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45)
  • 목욕탕 문을 나서니 어두웠던 하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놈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여름용 슬리퍼를 질질 끌고 있는 나를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따끈한 콩나물국밥을 시켰다. 

    그제서야 꼬르륵 뱃속이 울려댔다. 콩나물국밥은 얼큰하니

    맛있었다. 콧등에 땀까지 맺히며 후루룩 콩나물국밥을 

    삼켰다. 놈은 국물까지 5 분 만에 깨끗이 해치운 뒤 트림을 걸죽

    하게 하고선 깡패마냥 거만한 자세로 한쪽 다리까지 떨어대며

    이빨을 쑤시고 있었다. 

    심심한지 멀뚱히 날 바라보던 놈의 엄지손가락이 스윽 내 콧등에 

    있던 땀을 훔쳤다. 곧이어 눈 밑에 있는 광대뼈 부근을 꼬집 듯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목욕탕에서 놈이 때 타올로 빡빡 밀은 

    덕분에 빨갛게 부어오른 곳이었다. 밥 먹는데 걸리적거려 아픈 듯 

    인상을 찡그렸다.

    "..새끼...연약한 척은..."

    이빨사이 쑤시던 이쑤시개를 오징어 씹듯 잘근잘근 씹으며

    놈이 말했다. 국물까지 다 마시고 식당을 나서 놈의 집으로

    향했다.

    실성했나싶게 놈은 주름진 할머니가 운영하는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까지 사줬다. 즐겨먹는 메로나였다. 명자가 도망간 뒤

    놈의 방에 들어가고부터 한번도 입에 대 본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먹는거라 한입 베어먹기도 아까웠다. 놈의 집에

    다다를 때까지 길면서 각진 메로나가 둥글게 변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핥고 빨고 쩝쩝거리며 혀에 

    녹아드는 메로나를 한꺼번에 삼키지 않고 여러 번 나누어 삼키기

    까지 했다.

    좁은 골목만 지나면 놈의 집이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윽..."

    놈이 갑자기 좁은 골목에서 내 허리를 잡았다. 자신의 

    사타구니에 내 엉덩이를 갖다대더니 정전기가 나도록 비볐다.

    옷을 뚫을 듯한 기세였다. 귓가에 코를 문대며 나지막하니 속삭였다. 

    "...하드는 엄청 잘 빠네...거시기도 그렇게 빨아봐라...새꺄.."

    "......"

    "...오늘 기대해 보지...크큭..하드 빨 듯 잘 빨아 보라구..."

    오른손에 든 아이스크림 꼭지를 뺏어 휙 버리더니 성큼성큼 나를

    끌고 집안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앞이 훤히 뚫린 여름용 슬리퍼가

    놈의 걸음을 맞추지 못하고 발바닥 반이 앞으로 밀려올라갔다.

    맨바닥에 때 탄 시멘트바닥이 닿았다. 

    "...식사는..."

    "됐어.."

    쾅, 하고 문 닫히는 소리 너머로 예쁘장한 우현의 풀죽은 모습이 비쳤다.  

    "..읍..."

    쾌쾌한 곰팡내 나는 좁은 방안에 들어서자, 서 있는 자세 그대로 

    놈의 두꺼운 혓바닥이 내 입안을 헤집으며 마찰을 해댔다. 

    쳡 쳡 쭙 

    혀가 달라붙는 끈적한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턱을 타고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놈의 손가락이

    고무줄 바지 안을 쑥 들어와 거뭇한 음모를 쓸어내렸다. 

    곧 페니스를 쭉쭉 주무르기 시작했다. 위에 걸친 얇은 면티는 

    젖꼭지를 훤히 내보이며 쇄골 부근까지 올라갔다. 

    "..악.."

    무지막지한 힘으로 면티가 머리 위까지 벗겨지지 못한 채 눈두덩

    위로 걸렸다. 양팔이 옷에 벗겨지지 못해 천장을 향해 뻗어있다. 

    놈은 그것도 못 참고 쪽 쪽 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입술을 부벼대기 

    바빴다. 

    "할짝...씹...달긴 엄청 다네...다음부턴 이거 먹지 마..."

