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애초에 타이오스는 다른 여자를 안을 수조차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누나에게 발정하는 짐승 이하의 수컷이 평범한 아가씨에게 흥분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는 이미 디아메데스의 것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귀여운 머릿속까지 전부 다.

“그것뿐이라면 너는 날 가질 수 없어.”

싱긋 웃으면서 가슴을 툭 밀어냈다. 힘이라곤 들어가지 않은 가벼운 손짓임에도 타이오스는 커다란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뒤로 밀려났다. 디아메데스는 가만히 새까만 눈을 바라봤다. 그 속에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혼란, 경멸과 사랑. 흥분과 자괴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 순간, 디아메데스의 몸이 뒤로 풀썩 쓰러졌다.

“읍, 응…….”

그녀의 위에 올라탄 타이오스가 입을 맞춰 왔다. 동생을 밀어내는 대신, 목을 끌어안았다. 혀가 입술 사이를 거칠게 파고들었다. 입 안을 엉망으로 휘저은 그가 목 깊숙이 들어왔다. 들이쉬는 숨조차 제가 다 가져야겠다는 듯 몇 번이고 뜨거운 숨을 불어넣고, 혀를 빨아들였다.

“하, 으응…….”

전부 디아메데스가 가르친 것들뿐이었다. 입술을 비비며 키스를 하는 법. 옷을 벗기는 법. 가슴을 애무하고, 손가락과 입술로 쾌락을 주는 법.

긴 손가락이 성급하게 옷을 풀어헤쳤다. 물에 빠진 자가 허우적거리듯 필사적으로 가슴을 움켜쥐는 손길이 제법 아팠다.

“아…… 조심스럽게, 흣…….”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속삭이자마자 타이오스의 손길이 금세 부드러워졌다.

“아무라도 상관없는 거지.”

상처받은 짐승처럼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인 남자가 그녀를 내려다봤다. 디아메데스는 싱긋 미소 지었다.

“어떤 것 같아?”

“……난잡한 여자.”

이를 악물고 비난의 말을 내뱉은 동생이 목덜미를 세게 깨물었다.

“아!”

짧게 신음하자 이번엔 뜨겁고 부드러운 혀가 피부를 핥아 올렸다. 끈적한 숨결이 피부에 달라붙었다. 가슴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손가락 사이로 볼록 솟아올랐다. 발갛게 물든 젖꼭지를 잘근 깨무는 감각에 배 속이 뜨거워졌다.

“후윽…….”

세게 깨물고, 그다음 부드럽게 혀로 핥아 주었다. 아기처럼 입 안 가득 가슴을 빨아들이는 감각에 온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다리 사이가 질척하게 젖어 드는 게 느껴졌다. 배 속이 뜨겁고, 간질간질했다.

디아메데스는 그녀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타이오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몇 번이고 양쪽 가슴을 번갈아 가며 입에 물고 빨아댔다. 양손으로 커다란 살덩어리를 쥐고 주물렀다. 붉게 부풀어 오른 유두가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하아…….”

다리 사이로 들어온 동생의 허리를 종아리로 끌어당겼다. 허벅지에 닿는 단단한 살덩이의 존재가 느껴졌다. 숨이 가빠졌다. 타이오스의 것이 그 어떤 남자의 것보다 훌륭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벌써부터 흥분이 손끝까지 퍼져 나갔다.

“누나…… 누나.”

숨을 헐떡이면서 가슴 위에 뺨을 비빈 남자가 애처롭게 그녀를 몇 번이고 불렀다. 어린아이라도 된 듯 울 것 같은 얼굴로 젖꼭지를 잘근잘근 깨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올랐다.

“대체 어떻게 해야 만족할 건데.”

울 것처럼 애원하던 타이오스가 돌연 화를 냈다. 디아메데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로 인해서 울고, 웃고, 미친 사람처럼 변해 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네가 날 가지면.”

“……더러운 창녀.”

이번엔 욕을 내뱉는 입술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또다시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가슴 위에 온통 붉은 자국을 남긴 남자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 뜨겁게 달아오른 배 속이 움찔거리며 꽉 조여들었다.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디아메데스도 잘 알고 있었다.

커다랗고, 굵은 것.

타이오스가 흥분으로 헐떡이는 숨을 내뱉으며, 배꼽 위에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이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갔다. 이미 질척하게 젖어 있는 속옷을 내려 버린 그가 거침없이 디아메데스의 다리를 어깨 위에 걸쳤다.

“하아…….”

달뜬 숨이 터져 나왔다. 보지 위에 숨결이 닿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새까만 눈 속에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가득 담겼다. 구멍이 움찔거리면서 미끈거리는 음란한 액체를 흘렸다. 천천히 혀가 닿았다. 뜨거웠다. 천천히 갈라진 틈을 핥아 올린 타이오스가 움찔거리는 속살로 혀를 밀어 넣었다.

“으응…….”

허리가 약하게 흔들렸다. 그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디아메데스가 얕은 신음을 흘리면서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자 동생이 조금 더 깊이 들어왔다. 움찔거리는 내벽을 핥아 올린 혀가 빠져나갔다. 흠뻑 젖은 구멍이 꽉 조여들었다.

미끈하게 젖은 입술로 조금 더 위쪽을 헤집은 타이오스가 음핵을 찾아냈다. 살짝 부풀어 오른 채 단단해진 살덩어리를 혀로 찾아낸 그가 천천히 그곳을 꾹 짓눌렀다.

“아, 아…….”

디아메데스의 입술이 벌어졌다. 조금씩 달아오르던 온몸에 불길이 확 번져 나갔다.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쾌락이 발끝까지 흘러 들어갔다.

“후윽, 응…….”

“하…… 누나…….”

숨을 헐떡인 타이오스가 움찔거리며 떨리는 허벅지를 입 안 가득 베어 물었다. 여린 살을 잘근잘근 씹어댄 그가 다시 한번 보지 위에 입을 맞췄다. 흥건하게 흘러나온 애액을 전부 삼켜 버릴 듯 빨아들이는 감각에 온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하아…… 하…….”

타이오스가 몇 번이고 안쪽을 혀로 헤집고, 남아 있는 것들을 마셨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물컹하고 뜨거운 혀로만 자극된 배 속이 움찔거리면서 조여들었다.

디아메데스는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이렇게 애태우는 것 또한 쾌감이었으니까. 그녀는 가슴에 달라붙어 애무하던 것처럼 타이오스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깨물고, 작게 달아오른 음핵을 부드럽게 짓눌렀다.

