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 하고 싶어요. (15/19)

14. 하고 싶어요.

“어떡하지? 큰일 일어나지는 않겠지?”

“그러게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에이든 도련님이 없어 편하게 식사하던 도중 샬롯과 캐서린의 말에 올리비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그 맹한 표정에 샬롯의 표정이 구겨졌다.

“너도 봤잖아. 손님들 흉흉한 거.”

올리비아도 손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안다. 별채를 뒤집어엎을 듯이 수색하고 갔으니까. 하지만 그거로 끝난 거 아닌가? 다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돌아갔는데. 그리고…….

“에이든 도련님을 식사 자리에 초대했는데 무슨 일 있을까요?”

그렇다. 조금 전 갑자기 집사님이 찾아와서 에이든 도련님을 모시고 갔다. 그때 집사님은 처음 보는 싱글벙글한 낯이었는데 무슨 일이 생길 수가 있나?

“나는 어쩐지 식사 자리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거든.”

“나도. 조용히 넘어갈 것 같지가 않다.”

그냥 감이 나쁜가 보다. 두 언니가 심하게 걱정하는 모습을 올리비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별일 없을 거예요.”

“그러게, 네 말처럼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본채도 뒤집어진 걸 보면 에이든 도련님이 잘못이 없어도 같이 큰일 나는 수가 있거든.”

캐서린 언니의 중얼거림에 올리비아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에이든 도련님에게 문제가 생긴다는 걸까?

“에이든 도련님도요?”

“왕실과 백작가에 문제가 생기면 그렇지. 미안, 내가 괜한 말을 해서 식사 멈췄네. 어서 식사해.”

캐서린이 말을 돌리며 다시 식사할 것을 권해서 올리비아는 멈췄던 손을 다시 놀렸다. 하지만 이젠 올리비아도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에이든 도련님이 잘못한 것은 없고, 그래서 도련님에게 문제가 생길 일도 없을 거라 여겼었는데.

‘정말 도련님에게도 나쁜 일이 생길까?’

방금 전까지 맛있던 식사가 갑자기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올리비아의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어영부영 식사를 마치고 막 치울 무렵이었다. 본채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병사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본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모르겠어. 왜 저러지?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샬롯이 무섭게 중얼거렸고 올리비아는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잠깐 보고 올게.”

한참 머뭇거리더니 샬롯이 본채의 동향을 살피고 오겠다고 자리를 비웠다. 올리비아와 캐서린은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샬롯이 사색이 되어 별채로 뛰어왔다.

“큰일 났어! 정말 큰일 났어!”

“무슨 일이야?”

“네? 무슨 일이에요?”

캐서린과 올리비아도 놀라 소리쳤다.

“백작가가 망할지도 모르겠어!”

“뭐?”

“네에?”

올리비아는 샬롯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백작가는 부자였다. 돈을 펑펑 써도 부족하지 않은 부자인데 백작가가 망한다니? 왜 어째서?

“백작님이 반역을 저질렀나 봐!”

“반역이요?”

샬롯의 호들갑에도 올리비아는 맞장구칠 수 없었다. 반역이 뭔지 몰랐으니까. 올리비아가 눈을 끔뻑이는 걸 보고 그걸 알아차린 듯 캐서린이 반역이 뭔지 설명해 줬다.

“백작님이 왕실을 배신한 거야. 예를 들면 네가 백작 부인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지금부터 네가 백작 부인이 되겠다고 나선 거나 마찬가지지.”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어리둥절했던 올리비아는 캐서린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다. 자신이 백작 부인의 머리를 휘어잡다니! 그리고 백작 부인이 되겠다는 어마어마한 소리를 하다니!

그건 정말 큰일 날 일이다. 절대,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감히 생각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 행동을 했다간 몇 대 맞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였다.

“그, 그럼 어떻게 돼요?”

“나도 모르지. 백작가가 망하는 거로 끝나진 않을 텐데. 진작 알아차리고 도망갔어야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짐 싸야겠다. 너도 짐 싸!”

그렇게 말하고 샬롯이 커다란 가방에 돈 될 만한 물건을 담기 시작했다. 장식되어 있던 은촛대를 챙기는 모습에 올리비아의 눈이 커졌다.

“언니 그러다 들키면 혼나요!”

“맞아, 경솔하게 굴지 말자.”

“그 전에 다 죽게 생겼어! 너도 그러고 있지 말고 도망칠 궁리나 하라고!”

올리비아와 캐서린이 말리자 이 상황에 무슨 답답한 소리냐고, 샬롯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찔끔해 물러서던 올리비아는 뒤늦게 에이든 도련님이 떠올랐다.

‘백작가가 망하면 도련님은 어떻게 되는 거지?’

“언니, 언니. 그러면 에이든 도련님은요? 도련님은 괜찮아요?”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반역하면 원래 가문 자체가 몰살이라고!”

샬롯이 내지른 말에 올리비아는 충격을 받았다. 가문 자체가 몰살이라니. 그럼 도련님에게도 큰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큰일이다. 얼른 본채에 가서 에이든 도련님을 챙겨야 했다. 올리비아는 정신없이 밖으로 나갔다.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막 본채로 달려가려던 순간.

“올리비아? 어디 가? 무슨 일이야?”

올리비아는 익숙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에이든 도련님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낯선 기사님이 뒤따라오긴 했지만 그건 올리비아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에이든 도련님의 얼굴만 보였다.

에이든 도련님이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더럭 겁이 났다.

‘정말 무사하신 게 맞나? 그런 상황에 아무렇지 않게 오실 수 있나? 혹시 어디 다치신 건 아닐까?’

“도련님! 괜찮으세요?”

올리비아는 재빨리 에이든의 앞으로 달려가 그의 몸을 막 더듬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어? 어?”

다급하고 노골적인 손길에 놀란 에이든이 소리를 냈다.

“봐요. 괜찮은지 봐야겠어요.”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이걸로 만족하지 못했다. 티 나지 않게 때리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많이 맞아 봤으니까. 자신은 참을 수 있지만 에이든 도련님은 곱게 자라신 분이라 그런 것은 못 참을 거다. 숨겼다가 나중에 큰 병이 될지도 몰랐다.

