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7)
  • 6.

    남쪽 땅에 유난히 음기가 강한 땅이 있었다.

    오래 전에 그 땅에서 큰 전쟁이 있었는데 그때 죽은 사람의 숫자가 수천을 넘어 수만을 헤아릴 정도라 했다. 그 땅에 그 죽은 원기들의 원혼이 서려 음기가 자욱해서 사람이 살 수 없어 결국에는 버려진 땅이었기에, 그 땅에 들어가는 것은 금해져 있었다.

    그 땅은 커다란 항아리처럼 생겨 산 가운에 옴폭 들어간 형상을 하고 있어서 무당들은 지나는 귀신들이 다 그 땅으로 기어들어가서 나오지 못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 음기 가득한 땅은 원래 남쪽 지방을 다스리는 총독의 관리 하에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그곳에 도깨비가 산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풍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도깨비가 사는지 안 사는지 눈으로 확인한 사람은 없지만 일 년 내내 자욱한 안개로 뒤덮인 그 땅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도깨비가 인간 신부를 데리고 사는 곳이 나온다는 소문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 도깨비로 말할 것 같으면 인간 신부를 얻은 도깨비로 남쪽 땅 곳곳에 도깨비 방죽을 만드는 것으로 소문이 난 도깨비다.

    도깨비 방죽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도깨비가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놓은 거대한 저수지와 둑으로, 도깨비가 이 방죽을 만들기 전에는 여름이면 항상 홍수가 나서 물이 범람해 작물과 민가의 집을 쓸어갔고, 봄가을이면 가뭄이 들어 땅이 갈라지고 마실 물을 찾지 못해 작물도 죽고, 가축도 병들고, 사람들도 죽어갔지만 도깨비 방죽이 만들어진 이후부터는 홍수가 나도 물이 넘치지 않고, 가뭄이 들어도 물이 부족하지 않으니 흉년이 사라지고 십수 년 만에 풍년이 찾아왔다.

    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하룻밤 만에 해내는 도깨비 때문에 남쪽 땅에서는 흉년으로 인한 피해가 절반 이상이나 사라졌다.

    남쪽의 땅은 넓어서 그 넓은 땅 전체에 도깨비 방죽을 만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점점 흉년인 땅이 줄어들고 풍작하는 땅이 늘어나니 왕이 남쪽 지방을 다스리는 총독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서 큰 상을 내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총독은 도깨비와 그 도깨비 신부에게 땅을 하사하고 그 땅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곳이 바로 음기가 가득한 도깨비 산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도깨비 산으로 부르기도 했고, 독각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도깨비를 직접 본 사람은 없지만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전해지기를, 도깨비는 금빛 눈동자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지만 성품이 어질고, 겁이 많고, 정이 많아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모르는 척 하지 않는다고 했다.

    키는 십 척 장신에 손에는 도깨비 방망이를 들었고, 메밀묵을 좋아하고, 말 피를 싫어하니, 가끔 독각산의 입구에 메밀묵을 가져다 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도깨비의 이름은 모르지만 성은 금 씨라고도 하고 김 씨라고도 하며 의견이 분분했다.

    그 도깨비는 인간 신부의 말을 어찌나 잘 듣는지 인간 신부와 싸워 그 신부가 독각산을 나오기라도 하며 그 산 주변에 부슬비가 밤새도록 내리니 그 부슬비는 도깨비의 눈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저 풍문에 지나지 않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도깨비 신부를 만나본 것 역시도 총독 이현 한 명밖에 없으니, 그 역시 사실인지는 일반 백성들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돌아왔다, 동이야.”

    대문을 열고 들어선 사내가 제일 먼저 동이를 불렀다.

    “동이야? 어디 있느냐? 내가 돌아왔다지 않느냐.”

    설마 아직도 화가 덜 풀린 걸까.

    실은 어제 저녁에 사내는 동이와 대판 싸웠다.

    물론 사내가 일방적으로 혼이 났지만 말이다.

    싸움의 이유는 다름 아닌 [횟수] 때문이다.

