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 쩝 후루룩
누린내가 온 집안을 뒤덮고 있었다. 놈과 김씨아저씨는 방 앞 마루에 앉아
이마와 콧등, 땀을 뻘뻘 흘리며 처먹고 있었다. 직접 요리를 한 우현은
먹지 않았다. 놈의 먹는 모양을 옆에서 흡족한 듯 바라보고만 있다.
김씨아저씨 젊은 마누라가 화장을 덕지덕지 바르고 누렁이를 먹으러
다가왔다. 그녀의 눈이 놈의 얼굴을 보자 남편 모르게 반달모양으로 살짝
휘어진다.
예전 명자와 살던 방의, 숙미는 냄새도 맡기 싫다고 방문을 꼭
닫은 채 나오지 않았다.
밖에서 내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방문 옆 벽에
등을 착 기대어, 멍하니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어젯밤 놈이 달겨 들어 정신없이 뒹구느라 보지 못했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발 아래 놈이 먹으라고 밀어준 뜨끈한 그릇 한 사발이 있었다.
누렁이의 살들이 푸르죽죽한 나물에 엉켜 둥둥 떠 있었다.
역시나 우울한 하루.
"구라치고 있네. 냄새도 안 난다 새꺄"
놈이 내 입을 우악스레 벌려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그래도 못미더웠
는지 벌려진 입안으로 놈의 두꺼운 혓바닥이 날름거렸다.
놈의 혓바닥에서 치약 맛이 느껴졌다. 제대로 닦지 않은 놈의 몸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정우현"
놈이 수돗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우현을 불렀다.
"끙차..."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엉덩이를 덥썩 들어 놈의 허벅지
위로 앉혔다. 놈의 젖은 살가죽이 옷 속으로 젖어들었다.
세제 묻은 손으로 달려온 우현이 방안 풍경에 어색하니 눈을 돌렸다.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놈 위에 내가 껴안듯 앉혀진 상태였다.
"남은 개고기 있지..가서 한 사발 갖고 와"
"...싫...어..."
우현이 후다닥 부엌으로 들어갔다.
"안 먹긴...그렇게 맛있는 걸...쯧"
놈의 젖은 몸뚱아리가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가두고선 쇄골을 쭉 빨아
들였다. 언제나처럼 무시다.
우현이 뜨근하게 덮힌 그릇을 내려놓았다. 개 특유의 냄새가 나는 듯 해
인상이 찌푸려졌다. 놈이 먹으라고 아우성이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술을 열지 않았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좋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왜 안 먹겠다고 지랄
이야...그러니 하다말고 픽픽 쓰러지지. 아가리 찢어버리기 전에
얼릉 처먹어라"
놈의 으르릉 거림이 귓바퀴를 잘근대는 이 사이로 튀어나왔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았던 자세가 돌려져 양반다리한 놈의 한쪽 허벅지에
앉혀졌다. 놈의 팔목이 허리를 꽉 쥐고선 배꼽주위를 뽀드득 소리가
나게 쓰다듬고 있었다.
놈이 숟가락을 쥐어져도 먹지 않았다.
"이게 진짜..."
덜거덕, 소리를 내며 놈이 숟가락을 잡았다. 뜨끈한 개고기를 한 웅큼
놈의 입에 집어넣고 내 턱을 잡더니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흐물 거리는 것이 역한 누린내와 함께 밀려들었다. 발버둥치는 몸을
우악스레 껴안고서 입안에 있는 것이 목구멍 안으로 넘어갈 때까지
혀를 밀어붙였다. 결국 놈의 의지대로 지렁이 넘듯 미끌어 들어갔다.
승리의 이죽거림도 잠시 방안은 넘어오는 토사물 냄새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씨발..."
놈의 격앙된 음성에 설거지를 거의 끝내던 우현의 발자국 소리가 울려퍼졌다.
햇빛에 뜨뜻해진 마루. 등을 대니 졸음이 쏟아졌다. 우현도 아르바이트하러
나갔다. 숙미는 어제 들어오지 않았다. 놈이 없는 이 시간 무척 달콤하다.
어딘가 도둑고양이 울음소리가 퍼져온다. 얼마나 잠이 든 걸까.
깜빡 깜빡, 서늘한 기운에 눈을 뜨니 누군가 얼굴 위 그림자를 드리운다.
놈이다.
"팔자 늘어졌구만...누군 공사판에서 일하느라 허리가 휘는데.."
놈의 남방 위엔 페인트 자국이 흩뿌려져 있다. 주섬주섬 허리를 일으켰다.
