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二장. 초야 (3/7)

二장. 초야

‘정말 괜찮은 걸까…….’

연우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무서운 것이 당연했다.

지금 자신은 황제를 속이고 황후의 대역이 되어 초야를 치르려는 것이다.

이건 들키면 바로 목이 달아난다.

‘하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그렇게 바라던 출궁을 할 수 있다.

출궁뿐만이 아니라 금은보화도 챙겨 준다고 했으니 황궁을 나가 부모님과 동생들을 데리고 바닷가, 그 척박한 곳을 떠나 도성의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 편안하게 살 수도 있다.

‘내가 잘해야 모두가…….’

자신이 잘하면 가족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고 자신이 실수라도 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일이 잘못되면 자신을 이 자리에 넣은 오라비 형우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오늘 밤에 모든 것이 결정 난다.

‘괜찮을 거야. 어둡다잖아. 주렴으로 얼굴을 가린다잖아.’

지금 연우의 몸을 씻어 주는 이들은 모란궁의 나인들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들키고도 남았다.

“이제 일어나거라.”

정 상궁이 매서운 목소리로 말하자 연우가 목욕통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굴은 흉한 것이 몸은 곱구나.”

정 상궁이 눈을 흘겼다.

얼굴에 흉이 지긴 했지만 연우는 원래 곱다고 소문이 났었다.

진홍도 아름답지만 얼굴에 흉만 없었다면 아마 연우가 훨씬 더 아름다웠을 것이다.

“명심하거라. 절대로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네…….”

“신음 소리도 참아야 한다.”

“네에…….”

“만에 하나 발각되면 네 목만 달아나는 것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가자.”

정 상궁이 눈짓을 하자 나인들이 연우의 몸에 향유를 바르고 야장의를 입혔다.

속곳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알몸에 잠자리 날개 같은 야장의만 걸친 연우가 밖으로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가마의 문이 열렸다.

황궁 안에서 이동을 하는 것임에도 황후나 후궁들은 원래 가마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귀한 몸은 땅을 밟지 않기 때문이다.

“안으로 드시지요.”

주변의 눈을 의식해서 정 상궁이 예의를 갖춰서 말했다.

가마 안에 탄 연우가 얼굴 위로 너울을 드리웠다.

너울로 얼굴을 가리고 신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초야를 치르기 전에는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이 관습이다.

그 관습은 민간은 물론이고 황궁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연우가 가마에 오르자 이내 가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가마 안에서 연우가 두 손을 꽉 쥐었다.

가마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아 멈췄다.

‘멈췄어…….’

가마가 멈추자 연우가 바짝 긴장했다.

‘괜찮아. 금방 끝날 거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연우가 나인들이 문을 열어 주는 가마의 밖으로 내려갔다.

얼굴에 드리운 너울 너머로 신방을 밝힌 초롱의 불빛들이 환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연우의 앞에는 허리를 숙인 경사방의 환관들과 상궁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연우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금방이라도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다리에 겨우 힘을 주고 연우가 문이 열린 신방을 향해 걸었다.

황제가 초야를 치르는 신방은 황제의 침전도, 황후의 침전도 아닌 황궁 동쪽의 ‘앵화전’이다.

봄이 되면 가지 가득 연분홍 꽃을 피우는 앵화 나무처럼 많은 자녀를 낳고 번성하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진 이 앵화전은 역대의 황제들이 초야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앵화전의 신방 안으로 들어선 연우가 사방에 밝혀진 촛불 때문에 기겁을 했다.

분명 신방은 어둡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불이 환한 것은 어찌 된 영문일까.

“금침 위에 누우십시오, 마마.”

이 안으로는 모란궁의 나인들, 즉 정 상궁은 들어오지 못한다.

이곳에서부터 연우를 수발드는 것은 경사방의 상궁들이었다.

“이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누우십시오.”

상궁이 말하는 대로 연우가 금침의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여전히 얼굴에는 너울을 드리운 상태였다.

너울 너머로 연우는 다른 이들의 얼굴을 알아봐도 다른 이들은 아마 연우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연우가 눕자 상궁이 연우의 가슴 위로 주렴을 내렸다.