    횟수가 무엇이냐고?

    그야 정을 나누는 횟수를 말하는 것이다.

    원래 사내가 동이와 약속하기를 사흘에 한 번 정을 나누기로 했다.

    이곳이 음기가 강한 곳이라 사내의 양기가 동이의 몸에 흘러 들어가도 예전처럼 동이가 앓아 눕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내는 겁이 많아서 사흘에 한 번을 고수했다.

    물론 사흘 동안 참느라 사내의 육봉이 터질 것처럼 부풀고, 사흘 내내 음액으로 바지를 적시는 일은 있었어도 그래도 사내는 꿋꿋하게 참았다.

    사내에게 있어서는 죽을 만큼 힘든 인내를 요구하는 사흘이었지만 그래도 사내는 버텼다.

    사랑하는 동이를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동이였다.

    [나는 사흘에 한 번 하고는 못 살아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해야 해요. 여기는 음기가 강한 곳이니까 이틀에 한 번 해도 괜찮아요.]

    그녀가 극구 고집을 부려 결국 사흘에 한 번에서 이틀에 한 번으로 바꿨다.

    그런데 문제는 또다시 발생했다.

    [이틀에 한 번이 뭐예요. 하루에 한 번으로 해요. 이틀에 한 번 해도 고뿔 한 번 들지 않았잖아요. 여기가 정말 터가 좋은가 봐요. 그러니까 이틀에 한 번으로 바꿔요.]

    이틀에 한 번이라니.

    그럴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그녀의 단식 투쟁을 이기지 못하고 항복을 했다.

    그런데 어제 문제가 터졌다.

    [나는 하루에 한 번 하고 싶어요. 내가 과부도 아니고 이틀에 한 번이 뭐야. 내가 서방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도깨비 서방이 있으면 뭘 해요. 하루에 한 번도 못하는데. 그러니까 하루에 한 번 해요. 하루에 딱 한 번만. 두 번도 아닌 한 번만.]

    양보해주고 양보해줬더니 결국 여기까지 밀렸다.

    하루에 한 번이라니.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물론 도깨비인 자신은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하루에 열두 번도 해줄 수 있다.

    하루에 열두 번이 무엇인가.

    하루에 서른다섯 번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동이가 죽는다.

    동이는 지금 제가 죽는 줄도 모르고 하루에 한 번이라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

    이곳이 아무리 음기가 강해도 제 양기는 더 강하다.

    동이의 몸에 제 양기가 감당 못할 정도로 쌓이면 그녀는 병이 나고 말 거다.

    지금도 조심스러운데 그녀는 왜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어젯밤에 싸우고 사내는 방죽을 만들기 위해 집을 나섰다.

    보름에 한 번씩 사내는 방죽을 만들기 위해 먼 곳까지 간다.

    그리고 돌아오면 지금처럼 아침이 되지만 동이가 이 땅을 얻기 위해서 그 총독이라는 자와 한 거래가 그것이니 동이를 위해서 사내는 불평 없이 방죽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동이는 왜 제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그녀를 너무 걱정하는 나머지 그녀에 대한 것이라면 모두 다 조심스러워지는 제 마음을 왜 모르는 걸까.

    어려서 그런 걸까?

    동이는 이제 인간의 나이로 스물두 살이다.

    아직 어리다.

    그래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동이야. 아직도 화가 났느냐?”

    사내가 동이의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방 안에 동이가 없다.

    “어딜 간 거지?”

    사내가 뒤뜰로 갔다.

    원래 이곳은 음기가 강한 곳이라 나무와 풀이 잘 자라는 대신 꽃은 피우기 어려웠다.

    그런데 사내가 이곳에 정착한 후에는 꽃이 곧잘 피어 이렇게 뒤뜰 전체가 꽃밭이 되었다.

    사내의 몸에서 풍기는 양기로 피워낸 꽃들이다.

    게다가 열매도 잘 맺어서 봄부터 가을까지 이 뜰에는 실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동이야.”