올리비아가 옷을 벗기려 들자 에이든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가뜩이나 최근 금욕 중이라 올리비아가 이러면 버틸 재간이 없었다. 구경꾼도 있는 상태에서 짐승의 세계, 야생의 왕국을 보여 주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올리비아, 갑자기 왜 이래?”

“도련님 어디 다친 데 없죠?”

에이든이 얼른 올리비아의 손을 부여잡자 그녀는 울망거리는 눈동자로 올려다봤다. 눈동자 가득 숨기지 못하는 걱정에 에이든은 심장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이제야 상황이 이해되었다. 아마도 본채에서의 사건을 들었나 보다. 자신이 다쳤을까 봐 걱정되어 이 난리를 쳤다니. 씨발,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 있냔 말이다. 큰일이 생기면 도망갈 생각을 할 것이지 어째서 자신을 걱정한단 말인가. 마음씨가 고와도 너무 곱다.

올리비아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당장 작은 얼굴을 잡아다가 짙게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성이고 뭐고, 마음을 먼저 얻기? 개나 주라 그래라. 어차피 개새끼인데 발정난 개새끼랑 별 차이도 없겠지.

차라리 으쌰으쌰 열심히 안으며 세뇌시키는 게 빠르겠다. 올리비아에겐 그게 더 잘 통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 올리비아를 게걸스럽게 탐하지 않으면 자신이 먼저 미쳐 버릴지도 몰랐다. 에이든이 올리비아의 양 뺨을 감싸 쥐는 순간.

“크흠.”

뒤쪽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유독 또렷하게 들려 에이든의 행동을 막았다. 삐걱거리는 몸을 돌려서 보니 자신을 감시하기 위한 기사가 오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난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안다, 그 시선에 에이든은 울화가 치밀어 몸을 떨어야만 했다.

‘씨발, 이런 문제는 생각을 못했네.’

에이든도 감시자가 방해자가 될 거란 것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올리비아의 입술을 단숨에 씹어 삼키고 싶지만 참아야 했다. 복잡한 상황이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아직까진 계속 시름에 잠긴 백작의 아들을 연기해야 하는 에이든은 눈물을 머금고 올리비아의 뺨을 놔줬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건 기적과 다름이 없었다. 올리비아의 작고 가녀린 손가락이 올라와 에이든의 양 뺨을 감싸 쥐었다. 그대로 얼굴을 가깝게 당겨 올리비아가 귀에 작게 속삭였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도,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숨결이 스치고 갈 때마다 야릇하고 저릿한 감각이 하반신에 직격했다. 에이든은 만지지 않고도 사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뻐근한 아랫도리가 찔끔거렸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 참아야 하는 거 아는데 정말 미치게 만든다.

에이든은 욕망에 취해서 정신과 몸이 휘청거렸다. 아직 아니다. 제발 참자. 가까스로 욕망을 억눌렀다. 추잡한 꼴을 보이지 않기 위해 모든 인내심을 끌어 올려야만 했다.

“괜찮아. 별일 없었어.”

그 와중에 올리비아의 걱정 어린 얼굴이 너무 순진하고 예뻐서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안심시켜 줘야 했다.

“정말요? 저분은요?”

그제야 에이든 뒤에 서 있던 케인을 발견한 올리비아가 눈치를 봤다.

“그럼. 별일 없을 거야. 저 사람은 잠시 날 보호해 줄 분이야. 저쪽이 조금 소란스러워서 문제 생길까 봐.”

에이든은 기사에 대해 대충 둘러대며 올리비아에게 몇 번이고 괜찮을 거라 말해 주고 나서야 풀린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에요. 도련님은 무사해서요.”

배시시 웃는 올리비아의 얼굴이 너무 예뻐서 에이든은 심장이 뻐근했다. 그러니까 누가 누굴 걱정하냐고. 진짜 쓰러지고 싶다. 올리비아를 껴안고 누워서 온몸으로 그녀를 음미하고 싶었다.

“도련님을 지켜 주신다고요? 기사님, 감사합니다.”

실은 감시가 목적이지만 에이든의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는 올리비아가 뒤따라온 기사에게 인사를 했다. 그 상황에 당황한 듯 케인이 동요했지만 결국 짧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그럼. 저 예쁜 얼굴로 감사 인사를 하는데 아무렴 어떨까. 하, 진짜.’

욕구에 대한 충동으로 고뇌하는 에이든의 손을 올리비아가 이끌었다.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에이든은 홀린 듯 올리비아를 따랐다.

“샬롯 언니! 에이든 도련님 오셨어요! 별일 없을 거래요!”

“헉!”

에이든은 별채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는 아래층 담당 하녀를 보고 잠시 기분이 나빠졌다. 하녀의 행색은 뻔했다. 백작가에 난리가 난 걸 알았을 테니 도망갈 준비를 했겠지. 그러던 중 자신이 멀쩡하게 돌아오니 기겁하는 거다.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기 바쁜 올리비아와 얼마나 태도가 다른가. 이러니 올리비아를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든이 잠시 차디찬 눈길로 쏘아보자 하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에이든은 쌩하니 하녀를 지나쳤다.

올리비아는 에이든을 침실에 데려다 놓고도 부족한지 이것저것 물었다.

“정말 어디 다친 곳 없는 거죠?”

“식사는 했어요? 문제 생겼으면 못 드신 거 아니에요?”

“배 안 고프세요? 먹을 거 준비해 올까요?”

오늘따라 쉬지 않고 재잘거리는 올리비아가 사랑스러웠다. 에이든은 자신의 몸이 녹아 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머리로는 계속 연기를 해야 한다고. 저 뒤에서 지켜보는 기사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자꾸 정신이 흐트러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아의 걱정 어린 말도 달콤하지만. 진짜 에이든을 미치게 하는 건 바로 그녀의 태도에 있었다. 지금 올리비아는 쉼 없이 에이든을 쓰다듬고 있었다. 침대에 자신을 앉혀 놓고 작은 손이 뺨이고 머리고 쓰다듬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것처럼 계속 움직였다.

