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화를 푸는 방법.
우선, 상대가 누군지 듣고 뭘 할지 결정하자. 에이든은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무턱대고 화내는 건 쉬웠다. 하지만 그랬다간 분명히 후회할 거다. 이 기분으로는 올리비아를 마주하는 순간 온갖 독설을 쏟아 낼 거고, 그랬다간 그 예쁜 눈동자에 눈물이 들어차겠지.
케일럽에게 그놈이 누구인지라도 듣고 무슨 짓을 할지 결정하자. 최대한 스스로 다독였지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에이든의 이성을 앗아 갈 수 있는 존재가 올리비아였다. 그 올리비아가 거짓말을 한 거다.
‘왜? 왜!’
에이든은 주먹을 움켜쥐고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버텨 냈다. 세상이 멸망해 수십만 명이 죽어 나가는 것보다 올리비아의 눈물 한 방울이 에이든에겐 더 중요했다.
화를 참지 못해 그녀를 울릴 수 없었다. 다행히 올리비아의 눈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조금 진정되었다. 물론 분노가 완전히 가라앉았다는 건 아니다. 지금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친다면 무턱대고 다그치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뿐이다.
쿵쾅거리는 거친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 에이든은 격하게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케일럽이 뒤따라 들어오면 다그칠 예정이었는데, 이놈이 들어오지 않았다.
지은 죄가 있으면 빠릿빠릿하게 행동해서 사람 성질을 덜 건드릴 것이지. 왜 눈치 없이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뭘 하냐고! 당장 들어오지 못해! 막, 그렇게 다그치려고 할 때였다.
“도련님! 도련님!”
에이든의 입을 턱 하고 틀어막는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숨 가쁘고, 기쁨에 차서 부르는, 듣는 것만으로 심장 언저리가 저릿해질 만큼 황홀한 목소리였다. 에이든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올리비아의 부름은 열렬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예쁘게 부르는 걸까? 에이든은 언제 그렇게 분노했었냐는 것처럼 마음이 말랑거리며 풀리는 것을 느꼈다. 얼굴을 보고, 고작 자신을 부른 목소리 하나에 이런 기분이라니.
‘안 돼! 정신 차려!’
이 무슨 하잘것없는 반응이란 말인가. 이건 이렇게 쉽게 풀릴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절대 아니었다. 에이든은 눈을 부릅뜨고 마음을 다잡았다. 분명히 올리비아에게 따질 게 있었다. 화만 내지 말자.
“도, 도련님! 오셨어요?”
다급한 걸음으로 뛰어온 탓에 올리비아의 숨결이 거칠었다. 힘들어 헉헉거리면서도 올리비아는 에이든을 향해 활짝 웃었다. 돌아오시길 정말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해맑은 얼굴을 보는 순간, 에이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정말 하찮은 놈이라고.
저 어여쁜 얼굴을 보는 순간 잔뜩 힘을 줬던 눈가가 허물어지고 입은 저절로 헤벌쭉 올라갔다. 그러면서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철저한 자기 합리화를 했다.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올리비아는 처음이었다. 올리비아는 에이든의 요구에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잠자리조차 맹한 얼굴로 아무 생각 없이 도련님 말씀이니까 하면서 따르는 것에 가까웠다.
그래서 올리비아와의 삶이 행복하면서도 에이든은 허전함을 느꼈다. 뭐든 할 수 있어 행복은 한데, 올리비아가 너무 무심해서 살짝 비참함도 느꼈었다. 자신만 기다렸다는 올리비아의 이런 반응 자체가 에이든에겐 기적과도 같았다.
올리비아가 열렬하게 응시했다. 기다리느라 애가 탔다고 발을 동동 굴리며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떻게 저 얼굴에 대고 화를 내겠는가. 표정이 너무 예뻐서 심장이 녹아 버릴 것 같은데.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저렇게 반짝일 때는 케이크를 먹을 때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케이크보다도 못한 놈이었지…….
얼마 전의 일이 떠올라 다시 기운이 빠지며 지옥으로 들어가려 할 때쯤 올리비아가 양손으로 조심히 들고 있는 접시가 그제야 에이든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올리비아가 왜 이렇게 자신을 열렬히 기다렸는지 알았다.
오전 중에만 해도 에이든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고 오랜만에 올리비아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주방장에게 새로운 케이크를 만들어 보라고 말해 뒀었다. 그걸 벌써 만들어 냈나 보다.
“주방장님이 새 케이크 만들었어요! 도련님도 처음 보시죠?”
올리비아는 처음 보는 살짝 연둣빛이 도는 케이크 접시를 들고 에이든을 간절하게 바라봤다.
“그러게.”
시큰둥한 에이든의 태도에 올리비아가 손에 든 접시를 에이든 앞으로 내밀며 덧붙였다.
“어, 얼른 맛보셔야죠!”
이거 얼른 드세요, 하는 시선이었다. 에이든이 케이크를 대부분 자신에게 주는 걸 알면서도, 허락받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어서 저러는 거다.
식사 시간도 아닌데 가져온 이유가 뭐겠는가. 맛보기라는 핑계로 얼른 한 입 먹고 제게 넘겨주길 바라서 저러는 거였다. 알면서도, 사랑스러운 건 사랑스러운 거니까. 하지만 그거와 별개로 저렇게 좋아하니까 또 뚱해진다.
“지금은 별로 안 먹고 싶은데.”
반짝반짝 빛나던 올리비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벼, 별로 안 드시고 싶으세요? 이거 생크림이 청포도 맛이라고 했는데…….”
에이든이 입도 안 댄 상태인데 얻어먹는 건 힘들겠다는 생각인지 올리비아는 미련이 뚝뚝 흘러넘치는 얼굴을 했다.
“어쩔 수 없죠. 이따 식사하실 때 후식으로 내올게요.”
연둣빛이 도는 생크림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게 생겼는데 도련님은 왜 드시고 싶지 않을까? 올리비아는 도련님이 이해가 안 갔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케이크의 맛을 상상만 해도 달콤해서 입가에 고이는 침을 꿀떡꿀떡 넘겼다.
