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혈아 (18/45)
  •        혼혈아

    갑작스레 퍼붓는 소나기에 모두들 비를 피하기 위해 

    달린다.

    부산한 발놀림속에 한 소년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채 그 자리에 서서 비를 맞고 있다.

    왜 저렇게 폭우를 맞고 있는 것일까?

     여기는 독일의 뮌센....

    예술과 낭만과 지식이 한데 모여있는 거리....

    사람들은 그 소년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만 곧 자신들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몇몇 사람만이 근처의 건물로 피해 비를 맞고 있는 

    소년을 멍하니 지켜볼 뿐......

    곧이어 소년에게 다가가는 연두빛 우산....

    소년을 향해 다가간 그 우산은 곧 소년과 함께 사라

    진다.....................

    토지 - Tohji

    16세 

    독일에서 태어난 독일인......

    하지만 그는 일본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혼혈아...

    보통 우성쪽을 닮는 것이 일반적인 것에 비해....

    연한 갈색.... 하얀 피부.... 오똑한 코......

    독일인이다.....

    유일하게 일본인이라는 것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흑

    옥처럼 빛나는 영롱한 까만 눈동자.... 그리고 잡티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11살.......

    어머니를 잃었다.

    그 때부터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가 되었다.

    독일........

    동성애자들이 유난히 많은 곳 뮌센.....

    독일 정부는 갈 곳 없는 게이들을 위해 보호시설까지 

    만든다.

    갈 곳 없는 게이들은 어두워지는 밤이 되면 어김없이 

    그 보호시설에 모여든다.

    하지만 그 보호시설이 매춘 현장이 되어진다는 것은 

    그들만이 아는 공공연한 비밀.......

    아버지는 자신의 술값을 위해 토지를 이 뮌센 거리로 

    내보냈다.

    얼마가지 않아 간암으로 사망했지만 갈 곳 없이 고아

    가 되어 버린 토지는 여전히 돈을 받고 뒤를 대 주고 

    있는 것이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비가오나, 눈이오나 이 뮌센 광

    장에서 자신의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토지.....

    삶에 대한 의지다.

    오늘도 자신의 상대가 온 듯하다.

    한참을 맞고 있는 비.....

    지겹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저 사람들의 놀란 눈이 즐겁

    다.

    차가운 빗줄기도 마음에 든다.

    아무말 없이 돈을 건네는 그를 보며 돈을 받은 토지

    는 그의 뒤를 쫓아 허름한 여관방에 들어간다.

    "이름이 뭐지?"

    "......................."

    "이봐, 이름이 뭐냐고?"

    "..................케라크............."

    아무렇게나 떠오른 이름을 중얼거리고 옷을 벗는다. 

    주근깨나 기미가 많은 독일인으로서는 눈처럼 하얀 

    토지의 피부에 놀라기 마련....

    가만히 자신의 몸을 쓰다듬는 그를 토지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는 그의 남성을 움켜쥔다.

    토지의 하얗고 조그마한 손에 맡겨진 그는 어느새 왕

    성한 혈기를 내뿜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번하고 그의 성기를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댄다. 그는 벽에 기댄 채 토지의 머리를 꼭 움켜잡았

    다.

    "으......윽........."

    참을 수 없이 내뱉는 그의 신음소리....

    너무나도 익숙한 그 소리에도 토지는 반응하지 않고 

    그의 남성을 입안에 집어넣을 뿐이었다.

    이빨로 그의 조그마한 구멍을 찾아 잘근잘근 깨물자 

    그는 더 큰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토지의 머리를 두 손 

    가득 꼭 쥐는 것이다.

    적당히 그가 흥분하자 토지는 그의 터질듯한 남성을 

    목구멍 끝까지 빨아당긴다.

    보통은 역겹고 숨이 막혀 망설이기 마련이지만 토지

    에게는 이것 역시 일이다.

    비릿한 냄새가 입안 한가득 느껴지지만 토지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삼킬듯 남자를 빨아 당긴다.

    남자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하고 손이 미끄러지는 것

    이 느껴졌다.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그의 땀.......

     매쾌한 냄새...... 그것조차 토지에겐 늘상 겪는 일이

    다.

    그가 쪼글쪼글 가라앉자 토지는 입안 가득 담겨있던 

    액체를 쓰레기통에 내뱉는다. 그리곤 식수로 입안을 

    몇번이나 헹군다.

    칼칼하다..........

    남자는 다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축 늘어져 

    거친숨을 헐떡이며 토지의 물건을 만지작 거린다...

    남자의 손길에도 반응이 없자 뒤 쪽으로 스멀거리며 

    들어오는 손가락....... 

    의지와는 반대로 일어나는 토지.....

    자신이 솟아오르는 것을 무표정하게 내려다 본다.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줘....... 케라크.........." 

    "........................."

    항상 그들은 토지에게 애원한다.

    신음......... 아니면 한마디 말이라도 해 주길......