처마끝 들어오는 햇빛에 발가락이 바삭하다. 놈이 올 시간이 아닌데.
이제 막 점심시간인 것이다.
놈이 한쪽 손에 들려있는 검은비닐봉지를 마루바닥에 내려놓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비닐봉지 안에선 뜨거운 김이 뿜어지고 있었다.
놈이 들고 나온 건 상과 그 위에 소금, 후추 그리고 빈 뚝배기였다.
놈이 투박한 손으로 갖고 온 검은비닐봉지를 뜯어 뚝배기 안에 쏟아 부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벌거벗은 영계였다. 멀뚱하니 놈의 하는 양을 보고
있으니 쯧, 하는 마찰음을 내며 놈이 말했다.
"이리 와서 처먹기나 해..."
놈이 쥐어주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양손에 끼고 어영부영 상 앞으로 갔다.
살을 발라내 한점 입안으로 씹어 삼켰다. 너무 오랜만이라 몸이 부들거릴
정도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뱃속에 빵빵하게 차
있는 찹쌀과 인삼도 보였다. 쩝쩝거리며 뼈까지 싹싹 핥아먹는데
놈의 손이 얼굴 가까이 다가온다.
"눈꼽 좀 떼고 먹어라. 더럽게"
"....후룩"
눈꼽을 떼는 건지 쑤시는 건지 모르겠다.
"맛있냐! 개고긴 죽어도 입에 안대더니...까다롭긴 새끼..."
콧등에 맺힌 땀을 쓸어대며 놈이 이죽거렸다. 닭고기 살을 대충 발라먹고
안에든 것을 풀어 소금과 후추를 뿌려 후후, 불어가며 입속으로
쉴새없이 집어넣었다. 인삼에 대추, 밤까지 있었다.
국물까지 말끔히 비워내자 아랫배가 빵빵히 튀어나왔다.
눕고 싶다. 상안에 다리를 집어넣고 툇마루에 벌러덩 누웠다.
군데군데 깨진 처마사이로 햇빛이 내리쬐었다.
"으이구..니가 소, 돼지냐!"
부엌에서 나오자마자 상위로 물그릇을 쾅, 올려다 놓으며 놈이 날
향해 언성을 높였다.
"그것들은 몸이라도 팔아먹지. 대체 넌...엇따 써먹냐! 한심한 새끼..."
마루 밑에 앉아 누워있는 얼굴 높이와 자신의 얼굴높이를 맞추더니
볼록 튀어나온 내 배를 주물럭대며 꾹꾹 쓰다듬었다.
일도 못하게 감시하는 놈이 말은.
"게을러 터진 새끼...."
놈의 입술이 내 목을 잘근거리며 깊게 쭉 빨아들인다.
놈은 마시지 않은 물그릇을 누워있는 머리맡에 놔두고 상까지 치우고선
다시 일하러 나갔다.
배가 부르니 잠이 다시 솔솔 쏟아졌다.
장마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4일 연속으로 쏟아지던 비가 그친
저녁, 놈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저녁 때가 훨씬 지나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진동했다. 새벽에 같이 나간 안채에 세든 김씨아저씨가
들어온지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우현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가 신기할 따름이다. 길어진 해가 저물어 청회색의
하늘을 깔아놓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틀어놓은 티브이에선 8시 뉴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우현이 만든 오늘 저녁 메뉴는 비빔국수였다.
어제 저녁 지나가 듯 내뱉은 놈의 말을 듣고 준비한 것이다. 끊어질 듯한
허리를 부여잡고 뒤뚱거리며 부엌으로 내려섰다. 우현에겐 미안하지만
먼저라도 먹어야겠다. 모든 준비는 늘 그렇듯 우현이 다 준비해
놓았기에, 국수만 끓이면 되었다. 뒤뚱거리는 등 뒤로 우현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떤 표정일까. 알고 싶지 않다. 놈과의 섹스 후 후유증은
꽤 힘들었다. 엉덩이도 엉덩이지만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놈과
하드한 섹스를 하고난 후 금방 일어나 가뿐한 얼굴로 밥하고 빨래하는
우현이 대단해 보였다. 가스렌지에 올려놓은 냄비 안은 뜨거웠다.
가느다란 국수를 한 웅큼 넣자 방에 있던 우현이 부엌을 내려서는 게
느껴졌다.
"내가 할께...."
"......."
"들어가 있어....철만씨가 보면 나만 혼나니까....."
"........"
우현에게 있어 놈은 절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