    뒤뜰에 가서 동이를 불러봤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사내의 마음이 조금 초조해졌다.

    동이는 한 번 저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닷새 안에 저수지를 만들지 못하면 목을 베어도 좋다는 인간 처녀가 스스로 도깨비 신부를 자청하고 있다는 풍문을 전해 들었을 때는 정말 간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동이는 때때로 고집스럽고 대담한 행동을 한다.

    그녀의 행동들은 항상 사내를 놀라게 하지만 그 행동들이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벌이는 행동이라는 걸 사내도 안다.

    사랑 앞에서 자신은 겁쟁이가 되고 그녀는 용감해진다.

    힘은 자신이 세지만 마음은 그녀가 더 단단하다.

    그녀는 마치 작고 단단한 도토리같다.

    도토리는 아주 작지만 그보다 더 단단한 열매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녀가 꼭 그렇다.

    다른 인간들이나 도깨비인 자신에 비해 그녀는 아주 가녀리고 작지만 마음은 세상 그 누구보다 단단하다.

    그래서 결국 아무리 싸워도 자신이 지고 만다는 것을 사내는 안다.

    “동이야?”

    사내가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바람 소리뿐이다.

    “내가 졌다, 동이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니 이제 그만 나오거라.”

    결국 사내가 항복 선언을 했다.

    “내가 졌으니까 그만 나오거라. 네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 테니까.”

    그때였다.

    바스락.

    수풀 사이에서 동이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거기 숨어 있었던 것이냐?”

    요즘 들어 사내는 동이의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전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이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인간의 냄새는 다른 짐승의 냄새와는 다르다.

    게다가 동이의 냄새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동이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가까이에 있어도 동이의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

    왜 그렇게 된 건지는 사내도 모른다.

    동이에게서 점점 인간의 냄새가 흐릿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곳의 음기가 강해서 동이의 냄새를 지우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저와 너무 오래 있어서 동이의 냄새가 제 냄새에 묻히는 걸 수도 있다.

    “이게 무슨 꼴이냐.”

    사내가 제게로 다가온 동이의 머리와 어깨에서 풀잎을 털어줬다.

    고운 처녀가 풀잎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면 우습다고 하겠지만 사내의 눈에는 그저 곱기만 하다.

    날이 갈수록 동이는 고와진다.

    어쩌면 이렇게 고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여쁘다.

    그런 동이를 볼 때마다 숨이 멎을 것 같다는 걸 당사자는 알고 있을까.

    “매일 하기로 했어요. 한번 한 말을 번복하기 없기요. 나는 약속을 안 지키는 도깨비가 제일 싫더라.”

    “대신 하루에 한 번이다. 이게 마지막이야. 하루에 두 번이라고 조르면 그때는 정말 혼 날 거야. 알겠지?”

    “그럼요. 하루에 한 번.”

    동이의 웃는 얼굴이 영 수상하다.

    이러다가 다음 달 즈음에는 하루에 두 번이라고 하지 않을까 무섭다.

    “아저씨는 나하고 하는 게 싫어요?”

    “싫기는.”

    “그런데 왜 싫은 사람처럼 쩨쩨하게 굴어요? 째째한 도깨비.”

    “째째한 것이 아니라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거란다.”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요?”

    “사랑하면 걱정이 드는 법이지.”

    “나는 아저씨가 하나도 안 걱정스러운데.”

    “그야 나는 도깨비니까.”

    “나도 도깨비였으면 좋겠어요.”

    “너는 사람인 것이 예쁘단다.”

    “나중에는 나도 도깨비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

    도깨비는 한 곳에 고여 있던 혼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사람이 도깨비가 되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도깨비가 사람이 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방죽은 잘 만들었어요?”

    “그럼.”

    “고생하셨어요.”

    그제야 동이가 사내의 품에 쏙 안겼다.

    “도깨비는 잠을 자지 않잖아요.”

    “그렇지.”

    “그러면 이제부터 뭘 할 거예요?”

    “뭘 하면 좋겠니.”

    물어보지 않아도 대답은 이미 알고 있다.

