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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 (12/16)
  • 결실

    레이는 아침부터 곤의 집을 방문했다. 화분 밑에 숨겨져 있는 익숙한 열쇠를 찾아 문고리를 돌린 레이는 휑하니 열리는 출입문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거, 이거. 이렇게 보안이 허술해서야.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안으로 들어간 레이가 조용한 집 안을 거침없이 누볐다. 그는 곤의 방에서 찾아갈 게 있었고 그들만의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평소대로 남의 집을 탐색했을 뿐이다.

    레이는 곧 침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인영을 보고 분노했다. 혼자 사는 사람 집에 있을 만한 사람은 당연히 집주인이겠고 레이는 곤이 태평하게 누워 자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아니, 난 이렇게 아침부터 빨빨거리는데!

    “곤 씨…!”

    하며 이름을 부르던 레이는 성큼 침대로 다가갔다가 혀를 깨물었다. 그의 침대 위에 골골 자고 있던 게 다름 아닌 유진이었기 때문이다. 레이는 아주 잠깐 자신이 준의 집으로 잘못 찾아왔나 하고 생각하다가, 이곳이 분명 곤의 집이라는 걸 상기했다. 그런데 왜 그의 침실에 집주인도 아닌 준 씨가 있는 걸까.

    레이는 섬뜩한 기분으로 뒷걸음질을 친 뒤 빠르게 방을 나왔다. 못 볼 걸 보고 말았다. 진작 곤이 식탁 위에 올려다 놓은 서류를 낚아챈 레이는 손에 땀을 쥐며 후다닥 자리를 벗어났다.

    레이의 상상과 다르게 유진은 그저 애인의 집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을 뿐이었다. 포르노 배우 일을 정리한 그는 회사 집에서 나와 잠시 곤의 자택에 얹혀살기로 했다. 짧은 시간 매니아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포르노 배우 첸 준은 그렇게 사라졌다. 팬들은 한탄했으나 아쉬움만 삼켰고, 준 군을 은퇴하게 만든 장본인들을 향한 분노를 터뜨렸다. 일단 유진은 이 나라에 머무르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생각이었다. 곤은 빨리 일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다만 유진은 더 이상 스스로 할 필요 없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뿐이다. 더 이상은.

    곤은 텐위 프로덕션에서 무사히 레코드사로 이적했다.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유명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마쳤다. 다행스러운 사실이었다.

    곤은 지긋지긋한 촬영장을 완전히 떠날 수 있게 되었고, 텐위 프로덕션은 레이의 운영 아래 돌아가고 있었다. 제프가 구속된 뒤 레이가 전권을 위임받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지만 곧 그가 차기 사장이 될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유진에게 레이는 희소식을 전해주었다.

    “아참. 그 녀석들 전부 형벌 확정 난 거 얘기 들으셨죠? 철창 안에서 오래오래 썩어있을 테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 말자구요!”

    레이는 유진과 함께 일을 그만두게 된 류를 자기 집에 가둬놓고 잘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곤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같다. 그보다 문제인 건 유진과 곤, 두 사람이었다. 불같은 길을 건너 결국 사귀는 사이가 된 두 사람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혼이 빠졌다. 레이는 이미 눈치를 까고 있었고, 조쉬는 곤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어서 유진 앞에서 험담을 좀 하다가 유진이 시무룩해해서 그만뒀다.

    제대로 사귀자는 고백을 받고 나서 유진은 매일같이 곤과 함께 병원을 오고 갔다. 아주 첫날, 차에서 내리는 유진에게 데리러 올 테니 연락하라는 곤을 보고 유진은 소심하게 물었다.

    ‘그래도 돼요?’

    ‘애인 사이니까 당연하잖아요.’

    곤이 무심하게 흘린 말에 유진은 적잖이 감동을 먹었다. 진짜로 이 사람이랑 사귀는구나. 이 얘길 하면 조쉬는 뭐 그런 걸로 감동하느냐고 쯧쯧거렸지만 유진은 새삼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의 입으로 직접 둘의 관계를 확인받은 것과 상관없이 곤의 태도에는 여전히 묘한 구석이 남아있었다. 그는 유진에게 한없이 다정한 남자였지만 그 이상 선을 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결단코 손을 뻗지 않고 고작해야 유진과 포옹하는 것이 전부였으니. 일체 스킨십을 할 기미가 안 보였다.

