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45)
  • 이윽고 놈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떡 벌어진 가슴을 성난 황소처럼

    들썩이고 있었다. 놈의 오른손엔 그녀의 머리카락이 새빨간 피에 젖어 

    달라붙어 있었다. 놈은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쿠당탕, 소리를 내며 

    티브이를 마당으로 내리 꽂았다. 티브이를 받치고 있던 나무선반도 장렬히

    시멘트바닥을 향해 돌진했다. 파삭, 하고 선반의 형체가 사라졌다. 

    천으로 도배된 장롱마저 바닥으로 처참히 나뒹굴었다.

    방안에 남은 건 이제 나 하나였다. 놈이 짐승 같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이 개새끼..."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놈의 목소리. 

    허벅지 아래로 내려간 고무줄바지는 부풀어 오른 성기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놈의 이마와 굵직한 목의 핏대가 터질 듯 튀어나왔다. 

    놈의 찢어진 눈은 내 목을 찢어발길 듯 강렬했다. 

    "....울어..!..왜..!.."

    "....."

    "고년 때문에 눈물을 짜는 거야?...아님 니 꼬추 때문에..?벌렁거리는

    고년 질에 싸고 싶다고 아직까지 아우성이네...응..! 이 발정난 개새끼..."

    "......"

    "문 닫아..."

    놈의 소름끼치는 저음에 문밖에 있던 우현과 경혜는 흠칫 몸을 떨어대며

    어떤 동작도 취할 수 없었다. 몸서리치게 추웠다.

    놈에 의해 쾅, 하고 방문이 닫혔다. 딸칵, 하고 문 잠기는 소리가 천둥과

    같다. 놈의 육중한 몸이 쪽문으로 나가 사라졌다. 

    곧 놈이 들어왔다. 부엌과 연결된 쪽문을 닫았다. 

    좁은 방안은 놈과 나 둘 뿐이었다. 방바닥은 연탄

    불에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놈의 상태도 그러했다. 

    그제서야 놈의 오른손에 든 번쩍이는 물건이 들어왔다. 

    식칼이었다.

    "오늘부로...완전 여자로 만들어주지...다시는 여자랑 씹질 못하게...."

    빠드득, 이를 갈며 놈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무시무시한 칼을 들고

    바닥에 애액을 찔끔찔끔 흘린 성기를 노려보았다. 성기는 어느새 두려움에

    쪼그라들어 있었다. 스윽, 하고 번뜩이는 차가운 칼날이 성기에 닿았다.

    시리도록 차가운 것이 바닥과 성기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몹시도

    떨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번뜩이는 칼이 내 성기를 배꼽

    까지 들어올렸다.

    "낄낄....."

    "....악..."

    식칼로 들어올린 성기를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뜨린 거였다.

    "쫄긴...새끼...낄낄...아직은 안 되지..."

    번득이는 차가움이 다시 쪼그라든 성기에 닿았다. 몸은 이제 전기에 감전

    된 듯 떨리고 있다.

    "시간은 많거든...낄낄..."

    "...헉..헉..헉..."

    "이것 봐...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싸고 싶다고 비명을 지르는데....크큭.."

    칼날이 애액을 줄줄 흘러내리는 성기를 훑듯 지나갔다.

    놈이 항문 안을 거칠게 밀어붙일 때마다 벽에 바짝 붙은 등이 쿵쿵, 상하

    운동을 하며 등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하악..."

    성기 안에 있던 정액이 놈의 배꼽 주위로 흩어졌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놈의 움직임은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쿵쿵, 하고 방아 찧듯 미친 듯

    항문 안으로 내리꽂았다. 놈의 커다란 성기는 내 성감대만을 찍어대고

    있었다.

    "킥...다시 서네...계집년처럼...계속 씹질해 달라고 니 안이 벌렁벌렁

    거리는데...조이는 맛도 없는 게...너덜너덜해 가지고...그래도 넣어 달라

    이거냐....발정난 암캐새끼가...."

