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내가 이렇게 된 건 아는지...
알 리가 없지.
관심도 없겠지..
매일 밤 네 생각에 잠 못 이루는 것 따위..
니가 알 리가 없지...
너 때문에 평생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눈물도 흘렸다...
너 때문에...
다시 돌아온다면 받아 줄 수도 있다고 여겼지만..
그건 단지 희망일 뿐...
그의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
세하........
내 마지막 사랑...
하지만 지금은...
증오만이 남아있을 뿐.....
[퍼옴]야만인7
어디선가 지저귀는 새 소리에 세하는 슬며시 눈을 떴다.
낯선 방.....
낯선 소리들......
여기가 어디지...?
아.... 태민의 별장.......
세하는 손을 이마에 댄 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 그와 같이 있어... 하지만.. 그럼 뭐해? 그는 날 모르고 있는데.... 그의 얼굴.... 발..... 눈.......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데....'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비관하고 있을 수 만은 없잖아..
난 이종혁이다.
그를 치료해야 한다.
그에게 진 빚을 이렇게 나마 갚아야지...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해맑던 웃음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마지막이라도....
그는 힘차게 기지개를 폈다.
이러면 안 돼....
힘을 내야지....
단정히 옷을 입고 거울을 봤다.
비록 말랐고, 힘들어 보였지만.. 눈동자는 빛나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그래... 어쨌거나 그를 만났잖아....?
조심스레 그의 문 앞까지 다가갔다.
문 손잡이를 돌리자 갑자가 또다시 엄습해 오는 불안감...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것일까?
어두컴컴한 방.....
침대위엔 태민이 누워있다.
창백하고 초췌해진 뺨...
쓰다듬어 보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힘껏 커튼을 열었다.
한번도 열려 본 적이 없는 듯..
요란스러운 소음을 내며 열려지는 커튼...
밝은 빛이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뭐야!!!?"
태민이 일어났다.
"누구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밝은 빛 앞에 보이는 태민은...
너무나도 망가져 버린 모습이다.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다....
솟아오르려는 눈물을 참으며 쭈삣쭈삣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
"오늘부터.... 물리치료를 시작한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나가..!! 안 나가? 지금이 몇 신데...!!!! 미친자식... 너.. ... 너.... 안 나가?"
긴장을 풀었다.. 그래.. 그냥 평소의 다른 환자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자..
"왜요? 물리치료가 겁나나 보시죠?"
"뭐...뭐? 이런... 씨발.... !"
"하긴.. 좀 견디기 힘드실 지도 모르죠..."
"..........."
분노를 참고 있는 듯한 표정....
"너...........!!"
"그게 아니라면 증명 해 보이는 게 어때요?"
"....흥.. 내가 그 말에 넘어 갈거라고 생각하나?"
"어쨌든.. 전 돈을 받았으니 그만큼의 일을 해야합니다. 자.. 나가실까요?"
"너역시 돈인가..? 하..! 돈이 그렇게 중요해? 씨발.. 너도 똑같아..
돈 돈 돈.......!! 좋아. 나가지. 나가자고!!"
그 말의 의미는........
이종혁에게 하는 말인가?
아니면...
세하....?
아직도 자신을 증오하고 있는걸까?
당연하겠지만..
왜 이렇게 힘들지?
세하는 눈물이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두 손을 꼭 잡아 쥐었다.
왜 이렇게 잦은 눈물이 ......!
그들은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햇빛을 보는건지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희미한 빛줄기가 눈앞에 형체도 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러면 뭐해.. 보이지도 않는걸... 병신......
"그럼 수영부터 시작하죠.."
"미친놈... 발이 움직이지도 않는데 수영을 어떻게 해? "
"그럴까요?"
세하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물에 들어가기 전에 몸부터 풀어야 겠죠?"
세하는 태민을 파라솔 옆에 눕혔다.
비록 말랐지만 근육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예전에는 이 몸을 어루만지곤 했는데...
하지만 그런 잡념을 없애고 세하는 태민의 몸을 풀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보통 이 단계에는 모든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그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작업인 것이다.
"......."
