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상성
“라이더, 나 일 그만뒀어.”
-뭣!
유진은 동고동락했던 친구에게 자신의 대소식을 전했다. 영상통화 너머로 라이더가 입을 벌리는 걸 보고 유진이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예 그만둔 거야?
“으응.”
라이더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깨끗하지 않은 화면 너머로도 유진은 친구가 만만찮은 표정을 짓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라이더는 아직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만둔단 얘기를 하려니 유진은 괜히 뻑적지근했다. 라이더는 수많은 생각을 하는 듯 짧은 정적을 지키더니 곧 밝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잘됐네!
그것이 라이더가 솔직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라이더의 격려에 유진은 안도를 느끼며 또랑한 얼굴로 그의 친구와 미주알고주알 나누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내가 네 소식도 몰랐구나.
“그럴 수 있지.”
라이더는 유진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단 걸 모를 것이다. 유진은 결국 그런 세세하고 방대한 이야기까지는 라이더에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애인 생겼어.”
-뭐어어!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기어코 꺼냈을 때 라이더는 귀가 떨어질 듯이 스피커로 소리를 질렀다. 유진은 핸드폰을 얼굴에서 떨어트리며 그가 일을 그만뒀단 얘기보다 연애사에 더 충격받았단 사실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놀랄 일이야?”
-그게 더 놀라워.
라이더는 단박에 긍정했다. 그는 시선을 흐리며 유진을 지그시 응시하더니, 돌연 유진의 정곡을 찔렀다.
-설마, 그때 그 남자?
“그때 그 남자가 누군데?”
유진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라이더에게 ‘남자’의 얘길 한 기억이 없던 것이다. 라이더는 덤덤하게 촉을 세웠다.
-스트레잇이라던 남자 있잖아.
그러자 유진은 스프링 볼펜처럼 튀어 올라선 딸꾹질을 했다. 잘 익은 자두처럼 빨개진 얼굴이 알기 쉬워서 라이더가 호방하게 말했다.
-너 이 자식. 한다면 하는 녀석이구나.
순수한 감탄을 담아 하는 말에 유진은 괜한 부끄러움으로 달아올랐다. 어쩐지 마음 한쪽 구석이 꺼칠거리기도 했다. 라이더에게까지 관계를 고하고 나니 유진은 뿌듯함으로 기분이 충만해졌다. 그와 통화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유진은 친구와의 통화를 더 오래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문밖에서의 인기척 때문에 유진의 쉬는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진 씨.”
밖에서 곤이 방문을 노크하며 유진을 불렀다. 유진은 서둘러 핸드폰을 껐다. 그가 허둥대며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는 것과 곤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타이밍이 겹쳤다.
“네!”
“…뭐 하고 계셨어요?”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유진의 자세를 곤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통화를 서둘러 종료하느라 꼬인 유진의 팔 끝으로 곤의 시선이 향했다. 유진은 핸드폰을 멀리 치워버리며 얼른 대답했다.
“그냥, 친구랑 잠깐 통화.”
“친구?”
곤이 목 끝에서 ‘흐음’ 하는 소릴 냈다. 그가 알기로 유진에게 친구는 조쉬 외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쉬와 통화하는데 저런 유별난 반응을 보일 리가 없는데. 조금 찝찝했지만 곤은 넘어가기로 했다.
“할 말 있어요?”
“할 말은요. 자려고 왔죠.”
곤이 유진의 옆으로 나란히 들어와 침대 위에 누웠다. 막 씻은 그에게서 비누 향이 스몄다. 곤은 유진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몸에 팔을 둘렀다. 물기가 덜 마른 손이 옷 안으로 들어오자 유진은 그의 뻔한 유혹에 단호하게 굴었다.
“오늘은 안 할래요.”
유진이 거절하자 곤은 멈칫했다. 해맑은 말투에서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유진이 싫다고 하니 그는 순순히 물러났다.
