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19)
  • 프롤로그

    올리비아는 한숨을 삼켰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문을 열자마자 잔뜩 어질러진 방 안이 보였다. 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널브러진 책들과 깨진 화병, 덕분에 젖어 버린 카펫까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 죄다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도둑이 들어도 이렇게까지 난장판이 되지는 않았겠다. 필시 방의 주인이 일부러 그랬을 터. 요 며칠 잠잠하더니 다시 심술병이 도졌나? 올리비아는 이렇게 만들어 놓은 당사자를 찾았다.

    역시나, 에이든 도련님은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소파 한쪽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방 안을 뒤집고 어지르는 건 한순간이지만, 정리하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전부 치우려면 힘든데. 푹푹 올라오는 불만을 삼켰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단단히 심사가 뒤틀린 일이 있는지 도련님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색이 느껴졌다. 올리비아는 주섬주섬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워 들며 에이든 도련님을 향해 물었다.

    “에이든 도련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흘긋 그녀를 빠르게 일별한 그는 흥 소리를 냈다. 말도 하기 싫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그럼 엉망이 된 방 안 청소나 해야겠다. 올리비아는 더 묻지 않고 에이든 도련님에게서 관심을 껐다. 값비싼 책이 바닥에 마구 어질러져 있었다. 묵묵히 책을 주워 소파 옆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뒤돌아 깨진 화병을 주우려 하는데 뒤에서 후드득 무자비한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떨어진 책을 확인하고 그걸 행한 손을 바라보았다. 하얀 손이 보란 듯이 까딱거렸다.

    마지막으로 주시하고 있는 에이든 도련님을 응시하자 그는 또 한 번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심술 맞은 표정. 고의라는 것을 알리는 행동에 올리비아가 한숨을 삼켰다. 저택 사람들 모두 상대하기 어렵고 힘들었다. 그중에서 도련님은 특히 더 예민했다. 얼마나 까다로우신지 마주칠 때마다 화내시는 것 같았다.

    한동안 도련님의 기분이 좋아 보여 편했었는데, 이렇게 영문 모를 상황에 맞닥뜨리면 올리비아는 참 곤란했다. 이유라도 알아야 잘못을 빌 수 있었다. 도련님은 무작정 잘못을 빌면 그것 가지고 또 치도곤을 하시니 사죄도 함부로 못 했다.

    하루 열두 번도 기분이 휙휙 변하는 상전을 모시는 건 언제나 힘들다.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워 탁자에 올렸다. 본채 서재에서 가져온 거라 망가지면 집사님께 혼날 텐데.

    다시 도련님이 어지르지 못하게 멀리 놓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시위하냐고 혼날 테니 참았다. 대신 올리비아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도련님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련님 혹시 저한테 화나셨나요? 제가 뭐 잘못한 게 있어요?”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보란 듯이 심술궂은 행동을 할 리 없으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아는 다른 사람보다 아둔한 편이었다. 하녀장에겐 늘 구박을 받았고, 다른 선임 하녀들에게도 항상 지적을 받았다. 집사와 하녀장님은 그녀를 발견하면 자동으로 도끼눈이 되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도 혼나는 일뿐이다. 눈치라도 빠르면 좋았을 텐데 지적하지 않고 눈치만 주면 무뎌서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에이든 도련님도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냥 속 시원하게 직접 말해 주시면 좋으련만.

    불퉁한 시선으로 빤히 바라보던 도련님이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책을 펴 자신의 얼굴 위에 덮었다. 이번 신호는 확실했다. 말 걸지 말란 소리. 도련님이 얌전한 이때 빨리 방 안을 정리해야 했다.

