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18/19)
  • 에필로그

    에이든 도련님을 따라 이사 온 후 올리비아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도련님이 더는 하녀 일을 하지 못하게 해서 매일 놀았다. 그냥 노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하녀들의 시중을 받아야 해서 과분함에 발을 동동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점차 익숙해져서 그럭저럭 지낼 만해졌다. 그리고 사치라는 걸 즐겨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마음껏 늦잠도 잤다. 평소 일찍 일어나는 게 몸에 배서 늦잠 자는 게 오히려 힘들었지만 며칠 침대 위에서 노닥거렸더니 점차 늦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배가 고파서 더 누워 있기 힘들 때까지 에이든 도련님이랑 침대에서 뒹굴거려 봤다. 그때 도련님이 행복하게 웃어서 올리비아도 같이 행복해졌었다. 그 기분 좋은 아침이 떠올라 올리비아는 웃었다.

    그리고 케이크도 한 판이나 먹어 봤다. 정확히는 배가 불러서 한 판을 전부 다 먹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통째로 퍼먹어 봤다. 그때의 행복감이란. 케이크를 한 판이나 퍼먹을 수 있다니, 생일 케이크를 받았을 때 빼고 처음이었다. 늘 도련님이 주신 조각 케이크를 먹다가 한 판을 먹으니 황홀했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요즘 일상이 전부 꿈만 같았다.

    또 에이든 도련님은 심심하면 선물을 사 주셨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생전 처음으로 예쁜 드레스도 입어 보고 보석도 착용해 봤다. 마치 귀족 아가씨가 된 것처럼 기분이 설렜다. 너무 비싸고 좋아 보여서 이런 것을 자신이 입어도 되는지 더럭 겁이 났지만.

    “예쁘다. 정말 예뻐!”

    에이든 도련님이 연신 박수 치며 예쁘다고 해 줘서 올리비아는 모른 척 입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정말 행복했다. 백작저에서부터 따라온 자카르와 일당들이 가끔 귀찮게 굴었지만 올리비아는 에이든 도련님에게 그들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아가씨 정말 아버지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아니요.”

    “아가씨 저희 부족은 경치가 좋습니다. 구경 가시는 건 어떠십니까?”

    “관심 없어요.”

    “저희 어머니가 진짜 맛있는 음식을 할 줄 압니다. 같이 가서 맛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싫어요.”

    단호하게 말하면 됐다. 그러면 자카르와 일당들은 시무룩해져서 물러섰다. 그 모습에 처음엔 조금 미안했지만 그러지 않으면 더 귀찮게 굴 거라고 에이든 도련님이 알려 주셔서 단호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리고 저택 내의 모든 사람이 올리비아에게 친절해서 속상할 일이 없었다. 게다가 요즘엔 도련님을 보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절로 즐거운 미소가 나왔다. 그래서 웃으면 도련님이 꽉 안아 주거나 깊게 입을 맞춰 줬다. 그러면 또 좋아서 몸이 떨릴 정도였다.

    ‘도련님 생각하니까 또 보고 싶다. 보러 가야지! 오늘도 서재에 계시겠지?’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 정원을 걷던 올리비아는 도련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신난 발걸음으로 걷던 중 도련님과 같이 먹을 간식을 챙기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서재에 가서 사람을 부르면 되지만 올리비아는 아직 그런 행동이 낯설었다. 그래서 스스로 챙겨 가는 편이었다. 물론, 그러면 시녀장님이 찾아와서 시켜 달라고 차분하게 권유한다. 그래도 당장 부담스러움을 피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에이든 도련님과 시간을 함께 보내며 진짜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으면 더 기분이 좋았다. 상상만으로 즐겁다. 올리비아는 신나서 주방으로 향하던 중 작게 수다 떠는 소리를 들었다.

    “봤어? 오늘 또 보석 들어왔어.”

    “진짜? 뭔데?”

    “오늘은 목걸이더라. 큼지막한 토파즈가 박힌 목걸이.”