에이든은 그것만으로 너무 놀라고 좋아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고작 이런 걸로 무슨 설레발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올리비아가 먼저 손을 내민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늘 그렇듯 올리비아는 절대 에이든을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먼저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할 거예요? 라고 묻고 훌렁훌렁 치마는 걷어붙여도 접촉은 에이든이 먼저 했지, 올리비아가 먼저 하는 법이 없었다. 마치 그래선 안 된다는 것처럼 올리비아가 묘한 선을 그었다는 걸 알았다. 그런 올리비아가! 이렇게 만져 대는데! 감격에 빠지지 않고 배기겠는가.

“도련님 정말 괜찮으세요?”

에이든이 감격에 빠져 부들거리느라 답하지 않았더니 올리비아의 표정이 다시 걱정으로 물들었다. 환하게 웃어도 예쁘고, 야릇하게 울어도 예쁘고, 시무룩해도 예쁘니!

진짜 저놈의 기사만 없다면 당장 올리비아를 눕히고 짐승처럼 흘레붙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는 게 한이다. 의지 놈이 하도 불끈거려 아플 정도였다.

“으응, 괜찮다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속상하다는 듯 투덜거리는 올리비아의 음성에 갑자기 에이든은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고 보니 올리비아가 이렇게 먼저 다가오는 건 처음이다. 자신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묻는 것도 처음이다.

이런 달라진 행동에 놀랄 게 아니라 왜 달라진 건지 알아내야만 했다. 가끔 사람 열받게 하는 무관심 어린 태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대하고 있었다. 도대체 평소와 뭐가 다를까? 뭐가 다르기에 올리비아가 이렇게 반응할까? 올리비아를 유심히 살피며 머리를 굴리다 보니 결론이 났다.

올리비아는 자신의 약한 모습에 약한 거였다. 멋지고 섹시한 모습보다 유약한 모습이 올리비아에게 더 먹히는 거다! 막 에이든이 엄청난 깨달음에 놀라고 있을 때 올리비아가 속삭였다.

“응? 진짜 도련님 기운이 너무 없네요. 주방에 가서 케이크 좀 달라고 할까요?”

결국 기분을 푸는 방법으로 떠올린 게 케이크를 가져다주겠다는 거라니. 그건 올리비아의 취향이 아니던가. 딱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는 멍청함도 귀여워 죽겠다. 에이든은 저절로 헤벌쭉 벌어지려는 입을 다잡기 위해 부러 입을 앙다물었다.

기사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는 지금, 하녀에게 홀려 넋을 놓는 멍청한 표정을 보여 주는 짓을 저질러선 안 됐다. 아직이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리 악을 쓰다 보니 절로 에이든의 미간이 좁혀졌다. 제멋대로 올리비아를 더듬으려는 손을 다잡았다.

에이든이 온 인내심을 쥐어짜는 동안, 올리비아는 점차 심각해지는 도련님의 표정에 다시 발을 동동거렸다. 분명히 괜찮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점차 대답은 시원찮아지고 갈수록 표정은 나빠졌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떠올렸다. 자신은 케이크를 먹으면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도련님도 케이크를 드시면 기분이 좋아지실까 해서 가져다드릴까 물어봤더니 표정이 더더욱 안 좋아졌다.

‘별로인가…….’

올리비아는 어떻게 하면 에이든 도련님의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동동거리다가 번뜩 어떤 일을 떠올렸다. 에이든 도련님은 화가 났을 때 잠자리를 가지면 기분이 풀렸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금방 잊고 웃어 주셨다. 그럼 우울한 일에도 똑같이 반응하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올리비아는 그래도 뒤에 있는 기사님이 신경 쓰여 에이든 도련님 귀에 작게, 아주 작게 속삭였다.

“도련님. 그럼, 지금 하실래요?”

“뭐?”

씨발! 에이든은 순간 튀어나오려는 뒷말을 가까스로 삼킬 수 있었다. 당장 올리비아를 붙잡고 제대로 말한 게 맞냐고 다그치고 싶었다. 저 천진한 얼굴을 보니 더 헷갈렸다. 혹시 자신의 욕구가 너무 충만해 헛소리를 들은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너, 뭐라고 했어?”

에이든의 눈빛이 이글거리듯 타오르자 올리비아가 우물거렸다.

“지금, 하실 거냐고…….”

제대로 들은 게 확실해지자 에이든은 목구멍이 꽉 막혔다. 올리비아가 최근 가끔 써먹는 말이었다. 하지만 에이든도 그녀가 어떤 순간에 저런 말을 하는지 잘 안다. 자신이 화났을 때. 눈치를 보다가 기분을 풀기 위해서 올리비아가 써먹는 걸 에이든도 잘 알았다.

알면서도 홀랑홀랑 넘어가는 이유는 속아 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귀엽고 유혹적이라서 그렇다. 어쨌든 그 카드를 왜, 지금 이 순간에 꺼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거야?”

“……도련님 기분 풀렸으면 해서요.”

느리게 눈을 깜빡거리는 올리비아를 보며 에이든은 심장 마비를 경험했다. 너무 기뻐서 심장이 빨리 뛰어서 멈출 수도 있겠구나, 라고 느껴 버렸다.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서 올리비아가 노력한다는 사실이 정말 꿈만 같았다.

올리비아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게 실감이 났다. 좋아한다더니, 정말 감정이 생기긴 했나 보다. 그래서 턱 끝까지 질문이 차올랐다.

내가 좋아? 케이크가 좋아?

그리고 다행히도 그 질문을 떠올리자마자 감격에 하얗게 변하던 에이든의 머릿속에 차가운 이성이 돌아왔다.

당연히 케이크가 좋겠지, 씨발.

아까도 케이크 먹을 거냐고 물었잖아. 씨발.

제발 주제 좀 알자, 에이든. 이 케이크만도 못한 놈아. 씨발…….

이 정도면 케이크는 에이든의 이성을 찾게 해 주는 아주 훌륭한 물건임에 틀림없다. 벌떡거리던 의지도 죽을 정도로 케이크는 엄청난 것이었다. 의지가 팍 죽어 버리자 에이든의 이성이 다시 가동을 했다.