태민역시 고통스러운 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잘 참아냈다.
세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예전에 자신이 알던 태민을 보았다.
의지 강하고 집념역시 강한...
그런 그가 자랑스러웠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태민은 발끈 세하가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이.... 이.. 돌팔이!!!!!!"
"돌팔이라뇨? 하지만 잘 견디시네요.. 음.. 의지하나엔 박수를 보냅니다.
자. 그럼 이제 물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세하는 누워있는 태민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예전같으면 175센티의 세하가 185가 넘는 태민을 일으켜 세우기란 불가능 같았지만, 그동안의 숙련으로 태민을 드는 것 쯤이야 간단했다.
"너... 키가 몇이지..?"
"왜 그러시는 거죠?"
"힘 좋은데...?"
세하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약간 풀린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세하는 태민을 물 속에 넣었다.
"뭐.. 하자는 거야?"
"걱정 마세요. 제가 옆에 있으니까.. 자.. 팔을 움직여 봐요...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고 말아요...
다리는 부가적인 것이라 생각하세요... 봐요.. 뜨잖아요.."
"........."
태민은 자신도 놀란 듯 천천히 팔을 움직였다...
"진짜...... 뜨네?"
" 물리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 중 하나죠...
그러다가 나중엔 발도 움직 일 수가 있어요.
이 시간이 끝나면 헬스실에 가서 운동을 해야합니다.
잘 하시는데요?"
태민은 오랜만에 맛보는 물의 감촉이 좋은 지 끝날 때 까지 물속에 있었다.
"이제 그만.... 조금씩 매일 하셔야 다리에도 감각이 생깁니다.
너무 무리하면 안 돼요."
태민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 돌팔이가 낯설지가 않을까?
많이 들어본 듯한 목소리...
웬지 ....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하루의 일이 모두 끝나고, 각자의 방에 돌아가는 시간이 왔다.
"내일 역시 똑같은 훈련을 해야 하니까.. 피곤하실 텐데 푹 쉬세요.."
태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초점없는 눈동자로 세하를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그 표정에 세하는 흠짓했다.
"......내일도... 라.... 그래.... 내일보지."
세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갖지 않았으면...
그럼 이렇게 밤이 힘들지가 않을텐데...
그러면서 애써 잠을 청해보는 세하였다.
그들은 훈련을 계속했다.
어느새 그는 놀랄만큼 근육이 붙었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는 것 같았다.
"이.. 이봐!!!"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세하는 그가 부르는 소리에 성급히 달려갔다.
"왜.. 무슨일이세요?"
"다리가.. 다리가..!!"
그랬다..
다리가 조금씩..
미세하지만..
움직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의 의지와 세하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움직이는 군요!!"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끌어안았다.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무슨짓을 하고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 저... 저..."
"넌... 정말 이상한놈이야...."
"...?"
"널..... 대하면... 누군가가 떠올라.... 그래서... 젠장!! 오늘은 그만하지."
태민은 지키고 있던 남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겨진 세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그이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악~~~~~~~!!!!!!!"
엄청난 비명소리.. 고함소리....
잠을 자던 세하는 숨막힐 것 같은 신음소리에 잠을 깼다.
이게..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지?
세하는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태민의 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태민은 미친 듯이 시트를 움켜쥐며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놀란 세하는 태민에게 달려갔다.
"세...하.....!"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한마디....
세하를 찾는 그 목소리....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끌어 안았다. 그는 악몽을 꾸고 있는 듯했다.
"나 여기 있어... 나 ... 여기 있다구.... 제발.... "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세하.... 어디 있는거야?"
"여기 있다구... 여기 있어..."
"널 얼마나 찾았는데....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 수 있다고.... 제발..... 세하... 사랑해......."
".........."
세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니가.. 날 떠나고... 난 사는 게 아니야..... 너무.. 춥고.. 힘들어.....
산다는 게 무슨 소용 있겠어....
세하야...... 왜... 왜 날 떠나간거야...
이렇게 사랑하는데.... 내가... 뭘 잘못했기에....?
돈이.... 돈이... 그렇게 좋았니? 날 버릴정도로....?