    지금 동이가 바라는 것이 뭔지 사내도 안다.

    “오늘 해야 하는 것요.”

    그럼 그렇지.

    이 밝히는 신부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하루에 한 번이다.”

    사내가 동이를 번쩍 안았다.

    그리고 방으로 향했다.

    * * *

    츱.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며 젖은 소리를 냈다.

    제 입술에 닿았다 떨어지는 사내의 입술이 감질 맛이 나서 동이가 계속 입술을 달싹거렸다.

    “더 해주세요.”

    “그럴 생각이다.”

    사내가 다시 동이의 입술을 눌렀다.

    입술이 뭉그러질 정도로 세게 누르며 아랫입술을 깨물자 동이의 입술이 벌어지며 뜨거운 숨이 사내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뜨거운 입맞춤이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다.

    사내와 혀를 맞대는 것은 동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 동이는 쉽사리 사내의 혀를 놓아주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한참 만에 떨어진 입술로 숨을 헐떡이며 동이가 제 옷을 벗기는 사내를 쳐다봤다.

    동이의 눈매가 붉게 달아올랐다.

    벌써부터 동이의 다리 사이는 흥건하게 젖었다.

    요즘 동이는 속곳을 입지 않고 살고 있다.

    이곳에는 사내와 동이, 둘밖에는 없다.

    이곳은 출입이 금해진 곳으로 누구도 이 산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다.

    총독 이현이 그렇게 허락해줬다.

    그래서 가끔 동이는 옷을 훌훌 벗고 산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숲의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웅덩이에서 벌거벗고 몸을 씻어도 누가 볼 사람이 없다.

    전에 살던 외떨어진 집처럼 이곳도 외떨어져 있어서 둘만 오롯이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이렇게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서로의 몸을 탐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

    “하루에 한 번으로 괜찮겠어요?”

    동이가 눈짓으로 사내의 다리 사이에 솟아 있는 것을 가리켰다

    사내의 다리 사이에는 부푼 음경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그 끄덕거리는 음경을 보며 동이가 침을 삼켰다.

    다른 때였다면 저것부터 빨고 봤겠지만 지금은 저것을 빨기 보다는 저것을 넣고 싶다.

    사내는 가끔 저를 향해 [너는 어찌 이리 망측한 것이냐]고 말을 한다.

    사내의 말이 맞다.

    자신은 망측하다.

    그런데 사내에게만 망측하다.

    다른 누구에게도 이렇게 망측하지 않다.

    오직 이 사내 앞에서만 망측할 뿐이다.

    바라는 것은 이 사내밖에 없고, 탐나는 것도 이 사내밖에는 없다.

    “너는 참 망측해.”

    “도깨비가 키워서 그래요.”

    “이제 소문이 또 하나 생기겠구나.”

    “어떤 소문이요?”

    “도깨비가 음란하다는 소문.”

    “그러면 싫어요?”

    “나는 너한테만 음란하고 싶은데, 그저 음란한 도깨비로 소문이 나면 어쩌지?”

    “다른 도깨비들이 음란할지 누가 알아요. 다른 도깨비를 본 적 있으세요?”

    “아니.”

    “그럼 나중에 다른 도깨비를 만나면 물어보세요. 음란한지 아닌지. 음란하다고 하면 아저씨는 지극히 착하고 망측하지 않은 도깨비인 거예요.”

    “대신 내가 키운 아이가 음란하고 망측하지.”

    “도깨비 신부는 그래도 괜찮아요.”

    “음란하고, 망측해도 어여쁘니까?”

    “그럼요.”

    사내의 시선이 제 아랫도리에 닿자 동이의 가랑이 사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벌써부터 젖은 음부가 실룩거리며 사내의 음경을 재촉했다.

    “으응….”

    사내의 부푼 음경의 끝이 동이의 허벅지를 꾹꾹 눌렀다.

    그 뜨거운 것이 제 살을 누르자 동이가 내뱉는 숨에 더 열이 올랐다.

    “하응, 으응….”

