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이 감기 몸살로 앓아누웠다. 놈이 올 때가 되자 우현은 열이 펄펄
끓는 몸으로 일어서려한다. 그런 그를 황급히 말렸다.
저녁은 내가 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 아닌 부탁을 해 간신히 우현을
눕힐 수 있었다. 강한 약 기운에 우현은 깊은 잠에 침몰해 가고 있었다.
약한 한숨을 쉬며 우현을 위해 놈의 저녁을 만들러 부엌으로 들어섰다.
간편하게 김치볶음밥을 하기로 했다.
끝나갈 즈음 놈이 왔다.
"씹탱아! 나왔다. 엥! 이게 어디 간 거야 박병..."
집안이 떠나가라 내 이름 부르기 전 후다닥 쪽문을 열었다.
"뼈 빠지게 일하다 왔더니, 방구석에서 기다리지 않고 거기서 뭐하는 거야?"
놈이 한쪽 눈을 치켜뜨며 눈썹을 꿈틀댔다.
"상 차리는데..."
"니가 왜?"
"....우현이 아프길래..."
놈은 한참 말이 없었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뭔가 언짢은 표정으로
옷을 벗고선 수돗가로 갔을 뿐.
몸도 제대로 닦지 않고선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는 놈의 방으로 상을
밀어 넣었다. 프라이팬에 뜨끈한 김치볶음밥 사이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났다. 며칠 전 우현이 담근 물김치도 내왔다.
놈이 상 앞에 앉더니 쪽문 밖에 있는 나를 보며 말한다.
"앉아"
앉았다. 아차, 숟가락이 모자르네.
부엌으로 다시 내려섰다.
"어디 가"
"...숟가락"
등 뒤로 놈의 시선이 따가웠다. 놈은 계속 뭔가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아침에 우현이 보리차 넣고 끓여놓은 주전자를 들고 쪽문을 올라서기
무섭게 쾅, 하는 소리가 밥상 위로 울려 퍼졌다.
놈이 밥을 먹다말고 숟가락을 상위로 내리친 것이다.
"이런 개밥 같은 걸...썅..누가 먹으라구...오냐오냐 풀어줬더니...정우현!"
놈의 성난 목소리가 방안을 쩌렁 울렸다.
"...내...내가 했는데...."
우현에게 달려갈 기세에 황급히 말을 꺼냈다.
"엥"
얼빠진 놈의 목소리. 밥상을 엎을 기세로 들썩 올려진 놈의 동작이 멈칫했다.
"우현이 한 게 아니라...내가 했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또 뭔 짓을 해댈지.
"...헤...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의외의 반응.
어쨌든 난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왜?"
이상한 질문이다.
"....우현이 아파서..."
"그래서 나 먹으라고 직접 니가 했단 말이지...날 위해..."
"........"
이것도 이상한 반응이네. 그건 아닌데. 맞는 건가. 뭔가 아리송했다.
들고 있던 주전자를 바닥에 놓았다. 아리송한 놈의 표정.
엎어버리려던 놈의 손이 숟가락을 다시 들고 천천히 김치볶음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근데 너 혓바닥이 마비됐냐? 어떻게 하면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냐? 병신..."
양볼이 터질 듯 게걸스럽게 처먹으면서 놈은 밥알까지 튀기며 씨부렁거렸다.
놈의 맞은편에 앉아 김치볶음밥을 한 숟갈 퍼먹었다.
읍, 하고 신음이 삼켜진다.
"킥..못 먹겠지..."
입속으로 구겨넣었다 나온 숟갈로 내 한쪽 볼을 툭 치며 놈이 비아냥거렸다.
느글느글한 미원맛이 엄청나다. 이럴리가 없는데. 실수로 쏟았나. 간만에
부엌에서 일하느라 허둥지둥댔더니 기억이 좀체 나지 않는다.
숟가락을 놓고 보리차를 컵에 따라 입을 헹궜다. 놈은 개밥이라고
씨부렁거리면서도 사이사이 물김치를 들이키며 꾸역꾸역 잘도 먹는다.
땀까지 뻘뻘 흘려가면서.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보였던 놈은 언제그랬냐는 듯 수돗가에서 살가죽도
뜯어먹을 이를 빡빡 양치질하고 있다.
놈이 볼새라 부엌 한쪽 끄트머리에 쪼그려 앉아 밥솥에
남은 밥을 싹싹 긁어 계란후라이와 함께 먹었다.
