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하아.."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방바닥에 한쪽 볼을 붙이고 몸을
웅크린 채 두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짐승 같은 놈은 대자로 뻗어 천장을 뚫어지게 보며
들썩거리는 가슴으로 숨을 씩씩, 내뿜고 있었다.
이내 일어나 쪽문 옆에 있는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킨다.
쿨떡쿨떡, 두꺼운 목구멍으로 물 넘어가는 소리가 우렁차다.
쿵 소리가 나게 다시 방바닥에 몸을 붙여 대자로 뻗더니
날 부른다.
"야.!.."
"....."
또 하려는지 날 불러댄다. 정말 싫다.
"야! 이리와..!"
"....."
무시한다.
"씹...좋은 말할 때 기어와라..!"
"....."
팔 한짝 움직일 기운도 없다.
그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씹탱...이리 안 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의 커다란 손이 내 다리 한 짝을
움켜쥐었다. 방바닥에 맞닿은 몸이 삐비빅 소리를 내며
놈에게로 미끌어져간다. 끌려가지 않으려 왼손에 닿은
냄새나는 베개를 무의식적으로 잡았다. 뜨끈한 방바닥에
찔끔찔끔 뿌려댄 내 정액들이 땀에 젖은 몸 여기저기에
휩쓸린다.
"..아파.."
"..지랄.."
무지막지한 힘에 놈에게로 몸이 밀착되었다.
등 뒤로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한 놈의 가슴이 착, 하니
달라붙었다. 심하게 들썩거리는 놈의 심장이 등 뒤로
적나라하다.
땀에 흥건한 내 목에 코를 킁킁거리며 문질러대더니 곧
한쪽 어깨를 날카로운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댄다.
"한판 더 뛸까..?"
"....."
가래 끓는 놈의 탁한 목소리가 귀밑을 경련시키며
온몸을 경직시키게 만들었다.
"크크큭...쫄기는...새끼.."
"......"
미친.
"이렇게 힘이 없어서야..."
"......"
짐승 같은 놈.
"그러니 마누라가 도망갔지..."
"......"
이젠 자신의 검은 음모를 내 엉덩이에 비벼대며 조근조근
귓속으로 콧바람을 뿜어댄다.
"..낄낄..니 마누라 거시기 엄청 헐거웠는데.."
쩝, 하고 입맛까지 다신다.
"......."
"그래도 고년 엉덩이는 꽤 괜찮았어...토실토실 한 게..크크큭.."
머리에 피가 역류하 듯 갑자기 눈가가 시큰거렸다.
꼬질꼬질한 베개에 황급히 눈가를 묻었다.
"...뭐야?.."
"....."
"...우냐..?"
황당한 듯 놈의 음성이 좁은 방안에 울려퍼졌다.
"...미친...지랄하고 자빠졌네..그깟 미친년 때문에..."
"........"
울음소리를 참으려 어깨가 경련한다.
"고개 들어.."
"......"
"고개 안들어...!"
"......"
놈이 내 몸을 꽉 잡고 자신 쪽으로 돌리려 흔들어댔다.
베개에 더 밀착시켰다.
".....씹.."
"......"
"이 새끼...뒈질려고 환장했구만...안 그쳐..!..
그 미친년 얘기만 나오면 질질..."
"......"
"...꼬추 달린 사내새끼가 툭하면...울고 지랄이야..지랄이...."
"....."
"...씨버럴..."
등 뒤에 있던 놈이 쿵 소리를 내며 내 몸을 사자처럼 엉금엉금
건너는 게 느껴졌다.
"....흡.."
하체에 가해지는 압력에 콧물을 삼킬 새도 없었다.
하체를 순식간에 비틀듯 돌려 성기를 입에 물었던
것이다. 놈의 두껍고 까실한 혀가 내 성기를 빨아대며
잘근잘근 씹어댄다. 놈의 머리털이 음모와 배꼽주위를
문질러대고 있었다.
"...흐..읍.."
우는 것도 잊고 베개잇 사이로 신음이 튀어나왔다.
곧이어 머릿속에 노란 불빛이 터지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놈의
입안에 쏟아부었다.
"...퉤.."
더러운 걸레에 정액을 뱉고서 한쪽 벽에 탁, 하고 던져버린다.
"빠니까 좋냐?..크큭 펠라는 엄청 좋아한다니깐.."
갑자기 닥친 아찔함에 숨을 몰아쉬던 내 옆에 쿵 소리가 나도록
무식하게 눕더니 베개에 묻은 얼굴을 자신에게 향하게 했다.
"새끼...또 울면 눈깔을 뽑아버리겠어..."
면도칼을 씹어뱉 듯 지껄여대며 턱으로 내 이마를 문댄다.
쓰라리다. 거뭇거뭇하게 솟아난 놈의 푸르죽죽한 수염이 따갑다.
한껏 늘어진 정액 가득담긴 콘돔을 거대한 성기에서 빼내더니
착, 하는 소리가 나도록 문에 던진다. 문을 타고 스르륵 내려가는
콘돔 안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다. 낄낄거리는 놈의 웃음소리가
방안 가득 울려 퍼졌다.
명자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
눈뜨는 게 힘겹다. 눈두덩이 꽤 많이 부은 것 같다.
눈을 뜨니 이불 안 쏙 들어가 있는 채다.
목은 까끌하니 갈증이 났다. 온몸도 노곤노곤하니 감각이 무디다.
놈은 일 나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일어났어..."
고개를 돌리니 옆방에 사는 우현이 어색하니 미소를 짓는다.
그의 손엔 걸레가 들려있다. 어젯밤 놈이 벌려놓은 짓거리를
우현이 청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쓰고 버리기 아깝다고 정액 듬뿍
담긴 콘돔도 우현이 헹구고 씻기니 말 다했다.
문은 열려진 상태다.
그렇겠지. 어젯밤 그 난리를 폈는데 진득한 냄새가 엄청나게
풍겼을 거다. 관자놀이가 욱신욱신 거린다. 시린 공기가 폐 속을
들어오며 머릿속을 맑게 해 주고 있다.
"...아.."
반쯤 몸을 일으키니 온몸이 근육통으로 삐걱댄다.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아랫도리는 너덜너덜하니 시큰거린다.
다시 누웠다. 몸은 닦았는지 끈적함은 없다.
그래도 꿉꿉하다. 놈은 걸레, 수건의 구분이 없다.
분명 걸레로 닦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