안쪽에서부터 끈적한 애액이 계속 흘러내렸다. 온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머릿속이 흥분으로 가득 차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으응, 아…… 조금 더, 세게. 앗. 아!”

디아메데스가 그의 머리를 다리 사이로 끌어당기자, 타이오스가 예민하게 달아오른 음핵을 살짝 깨물었다. 그 순간 거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머릿속까지 단번에 찔러 들어왔다.

“아…… 아, 흐…….”

뻣뻣하게 굳었던 온몸이 흐물흐물 늘어지고 나니 그제야 타이오스가 고개를 들었다. 번들번들하게 젖은 입술을 혀로 핥은 남자가 천천히 제 것을 바깥으로 꺼내 들었다. 검붉은 색으로 팽팽하게 달아오른 자지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한번 절정에 다다른 뒤였지만, 또다시 배 속이 욱신거렸다. 디아메데스의 다리를 허리에 감은 동생이 뭉툭하고 뜨거운 끝을 구멍에 갖다 댔다.

“하아…….”

허리 안쪽이 파르르 떨렸다. 애액을 찍어 바르듯 부드럽고 말랑한 귀두로 보지 주변을 문지른 타이오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지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움찔거리는 내벽이 안쪽으로 들어온 것을 꽉 조이는 것을 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흐윽…….”

“아…….”

두 사람의 달뜬 신음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단번에 안쪽 깊은 곳까지 찔러주었으면 했다. 느리게 안쪽의 주름 하나하나를 전부 훑듯이 들어오는 감각에 오히려 몸이 달아올랐다. 안쪽이 요동치면서 커다란 살덩어리를 빨아들이듯 움직였다. 타이오스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꽉 움켜쥐니 그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춰왔다.

“하아, 읍…….”

음란한 맛이 났다. 혀를 뒤섞을 때마다 젖은 소리가 들리고, 끈적한 숨이 서로의 뺨에 달라붙었다. 젖꼭지를 집어 올려 비트는 손길에 저절로 배 속이 조여들었다.

“흣…….”

타이오스가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가슴을 꽉 움켜쥐는 손길에 디아메데스가 작게 신음하자마자 커다란 것이 단번에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으응!”

“하윽…….”

눈앞이 번쩍거리며 튀었다. 그저 넣는 것만으로도 가벼운 절정에 다다랐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와 헐떡이면서 동생의 등을 끌어당겨 안자마자 살덩어리가 절정의 쾌감으로 움찔거리며 경련하는 내벽을 거칠게 찔러 올렸다.

뜨겁고 커다란 살덩어리가 덜덜 떨리는 배 속을 문지르고 헤집었다. 불거진 핏줄까지 전부 느껴질 만큼 내벽이 예민하게 달아올랐다.

“아, 아! 타이오스. 흣, 타이, 아! 흐윽!”

“하. 누나. 누나…….”

그가 개처럼 헐떡였다. 누나에게 자지나 세우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 디아메데스는 그의 등을 손톱으로 세게 할퀴었다. 근육으로 뒤덮인 등 뒤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하, 읏, 응!”

그녀가 절정에 다다랐다는 걸 이용하듯 계속해서 안쪽을 찔러 올리는 움직임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쾌락의 끝이 다가오질 않았다. 풀이 짓이겨져 푸른 냄새가 났다.

끈적하게 젖은 두 사람의 피부가 달라붙었다가 쩍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퍽 퍽 소리를 내며 안쪽을 거칠게 짓누를 때마다 디아메데스는 날카로운 신음을 흘렸다.

“흐윽, 더…… 아, 아!”

“헉…….”

땀에 흠뻑 젖은 타이오스의 이마에 검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쾌감으로 흠뻑 젖은 온몸이 축축했다. 드레스가 엉망으로 구겨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의 어깨에 걸쳐진 다리가 흐물거리며 흔들렸다.

“타이오스, 하아…… 타이오스. 타이오스.”

나의 것.

디아메데스는 몇 번이고 그의 이름을 속삭였다. 쾌락으로 얼룩진 목소리에 신음이 뒤섞였다. 타이오스가 그녀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었다. 배 속이 움찔거리며 조여들었다.

안쪽에 미적지근한 액체가 퍼져나갔다.

“하아……읏.”

동생이 짧게 신음했다. 제 것을 깊숙이 밀어 넣은 그가 숨을 헐떡이면서 그녀를 내려다봤다.

안쪽을 가득 채운 것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다시 허리를 슬쩍 움직인 순간. 안쪽 가득 사정해놓은 정액이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풀 냄새에 비릿한 정액의 냄새가 뒤섞였다.

“아!”

디아메데스는 신음하면서 고개를 젖혔다. 정액과 애액이 뒤엉켜 질척거리는 소리를 냈다.

***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거울 앞에 선 그녀는 붉은 자국이 가득 남은 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목덜미부터 발끝까지 온통 붉은 자국이 가득 남아 있었다. 심지어는 발등까지도.

“흐응…….”

길게 콧소리를 낸 디아메데스는 붉은 자국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타이오스가 얼마나 물고 빨아댔는지 아직도 젖꼭지가 부풀어 있었다. 그녀는 옆에 둔 가운을 천천히 몸에 걸쳤다.

정사 도중에도, 끝나고 나서도, 타이오스는 몇 번이고 ‘어쩔 생각이냐’고 물었다.

‘글쎄…….’

그냥 그를 전부 갖고 싶었다. 사랑이 어떤 건지는 잘 알 수 없었다. 남자들은 사랑에 대해 온갖 말을 늘어놨지만 디아메데스에게 와닿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하는 것.

그녀는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타이오스를 생각해도 심장이 뛰거나 얼굴이 붉어지진 않았다. 그러니까 남자들이 보통 보이는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는 뜻이었다.

“…….”

가만히 심장이 뛰는 것을 세어보던 디아메데스는 눈을 깜박였다. 그냥 가지고 싶었다. 사랑이 어떠한 ‘감정’이 들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녀는 동생을 사랑했다.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사랑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녀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타이오스는 다른 누구에게도 넘기고 싶지 않았다. 설사 그게 어머니라 해도.

‘뭐, 어머니는 타이오스를 그리 안 좋아하시지만.’

어머니의 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던가. 디아메데스는 피식 웃었다. 분명 타이오스가 닮은 그 사람은 어머니 키레네에게 좋은 추억이 된 사람은 아니었던 게 분명했다. 그의 선이 굵어지고 점점 더 ‘남자’가 될수록 어머니는 아들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아들임을 확신하면서도 낯선 누군가의 씨를 보는 듯한 그 눈빛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낸 디아메데스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어쨌든 그 누구도 타이오스를 손에 넣을 수 없었다. 머리카락 하나, 그 머릿속의 생각 한구석조차도. 침대 옆 협탁에서 빗을 집어 든 그녀가 금빛 머리카락을 천천히 빗어 내렸다.