너무...... 괴로워........ "
"그게 .. 아니야... 그래서 그런게 아니야...... 당신은 이해못해.....
나도....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태민은 세하의 뺨을 어루만졌다.
"꿈이라도... 좋아..."
그리고는 세하의 입술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간절한 입맞춤...
세하는 열정적으로 응답했다.
이것이 얼마만인가?
그를 다시 한번만 안을 수 있다면.. 하고 얼마나 바랬던가?
정신없이 탐하는 서로의 몸... 태민은 세하의 분홍빛 유두를 어루만졌다..
"사랑해.... 사랑해...."
세하는 태민의 목덜미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점 점 아래로...
더 아래로...
세하의 입술은 그의 가슴을 지나.. 배꼽주변을 핥았다....
"으......"
태민의 신음소리는 세하에겐 더욱더 자극적이었다.
온통 세하의 타액에 의해 반짝이는 태민의 몸....
세하는 더.... 아래로.. 입술을 옮겼다.
그리고 느껴지는 그의 남성....
태민은 튕기듯 허리를 높이 쳐들었다...
"아...... 아...."
평소에 이성을 잃은 적이 없는 태민이...
이성을 잃고 있다.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일까?"
"아.. 세하야.... 세하야...."
그의 남성의 뿌리를 혀로 어루만지자 그의 손가락이 견디지 못하고 세하의 머리를 움켜쥔다.
그리고는 시작되는 피스톤질.....
세하는 숨이 막힐 것 같지만 그의 쾌감을 위해 열심히 혀를 놀린다.
조금씩 하얀 액체가 나오기 시작하자 세하는 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태민의 위로 올렸다.
그의 남성을 붙잡고 자신의 마르고 조그마한...
그리고 은밀한 골짜기에 가까이 댔다.
고통... 그리고... 환희....
태민의 발작적인 비명.. 간헐적으로 새어나온다.....
세하도 견디지 못하고 내지르는 비명....
"아..... 아윽..........하아..............아.......하아하아.............."
태민의 가슴위에 손을 댄 채, 세하는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가 삐그덕 소리를 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하의 비명소리와 태민의 신음소리가 하나가 되어 방한가운데 메아리 친다...
"아.... 흑........."
"하아..... 하...... 세하야....... 윽....... 조금 ... 더..... "
정신없이 움직이는 두 형체...
그리고 절정을 향해 터져나오는 신음소리.....
거친 욕망 뒤의 나른함을 뿌리치고 세하는 조심스레 일어선다..
태민의 투명한 얼굴을 다시한번 내려다 보고 뒤를 정리 한 후 미련을 떨쳐버리고 방을 나왔다......
엄청난 고함소리...
그 고함소리는 태민의 방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았다.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힘들어 한다..
물론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 쯤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그가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는지..
왜 자신을 저주하는 지..
모든 것을 다 알고는 있지만... 왜...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걸까?
무언가를 깨부수는 소리...
비명소리..
고함소리...
그리고..... 흐느끼는 소리.........
"젠장!~!!~!~!~~~!!!!!!!!!!!!!!"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정적......
세하는 쭈그리고 있던 몸을 폈다..
그와 같이 아파하고 있던 세하였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그의 방문을 열었다.
온 방안은 유리조각으로 뒤덮혀 있었고, 그 한가운데 태민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불안정한 자세..
그리고.. 불안정한 그의 눈빛....
그는 멍하니 커텐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저기..."
세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순간까지도 그는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꿈을 꾼 적이 있나...? 마치 사실 같은 꿈을....?"
".........."
"매일밤 꿈의 악몽에 시달린 적이 있나? 이루지 못할 욕망에 뒤척이며?
하.... 너같은 것에게 그런것이란.. 무리지... "
"......있어요...."
"......."
"매일밤... 제가 예전에 했던 용서받지 못할 짓을 후회와 연민으로 뒤척인 적이 많았죠...
그리고.... 또..... 그리움에 휩쌓여................
하지만... 다 지난 일이니까... 지난 일은 지난일로 묻어버리면서 살아가는 것이죠....
