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6 (23/45)

혼혈아

또다..........

그녀석이다.

매일매일 거기 서서 추위를 맞으며 몇시간이고, 한참을 거기 서 있다.

토지는 벽에 이마를 박아댄다.

청승맞은  놈.....

한참을 서서 지켜본다.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한숨을 쉬며 돌아서려는데, 한 남자가 다가온다.

"이봐, 시간있어?"

생각해보려는 순간,

"히..........히틀러!!!!"

그다.

그가 내 모습을 알아챈 것이다.

또다시 뛰어오는 그의 발걸음이 바쁘다.

토지는 그 중년의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그 남자와 여관으로 직행

한다.

"뭐야, 저 녀석과 아는 사이야?"

계속 쫓아오다가 토지와 남자가 여관안에 들어가는 걸 보고 여관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비겁자다.

비겁한 어린애에 불과하다.

그와 마주치기가 겁난다.

무슨 말을 할까봐 두려워진다.

토지는 속으로 머리를 흔들며 스스럼없이 옷을 벗는다.

중년의 남자는 나이답게 머리가 조금 벗겨지고, 처진 배가 구역질 날 

만큼 나와있다.

토지의 새하얀 피부가 한껍질 한껍질 드러나자 침을 꿀꺽 삼킨다.

남자의 조그만 물건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며 토지는 경멸의 미소를 지

었다.

다가오는 남자.....

토지의 매끄러운 피부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어루만진다.

토지는 아무 생각 없이 늘 그래왔듯이 무릎을 꿇어 그의 남성을 입안

으로 집어넣었다.

지저분한 냄새가 토지의 코를 찌른다.

토지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뿌리끝까지 입술을 오물거린다.

"아......앙.......윽.........."

역겨운 신음소리....

남자가 다리를 벌벌떨며 신음하자 토지는 더 깊숙히 혀를 놀렸다.

토지의 혀가 그의 소변구멍을 마구 파헤치자 그가 더더욱 큰 목소리를 

발산한다.

어느덧 그 작은 구멍사이로 끈적이는 액체가 조금씩 뿜어져 나오고 있

었다.

목구멍 깊숙히 찔러넣는 그의 폼이 예사롭지 않다.

손가락은 토지의 어깨와 머리사이를 헤메고 있었고, 다리는 부들부들 

떨린다.

"으...........허억............아.........."

익숙한 신음소리와 함께 그가 자신을 토지 입속에 내뿜었다.

순식간이군...

별 무리없이 토지는 입을 떼었다.

토지는 미끈한 액체를 입안에서 내뱉았다.

하얀 거품이 계속해서 입안을 맴도는 듯하다.

까끌까끌한 입을 냉수로 몇번이고 헹군다.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이.....이봐.......... 마저 해야지.............."

그럴 힘이나 있을까?

들은 척도 안하고 나와 버린다.

아직도 여관앞에 그가 서 있다.

벌써 적어도 한시간은 넘었는데.....

이렇게 매서운 추위를 한시간이 넘게 버텼단 말인가?

그의 얼굴이 창백하다.

토지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았다.

조금만 건드려도 얼음동상처럼 쓰러질 듯 하다.

토지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맑은 눈동자를 똑바로 응

시했다.

"..............바보야?"

토지의 말에 뭔가 말을 할 듯 입을 열지만 입술이 얼었는지 쉽사리 내

뱉지 모사나보다.

"너 바보냐고...!"

말을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소리치듯 신경질적으로 외쳐본다.

그래......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다.

고함소리에 그의 눈이 동그래진다.

저러니까 무슨 토끼같다.

자신의 신세를 하늘에 원망하며 토지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차갑다.... 

손을 잡힌 그가 어버버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어디론가 끌고간다.

자꾸

나를

괴롭히지마....

너란존재

그 자체가

악몽이야........................

그의 집 앞에 도착하자 토지는 다른 손을 그에게 내민다.

"으........응?"

더듬더듬 묻는다.

"열쇠....."

"으.....엉.............여.....여기........"

떨리는 손이다.

토지는 물끄러미 허둥대는 그 손을 바라본다.

예전엔 이렇게 버벅대고, 멍청하고, 약지못한 그가 한심스러웠는데.... 

자신보다 8살이나 많은 아저씨 주제에 

왜 자꾸만 이렇게 바뀌는지 자신의 감정이 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유부단하고 물러터지기 이를 데 없는 녀석이라고 비웃었지만 

토지를 따라오는 그 집념에 놀랐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잘해주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받아든 열쇠로 문을 땄다.

