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체다치즈 사 왔어!!"
카토가 싱긋 웃으며 문을 활짝열고 들어왔다.
이렇게 며칠을 같이 있다보니, 2년전으로 되돌아 간 듯 싶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이상한 자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을 하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공허한 웃음이었다.
카토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피해 벌써 며칠 째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있었
다. 토지로서는 기쁘기 그지 없는 일이지만, 언젠가 닥쳐올 불행이 목구
멍에 걸린 가시마냥 따끔거렸다...
그는 떠날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나의 형이니까..................
우리는 한 핏줄이니까......
쓴웃음을 삼키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슬픔을 머금고 내리듯, 하염없이 쏟아지는 것이 멈출 기색은 없다..
"토지, 체다치즈 안 먹어?"
토지는 카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토역시 알고 있다.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일부러 즐거운 척 웃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이 순간을 소
중히 여긴다는 사실 하나는 알 듯 싶었다....
"토지.....?"
이상하다는 듯이 카토가 다가왔다.
토지는 하염없이 카토를 바라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형........."
그 싸늘한 말에 얼어 붙은 듯 카토가 멈칫했다.
스스로가 우스워서 눈물이 난다.... 자신이 평생 누군가를 위해 좋은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카토를 위해.... 이렇게 끝내야 한다....
"토지!! 왜..... 왜 그런말을 하는 거야!!!"
"집에 돌아가...."
"토지!!"
"꼴보고 싫어....."
"웃기지 마!! 거짓말 하지 말라고!!"
"재수 없어..... 나도 질렸으니까.....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찾으면 돼....
뭐, 남자야..........항............상..... 있으니까......... 아무나 한번 자 주면 죽을
만큼 쫓아오지....... 혀......형도 잘 알잖아......"
더듬어져서 흘러나오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카토의 손바닥이 토지의
뺨을 내리친다....
"거짓말 하지마!! 그런다고 내가 널 떠날 줄 알아? 토지..... 왜 믿지 않는
거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 말이다!!"
"사랑? 하.... 난 사랑이 뭔지도 몰라...... 난......난....... 형을 사랑하지 않
아..... 어떻게 동생이 형을 사랑할 수 있어......"
덮쳐오는 입술......
막고야 말겠다는 듯 그 입술은 토지를 놓아주질 않는다.....
무자비하게 벗겨지는 옷들 속에 토지의 하얀 몸뚱이가 드러난다......
카토는 신음을 내뱉고는 토지를 탐한다....
"그런말...... 다시한번 하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거야...... 나는........ 죽어도
널 떠나지 않아.......!!"
두 눈을 꼭 감고 카토가 내뱉는 말을 음미한다.
믿음은 이미 가슴에서 깨어진 후다...
한바탕의 정사 후에, 카토는 옷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토지...... 미안........."
토지는 아무말 없이 나체를 드러내고는 멍하니 침대 모퉁이를 바라보았
다.... 이걸로 끝이길..... 더이상 가슴 아픈 일이 없기를......
하지만.....
순간.
"죽여버리겠어!!!!!!!"
문이 벌컥 열리더니, 키라가 보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리 저리 삐져나와 있었고, 눈은 이상한 광채를 흘
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손에 든 총.......
도대체 우리가 여기있는 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지?
토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너, 너때문이야..... 너만 없었으면 카토는 내 꺼였다구!!!!!"
"키라!! 무슨 짓이야!! 총 치워!!"
"카토.... 난 널 사랑해!!"
키라가 카토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카토는 침착한 말투로 키라에게 손을 내뻗는다...
"난 토지를 사랑해....."
"아냐, 그렇지 않아!!!"
"키라... 제발.... 뭐하는 거야.....?"
"비켜!!"
"키라!!"
번뜩이는 눈에 질려버린 토지는 그저 가만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토지의 나체를 보자 더더욱 흥분하는 키라였다...
"더러운 혼혈아 같으니!! 매춘부 보다 못한 개자식!!"
"키라, 안돼!!!!!!!"
'탕!'
무슨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마치 슬라이드 영상처럼..... 천천히........ 카토가 토지의 발 밑에 쓰러진
다......
카펫은 선홍빛 피로 물들어 가고, 키라가 비명을 지르는 듯 하다...........
꿈일거야..... 이럴 리 없잖아..........
토지는 멍한 눈으로 카토를 바라본다.......
카토의 입술이 움직이지만,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사랑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카토는 바닥에 떨어졌다.....
믿을 수가 없어..........
토지는 재빨리 키라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아 그녀의 머리에 총구를 들
이댄다.........
"네가 카토를 죽였어!!!"
"아냐... 나는..... 그럴려고 그런 게 아냐......"
"네가 카토를 죽였어!!!!!"
토지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마치 정신 지체아에게서 나는 소리와 유사한....... 흐느낌과 비명이 한꺼
번에 흘러나온다......
미친듯이 카토를 껴안고는 카토의 눈을 바라보았다.....
반쯤 감긴 카토의 눈에는 투명한 액체가 고여있었지만 입술은 웃고 있
었다.......
"사.......랑.........해................."
고요한 메아리와 함께 툭 하고 떨어지는 머리................
죽은 사람이다.........
카토는 죽어버린 것이다..........
토지는 피가 묻은 손으로 카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어어어어어어어!!!!!!!!!!!!!!!!!"
눈물은 토지의 얼굴을 뒤덮었고,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파왔다........
세상이 끝났다.
카토가......... 카토가.....................!!!!!!
토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미친듯이 눈물 흘렸다......
'좋아해....... 토지.......'
'왜 날 믿지 못하는 거야......'
'토지..........'
'토지..........................'
'난 너만 있으면 돼......'
아프다......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토지의 얼굴 역시 피로 물들어져 버렸다......
떨리는 입술로 카토의 입술에 입맞췄다........
차갑게 식고 있는 시체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안돼!!!!!!!!!!!!!!!!!!"
내가 이렇게 키스를 하면, 카토는 항상 웃으며 입맞춤해 주었다......
"안돼애애애...........!!!!!!!!!!!!!!!!!!!"
이렇게 떠날 순 없어.........
너를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말 한 번 못해줬는데.........
그동안 같이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토지의 뇌리를 스쳐지나갔
다...... 숨이 막혀 터질 것만 같았다.......
토지는 카토 곁에 무릎을 꿇고는 다시한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손에 들린 총구는 토지의 머리를 향한다..........
그리고..................
방아쇠는 당겨진다...................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