구슬을 꿰어 만든 주렴이 연우의 가슴 위에서 찰랑거렸다.

“이제 의복을 벗겨 드리겠습니다.”

상궁의 말에 연우가 당황했다.

‘이렇게 불이 밝은데 옷을 벗기겠다고?’

그리고 옷을 왜 남이 벗겨 주는 걸까.

원래 신방에서는 다 이러는 걸까.

묻고 싶어도 연우는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마마, 엉덩이를 드시옵소서.”

그 말에 연우가 살짝 엉덩이를 들었다.

그러자 상궁이 그녀의 엉덩이 아래에 흰 천을 깔았다.

“혈흔을 받는 용도이옵니다.”

상궁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마마, 폐하께서 파정을 하시오면 다리를 오므려 폐하의 귀물을 태중에 보존하셔야 하옵니다.”

상궁이 연신 당부를 했다.

황제의 씨를 한 방울도 흘리지 말라는 뜻이다.

연우의 야장의를 벗긴 상궁이 뒤로 물러나자 연우는 알몸인 채로 금침 위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거 알아? 후궁들이나 황후마마가 합방을 할 때는 경사방의 키가 큰 상궁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마마님들을 큰 이불에 싸서 폐하의 침전까지 안고 가신다고 하잖아? 그러면 경사방 나인들이 전부 보는 앞에서 거사를 치르신대. 그런데 그게 너무 싫어서 폐하는 그런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는 우리 같은 나인들을 더 좋아하시는 거래.’

기령이 전에 해 줬던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절반 정도는 사실인 것이 분명하다.

‘남이 보면 창피하지 않을까…….’

교합이라는 것은 가장 은밀한 일인데, 그걸 남이 지켜본다면 창피하지 않을까.

자신만 벗는 것이 아니라 황제도 전부 벗을 텐데 말이다.

‘황제 폐하…….’

연우가 문득 황제를 떠올렸다.

6년.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황제를 아주 보지 못한 건 아니다.

작년에 황위에 오르기 전, 아직 태자이던 시절에도 몇 번은 먼발치에서 그를 보곤 했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설레는 감정은 아주 사라졌다.

6년 전의 그 무서웠던 일 이전에는 태자를 보며 가슴이 설렜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날 이후로는 태자는 악몽일 뿐이었다.

가슴은 더는 설레지 않았고, 먼발치에서 그를 보기만 해도 두려움부터 일어나곤 했었다.

황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제 얼굴에 내던져진 불 붙은 숯이다.

그 뜨거운 고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무섭다.

‘그때 왜 그러셨을까, 왜 내게 그걸 던지셨을까…….’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황제는 어린 제게 그걸 던졌던 걸까.

그때 그 상황은 6년이나 지났지만 거의 기억하고 있다.

당시 황제였던 선황과 지금의 황제인 태자가 차를 마시고 있던 그곳에 자신은 그저 막 입궁한 생각시로 견습을 위해 몸을 숙이고 있었을 뿐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웃으면서 분위기가 좋았던 황제와 태자였었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인지 갑자기 태자가 제게 숯을 던지는 바람에 제 얼굴에 이렇게 상처가 나게 되었다.

그때 태자였던 황제와 지금 초야를 치러야 한다.

제 얼굴을 이렇게 만든 사내와 초야를 치르는 것이다.

한때는 가슴이 설레었고, 한때는 그의 눈길이 제게 머물기를 바랐었고, 태자의 승은을 입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막연히 혼자 바랐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더는 바라지 않는 일이 제게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

우습기도 했다.

정작 바랐을 때는 제게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다 포기하고 바라지 않을 때 일어나니 말이다.

‘언제 시작할까…….’

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주렴을 걷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물론 황제가 관습을 어길 리는 없지만, 연우에게 있어서 황제는 그녀가 겪었던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때였다.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엄격해 보이는 상궁의 목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조용하던 신방 안을 울렸다.

여전히 연우의 얼굴 위에는 너울이 드리워져 있고, 주렴까지 가리고 있어 황제의 모습은 그저 얼핏 비쳤다.