‘안 돼. 보면 더 먹고 싶을 거야.’
올리비아가 케이크에서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억지로 돌렸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눈을 질끈 감는 올리비아의 모습을 보며 에이든은 심장을 부여잡았다. 어떻게 저런 바보 같은 모습이 귀엽지? 진짜 끝내주게 귀여웠다.
“올리비아.”
“네?”
에이든의 부름에 올리비아가 찔끔 눈을 떴다. 도련님이 케이크 맛을 보려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다시 응시하는 천진함이란.
에이든은 올리비아가 보란 듯 검지를 세웠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올리비아를 보며 에이든은 검지로 케이크를 푹 찔렀다. 올리비아의 눈이 크게 확장되었다.
“도, 도련님!”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실 수 있죠?
올리비아의 경악 어린 얼굴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에이든은 어쩐지 웃음이 나와 소리를 죽이고 웃었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케이크를 펐다. 에이든의 손가락에 자그마한 생크림 덩어리가 올려졌다.
황당함으로 물들었던 올리비아의 표정이 허물어졌다.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저건 얼마나 맛있을까?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새하얀 생크림을 보는 것만으로 입안에 진득한 단맛이 퍼지는 것 같았다. 눈을 떼면 생크림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올리비아가 눈동자를 움직이지도 못한 채 응시했다.
‘모양이 망가졌으니까, 먹으라고 주지 않으실까?’
올리비아의 표정이 다시 기대감에 반짝였다. 숨을 죽이고 자신의 입만 바라보는 올리비아의 노골적인 반응에 에이든의 어깨가 들썩였다.
“먹고 싶어?”
“네!”
에이든의 물음에 올리비아의 고개가 빠르고 힘차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자 불쑥 손가락이 올리비아의 입 앞에 도착했다.
‘이건 먹어도 된다는 소리인가?’
올리비아가 에이든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눈동자만 굴렸다. 내심은 먹고 싶지만 허락이 떨어진 건 아니다. 제멋대로 행동했다가 혼날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머뭇거렸다. 그러자 생크림이 얹어진 손가락이 가볍게 움직이며 올리비아를 유혹했다.
“아.”
“아.”
에이든 도련님의 목소리에 올리비아는 반사적으로 입을 벌렸다. 손가락이 쏙 하고 입안으로 들어왔다. 올리비아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먹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게 입으로 들어올 줄 몰라 당황해서 놀랐고. 두 번째로는 생크림인데, 분명 먹어 봤던 맛인데 독특했다.
주방장님의 설명을 들어서 청포도 맛이란 건 알았다. 그런데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맛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생크림에서 포도 향이 나면서 원래도 달달하던 맛이 굉장히 신기해졌다. 먹고 또 먹고 싶은 맛이다.
“윽!”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혀를 굴려 손가락에 남은 생크림을 핥다가 들린 도련님의 놀란 목소리에 입을 벌려 손가락을 뱉어 냈다.
“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나? 하면서 도련님을 올려다보자 그는 목 끝까지 벌게진 채로 다급히 손을 물렀다. 그 다급한 행동과 씩씩거리는 호흡, 잔뜩 일그러진 도련님의 기세는 사나워 보였다.
워낙 쪽쪽 빨아 댄 탓에 손가락엔 생크림은 흔적도 없었다. 약간의 물기만 있을 뿐이었다. 먹으라고 넣어 준 거 아니었나? 참았어야 했나 보다. 도련님이 화나셨으니 한 입 먹고 끝이란 생각에 올리비아는 시무룩해졌다.
‘생전 처음 맛보는 독특한 생크림인데. 더 먹고 싶은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올리비아의 입술 앞으로 다시 생크림을 얹은 손가락이 다가왔다. 올리비아가 눈을 반짝 뜨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에이든의 눈치를 봤다. 덥석 입에 넣었다가 혼날까 봐 그랬다. 그러자 에이든 도련님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아, 어서.”
화가 났다기보다 어쩐지 조급한 목소리였다. 어쨌든 다시 먹어도 된다는 소리였다. 아쉬움 가득했던 표정을 활짝 피며 올리비아가 덥석 도련님의 손가락을 물었다.
쪽 하고 빨아들이자 달콤함이 그윽하게 퍼졌다. 또 은은한 청포도 향이 엄청났다. 포크로 듬뿍 떠올리는 것에 비해 적은 양 때문에 아쉬웠다.
올리비아는 이 달콤한 맛을 더 느끼고 싶단 욕심에 저도 모르게 혀를 놀려 도련님의 손가락을 샅샅이 핥았다. 더는 생크림이 남지 않을 정도로 쪽쪽대자 다시 손가락이 빠졌다.
아쉬움에 멍하니 손가락을 바라보자 다시 생크림을 뜬 손가락이 다가왔다. 절로 올리비아의 입술이 벌어지고 또다시 입안에 단맛이 퍼졌다.
맛있었다. 여태껏 먹어 온 케이크는 가짜였던 것처럼 환상적인 맛이었다. 먹어도 모자랐다. 감질나서 입안 가득 퍼 담고 싶을 정도였다.
“놔줘야, 큽, 다시 주지.”
에이든 도련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올리비아는 자신이 도련님 손가락에 매달리듯 달라붙어 있음을 자각했다. 더는 생크림 맛이 느껴지지 않는 손가락을 쪽쪽 빨고 있었다. 아쉬움에 입을 벌리자 손가락은 빠져나갔고 다시 생크림을 가지고 돌아왔다.
올리비아는 당분에 머릿속이 녹아 버린 것처럼 몽롱했다. 계속 들어오는 생크림을 받아먹었다. 어느 순간부터 입안에 들어온 손가락이 생크림을 넘겨주고 나면 기묘하게 움직였다.
가만히 대 주는 게 아니라 은근슬쩍 입안 곳곳을 문지르고 찔렀다. 그건 묘한 감각이었다. 손가락이 입천장을 느릿하게 문질렀는데, 입안이 간질간질한 것뿐만 아니라 다리 사이가 찡 울리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허리가 저릿저릿거렸다.
