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45)
  • 여름이 사라지고 있다. 이른 아침 꽤 서늘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엔 오도독 닭살이 돋아난다. 

    우현이 차려준 저녁을 먹고 술집에 나가 늦은 새벽에 돌아온 놈은

    쿨쿨 잠에 널브러져있다. 

    할짝 할짝, 어제 놈이 갖고 온 흰우유에 찬밥을 말아 주니 잘도 먹는다.

    배가 꽤 고팠나보다. 마른 회색빛 나는 털 위로 머리 위에만 검은색 털이 보기

    싫게 그려져 있는 고양이는 뱃가죽이 헐렁하다. 등허리를 슬슬 쓰다듬어

    주자 갸르릉 거리며 할짝이는 혓바닥을 멈추지 않는다. 쓰다듬는

    털사이로 쇠똥 냄새가 풍긴다. 지저분하고 못생긴 고양이. 

    말랑한 머리에서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우유를 더 갖다줄까, 하고 쪼그려 앉은 다리를 피려는 순간 쾅, 하는

    소음이 마당에 울려퍼졌다. 마지막 남은 우유 한 방울마저 핥아먹던 

    고양이가 캬악, 하고 소스라치게 뒷걸음쳐 도망간다. 밥그릇은 화장실

    벽에 맞고 챙그렁, 바닥을 뒹굴었다. 놈이다. 팬티조차 입지 않은 

    벌거벗은 몸뚱아리로 날 내려다 보고 있다. 

    "저딴 더러운 고양이 새끼 먹으라고 비싼 우유 갖고 왔는지 알아..."

    "......."

    "쌔빠지게 일하고 온 나한테 그렇게 좀 해봐. 물이라도 

    한 컵 떠와 보라구..."

    "....."

    "씨벌. 새벽 댓바람부터 어딜갔나했더니 저딴 고양이 새끼나 

    만지작 만지작...지랄 염병하네"

    놈의 짧은 머리가 갓 일어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삐죽빼죽 헝클어져

    있었다. 잠도 몇 시간 못잔 얼굴로 눈 밑에 다크써클까지 있어 더 무시무시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쪼그려 앉아 있을 꺼냐? 똥 누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의 두 팔뚝이 내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와 

    일으켜 세운다. 놈의 손등이 젖꼭지를 무의식적으로 쓸어올리자 새벽녘

    물고 빨아댄 탓에 쓰라렸다. 

    "으...이 닭살 봐...징그럽게"

    뒷쪽 어깨에 착 달라붙은 놈의 입술이 쭉쭉 살을 빨아당겼다. 

    양 팔뚝으로 허리에 옭아매 듯 꽉 안고서, 발바닥이 땅에 닿지 않는

    상태 그대로, 대롱대롱 놈에게 들려 옮겨졌다. 발에 끼워진 여름용 슬리퍼

    한 짝이 간들간들거리다 마당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윽"

    마루에 무릎이 닿아 몸이 앞으로 기우뚱 나갔다. 뒤에 딱 달라붙은 놈이

    살짝 내 허리를 들었다. 무릎이 마루바닥에 닿았다.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놈의 커다란 페니스가 엉덩이 사이로 착 안착했다. 

    "으..음...."

    놈이 탁한 신음을 내며 엉덩이에 사타구니를 쓱쓱 쓰다듬었다.

    얇은 고무줄바지 사이로 놈의 거뭇거뭇한 음모마저 여실했다. 

    뒷목을 쪽쪽거리며 입술을 비벼댄다. 끼익,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우현이 졸린 얼굴로 나오는 게 보였다. 

    "......식사 차릴까요"

    "아니...잘꺼야"

    번쩍, 놈이 날 들고서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이불 위 짓누르 듯 눕히고선 몸에 남은 고무줄바지를 휙 벗겨낸다. 

    맨살에 닿는 허리와 엉덩이를 손으로 슥슥 문지른다. 만족스럽다는

    듯 그 사이로 페니스를 몇 번 부볐다. 그리고선 다리사이로 허벅지를

    밀어 올렸다. 놈의 허벅지 위로 내 페니스가 닿았다. 

    "더 자"

    껴안 듯 착 달라붙어 놈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수돗가에서 우현이 쓱쓱 쌀 씻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놈의 레파토리 또 시작이다. 