“폐하의 용포를 벗겨 드리겠나이다.”

나인들이 황제의 몸에서 옷을 벗기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려왔다.

“이제 소등하겠사옵니다.”

그 말과 함께 신방 안을 환하게 밝혔던 촛불이 하나둘씩 꺼졌다.

나인들이 촛불을 하나씩 끄자 신방 안은 이내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어둠은 아니다.

연꽃 받침 위에 올려놓은 작은 꽃등들이 여전히 은은하게 어둠을 밝히고 있어서 지금 신방 안은 완전한 어둠도 아니요, 그렇다고 완전히 밝은 것도 아닌 상태가 되었다.

“달거리는 이제 끝나셨소?”

제게 물어오는 황제의 목소리에 연우는 대답을 못 했다.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상중이라 책봉을 미루고, 달거리라 초야를 미루고, 황후는 참 미룰 것도 많군.”

사내의 목소리는 묵직하면서도 날이 서 있다.

‘폐하께서는 화가 나면 미친 사람처럼 구신대. 그래서 다들 폐하가 무섭다고 난리들이야.’

기령은 어디서 그렇게 듣고 오는지 황궁 안에 돌아가는 소문들은 전부 가지고 와서 연우에게 말해 주곤 했었다.

‘그렇게 무서운 분이라 아무도 딸을 주지 않겠다고 해서 지금껏 황후마마를 들이지 못하신 거래.’

그 말이 사실일까?

정말 황제가 무서운 사람이라서, 그래서 황후는 황제와의 초야를 거부하는 걸까.

그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것이 대체 뭐기에 이런 짓을 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황제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건 연우가 가장 잘 안다.

황제 때문에 자신도 이렇게 되었으니 모를 리가 없다.

“내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는군. 초야에는 입을 벌리지 않는 것이 관습이라고 상궁들이 충고라도 해 줬나 보지? 그런 미신 따위를 믿다니. 초야에 입을 열지 않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미신을 황후가 믿을 줄은 몰랐군.”

그런 미신이 있다는 것도 연우는 몰랐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이 있다면 차라리 잘됐다.

이제 대답을 하지 않고 신음을 내지 않을 구실이 생겼으니 말이다.

‘아……!’

그때였다.

연우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황제의 손이 제 허벅지에 닿았기 때문이다.

각오한 일이지만 막상 사내의 손이 허벅지에 닿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할 정도로 놀랐다.

“떨고 있군. 우태사의 딸은 담력이 세다고 들었는데, 어찌 손만 닿아도 떠는 것일까?”

황제의 목소리에는 조롱기가 섞여 있다.

그 정도의 조롱기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연우도 둔하지는 않다.

‘폐하께서는 황후마마를 싫어하시는 걸까…….’

황후를 대하는 목소리에 다정함이라고는 귀를 씻고 들어도 없을 정도다.

이쯤 되면 정말 싫어하는 목소리다.

‘황제와 황후는 다 이런 걸까.’

마음과 마음이 맞아서 부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간택에 의해서 결정되는 혼인은 다 이런 걸까.

하지만 연우도 그런 것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시로 입궁할 때 오라비인 형우도 연우에게 황제의 승은을 받아 신분 상승을 해야 한다며 계속 말했을 정도니까, 그런 자신이 황제와 황후의 정략혼인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세상에 정말 마음을 다해 사랑해서 부부가 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손에 꼽히지 않을까.

마음과 마음이 맞고, 그 마음에 간절해서 혼인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조건이나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정말 바라는 사람과 혼인해서 늙어 가는 것이니 무척이나 행복할 것이다.

연우는 그런 행복은 바라 본 적이 없다.

황궁에 들어오며 가장 먼저 버린 것이 그런 소소한 행복이다.

그런데 지금 어쩌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내에게 제 몸을 내어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내를 원망할 것도 아니다.

자신도 얻는 것이 있어서 이 은밀하고 위험한 거래에 응했으니까 말이다.

이전의 마음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지금은 출궁과 금은보화를 위해 자신의 마음 따위 내려놓았으니까.

“살결이 보드랍군.”