그러다가 손가락이 혓바닥을 누르자 침을 삼키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으응?”
“왜?”
언제 놓아줄까 기다리다가 입안에 침이 고여 소리를 내니 에이든 도련님이 모른 척 되물었다. 입을 벌리면 그 그득한 침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아서 열 수가 없었다. 올리비아는 간절한 눈동자로 얼른 놔달라고 도련님을 응시했다.
에이든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어쩜 사람이 이렇게 섹시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지?’
손가락 하나를, 그것도 입안에 넣었을 뿐인데 마비라도 된 사람처럼 꼼짝 못하고 저를 올려다보는 올리비아의 모습은 에이든의 욕망을 자극했다.
간절히 응시하는 눈빛은 심장을 철렁이게 했고, 코로 숨을 가쁘게 쉬느라 색색거리는 콧소리는 귀여워서 당장 일을 치를 것 같았다.
그걸 증명하듯 벌써 페니스가 벌떡 일어서 자기주장을 아프게 호소했다. 커다란 눈에 슬며시 차오르는 눈물이, 불긋하게 물드는 뺨을 보니 더는 못 참겠다.
에이든이 손을 움직이자 그게 빼내겠다는 신호임을 알아챈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입술의 힘을 뺐다. 물론 뺐다고 해도, 삼키지 못해 입안 가득 찬 타액 때문에 아직도 손가락을 힘껏 조이고 있었지만.
에이든은 느리게 손가락을 뺐고, 그 손가락을 끝까지 빨아 낸 것처럼 되어 버린 올리비아의 행동은 묘하게 성행위를 연상하게 했다.
언제나 올리비아를 탐하는 것밖에 없는 에이든의 변태 같은 머릿속이 제대로 불타올랐다. 이제야 호흡의 자유를 찾아 헥헥거리는 올리비아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은 딱 하나뿐이었다.
와 씨, 미치겠네. 왜 혀까지 내밀고 헉헉거리냔 말이다. 혹시 작정하고 유혹하는 건가? 에이든은 올라오는 욕설을 삼키며 올리비아를 향해 말했다.
“아.”
“아.”
올리비아는 또 순순히 입을 벌렸다. 방금 괴로워했으니 한 번쯤은 망설일 만도 한데 힘겨워했던 건 잊은 모양새로 바로 따랐다. 가끔 에이든은 케이크에 환장하는 올리비아가 무슨 일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에이든은 잡생각을 지우고 재빨리 케이크를 떠다가 올리비아의 입안에 넣어 줬다. 이번엔 아까처럼 손가락을 넣어 희롱하지 않고 그저 케이크만 떠다가 넘겼다.
다시 케이크가 돌아오자 올리비아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가 삼킨 걸 확인하고 또 떠서 넣어 주고, 또 떠서 넣어 주길 반복했다. 올리비아가 어린아이처럼 냠냠 순순히 받아먹었다.
올리비아는 도련님의 그런 순수한 행동에 기뻐 날뛰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열심히 입을 놀렸다.
‘맛있어! 진짜로 맛있어! 새로운 케이크 최고야!’
올리비아는 정말 기뻤지만 좋아하는 티를 너무 내면 도련님이 안 주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 올라가려는 입술을 억누르며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둘의 모습은 꼭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를 떠먹이는 모양새였다.
사실 에이든이 바라는 건 당장 올리비아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그녀의 밀지에 제 성기를 파묻는 거였다. 그리고 제멋대로 들쑤시며 쾌락을 좇겠단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욕망 때문에 먹던 걸 빼앗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예전에 졸렬 도련님일 땐 옹졸한 마음에 뺏어 먹긴 했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졸렬한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왕 먹게 해 준 걸 끊고 싶지는 않았다.
올리비아의 뺨이 귀엽게 우물거렸다. 이렇게 해맑게 먹는데, 괜히 멈춰서 원망의 표정을 받는 것보다 케이크를 빨리 비우는 게 나았다.
에이든은 열심히 아주 열심히 떠먹였고 올리비아도 그 못지않게 열심히 냠냠거렸다. 손가락으로 접시에 묻은 크림까지 싹싹 긁어서 올리비아의 입에 넣어 주고 나서야 둘의 기묘한 행동은 멈췄다.
“다 먹었지?”
되묻는 에이든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제일 급했고.
“네. 진짜 맛있어요.”
답하는 올리비아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제일 천진했다. 그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올리비아의 미소에 에이든은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런 얼굴과 다르게 에이든의 하반신은 이미 터질 것 같았다. 한계에 달해 끝에서 찔끔이 아니라 줄줄 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어느 때보다 지독한 욕구 불만을 호소하며 물건이 성질을 냈다.
그런 하반신의 천박한 상태와 다르게 에이든의 마음은 올리비아의 천진한 미소에 기쁨으로 물들었다. 케이크가 그렇게 좋을까. 저도 모르게 에이든은 올리비아와 같은 미소만 지었다.
“아!”
한참 실실거리던 올리비아는 무언가를 떠올린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에이든이 묻기도 전에 행동했다. 올리비아는 까치발을 들고 에이든 도련님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오늘의 케이크는 너무 맛있었으니까! 도련님도 좋아하시겠지? 뽀뽀해 드렸을 때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으니까.
올리비아는 케이크가 너무 맛있었고 자신의 행동에 도련님도 좋아하실 거란 생각에 다시 신이 나 헤헤거리며 에이든을 올려다본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에이든 도련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다. 코로 씩씩거리는 숨결에서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화나셨다. 왜? 이젠 뽀뽀 싫어하시나?
올리비아가 멍해진 사이 에이든 도련님이 그녀의 손에서 접시 케이크를 대충 빼앗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 던지듯 놔둬 달그락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접시가 깨질 것 같아 올리비아가 흠칫했지만 에이든 도련님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는 올리비아를 번쩍 들어 어깨에 들쳐 업었다.
“앗! 도련님! 내려 주세요!”
“가만히 있어.”
“무, 무서워요!”
“떨어진다. 움직이지 마.”
