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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7/7)

후일담

황제 욱연과 황후 연우는 금실이 좋아 슬하에 사남 이녀를 두었는데, 그중에 장남 진녕은 어려서부터 영특하기 이를 데 없어서 열 살에는 그의 글 선생들이 더는 가르칠 것이 없다고 손을 놓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진녕 태자가 열다섯 살이 되자 욱연은 태자에게 잠시 대리청정을 맡기고 황후 연우와 함께 나들이를 떠났다.

부부가 되고 나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황궁과 도성을 떠나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황궁에 있으면 조정의 일 때문에 연우에게 시간을 다 할애할 수 없고, 그리고 여섯 자녀들에게 연우를 빼앗겨 독점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누가 들어도 기가 막힌 이유를 대고 황제는 황후와 함께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기약 없는 나들이를 떠났다.

물론 그렇게 훌훌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영특하고 강단 있는 태자 진녕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자 진녕은 가끔 부황과 모후가 있는 곳을 수소문하여 언제 돌아올지 의견을 타진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라는 서신밖에 없었다.

황제와 황후의 여정은 연우가 태어난 바닷가 마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

바다를 인접했지만 바다가 거칠어 고기잡이로 삶을 연명할 수도 없고 땅이 척박하여 농사도 지을 수 없는 그 척박하고 황폐한 땅까지 이른 황제는 그 땅을 불쌍히 여겨 그곳에 별궁을 지었다.

황후를 위한 별궁이었다.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별궁을 짓고 그 마을에 살던 사람들을 별궁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별궁이 그곳에 지어지자 자연히 병사들이 머물 집들이 지어졌고, 병사들이 평소에 필요한 것을 사고 먹을 수 있도록 가게들이 생겨났다.

가게가 생기니 상인들이 오갔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자 버려졌던 땅은 서서히 활기를 찾아 마침내 그 주변에서 가장 번성하는 곳이 되었다.

황제와 황후는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삼 년 정도 머물렀다.

그리고 그 별궁을 떠날 때는 늦둥이를 품에 안고 떠났다고 한다.

태자와 16살 차이가 나는 늦둥이 왕자였다.

약 한 달의 여정 끝에 그들이 황궁에 환궁했을 때, 18살의 태자 진녕은 2살 된 제 어린 아우를 보며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태자가 유난히 더 들뜨고 기뻐한 것은 어린 아우의 유모 때문이었다.

원래 그 바닷가의 마을에서 가족들을 보살피며 살던 소녀 서란이 별궁의 하녀로 들어가 연우의 눈에 띄어 갓난아이를 보살피는 유모의 역할을 맡았다. 평소에 집에서도 어린 동생들을 잘 돌봐서 갓 난 왕자를 잘 보살피는 서란을 유난히 마음에 들어 한 연우가 황궁으로 돌아올 때 함께 데려온 것이다.

태자 진녕과 동갑내기인 서란은 태자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했고, 태자 역시 서란에게 한눈에 반했으니 그 이듬해 서란이 태자비로 책봉되는 것을 보며 대전 태감 형우는 ‘참 부전자전이야.’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정말, 부전자전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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