    다시 성질내서 뒤집기 전에 올리비아가 허리를 숙여 재빠르게 깨진 화병 조각을 주웠다. 도련님의 심기를 더 거슬리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위험한 유리 조각을 한쪽으로 치웠다. 소음은 최대한 줄이고, 손놀림은 빨리했다. 도련님이 변덕을 부려 다시 난동을 피우면 청소를 끝마치지 못한다. 올리비아는 온 힘을 다해 방 안을 정리했다.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움직이는 올리비아를 바라보는 도련님, 에이든은 더 분노가 치솟았다. 슬쩍 책을 내리고 관찰하니 그녀는 어질러진 것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알아달라 표현하고 있는데, 저 아둔한 여인은 당최 알아듣지를 못했다.

    ‘저 유리병보다 내가 못하단 말인가?’

    이게 기회다 여기며 청소에 열중한다. 답답하고 속 터졌다. 쪼르르 다가와 팔을 붙잡고 그 큰 눈을 깜빡이며 왜 화났는지 물어보면 마지못한 척 다 알려 줄 텐데. 휙 성의 없이 묻고 끝이다. 계집이 어찌나 우둔한지 약은 꾀를 부릴 줄 몰랐다.

    아무리 바삐 움직이는 손이 어여쁘고, 살랑거리는 엉덩이가 귀엽고, 열중하는 얼굴이 사랑스러우면 뭐 하나. 저렇게 둔해 터진 것을. 그러니 밖에서 별 잡것들에게 농락을 당하고 그것도 모른 채 지나가지.

    조금 전 우연히 보게 된 불쾌한 일을 다시 떠올린 에이든의 속이 부글거렸다. 그 말도 안 되는 제안에 응하겠다고 저 조그마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 것을 요구한 멍청한 놈도 짜증 나고, 순순히 답한 올리비아도 미워 죽겠다.

    그녀가 별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서 더 화난다. 매번 자신만 안달하는 것이 싫었다. 맹한 얼굴로 천진하게 사람 속을 뒤집는 데 선수다.

    ‘어째서! 어째서 나만 이렇게 초조해해야 해?’

    완전히 뒷전이다. 일하느라 돌아보지도 않는 것이 무척 얄밉다. 이렇게 알아봐 달라 신호하는데 눈길조차 주지 않는 올리비아의 행동에 서운함이 울컥 치솟았다. 보지 않는다면 보게 만들면 되지. 에이든은 가슴께 올려놓았던 책을 강하게 움켜쥐고 던졌다.

    퍽!

    올리비아가 바닥에 떨어진 물품들을 주워 협탁에 올리는 순간, 그녀의 얼굴 옆을 무언가 재빠르게 스치고 지나가 벽에 부딪쳤다. 흠칫 놀라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보니 아까 도련님의 얼굴을 덮었던 책이다.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도련님을 돌아보았다. 이마를 찡그리고 씩씩거리며 거칠어진 숨을 어깨로 내쉬고 있었다.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칠 것 같은 모습에 올리비아는 마지막 수단을 쓰기로 했다.

    오늘은 지난 계절에 사용한 이불과 커튼을 전부 세탁하느라 힘들어서 이 방법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렇게 도련님이 무작정 화가 났을 때는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란 것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도련님 지금 하실래요?”

    올리비아는 엉덩이를 도련님을 향해 내보이며 훌러덩 치마를 뒤집었다. 전혀 망설임 없는 태도였고, 더 나아가 아무렇지 않게 속옷을 잡아 끌어 내렸다. 뽀얀 살덩이 사이에 파묻힌 여성의 은밀한 곳이 순식간에 훤히 드러났다.

    거세게 성질을 내려던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거침없는 행동에 다른 의미로 열이 뻗치고 당혹스러워 크게 외쳤다.

    “야! 넌 겁도 없이 어디서 치마를 훌렁훌렁 올려붙여?”

    하체를 훤히 드러낸 상태의 올리비아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에이든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뜨끈한 열기가 치밀었다. 사춘기 소년처럼 찾아온 욕망과 열기에 그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꼴깍, 맛난 음식을 눈앞에 둔 짐승처럼 침이 넘어갔다. 전체적으로 빼빼 마른 몸과 다르게 올리비아의 둔부와 가슴만큼은 풍만해 만지는 즐거움이 있었다.