커다란 짐 취급에 놀란 올리비아가 바둥거리자 에이든은 옆에서 흔들리는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히익!”
엉덩이에서 제법 매섭게 느껴지는 감촉에 올리비아가 굳었다. 도련님이 얼얼함이 남도록 사정없이 내려쳤다. 화끈한 엉덩이에 올리비아는 에이든 도련님이 자신에게 손을 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럴 줄은 몰랐다. 어떤 실수를 해도 화내지 않으셨는데. 아니, 화는 냈지만 손찌검은 하지 않았었는데. 도련님이 달라지셨다.
혹시 새로운 케이크를 혼자 다 먹어서 그런가? 물론 이렇게 맛있는 걸 한 입도 못 먹으면 서운하긴 할 텐데……. 그렇지만 도련님이 직접 먹여 주신 건데. 올리비아는 갑자기 서러움과 두려움이 몰려와 움츠러들었다.
그런 올리비아의 상태를 모르는 에이든은 방해가 사라지자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에이든은 미칠 것 같았다.
가뜩이나 흥분한 상태에서 올리비아에게 뽀뽀를 받다니! 자발적인 뽀뽀를 또 받다니! 그렇게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데 어찌 욕망이 폭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에이든은 본능만 남은 짐승이 된 것만 같았다. 예쁜 짓도 적당히 해야지. 본인 몸 위험한 줄 모르고 올리비아가 사랑스러운 행동을 무분별하게 해 댔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하면 자신이 착각하지 않는가. 올리비아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물론 에이든은 그게 혼자만의 착각임을 알았다.
올리비아는 별생각 없이 그냥 고마워서 했겠지……. 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젠 어쩔 수 없었다. 올리비아가 불을 지핀 거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유혹하는데 자신이 흥분하는 건 당연했다.
얼른 머릿속에 날뛰는 온갖 관능적인 행위를 하고 싶어서 에이든의 몸과 마음은 미쳐 날뛰었다. 하지만 그 전에 꼭 해야 하는 게 있었다.
에이든이 올리비아를 들고 찾은 곳은 욕실이었다. 욕조에 올리비아를 내려놓은 그는 물을 틀며 명령했다.
“옷 벗어.”
다급해서 에이든의 말투가 거칠게 나왔다. 올리비아는 순종적으로 옷을 벗었다. 도련님이 자신을 때렸다는 건 화가 나서 그런 걸 거다.
어차피 욕조에서 에이든 도련님이 할 건 뻔했다. 더욱 빨리 옷을 벗었다. 둔한 올리비아도 최근에 깨닫는 게 있었다. 바로 에이든 도련님이 자신과 관계를 맺은 후엔 기분이 조금 나아지신단 것.
에이든 도련님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눈빛이 빛을 쏘아 낼 듯 새파란 걸 보니 무언가 화난 게 틀림없다. 얼른 기분을 풀어 드리지 않으면 더 무섭게 굴지도 몰랐다. 그러니 재빨리 도련님이 좋아하는 행동으로 기분을 풀어 드리자.
드디어 올리비아도 약은 생각을 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올리비아의 계산적인 생각을 조금도 모르는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행동에 흡족했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것에 기분이 좋은 건지, 앞에서 거리낌 없이 옷을 벗는 게 기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몸을 가린 천이 떨어져 나가고 흰 나신이 드러나자 에이든의 성기는 더욱 성을 냈다.
목선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선이 얼마나 고운지, 커다랗고 탄력 있게 올라붙은 가슴은 또 얼마나 말랑거리는지, 잘록해서 한 팔 안에 쏙 감기는 허리도, 결합 상태에서 올려붙일 때마다 찰지게 부딪혀 오는 살점 있는 엉덩이도, 보들보들한 살결도. 올리비아의 온몸이 다 유혹적이었다.
얼른 이 욕망을 풀어 달라고 하반신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 같았다. 아직 아니다. 아직은 아니었다. 에이든은 평소처럼 본능에 몸을 맡기고 싶은 걸 참고 또 참았다.
“앉아.”
완전히 옷을 벗고 나신이 된 올리비아를 앉게 했다. 그렇게 적당히 물이 차오른 욕조 안에 올리비아가 몸을 담그자 세정제를 가져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
오늘따라 없던 눈치가 생겼는지 올리비아가 대꾸도 없이 말을 즉각 들었다. 오른손을 잡아챈 에이든은 거기다가 쏟아붓듯 세정제를 뿌렸다.
“도련님, 너무 많아요!”
“조용히 해.”
놀라 외치는 올리비아의 입을 막고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손가락부터 팔뚝까지 혼신을 다해서 닦았다.
그렇다! 에이든은 욕망에 미쳐 버릴 것 같으면서도 더 급한 일은 올리비아의 몸에 밴 다른 놈의 냄새를 제거하는 거였다. 물론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해도 이 여린 피부가 다치면 안 되니까, 손길은 조심조심했다.
“도련님 제가 닦을게요.”
그 의도를 모르는 올리비아만 전전긍긍했다. 이건 자신이 시중을 받는 것 아닌가. 시중은 하녀인 자신이 들어야 했다. 도련님한테 이렇게 받아선 안 됐다.
하지만 지금 말리면 도련님이 더 화내실까 봐 말하지 못했다. 나중에 집사님께 걸리면 그냥 혼나는 정도가 아니라 처벌까지 받을지 모르는 일인데. 올리비아가 울상을 지었다.
“저도 깨끗하게 닦을 수 있어요.”
“가만히 있어.”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칭얼거림을 단번에 무시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손목을 닦는 거로도 모자라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몸 구석구석을 다 닦았다. 어쩐지 딴 놈의 잔향이 남은 것 같아서 대충 닦을 수가 없었다.
머리를 뒤로 기대게 한 후 두피 구석구석을 문질러 머리를 감기고, 목덜미를 따라 닦으며 귀 뒤까지 꼼꼼하게 닦았다.
가슴을 닦을 땐 저도 모르게 주물럭거리느라 떨어지지 않으려는 손 때문에 혼났다. 동그란 젖가슴이 손바닥 안 가득 차며 미끌거리는 게 아주 환장할 기분이었다.
