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32/45)
  • "자살 미수범!" 

    뭐.... 뭐지? 

    "안녕, 반가운데?" 

    학교앞에 진을 치고 자신을 기다리는 권태민.... 

    이 사람 나랑 무슨 원한 진 것 있나? 

    "뭡니까...?" 

    "뭐할거야... 이제?" 

    "상관할 바 아니잖습니까..." 

    "그럴까?" 

    짜증나... 

    스치듯이 그를 무시하고 비켜 지나가는 세하의 팔을 태민은 세차게 움켜쥐었다. 

    "어딜가?" 

    "이거 놔요.. 쓰벌... 나 알바 해야 한단말야.. 

    당신이 나 먹여 줄거야? 아니면 꺼져!" 

    아.. 파...팔이... 힘도 우라지게 센 놈..... 이... 씨.... 

    "너... 돈이 궁하냐?" 

    ".......쳇! 너따위한테 그런 말 한만큼 한가하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애써 뿌리치려는 순간, 세하의 손에 쥐어지는 감촉.... 

    "말버릇 하고는.... 이거면 돼?" 

    오... 오만원..... 이야.....아니지.. 이게 아니지.. 침 닦고... 이거 진짜 미친 놈 아냐? 

    "내가 돈 줄게. 나랑 놀자." 

    "뭐...?" 

    이게 진짜 정신이 나갔나... 하고 쳐다봤지만.... 

    오만원이면... 

    시간당 2500원하는 호프집에 비하면..... 우와.... 

    열나게 하루 왠종일 해도 못 버는 돈... 한달이면... 150만원... 

    아니지.. 근데 이게 진짜 나랑 장난하는건가? 

    "너무 적어?" 

    적다니.. 적다니.... 이거면 우리집 일주일 식량비인데... 

    "........." 

    도리질.... 

    "가자... 진짜 내가 돈 줄게.." 

    "...............진짜 줄거야?" 

    "응...." 

    "그..근데 뭐 하는 건데.....요?" 

    "내가 말 했잖아. 그냥 나랑 놀아주는 거라구..." 

    하지만 왜? 멀뚱멀뚱 쳐다보자 그가 무표정하게 말한다. 

    "두고보면 알것이니라..." 

    ......... 했었는데............ 

    쓰벌.... 

    진짜 두고보니 알 것 같다. 

    하루에 오만원 주면서 이짓 저짓... 쓰발짓.... 하는 건 너무 조금 주는 것 아닌가? 

    입밖으로 말 했더니 

    "기다려.... 니 능력 보고 올려줄게." 

    뻔뻔스러운 대답...... 

    개자식... 

    내가 어쩌다가 진짜 이렇게 된 것일까.... 

    기집애도 아니고.. 변태에게 끌려... 변태새끼... 

    하지만 그 짓거리 하는 나 역시... 변태부인 아닌가? 

    "난 말야.. 몇 달동안 죽은 듯이 너를 지켜보았어. 

    그런데 결론은 말야..... 넌... 뭔가가 있어... 

    난 어릴 적부터 한번 노린건 절대 놓치는 법이 없으니까.. 

    너도.. 각오해두는 것이 좋을 거야" 

    사이코 같은 자식...... 황당했다. 

    황당했지만... 

    그 황당함에 앞서 돈이라는 치사한 것이 놓여져 있었다. 

    하루에 오만원이면 한달이면 백오십만원... 

    하루에 세탕 뛰는 아르바이트 비와 맞먹는 돈...... 

    뛰쳐나가고 싶을 때 마다 집에 있는 동생들을 생각했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도 떠올랐다. 

    그래.... 돈부터 벌고 원망하자.... 

    까짓것, 돈 많은 놈, 돈 쓰고 싶어 안달이라는데.. 

    쓰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 아윽... 젠장...... 또.... 또... 시작이야... 씨발...........아....하아.....거긴.........!!!!!!!" 

    "가만 있어.. 이런 주제에......" 

    세하는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하늘을 향해 뻗어버린 그의 분신은 수치심만 증가시킬 뿐

    이었다... 

    배.. 배신자 몸 같으니라구... 

    주인을 못 알아보다니.... 

    그런 세하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의 중심은 더욱 단단하게 더 높이 ... 

    더 커져만 갔다. 

    '아니라구... 이게 아니라구.......~~~~~~!!!!!!!' 

    "어디서 앙탈이야.. 가만히 좀 있어!" 

    앙탈이라니.. 내가 여자냐? 앙탈 부리게? 이.. 자식 ... 이 두 얼굴의 사나이!!!!!! 

    "아... 아응..응............아..... 아하..........하...윽....... 제.......

    제.............." 

    제발............ 세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죽어도 애원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게 엊그제인데... 

    아... 싫어 싫어 싫다구!!!!!!!!!!! 

    태민의 손가락이 세하를 훑어 내린다.. 

    깊은 고통.. 

    그리고 이물질의 뻑뻑한 느낌... 

    그리고........

    쾌감.............. 

    나.......변태인가? 

    "아....... 아......... 이런....................이............ 썅............ 

    아..........아흑............ 

    아아..........아~~~~~~~~~~~~!!!!!!" 

    "또 느끼기 시작한 건가? 정말 끝도 없군........ 

    이거... 내가 돈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나 봉사하는데...." 

    씹쌔..... 

    격정의 시간이 흐른 후.... 

    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조용히 일어서 담배를 태우는 태민........ 

    뭐야... 저 녀석......! 

    뚜렷한 이목구비... 

    남자다운 몸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눈동자..... 

    저 자식은 왜 내 눈앞에서 자꾸만 알짱알짱 거리는 것이얏[email protected]!!!!! 

    짜증의 극치였다. 

    "세하야....." 

    태민이 다가온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정말.. 이거 돈만 아니라면,,콱....!!!!!!! 

    "............왜?" 

    ".....아... 진짜 짜증나네..." 

    '웬일이래.. 저 냉혈한이 한숨을 다 쉬고...?' 

    "............저녁에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딘데?" 

    짜증스러운 말투... 

    "사실... 오늘 우리 과 모임이 있거든..... 

    가기 싫지만.... 

    널 그런 자리에 데려가기도 싫고.. 

    하지만 과대표라 어쩔 수 없어." 

    그 말에 발끈하는 세하... 

    데려가기 싫다니.. 

    나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창피하다는 말인가? 

    "안가...." 

    "...?" 

    "그 시간대는 돈 안 받으면 되잖아. 

    미친놈.... 쪽팔리면 안 데리고 가면 될것같다가... 

    그렇게 돈이 아깝냐?" 

    빈정거리면서 자신의 분노를 감추는 세하.. 

    침묵............ 

    태민이 조용히 말한다... 

    고요한 분노가 섞인 말투다. 