    원래도 곤이 성욕이 없는 타입이란 걸 유진은 레이에게 듣긴 했지만…. 전직 포르노 배우와 그 촬영 감독의 관계라는 게 담백하다 못해 삭막했으니 이쯤 되면 유진도 외면하고 싶은 의구심이 샘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래 이성애자였던 그가 같은 남자인 유진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고민을 유진은 하고 있었다. 유진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어도 별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차마 곤에게 물어보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연애에 있어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남자에게는 풀기 어려운 연애였다.

    그러다 길바닥에서 우연하게 두 사람이 유진의 예전 원나잇 상대를 만나는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때 곤은 잠시 어딜 가고 없었고 유진 혼자 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히 유진을 알아본 일전의 상대가 끈질기게 아는 척을 해왔지만 유진은 일회성으로 만난 남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질 않았다. 옥신각신하며 두 사람이 대치를 하던 도중에 곤이 돌아왔다. 남자는 모양새 빠지게 유진에게 집적거리고 있다가 나타난 곤을 보고 바로 기가 죽어서 도망갔다. 손쓸 새도 없이 꽁무니를 내빼는 남자를 보고 곤은 황망한 얼굴을 했다. 유진은 아무렇지 않아 했지만 난데없이 애인의 과거를 엿들어 버리고 만 남자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유진은 평소대로 곤의 침대에서 자고 있다가 문을 여는 기척에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밖에서 돌아온 곤이 문가에 멀거니 서 있었다. 유진은 그를 반겨주려다 웬일로 술 냄새를 맡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술 마셨어요?”

    “유진 씨.”

    곤은 유진의 말에 대답 않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별안간에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왔다.

    ‘뭐야?’

    유진의 옆에 파고든 곤이 기운 없이 한숨을 쉬었다. 유진은 잠이 깨서 곤이 하는 짓을 지켜봤다. 시선을 올려 멀뚱히 쳐다보는 곤을 고분고분 마주 바라봐주며 유진은 한쪽으로 머리를 굴렸다.

    ‘무슨 일 있나.’

    오늘따라 곤이 이상했다. 애초에 그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 도 본 적 없다. 갑자기 곤은 유진을 잡고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유진을 가깝게 끌어안은 그가 도로 눈을 감았다. 그때까지 유진은 곤이 단순히 술주정을 부리는 줄 알았다. 곤과 얽혀있는 다리를 풀려던 유진은 심상찮은 양감을 느끼고 그대로 몸이 굳었다.

    ‘…섰는데.’

    완연히 부푼 성기가 천 너머로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그건 곤의 것이었고, 당황한 유진은 자세를 물리려다가 실수로 발기한 걸 툭 건드리고 말았다. 단숨에 안겨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곤 씨?”

    유진이 조심스럽게 곤을 불렀다. 곤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유진이 숨을 죽이려는 찰나 허리에 감겨있던 손이 등으로 올라왔다. 유진은 숨을 멈췄다.

    곤은 그대로 눈을 감고 유진을 천천히 매만졌다. 손끝의 두드림으로 근육의 결을 따라 유진을 만지던 그가 단숨에 잠옷 안에 손을 밀어 넣었다. 유진의 입술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거칠거칠한 손끝이 유진의 예민한 피부 구석구석을 쓸면서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곤.”

    막 눈을 뜬 곤이 유진을 똑바로 응시했다. 동공이 풀린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단 숨으로 유진의 입술을 삼켰다. 메마른 입술은 유진의 혀를 옭아맸다. 곤과 하는 첫 키스였고, 유진은 긴장해서 발끝이 빠듯하게 섰다. 유진에게 부드럽게 입을 맞춘 그가 유진의 가슴 아래를 손으로 짚었다. 뜨거운 손이 살갗을 만지자 유진은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잠옷 아래서 바로 성기가 기립했다. 곤이 기분 좋게 잠옷을 들춰 유진의 피부를 뭉근하게 쓸었다.

    유진은 들뜬 눈으로 곤을 바라봤다. 불붙은 열기가 하반신에 몰렸다. 그러나 곤은 유진을 실컷 어루만져놓고는 도로 얌전히 손을 내렸다. 총기 어린 얼굴로 돌아온 그가 유진을 재우는 양 등을 토닥였다. 유진은 맥이 빠졌다.

    이게 문제였다. 분명 마음이 없어 보이는 건 아닌데 왜 본격적으로 굴질 않느냐고.