    “다리를 더 벌려야지. 그래야 내가 더 잘 볼 수 있지.”

    “이렇게요?”

    동이가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그러자 사내가 몸을 겹쳐왔다.

    사내의 배와 동이의 배가 맞닿았다.

    제 허벅지와 둔덕 위를 문지르는 사내의 음경을 느끼며 동이가 허리를 흔들었다.

    빨리 넣어주기를 바라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위는 사내에게 있다.

    사내는 고집을 부려 자신을 기어이 이긴 동이에게 지금은 심술을 부릴 작정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조금 더 늦게, 조금 더 더디게 해줄 생각이다.

    “아앙….”

    사내의 혀가 동이의 젖꼭지에 달콤하게 얽혔다.

    “너는 물어주는 것을 좋아하지. 그렇지? 빨아주는 것도 좋아하고.”

    동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깨비에게 물려도 좋다고 하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도깨비 신부도 이 세상에는 동이 한 명밖에 없을 것이다.

    도깨비를 사로잡은 인간의 처녀도, 도깨비를 부리는 인간도 동이 외에는 없을 것이다.

    “하으응!”

    동이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처박은 사내가 음순을 벌리고 그 벌어진 속주름에 혀를 찔렀다.

    이미 도톰하게 솟은 음핵을 혀로 문지르자 동이의 허리가 들썩였다.

    “하응! 응! 으응!”

    혀가 제 안을 찌를 때마다 동이가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사내가 방죽을 만들기 위해 밤새 떠나 있는 동안 동이는 잠을 자뒀다.

    동이가 잠을 자둔 이유는 하나다.

    사내가 돌아오면 이렇게 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한 번이라고 했다.

    그래, 하루에 한 번이다.

    끝을 내지 않으면 한 번이 아니다.

    그러니까 동이도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질질 끌어서 하루 종일 해도 사정만 하지 않으면 한 번이 아니다.

    자신이 약속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한 번만 할 테니 말이다.

    한 번을 하루 종일 할 생각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중에 잠 들어서는 안 되니까 미리 잠을 푹 자뒀다.

    이제는 만사형통이다.

    그래, 횟수가 중요한가, 얼마나 오래 하느냐가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음란한 음모를 꾸민 동이가 수상하게 웃었다.

    그 수상쩍은 웃음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그녀의 계획을 눈치채지 못했다.

    누가 눈치챌 수 있겠는가.

    이렇게 순진하고 고운 눈웃음을 지으며 음란한 열기를 담은 교성을 헐떡이는 신부를 누가 감히 의심이나 하겠는가.

    특히 사랑에 빠진 도깨비라면 더더욱 눈치채지 못하는 법이다.

    사랑에 눈이 먼 도깨비라면 말이다.

    “하윽!”

    혀로 찌르던 구멍으로 아직 차가운 기운이 묻어나는 손가락을 찔러 넣은 사내가 제 손이 찌를 때마다 흘러나오는 애액을 혀끝으로 핥았다.

    벌어진 질구로 손가락을 넣어 찌르며 엄지로는 음핵을 문질렀다.

    사내의 손가락이 젖은 주름을 스치는 소리가 찔걱찔걱 울렸지만 그 소리보다는 동이의 교성이 더 크게 울렸다.

    점점 더 넓어지는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사정없이 쑤셔 넣으며 사내가 거친 숨을 삼켰다.

    “이, 이제 빨리… 빨리….”

    동이가 숨을 헐떡이며 애원했다.

    더 심술을 부려줄 생각이었지만 실은 사내도 이제 한계다.

    더는 참을 자신이 없다.

    “동이야.”

    제 신부의 이름을 부르며 사내가 손을 빼냈다.

    그러자 애액을 잔뜩 머금은 구멍이 뻐끔 벌어졌다.

    그 벌어진 구멍 안으로 사내의 귀두가 살살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내에게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도깨비 방망이처럼 불릴 만한 것은 가지고 있다.