    "내가... 언제 니가 부끄럽댔어? 내가 언제 그런 말 한 적있냐고!! " 

    멱살을 잡힌 세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난다. 뭐하자는 거야.. 이자식.! 

    "씨발... 안놔? 놔.. 개새끼야...." 

    태민은 분노한 눈으로 한동안 세하를 응시했다....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고 말았다. 

    너무.... 

    무섭다기 보다... 

    웬지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옷입어. 나가자. " 

    묵묵히 그 말에 따른다. 

    웬지 세하는 자신이 너무 잘못한 것 같았다. 

    죄 지은 사람마냥.. 그렇게....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기분이 들어야 하냐고!!!!!!!! 

    태민의 페라리를 타고 도착한 곳은 강남의 한 락카페.... 

    아.. 이런 분위기 정말 싫다.... 

    마치 부의 상징인 듯 카페앞에 정렬된 고급 자동차들... 

    못생긴 애 하나 없는 거리.... 

    다 똑같은 미인들.... 

    씨바... 다 뜯어 고쳤군.... 돈 많으면 뭐든 할 수있구나... 젠장! 

    "야!! 태민아! 여기야! 이.. 자식! 이번에도 안 오면 너 진짜 가만 안 두려구 했는데.... 어... ? 

    근데 이 분은 누구지?" 

    태민 못지 않게 화려하고 잘 생긴 한 사내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내 동생이야... 친동생은 아니지만... 잘 대해줘.. 인사해. 얘는 우리과 친구.. 정석이야. 그리고... 세하....." 

    "아... 안녕하세요?" 

    "안녕.. 세하라구? 난 정석이야. 태민이와는 11년 친구지. 아.. 빨리 들어와. 애들이 다 기다리고 있어."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모두들 태민에게 몰려든다. 

    화려한 의상과 화려한 몸동작... 

    끼리끼리 논다는게 이런건가?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동안 태민은 어느새 사람들에게 이끌려 세하의 곁을 

    떠나버렸다. 

    "안녕... 난 이지연이야. 넌... 세하라고 했지?" 

    그런 그에게 다가온 한 여자... 

    태민과 같은 과 후배라고 한다. 

    "내가 한 살 많으니까 말 놔도 기분 나빠하지 마.. 

    근데..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태민선배와 의형제를 맺은거지? 

    저 선배.. 아무하고나 친해지지 않기로 유명한데.. 

    나도 지금 2년째지만.. 선배는 내 이름조차 기억 못 할텐데..." 

    세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어떻게 친해졌냐고? 

    알면 놀랄 것이다. 

    지연은 밝고 명랑하고.. 

    호감이 가는 여자였다. 

    그녀의 얘기에 빠져있는데.. 

    저 쪽에서는 태민이 한 여자와 붙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구 양주를 들이키는 태민옆에 달라 붙어 술을 다르고 있는 여자... 

    이런 광경이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자... 

    백옥같이 하얀 피부... 

    조그맣지만 입 맞추고 싶은 입술... 

    말랐지만 볼륨있는 몸매... 

    까맣고 긴 생머리... 

    그리고... 

    흑옥같은 눈동자.... 

    왜 이렇게 화가나는 것일까?? 

    "..............그래서 말야.. 내가 그 자식을....야!........ 너 내 얘기 듣고 있는거냐? " 

    "응?,,, 아... 응.. 미안.. 어디까지 얘기했지?" 

    "너.... 너... 이제보니까... 역시 ..... 관심있구나?"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식은땀.... 

    "현주언니한테 관심있는거지?" 

    에? 현주언니라니........ 

    아.... 그.. 아름다운 여자....? 

    "아... 아니..." 

    "변명할 생각하지마.. 

    다 알아. 아.. 진짜 신경질 나는 구나.. 하지만 단념해. 

    저 언니는 일편단심 권태민 이라구...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쫓아 다녔으니까.. 벌써...7년째군... 

    근데 선배는 관심이 전~~혀 없다구.. 

    나로서는 다행이지만.. 

    사실 저 언니 얼마나 성격이 안 좋은데.. 

    태민선배가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애.. 

    봐... 저 얼굴 붉어지는 거.. 

    저 언니 남자들이 고백해도 표정하나 안 변하는 사람이라구.. 연기파.....

    으이구.. 남자들은 왜 외모만 좋아하는 지 몰라.. 너도 같은 과냐?" 

    "아니라니까.. 난.. 그냥 누군지 궁금해서..." 

    "됐어. 됐어. 암튼 단념해.. 술이나 마시라구.." 

    그러더니 화가 나는 지 지연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남자같이 와일드 해 보여도.. 

    이런애도 여자구나.. 

    가느다랑 목... 

    하얀 피부... 

    아... 정상인이라면 이쯤되면 떨려야 하는데... 

    으이씨... 

    진짜.. 나 그... 말로만 듣던...<최근에 봤지만....>Homosexual? 그렇게 되어버린건가? 

    벌써....? 

    순간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고함소리에도 느껴지는 이 시선은.....? 

    권태민... 

    그 자식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왜.. 왜지? 

    "남자들이란...." 

    "세하...." 

    어느새 다가온 태민... 

    지연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인가보다. 

    세하는 태민을 무시했다. 아.. 모든 원흉은 이 녀석이야... 

    "나가자." 

    "하지만... 그 여자는?" 

    "그 여자.?......... 아... 현주... 상관없어. 내가 나가겠다는데... 어서 일어나.." 

    소리없는 강요... 세하는 조용히 일어섰다. 

    "저.. 먼저 갈게요.... 다음에 또 뵈요." 

    지연에게 남기는 인사.. 아직도 술이 약간 덜 깬 듯 지연의 표정은 멍하다.. 

    아마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녀를 좋아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자..잘가.. 안녕히 가세요 선배님." 

    지연의 인사에 쳐다보는 태민의 눈동자가 예사롭지 않다. 

    이름이...?" 

    "네? 아... 아! 저요? 전 2학년 이지연 이라고 합니다... " 

    "그래? 다음에 보지..." 

    가증스러운 미소... 

    발그레 변하는 지연의 얼굴... 

    얼씨구.... 

    악마같은 새끼... 

    하지만 세하는 태민의 차가운 눈동자를 이미 본 상태였다. 

    "이거 놔!!" 

    "너... 죽고싶냐? 왜 다른 여자와 얘기하는 거야?" 

    어..? 이자식.. 취한거냐? 아까 그렇게 마셔대더니.... 

    "차는 어떻게 할거야?" 

    "묻는말에 대답이나 해!" 

    "야.. 내가 니꺼냐? 씨발.. 가뜩이나 돈만 아님 너랑 알지도 못했을텐데... 

    왜 자꾸 이래라 저래라야?" 

    "뭐..라고?" 

    말실수를 한 것 같았다... 

    아니.. 했다. 

    차가워지는 태민의 표정에서 전해지는 알 수 없는 떨림... 

    분노.... 

