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7)
  • 4.

    젖가슴 위를 만질까 말까 망설이던 사내의 손이 천천히 내려와 동이의 속곳 안으로 파고들었다.

    “으응….”

    제 둔덕 위를 덮은 사내의 차가운 손에 동이가 작게 숨을 헐떡였다.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라 무섭지는 않다.

    다만 차가운 손이 제 더운 곳에 닿자 그 온도 차이에 몸이 저절로 바르르 떨릴 뿐이었다.

    덜컹.

    동이의 몸이 스르륵 미끄러지며 방문이 덜컹거리다가 흔들렸다.

    이불도 깔지 않은 바닥에 누운 동이의 위로 사내가 올라탔다.

    벌거벗은 사내의 모습은 평소에 동이가 보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조금씩 붉은 기운을 띠기 시작하는 금빛 눈동자를 보며 동이는 사내가 말한 [사악하고 난폭한 징조]가 시작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조금 아프게 해도, 저는 괜찮아요.”

    아마 지금 이 사내는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만으로도 동이는 그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평소의 이 사내라면 절대로 자신을 아프게 할 리가 없지만, 지금의 사내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렸으니 어쩌면 저를 아프게 할 수도 있고 무섭게 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내가 제가 좋아하는 도깨비이자 아저씨라는 것을 잊지만 않으면 된다.

    어떤 모습이라도, 어떤 상황이라도 이 사내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내다.

    “하읍….”

    사내가 제일 먼저 취한 것은 동이의 입술이었다.

    속곳 안으로 밀어 넣은 손으로 그녀의 둔덕을 쥐었다 폈다 주무르며 사내가 동이의 입술을 물었다.

    ‘송곳니가….’

    사내의 뾰족한 송곳니가 제 입술을 깨물자 따끔한 아픔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 물었다 놓은 사내가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축축하게 젖은 혀가 입 안으로 파고 들어와 동이의 혀를 물고 이리저리 빨아댔다.

    사뭇 거칠게 제 혀를 휘감아 빠는 사내의 난폭한 혀 놀림에 동이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어찌할 줄 몰라 허공을 더듬던 동이의 손이 사내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리고 저를 탐하는 사내의 입술에 매달렸다.

    사내의 체취가 가득한 타액과 숨결이 제 안에 가득 차는 것이 꿈만 같았다.

    ‘더, 더….’

    목마른 아이처럼 동이가 사내의 혀에 매달려 숨을 빨아댔다.

    이제는 사내가 저를 빠는 것이 아니라 저가 사내를 빠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하아… 하아….”

    사내의 입술이 떨어지자 동이가 아쉬운 듯 애꿎은 입술만 벙긋거렸다.

    아직도 사내의 혀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사내는 그녀의 입술을 놓고 대신 그녀의 턱을 빨고 쇄골과 목덜미를 빨았다.

    사내의 입술이 다시 목덜미를 타고 올라가 제 귓바퀴 안으로 밀고 들어오자 귓속에서 선명하게 젖은 소리가 울렸다.

    츱, 츱, 귓속을 점령한 젖은 소리에 동이의 등줄기가 자르르 떨렸다.

    등줄기가 울리고 귀가 달아오르고 숨이 가쁘게 치닫기 시작했다.

    이미 사내의 손은 그녀의 속바지를 벗기고 그 드러난 가랑이 사이로 파고 들어 둔덕을 문질러대는 중이었다.

    사내의 손바닥과 그녀의 젖은 음모가 비벼지는 소리가 자박자박 울렸다.

    처음에는 자박자박거리던 소리가 점점 쩍쩍, 젖은 소리로 변해가며 동이의 전신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어찌 이리 젖었느냐.”

    찰박이는 소리가 멎고 대신 사내의 목소리가 귓바퀴 안으로 파고 들자 동이가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이 목소리는 제가 아는 상냥한 사내의 목소리였다.

    “그야… 좋아서 젖었겠지요….”

    뺨을 발그레 물들인 동이가 저를 바라보는 조금도 사납지 않은 눈동자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사내의 금빛 눈동자에 물들어 있던 붉은 기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신에 제가 기억하고 있는 다정한 도깨비의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의 농탕질만으로도 사내의 음기가 조금 가라앉은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 좋아.”