“으응…….”
올리비아의 콧소리만 아니었다면 계속 매만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기분이 좋아서 멍청히 올리비아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다가 에이든은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다른 곳도 씻겼다.
그러면서 에이든은 계속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손끝에 닿는 촉촉하고 보드라운 살결에 욕망이 치솟았다가도 이 살결을 다른 놈도 느꼈을 걸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았다.
어느 순간 올리비아는 온몸이 몽글몽글한 거품으로 뒤덮였지만 에이든 도련님의 표정이 너무나 살벌해서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에이든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올리비아를 씻겼다. 머리끝에서 발가락 틈, 발톱의 때까지 꼼꼼하게 씻기고 나서야 손을 뗐다.
“다 했어.”
에이든은 벌떡 일어냐 욕조를 벗어나는 올리비아의 몸에 큰 수건을 둘렀다.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감싸고 얼굴만 내밀고 있는 올리비아는 물에 오래 있었던 탓에 피부가 뽀얗고 촉촉했다. 에이든이 다급하게 말했다.
“닦고 침대에 가서 손가락으로 아래 풀고 있어.”
“네?”
“씻고 나가서 오늘은 바로 넣을 거니까, 다치기 싫으면 미리 가서 아래 풀고 있으라고.”
그리고 올리비아의 답은 듣지도 않고 제 옷을 훌렁훌렁 벗고 욕조로 들어갔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에 올리비아가 당황한 것 같지만,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리 없으니 얼른 씻고 나가는 게 중요했다.
올리비아를 꼼꼼하게 닦은 것과 다르게 에이든은 순식간에 제 몸을 씻었다. 더 시간을 끌었다간 미칠 것 같았으니까. 올리비아 때완 다르게 자신의 피부가 상하든 말든 열렬하고 빠르게 닦았다.
그렇다고 대충 닦진 않았다. 이 몸뚱이가 닿을 곳은 올리비아의 몸이니까. 깨끗한 몸에 더러운 몸뚱이를 들이댈 수는 없지 않은가. 에이든은 더러운 곳이 남지 않도록 꼼꼼히 닦았다.
너무 흥분한 탓에 중간에 성난 페니스를 닦으며 잠시 고비가 왔지만 의지의 에이든은 버텨 낼 수 있었다. 구멍을 틀어쥐고 억지로 버텼어도 버틴 건 버틴 거였다. 에이든은 이런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경험치가 쌓이자 갈수록 의지가 굳건해지는 것 같았다.
이 얼마나 뿌듯한 의지란 말인가!
순식간에 제 몸을 씻어 낸 에이든은 헐레벌떡 물기를 닦고 침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광경을 확인한 순간, 에이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씨발…….”
여긴 또 다른 천국이냐.
에이든은 눈앞에 펼쳐진 황홀경에 완전히 굳어 버렸다. 침대 위에 커다란 수건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는 올리비아가 엎드려 있었다. 정확히는 침대에 고개를 박고 무릎을 꿇은 후 엉덩이는 높이 들어 올린 뒤태를 훤히 드러내 놓은 자세 말이다.
더 절경은 순진한 올리비아가 에이든의 말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 거였다.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음부를 헤집으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아응, 아으으…….”
분명 처음엔 별생각 없이 시키니까 따라 했겠지. 그러다가 제게 찾아온 쾌락에 빠져 버린 거다. 부끄럽단 생각이 없는 백지 같은 올리비아니까.
흰 피부를 발갛게 달아오른 채 질척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손가락으로 아래를 스스로 쑤시고 있는 모습은 숨 막힐 정도였다. 올리비아는 에이든이 들어온 것을 모르고 열정적으로 제 아래를 헤집고 있었다.
“흐응, 흥, 흐읏…….”
야릇한 신음이 아니었으면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행위를 넋 놓고 응시했을 거다. 희고 둥근 말랑말랑한 엉덩이가 음란하게 흔들렸다.
어서 달려와 만져 달라고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꿈틀거리는 음부 안쪽으로 손가락 두 개가 쑥쑥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은 또 어떻고. 당장 집어넣어도 된다고 알리는 것 같지 않은가.
“아, 좋아…….”
얼른 더 큰 걸로 황홀하게 채워 달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관능적인 상황은 순식간에 에이든의 이성을 앗아 가며 그를 발정 난 짐승으로 만들어 버렸다.
에이든은 기꺼이 짐승이 되기로 했다. 침대로 뛰어들 듯 올라가 올리비아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앗!”
“손가락 빼, 어서!”
에이든의 접근을 몰랐던 올리비아가 놀란 소리를 냈지만 에이든은 다급했다.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당장 넣어 달라고 이렇게 재촉하고 있는데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버티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 병신인 거다.
“네, 네…….”
에이든의 다급함에 정신을 차린 올리비아가 제 아래를 채우던 손가락을 빼냈다. 물기를 머금고 뻐끔거리는 여린 살결 안으로 에이든은 제 성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쿡 단번에 빨려 들어갔다.
“훙!”
“씨발, 끝내준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헤집었는지 조금의 방해 없이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안쪽에 에이든의 눈이 질끈 감겼다. 이 순간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처럼 아득했다.
성기가 열기에 터져 나갈 것 같다. 그대로 정액이 줄줄 새어 버릴 것 같다. 에이든은 의지가 약해지려는 기미가 보여 올리비아의 골반을 잡고 거칠게 허리를 쳐올렸다.
“아앗, 아앙, 도련님!”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울렸다.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소리였다. 흠뻑 젖어 미끈거리는 음부가 끊임없이 페니스에 달라붙었다. 우물거리며 조이는 힘은 어서 더 자극을 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동안 에이든과의 행위에 익숙해진 터라 손가락으론 부족했던 게 틀림없다. 에이든은 쾌락에 노곤하게 풀려 버리려는 제 몸에 놀라 엉덩이에 바짝 힘을 주며 재빨리 허리를 놀렸다.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진정되기 위해서 쉬어야 하는 타이밍도 있지만 쉬는 순간 끝나 버릴 것 같아서, 절대 쉬어선 안 될 것 같은 간절한 순간 말이다.