    절망... 

    이게... 이게 무슨 감정이지? 

    "그래...? 하! 이새끼야.! 

    너도 내 돈 잘도 받아 쳐먹으면서 그런 얘기가 설득력이 있을거라 생각해? 

    나도... 

    나도......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가!!!! 꺼져!!!! 꺼져버리라고!! 미친새끼.. 

    오냐오냐 해 주니까... 니가... " 

    세하는 당황했다. 

    이렇게 분노하는 그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갑자기 다가오는 그의 얼굴.... 

    "으...읍...." 

    어두운 골목에서 받는 키스... 

    주체할 수 없는 욕망... 

    그의 혀가 자신의 혀를 어루만진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세하는 태민의 머리를 움켜 쥐었다. 

    부드럽게 빨리는 아랫입술.... 

    반짝이는 자신의 타액... 

    "으... " 

    그의 부드럽고 촉촉한 혀가 자신의 입안을 탐험한다.. 

    부드럽게.. 

    천천히.. 

    그리고 격렬하게.... 

    자신도 모르게 혀를 움직이는 세하... 

    어떡하지... 

    눈을 뜰 수가 없어.... 

    그 때였다. 

    한순간 밀쳐지는 자신의 몸... 

    아.... 이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저항도 하지않고.. 입술을 내줬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태민... 

    세하는 엎어진 채 팔로 얼굴을 가렸다... 

    쪽팔려.. 어떻게 일어서.. 

    어떻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겠어...?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거야? 

    마치... 

    침대 스프링처럼 강한 반동으로 삐그덕 거리는 심장소리... 

    "됐어.. 이제 꺼져... 이건 차비고... 이건 오늘 니가 번 돈이야.. 

    앞으로... 다신.... 제길!!!!!" 

    그가 멀어진다.... 비틀거리며.... 

    그렇게도 원했었지만... 왜 막상 그를 떠나보내니까 이렇게 가슴이 아픈거지? 

    세하는 무릎을 안은 채 얼굴을 묻었다... 

    미치도록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세하는 패스트 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자꾸만 태민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지워야지 지워야지...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 잊고 있는 세하였다. 

    저녁 10시... 손님이 뜸할 시간이다...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네?" 

    "혹시.... 태민선배.. 동생이라는... 그.. 분?" 

    태민 이란 이름에 뜨끔하는 가슴.. 

    아.. 진짜 왜 이러지? 난 정말 죄 지은 것도 없는데.... 

    "누구시죠?" 

    "아.. 전... 태민선배 후밴데요.. 

    이은정이라고.. 근데... 태민선배 많이 아파요? 벌써 일주일 째인데....." 

    "무슨....?" 

    "어? 모르셨어요? 동생이라길래 알 줄 알았더니만... 

    태민선배 벌써 일주일 째 학교 안 나오고 있어요.. 

    오피스텔에도 없고.. 아무래도 강남에 있는 집으로 간 모양인데.. 

    가도 문을 안 열어주고... 

    진짜 많이 아픈가봐요..." 

    태민이... 아프다고? 그 자식이?... 

    갑자기 가슴이 쑤셔대기 시작했다. 

    요즘들어 태민만 생각하면 쑤셔대는 가슴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왜 이러지? 

    하지만.... 하지만..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아프다니.. 

    아픈거랑은 거리가 멀어 보일 것 같은 자식이.... 

    여자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맑고 커다란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이는 세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곧이어 그가 떨구었던 고개를 들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네?" 

    "혹시.. 태민형... 집이 어딘 지 아세요?" 

    자신의 손에 들린 장미 한 송이가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가 아프다니.. 

    도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는 것일까? 

    은정에게서 주소를 받아 적자마자 유니폼을 벗고 뛰쳐나왔다. 

    아르바이트 잘리겠지...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정말 중요하지 않아.. 

    단지.. 

    태민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저택안과 연결해 주는 벨을 눌렀다.. 

    조심스레... 

    그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누구시죠?" 

    차갑고 냉랭한 여자의 목소리... 

    가정부인 듯 했다. 

    움찔하며 세하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저는... 한세하라고 하는데... 태민형을 만나러 왔습니다." 

    "도련님은 지금 아무도 만나지 않으시겠답니다." 

    "하...하지만.....저.. 한세하라고.. 세하가 왔다고 전해 주세요..." 

    과연 그가 자신을 만날까? 

    갑자기 겁이났다. 

    그렇게 싸우고 헤어졌는데... 만날 리가 없잖아..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아.. 그렇게 되면... 아.. 젠장! 그 날 내가 왜 그랬을까? 

    온갖 불안과 걱정이 기다리는 2~3분은 2~3시간 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들어오시랍니다.." 

    철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열렸다. 

    긴장한 세하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 한발자국 내딪었다. 

    번쩍이는 대리석..분수대도 있구나... 

    끝없을 것 만 같은 돌계단... 울창한 숲.... 이거.. 도대체 몇 평인거야? 

    현관까지 가는데만 몇분씩 걸린다. 

    그리고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여자.. 목소리만큼 표정도 없다. 

    "위층에서 기다리시니까 올라가 보시죠.." 

    태민은 다시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은 온통 푸른색.... 

    옅은 하늘색의 벽지부터 시작해 코발트 빛 커텐... 

    푸른색 쇼파... 시트.... 

    스카이 블루 빛 카페트 위에 하얀 그랜드 피아노.. 

    한쪽 벽이 온통 유리로 된... 마치.. 동화속의 집 같았다... 

    그게 마치 태민의 색인마냥.. 

    그리고.. 

    그 색의 주인공은.. 푸른색과 함께 햇빛을 등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와.... 안 올줄 알았는데..." 

    ".........어디가.. 아픈거야?" 

    "신경도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아파서 사경을 헤메이고 있는 줄 알고 얼마나 가슴 조였던가.. 

    긴장이 풀렸다고 하나? 

    그래서 바보같은 짓을 해 버리고 말았다. 

    "뭐 좀 마실래? 레모네이드? 아니면... 너 핫 케이크 좋아해? 

    나는 별로지만.. 너라면........... 

    너....... 우는거야?" 

    흘러내리는 눈물.... 세하는 주먹으로 쓱쓱 비빈다.. 내가 왜 이런 눈물을 흘려야하지? 

    "너.. 진짜 우는거야? 왜그래? 누가 너한테 뭐라 그래? 세하야....." 

    그가 자신을 껴안는다.. 

    편안하고 따뜻한 품...... 

    세하는 소리없이 다시한번 눈물 흘린다... 

    좋아하나봐... 

    어떻게 해... 

    그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어....... 

    "울지마........ 아... 내가 잘못했어... 나때문이라면... 정말....." 

    그 애타는 목소리에 더욱더 아파오는 가슴... 

    "책임져............" 

    ",,,,,,,,뭐?" 