기사의 기묘한 호기심 어린 시선이 읽혔다. 태도를 조심해야 했다. 자꾸 이렇게 정신을 놓아선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을 완전히 놓칠 순 없었다. 기사의 감시는 감시고, 올리비아의 달라진 순간은 달라진 순간 아닌가. 이 기회를 놓치는 게 더 멍청한 짓이다. 만약 상황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올리비아만 데리고 도망치면 되니까.

“올리비아 내 기분이 풀렸으면 좋겠어?”

“네!”

대답 한번 빠르고, 발랄하며, 상큼했다. 에이든은 다시 목 안쪽에 뜨끈한 열기가 감도는 것 같아 잠시 헛기침해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지금 순간 올리비아에게 얻어 낼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최대한 머리를 굴려 답을 찾아냈다.

“그럼, 잠깐 기대도 될까?”

방금 빠르게 답했던 것 치고 올리비아는 침묵했다. 그저 깜빡이는 눈으로 바라볼 뿐이라 에이든은 조마조마했다. 또 이런 건 안 된다고 발을 빼려나 싶어서 괜히 초조해졌다. 올리비아는 가끔 에이든의 생각을 초월한 엉뚱한 행동을 하고, 과단하게 선을 그으니까.

“고작 그런 거로 되겠어요?”

하지만 이어지는 대답은 좋은 쪽이었다. 순진한 물음에 에이든은 헤벌쭉 벌어지려는 입을 단속하기 바빴다. 고작 그런 거로 되겠냐니. 당연히 되지. 올리비아는 자신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모르니 저리 말할 수 있는 거다.

그냥 와서 뽀뽀 말고 뺨에 후, 하고 바람만 불고 가도 좋았다. 얼마나 귀여운 장난인가. 삐졌다고 콧방귀 킁 하고 뀌어 줘도 좋았다. 콧방귀 하니까 올리비아는 그냥 방귀를 뀌어도 귀여울 것 같았다. 아무리 지독한 냄새가 나도 사랑스러울 거다. 그것 자체로 올리비아의 향기니까.

“그걸로 충분해.”

에이든이 흐물흐물 늘어진 목소리로 답하자 올리비아가 활짝 팔을 벌렸다.

“그럼, 얼마든지 기대세요.”

에이든은 침대에 앉았고 그 앞에 올리비아가 서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감격에 겨워 올리비아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순순히 다가온 그녀의 명치 근처에 이마를 조심히 댔다.

올리비아는 놀라 작게 숨을 들이켰다. 아무리 얼마든지 기대라고 했다고 해도, 도련님이 정말로 제게 기댈 줄은 몰랐다. 그리고 막상 이렇게 닿으니 느낌이 이상했다. 이런 행위가 낯설었다.

맨몸으로도 수없이 뒤엉켜 봤으니 익숙해야 하는데. 그것과 참 달랐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그냥 느낌이 달랐다. 막 심장이 근질거리고 크게 두근거리는 느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금 더, 오래 이러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이곳에 둘만 있는 게 아님을 뒤늦게 깨달았다. 올리비아는 흘긋 고개를 돌려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사님의 눈치를 봤다. 다행히 기사님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이쪽을 바라보지 않아서 안도했다.

잠깐 기댄다더니 에이든 도련님은 계속 이렇게 있을 건가 보다. 그런데 이런 걸로 정말 기분이 풀리실까? 자신은 기분이 좋아졌지만, 도련님의 기분도 괜찮아졌으려나?

그런 걱정이 계속 들어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가 도련님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니 손끝이 근질거렸다. 왠지 자신의 머리카락과 다르게 부드러울 것 같았다. 살랑살랑거리는 유혹에 져서 올리비아는 조심스럽게 에이든 도련님의 머리카락 위에 손을 올렸다.

‘헉! 부드러워!’

놀랄 정도로 머리카락이 부드러웠다. 한 번 만지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만지고 싶었다. 도련님은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데. 하지만 더 만지고 싶었다. 아까 만졌을 때 별말 없었으니까 한 번만 더 만져도 되겠지?

머뭇거리던 올리비아가 다시 조심스럽게 에이든의 머리카락을 건드려 봤다. 생크림만큼 부드러워서 그럴까? 아니면 품 안에 있는 도련님의 머리가 귀여워서 그럴까?

올리비아는 실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누르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어쩐지 케이크를 먹었을 때처럼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감촉에 취해 에이든의 머리를 쉼 없이 쓰다듬었다.

‘이게 뭐라고.’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배에 고개를 묻는 순간 꿈만 같았다. 너무나 달콤해서 절대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꿈. 올리비아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줘서 그렇겠지. 노골적인 행위보다 작게 닿아 있는 이 순간이 더 좋았다. 모든 잡념이 사라져 오직 이 순간에 취해 있을 그때.

에이든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머뭇거리던 올리비아의 손이 올라와 자신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너무 잠깐이라 긴가민가했던 그 순간, 다시 머리 위로 올리비아의 손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다시금 쓰다듬어 오는 손길. 계속. 또 계속.

에이든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렇게 감격하며 이 시간이 영원하길 빌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 순간은 짧았다. 맞닿아 있는 올리비아의 몸이 떨렸다.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발을 동동거렸다. 모르는 척 더 있고 싶었지만 에이든은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보니까 올리비아의 뺨이 붉고 눈동자가 초조하게 흔들렸다. 입술을 깨물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자못 다급해 보였다.

“왜 그래?”

“도련님 어떡해요?”

물어보는 목소리가 애달프고 눈이 촉촉하게 물들었다. 올리비아의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에이든은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지?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올리비아가 흘긋흘긋 뒤에 서 있는 기사를 훔쳐봤다. 마치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에이든은 올리비아가 다른 놈을 보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빴다. 자신을 앞에 두고 왜 엄한 놈을 신경 쓴단 말인가.

“올리비아, 나 봐. 왜? 응? 말해야 알지.”

에이든은 올리비아를 달래며 시선을 제게 붙들었다. 다시 마주쳐 오는 눈동자에 예민해지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올리비아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젠 에이든까지 불안해질 지경이었다.