‘결혼이라.’

남매 사이니 결혼은 못 하지 않을까. 그건 딱히 상관없었다. 결혼이 아쉬운 건 아니었으니까. 굳이 그런 ‘결혼’이라는 구속이 없더라도 두 사람은 더 강한 것으로 이어져 있었다. 같은 피를 이은 남매가 아닌가.

그냥 타이오스의 모든 것을 망쳐 버리고 싶었다. 절대 벗어나지 못하도록. 평생 디아메데스라는 존재에 매여 다른 생각 따윈 하지도 못하도록. 그녀의 입술이 뒤틀린 웃음을 지었다. 타이오스는 그녀에게 음탕하고 난잡한 창녀라고 했지만, 그건 누나를 반만 이해한 말이었다.

‘오히려 잔인하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수많은 남자의 목숨을 짓밟고, 동생을 끝없는 지옥 속으로 끌어당기는 악마. 디아메데스는 눈을 깜박였다. 뭐라고 하든, 어떤 수식어로 그녀를 부르든,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그녀가 원하는 건 단 하나뿐이고. 이미 손에 넣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부드럽게 빗은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긴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응.”

“후작님께서 잠시 보자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네.”

“알았어.”

“서재입니다.”

“응.”

문밖에서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디아메데스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미 꽤 늦은 밤이었다. 보통 이 시간이면 부모님은 침실에 틀어박히곤 했는데. 그녀는 옷을 입고 천천히 아버지의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려던 순간, 안쪽에서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라.”

“아버지.”

안쪽에 앉은 일리온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짙은 금빛 머리카락. 타이오스와 똑같은 검은 눈동자.

“앉으렴.”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디아메데스가 소파에 살짝 앉았다. 그는 언제나 딸에게 약했다. 어머니를 꼭 닮아 있었으니까. 아버지는 평생 어머니에게 약한 사람이었듯 그녀에게도 언제나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

그가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난처한 듯이 보이기도 했다. 일리온이 망설이더니 책상 한쪽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었다.

“……한잔하겠니?”

“주세요.”

조금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호박색 액체가 잔에 반쯤 담겼다. 혀끝으로 쓰고, 단 술맛이 퍼져나갔다.

“너는 정말 키레네를 닮았어.”

디아메데스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눈을 내리깔았다. 어머니를 닮았다는 건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아버지가 그녀를 예뻐하는 이유도 어머니를 꼭 닮아서이지 않은가.

“닮아서는 안 되는 것까지 닮았지.”

“그게 뭔데요?”

닮아서는 안 되는 게 뭘까. 과할 정도의 순수함? 그 생각을 한 순간 분위기에 맞지 않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아 이를 꽉 물어야 했다. 키레네는 평생 그랬다. 좋게 표현하면 소녀 같고, 나쁘게 말하면 어린아이 같았다.

‘후작 부인에 어울리진 않지.’

뭐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어쨌든 후작 부인인 것은 사실이고, 아버지와 서로 사랑하니 아무도 뭐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귀족에 어울리는 행동거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그것처럼 후작가에 어울리지 않는 난잡한 사생활을 말하는 걸까. 디아메데스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버지는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묵묵히 술잔을 비워 버린 그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술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인 듯 또다시 한잔을 비워 버린 아버지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언제부터…… 아니. 이런 말은 필요 없겠구나.”

“뭘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너를 너무 방관한 건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네가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생길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 디아메데스.”

“…….”

“그동안 네가 무엇을 하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아버지.”

“하지만 이젠 안 되겠다.”

“왜요!”

“결혼해라. 디아메데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구나.”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성인이 되기 전, 수백, 수천 통의 청혼장이 날아오던 그때부터 아버지는 단단히 약속했다. 디아메데스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시켜 주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네가 골라보렴.”

“지금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아니면 내가 정해 주마.”

“아버지! 약속했잖아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리온이 피곤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가는 게 보였다. 평생 그녀에게 화 한번 내지 않았던 아버지였음에도 그가 화났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타이오스도 결혼시킬 거다. 디아메데스.”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알고 있는 거다. 일리온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 알리려고 했잖아.’

하지만 이것을 ‘알리는’ 것과 ‘들킨’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아버지.”

“왜 그런지는 너도 잘 알겠지.”

“싫어요.”

“타이오스만은 안 돼.”

“왜요. 동생이라서요? 우리가 남매라서요?”

“그래!”

일리온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술잔을 책상에 쾅 내려놓은 순간, 유리가 산산이 부서졌다.

“그럼 그런 관계가 용납받을 거라고 생각했니, 디아?”

물론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 따윈 상관없었다. 그깟 피가 뭐라고. 같은 부모를 가진 게 뭐가 그리 큰 문제라고. 어차피 남자와 여자가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그 말에 일리온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피 냄새가 났다.

“결혼할 생각도 없고, 타이오스도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너는.”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너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말한 그가 눈을 세게 감았다.

“가끔 다른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구나.”

“누구요?”

“…….”

시선을 내리깐 일리온이 손바닥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냈다.

“누구를 말하는 건데요, 아버지.”

“네가 결정하지 않는다면 내가 적당한 사람을 찾아주마.”

“하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해야만 할 거다. 타이오스도 적당한 아가씨와 결혼시킬 생각이고.”

“왜요. 내 남편이 될 사람이나, 타이오스의 아내가 될 사람이 괜찮대요?”

디아메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누나를 사랑하는 남자도 괜찮대요?”

“타이오스 주변에 너밖에 없었기에 그랬던 것뿐이다, 디아메데스. 착각하지 마라. 다른 여자를 만나면 잊게 될 거야.”

용납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의 생각 하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전부 그녀가 가지고 있는데 다른 여자라니. 불쾌함에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일리온의 표정이 무섭게도 굳어졌다.

“동생을 사랑하는 여자라고는 말하지 않는구나.”

“……나 역시 타이오스를 사랑해요.”

“언제나 궁금했지.”

그 말은 디아메데스에게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가만히 아버지를 노려보고 있으니 그가 피식 웃었다.

“사랑하는지 늘 궁금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디아메데스. 너는 그 사람을 닮았어.”

“…….”

“그건 사랑이 아니다, 디아. 그냥 집착일 뿐이야.”