    "책임지라고..........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이렇잖아.. 

    씨발,... 난 정상이었다구... 근데... 근데.... 왜.. 이런 감정 가지게 하는거야?" 

    "너....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그 말의 의미가 뭐야? 너.. 혹시......" 

    밀치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려는 태민을 세하는 더욱더 꼭 껴안는다... 

    "너..... 나 좋아한다는거야?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거야?" 

    "......책임져...... " 

    "아....... 그래... 책임질게..... 너.. 그말 후회하지 마.. 진짜 책임질거다... 

    알겠지? 죽을 때 까지 책임 질거야.... " 

    계속되는 키스... 

    이제는 세하 역시 적극적으로 응답한다.. 

    "사랑해.... 처음부터 너만 사랑해왔어... 

    입학식 첫 날 학교 뒤 호프집에서 널 봤지.. 

    군대 휴가나온 친구와 술을 마시던 중 뒤풀이 하는 너희 과 애들을 보게 됐어... 

    모두들 술에 취해서... 오바이트하고.. 소리 지르고... 정신없이 쓰러져 있는데... 

    넌... 그들을 모두 부축하더군... 

    니 옷에 토사물이 묻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왜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너만 보였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넌 나가버리더군... 

    그랬는데... 

    본거야.. 

    옥상에서.. 

    얼마나 기뻤다구.. 고민도 많이 했어.. 

    어떻게 하면 날 볼 수 있게 만들까... 하구.. 

    그리고.. 그날... 포기한 거지... 

    나 혼자 미친놈이라고 뒤집어 씌우며.. 변태에.. 남자를....... 

    모든 게 처음이었으니까.. 당황스러웠어... 

    이해해?" 

    침대에 누워 다정스레 세하의 머리를 쓸어넘기는 그 손놀림. 

    그리고 당혹스러운 고백... 

    하지만 모든게 다 편안하기만 했다... 다정한 그의 목소리... 

    "아니.... 이해 못해.. 하지만 나 자신도 이해 못하는걸...."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정말 사랑해....." 

    뜨거운 키스와 함께 그 소리는 소리없이 묻혀버렸다.. 

    오후3시.. 어김없이 찰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태민... 

    방학이다.. 

    그리고 세하는 혜화동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다.. 

    커피숍.... 

    왜 그렇게 아르바이트에 집착하냐는 태민에게 소리없이 웃어 넘기는 게 다인 세하... 

    태민은 자신의 사정을 모른다. 

    "너희집 언제 데리고 갈거야? 니가 사는 집 구경해 보고 싶단말야.." 

    그 투덜거림에도 그냥 웃어넘기는 세하였다... 

    자신의 집을 보면 기절할 것이다.. 

    그런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겠지.. 

    죽어도 초라한 모습은 보여주기 싫다. 

    그리고 요즘들어 쌓이는 고민... 

    세하에게는 3명의 동생들이 있다. 

    한명은 여동생인 세영이.. 정말 착한 아이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고3인 세진 세민이.... 

    쌍둥이다... 하지만 성격은 정말 천지차이... 

    세진이는 머리가 좋고 공부도 전교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그 아이는 이번에 법대를 지원하려고 한다... 

    그리고 세민이... 

    권투선수가 되려는 그 아이는 요즘 계속 운동학원을 다닌다... 

    고등학교 등록비는 그동안 벌어놨었던 돈으로 어떻게든 메꿨었지만... 

    세진이 대학생이 되면...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다른 고민의 주인공........ 

    "왔어?" 

    "어... 너.. 아르바이트 언제 끝나?" 

    "3시간 후..." 

    "아.... 지루해... 왜 아르바이트 같은 걸 해서...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싫어?" 

    "그럼.. 돈은 어쩌구?" 

    "내가 줄게.... 한판에 5만원!!" 

    찌릿~~~~~!!! 

    "농담이야.. 하하.... 이 돈벌레야~!" 

    "기다릴거야?" 

    "당연한 거 아냐?" 

    태민은 따스한 미소로 컵을 닦고 있는 세하를 바라본다.. 

    하늘거리는 머리카락.. 

    긴 속눈썹.. 

    남자를 사랑하게 되다니.... 

    믿겨지지 않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메어온다.. 

    "왜그래?" 

    "..이뻐서.." 

    "죽어.... 가만히 있어.." 

    그때였다. 종소리와 함께 몰려 들어오는 여대생들... 

    세하는 컵을 닦던 손을 멈추고 메뉴판과 재떨이를 집어든다. 

    "내가 컵 닦을까?" 

    "아서.... 깨뜨리지나 말구.. 앉아서 콜라나 꺼내 마셔.." 

    "응♥" 

    여대생들에게 주문을 받으려 다가가자 그가 다가오는 줄도 몰랐는지 자신들의 얘기에 도취되어 있다. 

    "저기.. 저 남자 말야... 정말 잘 생기지 않았냐?" 

    "장난 아니다.. 딱 내 취향이다..." 

    "야... 눈을 뗄 수가 없어... 어머. 여기를 쳐다보고 있어... 웬일이야... 저 눈봐... 

    장난 아니다.. 

    너무 멋있어.... 연예인 아냐?" 

    "옷도 되게 비싸 보인다... 돈도 많아 보이지 않냐? 혹시.. 저 밖에 있는 스포츠 카 저 사람 거 아냐?" 

    "그런 거 같지 않냐?" 

    "아.. 멋져... " 

    "그렇게 멋지면 데쉬해봐..." 

    "야.. 저 얼굴에.. 저 몸매에... 여자친구 하나 없겠냐? 포기다... 되게 이쁜 애들만 상대할 것 같아..." 

    "혹시 알아?" 

    태민을 보고 하는 얘기다... 세하는 화가났지만 일단 손님이니 참기로 했다. 

    "저.. 주문하시겠어요?" 

    "아.. 네.... 저... 저기요. .혹시.. 저기 앉은 저 남자 아는 사람이에요?" 

    ".......네" 

    "여자친구 있어요?" 

    "아.........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세하... 

    "역시.... 이쁘죠? 그쵸?" 

    ".......네...." 

    "그럴줄 알았어.. 거봐.. 내 말이 맞지?" 

    주문을 받고 돌아오는 세하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어.. 세하야.. 이거 어떻게 여는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태민은 여전히 싱글벙글이다... 

    "가... " 

    "......응?" 

    "집에 가라구... 좀 있다가 갈테니까..." 

    "싫어 .. 기다릴거야.. 왜 그러는데?" 

    "가라면 좀 가! " 

    짜증내는 세하를 보자 태민은 눈치를 살핀다... 

    "아.. 알았어.. 갈게... 좀있다 전화할테니까.... 

    끝나면 내려와.. 기다릴게... 알겠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내가 왜 이러는거지? 

    다른 고민의 내용인 즉.... 태민의 인기탓이다.. 