당황해서 올리비아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그녀는 고개를 내리고 에이든의 귀에 작게, 아주 조심하듯 작게 속삭였다.

“……저 하고 싶어요.”

기사가 들을까 봐 한껏 소리 죽인 채 내뱉는 말은 아까 들었던 말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씨발! 방금 올리비아가 뭐, 뭐라고 한 거지?’

에이든은 자신에게 기어이 환청을 듣는 능력이 생긴 건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다리를 꼬고 엉덩이를 좌우로 살살 흔드는 올리비아의 모습은 환영이 아니었다. 환영이 아닌데도 믿기지 않았다.

“……뭐? 뭐라고 했어?”

덜떨어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정도로 에이든은 충격 상태였다. 하지만 에이든이 놀랄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저 지금 하고 싶어요.”

한번 말했다고 올리비아의 두 번째 답은 빠르게도 나왔다. 그리고 정말 안달 난다는 듯 몸을 꼬았다. 에이든은 멍했다. 도대체 어떤 점에서 올리비아가 이렇게 달아오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순진한 만큼 올리비아는 제 욕구를 숨기는 법은 없었다.

에이든이 슬쩍 건드려 주면 달아올라 조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이든이 먼저 만져 주기 전에 이렇게 원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의 올리비아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모든 게 색달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진짜 기겁할 만큼 기쁘면서도, 왜 하필 오늘인지 에이든은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아 오늘은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올리비아가 먼저 원한 이 순간에 거절이라니. 자신의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상황이 왔다는 점에서 에이든은 참담함까지 생겼다. 아까워서 속이 쓰릴 정도인데, 자신의 거절이 믿기지 않는지 올리비아가 놀란 얼굴을 했다.

“왜요?”

울먹이는 얼굴이 예뻐서 에이든의 속이 절절 끓었다. 초조함이 미치도록 몰려오니 다리가 절로 떨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저 사람이 계속 함께 있을 거야.”

올리비아의 실망한 얼굴을 보며 에이든은 속으로 욕설만 삼켰다.

‘씨발, 이래도 씨발. 저래도 씨발. 환장하게 씨발!’

자신이라고 올리비아를 안지 않고 싶겠냔 말이다. 안고 싶다. 너무나 안고 싶다. 올리비아가 원한다는 말에 이미 의지 녀석이 벌떡 일어서서 일할 준비를 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른 남자가 보는 앞에서 올리비아를 안다니. 늘 자신을 따라다니던 호위 기사 녀석이야 알아서 잘 피할 걸 아니까, 그리고 그는 절대 올리비아를 넘볼 생각도 못할 테니까 마음껏 안았다.

하지만 저 남자는 아니다. 감시자이기 때문에 행위 내내 계속 함께 있을 거다. 그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올리비아가 제 아래에 있을 때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 야하게 낑낑거리는데!

그런 모습은 혼자만 봐야 했다. 다른 사내놈에겐 절대 보여 줄 수 없었다. 올리비아를 보고 다른 놈이 좆을 세운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미쳐 버릴 것 같으니까. 그 생각은 에이든의 모든 욕구보다 앞섰다.

절제를 떠올리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올리비아가 먼저 원하는 이 상황에서도 절대 지켜야 했다. 올리비아의 실망한 얼굴이 안쓰러워서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고 싶지만 절대 참아야 했다.

‘다른 놈이 예쁜 꼴을 보는 건 죽어도 싫으니까.’

서운해서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고 있던 올리비아가 휙 기사를 돌아봤다. 억울하고 원망스럽게 노려보는 눈빛에 케인이 어색해하는 게 보였다. 대화를 모두 듣고 어떤 상황인지 짐작한 기사는 괴롭겠지. 에이든은 괜히 웃음이 나왔다.

‘진짜 귀엽게. 오늘 올리비아가 왜 이러지?’

에이든은 오늘 하루가 엄청나서 이러다가 정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상상외의 행동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저기요. 잠시 나가 주시면 안 돼요?”

올리비아가 기사에게 자리를 피해 줄 것을 대놓고 요구했다. 에이든은 이번에야말로 진짜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그래서 잠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건 기사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올리비아는 다시 또박또박 요구했다.

“잠깐만 피해 주세요.”

에이든은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이제 환청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더 당황스러웠다.

‘얘 미친 거 아닐까? 올리비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가? 혹시 영혼이 뒤바뀌었다든가 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있었던 걸까?’

에이든은 올리비아가 미친 건지, 자신이 미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기사 또한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에이든과 올리비아를 번갈아 보는 눈동자엔 황망함이 담겨 있었다. 할 말을 찾기 힘든 듯 입술을 달싹이던 그는 에이든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올리비아가 이렇게까지 욕심을 부리는데 에이든이 어떻게 거절하냔 말이다. 에이든이 모르쇠로 행동하자 기사는 다시 힐끔 올리비아를 보고 나름 당찬 그녀의 시선에 또 눈을 피했다.

그러자 올리비아의 표정이 부루퉁해졌다.

“기사님. 제 말 안 들리세요?”

올리비아가 직접 부르기까지 하자 기사, 케인은 미칠 것만 같았다.

‘저 하녀는 수치도 모르는 건가? 지금 잠자리를 갖겠다고 감시자더러 나가라고 하는 건 알고 있는 걸까?’

방탕한 귀족이 제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것이라면 이해라도 하겠다. 그런데 뭔가 맹하게 굴면서 요구하니……. 계속 모른 척하고 싶지만 하녀의 뾰족한 시선에 케인은 결국 입을 열었다.

“들립니다.”

“잠깐 나가 계시면 안 되냐고요.”

올리비아치고 굉장히 적극적이고 과단성 있는 태도라 에이든은 웃기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올리비아를 아는 자신도 이렇게 놀라운데 기사는 어떻겠는가.

기사는 왜 이런 시련을 제게 내려 주셨냐고 하늘을 원망하는 것처럼 잠시 위쪽을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뱉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만입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세요.”

기사가 한탄 어린 목소리로 덧붙였다. 에이든은 아무리 감시 중이라고 해도 이런 결론이 날 걸 알았다. 저 예쁜 올리비아가 원하는데 들어주지 않고 못 배기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기사가 지는 건 정해진 일이었다.