    “아가씨 거겠지?”

    아가씨 소리에 올리비아의 발걸음이 절로 멈췄다. 부담스럽게도 이곳에서 올리비아는 아가씨라고 불렸다.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에이든 도련님이 그래야 한다고 해서 저택 사람들 전부 올리비아를 아가씨라고 불렀다. 참고로 이 저택의 사람들은 전부 굉장히 착하고 친절했다. 누구도 괴롭히거나 짜증 내지 않아서 올리비아는 이곳이 천국인 것만 같았다.

    “당연하지. 아가씨가 아니면 누구 거겠어?”

    다시 하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든 도련님이 또 선물을 사셨나 보다. 이젠 올리비아도 놀라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것저것 사 주셔서 올리비아는 보물 창고까지 생겼다. 참고로 이 저택에선 갖고 싶은 걸 마음껏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물건이 많다는 게 올리비아는 믿기지 않았다. 하녀는 자기 소유의 물건을 가져선 안 된다. 언제든 누가 선물을 빼앗아 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선물을 받고 안절부절못했더니 에이든 도련님이 튼튼한 자물쇠가 달린 방을 내주었다.

    처음엔 무슨 이런 큰 방을 주냐고 놀랐지만 에이든 도련님이 자꾸 선물을 줘서 어쩐지 그 방도 부족할 것 같았다.

    “나 진짜 놀랐잖아. 주인님한테 그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

    하녀가 찔리는 것이 있는 사람처럼 목소리를 낮췄다. 원래는 아랫사람이 주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안 되는 일이지만 사람 일이 어떻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조용히, 최대한 조심하면서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사람이 그렇게 달라져.”

    다른 하녀가 웃음을 터트리며 동조했다. 그 대화를 엿듣던 올리비아는 어리둥절했다. 에이든 도련님이 달라졌나? 늘 똑같은 거 같은데. 그냥 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이야기를 엿들었다.

    “여자한테 빠지면 전부 내주는 사람이었다니. 진짜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거야.”

    “이대론 평생 질 것 같아.”

    “그건 그래.”

    “주인님은 다른 사람은 안 보나? 나 정도면 예쁘지 않니?”

    “너보다 내가 낫지 않니?”

    잠시 침묵했던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진심이 아니라 그냥 하는 말장난에 불과했다.

    “꿈 깨야지. 빨랫거리 보니까 아직 열렬하더라. 밤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침구 빨래가 그렇게 나와.”

    “그것도 부럽더라. 나도 그 정도로 화끈하게 사랑받았으면.”

    두 사람은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잠자리를 보면 사랑을 알 수 있다더니.”

    “맞아.”

    “아, 어디 주인님 같은 사랑꾼 없나?”

    “있으면 나한테 먼저 알려 줘. 내가 먼저 채 가게.”

    두 사람은 장난스럽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계속 청소를 했다. 그들을 뒤로하고 올리비아는 걸었다. 갑자기 케이크 생각이 전부 사라져 그냥 서재로 향했다. 어쩐지 기분이 매우 이상해졌다. 사실 저 정도 수다는 하녀들끼리 하는 말치고 양호한 편이었다. 크게 주인을 비하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거슬릴 게 없어야 하는데 올리비아의 기분은 갈수록 나빠졌다.

    에이든 도련님을 찾아가는 올리비아의 걸음은 더욱 느려졌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걷던 올리비아는 서재에 도착했고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저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 당연히 되지. 이리 와.”

    책상에서 서류를 보던 에이든 도련님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겨 줬다. 우울해지던 기분이 한결 나아진 올리비아는 책상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왜 거기 앉아? 이리 오라니까.”

    “그냥요. 일 방해 안 할게요.”

    에이든 도련님이 잠시 미간을 좁혔지만 서류를 들어 보였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 이것만 확인하면 돼.”