    태민은 너무나도 잘 생기고, 완벽한 외모에 재력과 분위기..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를 좋아하는 모든 여자들... 

    세하로서는 왜 태민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자꾸 자신을 비관할 뿐만 아니라.. 

    초라해 짐까지 느끼고 있는것이다. 

    하아.... 그냥 무덤덤해지자... 괜히 유치하게 이러지 말고.... 

    아르바이트가 끝나자 태민이 사 준 핸드폰이 울려댔다. 

    "응." 

    "어? 난 줄 어떻게 알았어?" 

    "번호 아는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까..." 

    "진짜? 이야... 기분좋아.. 어쨌거나..지금 여기 가게 밖이니까. 

    끝났지? 내려와.. 집에가자. 오늘 집 빈대.. 

    강남에 있는 집으로 가자.." 

    "알았어." 

    "아....." 

    교묘한 입놀림.... 

    세하는 벌써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으..... 아으....." 

    세하를 잡고 있는 태민의 입술... 조심스레 빨아당기는 혀... 

    날카롭게 긁어대는 이빨...... 

    튕기듯 허리가 치솟았다. 

    "아.. 아파...." 

    "어? 아파? 그럼... 이건.. 어때?" 

    "아... 아.. .아흑.. 좋아.....아.. 좋... 아.... 태..... 민......" 

    "벌써 이러면 어떻게 해.... 후우.... 어때? 간지러워?" 

    그런곳에 입김을 불면.. 어떻게 하라구..... 아.... 

    "아....하아.. 하아.... 아.... 응..... 아.... 태... 민......" 

    "좋구나? 그치? 잠시만 기다려..." 

    태민은 벌떡 일어나더니 바지를 벗는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세하의 몸을 뒤집었다. 

    "윽~~~~~~!!!!!"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그의 혀... 

    세하의 비밀스러운 골짜기는 태민의 혀로인해 분홍빛을 더해간다.. 

    그리고 다가오는 손가락.... 

    "아.....이.........런............아... 아파..... 아... 아흑...... 우.........." 

    "여기구나.. " 

    그가 부드럽게 손가락을 굴린다... 약간의 마찰음이 신음소리와 함께 방안을 메운다.. 

    "아.... 아....... 태민.... 좀... 좀더......... " 

    "알았어.. 잠시만...." 

    태민이 혀를 집어넣어 본다.. 

    세하는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쾌감에 엉덩이를 더욱 높이 치켜 세울 뿐이다... 

    드디어 다가오는 그의 따스한 남성.... 

    그렇지만 아직 익숙치 못한 세하에겐 약간의 고통이 동반된다. 

    "아.. 아윽......!!!!!!!" 

    "아....아하.....하아.........세하.......... 사랑해......... 윽...... 아...... 조이지 마....... 아직... 

    안 돼.... 윽.... " 

    태민이 이성을 되찾으려 노력하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다. 

    세하앞에서는... 

    세하 앞이라면 항상 이런 식이다... 

    "아..... 태민......... 아....... 아윽............ 하...... 하아........... 제.... 제발..... 제.. 발..." 

    위로 올려지는 세하... 

    절정의 순간.... 

    태민은 또다시 이성을 잃고 마는 자신을 저주하며 세하의 몸속에 따스한 자신을 내 쏟아버린다. 

    또.. 끝까지 가 버렸어... 

    "아팠어?" 

    "아니... 괜찮아.." 

    힘겨운 미소에 태민은 가슴이 아프다.. 왜 이렇게 여린거지?" 

    "나 샤워하고 올게... 잠시만 기다릴래?" 

    "응...." 

    시트에는 피가 흥건하다... 자신을 저주하며 샤워실로 들어가는 태민... 

    분노를 물줄기에 씻어버린다. 

    아프게 하지 않는다고 맹세했건만..... 

    세하는 나른한 기분에 엎드린 채 눈을 떴다.. 

    아.. 기분좋아.. 비록 아프긴 하지만... 사랑과 섹스는 하나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있는 섹스는 황홀함 그 자체다... 

    나른하게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태민아.. 너 왔니?...... 오.. 맙소사......!!" 

    태민의 어머니였다. 

    문 잠그는 걸 깜빡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오늘은 아무도 안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세하는 당황과 충격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닥과 시트에 흥건한 피.. 

    벌거벗은 자신... 

    그리고 체취... 

    땀.... 

    샤워실의 그.... 

    그게 아니라 변명할 기회도 없이 태민의 어머니는 나가버리고 없었다. 

    어쩌지?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세하는 태민에게 말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태민의 어머니가 태민에게 말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주일이 지나도...... 

    그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의 어머니가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시지? 

    자신의 아들이 동성연애자일 리 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하지만 왜 이렇게 찜찜한 것일까.... 

    벌써 태민을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어쨌든 사랑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의 꿈도 바뀌었다. 

    원래는 물리치료사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지만... 

    그저 태민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헤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안 하기에.... 

    세하는 나름대로의 만족의 웃음을 지으며 커피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인이 세하를 믿는건지... 

    가게의 열쇠와 정리까지.. 모두 세하가 맡고 있다. 

    정리를 다 하고 나갈무렵.... 

    갑자기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태민의 어머니..... 

    세하는 경직 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지? 

    "안녕하세요... 내가 누군지 알죠? 태민의 어미되는 사람입니다.. 

    전에 한번 본 적이 있으니..." 

    그리고는 그 날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세하 역시 얼굴이 붉어졌다. 

    "우리.... 일 끝났으면.. 어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요?" 

    그들이 자리를 옮긴곳은 교외의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세하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도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직접 찾아 온 것일까...? 

    그녀의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준비된 식탁에 앉았다. 특별석 같았다. 

    "뭐.. 먹을래요?" 

    "아.. 아닙니다. 됐습니다." 

    "아.. 그럼 커피라도?" 

    "네... 그러죠..." 

    어색한 침묵....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식은땀만 흘리며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였다... 

    "우리 태민이....."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는 그녀... 

    "만난 지 얼마나 됐지요?" 

    "...........일년... 정도...." 

    ".......태민이는 우리 한성그룹의 후계자지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이미 정해놓은 

    신부감이 있습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거.. 

    일반 사람들은 웃을 지 몰라도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아주 중요한 겁니다. 

    모두들 그렇게 결혼 하곤 하죠.. 회사를 위해.. 집안을 위해... 

    저도 그렇게 했고요....." 

    왜 이렇게 신분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일까... 

    "............" 

    "사랑이라고 생각하나요?" 

    세하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부끄럽고, 화도났다. 

    도대체 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건지..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느낄 수 없었다. 

    아마도... 

    일부러 이러는 거겠지만.... 

    ".....사랑... 그게 과연 사랑일 까요? 

    설령, 사랑이라 해도.. 어떤 것이 과연 태민이를 위한걸까요? 