    놈이 쾅, 하고 귀 옆에 있던 벽을 칼로 찍어 눌렀다. 

    쿵쿵, 놈이 밀어 올릴 때마다 어깨에 섬뜩한 칼이 닿았다.

    "개새끼...다신 여자를 못 안게....남자에게 환장하게 만들어주지...

    남자 없인 안되게 만들어주겠어...시간은 많으니까...."

    "헉...흐윽..."

    그로부터 악몽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죽을 정도로 끔찍했다.  

    방밖을 나선 건 정확히 4일 후였다. 놈은 그토록 중시하던 일도 나가지

    않았다. 

    "아악..."

    화장실에 혼자 간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일본식 변기에 두 다리를 지탱해

    쪼그려 앉아 볼일을 볼 수 없었다. 쪼그려 앉으려해도 철푸덕, 하고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몸이 내려앉았다. 두 다리로 서 있는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밖으로 배출되는 오줌 안에 간간이 피가 섞여 나왔고 다행히 온전히 붙어

    있는 성기는 쓰라려 오금이 저렸다. 뒤는 지독했다.

    "....쉬이...그만 울어..."

    등 뒤에 찰싹 붙어있는 놈이 눈물에 젖은 얼굴을 자기 얼굴로 조물락 거리며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좁은 화장실 안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눈물은 며칠 째 그치지 않고 있었다. 냄새나는 화장실에 넘어질까 가슴

    언저리에 놈의 두꺼운 두 팔이 안기 듯 꽉 맞물려 있었다. 

    똥을 눌 때 조차 놈이 뒤에 딱 붙어, 쭈그려 앉은 내 몸이 바닥에 곤두박질 

    치지 못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등 뒤에서 퉁퉁 부은 눈과 얼굴을

    돌려 눈물을 훔쳐내 듯 자신의 얼굴로 문대며 비벼대고 있다. 

    "....다 눴어..?.."

    숨조차 쉬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똥눈 밑을 남이 닦아줄 거라곤 단 한번도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촤아아 촤아아

    커다란 붉은 통에, 연탄불로 끓인 물이 들이부어졌다. 우현의 연탄불 

    위에 있던 것도, 숙미의 것도 마찬가지로 전부 붉은통 안으로 뜨거운

    김을 내며 쏟아졌다. 이어 시리도록 차가운 날씨처럼 얼음 같은 물이

    섞여들었다. 난 아직도 눈물을 흘린 채 끅끅대며 차가운 부엌 돌계단

    에 벌거벗은 채 쭈그려 누워있었다. 상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놈이 다가와 내 몸을 번쩍 들고 김이 나는 붉은 통 안으로 집어넣으려

    했다.

    "아악..."

    4일 내내 울부짖으며 신음하던 음성이 쓰라린 목구멍 사이로 괴기스레 

    튀어나왔다. 발끝에 닿은 물은 엄청 뜨겁게 느껴졌다.

    "차가운 물 좀 더 갖고 와"

    우현이 수돗가에 가 차가운 물을 뒤뚱거리며 부엌 안으로 갖고 왔다. 

    붉은통 안에 손으로 온도를 맞추며 조금씩 흘려보냈다. 

    놈의 팔 안에 갇힌 채 고통에 몸부림치며 온몸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발끝부터 뜨뜻한 물이 닿으며 붉은통 안으로 온몸이 빨려들어갔다. 

    상처난 예민한 부분 곳곳이 쓰라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등가죽은 벗겨

    졌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놈의 커다란 손이 몸 여기저기를

    맛사지 하듯 만지며 쓸어내렸다. 발가락,허벅지,사타구니,엉덩이,허리,

    등과 가슴을 지나 목으로, 퉁퉁 부은 눈두덩과 얼굴, 머리카락까지 

    쉴새없이 맛사지 하듯 조심스레 쓸어내리며 훑어댔다. 뽀드득 거리며

    놈의 커다란 손이 솜털처럼 움직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쉬...그만 울어..."