황제는 연우의 허벅지 안쪽 살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어루만졌다.

“사내를 몰라서 이렇게 떠는 것이냐?”

대답이 돌아가지 않을 줄 알면서도 황제는 계속 말을 걸어 온다.

수치를 주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황제가 만약 황후에게 화가 난 것이라면, 그런 것이라면 일부러 수치를 주고 난처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꾸 말을 거는 것일 수도 있다.

‘책봉과 초야를 미뤘다고 하니, 어쩌면 폐하께서는 마마가 자신을 싫어해서 거부한 거라고 생각해서 화가 나신 걸까?’

황후의 속마음은 모른다.

하지만 초야를 자신에게 대신 치르게 할 정도니 황후도 황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황후를 황제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 이 초야는 무척이나 거칠지 않을까.

화풀이하듯 하는 초야라면 분명 거칠 수도 있다.

‘많이, 아프겠지…….’

사내를 겪어 본 적은 없지만 말 많은 이 황궁에서 나인들이 교접에 대해 떠들어 대는 것을 듣지 못한 건 아니다.

평생 처녀로 늙어 죽어야 하는 나인들 입장에서는 남녀 사이의 일이 가장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늘 떠드는 이야기는 눈으로 본 적 없지만 귀로는 많이 들은 남녀 간의 은밀한 일들에 대해서였다.

‘사내의 양물이라는 것이 꼭 빨래할 때 쓰는 방망이처럼 굵고 긴데 그걸로 아래를 푹 찌르면 얼마나 아픈지 비명이 절로 난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내내 들어 왔던 연우는 지금 전신이 바짝 겁이 질려 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비명을 지르면 어떻게 되는 걸까.

비명을 지르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

‘이를 꽉 물어야겠지?’

그렇게 잔뜩 긴장한 채로 덜덜 떨고 있을 때였다.

‘아앗……!’

놀란 연우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펄쩍 흔들었다.

허벅지를 꾹 누르던 황제가 단단한 이로 허벅지 안쪽을 잘근 씹었기 때문이다.

“읍.”

연우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입술을 꽉 물었다.

황제의 입술은 점점 연우의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왜, 왜 그런 곳을 무는 걸까…….’

황제는 정말 화가 난 걸까.

그래서 저를 이렇게 깨무는 걸까.

“고집스럽군.”

살짝 입술을 뗀 황제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연우의 살을 물어뜯었다.

‘아……!’

연우가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았다.

황제는 두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넓게 벌리더니 가장 안쪽, 음부에 맞닿아 있는 허벅지의 끝을 꽉 씹었다.

그리고 이내 그 입술이 음부의 옆을 더듬었다.

젖은 혀가 제 수풀을 천천히 헤집자 연우의 얼굴이 귀까지 달아올랐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허벅지를 닫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거렸다.

입술을 틀어막은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그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숨이 새었다.

“…….”

연우의 얼굴이 점점 더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입을 꾹 다물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하체에서 올라오는 저릿한 뜨거움에 점점 숨이 차올랐다.

차라리 소리라도 낼 수 있고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으면 견딜 만하겠지만 이러다가는 숨이 막혀 죽는 것이 불경죄로 죽는 것보다 더 빠를 것만 같다.

‘……!’

젖은 혀가 기어이 연우의 음부를 헤집고 그 속살 안으로 비집어 들어왔다.

꿈틀거리는 혀가 제 은밀한 속살 안쪽을 건드리자 참고 참았던 신음이 연우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 아흣……. 아으읏…….”

‘안 돼, 소리를 내면……!’

하지만 소리를 멈출 수가 없다.

이대로는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여전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연우가 쥐어짜는 신음을 흘렸다.

입 안으로 바깥 공기가 밀려들어 오자 그제야 터질 것처럼 부푼 가슴이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황제의 혀는 제 음부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드디어 소리를 내는군.”

혀를 빼내며 황제가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연우는 와락 겁에 질렸다.

‘드, 들킨 건 아니겠지?’

지금이라도 당장 정 상궁이 들이닥쳐 저를 끌어낼 것만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황후의 목소리를 아는 누군가가 ‘이 계집은 황후마마가 아닙니다!’라고 소리칠 것만 같았다.