    진정으로 우리 아들을 생각한다면..." 

    그녀는 '사랑'이라는 단어와 '생각한다면'... 이라는 단어에서 견딜 수가 없는지 잠시 

    멈췄다. 

    그녀의 눈에서 세하는 더러운 짐승과도 같을 것이니라..... 

    그렇게 생각하자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자괴감에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어..... 

    "......자... 이거......." 

    그녀가 손을 올리자 뒤에서 기다리던 검은 옷의 남자가 하얀 봉투를 들고 다가왔다. 

    "이걸 받고 우리 태민일 놔줘요..." 

    돈이었다. 아마도 엄청난 액수겠지.... 

    세하는 기가 막혔다. 

    내가 정말 이 돈을 받을거라 생각했나? 

    이여자? 정말.....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세하는 돈이 든 봉투를 쳐다 보지도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설령 그와 헤어지게 된다하더라도... 

    당신의 그 더러운 돈 따위는 안 받을 겁니다........ 

    집으로 오는길은 너무 힘들었다. 

    땅거미가 지고... 세하의 마음도 지고있었다. 

    이젠... 어쩌지? 어쩌면 좋지? 

    어떻게 그와 헤어질 수가 있겠어... 

    하지만... 그는 대기업의 회장이 될 인물이다.... 

    자신은... 그에 비하면.....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겠지.. 

    그 때는 태민이 먼저 자신에게 헤어지자 말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낫겠지....지금 이 상황이.. 견딜 만 하지...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만 뺀다면.... 

    "세하야!!!" 

    천천히 고개를 들자 태민이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여길...." 

    "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걸 아니까...... 기다렸지. 무작정... 

    너... 어디갔다왔어? 왜 전화도 안 받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잖아... 너.. 자꾸 이렇게 나 걱정하게 만들거야? 

    어디서 뭐하다가 지금 들어오는거야?" 

    ".............." 

    "말 안 할거야?" 

    그의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치는 것을 느꼈다.... 

    자신만을 위해 지어주던 그 해맑던 미소와.... 

    말투, 애정어린 표정.. 

    심지어는 지금의 화내는 모습까지.. 

    다시는 볼 수 없다니....! 

    세하는 태민을 꼭 껴안은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야... 너...! 왜 이래? 왜 울어? 도대체......" 

    "아니야.... 암것도..... 그냥... 잠시만 이러고 있자..." 

    세하는 애타는 손짓으로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영문도 모르는 태민은 그저 그런 세하를 더욱더 꼭 껴안아 줄 뿐이었다... 

    안타까운 손길들이 오고갔다... 

    사랑하지만..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픔에 견딜 수 없는 손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는 아픔의 손길......... 

    얼마나 지났을까.... 

    세하는 마지막일 지도 모르는 키스를 했다.. 

    결코 자신이 먼저 키스한 적이 없지만...... 

    격렬한 키스였다....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키스가 끝나자... 태민은 조심스럽게 세하를 안았다.. 

    "미안... 나 오늘.. 정말 기분이 이상해... 먼저 들어갈게....." 

    "세하....." 

    "잘가....." 

    "세하야...........!!" 

    태민은 웬지 모르게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아냐.. 아닐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단지.... 

    손을 뻗어 세하를 잡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힘들어 보이는 그 옆모습에 주먹을 다시 꼭 쥘 뿐이었다. 

    세하는 더 이상 태민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매정하고 등을 돌렸다.. 

    미안....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단 말야.... 

    삐그덕 거리는 녹슨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 

    문을 닫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낌을 토해냈다.. 

    이젠.. 정말 어떻게 하면 좋지? 

    내일이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 

    진정 그를 다신 보지 말아야 할 것일까? 

    그와의 지난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될 것을 왜 처음부터 난 거부감을 보였을까..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음을 미리 알았어야 했던건데... 

    책임을 지겠다던 그의 단호한 표정도 떠올랐다.... 

    책임.... 

    그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난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남자와 남자가...... 

    대기업의 후계자가 동성연애자라... 

    세하는 그만 킥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이 알아봐... 

    어떻게 되겠어.... 

    쿡쿡하고 터져나왔던 웃음이 다시 눈물로 변해 버렸다...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오빠....!!!" 

    "...........?" 

    고개를 들자 동생 세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영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많이 다쳤대? 세민이 오빠.... 어떻게 되는 거야?" 

    "..........?" 

    "오빠.. 지금 그것 때문에 우는 거 아냐?" 

    "그거.. 때문이라니..? 세민이가 왜?" 

    "뭐야.... 형이라는 사람이... 동생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면서 어딜갔다 오는거

    야? 지금.. 세민 오빠 ... 

    요즘 집안 사정이 안 좋은 걸 알구.. 

    시합을 뛰었대.. 근데.... 뇌를 심하게 다쳤다구... 

    세진오빠는 독서실 가서 안 오구.... 오빠도 없고 .. 

    그래서.. 그냥 여기 있었단 말야..... 수술비.... 필요하다고.. 병원에서 전화와서.... 

    흑....!!" 

    오.... 하느님..... 

    왜 이런 시련을 자꾸 제게 주시나요?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세하는 절망어린 표정으로 동생을 보았다... 

    그 수술비를 또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세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태민의 어머니.. 그녀가 건네려던 돈...... 

    젠장!!!!!!!! 

    "씨발!!!!!!!!!" 

    죽어도 안 받겠다고 맹세했건만...!!!!! 

    세하는 벌떡 일어났다.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미친 듯이 증오스러웠다. 

    미친 듯이 욕을 내지르며 뛰쳐나가는 세하의 뒷 모습을 세영은 멍하니 바라 보고만 있었다... 

    어때엽..?재미나져..에구구 힘들어라..

    이설이여..퀸님이 첨 쓰씬 소설인듯해여..

    구래서 그런지 줄이 다 붙어 있어서 이 긴걸 일일이 수정해서 올리자니 힘드네여..

    다리 저리구 팔두 아프구..젤 중요한 허리까징..

    그래도 몇백명이 힘들게 읽는것 보단 저 하나 힘든게 낫겠져..

    그럼 감상두 주시구 시간나면 추천두 눌러 주세엽.

    세민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세하는 학교를 휴학한 채, 식구들에게는 남은돈과 편지한장을 남기 

    고... 잠적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그것이 태민 어머니와의 약속이었고..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이젠 모든 희망도 사라졌다. 그의 얼굴을 볼 수조차 없다.... 

    그녀의 돈을 받은 이상, 자신은 죄인일 뿐이었다. 

    절망만이 세하의 가슴을 꿰뚫었다. 자신은 용서받지 못할 죄인... 

    차라리.. 이게.. 나아... 그를 배신한 게 아니라고 변명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거야... 그가.. 행복하길 바 

    래..... 하지만..... 하지만..... 