집착. 그래 집착이 맞았다. 타이오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집어삼키고 싶은 이 생각을 다른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집착이라고 사랑이 아닌 건 아니지 않은가.

“그것 역시 사랑이에요.”

“아니.”

일리온이 딱 잘라 대답했다.

“아니다, 디아메데스.”

“아버지는 몰라요.”

“안다.”

“꼭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듯 그런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알아!”

거친 목소리와 함께 주먹이 책상을 콱 내리찍었다. 움찔한 디아메데스가 뒤로 주춤 물러났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녀에게는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던 분이었는데 어째서. 가벼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일리온이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네 생각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디아메데스. 이만 나가.”

“아버지.”

“너와 타이오스. 둘 모두 결혼하게 될 거다.”

“아버지 마음대로 그렇게…….”

목소리를 높인 순간 문이 달칵 열렸다.

“일리온?”

가느다란 목소리와 함께 문틈으로 한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키레네.”

일리온이 순식간에 표정을 풀고 싱긋 미소 지어 보였다.

“무슨 일 있어? 밖까지 소리가 울렸어.”

“아무 일도 아니에요. 디아, 이만 나가 봐라.”

키레네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디아메데스는 나이를 거의 먹지도 않은 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누가 두 아이를 둔 어머니라고 생각할까. 평생을 아이같이 살아온 덕분인지 키레네는 여전히 가녀리고 순수하게만 보였다.

“일리온.”

그녀가 피투성이인 책상을 보곤 다급히 달려와 아버지의 손을 억지로 펼쳤다.

“괜찮아요.”

“하지만 피가.”

“왜 일어났어요?”

“옆에 일리온이 없어서.”

“자, 다시 돌아가요.”

일리온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멀쩡한 손으로 키레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디아메데스는 그 모습을 멀거니 쳐다봤다. 꼭 저런 것만이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남자들이 그동안 그녀에게 보여준 사랑 역시, 저것과는 조금 다르지 않았던가.

디아메데스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그녀는 동생을 사랑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상처가 깊어. 의사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

“꿰맬 정도는 아니니 됐어요.”

걱정 말라는 듯 몇 번이고 키레네를 다독인 일리온이 이마에 입을 맞췄다. 분명 어머니에게 다정하게 웃어준 남자인데 디아메데스를 돌아보는 얼굴은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런 표정에 몸이 굳었다.

분명한 경고였다.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그런 얼굴.

그녀는 함께 나가는 부모님의 등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하지만 뭐라고 하든 그냥 아버지의 말대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방에 감금됐다. 디아메데스는 입술을 물어뜯었다. 문으로 다가간 그녀가 다시 한번 손잡이를 돌려 봤지만, 여전히 잠겨 있는 소리만 들려왔다.

“하아.”

분명 타이오스도 똑같은 상황이리라.

‘아니. 감옥에 갇혔을 수도.’

검이라곤 손에 쥐어본 적도 없는 그녀와 달리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문 따윈 금방 부수고 나갈 거라 생각하고 지하 감옥에 가뒀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타이오스 역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잠잠할 리가 없으니까.

“아무도 없어?”

디아메데스가 문을 두드리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 한 명이라도 지나가면 좋으련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혹해서 문을 열게 하든 뭘 하든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청혼하러 오는 남자라도 있으면 이용하기라도 할 텐데, 안타깝게도 아버지가 다 막아 버린 듯 창문 앞쪽 정원은 텅 비어 있었다.

“……후.”

쇠창살이 없는 게 다행이라 해야 할까. 하지만 3층이나 되는 곳에서 뛰어내릴 자신은 없었다. 벽을 타고 내려가거나, 밧줄을 만들어 내려갈 용기도 없었고. 동화 속에 나오는 탑에 갇힌 공주의 기분이 이럴까. 디아메데스는 한숨을 내쉬며 창 옆에 앉아 턱을 괴었다. 결혼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나랑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야 차고 넘치게 많겠지.’

그녀에 대한 소문이 수도 없이 많을 테지만 그런 것 따윈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테니까. 거기다가 소후작이라는 지위도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디아메데스는 저물어 가는 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가만히 턱을 괴고 있던 디아메데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누나.”

들려서는 안 되는 사람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타이오스의 얼굴이 보였다.

“타이오스?”

그가 창틀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순간 놀란 디아메데스가 무심코 아래를 쳐다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들어왔어? 아니, 벽을 타고 올라온 거야?”

“응.”

동생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눈을 깜박이던 그녀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가만히 그의 꼴을 보니 방에 갇혀 있던 건 아닌 게 분명했다. 조금 눅눅한 냄새가 밴 옷. 그리고 상처투성이인 손. 거기다가 신발도 신지 않은 발. 타이오스가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가더니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디 있었던 거야.”

“감옥.”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군데군데 난 생채기 외에 다친 곳이 없어 보인다는 것뿐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피 한 방울까지 전부 디아메데스의 것이었으니 다른 이가 상처입혔다간 용서할 수 없었으리라.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 걸터앉았다.

“문을 열고 들어오지 그랬어.”

“이쪽으로 들어오는 복도를 아버지가 지키고 있었어.”

“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는 확실히 두 사람의 관계를 용납할 수 없는 듯했다.

‘아니. 애초에 이어져서는 안 되는 관계이기도 하고.’

그 누가 남매간의 사랑을 응원해준단 말인가. 타이오스는 손수건을 물에 적셔 손을 닦아냈다. 상처가 쓰라리긴 한 듯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아버지가 아무 말도 안 했어?”

널찍한 어깨가 아래위로 가볍게 으쓱였다. 그녀에게는 경고를 했지만, 타이오스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날 결혼시키겠다고 하셨어.”

“……뭐?”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까만 눈이 크게 뜨였다. 디아메데스는 싱긋 미소 지었다.

“결혼해야 한다고.”

“누구랑?”

이 상황이 현실감 없이 느껴지는 듯, 그는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글쎄. 아버지가 정하는 사람과 해야겠지.”

타이오스 역시 결혼시키려고 한다는 말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손을 꼼꼼히 닦아 낸 그가 손수건을 집어 던졌다.

“결혼 같은 거 생각 없잖아.”

“아버지의 뜻이야.”

“그래서. 결혼하려고?”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순순히 결혼하지 않으리라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디아메데스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당연히 할 생각이 없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타이오스를 흔들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에 풀썩 누웠다. 금빛 머리카락이 가닥가닥 흩어졌다.

“결혼하게 되겠지.”

“뭐?”

“그럼 어떻게 할까. 울며불며 싫다고 애원할까?”