‘그것보다 오늘 인생 최고의 날인가?’

에이든은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매일이 최고라고 여기면서 또 이렇게 나날이 인생 최고의 날을 갱신하고 있었다. 에이든은 설레면서도 떨려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호흡 곤란이 올 것 같아서 애써 숨을 내뱉고 쉬길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기사가 나갔고 둘만 있게 되자 올리비아가 배시시 웃었다.

“도련님 이제 괜찮아요?”

‘씨발, 어떻게 어리숙한 것도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지?’

에이든은 대답 대신 올리비아의 상체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겁 없이 조잘대는 입술을 삼켰다. 말랑한 입술은 언제 삼켜도 달콤했다. 더는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올리비아의 작은 입술을 벌리고 입안을 게걸스럽게 탐했다. 말캉한 살결이 에이든을 환영하는 것 같았다. 두 개의 혀끝이 하나처럼 엉켜들었다. 이건 키스가 아니라 잡아먹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올리비아가 에이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몸을 기대 왔다. 자연스럽게 허벅지에 걸터앉는 올리비아의 허리를 한쪽 팔로 감싸며 반대쪽 손으론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안에 꽉 차는 말랑말랑함은 최고였다.

“흐응…….”

고작 그 손길 하나에 올리비아는 콧소리를 내뿜었다. 야릇해서 더 듣고 싶은 소리지만 오늘은 그래선 안 됐다. 에이든이 말을 걸기 위해 입술을 떼어 냈더니 올리비아가 조르듯 입술을 쫓아왔다. 아씨, 진짜 미치도록 야하네.

“올리비아.”

“흐으, 네?”

“오늘은 소리를 최대한 참아야 해.”

에이든은 단단히 일렀다. 하지만 안달이 난 듯 몸을 들썩이는 올리비아에겐 그의 말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다.

“으응, 왜요?”

계속 달큰한 신음을 흘려 에이든은 점차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물론 제 것을 만지는 것처럼 가슴 위를 멋대로 움직이는 손을 멈추면 올리비아의 신음이 줄을 걸 알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 황홀한 감촉에서 어떻게 손을 떼냔 말이다. 오랜만에 만져서 그런가, 올리비아의 가슴이 자신의 손을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그것보다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전에 경고해야 했다.

“네 목소리가 밖에서 들릴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소리 죽여.”

“아읏, 전 괜찮은데……. 앗!”

‘뭐? 씨발! 누구한테 무슨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거야?’

올리비아의 발칙한 말에 에이든은 화가 나서 가슴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올리비아를 보며 에이든은 정색했다.

“내가 싫어. 네 목소리를 다른 사람이 듣는 거 싫다고. 소리 죽여. 알겠지?”

“……네. 조심할게요.”

어쩐지 에이든 도련님이 사나워 올리비아는 그렇게 답해야만 했다. 진짜로 자신은 별로 상관없는데 도련님이 왜 싫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고작 그런 거로 아프게 쥐다니. 올리비아가 부루퉁해져 입술을 삐죽 내밀자 에이든은 달래듯 작게 입술을 쪽쪽 쪼았다.

“예쁘다. 말도 잘 듣고, 올리비아 참 예쁘다.”

올리비아는 에이든 도련님의 칭찬에 뾰족해지던 기분이 슬슬 풀렸다. 말 잘 들어서 예쁘다니! 화끈, 양 뺨이 달아올랐다. 게다가 에이든 도련님이 다시 가슴을 살살 매만져 줘서 아프던 곳도 좀 나아졌다. 쪽쪽 닿는 입술도 기분이 좋고. 올리비아의 입가에 헤실 미소가 걸렸다.

자꾸 들떴다. 얼른 더 짜릿한 게 하고 싶다. 사실 아까부터 다리 사이가 근질거렸다. 얼른 도련님 걸 넣고 싶었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올리비아도 잘 몰랐다. 그냥 에이든 도련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굉장히 부드러워서 평화롭고 기분 좋다고 여겼다. 그리고 도련님의 머리가 귀엽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자 갑자기 아래가 찌릿한 기분이 들었다. 아랫배 쪽이 조여들며 에이든 도련님을 꽉 안고 싶어졌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한동안 잠자리가 없었던 게 떠올랐고, 그래서 하고 싶어졌다.

올리비아의 머릿속에서 욕하는 나쁜 도련님이란 생각은 싹 사라졌다. 얼른 닿고 싶단 생각만 들어서 도련님한테 하자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해서 얼마나 실망했던가. 기사님 때문이라고 해서 기사님을 내보내기까지 했는데.

또 소리도 죽이란다. 오늘 도련님은 좀 이상한 거 같지만 그래도 도련님도 놀랐을 테니 말을 잘 들어야겠다. 에이든 도련님의 기분이 좋으라고 올리비아는 뺨에 쪽쪽 입을 맞췄다. 그러자 에이든 도련님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허물어지듯 짓는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서 올리비아는 순간 눈을 꼭 감았다.

‘눈부셔!’

자꾸 저런 얼굴을 보면 막 심장이 두근거려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한쪽 눈을 찔끔 뜨고 에이든 도련님을 살피자 더 환한 미소를 지어서 다시 눈을 꼭 감아야만 했다. 그러자 에이든 도련님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 귓가가 간지럽고 등줄기가 저릿저릿했다.

올리비아가 눈을 꼭 감고 숨까지 참자, 에이든은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얜 뭐가 이렇게 멍청해서 귀엽지? 올리비아의 사랑스러움에 에이든은 손끝까지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올리비아 숨은 쉬어야지. 숨을 참으란 게 아니라 소리를 참으라고.”

“흡, 후우…….”

그제야 흠칫하고 숨을 몰아 내쉬는 모습도 귀여웠다. 몇 번 색색대자 숨을 참았던 탓에 발갛게 달아오른 피부가 다시 제 색을 찾았다. 점차 에이든도 다급해졌다. 에이든은 제 한쪽 허벅지에 걸터앉아 있는 올리비아를 확인했다. 다리를 딱 붙이고 참으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

“올리비아 다리 좀 벌려 봐.”