    “그야… 아저씨가 좋아서 그러지요.”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없었지.”

    “그야, 아저씨는 아저씨니까요.”

    “내 이름이 알고 싶지 않느냐?”

    “이름이 있으세요?”

    “아니. 도깨비가 이름이 어디 있겠느냐.”

    “그러면 제가 지어드릴까요?”

    “무엇이라 지으려고?”

    “제 이름이 동이니 아저씨의 이름은 금이라 하면 되지요.”

    “금?”

    “눈이 금처럼 빛나니까요.”

    “너는 동이고 나는 금이니 우리 둘의 이름을 합하면 금동이냐?”

    “금동이네요. 아저씨와 제 이름을 합치면.”

    지금 저와 사내의 꼴은 서로 벌거벗은 모양새다.

    그런데 지금 한가로이 이름이나 짓고 있다.

    “여기까지 하련?”

    “왜요? 무서우세요?”

    “나는 도깨비란다. 무서운 것이 있을 것 같으냐?”

    “정말 무서운 게 없으세요?”

    “한 가지 있지.”

    “그게 뭔가요?”

    “너를 잃는 것.”

    사내의 대답에 동이의 숨이 막혔다.

    지금까지 들어본 중에서 이보다 더 황홀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 어떤 말을 듣더라도 이보다 더 달콤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

    이 사내가 자신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은 엄마 한 명으로도 족하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이 사내의 손을 잡았다.

    이 손은 절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다.

    이 도깨비 사내는 자신의 지아비다.

    자신이 그렇게 결정했다.

    그러니까, 안 놓는다. 죽을 때까지. 혹은 죽어서도.

    “그러니까, 빨리 해주세요. 날 밝겠어요.”

    동이가 사내를 향해 가랑이를 벌렸다.

    지금 제가 다리를 벌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누가 보면 처녀가 망측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망측하면 어떠한가. 이렇게 좋은 것을.

    가랑이를 벌리자 소담하게 벌어진 붉은 음부가 오물거리며 사내의 행동을 재촉했다.

    동이가 바라는 것은 조금 전에 제 입 안을 휘저은 사내의 혀가 제 뜨거운 음부를 입 안처럼 휘저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사내의 손이 동이의 음순을 벌리고 얇은 점막을 스치고 들어가 주름진 내벽을 쓰윽 긁었다.

    “하응…!”

    차갑고 긴 손가락이 내벽을 긁자 동이가 허리를 떨었다.

    손가락 하나에도 벌름거리며 구멍이 입을 조물거렸다.

    그런 조물거리는 구멍 안으로 사내의 손가락 하나가 더 비집고 들어갔다.

    “하응! 하윽!”

    손가락이 뿌리까지 밀고 들어와서 안을 긁고 밖으로 빠졌다가 다시 밀고 들어올 때마다 동이가 허리를 흔들며 숨을 헐떡였다.

    “하응! 아! 아!”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동이가 고개를 젖혔다.

    덜컹덜컹.

    젖힌 머리가 방문에 부딪칠 때마다 덜컹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러나 지금 동이는 제 머리가 방문에 부딪치는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손끝이 제 안을 찌를 때마다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느라 바빴다.

    “아흑! 아! 아으응!”

    푹 젖은 구멍 안에 길고 굵은 손가락이 세 개째 들어오자 동이의 교성도 점점 높아졌다.

    덜커덩-!

    그때 동이의 머리가 부딪치던 방문이 열렸다.

    계속 부딪치다 못해서 방문이 덜컥 열리자 동이의 어깨가 문지방에 걸쳐진 채로 마루로 넘어갔다.

    가을 막바지의 차가운 공기가 동이의 어깨와 가슴에 스며들었지만 동이는 추운 것도 몰랐다.

    오히려 시원했다.

    잔뜩 달아올라 있던 살갗에 차가운 바람이 닿자 오히려 시원했다.

    “어찌 이리 조여.”

    그러나 시원함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가랑이 사이를 조였나보다.