    그를 잊을 수 없었다. 밤이면 밤마다.. 모든 게 꿈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베개 위에 흥건히 고인 눈 

    물.... 그리고... 꿈속의 얼굴...... 매일밤 용서를 빌다가 눈을 뜨는 자신을 볼 때면 그저 죽고 싶을 뿐이었 

    다. 

    그리고... 며칠 후... 신문 일면에 대서특필된 기사가 있었다. 

    '대기업 한성그룹의 후계자, 대경그룹의 외동딸과의 약혼식.....' 

    태민의 .. 약혼 소식이었다.... 

    그럴 리 없다고 수없이 자신을 타일렀지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그를 보고 싶어.. 멀리서나마..... 

    그렇기에.... 시간과 장소가 적혀진 그 신문을 샀고.... 찾아갔던 것이다........ 

    헷갈리나여?

    프롤로그에서 현재,그리구 쭉 과거회상...

    이번편은 현재에염..

    담편부터는 쭉 현재입니다..

    정말 재미있어지는건 담 부터니가 인내심을 가지구 봐 주세염..

    내일은 슈리가 엠튀를 가는 날이라서 글을 못 올릴것 같아엽..

    놀러가서 피시방 간다구 그러믐 맞아 죽을것 같거든여..

    제 동아리 동기들이 좀 과격해서..(참고로 전 검도부입니다.)

    짝대기 비스끼리무리한것만 보면 들고 설쳐 대는데 왜 제가 그런 동아리에 들은것인지..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도해 주세엽..

    여기까징 슈리였슴다..

    아참!우주인님아..야만인 재미있으시다구영?

    좀만 더 기달려 보세영..야만인의 묘미는 후반 부분에 있으니까..

    역쉬나..

    천비린님아..저 이제 갈데두 없어엽..열씨미 올릴께여..

    하루 못 올린 만큼 오늘 도배를 해 볼까엽?

    그럼 야만인 시작입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세하는 물리치료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방면에서는 무척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시작한 지 벌써 3년 째... 

    그의 친구 지한이 후원을 해 주었고, 그렇기에 조그맣지만 당당한 자신의 회사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 회사라 말 할 수도 없이 조그맣지만 그래도 회사를 찾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의 운영은 지한이 맞고, 자신은 물리치료에 집중했다. 

    그렇게나마 태민을 잊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술이 만취된 밤.... 

    자신도 모르게 태민의 얘기를 지한에게 꺼냈고, 지한은 조금 놀라는 듯 했으나 편견없이 자신을 이해해주었다.. 

    속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그리하여.. 지한을 더욱 절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세영은 7년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와 얼마 전 결혼을 했다. 

    세진은 명문대 법대에 당당히 합격했고, 세민은 권투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태민의 어머니에게 돈도 갚았다. 이자까지 모두..... 

    모두들 행복해 보였다... 

    겉으로는 자신도 행복한 듯 했지만.... 

    가식적으로 웃고는 있었지만... 

    매일매일 떠오르는 태민의 모습은 결코 지울 수가 없었다. 

    비오던 그날... 그의 약혼식 장을 찾아갔었지만.. 그의 모습을 결코 볼 수가 없었다... 

    혹 길을 가다, 아니면 뉴스를 보다가.. 그의 소식을 듣지 않을까 싶어... 

    매일매일 뉴스와 신문을 잊지않고 보지만.... 

    그의 소식은 어느곳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도 그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지... 

    찾아가 보고도 싶지만... 

    자신을 외면하는 그의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기에.. 

    모든 걸 잊으려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밤마다 찾아오는 고통은 그리 견디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게 꿈이길 바랄 때도있었다. 세월이 약이라지만... 

    왜 세월이 가도 ... 날이 가면 갈수록 그의 모습은 더욱더 생생해 지는것인지..... 

    매일 매일 술에 쩔어 사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침이 무서워 눈을 뜨기 싫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잊어야 할 사람이지... 

    단 한번이라도 볼 수만 있다면...... 

    당신은 날 증오하겠지... 

    하지만.... 

    내생각 할 때도 있을까?? 

    "사장님, 아까 전화 왔었는데요.. 오 정석씨라고... 들어오시는 대로 연락 부탁한다고...." 

    오정석? 

    오정석이라면........ 태민의 가장 친한 친구.. 

    그가 어떻게.... 혹시..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세하는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그의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네 . 오정석입니다." 

    "저... 저는.... 한세하라고...." 

    "아! 세하씨! 안녕하세요..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만날까요?" 

    "........" 

    그들이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자 세하는 미친 듯이 가슴이 뛰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해.. 

    진정하라고... 

    오정석은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멋지고 근사한 모습이었다. 

    좀 더 날카로워 보인다고나 할까? 

    "아... 여기요..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셨나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정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은.... 태민이 소식 들으셨습니까?" 

    태민.. 역시...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세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태민..... 지금 강원도에서 요양중입니다." 

    "요양?" 

    자신도 모르게 날카롭게 튀어나온 말... 정석은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모르고 계셨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얘길 꺼내야 할는지...... 

    4년 전..... 태민은 원하지도 않는 약혼을 강요 받았습니다. 정략 약혼이었죠... 

    약혼식 당일.. 엄청난 폭우가 쏟아 지고 있었죠. 

    호우 주의보가 경고된 날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 자식이 갑자가 약혼식장을 뛰쳐나가더니만.. 차를 타고... 미친 듯이 어디론가 달려가더군요...... 

    비가 많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앞에 오던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서 그만...... 

    그래서.. 실명이 되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의사 말로는 고칠 수가 있다는데... 

    태민이 모든 걸 거부하고 있어요.. 

    벌써 4년 째이죠.. 

    설득을 수없이 해 보았지만 먹혀들지 않아요... 

    그동안 태민이를 거쳐간 물리치료사만 해도.... 

    지금 세하씨가 이 분야에선 최고의 전문가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태민에게 세하씨 이름을 꺼냈더니.. 

    정말 이름만 꺼냈는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내던지고.. 

    그렇게 이성을 잃은 태민의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 점이 많지만... 

    태민이 좀 도와주십시오... 태민인 지금 자신을 죽이고 있어요... 제발...." 

    충격이었다.. 태민이.. 그래서... 그 날 그가 보이지 않았던 거였구나.... 

    왜 그랬어... 바보 같으니......!! 

    그가 다쳤다니.. 

    눈이 보이지 않다니.. 

    그 아름다운 눈동자가.... 

    다리또한.... 

    세하는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어쩌면 좋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참아야 해.... 

    "하......하......지만...제가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습니까? 

    그는 제 이름만 들어도....." 

    "그래서 생각한 건데... 좀 말이 안 될 진 몰라도.. 

    조심만 한다면... 그러니까...세하씨가 아닌 것 처럼.. 

    다른 사람인 것 처럼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목소리만 조심하시면.... 세월도 많이 흘렀고.... 