지금 에이든은 고비였다. 잠시라도 멈추면 의지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조절할 줄 모르는 짐승처럼 질질 흘려 버릴 수 있었다.
에이든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올리비아의 내벽을 짓이겼다.
“흑, 흑!”
에이든이 페니스로 깊게 찔러 줄 때마다 올리비아의 콧소리가 야릇하게 울렸다. 손에 붙잡힌 엉덩이가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쾌락에 뒤틀리는 걸 숨기지 못했다.
촉촉한 살결이 사타구니에 착착 감겼다. 에이든이 쳐올릴수록 맨살끼리 부딪혀 붉게 변하는 살결이 그렇게 야할 수 없었다. 더, 더 붉게 물들이고 싶었다.
“올리비아, 웃, 좋아?”
일부러 허리를 아래로 내렸다가 찍어 올리듯 움직여 주자 올리비아의 교성이 커졌다.
“하악! 네, 네! 좋아요, 흣…….”
침대 시트를 부여잡고 쾌감에 바들바들 떨던 올리비아의 한쪽 손이 올라와 에이든의 허벅지를 잡았다.
에이든이 들이칠 때마다 박자를 맞춰 당기는 그 손길에 짜릿했다. 더 깊이 자극해 달라는 움직임이었으니까. 올리비아가 지금 만족하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오직 본능과 쾌락만 남은 몸짓이 이어졌다. 에이든이 찌르면 올리비아는 그대로 흔들리면서 있는 그대로 솔직한 교성을 내질렀다.
헐떡임이 가빠지고 강렬해질수록 에이든은 이를 악물고 힘을 냈다. 시작하기도 전에 흥분한 터라 아차 하는 순간 끝이었다. 온몸을 직격하는 쾌락이 너무 커서 미쳐 버릴 것 같으면서도, 참고 또 참았다. 한계까지 발기된 페니스가 욱신거렸다.
터트리지 못한 욕망에 슬슬 쾌감이 아니라 고통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바짝 조여드는 내벽이 인내심을 자극해 왔다. 요동치는 올리비아의 안쪽을 보니 머지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앗훙, 읏흥, 으응, 도, 도련님 이제 싸 주세요……. 아, 아……. 가, 갈 것 같아요…….”
에이든의 간절함에 화답하듯 올리비아의 입에서 절정의 신호가 나왔다. 기다리던 소식에 눈앞이 번쩍였다. 이제 마음껏 해방해도 된다. 에이든은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숨기지 못하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후웃, 그래, 알았어.”
올리비아의 허리를 꽉 부여잡고 에이든은 마지막 속도를 올렸다.
“아아, 아앗…….”
맨살이 부딪히는 철썩철썩거리는 야릇한 소리가 몇 번 울린 후 에이든은 성기를 올리비아의 안쪽에 파묻으며 참았던 욕구를 터트렸다.
“큭!”
소변을 보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정액이 페니스에서 쏟아졌다. 에이든은 사정하며 여러 번 허리를 추켜올려 올리비아의 가장 내밀한 곳에 정액을 뿌리려 노력했다.
“웃, 웃, 읏…….”
에이든이 움직일 때마다 올리비아의 입에서 애처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절정에 달해 짜르르 전율이 흐르는 안쪽에 생기는 자극을 버티지 못해 새어 나오는 신음이었다.
그게 에이든을 더 미치게 했다. 마지막 순간 흘러나오는 한 방울이라도 더 내벽에 문지르느라 몇 번 더 허리를 털었다. 에이든은 성기가 빠지지 않도록 하체를 바짝 맞붙이며 올리비아와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으웅…….”
“흐, 좋다…….”
사정의 여운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에이든은 같이 뒹굴게 된 올리비아의 몸을 뒤에서 바짝 끌어당겼다.
올리비아는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입 밖으로 흩트리며 절정의 여운에 빠져 있었다. 솜털이 곤두선 피부가 그걸 전부 알려 줬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어깨와 머리에 입술을 비비적거리며 손을 놀렸다. 급하게 볼일만 보느라 제대로 올리비아의 몸을 음미하지 못했다. 몇 번이나 매만졌어도, 만질 때마다 새로운 몸이니까. 손을 앞으로 내밀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읏, 도련님…….”
“왜?”
에이든의 여상한 물음에 답은 없었다. 대신 올리비아의 숨결이 거칠어졌고 그만큼 가슴이 위아래로 격하게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아까 씻길 때 제대로 만지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었다. 최근 열심히 만져 줘서 그런가? 처음 만졌을 때보다 조금 더 커진 것 같아 기뻤다.
이렇게 큰 가슴이 탄력까지 있으니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에이든은 말랑거리는 살결을 제멋대로 만지며 느꼈다. 어쩜 촉감이 이렇게 황홀하지? 가슴은 여인의 신체 중 가장 신비한 곳인 것 같다. 착착 감기는 가슴을 한 손에 틀어쥐면 손바닥 한가운데를 우뚝 선 유두가 눌렸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상체를 흔들었다. 제대로 자극해 달라는 신호였다. 틀어쥐었던 가슴을 놓고 유두만 한 번씩 꼬집어 줬다.
“으응…….”
그러면 올리비아의 입에서 이렇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슴 만져 주는 거 진짜 좋아한다니까.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가슴을 밀가루 반죽 주무르듯 조몰락거리자 다시 페니스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올리비아 또한 아래를 움찔움찔 조이며 더 쾌락을 요구하는 걸 숨기지 못했다.
에이든은 지분거리던 행동을 멈추고 몸을 떼어 냈다. 결합의 순간도 끝내주지만 올리비아의 몸에서 페니스를 빼낼 때의 짜릿함은 또 색달랐다. 그래서 최대한 느리게 물건을 뺐다.
에이든은 완전히 떨어진 후 옆으로 드러누워 있는 올리비아의 몸을 돌렸다. 아직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해 멍한 얼굴이라 더 예뻤다.