킥, 하고 놈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작은 쪽문으로
우람한 몸을 반쯤 들이밀고 먹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작은 쪽문에 비해
놈의 몸은 너무 거대해 보였다.
설거지를 하려고 설거지통에 따뜻한 물을 붓고 있는데 놈이 빨리 들어오라고
또 성화다. 끌고갈 기세였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따뜻한 물로 양치질을
하고 방안으로 느릿느릿 들어갔다.
놈이 팡팡, 하고 이불 위를 치며 추리닝 바지를 벗고 있었다.
놈의 커다란 페니스가 형광등 불빛아래 반쯤 서 있었다. 놈에게 떨어져
멀찍이 서 있자 놈이 후다닥 내 몸을 끌어안 듯 앉혔다.
쪽쪽, 하고 찐한 마찰음이 얼굴을 지배한다. 세수도 하지 않은 내 얼굴에
입술을 문대고선 옷을 벗겼다. 놈의 입안엔 나와 같은 치약 맛이 났다.
기분이 꽤 좋은지 온몸을 휘저으며 쪽쪽 소리가 진동하게 입술을 부비고
있다. 정신병자 같다.
내 페니스를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놈의 얼굴로 짓이기듯 부비더니 입 안에
넣고선 엿을 빨듯 쭉쭉 빨아대기 시작했다.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웅크려 있는 놈의 우락부락한 몸이 형광등
불빛에 확연하다.
오늘밤도 상당히 길 것 같다.
아침부터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기괴한 소리. 분필로 칠판을
끼이익, 하고 긋듯 오금을 저리게 하는 상당히 거슬리는 소리였다.
오줌이 차 부풀어 오르는 성기를 느끼며 허리 끊어질 듯한 몸을 일으
켰다. 문을 나서니 그 소리의 여파는 엄청났다. 안채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여름용 슬리퍼를 짝짝 끌고 보니 김씨아저씨가 토실토실
살이 오른 누렁이 고개를 치켜세우고 입을 벌려 무언가를 먹이고 있었다.
누렁이 입이 쩍 벌어져 뽀글뽀글 거품이 일고 있었다. 네발은 두발씩
빨랫줄로 묶여있다. 상당히 신경 거슬리는 소리다.
화장실 문이 덜커덩, 하고 열린다.
"윽..."
쾅, 하고 이마를 부딪쳤다.
안채에 신경 집중하느라 화장실 문 가까이 다가간 것도 몰랐다.
"새끼...정신을 엇따 두는 거야..."
놈의 가래 끓는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살짝 부어오른 이마를 짚으며
아픔이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마냥 서 있었다. 놈도 화장실 문 앞에
선 채 입술로 쓰라린 이마를 누르듯 지분거리고 있었다.
"하여튼 제대로 하는 꼴을 못 봤어...병신새끼..."
"......."
"새끼...그래도 오줌은 마렵냐..."
놈이 고무줄바지 위로 약간 솟아난 내 사타구니를 툭, 건드리며 이죽
거렸다. 아픔이 가라앉자 후다닥 놈을 지나쳐 화장실로 들어섰다. 문을
닫으려 손을 뻗는데 놈이 안으로 들어왔다. 놈이 들어서자 좁은 화장실이
움직일 수 없게 숨막힐 듯 미어터졌다.
"...싸..."
등 뒤에 딱 붙은 놈이 고무줄 바지를 손수 내려주며 발딱 선 성기까지
꺼내주었다. 쪼르륵, 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오줌갈기가 우렁찼다.
놈이 내 기둥을 손가락으로 슬슬 문지르며 등 뒤에 딱 붙어 입술과
이로 뒷목을 잘근잘근 거린다. 나머지 한 손으론 배꼽주위와 가슴주변을
쓸어내리듯 주물 거렸다. 오줌소리가 멈추자마자 자동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자 귀밑을 빨아대던 놈의 입에서 킥, 하는 비웃음이 들렸다.
축 처져버린 기둥을 바지 안에 넣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오금을 저리게
하던 소리는 아까보다 많이 엷어졌다. 그때 개에게 세제를 먹이던
김씨아저씨가 놈을 불렀다.
등 뒤에 착 달라붙은 놈이 김씨아저씨의 계속된 부름에 입맛을 쩝 다시며
안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탁탁, 둔탁한 소리가 안채에서 들려왔다. 놈이 빨랫방망이로 마른 북어
쳐대 듯 누렁이의 몸을 흐물어 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