그가 성큼 다가왔다. 무섭도록 굳어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거 잘하잖아.”

“상대는 아버지가 결정하신다고 했어.”

“누나가 결혼이라고?”

모양 좋은 입술이 뒤틀렸다.

“웃기는 소리.”

“아버지의 뜻은 확고해.”

정확히는 결혼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그저 두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 디아메데스는 눈을 감고 침대에 온몸을 맡겼다. 타이오스의 눈길이 몸을 훑어내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냥 따르겠다고?”

“이렇게 가둬놨잖아.”

침대에서 뒹굴 구른 그녀가 엎드려서 턱을 괴었다. 이를 악문 동생의 턱이 눈에 들어왔다.

“누나 같은 더러운 창녀랑 누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동생 자지에 처박히면서 흥분하는 여자를 누가 원하는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디아메데스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네가 원하잖아.”

짐승이 그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타이오스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대로 있으면 제 것을 빼앗길 거라는 걸 알 텐데 어떻게 할지 기대되기도 했다.

“누나는 내 거야.”

“그래 보여?”

“그렇게 될 거야.”

잠옷이 밀려 올라가 엉덩이가 드러났다.

“너는 날 못 가져.”

디아메데스가 쿡쿡 웃으면서 속삭였다. 등 위에 묵직한 체중이 올라왔다.

“그럼 아무도 못 가져.”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치우는 손길이 느껴졌다. 뒷목을 꽉 깨문 타이오스가 엉덩이 위에 그의 단단한 살덩어리를 비볐다.

“하아…….”

옷자락을 끌어 내리면서 등줄기를 따라 핥아 내리는 혀에 저릿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금세 배 속이 뜨거워지면서 다리 사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드러난 엉덩이를 꽉 움켜쥔 손가락이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디아메데스는 거부하는 대신 다리를 살짝 벌렸다. 끈적하게 젖은 입구를 더듬은 손가락이 안쪽으로 들어왔다.

“으응…….”

내벽이 움찔거리면서 손가락을 조여댔다.

“그 남자에게 다 말할 거야.”

“어떤 걸?”

“누나가.”

등 위에 입을 몇 번이고 맞춘 타이오스가 그녀의 귓바퀴를 세게 깨물었다. 짐승 같은 숨소리가 울렸다.

“얼마나 음란한 여자인지.”

그 말과 함께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왔다. 안쪽을 넓게 벌리는 움직임에 끈적하게 젖은 소리가 났다. 달뜬 숨을 내뱉은 디아메데스가 쿡쿡 웃었다.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동생에게 박히면서 흥분하는 난잡한 여자라는 것도.”

“으응…….”

미끈미끈하게 젖은 보지 위를 더듬던 손가락이 달아오른 음핵을 찾아냈다. 손톱이 예민한 살덩어리를 꾹 짓누르고 긁어내렸다.

“읏…….”

디아메데스의 어깨가 움찔 떨려 왔다. 배 속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훅 퍼져 나갔다. 땀이 배어 나온 어깨를 혀로 핥은 타이오스가 다시 한번 손끝으로 달아오른 음핵을 문질렀다. 허벅지 위에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세게 꾹 눌렸다.

“그래도, 하아……결혼해야 할걸.”

그녀가 헐떡이면서 속삭이자 벨트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끈적하게 젖은 선단이 엉덩이를 꾹 찌르는 게 느껴졌다.

“개소리.”

타이오스가 부드러운 허벅지 사이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 이미 달아오른 몸속으로 살덩어리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으응!”

디아메데스의 손이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하아…… 조용히 해. 누나.”

나른한 숨을 토해낸 타이오스가 그녀의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음란한 맛이 혀 위에 번져 나갔다. 말랑한 혀를 손가락으로 문지른 그가 뒷목에 입술을 깊이 묻었다. 엉덩이에 닿아 있는 단단한 아랫배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깊숙이 들어와 있던 살덩어리가 천천히 빠져나가다가 다시 푹 들어왔다.

“흣, 아!”

“결혼?”

질퍽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침대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움찔거리는 내벽을 빠듯하게 넓히고, 안쪽 깊은 곳을 푹 찔러 올리는 감각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 누구와 섹스를 해도 이렇게 좋은 적은 없었다. 타이오스는 디아메데스를 위해 태어난 게 틀림없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온전히 그녀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짜릿한 흥분에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입 안을 휘젓고 있는 손가락을 혀로 핥았다.

“하아, 읍…….”

목덜미를 잘근잘근 깨무는 감각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배 속이 꽉 조여들면서 안에 품고 있는 자지를 있는 힘껏 조였다.

“읏…….”

헐떡이면서 신음을 흘린 타이오스가 그녀의 말랑한 혀를 손가락에 감아 당겼다.

“아, 아으…….”

배 속에서부터 흘러나오던 신음이 손가락에 산산이 부서졌다. 커다란 자지가 안쪽을 짓누르고 비벼댔다. 툭 불거진 핏줄이 움찔거리는 것까지 전부 느껴질 정도로 예민하게 달아오른 내벽이 요동쳤다.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가 울렸다. 큰 소리를 내면 복도에 있다던 아버지가 알게 될 게 분명했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조차 흥분으로 다가왔다. 애써 신음을 참으려 할수록 흥분이 더욱 거칠어졌다.

“으응, 읏…….”

디아메데스가 입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손가락을 잘근 깨물었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뒤섞였다. 땀에 푹 젖은 어깨에 끈적이는 숨결이 들러붙어 왔다. 땀에 젖은 이마 위로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물컹하고 뜨거운 혀가 목덜미를 핥아 올리는 감각에 온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결혼하게 둘 것 같아?”

“하…… 그럼, 으응…… 어떻게 하려고.”

그 말에 타이오스는 헐떡이는 숨만 내뱉을 뿐 뭐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다리 사이에서 질퍽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음란하기 짝이 없는 구멍이 자지를 세게 물어 당겼다. 팽팽하게 힘이 들어간 아랫배가 엉덩이를 꽉 짓눌러 왔다. 다른 손으로 가슴을 꽉 움켜쥔 그가 단단해진 젖꼭지를 문질렀다.

“후윽, 아…….”

“……내 아이를 가져.”

그 말에 디아메데스는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타이오스가 살짝 몸을 떼더니 그녀의 다리를 잡아 들었다.

“으응!”