    “왜 안 해요?”

    결국 유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곤은 가물가물하게 감았던 눈을 떠 유진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봤다.

    “…뭘 안 해요.”

    “섹스요.”

    “섹스요?”

    곤은 별안간 눈에 힘을 주더니 유진의 말이 얼토당토않은 것처럼 반응했다. 전직 포르노 감독이 섹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건 또 뭔가. 미간을 좁힌 곤이 항변한다.

    “유진 씨는 안정을 취해야죠. 전 그렇게 쓰레기가 아니거든요.”

    취한 와중에도 진지한 얼굴로 변론하는 곤을 보며 유진은 생각했다. 아아, 그래서 그러시겠다. 하지만 그건 핑계일지도 몰랐다. 변명 같은 말을 둘러대고 스스로 유예기간을 가지는 남자는 많았다.

    “억지로 제 요구에 맞추실 필요 없어요.”

    유진이 자폭하자 곤이 얼이 빠져서 맹하니 그를 바라봤다. 요 근래 인내심을 쌓은 그는 곰곰이 생각해 겨우 유진에게 물었다.

    “제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그야 감독님은 게이가 아니었잖아요.”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곤은 어이가 없어서 허무하게 웃음기를 지웠다. 아무렴 그는 하드코어 게이 포르노를 눈 깜짝 않고 찍던 사람이었다.

    “감독님은 모르십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그래도 유진은 꿋꿋하게 썩어 빠진 자존감을 꾹꾹 쥐어짰다. 유진이 말을 하면 할수록 곤은 점점 더 울화통이 터졌다. 술기운에 자려던 기분은 말끔히 사라졌다.

    “모르긴 왜 몰라요?”

    자기가 지금까지 곤과 무슨 일을 해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 물론 과거의 장면은 곤에게 떠올려선 안 될 금기 항목이었지만.

    “저 진짜 게이예요.”

    “알아요.”

    “그냥 게이가 아니라 그… 섹스를 한단 말입니다.”

    곤은 당최 유진이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몰라서 답답했다. 곤은 눈썹을 치켜올려 유진을 쳐다봤다. 어디까지 하나 지켜볼 셈으로.

    “제가 못 할 것 같아요? 유진 씨는 대체 제가 어떻게 게이 포르노를 찍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고요.”

    “대체 뭐가요!”

    “그, 횟수?”

    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유진은 곤의 품 안에서 우울하게 조잘거렸다.

    “감독님이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고요.”

    곤은 어이가 없다 못해 눈이 일자로 가느다래졌다.

    “…그러니까 유진 씨가 너무 밝혀서 제가 질릴 거다, 이 말이에요?”

    정곡을 찔린 유진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유진은 성욕이 강했고 곤은 아무래도 남자와 이런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러니 유진은 지레 찔려서 한발 물러서려고 했던 것이다. 폭풍전야처럼 표정을 지운 곤은 낯부끄럽게 달라붙어 있던 상체를 떼어내 몸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유진 씨가 저한테 그렇게 달라붙을 거라는 거죠.”

    곤은 혼자 음산하게 중얼거리며 유진을 내려다봤다. 갑자기 그가 움직이자 유진은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순식간에 시야가 위로 향했다. 유진의 어깨를 내리눌러 그를 시선 아래로 가둔 곤은 무슨 생각인지 빈정거렸다.

    “유진 씨는 아직 절 잘 모르시나 봅니다.”

    술에 취해 평소보다 웃음기가 많아진 그가 입술을 비식거리며 유진을 쳐다봤다. 그리고 스스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얼어버린 유진을 양다리 아래에 가둔 남자가 단단한 허벅지로 그의 허리를 조였다. 민감한 피부에 실감나게 닿는 근육에 유진은 소름이 쭈삣 돋았다. 아무래도 곤의 심기를 거슬러도 단단히 거슬린 듯한데. 유진에게 잔뜩 심통이 난 곤은 야수 같은 기세를 세워 유진의 허리를 잡아 예민한 부위를 내리눌렀다.

    “그럼 그 말 책임지세요. 아시겠습니까?”