“…그래요.”
곤은 불을 끄고 유진의 옆에 누웠다. 유진도 그를 따라 잠을 청했다. 사랑하는 연인의 옆에서 눈을 감으며 유진은 속으로 엉뚱 발랄한 생각을 했다.
‘피곤할 텐데 나 좋자고 너무 자주 하는 것도 참아야지.’
반대로 유진의 옆에 나란히 누운 곤은 고민에 잠겼다.
‘왜 싫다는 거지?’
유진이 섹스를 거부해서 그는 조금 상처받았다. 물론, 거부하는 것까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게 벌써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섹스한 날을 꼽아 보니, 그게 벌써 2주 전이었다.
2주라니! 예전에는 한 주에 몇 번은 물론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했는데.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이전과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그러니까, 유진의 태도가 말이다.
*
“사람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거니까요.”
레이의 말에 곤이 입가를 굳혔다. 레이는 여유롭게 안경을 고쳐 잡는 척하면서 남의 근심에 기름을 부었다. 지긋지긋한 비즈니스 루틴에서 해방된 두 사람은 이제는 가끔가다 얼굴이나 보는 사이가 되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곤이 이딴 레이의 시원찮은 격언에 시달려야 했을 테니까 말이다.
“유진 씨는 어리고 또 잘생겼잖아요. 아직 인기도 많고요. 가게도 잘된다면서요? 저도 인터넷에서 봤어요.”
“안 그래도 그게 걱정이야.”
곤은 말은 안 해도 유진이 운영하는 가게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었다. 유진을 보려고 들르는 손님들이 그에게 지대한 관심과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걸 곤은 알고 있었다. 손님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웹에서 보고 있자면 곤은 아닌 척해도 속이 좁아 들어갔다.
“단골손님이랑 친해지고, 자주 만나다 보면, 뭐. 사람 마음은 갈대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이봐, 레이.”
“엇차. 열 받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요새 들어 애정전선이 호조라 레이는 분수 모르고 까불다가 곤의 귀신같은 서슬에 혼이 났다. 레이가 그런 말을 해서 곤은 더 신경이 쓰였다. 안 그래도 최근엔 줄곧 섹스리스이기까지 했다. 속은 타들어 가는데, 유진은 곤의 심정도 모르고 원대한 꿈에 박차를 가했다.
“가게를 하나 더 열고 싶다고요?”
곤은 멍하니 유진에게 물었다.
“네. 레코드 매장이요.”
유진이 해맑게 긍정했다. 그의 당당한 자세에 곤은 우선 거추장스러운 속내를 숨기고 유진의 낭만적인 계획에 대해 캐물었다.
“원래 하고 싶었던 게 음반 가게였어요?”
“그런 건 아닌데요, 음반 너무 많아서 처치 곤란이라면서요. 중고 음반도 팔고, 거기에 제 포르노 DVD 같은 것도 팔면 좋지 않을까요?”
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유진 씨의 포르노 DVD요?”
유진이 손님들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곤이 인터넷에서 집착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는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뭐, 자기가 섹스하는 포르노 DVD를 직접 팔아? 그 손님들에게?
곤은 뒷골이 당겨서 순간 체통을 잃고 주먹을 부들거렸다. 유진은 여념 않고 곤한테 주절거리다가 곤의 심기가 심상치 않아서 말을 흐렸다. 유진은 곤의 사정을 몰랐으니 속으로 왜 저러나 싶었다.
그래도 그날은 어떻게 넘어갔다. 유진이 기특하게도 곤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유진의 풀죽은 모습을 보고 곤은 또 물러터지게 넘어가줬다. 결국 찝찝함만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았다. 유진은 곤이 담백한 인간이라고 생각했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곤에게 유진과 얼마나 잠자리를 가지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날도 유진은 방 안에서 라이더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화면 안에 유진의 얼굴은 나왔지만 라이더의 카메라는 꺼져 있었다. 기대했던 친구의 얼굴이 보이질 않아 유진이 의아하게 물었다.