    그러고 다시 에이든 도련님이 서류를 읽었다. 올리비아는 읽어도 알기 힘든 내용이 줄줄 있던데, 저런 걸 매일 읽다니 도련님은 참 똑똑하고 대단했다. 그리고 잘생기기도 했고. 서류를 읽는 도련님을 올리비아는 홀린 듯 바라봤다.

    정말 멋지다. 도련님은 최고야. 그렇게 떠올리다가 올리비아는 아까의 우울함이 다시 떠올랐다. 이렇게 에이든 도련님을 바라보니 우울한 원인을 알 것 같았다.

    하녀가 ‘주인님은 다른 사람은 안 보나?’라고 했던 말이 불쾌했다. 그 말은 에이든 도련님이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챙긴다는 소리 아닌가. 그건 떠올리는 것만으로 꽤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도련님은 착하시니까 다른 사람을 챙기면 다 해 주겠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남들을 챙겨 주는 에이든 도련님이라니. 그럼 다른 사람과도 잠자리를 가지는 걸까?

    올리비아는 딱히 밤 행위에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었다. 도련님이 원하니까 했던 게 대부분이었다. 그것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저 말을 듣고 나니 어쩐지 기분이 우울했다. 아니, 우울함을 지나쳐서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막, 짜증 나고 설명하기 힘든 기분에 울컥했다. 올리비아는 소파에 놓인 쿠션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언제나 올리비아를 주시하는 에이든은 그녀의 예민함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보고 있던 서류를 마무리하고 얼른 올리비아에게 다가갔다. 슬그머니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며 올리비아에게 말을 걸었다.

    “올리비아, 뭐 화나는 일 있어?”

    “아니요.”

    에이든은 놀랐다.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꿍했다. 최근 올리비아의 목소린 늘 녹아내릴 것처럼 달콤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낯설었다. 케이크를 줬다 뺏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저렇게 행동하지?

    “화난 거 있는 거 같은데?”

    “제가 어떻게 도련님께 화를 내요!”

    팩 토라진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 아니라고 하다니. 에이든이 얼떨떨해서 올리비아를 쳐다보자 그녀는 다시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올리비아의 시무룩한 모습을 보면서 에이든은 속상하면서도 감격했다.

    ‘올리비아가 내게 화를 내다니! 토라진 감정을 드러내다니!’

    얼마나 대견하단 말인가. 도련님의 말씀엔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아이가 달라져 기뻤다. 마음 같아선 더 화내라고 하고 싶지만 우선 올리비아의 기분을 풀어 줘야 했다. 그런데 너무 뜬금없는 상황이라 에이든은 어떻게 올리비아의 기분을 풀어 줘야 할지 모르겠다.

    뭐에 화가 났는지 알아야 할 텐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때 올리비아가 쿠션을 옆에 던져 놓더니 에이든과 거리를 좁혀 왔다. 그리고 에이든은 상상도 못했던 말을 건넸다.

    “에이든, 다른 사람이랑 잘 거예요?”

    다른 사람이랑 자다니? 누구랑? 왜?

    “뭐?”

    얼떨떨해하며 의문을 드러내니 올리비아의 표정은 심각했다. 진짜로 자신이 다른 사람이랑 잘 거라고 믿는 건가?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질문에 화가 났다. 자신이 어떻게 대해 주는데! 모든 걸 다 주고 있는데 어떻게 저런 헛소리를 할 수 있냔 말이다! 막 에이든이 무슨 헛소리냐고 외치려는 순간이었다.

    “저 말고 다른 여자랑 잘 거예요? 그거 싫은데 안 하면 안 돼요?”

    “뭐어?”

    올리비아의 입에서 싫어 소리가 나온 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게 에이든은 믿기지 않았다.

    “지금처럼 저하고만 하면 안 돼요?”

    “자, 잠깐!”

