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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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기지마

    니가뭔데

    내 인생에 참견이야

    뮌헨 광장을 지나, 님펜부르크궁전 앞에 다다랐다. 

    님펜부르크의 정원은 정말 아름답다...

    르 노트르의 제자로서 루이 14세를 위해 베르사유 궁전 정원을 설계했

    던 카르보네가 지금도 유명한 이곳 정원들을 설계했다. 정원 군데군데

    에 파고덴부르크·바덴부르크·아말리엔부르크 등 후기바로크 양식으

    로 지은 유명한 정자가 있고 로코코양식으로 꾸며진 정자도 함께 있다.

    이 이탈리아식이면서도 프랑스 냄새가 풍기는 독일의 정원을 토지는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것들도 혼합이잖아.

    나랑 똑같군...

    무표정한 얼굴로 설명이 씌여진 철조각을 발로 걷어찬다.

    "탁..."

    소리가 난다.

    물론 토지의 발이 철조각 따위보다는 더 아플것이다.

    하지만 더 힘껏 발로 걷어찬다.

    이틀이 지났다.

    물론 토지는 그의 집에 다시 가지 않는다.

    내가 다시 돌아갈 자격이라도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토지의 집도 토지의 친구도..... 아니다.

    이틀동안 그저 멍하니 뮌헨을 휘집고 다녔다.

    그를 만날까 해서.... 

    하지만 매일같이 집안에 쳐박혀 있는 그라면 다시 만날일도 없을것이

    다.

    웃기잖아..?

    그냥 찾아가면 되는걸 

    하지만

    다시 

    찾아갈 수 있을까?

    괜시리 용기가 없어진다.

    신경끄기로 했다.

    원래부터 이렇게 살아온 놈인데...

    뭐가 아쉬워서...

    그냥...

    국어사전이 걱정된다.

    그에게 들키면 안되는데..

    그럼 내가 문맹이라는 것을 알게될지도 모르잖아.

    쓰잘데기 없는 수치심이 토지를 감싼다.

    다시 그 철조각을 발로 걷어찬다.

    "이봐, 뭐야?"

    경비인 듯한 남자가 달려온다.

    눈이 가렵다.

    토지는 손을 올려 눈을 비볐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

    계속 눈을 비벼대자 경비는 잔소리를 늘어놓더니 제풀에 지쳐 그만 가 

    버린다.

    가렵다.....

    이물질 같은 것이 눈속에 박혀버린양..... 눈이 가려워서....... 토지는 참

    을 수 없어진다.....................

    토지가 도착한 곳은 광장이었다.

    시계탑의 시계는 1시를 가리키고 있다.

    늘 그렇듯 이 시간은 한산하다. 몇몇의 노인들과 몇몇의 실업자.... 토지 

    나의 또래의 아이들은 거의 없다. 토지 하나뿐이다.

    토지는 털썩 분수대 옆에 앉았다.

    손에 턱을 기대고 가만히 한숨을 내쉰다.

    마냥 이렇게 있을 수 만은 없다. 겨울이기 때문에 해만 떨어지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차갑기는 하나, 그나마 고개를 내밀고 있는 태양이 소중한 것이다.

    게다가 두터운코트-그가 사준것이다-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떨려오는 

    매서운 바람이 토지를 떨게한다.

    주머니에는 150마르크가 있다.

    며칠 부자와 살다보니, 허영병이 도진 것 같다. 이틀만에 오십마르크나 

    쓰다니...

    1페니 쓰는 것조차 손이 덜덜 떨리던 나인데....

    귀가 마비된 것 같았다.

    꽁꽁 얼어 새빨개진 귀를 가만하 손가락으로 감쌌다.

    따뜻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차가운 한기가 몰아온다. 마비되었던 귀가 

    손의 열기로 풀리자 다시 차가운 바람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가득 귓속

    을 메운다.

    너무 추워서 눈 바로 및의 살이 쓰라려온다.

    늘 이렇게 추운날이면 민감한 피부가 항상 이렇게 빨갛게 부어오른다.

    손을 호호거리며 앉아있는데 문득 광장 저편에 낯익은 형체 하나가 눈

    에 들어온다.

    그다..........

    설마했지만, 그가 확실하다. 

    어째서 토지 쪽으로 헐레벌떡 뛰어오는 건지 토지 자신으로서는 이해

    할 수 없다.

    "허....헉.........히.........히틀러........"

    이번 만큼은 토지의 눈도 휘둥그레해진다.

    어째서 일까?

    왜 여기까지 걸어온 것일까?

    나를 찾아서?

    매일같이 일에 쫓겨 밖에 나가지도 않던 인물이 나 하나를 찾으려고 

    여기까지 나온걸까?

    도대체......

    왜......

    "하....한참을.....차.......찾았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얼굴이 새빨갛다. 갈색 빛나는 머리카락은 

    찰랑찰랑 흔들린다.

    그 모습에 다시 토지는 무표정이 되었다.

    "뭘 원하는 거야?"

    "으.......응?"

    갑작스러운 토지의 말에 놀란 표정이다.

    그렇겠지...

    하지만 다정한 척 하는 그의 모습이 역겹고, 짜증나기 시작했다.

    토지가 가지지 못한,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그는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서 원하는 게 뭐야?"

    "어.....없어....."

    울상이 된다. 

    아이와 닮은 그것에 토지는 마음을 빼앗긴다.

    나도.....나도 저런 표정을 가지고 싶다.

    토지는 신경질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성큼 성큼 한발자국 내딛는다.

    말릴새도 없이....... 토지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냥..................그........그냥..........좋아서...........여......

    옆에....있으면...........한거야...........너는..............태.....태양같아........차갑지만...

    .........빛나는.......독일의태양..............................................나..........어리숙하고.....

    ......바.....바보같은거.....알지만......그............그렇지만..........네가....웃는 모습

    을 보고싶어........한번......단.....한번만이라

    도..................................................................................................................................

    ....................................토지.........................................................."

    '난 말야, 해질무렵이 너무나 좋아. 해가 지는 것을 보러가지 않겠어?'

    '하지만 기다려야 하잖아.'

    '기다리다니, 무얼?'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

    하지만 어린왕자의 별은 조그만 별이라 앉아 있는 의자를 아주 조금만 

    움직임으로서 보고 싶을 때마다 저녁놀에 물든 하늘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언젠가 해지는 것을 43번이나 보았어.'

    그리고 잠시 말을 끊었다가, 어린왕자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슬플때면 저녁놀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거든........'

    '하루에 43번이나 해 지는 것을 바라보다니, 너는 매우 슬펐던 모양이

    구나?'

    어린 왕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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