    “넓히려고 이러는데 이렇게 구멍이 더 좁아지면 내 것을 어찌 넣어.”

    사내가 한 손으로 그의 양물을 쥐고 주물럭거렸다.

    가뜩이나 큰 양물이 더 부풀더니 사내의 손 밖으로 뭉툭한 귀두가 꿈틀거리며 밀고 나왔다.

    “내 것은 이리 큰데, 이걸 어떻게 넣어. 찢어지면 어쩌려고.”

    사내가 애액이 줄줄 흐르고 있는 음부를 손으로 문질렀다.

    그리고 그 구멍에 귀두를 문질러보고는 떼어냈다.

    “안 들어가겠어.”

    “그, 그, 그러면 어떡해요… 아, 안 들어가면….”

    동이도 애가 달았다.

    느낌으로는 꽤 많이 벌어졌는데 왜 아직 안 들어온다고 그러는 걸까.

    “더 벌려야겠구나.”

    “하으응!”

    사내의 손이 다시 동이의 구멍 안으로 찔러 들어왔다.

    “하응! 아! 아아! 아!”

    사내의 손가락은 처음과는 달리 조금 더 거칠게 움직였다.

    마치 추삽질을 하듯 연거푸 푹푹 찔러 넣으며 사내가 그녀의 둔덕에 제 귀두를 문질렀다.

    동이의 음부에서 피어오른 뜨거운 열기가 사내의 음경을 휘감았다.

    금방이라도 들어올 것처럼 둔덕 위를 문질러대는 뜨거운 음경과 제 안을 거침없이 찌르는 사내의 손가락이 동이의 몸을 침범해왔다.

    이미 회음을 타고 흘러 바닥에 고인 애액 위를 엉덩이가 찰박이며 미끄러졌다.

    “빨리… 하윽! 빠, 빨리…!”

    점점 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동이가 애원했다.

    사내의 손이 그녀의 작고 둥근 엉덩이를 감싸 쥐었다.

    손가락이 엉덩이의 살갗을 파고 드는 것과 동시에 사내의 음경이 그녀의 눅진하게 녹아내린 구멍을 넓히며 들어서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한껏 넓혀진 구멍 안으로 불끈거리는 음경이 들어서며 그녀의 주름을 짓이겼다.

    머리가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머리만 녹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골반이 벌어지고 몸이 두 쪽으로 쪼개지는 것만 같다.

    한번 들어선 사내의 음경은 멈추지도 않고 곧장 동이의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하아아앙!”

    고개를 젖힌 동이의 입술에서 자지러지는 소리가 터졌다.

    집이 외떨어진 곳이라 다행이다.

    근처에 지나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문을 열어놓고 소리를 질러도 누구 하나 듣고 이상하다 망측하다 여길 사람이 없다.

    “흐아앙!”

    사내가 두 손으로 동이의 작은 머리와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숨이 끊어질 것처럼 소리를 지르는 동이의 입술을 삼키듯 덮으며 허리를 쳐올렸다.

    “하읍! 읍!”

    사내의 양물이 더 깊이 박히며 동이의 몸이 더 크게 흔들렸다.

    사내의 것이 제 안으로 박혀 들어올 때마다 동이는 제 몸에 구멍이 날 것만 같았다.

    사내의 가슴이 동이의 가슴을 짓뭉갰다.

    바짝 달라붙은 살갗과 살갗이 만들어내는 열기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뜨겁다.

    사내의 움직임은 점점 더 거세졌다.

    퍽-! 퍽-!

    사내의 양물이 강하게 찔러 들어가 그녀의 안을 잔뜩 쑤실 때마다 동이가 사내의 어깨에 팔을 걸고 그 등을 손으로 긁었다.

    사내의 등에 붉은 손자국을 내며 동이가 허리를 흔들었다.

    사내의 체취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이 제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착각이 일어났다.

    “하아아아!”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동이가 뜨겁게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안에 뜨거운 씨물이 울컥 쏟아졌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동이의 착각이었다.

    “하윽!”

    동이의 몸을 돌린 사내가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올렸다.