    에이든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호흡이 가빠져 와 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심호흡했다. 힐끔 손가락 틈으로 올리비아의 얼굴을 확인하니 본인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까지는 생각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별 의미 없다고 여겨야 하는데. 올리비아가 저렇게 무의식적으로 독점욕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상황 아닌가. 에이든은 가만히 있는데도 호흡이 넘어갈 것 같은 기분에 최대한 느리고 크게 심호흡했다.

    “올리비아.”

    “네?”

    “내가 다른 여자랑 자지 말고, 너랑만 잤으면 좋겠어?”

    “네!”

    참 해맑게도 답해서 에이든의 심장이 찡 울렸다. 에이든이 손을 까닥였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자연스럽게 더 움직여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 가는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얌전히 품에 기대 오는 올리비아가 사랑스러웠다.

    “그럴게.”

    “진짜요?”

    “내가 다른 사람이랑 잘 리가 없잖아.”

    올리비아의 신나 하는 목소리에 답했더니 그녀는 도리어 고개를 갸웃했다. 왜 다른 사람이랑 잘 리가 없는지 모르는 표정이었지만 답답함은 차오르지 않았다. 그런 둔함조차도 올리비아였으니까. 대신 어깨에 올라온 올리비아의 작은 손을 끌어다가 다리 사이에 올렸다. 직접 옮긴 거니 닿을 것을 알았고, 올리비아는 그냥 그저 손을 올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작은 손이 성기에 닿았다는 것만으로 에이든의 의지가 발딱 일어섰다. 아득한 짜릿함이 번져 올리비아의 손에 대고 천박하게 하체를 비비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영문을 모르고 눈을 둥그렇게 뜬 올리비아에게 에이든은 절절한 속마음을 속삭였다.

    “마음 같아선 떼어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미안해. 대신 꼭 너한테만 쓸게.”

    다른 사람이 들으면 무슨 변태 같은 선언이냐고 하겠지만 올리비아는 배시시 순진하게 웃었다. 남자의 페니스를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짓는 저 천진한 미소란.

    “떼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진짜 알고 저런 표정을 짓는 건지 모르겠네. 그런 생각을 하던 에이든의 정신을 뒤흔든 건 역시나 올리비아였다. 그녀는 갑자기 손을 움직였다.

    “헉!”

    에이든은 헛바람을 집어 삼키며 혹시 몰라 제 손을 번쩍 들었다. 자신의 저속한 욕망이 발현해 제멋대로 올리바아의 손을 잡고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봐. 하지만 성기 위를 더듬는 손길이 그대로 느껴졌다. 올리비아가 자발적으로 기둥 위를 계속 비비고 있는 것이다!

    “점점 단단해져요.”

    ‘당연히 단단해지지!’

    올리비아의 음성이 발랄했다. 손에 닿는 것이 신기하다는 듯, 혹은 재미있다는 듯 가볍게 훑는 행동이었다. 에이든은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 유혹적인 의도가 조금도 없는 그 움직임이 짜릿해 전율이 솟았고 저절로 하체가 떴다.

    “흣!”

    에이든이 신음을 흘리자 올리비아가 주물럭거리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눈치를 보며 물었다.

    “만지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러면서 슬그머니 손을 빼려는 움직임에 에이든은 그 손을 덥석 잡아 직접 바지 안에 넣어 주었다. 속옷을 헤집고 넣은 탓에 손의 따스한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만져도 돼.”

    더, 마음껏 만지라고 다리를 벌리고 하체를 내주자 올리비아는 신기해하면서 계속 만졌다. 자기가 만질 때마다 꿈틀거리고 더욱 단단해지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마치 장난감 가지고 놀 듯 주물럭거리는 자극이 미치도록 좋았다. 이렇게 올리비아의 손바닥만으로 갈 것 같았다. 에이든의 허리가 제멋대로 흔들렸다.

    “하, 좋아. 좋아.”

    “에이든 좋아요?”

    에이든의 허리가 절로 떨며 올리비아의 손을 찾았다. 이젠 올리비아가 만지는 건지 에이든이 올리비아의 손을 이용해 자위하는 건지 모를 상태였다.