    그러니까 제 말은...... 다른 사람인 것처럼.. 그를 도와달라는 말입니다.... 

    불가능 한 것도 아닙니다. 

    세하씨만 조심하시면...." 

    세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물컵을 집었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간절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정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석과 함께 강원도로 내려가는 차안에서 세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가

    슴이 메어오는것 같았다. 

    이제 그를 볼 수 있어. 

    조금만 참으면.. 

    그 부드러운 머릿결.... 

    아름다운 피부... 

    조각같던 몸.... 

    그리스 조각같던 이목구비.... 

    그 아름다운 눈동자....... 

    자신만 바라보던 그눈..... 

    4년이야.. 

    4년만에 다시 만나는 거야.... 

    세하는 눈을 꼭 감았다. 

    그 몇시간이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4년을 참았잖아.. 

    이까짓 것 쯤 못 참겠어...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정석은 곁눈질로 세하를 보았다. 

    역시 자신의 예상에 적중했다... 

    세하와.. 태민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믿기진 않지만... 

    자신이 세하의 이름을 꺼냈을 때의 태민의 반응은 11년 동안 보아오던 태민이 아니었다. 

    짐승이 표효하는 듯한 그 비명, 울부짖음... 

    그때의 공포가 아직도 생생하다. 

    태민은 아무와도 접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둔 채,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의 어머니까지.... 

    제발 이 마지막 시도가 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걱정스레 세하를 바라보는 정석이었다. 

    "잘해요... 그리고.. 목소리 조심하고요... 제가 먼저 들어갈까요?" 

    "아니요.. 저......" 

    "네.. 그럼..." 

    세하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4년만에 만나는 태민을 어서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그에게 안기었으면.... 

    떨리는 마음으로 손잡이를 돌렸다. 

    세상에나... 

    엄청난 악취와.. 

    어둠... 

    한순간 눈이 적응을 못해 몇번이고 깜빡여야 했다. 

    어두컴컴한 커텐 옆의 그림자.... 

    휠체어에 앉아 멍하니 커텐을 응시하는.. 

    그..... 

    태민.... 

    "누구야?" 

    날카로운 목소리... 

    세하는 두근거림을 가누며 목소리를 다듬었다. 

    "저... 흠..... 오늘부터 ...." 

    "물리치료사인지 뭔지라면 꺼져!! 지겨우니까.." 

    "저.. 전... 오늘부터 물리치료를 맡게 될... 이.. 종혁입니다..." 

    "이... 오정석 개자식!!!!!" 

    그답지 않은 욕설에 움찔하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순간 고개를 돌린 태민.... 

    맙소사...!!!!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퀭한 볼과... 

    초점없는 눈동자.. 

    너무나도 마른....

    창백함.... 

    그리고.. 흉터.... 

    태민의 모습은.... 

    괴물과 다름없었다... 

    오.... 맙소사!!!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자신이 사랑하던 그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어디에도 없었다. 

    "꺼져! 꺼져!! 나가!! 씨발~!! 안 나가? 죽여 버리겠어! " 

    그가 빠른 속도로 휠체어를 밀고 왔다. 

    당황한 세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오정석 ... 죽여버린다고 전해.. 

    내가 이따위 짓 하지말라고 몇번이고 말했는데....!!!!! 

    너 역시..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꺼지시지..." 

    "저.... 저.... 전 이미 돈을 받았습니다. 오늘부터... 여기서..." 

    흐느낌이 밀려올 것 같았다. 

    "...여기서 지내기로 했으니까... 내일부터.... 치료를 받기로 하죠......" 

    눈물을 들킬까봐 토하듯 그 말을 뱉고는 문을 닫고 그 방을 빠져나왔다. 

    미칠 것만 같았다. 

    내 탓이야... 

    모든 게 내 탓이야... 

    돈 때문만이 아니었어... 

    돈이 아니래도 이미 떠나려고 했었어.. 

    그게 최선이라고 여겼던 거야.. 

    당신에게.. 

    나 따위는 어떻게 되든 상관 없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당신만은.... 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어.. 

    내가 죽었음 죽었지.... 그 돈 받지 않았어. 

    그렇게 떠나지 않았을 거야.. 

    왜 그랬던 거야...? 

    한세하! 이 멍청한 자식~!!!!!!!!!! 

    태민은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내 말을 한 귀로 흘리다니... 

    난 치료따위 받을 의향이 없다..... 

    생쥐같은 물리치료사... 발발거리는 것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사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에게 전부였던 사람이 자신을 배신했는데...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들었다. 

    지옥같던 약혼식... 

    거칠게 반발하던 자신에게 세하는 잊으라며 ...... 

    어머니의 돈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세하는 돈 이라면 사족을 못 썼지... 

    그런 놈인 줄 알았지만.. 알았었지만.. 

    상황이 조금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것 만큼은 아닐지라도... 

    조금은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닐거라고.. 

    아닐거라고... 자신을 타일러봤지만...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세하는 돈이면 뭐든지 다 하던 놈인데.... 

    그랬던 놈인데.... 

    그러고 보니 자신에게 한번도.. 

    단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단 한번도....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던가? 

    그 마지막 날 세하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먼저 키스를 했었다. 

    그때 깨달았어야 하는건데..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왜 나는 그를 잡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후회해도 소용 없었다.... 

    돈이라면... 

    내가 줄 수도 있었는데.. 

    널 위한다면 뭐든지 다 줄수 있었는데.. 

    내 목숨까지도... 

    왜 이렇게 날 비참하게 남겨두고 떠난 거야? 

    너 때문에 나 하나를 잃어도 상관없다고 여겼는데... 

    왜.......? 

    왜 그런거야? 

    어머니에게서 그 말을 전해듣고 무작정 뛰어나간 자신.... 

    쏟아지는 빗줄기를 헤치고 세아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자신은 그의 집이 어딘 지 조차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1년동안.. 

    1년동안.. 

    자신이 세하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혼자 자조하며 미친 듯이 웃어대던 순간... 

    자신에게 달려든 트럭.... 

    눈을 떴을 때... 

    붕대를 감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직 어둠.... 

    하지만 손을 올려 더듬거려 보았지만..... 

    눈위를 덮고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다리.... 

    오히려 잘 됐지... 

    그대로 병신인 채로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랬다. 

    친구들도 하나 둘 씩 멀어져 갔다. 

    자신의 약혼녀는 자신을 비웃으며 떠나갔고, 아버지는 자신의 손을 잡고 흐느낄 뿐이었다. 

    어머니.... 

    어머니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랬기에 다가오는 것 조차 꺼렸다. 

    미친 듯이 눈물 흘리는 어머니를 보며 연민따위는 느낄 수가 없었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지만.... 

    별로 감흥이 오지 않았다. 

    오직... 정석... 그 만이 자신에게 접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물리치료사 따위는 원하지 않는데... 

    세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