    하지만 그것역시 토지에게는 아무 소용 없다.

    그들은 일감....... 그리고 돈.......

    남자가 원기를 회복했는지 자신에게 젤을 바르기 시

    작한다.

    토지는 자동적으로 엎드려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힘차게 들어오는 그......

    그 감촉에 주먹을 꼭 쥔다.

    "윽...............윽................아.............. 아읏..............."

    거친 신음을 내뱉으며 남자가 일부러 토지를 시험하

    듯 격렬히 피스톤질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토지는 벌써 딴 생각에 몰두한다.

    오늘......... 나.......... 여기서 잘 수 있는건가?

    "아..........악.........으.....윽.......헉............."

    헐떡대는 짐승.....

    그걸 은연중에 즐기는 나 역시 짐승.......

    토지는 멍하게 침대맡을 본다.

    손을 뻗어 티슈를 잡는다.

    침대가 더러워 지면 잠을 잘 수 없어....

    그는 여전히 토지 위에서 토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다시 토지의 성기를 만지작 거리며.... 토지의 조그마

    한 골짜기 속으로..... 토지가 지어낸 거짓 이름을 울

    부짖으며....... 짐승짓을 하고 있다.

    토지는 눈을 감고 그의 피스톤질의 횟수를 센다.

    그의 손이 떨리는 것으로 보아 끝날시간....

    아니나 다를까........

    맥없이 쓰러지는 그.........

    토지는 준비했던 티슈로 뒤를 닦고 가만히 눕는다.

    ...................................잘 데가 있어 다행이다.

    "그"는 좀 이상한 면이 있었다.

    항상 저녁 6시가 되면 광장에 나와 비둘기에게 먹이

    를 준다. 게다가 정확히 1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늘과 비둘기 만을 바라본다. 때때로 토지와 

    눈이 마주치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바보같은 미소를 

    짓는다.

    옷도 비싸보이고 행동도 그저 그런 녀석이 아닌 것 

    같다.

    때때로 굉장히 최신형의 페라리가 그의 앞에 멈추고 

    그 안에서는 모델같은 여자가 튀어나와 그를 데려가

    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도 일감 중 하나라 생각했는데.... 토지의 

    생각이 틀린 것 같다.

    오늘도 그는 광장에 나와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준다.

    토지의 시선은 어느덧 그가 있는 쪽으로 고정된다.

    20살 정도?

    그 정도로 보이는 그는 비둘기들을 보며 해맑은 미소

    를 짓는다. 그 미소에 괜시리 화가 나는 토지다.

    푸드덕 거리며 한마리의 비둘기가 토지의 어깨위에 

    올라 앉는다.

    귀찮다.

    쫓아 내는 것이 더 귀찮아 다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

    보고 있는데 녀석은 떨어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다. 

    게다가 자꾸만 꼬르륵 대는 배.....

    2틀 정도 굶은 거 같다....

    늘 생활이 되어 있기 때문에 죽을 만큼은 아니다...

    그다지 뜨겁지도 않았지만 오랜만에 비추던 밝은 햇

    살이 사라졌다.

    '뭐야?'라고 고개를 든 순간, 그가 서 있다.

    독일인 전형의 밝은 갈색머리, 깔끔한 외모.. 오똑한 

    .. 약간 구릿빛 나는.........그렇지만 하얀 피부.... 해맑은 

    미소 사이로 하얀 치아가 눈에 돋보인다.

    갈색 코트를 입은 그 남자는 오히려 자신보다 더 소

    년같아 보인다.

    정말 깜짝 놀랐지만 토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초점

    없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안녕, 꼬마야?"

    시선을 돌린다.

    저 미소가 꼴보기 싫다.

    "부.....부모님은............안 계........시니?"

    무슨 의도로 저런말을 해대는 건지....

    토지는 다른 일에 집중을 해 보려 하지만 모든 것이 

    따분한 상황에서 그가 하는 말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가 자신을 깨끗한 여관방으로 

    데려다 줄 거라는 생각때문인가?

    "보............보호단체에 가야 하는 거 아냐?"

    보호단체....

    그 말에 움찔한다.

    한마디로 고아원....

    그 곳에 가면 지긋지긋한 규칙과 잔소리에 얽매이게 

    된다.

    이 사람이 나를 그곳에 보내려는 건가?

    '당신이 뭔데............'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가 가

    만히 내 머리위에 손을 올린다.

    "지.........집이 없니?"

    대꾸하기 싫다.

    없다고 하면 나를 그 악마들의천국-보호단체를 말한

    다-에 집어 넣을 생각인가?

    "보호단체엔 안 가."

    퉁명스레 던진 그 한마디에 그의 얼굴이 바보같이 밝

    아진다.

    "버.........벙어리가 아니구나........ 너............... 형네 집에 

    안 갈래?"

    토지는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 본다...

    웃기는군....... 내가 왜 그의 집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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