    "니까짓게 집구석에서 하는 게 뭔데...여태 병든 닭처럼 자빠져있어!"

    "........."

    "등꼴 휘게 일하고 왔더니....꼬락서니하곤"

    "......"

    놈의 언짢은 표정 뒤로 놈의 고아원 친구 경혜가 보였다. 

    "빨리 안 일어나! 뼈 빠지게 일하고 왔으면 옷이라도 받아 걸어야지. 

    이것도 내가 하리....새꺄!"

    놈이 입고 있던 지저분한 잠바를 벗어 흔들며 말했다. 

    "니가 우현처럼 밥을 해! 집안 청소를 해! 해다주는 밥 처먹고 잠이나

    퍼질러 자고 똥이나 싸는 주제에...하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씹"

    저녁밥을 하던 우현이 열려진 쪽문으로 방안을 보며 어색하니 서

    있었다. 

    "그렇다고 밤일을 잘하면 또 말을 안 해...으휴"

    시도때도 없이 헐떡거리며 박아대는 게 누군데.

    "땡전 한 푼 못버는 새끼가..."

    끝은 늘 이렇게 끝났다. 

    "내가 알아볼까?"

    놈의 등 뒤로 울려퍼지는 경혜의 목소리에 시선집중이다. 

    "마침 양말 공장에서 사람 구하는데..."

    "......."

    "......."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아. 요즘 기계가 다 하니까..."

    놈에게 풍기는 오라를 전혀 느끼지 못했는지 그녀는 날 향해 얇게 

    미소를 지었다. 

    거의 9 개월만에 일을 갖게 되었다. 

    기뻤다. 

    놈에게 돈을 갚고 명자에게 갈 수 있다. 

    경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은 똥 씹은 표정이 됐지만 말이다. 

    웃기는 놈이다. 돈 한 푼 못번다고, 자기 돈 갚을 수나 있냐고 비아냥 

    거리며 구박할 땐 언제고 일이라도 할라치면 찢어진 눈을 더 살벌하게 

    찢으며 달달 볶아댔다. 

    일은 까다롭지 않았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한다는 것만 제하면. 

    팔, 다리, 어깨, 허리마저 삐걱거렸다. 놈은 일하고부터 매일 잠도 

    못잘 정도의 하드한 섹스로 날 괴롭혔다. 

    10명 남짓 직원들과 공장을 나서면 낡은 담벼락에 기대어 인상을 

    한껏 찌푸린 놈이 기다리고 있었다. 

    "씨발. 왜이리 늦게 끝나"

    놈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사람들은 움칠거리며 이미 멀어져 가고 있었다. 

    일주일 째다. 내가 일하기 시작한 시기와 같다. 

    "배고파 뒈지겠네. 칵...퉤.."

    가래침을 바닥에 뱉으며 놈은 내 어깨를 움켜잡고 지하철로 향했다. 

    공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놈에게선 역한 땀 냄새가 풍겼다. 

    지하철은 꽉꽉 사람으로 만원이었다. 문이 열리자 문보다 높은 놈의 

    고개가 꺽여들어갔다. 들어가지 않을 공간에 놈의 우락부락한 몸이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어어, 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사람들은 놈의 힘에 

    밀려들어갔다. 없던 공간이 놈 주위로 생겼다. 지하철 안, 머리 하나 삐죽 

    솟아나온 놈이 내 옆에 바짝 붙었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떠밀리는 

    내 몸을 꽉 잡고서 미동조차 못하게 옥죄고 있었다. 

    그때 덜커덩거리는 움직임에 근처 있던 알딸딸하게 취한 샐러리맨이 

    내 몸 쪽으로 기우뚱하며 닿았다 떨어졌다. 

    "이 씹새끼 감히 누구껄..."

    꽉꽉 들어찬 지하철 안 놈의 가래 끓는 목소리가 쩌렁, 하고 울렸다. 

    취한 샐러리맨이 놀래 사과할 틈도 없이 놈의 손이 퍽, 하고 배를 쳤다. 

    샐러리맨이 사람들 사이로 구겨졌다. 

    지하철 안은 놈에 의해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술 처먹었으면 얌전히 있을 것이지 내 껄 만지작거려...어..?.

    ...야! 씹, 어디가!"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 속으로 빠져나갔다. 

    등 뒤로 놈이 급하게 뛰어내리는 게 느껴졌다. 