“그럼 어디, 소리를 더 들어 볼까?”

겁먹은 연우의 심정과는 달리 황제의 목소리는 더 짓궂어졌다.

“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한 번 풀려난 연우의 소리는 저항 없이 터져 나왔다.

그때까지 허벅지를 꽉 누르고 있던 황제의 손이 연우의 음순을 좌우로 벌렸다.

그리고 그 벌어진 음순 안 깊숙이 혀가 쭉 찔러 들어왔다.

“아흑!”

연우가 손등으로 입술을 가리며 숨을 헐떡였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

이제는 소리를 막을 수가 없다.

제 손등을 깨물어 봐도, 이를 악물어 봐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런 연우를 약 올리듯 괴롭히듯 황제는 더 깊숙하게 혀를 찔러 넣고 소리가 나게 연우의 음부를 빨아 댔다.

숫제 입술을 파묻고 쯔읍쯔읍 빨아올리는 탓에 그때마다 연우의 엉덩이가 바르르 떨며 흔들렸다.

벌어진 다리가 어찌할 줄 모르고 움찔거리며 민망한 발가락은 이미 수치심에 오그라들었다.

“이렇게 좋아서 바들바들 떨 것을, 그동안 왜 그렇게 나를 피했나 모르겠군. 숨기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좋아서 바들바들 떤다는 말에 연우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자신은 지금 부끄럽고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는데, 자신의 하체는 황제의 말대로 마치 다른 사람의 몸인 것처럼 쾌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것조차 연우는 부끄럽고 망측했다.

“어디 더 벌려 볼까?”

황제가 혀를 빼내며 길고 두툼한 손가락을 푹 찔러 넣었다.

“하윽!”

갑자기 푹 찔러 들어오는 낯선 침입에 연우가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황제의 남근이 밀고 들어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제 안에서 내벽을 긁어 대는 그것이 남근이 아니라 그의 손가락임을 알아차렸다.

찌걱, 찌걱.

음란한 소리가 조용한 신방 안에 난잡하게 울렸다.

그 난잡한 소리가 다른 곳도 아닌 제 음부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연우가 어찌 모르겠는가.

손가락이 안쪽을 긁을 때마다 전신으로 오싹오싹한 쾌감이 번졌다.

“아흐읏……!”

미지근한 혀가 손가락이 찌르고 있는 습곡의 위쪽을 핥자 연우의 발가락이 다시 오그라들었다.

황제는 그녀의 갈라진 틈새 위쪽의 음란한 돌기를 물고 빨며 음순을 더 넓게 벌렸다.

“아, 읏, 하읏……. 아……!”

황제의 긴 손가락이 뜨겁게 젖은 연우의 안쪽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전신에 열이 들끓었다.

교접이 이렇게 뜨겁다는 것을 누구도 연우에게 말해 준 적이 없다.

이게 이렇게 뜨겁고 간질거리고 오싹한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 주지 않은 걸까.

“하읏! 아! 아아!”

음순이 더 넓게 벌어지며 황제의 길고 굵은 손가락이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다.

그 긴 세 개의 손가락이 주는 압박감에 연우의 가슴이 뜨거운 것으로 묵직해졌다.

손가락은 질척질척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연우의 안을 들락거렸다.

“이제 적당히 하고, 넣어 볼까?”

황제가 손가락을 쑥 뽑았다.

그러고는 그 젖은 손으로 연우의 다리를 잡아 벌렸다.

흔들리는 주렴 너머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황제의 모습에 연우가 숨을 삼켰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황제의 모습이 지금은 연우의 눈에 흔들리는 형태로 들어왔다.

당연한 것이지만 황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사내의 벗은 몸을 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주렴으로 가려져 그 나신의 일부만 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연우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

그때, 연우의 젖은 음부에 미끈거리는 단단한 것이 닿았다.

황제의 남근이었다.

황제의 남근은 성난 것처럼 꿈틀거리며 연우의 눅진하게 젖은 곳을 치덕치덕 문질러 댔다.

“흐아아앙!”