    “그럼. 환장하게 좋아!”

    에이든이 허리를 흔들어 성기와 올리비아의 손이 비벼질수록 의지 녀석은 더없이 크기를 키웠다. 아니, 이미 질질 흘리고 있는지 바지 앞섶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당연히 올리비아의 손바닥까지 질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느낀 듯 올리비아의 눈이 동그래졌고 에이든은 겸연쩍지만, 사심 가득하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써 볼까?”

    “네.”

    올리비아가 양 뺨을 물들이고 배시시 순진하게 웃어서 에이든은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이 순간 어떻게 이렇게 해맑고 순수하게 웃을 수 있지? 자신의 영혼을 잡아먹으러 온 거라고,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에이든은 욕심껏 올리비아에게 달려들려다가 어떤 사실을 떠올렸다. 이 순간을 올리비아가 확실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했다.

    “올리비아, 우선 씻을까?”

    “네.”

    올리비아가 잠시 에이든의 다리 사이를 확인하더니 발랄하게 답했다. 에이든은 올리비아를 들쳐 안고 욕실로 향했다. 에이든은 욕실에 도착해 올리비아의 옷을 벗겼다. 차분하게 하고 싶은데 손이 허겁지겁 움직였다.

    어째서 처음도 아닌데 매번 이렇게 조급함이 생기는 걸까? 에이든은 정말 미치겠다고 여기며 올리비아를 나신으로 만들었다.

    “먼저 물에 들어가.”

    그렇게 말하고 에이든은 제 옷을 찢어발기듯 벗었다. 그리고 욕조에 같이 들어가 올리비아를 꼼꼼하게 닦았다. 벌써 여러 번 반복된 상황이지만 올리비아는 이 순간이 당황스러웠다. 시중은 자신이 들어야 하는데, 욕조에 같이 들어오면 에이든 도련님은 이렇게 닦아 주기 바빴다. 꼭 에이든 도련님이 자신의 시중을 드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에이든 제 몸은 제가 닦을게요.”

    하녀 일을 한다고 하면 에이든 도련님이 또 버럭 화를 내서 목욕 시중을 들어 드리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신 스스로의 몸이라도 닦는다고 했더니.

    “내가 한다고 했지?”

    “하지만…….”

    “내가 뭐라고 했어?”

    올리비아가 우물거리자 도련님이 제법 엄한 목소리를 냈다.

    “에이든이 좋아서 하는 거라고요.”

    “그래. 내 즐거움을 빼앗지 마.”

    에이든 도련님은 정말 즐겁다는 듯 싱글벙글 웃고 계셨다. 올리비아는 에이든 도련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도련님이 좋아하시니까 그냥 힘을 빼고 몸을 내맡겼다. 그래서 오늘도 에이든 도련님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씻겨 줬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수건으로 물기까지 제거해 주셨다.

    “자, 먼저 침대에 가 있어. 나도 곧 마무리하고 갈게.”

    “네. 빨리 오세요.”

    빨리 오라니!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한마디에 펄떡펄떡 뛰었다. 이제부터 할 일은 뻔한 상태에 올리비아가 빨리 오라고 하니 의지가 절로 벌떡벌떡 섰다. 아니, 사실 아까 만졌을 때부터 서 있어서 곤란할 정도였지만 중요한 순간을 위해서 참아야 했다.

    에이든은 허겁지겁 제 몸을 씻어 내리고 물기까지 제거하고 올리비아를 위해 준비를 했다. 이건 꼭 올리비아에게 줘야 하는 거였다. 그렇게 다급한 마음에 헛손질을 여러 번 하며 준비를 마친 에이든은 가운을 걸치고 침실로 향했다.

    올리비아가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에이든의 기척을 느낀 듯 상체를 일으켰다. 부스스 흐트러진 머리칼도 귀여웠다.

    “올리비아!”

    “에이든!”