천장을 보고 눕게 된 올리비아는 저를 내려다보는 에이든의 시선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느꼈다.
“더 하시게요?”
“응. 왜 싫어?”
에이든은 힘없이 늘어진 올리비아의 허벅지를 벌리며 물었다. 올리비아가 쾌락에 물든 눈동자를 숨기지 않고 답했다.
“아니요, 계속해요.”
크, 에이든은 절로 탄성이 나오는 걸 삼켰다. 올리비아의 반응을 봐라. 이건 그냥 의무적으로 자신의 말을 따르는 게 아니었다.
이 행위 자체가 만족스러워서, 아니 아직 부족해서 더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답이었다. 갈수록 올리비아가 쾌락을 즐겨 에이든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무릎 뒤쪽으로 손을 넣어서 다리 더 넓게 벌려 봐.”
에이든의 말이 끝나자 올리비아가 제 다리를 스스로 벌렸다. 분비물이 묻은 음부가 노골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게 더럽기는커녕 흥분됐다. 벌어진 틈으로 흘러나와 엉덩이 골을 타고 흐르는 방금 스스로가 싼 정액을 보자 더 흥분되었다. 에이든의 성기가 벌떡 일어섰다. 완전히 힘을 되찾아 다시 준비가 되자 올리비아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그 모습에 에이든은 뿌듯했다. 그는 올리비아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성기를 잡아 끝으로 벌름거리는 입구를 문질렀다.
“올리비아?”
에이든의 부름에 올리비아는 그가 뭘 원하는지 알아챘다. 에이든 도련님이 늘 원하는 거라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서 넣어 주세요. 도련님 것을 원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기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아읏!”
올리비아는 다리 사이에서 번지는 아득함에 몸이 펄떡였다. 아까 큰 쾌감을 맛봤기 때문에 지금의 결합은 좋았다. 앞으로 찾아올 행위에 대한 기대감으로 심장이 뛰었다.
“아, 아아…….”
올리비아가 어쩔 줄 모르고 허리를 떨며 본능적으로 아래만 조여 댔다. 에이든 또한 만족감에 몸을 떨었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 좋았다. 슬슬 노곤하게 풀리는 올리비아의 얼굴에 에이든은 경고했다.
“손 떼지 말고 내가 움직이기 편하게 다리 활짝 벌리고 있어. 쌀 때까지, 알았지?”
올리비아가 입술을 뻐끔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부터 찾아오는 쾌감에 파들파들거리는 거였다. 솔직한 모습이 얼마나 예쁜가.
제발 올리비아가 이 행위에 푹 빠져서 자신 없인 안 될 정도가 되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에이든은 오늘도 발기찬 꿈을 꾸며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이미 달뜬 상태라 그런지 반응이 빨랐다.
“으응, 으응!”
야릇한 콧소리를 내며 올리비아가 쾌락에 겨워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에이든은 전율이 일었다. 올리비아에게 다리를 잡은 손을 떼지 말라고 했더니, 몸에 힘을 주느라 바빠 입을 벌리지 못하고 콧소리만 냈다. 올리비아의 이런 멍청한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더 열성적으로 파고들었다.
“흣, 올리비아, 흡, 올리비아.”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상체를 바짝 끌어안으며 허리를 놀렸다. 황홀해서 올리비아를 부르지 않고는 못 견디는 마음에 절로 그녀를 찾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을 포근하게 품어 주는 올리비아가 너무 좋아 짐승처럼 본능에 몸을 내맡겼다.
얼마간 맨살이 부딪히는 철썩이는 소리가 야릇하게 침실 안에 끊이지 않고 울렸다. 격렬한 정사에 방 안에 축축한 소리와 야릇한 냄새가 흘러넘쳤다.
“웃, 응, 으읏…….”
가끔씩 새어 나오는 올리비아의 억눌린 신음이 에이든을 더 미치게 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큰 소리를 낼 기운이 없어 신음을 참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그러면서도 에이든이 정신없이 허리를 치대자 부드럽게 풀린 아래가 페니스를 쏙 빨아들였다가 뱉어 내길 반복했다. 들어갈 땐 내벽이 꾸물거리며 달라붙고 빼낼 땐 질벽을 바짝 좁히며 쭈욱 빨아 주는 흡착력이 아주 끝내줬다.
계속된 마찰로 퉁퉁 부은 아래가 예민하게 다가오는지 올리비아의 떨림이 심해졌다. 한 번 쑤셔 줄 때마다 파득파득 허리를 튕기며 떨기 바빴다.
“흐윽, 도련님……. 저, 저…….”
올리비아의 간절한 목소리에 에이든은 입을 맞추며 말을 막았다. 그만해 달라는 소리를 지금 듣고 싶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도리질하는 얼굴을 잡아 고정하며 혀를 섞었다. 그마저도 지쳤는지 호응 없이 혀를 내주기만 하는 올리비아를 느꼈다. 알면서도 에이든은 제 욕심을 채웠다.
그는 아직이었다. 아무리 상성이 끝내주는 몸이면 뭐 하나. 이미 사정을 여러 번, 쥐어짜 내듯 했더니 이번만큼은 쉽게 절정에 달하기 힘들었다.
사실 퉁퉁 부은 성기가 아픈 것도 같았다. 그 짜릿짜릿한 고통과 쾌감을 오가는 감각에도 에이든은 허리를 멈추지 못했다. 평생 물건을 못 쓰게 된다고 해도 이 순간은 포기 못하겠단 생각뿐이다. 물론, 진짜로 평생 못 쓰게 된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올리비아가 힘겨워하는 것 같아 입술을 떼 주니 입을 크게 벌리며 역시나 섹시함이라곤 없는 날것 그대로의 호흡을 토해 냈다.
“하악, 학, 핫…….”
터질 것 같은 붉은 얼굴과 눈물이 글썽한 눈을 보니 조금 더 자극이 오는 것 같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허벅지를 잡아 더 벌리며 꿀럭거리는 안쪽으로 느리고 깊게 성기를 찔러 넣었다.
“흣응!”