제 음순을 문지르던 남근의 끝이 젖은 곳을 벌리며 밀고 들어오는 순간, 연우는 제 하체가 벌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아아!”

허리를 들어 올려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아무리 몸을 비틀어도 황제의 남근이 더 깊이 박히며 욱신거리는 통증이 연우의 하체를 뒤덮었다.

지금까지의 쾌감은 거짓이었던 것처럼 남근은 그렇게 사나운 통증과 함께 연우의 안으로 밀려들었다.

“듣기 좋은 소리군.”

황제의 목소리에는 흥이 올라 있었다.

자신은 이렇게 괴로운데 황제는 즐거운 것일까.

“아아아!”

쐐기가 파고들며 제 몸을 두 쪽으로 찢는 것만 같았다.

앞뒤로 넣었다 빼는 것을 반복하며 황제는 기어이 남근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넣은 것을 빼냈다.

몸 안 가득 찼던 것이 쓰윽 빠져나가자 터질 것처럼 가득 찼던 열이 함께 빠져나가는 것처럼 오싹했다.

“처녀군.”

남근을 뺀 황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마 조금 전에 파괴된 제 처녀의 흔적이 남근을 따라 흘러나온 것이 분명했다.

‘이, 이제 끝난 걸까?’

연우는 순진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삽입했고, 그리고 다시 남근을 뽑아서 처녀 혈을 확인했으면 끝난 걸까?

하지만 그게 자신의 착각이라는 걸 연우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하윽!”

남근을 빼낸 그 직후, 황제가 다시 그 남근을 그녀의 안으로 사납게 찔러 넣은 것이다.

“아아아아!”

이제는 소리를 질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저 멀리 날려 버린 채로 연우가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황제의 남근은 사정없이 그녀의 안에 박혔다.

그 사나운 남근이 쑤걱쑤걱 소리를 내며 안으로 박힐 때마다 연우의 몸이 풍랑 위의 가랑잎처럼 흔들렸다.

흔들리는 연우의 몸과 그녀의 가슴 위까지 내려와 있던 주렴도 흔들렸다.

“하응! 응! 아! 아아!”

연우가 뜨거운 숨을 토했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황제의 욕망이 그녀의 안으로 파고들며 안을 이리저리 찔러 댔다.

“아아아! 흐아아!”

남근을 밑동까지 뺀 황제가 그것을 다시 그녀의 깊은 안쪽으로 밀어 올렸다.

“하으응!”

두꺼운 남근이 그녀의 젖은 음부를 한껏 벌리며 제멋대로 안으로 들락거렸다.

어느새 고통이 덜해지고 대신 그 자리에 쾌감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전신을 뒤덮었던 고통이 쾌감으로 변해 가는 것을 연우도 느꼈다.

발끝에서부터 끓어올라 등줄기를 타고 정수리 끝까지 차오른 쾌감이 연우의 벌어진 입술을 통해서 신음으로 새어 나왔다.

“처녀라서 이렇게 조이나? 좁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군.”

황제는 쑤셔 박은 남근을 이리저리 돌리며 연우의 음부를 비벼 댔다.

그때마다 연우의 허리가 저절로 흔들렸다.

“아! 아아아! 아앙!”

목을 뒤로 젖힌 채로 연우가 허리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뜨거운 열이 제 안쪽을 거칠게 찌를 때마다 머릿속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하응! 아! 아아!”

몸부림치며 허리를 흔드는 연우의 몸은 마치 물 위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꿈틀거렸다.

“슬슬 내보낼까?”

그 말과 함께 황제의 움직임이 더 격렬해졌다.

“아아아!”

물결치듯 몸을 흔들며 연우가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렀다.

그때 몸 안 깊숙하게 박힌 황제의 남근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물보라가 그녀의 안으로 퍼져 나갔다.

그 저릿한 감각을 연우가 고스란히 느꼈다.

‘폐, 폐하의 귀물이…….’

황제의 귀한 씨물이 지금 제 안에 쏟아졌다.

‘바, 받아도 되는 것일까…….’

초야이니 당연히 이런 것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제 안에 황제의 씨물이 쏟아지자 연우는 와락 무서워졌다.