    문지방에 몸을 걸친 채로 엎드린 동이가 마루를 손으로 짚고 소리를 질렀다.

    사내의 음경은 뒤에서부터 찔러 들어와 그녀의 배 속을 방망이로 때리듯 찔러댔다.

    세운 채로 벌어진 무릎을 타고 뜨거운 애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머리 위에서 비치는 달빛이 너무 밝아, 마루에 엎드린 채로 앞뒤로 흔들리는 동이의 머리와 등으로 달빛이 하얗게 부서졌다.

    “하응! 아! 아! 아아!”

    사내의 음경은 동이의 안에서 잔뜩 부푼 채로 도무지 시들지 않았다.

    시들기는커녕 점점 더 단단해지는 음경을 느끼며 동이는 새벽이 되어도 어쩌면 이것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새벽이 되어 닭이 울어도 사내가 저를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그런 예감이 들었다.

    * * *

    동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방문으로 햇살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몸이 무거워….’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새벽녘이 되어 닭이 우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난다.

    ‘벌써 해가 저렇게….’

    무거운 몸을 뒤척이던 동이가 제 곁에 누운 사내를 발견했다.

    사내는 아예 잠을 자지 않았는지 눈을 뜨고 동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동이가 아는 얼굴이다.

    도깨비의 얼굴이 아닌 그녀가 아는 [아저씨]의 얼굴이다.

    “고와서 계속 보고 있었지.”

    “아저씨는 안 자요?”

    “도깨비는 잠이 없단다.”

    “아저씨는 몇 살이에요?”

    “모르지. 세어보지 않아서.”

    “다른 도깨비는 없어요?”

    “나 혼자란다.”

    “얼마나 오래 혼자였어요?”

    이 사내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12년을 알고 지내서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아는 것은 고작 이 사내의 12년뿐이었다.

    이 사내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살아온 시간을 자신은 모른다.

    몰라서 너무 아쉽다.

    그래서 더 알고 싶다.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

    “생겨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혼자였지.”

    “엄마가 있어요?”

    “도깨비는 사람처럼 태어나는 것이 아니란다.”

    “그러면 어떻게 태어나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엄마는 빗자루가 변해서 도깨비가 된다고 했어요.”

    “그런가보지.”

    사내가 웃었다.

    “그러면 나는 어느 빗자루가 변한 걸까.”

    “정말 기억 안 나요?”

    “고인 물에는 오가던 영혼이 갇히는 법이란다.”

    “갇혀요?”

    “원래 혼이라는 것은 자유로운 것인데 고인 물이나 웅덩이나 깊게 팬 땅에는 그 영혼들이 갇혀서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지. 그렇게 영혼들이 오랫동안 갇혀있는 고인 물속에서 어느 날 도깨비가 태어나는 법이란다. 수십 혹은 수백 개의 떠도는 혼불이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지.”

    “왜 그렇게 쓸쓸하게 태어나요?”

    “그 이유를 나는 모르지.”

    “쓸쓸하게 태어났어도 쓸쓸하게 살지 않으면 되니까, 상관없어요.”

    “너는 내가 도깨비라도 괜찮은 것이냐? 정말로?”

    “제가 도깨비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런데 정말 메밀묵을 좋아하세요? 드시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안 좋아해. 그건 그냥 풍문이야.”

    “그러면 만나는 사람에게 씨름하자고 한 적 있으세요?”

    “설마.”

    “다 거짓말이었네. 쓸데없는 소문들이야. 다들 도깨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네가 알면 되지. 네가 알아주면 되지.”

    “제가 알아드릴게요. 전부 다 알아드릴게요.”

    “그래주면 좋지.”

    사내의 손이 동이를 그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 품에 얼굴을 묻고 동이가 기분 좋게 웃었다.

    “배고프지 않느냐?”

    “아니요. 괜찮아요.”

    “뭐라도 먹어야지.”

    “안 먹어도 되어요.”

    “배가 고플 텐데….”

    “그냥, 아저씨가 저를 먹어주면 좋을 텐데….”

    동이가 사내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살살 긁었다.

    “먹어줄까?”