그리곤 토지 자신의 집인양 성큼성큼 들어섰다.

"옷 벗어.."

"..............!?"

"벗으라고......."

토지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는 그를 잡고 막무가내로 벗겼다.

"어........어어............시.......싫어........!"

그가 옷을 꼭 움켜쥔다.

"뭐야?"

그의 얼굴이 붉어진 채, 마치......마치.............겁탈당한다는<?> 듯한 눈빛

으로 토지를 올려다보고 있다.

뭐야........

갑자기 화가난다.

날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이 자식.......

"어................어........................시............싫어......................."

"뭐가 싫다고."

토지의 인상이 구겨진다.

이 자식.....정말 내가 아무랑 막 잔다고 겁탈이나 한다고 생각하는 건

가? 게다가..... 그는 나보다 8살이나 많다....

하물며 한두살도 아닌 8살이나 아래인 내가 그를 먹.는.다. 라고 생각하

는 것인가?

욕설이 튀어나올 것 같다.

토지는 험악해진 얼굴로 그의 외투를 사정없이 벗기기 시작했다.

힘이 꽤 세다.....

저항하는 그의 팔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날 뭘로 보는거야.....

토지는 외투를 벗긴 후 그 위에 따뜻한 이불을 덮었다. 

내가 자신을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우습다.

그가 영문을 잃은 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있다.

어딘가 멍해 보이는 것이 넋을 잃은 것 같다.

그래.....

넋을 잃었겠지.....

토지는 한쪽 입술을 비틀며 돌아선다.

컴퓨터가 여전히 윙윙거리고 있다. 

자신이 다가가도 그는 예전처럼 모니터를 끄지 않는다...

결국....

알아낸 것일까?

내가 문맹이라는 것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따위가 뭐가 부끄럽단건가? 몸까지 판다는 걸 아는 마당에...

토지는 어슬렁 어슬렁 주방으로 가서 물을 끓였다.

그의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차라도 타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짓을 하게 되다니...

토지는 한숨을 내쉬며 찬장을 뒤적거린다.

홍차가 눈에 띈다.

물이 끓을동안 토지는 냉장고를 뒤적뒤적 거린다.

준비된 듯, 마치 토지가 집으로 올 것을 알았다는 듯이 체다치즈가 그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게다가 엄청난 양이다.

토지는 하나를 꺼내 우적우적 입에 물었다.

그래.....

이렇게도 날 원한다는데.....

있어주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하지만.....

욕구불만에 쌓일땐..........!!!

토지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이 보인다.

추울 것이다.

하!

쌤통이군....

계속 그러고 있으라고....

하지만 일말의 죄책감과 걱정이 남아있다.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짜증을 내며 눈을 비볐다.

"히.....히틀러.........."

입술이 아직도 파랗다.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

토지는 찻잔에 물을 부었다.

향긋한 홍차향기가 방안을 메운다.

그를 향해 다가가 잔을 내민다.

"고...고마워......."

하얀 연기를 호호불며 발그레한 볼을 붉히며 서 있는 그가 마치 무슨 

영상처럼 눈에 어른거린다.

토지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자신도 모르게 그의 옆에 앉았다.

"카토.........."

그의 눈이 커진다.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침묵........

"니........니가............그렇게............. 내...........내이름 부른거......처....처음인 

거......아....알아?"

모른다.

알게 뭐냐...

한번도 남의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다.

그럴만한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토지는 멍하니 베란다 쪽을 바라보았다.

"히.....히틀러......"

"듣고 있어."

"..............좋아..............."

"뭐?"

".....좋아해..................."

헉.......

숨을 들이마셨다.

과도한 양의 산소가 몸을 지배하고 있나보다.

그래서 환청을 들었나 보다.....

이자식..... 뭐라고 한 거지?

지켜본 결과, 그는 자신처럼 게이가 아니다. 

솔직히.... 토지 자신도 몸은 게이지만, 정신은 아직 모르는 상태다. 

누구도 사랑하거나 좋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신까지 게이인지 일

반인지 모르는 상태란 말이다.

하지만 그는 틀리다. 

아까도 보라, 

겁먹지 않았던가?

"뭐라고?"

"조................좋아한다고........"

토지는 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나간다.

그리고는 털썩 주저 앉는다.

잘못 들은거야.

잘못 들은거야.

그럴리 없어.

여태껏 누구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 이렇게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들

어본 적이 없다... 단 한사람..... 어머니 빼고.......