만약 자신의 안에 아이라도 들어서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황제의 씨다.

제 마음대로 낳을 수도 지울 수도 없다.

‘어떻게 하지…….’

벌써부터 겁이 나서 연우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초야이니,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때, 황제가 중얼거렸다.

‘뭐?’

연우가 깜짝 놀랐다.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다면 황제는 아직 더 하려는 것일까.

남근이 빠져나간 구멍에서 미지근한 것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황제의 손이 연우의 허리를 잡더니 그대로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

촤르르륵-.

주렴이 소리를 내며 흔들리면서 연우가 금침 위에 엎드린 자세가 되고 말았다.

‘어, 얼굴, 얼굴…….’

다행스럽게 주렴이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몰라 연우가 금침 위에 얼굴을 바짝 파묻었다.

들린 엉덩이가 씨물에 흥건하게 젖은 채로 움찔거렸다.

“두 번째는 잘 들어가겠지.”

황제가 연우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아 벌리며 그 갈라진 붉은 속살 안으로 남근을 다시 쑤셔 박았다.

“하아아앙!”

금침을 꽉 움키며 연우가 교성을 질렀다.

황제의 남근은 거침없이 그녀의 안을 찔렀다 빼냈다를 반복했다.

몸 안을 유린하는 뜨거운 열기에 연우가 손가락이 새하얗게 물들 정도로 금침을 세게 움켜쥐었다.

꼿꼿이 선 유두가 몸이 앞뒤로 흔들릴 때마다 금침에 쓸려 아려 왔다.

황제는 젖가슴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 쾌감이 연우의 유두를 바짝 일어서게 했다.

“하응! 아! 아아!”

뜨겁게 부푼 남근이 내벽을 긁으며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연우의 허리가 음란하게 흔들렸다.

지금 자신이 어떤 식으로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지 연우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하응! 아! 아!”

헐떡이는 숨이 뜨겁다.

그리고 제 몸을 드나드는 황제의 남근은 더 뜨겁다.

‘이, 이제는 더, 더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무릎이 후들거렸지만 황제의 손이 엉덩이를 꽉 잡아 그녀의 몸이 무너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아아!”

살과 살이 부딪치는 젖은 소리와 황제의 뜨거운 숨소리가 연우의 귀를 뒤흔들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부풀었다.

점점 더 격렬한 쾌감이 연우를 잠식해 왔다.

쾌감은 전신을 관통했다.

그건 상상도 못 한 환희였다.

“아아아아!”

뜨거운 환희가 섞인 연우의 교성이 신방을 찌르르 울렸다.

견디지 못하고 금침에 파묻었던 얼굴을 젖히며 허리를 떠는 연우의 몸 안으로 또다시 열을 머금은 물보라가 뿜어 나왔다.

제 몸 안 샅샅이 퍼져 나가는 씨물을 느끼며 연우가 까무러치듯 쓰러졌다.

금침 위로 쓰러진 그녀의 등에 주렴의 끝이 살랑거리며 스쳤다.

“하아……. 하아…….”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이 숨을 헐떡이며 쓰러진 채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연우의 허리를 황제가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점이 있더군.”

‘점?’

점이라는 말에 연우가 화들짝 놀랐다.

‘무슨 점을 말하는 거지?’

손이나 팔에는 점이 없다.

그런데 지금 황제는 무슨 점을 말하는 걸까.

“가랑이 사이에 점이 있는데, 그건 몰랐던 모양이로구나.”

‘가랑이 사이의 점이라니…….’

그런 곳에 점이 있는 줄 까맣게 몰랐었다.

가랑이 안쪽이라면 굳이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누가 그런 곳의 작은 점을 신경이나 쓴단 말인가.

“귀엽게 생긴 점이 세 개나 있어서, 또 보고 싶군.”

‘세 개의 점…….’

하지만 점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초야를 무사히 치렀고 이제 이 신방에서 들키지 않고 나가는 것뿐이다.

그때, 황제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갈 것이다.”