    사신처럼 단어를 읊조린 그가 빠른 손놀림으로 유진의 바지를 벗겼다. 유진은 뭍에 내몰린 물고기처럼 퍼득거렸다. 곤은 움찔거리는 유진의 상체를 팔로 단단히 고정하고 반대쪽 손으로 그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뼈가 불거진 손이 몇 겹 안에 감춰져 있던 성기를 대번에 찾아 쥐었다. 유진의 눈이 초롱불 터지듯 깜빡였다. 이미 적당히 크기를 키우고 있던 성기는 곤이 꺼내자마자 남자의 손 안으로 통 튀어 올랐다. 손 안에서 물렁물렁하게 쥐어지는 살굿빛 성기를 구경하며 곤은 눈을 내리깔고 실실 헛소리를 뱉었다.

    “귀엽게 생겼네.”

    이 사람 취해도 단단히 취했다. 그제야 유진은 그가 술을 기피하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얼굴이 새하얘진 유진은 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급소를 조물딱거리는 것에 할딱거렸다.

    “으아!”

    “진심으로 좀 해 봐요. 매달려서 안 보내줄 거라면서요.”

    곤이 포식자처럼 고갤 숙여서 유진의 귀에 대고 키득거렸다.

    “절 가둬두고 말이에요.”

    음산한 저음을 귓가에 흘린 그가 유진의 성기를 갖고 놀다가 애널에 손가락 한 마디를 폭 찔러 넣었다. 포르노 감독이었던 그가 남자의 구멍을 찾는 건 쉬웠다. 무방비했던 애널이 짧게 찔러 들어온 침입물에 껄적하게 벌어졌다. 갈고리처럼 굽은 손가락이 주름을 장난스럽게 벌리자 유진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허리를 세운 곤은 단단한 무릎으로 유진의 사타구니를 툭툭 벌려, 거미줄 같은 손가락으로 그의 하반신을 괴롭혔다. 한 손 가득 고환과 성기 뿌리를 꽉 죄고도 나머지 손가락들이 유진의 항문 입구를 벌렸다. 위기에 처한 유진이 막을 새도 없이 곤은 압박하고 있던 팔뚝으로 유진의 가슴에 손을 댔다.

    “항상 생각했던 건데, 유진 씨 가슴 진짜 크네요.”

    유진의 손보다 두 배는 됨직한 커다란 손이 유진의 가슴을 덥석 쥐었다. 곤은 솟아난 가슴 둔덕을 만지작거리며 유진이 앓는 소리를 내는 걸 즐겼다. 그에게서 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희롱에 유진은 식겁해서 외쳤다.

    “고, 곤 씨. 취하셨어요?”

    “왜요. 취한 것 같습니까.”

    낄낄거리던 그가 갑자기 무뚝뚝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곤이 싸늘하게 표정을 굳히자 유진은 히끅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닌가….”

    “아닌데요.”

    방금 전까지 웃던 사람이 뻔뻔하게 정색을 한다. 그러면서 유진의 가슴을 농락하는 손길은 멈추질 않았다. 압박적인 자극에 몽글몽글하게 발기한 유진의 유두를 곤이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심지에서 홧홧하게 오르는 통증에 유진이 수치스럽게 볼을 붉혔다. 곤은 장난기 없는 얼굴로 흥분에 잠식되어 가는 유진을 관찰했다.

    “아, 안 돼.”

    유진의 옅은 색 젖꼭지를 조이다가 그것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곤은 유진이 부끄러워할 만한 모든 행위들을 행동으로 옮겼다. 놀고먹느라 또 살이 붙은 탐스러운 가슴의 크기를 곤이 손으로 가늠했다.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흐으응.”

    유진의 코에서 비음이 흘러나왔다. 곤은 정확하게 기분 좋은 압력으로 남자의 가슴을 자극했다. 유진은 당해낼 수 없는 감각이었다. 인질처럼 쥐고 있던 유진의 소담한 자지를 슬슬 흔들어주며 곤은 그의 성기 뿌리에 손이 닿을 정도로 빠르게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이것도 신기했거든요. 털도 하나 없는 게.”

    이제 그는 유진은 놔두고 완전히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곤은 링 모양으로 만든 손가락으로 유진의 터럭 없는 매끈한 속살을 퉁, 퉁 쳐댔다. 자지를 과격하게 위아래로 흔드는 손이 유진의 사타구니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 잠, 그만…!”

    부러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으로 자지 기둥의 약한 점을 노려 세게 긁는 곤의 손짓에 유진이 파들거렸다.