    에이든이 감격에 겨워 부르자 올리비아가 자신의 부름에 똑같이 답해 가슴이 벅찼다. 올리비아가 이렇게 이름을 부를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이젠 올리비아에게 자신이 그저 도련님이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행복했다. 에이든은 올리비아가 자신을 보고 있음을 확인하고 가운을 활짝 열었다.

    “자, 내 약속이야!”

    올리비아는 영문을 모르는 듯 눈을 깜빡였다.

    “이걸 봐!”

    에이든의 장렬한 외침에 올리비아의 시선이 몸을 타고 내려와 남성의 중심부에 닿았다. 그리고 고환 근처의 기둥에 곱게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올리비아의 입술이 벌어졌다.

    올리비아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맞는지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그대로여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왜 리본을 달았어요?”

    “네게 주는 선물이라는 뜻이지!”

    그랬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에게 결의를 보여 주기 위해 페니스에 리본을 묶어 포장했다. 떼어 주지는 못해도 이건 네게 주는 선물이라는 의미였고, 다른 사람에겐 쓰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흘러가듯 말하면 올리비아에게 와닿지 않아서 잊어버릴 수 있었다. 이 정도 하면 이걸 다른 사람에게 쓰겠다는 착각 따위는 하지 않겠지. 에이든은 제 생각이 기발해서 뿌듯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에이든 도련님의 물음에 올리비아는 얼떨떨했다. 왜 망측하게 저기에 리본을 달았을까? 올리비아는 다른 사람에게 안 쓴다는 약속만으로 괜찮았다. 굳이 선물로 주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받아도 기쁘지 않은 선물에 올리비아는 떨떠름하게 답했다.

    “어? 네…….”

    어쩐지 올리비아의 대답이 석연치 않았다. 그걸 받아서 뭐 하냐는 표정이었다. 아까는 저한테만 쓴다고 했더니 좋아하더니. 막상 주는 건 필요 없단 반응이었다.

    에이든은 내심 상처를 받았지만 조금 익숙해졌다. 상대는 ‘올리비아니까’로 실망하고 상처를 받았던 세월이 얼마던가. 그는 성장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에이든은 이런 상황에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

    “올리비아.”

    “네?”

    “지금 진심으로 기뻐하면 케이크 두 판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지.”

    에이든은 통 크게 질렀다.

    ‘케이크가 두 판이라니?’

    올리비아는 에이든 도련님의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마 전에 도전한 한 판도 다 못 먹긴 했다. 하지만 통째로 먹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뻤다. 그런데 두 판이라니? 다른 맛으로 한 판씩 두고 한 입씩 번갈아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는가!

    올리비아는 기대감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케이크 세상에 빠진 기분일 거다. 올리비아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박수를 쳤다.

    “진짜 너무 좋아요! 에이든 최고예요! 기뻐요! 저 행복해요!”

    짝짝짝! 박수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자 에이든의 기분은 금세 회복되었다. 비록 케이크를 내주고 교환한 것이지만 어떠한가. 올리비아가 황홀한 얼굴로 저렇게 열렬하게 기뻐하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내가 최고지!”

    “네! 진짜 멋져요!”

    에이든은 양손을 허리에 얹고 엉덩이를 몇 번 씰룩거리고 가운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침대로 뛰어들며 올리비아를 안았다. 기쁨으로 물든 얼굴에 마구 입을 맞췄다. 쪽쪽쪽 귀여운 울림은 두 입술이 맞닿는 순간 사라졌다.

    올리비아의 손이 올라와 어깨를 쓰다듬자 에이든의 호흡은 점차 가빠졌다. 입술을 미끄러뜨려 올리비아의 목을 핥고 더 내려와 가슴을 삼켰다. 뽀얗고 탐스럽게 올라선 가슴은 언제나 만져도 황홀했다.

    에이든은 참지 못하고 가슴골에 얼굴을 묻었다. 풍만한 살결에 얼굴이 뭉그러졌다. 올리비아의 향기가 뇌 속을 지배했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한쪽 손으로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반대쪽은 아이가 젖을 찾듯 흡입했다.