황제가 밖으로 향해 목소리를 내자 이내 신방의 문이 열리고 상궁들이 치맛자락을 끌고 들어오는 소리가 바짝 긴장한 연우의 귀를 울렸다.

상궁들이 황제의 몸에 야장의를 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에 발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끝났구나…….’

“마마. 이제 저희가 마마를 모시겠나이다.”

경사방 상궁의 목소리에 연우가 화들짝 놀랐다.

‘내 얼굴을 보면 어쩌지?’

그러나 뭐라고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차가운 것이 연우의 하체에 닿았다.

상궁과 궁녀들이 물에 적신 수건으로 연우의 음부와 가랑이 사이를 닦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가랑이 안쪽과 엉덩이에 들러붙은 황제의 씨물과 제 애액을 닦아 내는 동안에도 연우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마마, 엉덩이를 드시옵소서. 새 속곳을 입혀 드리겠나이다.”

그 말에 연우가 엉덩이를 들었다.

궁녀들이 조심스레 그녀의 하체에 속곳을 입혔다.

“마마, 너울을 쓰시옵소서.”

연우가 서둘러 너울을 머리에 뒤집어쓰자 주렴이 걷혔다.

“의복을 입혀 드리겠나이다.”

얇은 잠자리 날개 같은 흰 명주옷을 입힌 다음 그 위에 야장의를 입혀 준 상궁들이 연우를 양쪽에서 부축해 일으켰다.

혼자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일어나자 두 다리가 후들거려 연우는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마마, 내일까지는 목욕을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폐하의 귀물이 씻겨 내려오면 안 되니, 내일까지는 목욕을 금하여 주옵소서.”

연우가 고개만 끄덕였다.

신방 밖으로 나가자 모란궁의 정 상궁과 나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연우를 본 그녀들이 가마의 문을 열었다.

“마마, 오르시옵소서.”

정 상궁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도 그럴 듯이 제가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댔으니 정 상궁이 화가 났을 법도 했다.

‘설마 내 목이 잘리는 건 아니겠지…….’

소리를 내면 안 된다 그리 신신당부를 들었는데 그렇게 신방이 떠나가라 교성을 질렀으니 이제 자신에게 큰 벌이 내려질지 모른다고 연우가 생각했다.

금은보화가 아니라 큰 벌을 받게 되면 그때는 어찌해야 하는 걸까.

두려움에 잠긴 채로 연우가 가마에 올랐다.

* * *

“돌아갔느냐?”

욱연이 대전 태감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막 돌아갔사옵니다.”

황제가 탄 가마 밖에서 태감이 조용히 대답했다.

“잘 살펴보아라. 괜히 탈이 나지 않게.”

“그러하겠습니다.”

“졸지에 생각지 않은 초야를 치렀구나.”

“진즉에 이러셨으면 좋았을 뻔했사옵니다.”

“나는 조금 더 기다리려고 했지. 그런데 황후가 이런 깜찍한 일을 꾸밀 줄 누가 알았느냐.”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장 그 요망한 것의 목을 쳐도 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지.”

“폐하, 시간을 끄시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서두르시는 것이……”

대전 태감의 난처해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황제 욱연이 등에 받쳐 놓은 푹신한 방석에 몸을 기대며 느긋하게 웃었다.

“준비가 되어야 데려오지. 아직 준비가 덜 끝났는데 서두르면 쓰겠느냐.”

“저러다가 출궁이라도 하게 되면……. 아니, 그 전에 황후마마께서 그냥 두겠습니까?”

“그러니까 잘 지켜보라 하지 않더냐.”

태감의 한숨 소리가 가마 안까지 들어왔다.

저 늙은 대전의 태감은 욱연이 태어나는 것까지 본 황궁의 터줏대감이자 욱연에게 있어서는 혈육보다 더 가까운 사이다.

무엇이든 태감과 의논을 하기에 욱연은 이번 일도 그와 의논을 했다.

가장 믿을 만하고, 또 가장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 주기 때문이다.

“저 아이에게 내가 죄를 지었지, 크게.”

욱연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니 그 죄를 이제 갚아야지.”

죄를 지었다 말하면서도 그 입술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무척이나 흡족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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