    카메라를 들며 단련된 손은 유진의 자지를 쥐고 마찰하며 폭력적인 자극을 주고 있었다. 부피를 키운 살기둥이 말랑하게 찌그러지며 자줏빛으로 달아올랐다. 마찰하며 흔드는 속도가 과하게 빨랐다. 얼마 흔들지 않은 걸로 싸버릴 것만 같았다. 유진은 곤을 멈추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곤이 유진의 가슴을 물었다. 동시에 유진의 페니스에서 부끄러운 정액이 튀어 올랐다. 망연히 손을 뻗은 채로 유진은 허리를 휘며 사정했다.

    “흐윽, 흣…!”

    통증과 같은 쾌감에 유진의 근육이 비칠비칠 튀었다. 곤은 입으로 머금은 유진의 가슴을 한껏 빨아들이고 부드러운 젖무덤을 이빨로 씹었다. 유진이 딸꾹질하듯 새된 교성을 터뜨렸다. 다른 손으로 반대쪽 가슴의 젖꼭지를 잡아챈 곤이 불긋한 열매 씨앗 같은 돌기의 파인 홈을 손톱 끝으로 찍었다. 유진의 허리가 튀어 오름과 동시에 곤이 그의 애널 안으로 손가락을 푹, 찍어 올렸다.

    점멸하는 검은 빛이 유진의 눈앞으로 반짝 터졌다. 쑤셔 넣은 긴 중지를 빙글빙글 돌려 곤은 유진의 내벽의 모양을 살폈다. 유두를 혀로 한 번 핥아 내린 뒤 가슴에서 얼굴을 뗀 그가 유진을 보고 설핏 웃었다.

    “입구는 꽉 조이는데, 안은 흐물흐물하네요.”

    “하앗, 하아, 흐….”

    “기대하고 있어서 그런가?”

    허리힘으로 상체를 일으킨 뒤에 곤은 유진의 다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다 올렸다. 저절로 벌어진 유진의 사타구니의 꼴은 너절하기 그지없었다. 붉게 달궈진 비부가 하얀 정액으로 더럽혀져 있는 색채의 대비가 야했고, 살결은 땀이 나서 반질거렸다. 항문에서 곤이 손가락을 꺼내자 유진의 구멍이 금세 뻐끔거리며 달라붙어왔다. 뚜렷이 열린 애널을 보고 곤의 눈초리가 음험하게 빛났다.

    “조르는 거 줄 테니까 잘 물고 있어요.”

    “흐억, 학…!”

    갑자기 폭주상태로 저열한 말을 지껄이는 곤에 기겁하며 유진은 감당 못 할 수치로 얼굴을 가렸다.

    “이 정도로 부끄러워하면 어떡합니까.”

    그가 손가락을 하나 더 펴 구멍 속으로 꽂아 넣었다. 유진의 입에서 공기 섞인 한숨이 터졌다. 부드럽게 풀린 내벽을 굽어 파내자 물기가 추적하게 오른 음탕한 소리가 들렸다. 유진을 보며 음란하다고 농담 어린 질타를 한 곤이 손가락을 뽑아내고 그 항문을 넓게 잡아당겼다. 돌 같은 허벅지에 올라간 다리를 유진이 버둥거렸다. 곤은 수치도 모르고 발씬거리는 구멍을 보며 먹잇감을 눈앞에 둔 악당 같은 미소를 지었다.

    곧 그가 자신의 페니스를 꺼냈다. 능숙하게 한 손으로 지퍼를 연 그는 굵직한 페니스를 쥐고 유진의 허벅지에 뜨거운 살을 맞댔다. 곤이 하고 있는 짓을 엿보던 유진은 회음부에 닿는 거대한 열기에 입술을 버석거렸다.

    “아….”

    유진의 눈이 기대감으로 어룽거렸다. 맥동하는 성기는 그 주인과 어울리지 않게 흉악했다. 발기한 기둥을 유진의 항문 위로 가져간 곤이 허리를 유연하게 움직이며 벌름거리는 주름을 문질렀다. 뜨거운 기둥이 무른 살갗에 닿는 소리가 추적추적 퍼졌다. 오밀조밀하게 뻐끔대는 주름에 귀두 끝을 찔러가던 곤이 곧 페니스를 구멍에 대고 수평으로 조준했다. 유진이 고대하던 곤의 자지가 곧 속살에 맞물려 들어갈 거였다. 그러나 곤은 더 전진하지 않았다.

    “유진 씨.”