    왜 이리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걸까.

    멈추지 않는 눈물이 뒤범벅인 채 갓 한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아...씨발..그만 울어...뭘 잘했다고 울어..울긴...뚝 안그쳐..."

    놈이 밥상에 숟가락을 탕, 치며 버럭 화를 냈다. 바닥에 앉지도 못한 

    채 놈의 양반다리한 허벅지 위에 얹어져 놈이 떠주는 밥과 반찬을 

    대충 넘기며 콧물까지 훌쩍이던 내게 숟가락에 묻은 밥풀이 튀어 

    눈가에 닿았다.

    "....씨발...덩치는 산만한 게..."

    놈이 투박한 손으로 눈가에 묻은 밥을 떼어낸다. 떡 벌어진 벗은 

    상체를 여실히 내보이며 자신 목에 둘러진 축축한 수건을 풀러 

    내 얼굴 가까이 갖다대었다. 맞은편 앉아 밥을 먹고 있던 경혜의

    눈이 놈의 불뚝불뚝 솟아난 근육을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키는

    게 느껴졌다. 

    "새끼...코 풀어..."

    축축한 수건이 코를 꽉, 하고 싸잡았다. 팽, 하고 힘없이 코를 풀었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 팽, 하고 코를 풀었다. 놈이 코끝까지 싹싹 닦으며 눈두덩

    아래 흘러내리는 물기도 훔쳤다.

    "보모가 다 됐구나...그 대단한 철만씨께서...하늘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제대로 밥을 목구멍에 넘기지 못한 채 경악스런 얼굴로 놈의 하는

    모양을 지켜보던 경혜가 중얼거리 듯 읊조렸다.  

    "씹....주둥아리 닥치고 밥이나 처먹어..."

    "...살인날 줄 알았더니....그래도 건재하네...."

    걱정 반, 아쉬움 반이 섞인 경혜의 한숨 섞인 음성.

    "씨발...왜 이리 눈물이 안 그치는 거야....환장하겠네..."

    밥은 먹는둥 마는둥 결국 정액, 땀과 흥건한 피로 뒤덮힌 이불은 

    사라지고, 우현의 것으로 추측되는 꽃향기 마저 나는 깨끗한 이불 위 

    놈의 몸안에 꽉 안겨 눕혀져 있었다.

    놈이 퉁퉁 부은 얼굴을 자신의 볼과 입으로 문대며 투박한 손으로 

    등과 목을 슥슥 문지르고 있었다. 목욕하고 입었던 윗도리는 젖꼭지가

    너무 아파 인상을 찡그리자 놈에 의해 다시 벗겨진 채였다. 

    놈의 딱딱한 가슴에 맞닿아 있는 가슴이 얕은 숨에 오르락내리락 할 때

    마다 놈의 유두 느낌이 여실히 느껴졌다.

    "우현...정우현!..."

    놈의 목소리에 부엌에 있던 우현이 쪽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왔다.

    "가서 수면제 좀 갖고 와..."

    우현이 수면제를 통째 갖고 왔다. 내 등을 쓸어내리던 놈의 손이 우현

    이 꺼낸 수면제 한 알을 들어 자신의 입 안에 털어넣더니 물을 붓고 

    머금었다. 내 입술을 벌려 꽉 맞닿아 조금씩 흘려 넣었다. 

    알약이 혓바닥에 착 달라붙어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자 두세 번 반복하여

    물을 흘려보내며 혀를 부딪쳤다. 

    꿀꺽 꿀꺽,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라린 목구멍 안으로 넘어갔다.

    놈의 입술이 부은 눈두덩에 촥 달라붙어 짖이기듯 부벼댄다. 

    우현과 경혜가 멀찍이 떨어져 말없이 보고 있었다.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쓰라린 성기에 놈의 불퉁한 하체가 얇은

    바지 사이로 맞닿았다. 

    깨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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