다리가 벌어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치마 속으로 손을 넣으려니 이놈의 천 조각이 걸리적거렸다.

“이거 좀 잡고.”

치마 끝을 잡아 들어 올리도록 했다. 올리비아의 손이 치마를 잡자 뽀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희고 야들야들한 살결이 한 입 베어 물고 싶을 정도였다. 에이든은 거침없이 손을 올리비아의 다리 사이에 집어넣었다.

속옷 안쪽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자 에이든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올리비아의 아래가 미끌미끌한 액체로 뒤범벅이었다. 이 정도면 이미 관계를 맺고 난 후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흠뻑 젖어 있었다.

씨발, 환장하겠네. 에이든은 조급함을 견딜 수 없어 손가락으로 다급하게 올리비아의 안을 쑤셨다. 찔꺽이는 소리를 내며 빨아들이는 안쪽 때문에 에이든의 손놀림은 더욱 거칠어졌다.

“흐으, 흐으…….”

그 와중에 이를 악물고 시킨 대로 소리를 죽이는 올리비아 때문에 에이든은 더욱 열이 올랐다. 사랑스러운 뺨에 입술을 붙이며 에이든은 감정을 삭여야 했다.

“너 왜 이렇게 달아올랐어? 응?”

씨발, 욕을 못하니까 더 참기 힘들었다. 손가락 하나를 두 개로 늘려 집어넣었다. 역시나 무리 없이 삼켜서 에이든을 더 미치게 했다. 안쪽이 빠져나가지 말라는 것처럼 손가락에 달라붙어 왔다. 그 자극적인 감각이 마치 페니스에 전달되는 것 같아 에이든도 쿠퍼액을 질질 쏟아 냈다.

씨발, 빨리 하고 싶다. 미치도록 들어가고 싶다. 안쪽을 쑤실수록 올리비아의 콧소리가 세졌다. 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색색대는 게 그렇게 예쁠 수 없어서 에이든은 더욱 강하게 손을 놀렸다. 팔뚝에 힘이 불끈 들어가고 손목이 아플 정도로 흔들었다.

“우읏…….”

쾌락에 빠진 올리비아의 몸이 마구 뒤틀렸다. 벗어나고 싶다는 듯한 움직임에 에이든은 그녀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틀어쥐며 안쪽을 들쑤시는 걸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에 감기는 내벽이 요동치듯 흔들린다 싶은 순간, 올리비아의 안쪽이 순식간에 조여들었다. 손가락을 끊어 버릴 것처럼 물었다.

“읏욱!”

씨발, 씨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절규가 쌓이는지 에이든은 요즘 속으로 하는 욕이 엄청 늘었다. 그래도 절정에 달하는 순간에도 소리를 죽이는 올리비아의 행동에 에이든은 뿌듯했다.

자신의 말을 이렇게 잘 듣는 게 예뻐 죽겠다. 그 감정을 담아 올리비아의 붉게 달아오른 뺨에 계속 입을 맞췄다. 쪽쪽 살결이 입술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는 동안 절정의 순간이 지나간 질구가 서서히 벌어지며 물고 있던 손가락을 놓아주었다. 잔여 쾌락으로 간헐적으로 떨리는 안쪽이 사랑스러워 에이든은 손을 느리게 움직이며 내벽을 문질러 주었다.

“기분 좋았어?”

“흐으, 네에. 흐으읏…….”

올리비아는 계속되는 자극이 괴로운 것처럼 몸을 뒤틀었지만 안쪽은 더 해 달라고 오물오물 물어 왔다. 절정의 순간 흘린 애액이 손가락에 끈적끈적하게 얽혀 들었다.

그 감촉은 황홀함, 그 이상이었다. 에이든은 멈추지 못하고 계속 올리비아의 안쪽을 들쑤셨다. 뭐랄까, 삽입했을 때완 다른 중독성 있는 감촉이었다. 평생 이곳을 괴롭히며 살아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렇게 안 좋은 곳이 없는지 모르겠다.

“흐읏, 도련님…….”

“왜?”

에이든이 아래를 괴롭히기 여념이 없자 올리비아가 울먹이며 불렀다. 손가락에서 퍼지는 조임에 정신이 팔린 에이든은 무성의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건 에이든이 오늘의 올리비아를 얕보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올리비아의 손이 에이든의 손목을 잡아 왔다. 그런 일은 처음이라 에이든이 놀라 쳐다보자 올리비아가 애원했다.

“흐으, 손가락 말고, 도련님 거 넣어 주세요.”

‘씨발, 진짜 미쳤다.’

오늘 올리비아는 에이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솔직함의 최고를 찍었다. 계속 대화를 하다가 자신이 먼저 큰일 날 것 같았다. 머리가 이상해지든, 미치든, 그게 그건가? 어쨌든 어질어질해서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에이든은 다급하게 손을 빼낸 후 올리비아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제 바지에 손을 대며 올리비아한테 명령했다.

“속옷 벗고 다리 벌려.”

“네.”

씨발, 마음이 급하니까 바지도 제대로 안 벗겨졌다. 에이든은 신경질적으로 제 바지춤을 더듬거리며 내리려 했다. 가까스로 바지를 내리자 쿠퍼액을 천박하게 흘리기 바쁜 성기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얼른 사용해 달라는 것처럼 용맹하게 꺼떡거렸다. 다급해서 다 벗지도 못하고 돌아섰다. 손으로 성기를 잡아 흔들어 짜릿함을 받으며 올리비아를 바라본 순간, 드러난 천국에 에이든은 숨을 꼴깍 삼켰다.

워낙 말을 잘 듣는 올리비아였기 때문에 속옷 없이 다리를 벌리고 있을 걸 알았다. 그래도 치마까지 끌어 올려 제 아래를 적나라하게 보여 줄 줄이야. 뽀얀 살결들은 그렇다 치고, 음모에 엉킨 애액과 그 사이에 있는 번들거리며 발갛게 익은 속살은 야했다.

야하다는 말 이상 표현할 길이 없었다. 어서 오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벌름벌름거리며 움직이는 입구에 에이든의 이성은 무너졌다. 얼른 달려가 제 끝을 맞추고 단번에 성기를 쑤셔 박았다.