몸속에 박혀 있는 커다란 살덩어리가 내벽을 비틀듯이 문지르는 감각에 손끝까지 쾌락이 퍼져 나갔다. 순식간에 몸이 뒤집혀 눈앞에 시트 대신 천장이 보였다. 디아메데스가 가쁜 숨을 내쉬자 타이오스가 이미 허리까지 밀어 올린 잠옷을 잡아 뜯듯이 벗겨냈다.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 당기자 쾌락으로 흠뻑 젖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

손을 뻗자 당연하다는 듯 동생이 그녀의 품에 안겨 왔다. 한 조각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듯 온몸을 세게 끌어안은 남자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읏, 흑. 읍…….”

입술이 틀어 막혔다. 혀가 목 깊숙이 들어왔다. 갈급증이 일어 정신없이 물을 마시듯 디아메데스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몸속에 담긴 숨 하나까지 전부 가지고 싶은 듯 거칠게 빨아들이던 타이오스가 헐떡이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득 쥐었다.

“하…….”

까만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쾌락과 광기가 뒤섞인 그 눈이 좋았다. 허리를 감고 있는 다리에 힘을 주자 그가 더 거칠게 안쪽을 찔러 올렸다.

배 속이 움찔거리며 조여들었다. 납작한 배 위로 살짝 올라오는 형태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음란하게 보였다. 안쪽 어디까지 자지가 들어왔는지 확인하듯 그 위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꾹 눌렀다.

“읏.”

타이오스가 끈적한 신음을 흘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뜨거운 살덩어리가 더욱 팽팽하게 부풀어 오를수록 디아메데스 역시 더 흥분했다. 머릿속까지 저릿해지는 쾌감에 몸부림쳤다.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에 질퍽거리는 난잡한 소리가 뒤섞였다.

“타이오스. 아, 으응! 아!”

그의 등을 끌어안고 있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파들파들 떨려왔다.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어깨를 잘근잘근 깨물다가 뺨을 비볐다. 온몸이 저릿했다.

눈앞에 번개가 치듯 깜박였다. 디아메데스가 바둥거리면서 동생을 끌어당겼다가 밀어냈다. 아래쪽에서 들어와 머릿속까지 전부 다 휘저어대는 듯한 감각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신음조차 흘러나오지 못했다.

“하…… 하.”

저도 모르게 꾹 참고 있던 숨을 겨우 내쉬었다. 디아메데스의 손톱이 타이오스의 등을 세게 할퀴었다. 마치 자국을 남기듯이. 새파란 눈 속에 땀에 흠뻑 젖은 남자의 얼굴이 가득 담겼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아…….”

내벽이 경련하듯 조여들었다. 그녀가 벌벌 떨리던 몸을 겨우 진정시키자마자 남자가 다시 안쪽을 푹 찔러 올렸다. 절정에 다다라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있던 보지가 다시 움츠러들었다.

뜨거운 표피에 미끈거리는 주름이 문질러졌다. 깊은 곳을 푹 찔러 올릴 때마다 미처 다 지나가지 못한 절정의 쾌감이 다시 되풀이됐다. 디아메데스가 울음 섞인 신음을 토해냈다

“흐윽, 아! 흣…….”

타이오스가 헐떡이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그의 커다란 살덩어리가 더욱 팽팽히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까만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넘겨주자 남자가 눈을 살짝 내리깔더니 시선을 맞춰 왔다. 땀에 흠뻑 젖은 얼굴에 배 속이 더욱 뜨거워졌다.

“하아, 하…….”

디아메데스가 가쁜 신음을 흘리자 그가 고개를 숙여 가슴에 고개를 파묻었다. 부드러운 살을 입 안 가득 빨아당기고 잘근잘근 깨무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허벅지를 더욱 넓게 벌린 타이오스가 깊숙이 들어왔다.

“윽…….”

고개를 젖힌 남자의 목젖이 아래위로 울렁이는 게 보였다. 배 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이 움찔거리며 떨리더니 안쪽에 미적지근한 액체를 쏟아냈다.

“하…….”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땀에 젖은 몸이 하나인 듯 찰싹 달라붙었다. 늘 그랬듯 한번 사정하고 나서도 또 금방 부풀어 오르는 자지가 느껴졌다. 디아메데스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문질렀다.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예민하게 부풀어 있는 내벽은 뜨거운 살덩어리의 작은 움직임에도 자극받았다.

“후윽, 아.”

“임신해. 누나.”

그 말에 디아메데스는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동생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게 해결책이 될 거라고 생각해?”

“다른 남자의 애를 밴 여자도 괜찮다고 하진 않겠지.”

그녀는 소리 내어 웃었다.

“정말 그것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리가. 그렇지만 그 계획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타이오스의 아이를 낳는 건 꽤나 기꺼운 일이었으니까. 만약 아이를 낳아야 한다면, 동생의 아이를 낳고 싶었다.

온전히 그녀의 것인 남자가 아니면 필요 없다. 그리고 그의 성격상 디아메데스가 정말 임신한다면 절대 다른 여자에게 가지 못하겠지. 그녀는 동생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다른 남자도 아닌 동생의 아이를 낳은 여자 따윈 어디서든 원하지 않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참아내고 있는 듯 아직도 그녀의 안을 꿰뚫고 있는 자지가 움찔거리며 요동쳤다.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 말할 생각이 든 거야?”

“…….”

디아메데스는 굳어진 남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딱딱하게 굳은 입가가 살짝 떨려왔다.

“그래.”

“아버지가 반대하실걸.”

아니. 그 누구라도 반대하겠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리자 타이오스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상관없어.”

“네 말대로. 내가. 읏, 응…….”

정사를 계속하려는 듯 커다란 손이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아까만큼이나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자지가 바깥으로 조금 빠져나오자 정액이 새어 나왔다.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디아메데스가 쿡쿡 웃었다. 그의 옷을 잡아 뜯듯이 당겨 벗겨냈다. 땀에 살짝 젖은 육체는 매끄럽고 보기 좋았다.

“난잡한 창녀여도?”

“그래.”

“더럽고 음란한 여자여도?”

“누나가 그 어떤 음탕한 악마라 해도.”

디아메데스는 쿡쿡 웃으면서 동생의 가슴 위를 더듬었다. 쿵쿵 뛰는 심장박동이 손바닥에 가득 느껴졌다.

“하아…….

그동안 부족하던 것을 채운 기분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속에 담긴 정신 한 조각까지 전부 다 집어삼키고서야 만족스럽다니. 그녀는 동생의 머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아, 으응…….”

젖꼭지를 살짝 깨무는 감각에 어깨가 바르르 떨려 왔다. 디아메데스는 눈을 감았다. 배 속을 가득 채운 느낌이 더욱 기분 좋게 느껴졌다. 전부 다 그녀의 것이었다. 전부 다.