또다시 눈을 비벼댄다.

눈을 비비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눈......눈.....비비지....마.........아.......안 좋아.........."

그 말에 또다시 손을 내린다.

웃기지 않은가?

나.....

신경질을 내면서 그가 하는 말마다 그대로 다 듣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가 하는 말마다 마치 무슨 강아지 마냥 졸래졸래 행동하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또다시 짜증이 난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그의 침대옆으로 갔다.

그리고는 그의 침대 다리를 발로 걷어찬다.

"히........히..틀.........."

자신의 행동이 버릇없는 아이 같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웬지 화가나

는 것이 주체할 수 없는 것이다. 

"왜.....왜그래?"

발이 아프다.

티 낼 수도 없고....

오히려 짜증만 증가될 뿐이다.

토지는 미친듯이 냉장고로 가서 체다치즈를 한꺼번에 와르르 꺼낸다.

"히......히틀러?"

"다 먹을거야."

"......어?"

"내일 사놔. 다 먹어버릴거니까.."

그리고는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그 많은 체다치즈를 입에 구겨 넣는다.

심통난 토지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웬지 행복한 웃음이 나온다.

따뜻한.........

토지는 나날이 글을 알아가고 있다.

물론 카토가 모르게.......

쓰고, 읽고, 배워가는 중이었다.

토지의 입에는 체다치즈가 한아름 들어있다.

"체.........체다치즈가 그렇게 좋아?"

이제 카토는 토지를 보고도 예전만큼 그렇게 말을 더듬지 않는다.

어쨌든 둘 사이는 여전하다.

여전히 토지는 카토를 무시하고,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카토는 타자를 치고, 토지는 그 소리를 들으며 베란다에 앉아 창밖을 내

다본다.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사이이다....

"토지.........."

토지는 놀라서 고개를 휙 돌렸다.

"아.............."

카토의 얼굴이 붉어진다.

자신은 그에게 이름을 알려준 기억이 없다..

의문의 눈길로 바라보자 그가 말을 돌린다.

"...................뭐....................뭘 그렇게 내다봐? 매일같이....?"

그가 내 이름을 알든 말든 상관 할 바는 아니다.... 확실히....

다시 베란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날씨 좋아?"

쓰잘데기 없는 질문인것을 모른단 말인가?

보라, 흐리멍텅한 하늘...

밖은 눈이 쌓여져 있다.

토지는 무심히 귀를 팠다.

무안한지 조용하다.

토지는 벌러덩 바닥에 누웠다.

그의 모습이 거꾸로 보인다.

창밖을 내다보는 척 하며 곁눈질로 그를 훔쳐보고 있다.

그는.

그 우스꽝스런 안경을 끼고 이젠 익숙한 탁탁거리는 타자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 그를 보면

놀랄만큼 멋진 골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멍~~~~~~~

토지의 머리카락이 바닥에 흐트러진다.

짜증스럽게 벌떡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간다.

탁 소리 나게 문을 닫고 침대에 쿵! 하고 누웠다.

바닥에는 사전과 동화책이 나뒹굴고 있다.

이젠 제법 글을 읽을 수 있다.

토지는 더듬더듬 책을 손에 잡았다.

그가 읽으라고 준 책이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다

어리버리 글을 읽어가며 내용을 음미한다.

토지는 그 작고,  글씨가 큰 책이 마음에 들었다.

어린왕자가 마치 자신이 된 마냥 글을 읽어가는 것이다..

어찌보면 토지와 어린왕자는 같은 처지다.

주변엔 아무도 없고, 항상 혼자다.

아니.....아니야..... 그렇지 않아...

토지는 고개를 저었다.

어린왕자에게는 장미꽃이 있다.

어린왕자에게는 자신의 별이 있다.

어린왕자에게는 자신의 화산이 있다.

어린왕자에게는 여우가 있다.

게다가 어린왕자에게는  토지가 가지지 못한 순수함이있다.

그럼 나는 순수하지 못한 건가?

그런가?

토지는 신경질적으로 천장을 바라본다. 

하지만 나에겐 지금 집도 있고, 카토가 있다.

곧 없어질 것이지만....

한창 한겨울이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다.

어차피 겨울이나, 봄이나 마찬가지다.

쌀쌀한 날씨는 매한가지...

좀 있으면 겨울이 끝날 것이다.

그러면 이 집을 나가야한다.

한숨을 내쉰다.

토지 답지 않은 모습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