“으읏!”

“윽!”

올리비아의 안쪽은 무리 없이 에이든의 성기를 받아먹었다. 원래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올리비아의 안쪽이 에이든을 쪼옥 빨아들였다. 성기를 감싸는 꾸물거리는 살결에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엉덩이를 제 하체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부들부들 떨었다.

‘씨발, 미친!’

쾌락이 온몸에 번져 머리털이 다 곤두설 것 같았다. 며칠 만이라고 쾌감이 낯설면서 더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또 사정할 것 같았다. 에이든은 정신을 놓고 본능적으로 허리를 치댔다.

“후웃!”

철썩이며 맨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올리비아의 억누른 신음이 들렸다. 소리를 죽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구는 게 너무 예쁘고 야해, 에이든은 더 정신이 없었다.

미쳤다. 이건 제정신으로 할 행위가 아니었다. 이렇게 자극적인 건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이대로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쾌락에 집어삼켜질 것 같았다. 에이든은 짐승처럼 헐떡이면서도 멈출 줄을 몰랐다.

올리비아의 무릎 안쪽에 손을 넣어 다리를 더욱 넓게 벌리며 안쪽으로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찔러 줄 때마다 펄떡이며 올리비아는 쾌락 속에 빠져들었다.

아랫입술을 너무 꽉 깨물어 하얗게 변한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그만큼 간절해 보였다. 기둥을 최대한 끝까지 뺐다가 단숨에 안쪽까지 쑤셔 주면 질구가 좋다고 조여들었다.

덜덜덜 떨며 물어 쥐는 힘이 아주 전부 빼먹을 것처럼 강렬했다. 허리를 뒤로 빼내면 멀어지지 말라는 듯 내벽이 강하게 달라붙었고, 또 깊이 쑤셔 주면 좋다고 덜덜 떨며 경련했다. 올리비아가 너무 야해서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잡아먹히고 있는 건가?’

에이든은 몸이 둥둥 부유하는 것만 같았다.

“웃, 훗, 흑!”

“헉, 헉!”

자신의 입에서 내뿜어지는 호흡이 후끈거렸다. 온몸을 감싼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이대로 몸이 불타올라 재가 될 것 같았다. 정말 이대로 미쳐 버릴 것 같다고, 짐승처럼 포효를 하려는 순간 자신을 올려다보는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쳤다.

쾌락에 잠식된 눈동자가 올곧게 에이든을 담고 있었다. 허우적거리는 손과 올리비아의 간절함을 읽은 에이든은 상체를 숙였다. 신음을 참으려고 혹사된 여린 입술을 찾았다. 맞물린 두 입술 덕분에 커다란 교성은 삼켜졌다.

올리비아의 팔이 에이든의 목을 감싸며 강하게 당겼다. 온몸으로 매달려 오는 올리비아를 느끼며 에이든 막바지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질척이고 좁은 입구를 파고들고 또 파고들어 가장 깊숙한 곳을 찾아 성기를 찔러 넣었다.

올리비아의 온몸이 무섭게 흔들렸다. 특히 성기를 물어 쥔 내벽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올리비아의 절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신호에 에이든은 이를 악물고 하체를 치댔다. 조금만, 조금만 더!

“흐으윽!”

올리비아의 절정을 느끼자마자 에이든은 퍽 소리가 울리도록 강하게 삽입했다. 그리고 그곳에 참았던 욕구를 풀어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올리비아가 조금만 늦었어도 먼저 갈 뻔했다. 질질 사정을 하면서도 에이든은 느리게 허리를 돌렸다. 쏟아져 나오는 정액이 올리비아의 내벽에 덧발라지도록 난잡하게 성기를 움직였다.

“흐윽, 하윽, 하악!”

절정의 순간에도 주어지는 자극에 올리비아가 괴로워했지만 에이든은 계속 아래를 뭉근히 문질렀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온통 자신의 냄새로 적시고 싶었다. 남은 한 방울까지 쏟아 내고 나서야 에이든은 허리를 멈췄다.

“후우…….”

긴 사정 후에야 에이든은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 냈다. 그리고 아직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올리비아를 내려다봤다. 쾌락에 취해 풀린 눈도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홍조가 오른 뺨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

“이제 좀 진정됐어?”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아랫입술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열기 때문에 뜨끈한 입술이 손에 달라붙었다. 올리비아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아직도 몽롱한 듯한 그 반응이 사랑스러워 에이든은 웃음만 나왔다. 다시 느리게 허리를 움직여 질척하게 젖은 성기를 뺐다가 집어넣으며 아래를 자극했다.

“여기, 완전 달아올랐었잖아. 이젠 좀 만족하냐고.”

“흣, 네! 네!”

“아쉽네. 한 번에 만족하고.”

올리비아가 이렇게 흥분한 게 처음이라 장난쳤는데 벌써 만족했다니. 품 안에서 바들거리는 사랑스러운 모습에 에이든의 심장이 녹아내렸다.

진짜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인가.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올리비아가 열렬히 매달려서 진짜로 미칠 뻔했다. 지금도 자신의 상의를 꼭 쥔 손이 너무 앙증맞았다. 다리로 허리를 꼭 감싸고 매달리는 것도 귀여웠다.

그래서 에이든은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고 말았다. 이렇게 달라진 태도가 올리비아의 달라진 마음을 보여 준다고 여겼다.

“올리비아, 내가 좋아?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어?”

부푼 마음을 그대로 내뱉고 나서 에이든은 아차 했다. 왜 아차 했냐면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당황한 그때. 동그랗게 눈을 뜬 올리비아를 보고 에이든은 지금까지와 다른 의미로 미쳐 버릴 뻔했다.

올리비아의 표정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물음표만 가득했다. 에이든은 불길함에 소름이 쫙 돋았다.

설마, 아니겠지. 좋다고 말해 주겠지. 도련님이 사랑해요! 이런 감정은 아니어도. 네, 저 도련님 좋아해요. 정도는 말해 주겠지!

에이든은 희망을 떠올렸지만 올리비아는 눈을 느리게 깜빡일 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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