    저 달덩이처럼 흰 살이 얼마나 말랑거리고 보드라운지, 그래서 밀지에 성난 남성을 묻고 마구잡이로 치댈 때 허벅지에 얼마나 달콤한 자극을 주는지 이미 잘 알지 않은가. 귀엽게 주름진 구멍을 지나 수풀 사이에 숨겨진 여린 살 틈이 얼마나 촉촉하고 쫀득한지도.

    에이든은 조급함이 치밀었다. 올리비아가 할 거냐고 물었을 때부터 급속도로 팽창하며 빳빳해진 하체는 완벽하게 발기해 벌써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처음엔 손대기도 아까웠다. 하지만 한번 맛보고 나니 그 달큰함에 중독되어 헤어 나올 수 없었다. 화내야 하는데, 아까 일을 추궁해야 하는데. 황홀경을 알아 당장 올리비아의 몸에 들어가고 싶다고 제 아랫도리가 강하게 주장했다. 에이든은 갈등에 번민했다.

    “하기 싫으세요? 하지 말까요?”

    망설이는 에이든 도련님의 행동에 이게 아닌가 싶다 여긴 올리비아가 무릎에 걸린 속옷을 다시 끌어 올렸다. 유혹적인 둔부가 천으로 가려졌다. 욕망과 이성 사이에 갈등하던 에이든은 올리비아의 무심한 행동에 기회를 놓칠까 봐 빼액 외쳤다.

    “누가 안 한대!”

    “노려보시기만 하시니까…….”

    올리비아가 작게 꿍얼거렸다. 올라가던 속옷이 다시 머뭇거림 없이 내려가 탐스러운 볼기가 드러났다. 이번에도 그녀의 손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에이든의 얼굴은 흥분과 민망함으로 붉게 달아올랐는데, 올리비아에게선 부끄러운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남자 앞에 엉덩이를 내민 채였음에도. 늘 그렇듯 맹하고, 생각 없는 얼굴.

    아무래도 평가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저게 어딜 봐서 눈치 없고 둔한 여인인가, 남자를 제 마음대로 들었다 놓는 천하의 요부다. 저 순진한 얼굴에 속아 넘어가는 거다.

    그렇게 떠올리면서도 솔직하게 반응하는 몸뚱이 때문에 에이든은 어그적 일어나 불편한 걸음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협탁에 기대 얼른 들어오라고 엉덩이를 쭉 빼고 있는 올리비아의 뒤에 자리 잡고 바지춤을 풀었다.

    옷 안에 억눌려 있던 흥분된 물건이 튕겨져 나와 꺼떡거렸다. 빌어먹을, 올리비아만 보면 아주 자동이다. 제 몸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다. 벌써 찔끔거리고 있었고, 부푼 성기가 아파서 화가 날 정도. 거칠게 하기 싫은데 이 상태로 했다간 자제 못할 것 같았다. 진정 좀 시키고 진입하자.

    “도련님?”

    상처 주고 싶지 않아 쉽사리 넣지 못하고 있는데, 속내도 모르는 올리비아가 재촉하듯 에이든을 불렀다. 가늘고 영롱한 목소리가 애원하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는 옆얼굴이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이 앙큼한 여자가 아주 자기를 가지고 놀았다. 남아 있던 에이든의 이성이 뚝 끊어지는 기분이다.

    “씨발, 넣게 제대로 벌려 봐.”

    거친 언성에도 올리비아는 언제나 순종적이었다. 가느다란 손이 뒤로 넘어와 제 엉덩이를 벌렸다. 분홍빛보다 짙은 속살이 드러나고 탐스럽게 빠끔거렸다. 서늘한 공기에 오물오물 움직이며 음험한 에이든의 욕구를 더 자극했다.

    보기만 해도 갈 것 같다. 저 쫀득한 구멍에 단번에 제 성기를 쑤셔 넣고 미친 듯이 박고 싶었다. 더 참다간 제가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이 넘치는 욕망을 풀기 위해 페니스를 빠끔거리는 입구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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