    비명을 지르며 놈에게 부딪히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내 팔목을 꽉 

    움켜잡았다.

    찌릿, 팔목이 아프다. 문이 닫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하철이 

    달려나간다. 사이로 놈의 꿱꿱대는 소리가 귓청을 울렸다. 

    "좀 작게 말해"

    "뭐?"

    "시끄럽다구"

    "개새끼가 뭘 잘했다고 지랄이야, 지랄이...아까 그 새끼가 만지니까 좋냐!

    응? 똥구멍이 아주 벌렁벌렁 거리냐? 씹새꺄!"

    놈은 더 큰소리로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악을 써댔다. 

    "악! 뭐하는 거야!"

    "여기 있는 새끼들한테 니 똥구멍 죄다 까발리기 전에 알아서 기어라"

    놈이 한쪽 구석으로 껴안는 자세로 밀어 붙였다.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얼마나 벌렁거리는지 보자구"

    이를 으드득 갈며 놈은 어젯밤 걸죽한 섹스에 부풀어 오른 항문에 푹, 하고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악, 하고 비명소리가 잇새로 튀어나왔다. 

    놈이 고개를 숙여 내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오늘밤 잠은 다 잔 줄 알라구. 낄낄..."

    사람들이 보던지 말든지, 낡은 잠바로 껴안 듯 감싼 채 바지 속 

    항문 안으로 손가락을 휘휘 저어대며 낄낄거렸다.

      

    지하철에 내려 버스를 타고 걸어서 집에 오자마자 놈은 밥도 먹지

    못하게 하고선, 순식간에 박아대기 시작했다. 

    "으..흑..."

    엉덩이는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없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세로 천천히 허리를 들었다. 

    흡, 하고 한순간 숨이 멈춰지는 듯했다. 

    수돗가에 있던 놈이 열려진 문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그 꼴로 일 나가겠냐? 낄낄...이주일만에 짤리는구만...걱정마라. 

    돈은 내가 정확히 받아올테니..."

    놈은 아주 개운한 얼굴로 티셔츠를 꿰입고 있었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으니 징, 하고 허리가 울렸다.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내딛어 방 밖을 나섰다. 

    수돗가에 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대충 세수를 하고 들어오니 놈이 

    밥상 앞에 앉아 날 노려봤다. 놈의 맞은편에 힘겹게 앉아 우현이 

    해준 밥을 꾸역꾸역 입 안에 퍼넣었다. 

    김씨아저씨가 밖에서 놈을 불렀다. 힘겹게 옷을 입는 내 하는 모양을 

    벽에 기대어 서서 뚫어지게 노려만 볼 뿐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면도칼 씹 듯 놈이 중얼거린 뒤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방 밖을 나섰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공장에 들어섰다.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하루 종일 서 있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놈은 아예 공장 근처 공사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공장에 와 다른 직원들 마저 놈의 살벌한 기운에 숨죽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놈과 나의 관계를 채권, 채무 관계로만 생각하는 듯했다. 

    하긴 저런 킹콩처럼 우락부락한 놈이 죽일 듯 노려보는데. 

    몸의 한계가 거의 밑바닥을 드러낼 즈음 사건이 터졌다. 

    놈이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무지막지한 힘으로 사장을 팬 것이다. 

    몸이 안좋아 보인다며 힘내라고 어깨를 툭툭 쳤을 뿐인데 그때의 지하철

    사건처럼 내 몸을 만지작거렸다며 발광을 해대는 것이었다. 

    그날 당연히 짤렸다. 돈 한 푼 못 받고 말이다. 

    "껄껄껄...그럼 그렇지. 니 까짓 게 무슨...일은....무슨 일...할 줄 아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이주일도 용한 거지 암...새끼...껄껄"

    뭐가 그리 좋은지 방안이 떠나가라 껄껄거리며 착 달라붙어 내 귓바퀴를 

    잘근잘근 씹어댔다. 페니스를 주물떡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며칠 후 놈이 삼겹살을 사왔다. 어떻게 협박했는지 내가 공장에서 

    일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갖고 온 것이다. 

    사장이 방방 뛰는 걸로 보아 놈을 구속시킬 줄 알았는데.

    놈이 상추에 싸서 억지로 내 입속으로 쑤셔넣는 삼겹살이 맛있을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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