용서를 구할 방법을 생각하며......"
"지난일은 지난일로 묻어버린다고? 하!! 간단하군.... 편해서 좋아..."
"..........그런게.. 아니예요...."
"꿈을 꿨어.....
너무나 이상하지..
너무 생생해서..
마치 진짜인 것 만 같았어...
하지만 눈을 뜬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더군..
다 나의 망상일 뿐이었지..
하....!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왜....
이렇게 비참한건지.....!!
왜 이렇게 비참해야 하는건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물론 없겠지....
사랑 때문에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냐고..!!"
매일밤..
어디에서나..
당신만 생각하면.......
"사는 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하하하..... 너같은 자식에게 이런 얘기를 하다니..
천하의 권태민도 이제 한물 갔군...."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면... 그 사람을 만나게 할 리도 없으니까......
너무나도 죽고 싶었을 때, 나타났던 사람이니까......
천사라고 생각했어요... 나를 도와주는...
나의 삶을 바쳐 사랑하리라 맹세했어요.......
보답하겠다고.....
평생 그 사람만 사랑하겠다고....
아직도 변함없지만....
이젠......
그 사람도 너무 상처를 받았고...
나 역시... 너무 상처를 받았어요......
행복을 빌 뿐......
더 이상 바랄 일도 없으니까......"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주절 주절 떠들어 대고 있었다.
애써 눈물을 참으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태민은 멍하니 커텐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세하는 눈물 한방울을 닦아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부터.. 다시 연습을 해야해요... 그러니까...... 내일 뵙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세하는 참았던 눈물을 내쏟았다.
가슴속에 있는 슬픔까지 토해내듯......
태민은 왜 자꾸 이종혁에게서 세하를 느끼는 건지..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종혁은 울고 있는 듯 했다.
그의 얘기에 자신도 모르게 세하를 떠올리는 태민이었다...
종혁은.....
예전의 여자를 무척이나 사랑했었나 보다...
만약 자신이 호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 궁금했다.
놀란 토끼처럼 도망가겠지...
이상했다.
자신은 오로지 세하에게만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세하를 만나기 전까진 어떤 남자도 사랑해 본 적이 없던 태민이었다.
오히려 동성연애자들을 보면 혐오감을 감추지 못했었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종혁에게도 끌리는 것일까?
나.. 정말 동성연애자 인가?
그렇다면 왜 정석이나 다른 친구들에게서는 이러한 감정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다음날도 그들의 훈련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었다.
태민의 태도....
세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그의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따스해 짐을 느꼈다.
"자... 이렇게요... 잘 하시는데요? 이젠 목발을 짚고 일어설 수도 있겠어요..."
"허풍떨지 마.. 아직 그 정도는 아냐.."
세하는 심통을 부리는 태민을 보자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웃지마...."
"....후후...."
"웃지말랬잖아...!!"
더듬거리며 세하를 찾는 손길...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태민의 손길..
그리고.. 다가오는 입술.......
따스한 그의 입술이 세하를 적시고 있었다...
"응....으...."
촉촉히 벌어진 세하의 입술....
태민은 자신의 행동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내가...
이런 짓을 하다니..."
당황한 태민은 뭐가뭔지 모르고 서 있는 세하 혼자만을 남겨두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자신의 방으로 가 버렸다.
맙소사!!!!
그가 나에게 키스를 했다...
아니, 이종혁에게 키스를 한 것이다...
세하는 떨리는 마음으로 정원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태민이 종혁에게 끌리고 있다?
그런 것일까?
가슴이 답답했다.
잘 된 일일까?
아니면...
이젠 나를 잊었다는 뜻일까.....
막혀오는 쓰라림에 세하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지?
이대로 남아있기에는 너무 힘들다.
처음 목적은 그를 자신의 손으로 치유하는 것이었는데.......
자꾸 잘 못한 짓 같다는 회의가 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자꾸만 신경질 적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지난 몇 주동안 그가 지옥같은 지독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그가 알 리가 없지 않는가?
주체할 수 없는 갈망에 움켜쥔 나뭇가지....
그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별장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은.............
현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