올리비아의 기묘한 콧소리가 에이든을 부추겼다. 다시 한번 느리고 깊게 성기를 찔러 넣자 올리비아의 몸이 펄떡였다.
“훗웅!”
이번에도 이를 악문 억눌린 콧소리가 울렸다. 신음도 올리비아처럼 살짝 멍청한 게 귀여웠다. 에이든은 등줄기가 저릿저릿하며 사정감이 몰려옴을 느꼈다.
“흣, 올리비아, 끝내 줄까?”
에이든의 질문에 올리비아의 고개가 필사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였다. 버겁다고, 이만 끝내자는 간절한 몸짓이었다. 더 했다간 올리비아가 정말 울어 버릴 것 같아서, 에이든은 마지막으로 크게 허리를 쳐올리며 사정했다. 아득한 절정감에 머리털이 곤두설 것만 같았다.
느릿하게 사정을 마치고 나자 더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숨이 가쁘고 온몸의 힘이 빠졌다. 그럴 만했다. 앞으로 싸고, 뒤로도 싸고, 옆으로도 싸고, 올리비아를 이리저리 굴려 가며 에이든은 오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올리비아도 당장 임신해 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저 배 속에 정액이 가득 찼을 테니까.
‘오늘은 진짜 성공하지 않을까?’
에이든이 헛된 희망을 품으며 허리를 빼냈다. 다 삼키지 못한 씨물이 다물어지지 않는 아래로 줄줄 흘렀다. 욕구를 동하는 노골적인 모습이지만 지금은 더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았다.
에이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무력감에 지분거리는 행동조차 하지 않고 누웠다. 에이든이 그렇게 침대 위에 늘어져서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제야 올리비아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도련님 이젠 끝났죠?”
올리비아 또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피로를 드러냈다. 에이든이 답하기도 싫다는 듯 손을 흔드는 걸로 대신했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꾸물꾸물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도련님과 다르게 자신에겐 할 일이 남았으니까. 하지만 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려 살짝 휘청했다.
“앗…….”
행위 내내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와 다리에 힘을 많이 줘 다리 감각이 이상했다. 그래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끝난 게 아닌 터라 올리비아는 꿋꿋하게 발에 힘을 주고 걸었다.
도련님과 할 땐 온몸이 짜릿하고 눈앞이 번쩍이는 쾌감은 좋았다. 하지만 도련님이 워낙 집요하게 구는 터라 하고 나면 진짜 지쳤다. 올리비아는 얼른 뒤처리하고 쉬고 싶었다.
에이든은 고개만 돌려 그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이렇게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전혀 없는데, 어디서 기운이 나서 움직이는지 궁금했다.
“흐으…….”
그런데 이상한 신음을 흘리며 걷는 올리비아의 걸음걸이가 어정쩡했다. 행위의 여파도 있지만 다리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정액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미 난잡하게 하체와 허벅지에 튀었지만, 새로 흘러나오는 건 더 당혹스러운가 보다. 올리비아는 처음엔 힘을 주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한껏 뺀 이상한 자세로 걷다가 그걸로 힘든지 결국 손바닥으로 다리 사이를 막고 걸었다.
그 아둔하면서 귀엽고 음란한 모습이란. 팔십 먹은 노인네도 발기시킬 것 같은 야한 뒷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에이든도 도저히 더 못할 것 같았다. 몇 번을 쌌는지 세기 힘들 정도로 쌌다.
이미 마지막에 에이든이 싼 것은 정액이 아니라 물에 가까웠다. 더 하면 인간이 아닐 거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에이든은 고개를 천장으로 돌렸다.
아무리 못한다고 생각해도 올리비아를 보면 아래가 뻐근해지는 멍청한 몸뚱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힘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도 자기주장을 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었다. 에이든은 자신의 몸이지만 마치 그곳만 따로 살아 있는 생물 같다는 느낌을 가끔 받았다.
“도련님 손 주세요.”
욕실에 들어갔던 올리비아가 돌아왔다.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턱 올렸다. 따끈한 온기가 감도는 젖은 천이 손끝부터 피부 위를 문질렀다. 늘 하던 뒤처리를 하는 올리비아를 에이든은 노곤하게 풀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세상에서 제일 만족한 사람 특유의 나른한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올리비아는 중간중간 천을 갈아 가며 에이든의 몸을 전부 닦아 냈다.
“시트도 지금 갈까요?”
“아니.”
갈라고 하면 당장 일할 게 뻔해서 에이든은 바로 거절했다. 자신이 피곤한 만큼 올리비아도 피곤할 텐데 그런 노동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에이든은 몸의 찝찝함이 사라지니 급격히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의 눈이 가물가물 감겼다.
“주무실 거죠?”
“응.”
때마침 물어 오는 질문에 답하자 올리비아가 시트를 끌어 몸 위에 덮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올리비아의 달콤한 목소리를 끝으로 에이든은 잠이 들었다. 워낙 기력을 쏟았던 탓에 순식간에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걸 확인하고 올리비아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우선 욕실에 가서 자신의 몸을 한 번 더 닦았다. 그리고 도련님 방과 연결된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그 위에 누우면서 올리비아는 히죽히죽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억눌렀다.
마지막에 에이든 도련님의 풀어진 얼굴을 보니 확신이 섰다. 예전부터 의심은 했었는데, 오늘 확신으로 돌아섰다.
도련님은 자신이 밤시중드는 걸 좋아했다!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하고 나면 기분이 풀어졌다. 이건 굉장히 유용한 발견이었다. 올리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남을 화나게 하는 재주가 있었고, 그건 도련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까도 영문을 모르게 도련님이 화를 내셔서 오늘은 크게 혼쭐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얼떨결에 밤시중을 들게 되었고 결국 혼나지 않았다.
사실 가끔 올리비아는 영문을 모르는데 도련님이 화가 나셨다. 그때마다 올리비아는 에이든 도련님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런 도련님의 기분을 단번에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앞으로 위험할 때마다 써먹어야겠다. 몸은 좀 많이 피곤하지만 혼나지 않는 게 어딘가. 올리비아는 큰 깨달음을 얻고 신이 나서 기쁜 마음으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