“넌 왜 안 나와?”
-지금 벗고 있어서 나오기 좀 그래.
친구의 벌거벗은 꼴을 보고 싶지 않았던 유진은 양해를 구하는 라이더의 말을 받아들였다. 아무리 유진이라도 나체의 남자와 통화하기에는 좀 그랬다. 지난번에 끊긴 얘기를 라이더가 이어갔다.
-근데 네 애인 어떻게 생겼어? 네가 그렇게 빠질 정도니까 궁금하다.
“음… 잘생기고, 다정하고….”
-야. 방금 네 표정, 엄청 팔불출이었어. 아서라, 안 봐도 된다.
유진은 라이더에게 남자친구 자랑질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는 무방비했다. 방 안에서 유진이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현장을 곤이 급습했다.
“유진 씨!”
유진은 깜짝 놀라서 핸드폰을 손에서 놓쳤다. 지난번과 같은 상황의 반복이었다. 곤은 그냥 안 넘어가겠단 심산으로 유진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결국 쌓였던 게 터져서 참을성을 잃었다.
“…그거 누구예요?”
“친, 구인데요.”
“근데 왜 그렇게 놀라요?”
유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핸드폰을 사수하기 위해 손을 돌렸다. 그 모습이 곤의 심기를 더 건드렸다. 어쨌든 결국 유진도 괜히 찔린 구석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걸 본 곤의 눈이 더 시퍼레졌다. 곤은 어른스럽게 유진을 얼렀다.
“유진 씨. 저랑 진지한 얘기 좀 하죠.”
“네?”
“최근에 유진 씨와 많이 소원해진 것 같단 기분이 듭니다.”
유진은 눈을 깜빡였다. 곤의 엄청난 선언에 간이 콩알만 해져서 납작한 배 안에서 쿵쿵 뛰었다.
“예?”
“고민이 있는 거예요? 아니면 바빠서 생각이 많아요?”
“무슨 말이에요.”
“마음이 변했다거나….”
그가 미처 하기 싫었던 말을 억지로 꺼내자 유진이 펄쩍 뛰며 곤을 막아섰다.
“무슨 소립니까!”
“요새 저한테 통 달라붙질 않잖아요.”
곤이 기어코 유진에게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자존심을 종잇장처럼 구겨 던진 그의 말에 유진의 입이 벙 벌어졌다. 이 멀대같이 건장한 남자가 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은 뭔가. 결국 곤은 화가 나면서도 또 언젠가처럼 구질구질해졌다.
“제가 지쳐 떨어질 만큼 할 거라면서요. 근데 왜 저랑 안 하는 거예요?”
유진은 화를 내는 건지, 아니면 울컥해하는 건지 모를 떼를 쓰는 남자한테 멍한 정신으로 변명했다.
“그야 곤 씨가 피곤할까 봐….”
“제가 피곤해서 안 한 거라고요?”
“당연하죠. 피곤한 사람 붙잡고 억지로 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유진의 새파란 반론에 정적이 흘렀다. 유진이 너무나 듬직하게 곤을 설득해서 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유진은 그를 침착하게 상대하면서도 허파에 바람 빠진 웃음이 터지려는 걸 막기가 힘들었다. 곤은 서서히 어린 애인의 깊은 사려가 이해가 됐다. 그러자 확 민망함이 몰렸다.
“그러니까… 제가 피곤할까 봐 일부러….”
“그렇다니까요.”
유진은 피식피식하며 부끄러움을 속으로 아우성치는 곤 앞에서 빙글거렸다. 시무룩해진 곤을 앞에 두고 유진은 그와 하지 못하는 사이 성욕을 억눌러야 했던 나날들을 떠올렸다. 곤 몰래 구비해놓은 성인용품들이 집 안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곤은 한숨을 한 번 쉬다가 유진의 옆에 앉았다. 유진은 새삼스런 기분으로 연애에 서투른 남자를 쳐다봤다.