    “읏, 에이든…….”

    올리비아의 부름에 에이든이 혀끝으로 유실을 문지르며 눈만 치켜떴다. 벌써 올리비아의 두 뺨이 붉게 달아올라 야해 보였다.

    “바, 흐읏, 반대쪽도 빨아 주세요.”

    진짜 야해서 사랑스럽다니까. 에이든은 당장 반대쪽 가슴을 입에 물었다. 물론 비게 된 원래 빨고 있던 가슴은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애무했다. 자신의 타액으로 축축해진 유두가 단단하게 손끝에 걸렸다.

    만져도, 입에 담아도 부족했다. 입에서 쉼 없이 우물거려도 무언가 간절해진 에이든은 남는 손을 올리비아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뜨렸다. 미끌미끌한 액체를 흘리고 있지만 충분하게 젖지 않았다. 갈라진 틈을 자극하듯 문지르자 올리비아의 허리가 꿈틀거렸다.

    “흐응!”

    귀여운 콧소리를 흘리며 슬며시 다리를 벌리는 야한 올리비아 덕분에 에이든은 더욱 조급해졌다. 이대로 기다리기 너무 힘들어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으응…….”

    올리비아의 엉덩이가 꿈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그리고 미친 듯이 손가락을 우물거렸다. 마치 이것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재촉하는 것 같은 게걸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에이든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빼냈다가 집어넣었다. 이번에도 내벽이 손가락 전체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반응이었다.

    올리비아의 솔직한 야함이 언제나 좋았다. 불끈거리는 성기는 터질 것만 같았다. 손가락 하나를 더 밀어 넣자 역시나 냉큼 받아먹었다. 에이든은 정성스럽게 아래를 넓혔다. 질척이는 올리비아의 액체가 손을 녹여 버릴 것만 같았다.

    “하아, 그만하고 에이든 거 주세요.”

    진짜, 어쩜 매번 이렇게 미칠 수 있게 만드는지. 에이든은 군말 없이 올리비아의 말을 들었다. 냉큼 손가락을 빼고 터질 듯 달아오른 페니스를 단숨에 삽입했다.

    “하읏!”

    올리비아는 자극에 몸을 뒤틀다 미묘한 감촉을 느꼈다. 허벅지 안쪽이 간질거렸다. 정신없는 와중에 아래를 내려다보고 놀랐다. 에이든 도련님이 리본을 풀지 않고 들어와 두 사람의 결합 부위 사이를 붉은색의 리본이 차지하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천이 허벅지와 맞닿은 부위에 비벼지며 거슬렸다.

    “에이든 아래에, 웃…….”

    하지만 에이든 도련님이 허리를 흔들어 올리비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흐, 괜찮아. 리본은 방해되지 않아.”

    오히려 그렇게 속삭이며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 허리를 흔들었다. 성기가 쑥 뽑혀져 나왔다가 깊게 처박히길 반복했다. 가운데에 낀 화려하고 밝았던 붉은색의 리본이 축축하게 젖어 어둑한 색으로 물들어 갔다. 그렇게 짙어지는 색만큼 이 시간이 음탕해져 갔다.

    “하아, 이것 봐. 리본이 있어도 끝까지, 전부 들어가지?”

    하체를 찍어 올리듯 움직여 성기를 깊게 삽입한 후 쾌감에 바르르 떠는 올리비아에게 대답을 촉구했다. 반쯤 눈을 감고 아득함에 빠져 있던 올리비아가 에이든의 말에 결합 부위를 확인했다.

    에이든 도련님의 성기에 달린 리본이 흉측하게 망가지고 고급스럽던 천은 더러워졌다. 하지만 도련님의 말씀처럼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성기가 전부 제 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인가 올리비아는 제 안을 차지하고 있는 에이든 도련님의 물건을 보면 기분이 이상했다. 살짝 야릇하고, 뭔가 안달 나는 느낌에 절로 몸이 들썩였다.