    사내의 음경은 마치 도깨비 방망이라고 불릴 만할 정도로 굵고 긴지라 사내는 항상 제 음경을 밀어 넣을 때마다 조심스럽다.

    살살 넣어도 꼭 연한 구멍이 찢어질 것만 같아서였다.

    그러나 제 음경만큼이나 동이의 음부도 신기해서 그녀의 음부는 사내의 음경을 꾸역꾸역 잘도 삼켰다.

    그녀의 몸 어디로 자신의 음경이 전부 들어가는지 사내는 그게 신기했다.

    전부 넣으면 그녀의 뱃가죽을 뚫고 나올 정도의 길이인데 동이의 몸은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공간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내의 음경을 전부 삼키고도 멀쩡했다.

    “하아아아!”

    사내의 음경이 밀고 들어가자 동이의 교성이 자지러지게 퍼졌다.

    굵고 긴 것이 제 몸 안으로 밀고 들어와 빈틈없이 들어차자 그녀의 허리가 발발 떨렸다.

    뿌리까지 밀고 들어와 이제 제대로 허리를 흔들려는 사내의 어깨에 매달린 동이가 두 다리로 사내의 허리를 휘감았다.

    “하응! 응! 아아아!”

    제 몸에 매달린 그녀의 엉덩이를 꽉 틀어잡은 채로 사내가 허리를 퍽퍽 처박았다.

    쩍- 쩍-.

    사내가 허리를 처박을 때마다 동이의 음순이 벌어지며 사내의 음경이 끝만 남기고 사라졌다.

    사내의 허리를 휘감은 동이의 다리가 경련하며 그 발가락의 끝이 자르르 떨렸다.

    음경이 제 자궁 입구를 찌를 때마다 동이가 숨이 넘어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쾌감이 머리끝까지 올라가 동이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벌어진 채로 사내의 음경을 머금은 질구에서 애액이 소변처럼 새어나왔다.

    “하응! 응! 아아! 아!”

    동이가 제가 매달린 사내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그러자 사내의 어깨에서 말간 피가 송송 새어나왔다.

    동이도 사내도 정신이 없어 깨닫지 못했다.

    열기로 달아오른 동이의 눈동자가 금빛을 띠고 있다는 것도, 사내의 어깨를 물어뜯은 동이의 이가 뾰족하게 변해있다는 것도 몰랐다.

    사내도 동이도 몰랐다.

    지금은 그저 서로를 탐하느라 정신이 없을 뿐이었다.

    도깨비의 기운을 오래 받으면 한낱 빗자루도 도깨비가 된다는 속설이 있지 않은가.

    하물며 사람이라면.

    하물며 매일같이 도깨비의 정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도깨비가 되는 것도 신기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런 전례가 없었을 뿐.

    물론 사람이 도깨비의 신부가 된 전례도 없었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그건 차후의 일.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사내와 동이가 한 몸으로 뒤엉켜 꿈틀거렸다.

    사내가 파정이라도 할라치면 동이가 제 몸을 빼서 얼른 사내의 음경을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체위를 바꿔가며 사내를 이리저리 약을 올리니 사내가 쉽사리 파정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사내의 위에 올라앉은 동이가 이리저리 엉덩이를 흔들며 사내를 내려다봤다.

    “밖에다 파정하면 한 번으로 치지 않을 거예요.”

    언제까지나 사내를 파정하지 못하게 할 수 없어 동이가 사내를 위해 변칙을 준비했다.

    “제 안에다 싸야 한 번인 거예요.”

    그제야 동이의 계략을 눈치챈 사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이유로 도깨비가 사람에게 잘 속아 넘어간다는 말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사람은 약았고 도깨비는 순진하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약았든 순진하든 사랑하면 모든 것이 무마되니 말이다.

    제 위에서 앞뒤로 엉덩이를 흔들며 저를 조여오는 동이를 올려다보며 사내가 그의 진심을 담아 말했다.

    “어찌 이리 어여쁘냐.”

    사내가 하고픈 말은 그게 전부였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영원히 그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너는 어찌 그리 어여쁘니. 내 신부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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