‘곤 씨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러고 보니 처음엔 유진이 곤의 조심스러움에 초조해했던 것 같은데. 곤은 유진에게 열을 냈던 걸 사과하며 마지막으론 작게 투정부렸다.
“그런 건 말해달라고요. 전 서툴러서 잘 모른단 말이에요.”
애인의 상심을 이해한 유진이 어른스럽게 그를 끌어안고 달래줬다. 유진으로선 곤의 질투가 귀엽기만 했다. 반대로 유진에게 한 방 먹은 곤은 그동안 당한 값을 갚아주기 위해 단단히 유진을 옭아맸다. 며칠간 유진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던 앙심을 무기 삼아 곤은 유진의 살갗을 얄궂게 물어뜯었다. 유진이 파르르 떨며 곤의 등짝을 찰싹 쳤다.
팔다리가 얽히고설킨 두 사람은 오랜만에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 유진의 뒷목을 물며 곤은 이걸 맛보지 못했던 공연한 시간들을 억울해했다. 붕 뜬 유진에게 그가 복수하듯이 안으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하윽, 웃!”
곤이 체중을 실어 허리를 쳐올리자 배 속 가득 그의 성기를 담고 있던 유진이 초점을 흐렸다. 유진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는 타이밍에 그동안 내리누르고 있었던 자기 취향을 발산했다.
“이번엔 제가 위에서 할래요.”
곤에게 속삭이며 유진은 그를 눕히고 올라탔다. 어린 애인의 발칙한 도발에 곤은 늙은이가 된 기분이었다. 직접 성기를 구멍에 넣고 농후한 허리짓을 하는 유진을 보며 곤은 그가 하는 맛 좋은 유혹에 잔뜩 취했다.
“유진 씨. 엉덩이가 무거운 거 아니에요?”
“흐응.”
유진이 단단한 복근에 손을 내리고 엉덩이를 찧는 모습에 곤이 이죽거렸다. 유진은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흉기 같은 성기를 내벽에 파묻고 빼내기를 반복했다. 철퍽철퍽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귓가에 꽂혔다. 단단히 기둥에 돋아나 있는 핏줄이 요철을 만들어 주름진 내벽을 긁는 감각에 유진은 스스로 허리를 흔들다 말간 선액을 찍 싸버렸다. 곤은 배 위로 짜내진 정액을 손에 묻힌 뒤 유진의 동그랗게 올라붙은 엉덩이를 꽉 붙잡았다.
“하으응!”
유진이 귀여운 소릴 내며 꿰뚫린 자지 위로 푹 내려앉았다. 끝까지 장벽을 차고 오른 기둥에 유진의 초점이 풀렸다. 곤은 유진을 잡아선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그를 눕혔다. 곤이 유진의 둔부를 붙잡고 본격적으로 추삽질을 시작하려 할 때였다. 그의 눈에 침대에 떨어진 유진의 핸드폰이 보였다.
“하아….”
“…….”
곤의 눈이 핸드폰 화면에 꽂힌다. 아주 방금에 유진이 했던 통화가 아직 끊기지 않은 채였다. 통화 상대는 무얼 하고 있는지, 두 사람의 비밀스런 소음을 내버려두고 있었다. 연인의 사생활을 엿듣고 있는 상대방에게 괘씸함을 느끼며 곤은 모른 척 더 거세게 음란한 소리를 만들었다.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어.”
“하앗, 응, 핫, 아앗!”
곤은 유진의 안으로 성기를 박아 넣으며 그동안 좁아졌던 속내를 드러냈다. 일부러 전립선을 집중적으로 긁어주자 유진이 자지러졌다. 곤은 기다란 성기의 면적에 달라붙는 직장을 헤치며 유진의 귀나 가슴 같은, 예민한 성감대를 입으로 괴롭혔다.