***

“아, 으응!”

디아메데스가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방 안은 이미 비릿한 냄새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길게 이어진 정사에 두 사람 모두 바깥에 있을 일리온의 존재를 잊은 지 오래였다.

다리 사이가 정액과 애액으로 질척거렸다. 움찔거리는 보지 구멍 밖으로 질금질금 흘러나오는 하얀 액체가 거품이 되어 두 사람 사이에 흠뻑 묻어났다. 질펀하게 젖은 살이 철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맞닿았다가 떨어졌다.

“하, 읏!”

“누나…… 아. 누나.”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타이오스가 다시 한번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두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된 듯 찰싹 달라붙어 경련했다. 입술을 맞대고 혀를 얽자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자지가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다.

만족스러운 마음과 달리 탐욕스러운 보지는 지칠 줄 모르고 타이오스를 집어삼켰다. 그의 모든 것을 마지막까지 쥐어짜 내려는 듯이.

“타이오스…….”

“하아. 누나.”

탁하게 흐려진 새까만 눈동자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안에 비치는 건 오직 디아메데스뿐이었다. 온몸으로 동생을 끌어안고 좀 더 끌어당긴 순간, 문 쪽에서 달칵거리는 소리가 났다. 타이오스가 살짝 굳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야 그가 탈출했다는 걸 알게 된 모양이었다. 아니면 방 안의 소리가 들렸든지. 그녀는 딱딱하게 굳어진 남자의 뺨을 단단히 붙잡았다.

“너는 내 거야.”

“……누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방문이 열렸다. 디아메데스는 다리로 그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타이오스!”

거친 외침 대신 분노를 억누른 듯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일리온을 바라봤다. 타이오스를 꼭 닮은 까만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제 자식 둘이 정사를 나누며 뒤엉켜 있는 것을 바라보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아버지.”

늘 디아메데스에게는 유약했던 것과 달리 엄하게 대했던 타이오스가 먼저 반응했다. 말없이 다가온 일리온이 동생의 어깨를 잡아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읏.”

짧은 신음이 들려 왔다. 디아메데스는 벌어져 있는 다리를 움츠리고, 더러워진 시트를 잡아끌어 몸을 가렸다. 다가오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두렵게 보였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타이오스를 원했고, 아버지는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일 뿐이었으니까.

언제나 희미하게 웃음 짓고 있던 입술이 일그러졌다. 이를 악문 듯 단단히 힘이 들어간 턱이 보였다.

“……결혼 따윈 하지 않, 악!”

“누나!”

디아메데스가 그를 노려보면서 말하던 순간, 고개가 확 돌아갔다. 타이오스의 놀란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뒤늦게 고통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당하는 일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천천히 얼얼한 뺨 위에 손을 얹은 그녀가 눈을 깜박였다.

맞았다. 그것도 아버지의 손에. 그녀가 흔들리는 눈으로 일리온을 올려다본 순간,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참는 듯 싸늘하게 그녀를 내려다본 아버지가 돌아섰다.

“제가 먼저 시작한 일이에요! 누나는…… 헉.”

타이오스가 벌떡 일어나 악을 쓰듯 외치자마자 이번엔 주먹이 날아갔다. 찰싹이 아니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동생이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그러나 그는 바로 벌떡 일어났다.

“저는 누나를 사랑해요!”

“착각이다.”

디아메데스는 욱신거리는 뺨을 꾹 눌렀다. 일리온이 허리에 매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순간 흠칫한 타이오스가 이를 꽉 깨물었다.

“타이오스, 내가 널 베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타이오스!”

그녀는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일리온은 진심이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싸늘하게 식어 있는 까만 눈동자는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하지 마세요!”

몸을 가리는 것이고 뭐고 그녀는 일리온에게 달려들어 팔에 매달렸다.

“나가라, 타이오스.”

“아버지. 누나와의 관계가…….”

“나가!”

“타이오스.”

디아메데스가 그에게 눈짓했다. 이를 꽉 깨문 동생이 천천히 옷을 주워 들고, 문밖으로 나섰다. 그제야 아버지가 검을 집어넣었다.

“아버지라 해도 날 막을 수는 없어요.”

일리온이 그녀를 쳐다봤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체액으로 범벅이 된 몸을 천천히 훑어내리는 눈길에는 그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디아메데스.”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네가 내 딸이 아니라 생각한 적 없다.”

“……그래서, 타이오스와 함께했다고 이젠 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으신 거예요?”

“날 후회하게 만들지 마라, 디아메데스.”

무엇을 후회하게 된다는 걸까. 디아메데스는 입술을 달싹였다. 일리온은 천천히 뒤돌아서서 방을 나가버렸다. 다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

바깥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거칠게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디아메데스는 천천히 문으로 다가가 가만히 이마를 기댔다. 희미하게 타이오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와 싸우는 것 같았다. 조용히 손잡이를 잡아 흔들어 본 그녀는 한숨과 함께 문에 툭 기대섰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디아메데스는 등을 꼿꼿하게 펴고 섰다. 거리낌 따윈 없었다. 그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것뿐이지 않은가. 그게 잘못이라면 모든 욕망이 죄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일리온이었다.

“……옷이라도 입지 그러니, 디아메데스.”

“타이오스는 어떻게 됐어요?”

그 말을 그냥 무시한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알약. 그게 뭔지 그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매일 그녀가 먹던 것이 아닌가.

“네게 없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만 먹는 것을 봐야겠다.”

“싫어요.”

디아메데스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다리 사이에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아직도 방 안은 비릿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일리온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디아메데스. 네게는 험하게 대하고 싶지 않구나.”

“이미 그렇게 하셨잖아요?”

뺨이 욱신욱신 아파 왔다. 아버지가 피곤한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타이오스는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알 필요 없다.”

“아무리 아버지라 해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어요.”

“먹거라, 디아메데스.”

그녀는 반항적인 얼굴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일리온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가 까만 눈을 천천히 깜박이더니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결혼할 남자는 곧 도착할 거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했잖아요.”

“오자마자 약혼할 거고, 결혼은 길어야 한 달 후에 할 예정이니 그렇게 알아두렴.”

소름 끼칠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였다. 동생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나신의 딸을 앞에 두고 하는 행동이라 보기엔 너무도 평온했다. 디아메데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버지 뜻대로 되진 않을 거예요.”

“약혼식 전에 우선 이 약부터 먹는 게 좋겠구나.”

“……두고 가세요.”