    “으응, 네, 으읏…….”

    자극이 멈춘 게 싫어서 올리비아는 기이한 신음을 흘리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 음란한 모습에 에이든은 멈췄던 허리 짓을 계속했다. 올리비아가 원하는 대로 성기를 찌르며 내벽을 들쑤셨다.

    “으응, 흐응…….”

    그럴 때마다 쏙쏙 잘도 받아먹고 아득하게 조여 대서 예뻐 미치겠다. 에이든은 뻐끔거리는 입술을 찾아 물었다. 말캉한 입술이 쫀득하게 입술에 달라붙었다. 단내를 풍기기 시작하는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으며 올리비아의 신음을 전부 삼켰다. 그녀 특유의 어설픈 신음이 에이든에겐 미치도록 자극적이었다. 더 듣다간 소리만으로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아의 팔이 몸을 감싸며 깊게 당겨 왔다. 엉덩이는 요염하게 흔들리고 질벽은 사정없이 요동쳤다. 서로의 욕망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에이든은 멈추지 않고 추삽질을 반복했다. 조임이 너무 강렬해 정말 이대로 올리비아가 성기를 뽑아 갈 것만 같았다.

    “아, 아아, 아아아!”

    호흡을 위해 입술을 떼어 내자마자 올리비아의 교성이 높아졌다. 절정의 순간이 다가와 어쩌지 못하고 몸을 뒤흔들었다. 이런 올리비아를 볼 때마다 에이든은 뿌듯했다. 한계인 의지가 더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람은 정도를 알아야 하는 법. 에이든은 무리하지 않았다. 올리비아와 함께 절정에 달하기로 했다. 절대 의지가 버티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헉, 올리비아, 이거, 윽, 풀어 줘!”

    올리비아의 손을 끌어다 치덕치덕 젖은 리본 끝을 잡게 했다. 올리비아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에이든의 말을 따랐다. 제 몸이 타 버릴 것 같은 감각에 취해 손에 잡힌 리본을 당겼다.

    리본이 풀리자 에이든은 그 행위가 이젠 싸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속력을 높였다. 올리비아의 엉덩이를 감싸고 크게 여러 번 들쑤신 후 깊은 곳에 자리해 사정했다.

    “아앗!”

    두 사람 모두에게 어질어질하고 아득한 쾌락이 찾아왔다. 에이든은 사정하는 내내 격한 호흡을 토해 냈다. 절정의 여운에 늘어진 올리비아를 에이든은 끌어안았다. 참으로 아찔하고 만족스러운 정사였다.

    “올리비아.”

    “하아, 네?”

    “기분 좋았어?”

    “네. 에이든은요?”

    “나야 당연히 좋았지.”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올리비아의 손이 올라와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오자 에이든은 더욱 힘을 빼며 기댔다. 진짜 감격적이다. 아까 올리비아의 태도는 질투 비슷한 거였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올리비아가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칠 때마다 에이든은 짜릿했다.

    “불쾌하던 기분은 나아졌어?”

    “네. 이젠 진짜 괜찮아졌어요.”

    정말 뚱했던 기분은 사라진 듯 올리비아의 미소는 밝았다. 그래서 에이든의 입가도 헤벌쭉 벌어졌다.

    “행복해?”

    에이든의 질문에 올리비아가 잠깐 침묵했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눈만 깜빡이던 올리비아는 이내 곧 또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네. 진짜 행복해요.”

    그렇게 말한 올리비아가 양손으로 에이든의 뺨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쪽 하고 닿았다 떨어지는 감촉이 달콤해서 에이든은 심장이 아플 정도였다. 자신이야말로 요즘 나날이 행복했다. 올리비아는 정말 최고다.

    그리고 이 정도 정성을 보여 줬으니 올리비아도 자신이 아랫도리를 함부로 놀리고 다니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았겠지? 에이든은 오늘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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