    속삭이는 목소리와 함께 숨결이 동이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맛있게 먹어주세요….”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사내가 몸을 뒤집어 동이를 아래에 깔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젖가슴을 두 손으로 움키고 톡 불거진 젖꼭지에 혀를 굴렸다.

    “으응… 응….”

    젖꼭지를 핥고 있을 뿐인데 어젯밤의 여운이 잔뜩 남은 몸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하응, 으응….”

    젖꼭지에서 번진 뜨거움이 아랫배를 타고 내려가 가랑이 사이가 벌써부터 젖어들었다.

    “하읏, 아… 응….”

    동이가 허벅지를 문질렀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어젯밤 내내 한 것으로도 모자라 또 하고 싶어지니 자신이 망측한 병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하읏…!”

    젖가슴을 삼키고 빨아올리던 사내의 입술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아래로 내려간 사내가 동이의 다리를 열었다.

    그러자 애액이 잔뜩 젖은 음부가 열기를 뿜으며 드러났다.

    “하아앙…!”

    그 젖은 틈새에 사내의 얼굴이 처박혔다.

    벌어진 음부로 밀고 들어온 혀가 속주름을 핥기 시작하자 동이의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어쩜 좋아… 하응, 으응… 어쩜, 어쩜 좋아….”

    “왜? 싫으냐?”

    “좋아서, 어쩜 좋아, 아저씨 입이 뜨거워서 어쩜, 좋아… 하응, 으응….”

    말랑거리는 부드러운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키고 사내가 그녀의 음부에 얼굴을 더 깊게 처박고 빨아댔다.

    사내의 혀가 안을 찌르면 찌를수록 속에서 말간 애액이 꿀럭꿀럭 더 많이 흘러나왔다.

    동이가 손을 아래로 뻗어 제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처박은 사내의 머리카락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사내의 머리를 손으로 눌러 제 음부로 더 바짝 밀며 동이가 숨을 헐떡였다.

    몸은 무거운데 황홀경이 전신을 사로잡아 도무지 이 쾌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점점 몽롱해지는 머릿속에 뿌연 열기가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 * *

    “으응….”

    동이가 가쁜 숨을 헐떡였다.

    전신이 물에 빠진 것처럼 무겁다.

    몸이 무겁고 전신의 뼈가 마디마디 아프다.

    너무 아파서 눈을 뜰 수가 없다.

    ‘몸이 너무 뜨거워… 그런데 추워….’

    고뿔이 든 것일까.

    방문을 열어두고 교접을 해서 그만 고뿔이 든 것일까.

    그러면 또 쓴 약을 먹어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많이 아프냐?”

    곁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사내의 차가운 손이 이마에 얹어졌다.

    ‘차가워서… 기분 좋아… 그런데 머리가 너무 아파….’

    “추우냐?”

    동이가 고개만 겨우 끄덕였다.

    눈을 뜰 수가 없다.

    눈을 뜨면 사내를 바라보며 괜찮다 말하고 싶은데 눈꺼풀이 무거워서 눈을 뜰 수가 없다.

    “이불을 덮어주고 싶은데 몸이 너무 뜨거워서 이불을 덮으면 안 되겠다.”

    사내가 물수건으로 동이의 몸을 쓰윽쓰윽 닦아줬다.

    “눈이 내린다. 같이 보고 싶었는데….”

    벌써 눈이 내리다니. 겨울이다.

    이 사내와 겨울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파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동이야.”

    사내가 동이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내 양기 때문에 네가 이리 아프니 어쩔 수가 없구나.”

    이건 무슨 소리일까.

    무엇 때문에 뭐가 어떻게 되었다고?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싶지만, 이대로 내가 계속 네 곁에 있으면 너는 머잖아 쇠약해져서 죽을 거다. 나는 너를 그런 식으로 잃기는 싫단다.”

    사내가 동이의 손을 꽉 쥐었다.

    “얘야.”

    사내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지금 사내가 떨고 있다는 걸 동이도 느꼈다.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하는 법이란다. 도깨비와 함께 살면 사람은 양기에 눌려서 죽기 마련이란다. 그러니까, 너는 사람의 길을 가고 나는 도깨비의 길을 가야겠다.”