    아랫입술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으며 성내 듯 씨부렁거렸다. 

    "..흡.."

    성난 놈의 커다란 무기가 젤에 듬뿍 칠해진 항문을 향해 쑥 밀고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콧구멍을 벌렁벌렁 거리며 성난 

    사자처럼 그르릉댄다. 내 몸위에 체중을 실은 채 쿵쿵 방아를 잘도

    찧고 있다. 꽤 급했는지 빨으라던 놈의 성기가 입술 가까이 오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허리부근을 받치고 있는 돌돌 말은 이불이 

    보드랍다. 천장을 향해 치솟은 다리가 놈의 거친 움직임에 흔들린다. 

    놈이 잔 떨림을 내며 두 번째의 정액을 뿜어냈다. 

    사나운 놈의 얼굴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철푸덕 가슴위로

    엎어졌다. 놈은 한참을 그렇게 미동조차 없이 숨을 쉭쉭 내쉬었다. 

    내쉴 때마다 들썩이는 놈의 몸뚱아리가 소름끼치게 내리눌렀다. 

    축 처진 내 페니스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게 느껴졌다. 목과 가슴

    부근에 묻은, 땀에 절은 얼굴을 들더니 얼굴을 사정없이 비벼대기

    시작했다. 

    "눈 떠.."

    "......."

    움직이는 놈의 입술이 내 입술을 건드렸다. 무거운 눈두덩을 올렸다.    

    놈의 살벌한 찢어진 눈이 보였다. 놈의 투박한 손이 내 몸을 문지른다.

    하늘로 치솟은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항문의 주름조차 사라지게 만든

    놈의 성기가 꽉 맞물린 채 내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재수 없다.

    "어머...대낮부터 또 한바탕이네..."

    "......썅...나가..."

    전혀 놀랍지 않다는 얼굴로 놈의 고아원 소꿉친구 경혜는 말했다.

    당황한 건 오히려 놈이었다. 그녀가 문 열고 들어서는 소리도 못들은

    것 같다. 

    "...나가.."

    "...꺄악...나가면 되잖아..나간다구.."  

    놈이 늘 베고 자던 나무베개를 그녀가 있는 문 쪽으로 던졌던 것이다. 

    놈의 과잉반응에 기겁을 하곤 후다닥 문 밖으로 나갔다. 놈은 벌거벗고

    섹스하는 장면을 누가 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처음 놈을 봤을

    때도 그러했다. 돈에 환장한 놈은 20대 초반 포르노비디오를 

    여러편 찍어, 짭짤하게 벌었다는 말을 경혜에게 들은 적도 있다. 

    "....썅..."

    놈의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거렸다.

    "...뭘 봐..."

    놈의 손이 내 얼굴을 덮었다. 뻘개진 놈의 얼굴이 신기했다.  

    ".....씹.."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덮은 위로 놈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묘한 소리를 내며 놈의 성기가 천천히 빠져나갔다. 미끈한 젤이 

    항문 밖으로 흘러나온다. 놈은 깨끗하게 씻어 재사용한 콘돔을 벗겨내

    방바닥에 거칠게 던졌다. 성기 끝에 실처럼 늘어진 정액을 냄새나는 

    수건으로 닦는 게 보인다. 이어 군데군데 놈의 복부와 가슴에 뿌려진 

    내 정액을 닦았다. 

    널브러진 내게 시선을 돌린다. 

    눈썹을 한껏 찌푸리며 놈이 씨부렁거린다.

    "...새끼...이런 것도 직접 해줘야 돼..!..."

    내 한쪽 다리를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엉덩이 사이로 흘러

    내리는 젤을 닦기 시작했다. 성기에 묻은 정액까지 세심히 훔쳤다. 

    놈은 한쪽 구석에 구겨진 검은색 면티를 근육이 꿈틀거리는 상체에 

    끼워 넣었다. 급해 벗지도 못한, 허벅지부분 걸려있는 팬티와 

    바지를 꿰차고 방밖을 나서며 삐걱거리는 툇마루에 걸터앉은 경혜의 

    엉덩이를 뻥 차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들어보지.."

    경혜의 몸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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