“흣! 으으, 곤, 하아아…!”
곤은 노련하게 유진의 예민한 부위를 건드렸다. 그 역시도 자기가 이렇게 치졸한 인간일 줄은 몰랐다. 곤은 정말로, 성욕에 충실한 인간은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 연인으로부터 원한다는 신호를 받는다는 건 아주 중요했다.
주름 사이로 꼼꼼히 숨겨져 있는 융기한 전립선을 곤은 기둥의 두드러진 부위로 쉴 새 없이 두드렸다. 유진은 성감대에서 터져 나오는 쾌감이 무차별적으로 신경을 타고 오르는 바람에 잠시 정신이 나갔다. 가물가물 감긴 눈 안으로 유진은 곤의 끈덕진 추삽질에 기가 질리고 있었다.
곤은 그대로 유진의 건드려지면 위험한 동굴 안에 귀두 끄트머리를 걸쳤다. 곧이어 다가올 쾌감을 예감한 직장이 익숙하게 자지를 조물거렸다. 반대로 유진은 동그란 혀를 헐떡이며 욕구를 억눌렀다.
“잠, 잠시만, 쉬고… 흣.”
“솔직하지 못하네요, 유진 씨.”
연인의 속살은 어느 때보다 남자의 성기를 깊게 끌어들이기 위해 잔뜩 살점을 부풀리고 있었다. 곤이 슬금슬금 페니스를 뒤로 뺐다. 예민하고 좁은 벽을 부딪쳐 나가는 감각에 유진이 히끅거렸다. 곤은 유진의 떨리는 예쁜 허리를 잡으며 치사하게 속삭였다.
“저만 볼 거라고 약속해요.”
곤은 자기가 이렇게 유치한 사람일 줄 차마 몰랐다. 열락에 잠긴 애인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어떤 진심으로 그러는 줄 모르고 곤은 그저 욕망에 차올라 유진을 한 번에 꿰뚫었다.
“흐으읏, 핫, 으윽…!”
“허윽….”
좁은 결장을 꿰뚫고 곤의 성기가 유진의 안을 침범한다. 몸의 전부까지 사랑하는 이와 연결된 유진의 눈에서 만족감으로 점철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곤은 유진에게 깊게 입을 맞췄다. 자지를 조여 무는 음란한 속살을 느긋하게 뚫어 범벅을 내리며 그는 유진의 안에 씨를 터뜨렸다. 유진은 곤을 끝까지 받아들이고 온몸 구석구석 그가 간직한 설렘을 맛봤다. 아. 왜 아니겠어요. 이렇게 좋은데.
*
-보여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뭐?”
유진은 벌써 두 번씩이나 통화를 긴급하게 끊어버린 것에 라이더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번에는 유진이 곤 몰래 방 안에서 소릴 죽여 전화를 했다. 곤이 거실에서 몰래 유진의 소곤거림을 엿듣는 줄도 모르고.
-네 남자친구. 잘생겼더라.
그보다도 라이더는 먼 산을 바라보는 말투로 유진에게 고했다. 유진은 곤을 본 적도 없는 라이더가 그를 아는 듯이 말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화면 너머로 유진을 보며 라이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뭐, 안 보여줘도 알 것 같다 이 말이지. 게다가 밤일도 잘하겠고, 너 좋아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양이고….
두 사람의 연애질을 족집게처럼 알고 있는 라이더를 보며 유진은 감탄을 했다. 유진은 볼이 발그레해지면서 헤실헤실 웃었다. 그런 친구의 바보 같은 얼굴을 보고 라이더는 너그럽게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다행이야.
“그래?”
-네가 괜찮은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라이더의 속도 모르고 유진은 뿌듯하게 ‘응’ 하고 대답했다. 빛깔 좋게 살이 오른 유진을 보며 라이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두 사람의 섹스 라이브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소름 돋아했다는 것을 유진은 영영토록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