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정한 집착 (63)화 (63/80)
  • 63. 고통의 시간

    연희는 준혁과 함께 사는 신혼집 아파트 입구 앞을 서성거렸다.

    작은 원을 그리며 발길을 지분거리길 한참, 주변에 설치된 가로수를 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오는 게 보였다.

    희뿌연 입김처럼 제 머릿속도 흐리기만 했다.

    ‘우선은 집으로 가, 연희야. 여긴 너한테 너무 위험해. 정 대표 옆에 있는 게 차라리 나을 거야.’

    성북동 RM 일가 저택을 나오기 직전, 유정이 건네 온 말이었다.

    유정의 말은 그게 전부였다.

    그 길로 유정이 붙여준 기사를 통해 연희는 집 앞까지 올 수 있었다.

    이곳으로 향하는 내내 유정의 말이 몇 번이고 반복되어 귓가를 울렸다.

    그곳이 제게 위험하다는 말도, 준혁의 곁이 제게 차라리 안전할 거란 말도 다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다시 이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못내 망설여졌다.

    연희는 주머니에 넣어놓은 핸드폰을 꺼내었다.

    수차례 쌓인 부재중 전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준혁의 이름으로 걸려 온 전화였다.

    간병인 아주머니를 핑계로 집을 나선 것이 벌써 한참 전의 일이었고, 지금은 새벽이 깊어가는 시각이었다.

    이 시간까지 이렇다 할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준혁의 입장에선 걱정이 되는 게 당연했다.

    준혁에게서 온 연락은 전화뿐 아니었다.

    연희야, 어디야? 얘기가 길어지나 보네. 언제쯤 자리 마무리될 것 같은지 연락 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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