아이를 가진다면 타이오스의 아이뿐이다. 그렇게 스스로 정했다. 그동안 매일같이 남자들을 바꿔 가며 잠자리를 가졌지만 단 한 번도 아이를 바란 적이 없다. 그게 설사 남편이라 해도 원하게 되진 않으리라.

그녀의 말에 일리온이 싱긋 웃었다.

“확실히 해 두고 싶으니 내가 보는 앞에서 먹어야 한다, 디아메데스.”

“그동안 단 한 번도 임신한 적 없잖아요. 알아서 할 거예요.”

“네가 이것을 삼키는 걸 봐야 마음이 놓이겠구나.”

“…….”

디아메데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일리온이 쓴웃음을 지었다.

“먹을 생각이 없는 거군.”

대답하지 않았다. 반드시 임신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느다란 가능성조차 없애고 싶진 않았다. 등을 꼿꼿하게 펴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타이오스에게 평생의 족쇄가 되리라. 만에 하나 그녀가 죽는다 해도, 두 사람의 아이가 있으면 디아메데스는 죽어서까지도 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달콤한 유혹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디아. 무력으로 해결하고 싶진 않으니 협조해 주렴.”

“타이오스를 만나게 해 줘요.”

“이제 평생, 다신 만날 일 없을 거다.”

“아니. 만날 거예요.”

“이런 것조차 닮을 필요는 없는데.”

일리온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꾸만 그가 ‘닮았다’고 하는 게 누구인지 짐작조차 가질 않았다. 평생 아버지밖에 모르던 어머니에게 다른 남자라도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 누구도 입에 담지 않는 어머니의 과거. 즉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디아메데스는 아버지를 가만히 쳐다봤다.

“타이오스를 데려오면 먹을게요.”

“죽었다.”

“거짓말이잖아요.”

“왜 거짓말이라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어머니가 가만히 계실 것 같진 않으니까요.”

“키레네는…….”

어머니의 이름을 입에 담는 일리온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타이오스를 두려워하지.”

“…….”

“그러니 아들이 죽는다 해도 크게 상심하진 않을 거다.”

“거짓말.”

“자. 이만하고 약을 먹는 게 좋겠구나. 디아메데스.”

뒤로 한 발자국 더 물러섰다.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정액이 바닥에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타이오스가 정말 죽었다는 생각 따윈 들지 않았다. 그냥 어떻게든 그녀를 단념시키려는 말일 뿐이었다.

일리온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만큼 디아메데스는 뒤로 더 물러났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남자가 가까워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새까만 눈 속에 성적인 뜻은 먼지만큼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디아메데스의 등이 벽에 닿았다. 일리온이 성큼 다가오더니 손을 뻗었다.

“읏.”

턱을 붙잡은 손아귀의 힘이 너무 강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 봤지만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읍, 읍!”

꾹 다문 입술 위에 약이 짓눌렸다. 혀끝에 익숙한 맛이 퍼져 나갔다. 일리온이 손에 힘을 더욱 줘 입을 벌리게 했다.

“아!”

입 안까지 들어온 손가락이 약을 목 너머로 꾹 밀어 넣었다. 발버둥 치다가 못 견디고 그것을 꿀꺽 삼키자마자 턱을 붙잡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아버지가 평소와 같은 다정한 웃음을 지으면서 옷걸이에 걸린 가운을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디아메데스. 결혼식 날 네가 얼마나 예쁠지 기대되는구나.”

마치 ‘좋은’ 아버지인 양 그렇게 말한 일리온이 그녀의 등을 다독이곤 방을 나섰다. 문은 잠기지 않았다. 디아메데스는 방문이 닫히자마자 입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우욱…….”

뭉그러진 약 조각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몇 번이고 구역질을 반복했다. 약효가 돌지 않길 바라면서.

***

감금은 끝났다. 여느 때와 같은 성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디아메데스뿐이었다. 언제나 그녀를 좇던 시선이 없다는 건 상당히 불쾌한 일이었다. 가장 좋아하던 보석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아니,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미술품을 빼앗긴 것만 같았다.

‘타이오스는 죽지 않았어.’

일리온은 ‘죽었다’는 말로 대답했고 고용인들은 하나같이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 누구도 타이오스가 어디 갔는지 몰랐다. 고민하던 디아메데스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아버지의 말대로 자기가 낳은 아들을 두려워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식이 아닌가. 게다가 어린 시절에는 키레네가 타이오스를 예뻐하던 걸 기억했다. 점점 그가 ‘남자’가 되어 가면서 멀어지긴 했지만.

그녀는 유리온실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가 선물한 곳이었다. 투명한 유리 안쪽을 살피니 색 옅은 금빛 머리카락이 살짝 보였다.

“어머니.”

디아메데스가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길게 놓인 카우치 위에 반쯤 누워 있던 키레네가 미소지었다.

“디아. 이리 와.”

그녀는 어머니의 옆에 가서 앉았다. 이렇게 함께 있을 때면 다들 자매라고 생각하곤 했다. 디아메데스는 타이오스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태연하기만 한 어머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뺨이 부었네.”

가느다란 손가락이 부드럽게 뺨을 매만졌다. 가벼운 손짓에도 느껴지는 아픔에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버지가 뺨을 때렸어요.”

“일리온이?”

“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난처한 얼굴이었다. 그런 일이 정말 있었냐는 듯한 눈빛이라고 해야 할까.

‘나와 타이오스의 일에 대해서는 모르시는 걸까.’

하긴. 언제나 어머니를 과보호하던 아버지라면 이 상황을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을 게 뻔했다. 일리온에게 키레네는 언제나 ‘보호해야 할’ 존재였으니까.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말이다. 디아메데스는 동생과의 관계를 말하는 대신 싱긋 웃었다.

“어머니. 타이오스가 어디 갔는지 아세요?”

그 말에 키레네가 생긋 웃었다.

“타이오스는 여행 갔잖아.”

“여행이요?”

“그래.”

몇 번이고 그 ‘여행’에 대해 물었지만, 쓸모 있는 대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듯했다.

“일리온이랑 여행 가고 싶어.”

“가끔 다른 영지로 가시잖아요.”

“그건 여행이 아니야.”

키레네가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

“일리온이랑 처음 떠났던 때처럼 같이 다니고 싶어.”

“…….”

“후작이라는 작위에 구애받지 않았던 때처럼 말이야.”

이미 그때의 추억에 흠뻑 젖어 들었는지 어머니는 꿈을 꾸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디아메데스는 나른한 표정으로 소파에 머리를 기대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냥 일어났다. 더 이상 그녀에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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