    안 된다.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지금 이 사내는 저를 떠나려는 것이다.

    놓아줄 수 없다.

    절대로 보내줄 수 없다.

    “얘야. 손을 놓아야 내가 가지.”

    동이가 있는 힘을 다해 사내의 손을 쥐었다.

    그러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사내의 손을 놓고 말았다.

    “얘야. 그냥 말 피나 먹으며 욕심내지 말고 네 곁에 더 오래 있을 걸 그랬다. 그랬으면 더 오래, 아주 오래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었을 텐데. 내 욕심이 결국 이 사달을 불러왔구나.”

    아니다.

    이 사내의 욕심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이다.

    이 사내를 가지고 싶었던 건 자신이다.

    너무 너무 가지고 싶어서 저를 안아달라고, 신부를 삼아달라고 말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아파서 죽어도 좋다.

    양기에 눌려서 서서히 죽어가도 좋다.

    단 하루를 살아도 좋으니 이 사내와 함께 살고 싶다.

    이 사내가 없이 백 년을 사느니 이 사내와 함께 하루를 사는 쪽을 택할 것이다.

    그러니까,

    ‘가지 마요….’

    동이가 입술만 겨우 달싹거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가지 마…요….’

    동이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점점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동이가 사내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나는 너를 잃는 것이 가장 무섭단다.]

    그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

    * * *

    펑펑 쏟아지는 흰 눈을 마루에 앉은 동이가 하염없이 바라봤다.

    벌써 해를 넘겨 한 해가 지났다.

    정월이 지난 지 열흘이나 지났다.

    동이의 아픈 몸은 씻은 듯이 나았다.

    며칠을 사경을 헤매며 앓은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며칠이 훌쩍 지나 있었고 사내는 곁에 없었다.

    사내의 부탁을 받았다며 근처의 아낙들이 찾아와서 자신이 먹을 미음과 죽도 끓여주고 방에 군불도 넣어줬다는 것을 동이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사내는 그녀를 돌봐주는 대가를 넉넉하게 치른 모양이었다.

    [고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데 계속 춥다고 하니까 정말 초상 치르는 줄 알았는데, 거짓말처럼 싹 나았네.]

    아낙들에 의하면 자신은 누가 봐도 죽을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사내가 떠나고 꼭 사흘이 지나자 차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거짓말처럼 그 사내가 떠나자 자신의 병이 나았다.

    사내는 홀연히 사라졌고 집에는 그가 남긴 것들만 남았다.

    헛간에는 장작이 가득하고 사내가 들여놓은 곡식들도 가득했다.

    지붕도 튼튼하게 고치고, 흙벽도 수리해서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려도 지붕이 내려앉지 않고,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방 안으로 바람이 새어 들어오지 않았다.

    사내는 금과 은이 잔뜩 담긴 궤짝을 두고 갔다.

    그 궤짝 안에 든 금은만으로도 동이가 평생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였다.

    “…….”

    동이가 제 무릎 위에 올려놓은 꽃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꽃신은 있지만 이 신을 신고 찾아갈 님은 이제 없다.

    ‘바보….’

    동이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 사내는 저를 살리겠다고 떠났다.

    어떻게 하면 그 사내를 찾을 수 있을까.

    숲에 가서 찾으면 찾을 수 있을까.

    지금쯤 숲은 눈으로 하얗게 덮였을 것이다.

    내일이라도 눈이 그치면 산에 가볼 생각이다.

    처음 도깨비를 만났던 그곳에 가면 그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내일부터 찾자. 찾아낼 때까지 포기하지 않아.’

    그 사내는 저를 모른다.

    저를 12년 간 키웠지만 그 사내는 정말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제가 얼마나 고집이 센지, 제가 얼마나 포기를 모르는지 그 사내는 아무것도 모른다.

    ‘찾으러 갈 거야. 찾아낼 거야. 꼭….’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동이가 저를 버리고 간 사내를 원망했다.

    다시 찾으면 이 원망을 전부 쏟아내 주자고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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