    격한 운동을 치르기 직전의 난폭한 울림을 담은 목소리가 유진을 불렀다. 유진은 안달이 난 얼굴을 들어 곤과 시선을 마주했다.

    “괜찮겠어요?”

    그는 성기의 선단을 구멍 입구에 가지런히 놓은 채 뜸을 들인다. 남자의 끈질긴 인내심에 유진은 눈물이 다 났다. 박동하는 온도가 여린 부위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목 아래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사려 깊은 배려였는지 아니면 유진을 괴롭히기 위함이었는지는 알 수 없는 채 유진은 엉덩이를 흔들었다. 고조된 뇌는 남자의 자지를 직장에 채우라고 안달이었다. 농익은 몸을 그대로 바르작거리며 유진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최후로 재촉했다.

    “빨리….”

    시큰시큰한 하복부에 손을 올리고 유진은 자기 스스로 구멍을 벌렸다. 음부를 열어 보이며 안달하는 모양새였다. 유진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허리를 흔들며 곤을 재촉했다. 입구에 맞닿아 있는 귀두를 살갑게 곰실거리며 유진의 구멍이 쾌락을 선사할 자지에 조아렸다. 곤은 유진의 판판한 허리를 단단히 쥐고 거대한 육봉을 그 틈새로 밀어 넣었다.

    “하아아……!”

    “그런 건 어디서 배워선….”

    원하는 남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온몸으로 신호를 내뿜는 유진을 보며 곤이 송곳니를 세워 주절거렸다. 빠듯한 속살을 밀어 곤은 유진의 몸 안에 길을 냈다. 가열찬 삽입에 유진의 허리선이 요동쳤다. 교합에 익숙하고 야하고 음란한 몸이었다. 몸에 새긴 버릇은 어쩔 수 없다. 곤은 져버린 기분이 들고 말았다.

    “젠장.”

    곤은 분한 마음으로 단숨에 유진의 안에 깊이 밀어 넣었다. 단숨에 쾌락점들을 전부 섬멸할 듯한 열기가 내벽을 달궜다. 유진이 탁한 교성을 내질렀다. 삐걱이는 몸을 붙잡아두고 곤은 제대로 유진의 다리를 결박해 구멍에 성기를 퍽퍽 처박았다.

    “하악, 으윽, 하읏…!”

    “하아, 큭.”

    쏟아지는 신음 속에서 으르렁거리던 곤이 그를 전부 삼킬 듯이 격렬하게 들이박았다. 움찔거리는 애널이 남자의 자지를 착실히 빨아들였다. 유진의 길 잃은 손을 잡아채 곤은 그의 양손에 깍지를 꼈다.

    “나 봐요.”

    “하악, 하으응, 아앗….”

    곤이 장대한 페니스를 유진의 안으로 한꺼번에 길게 삽입했다. 깨물었던 입술을 놓고 숨을 들이켜는 유진에게 곤이 입을 맞췄다. 입술을 깨물고, 고른 치아를 훑으며 다정한 키스를 하는 와중에 허리 아래로는 격렬한 피스톤질이 이어졌다. 기다리던 성기를 깔끔하게 밀어 넣은 곤이 단 한 번에 유진의 내벽을 점령했다. 구불구불한 내벽은 남자의 페니스대로 모양을 맞췄다. 자지가 전립선을 밀어 마찰시키다가, 속도를 줄여 그 끝에 숨겨진 동굴까지 조심조심 헤쳐내는 동안 곤의 허리짓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앞으로 다른 침범 따위는 없을 거라는 경고처럼 남자의 페니스는 유진의 내벽 곳곳에 자신의 체향을 섞었다. 천천히 얕게 속도를 늦추던 그가 유진의 가장 깊숙한 결장에 귀두를 안치시키고 움직임을 멈췄다.

    “원해요?”

    유진은 한숨을 돌리며 곤을 바라본다. 이미 깊이 교합시켜 놓고 더 움직여주지 않는 남자가 야속하다. 진중한 얼굴인 주제에 곤은 유진의 안에 성기를 파묻어 놓은 채 내벽의 감촉을 느꼈다. 저 얼굴이 진심인지, 뻔뻔하게 구는 척하는 것인지 유진은 알 수 없었다.

    배꼽 아래의 여린 결점에서 파고든 성기가 박동을 쳤다. 목 끝까지 퍼지는 열기가 저릿저릿했다. 유진은 자신을 먹어 삼키고 있는 사람이 곤이란 걸 안다. 지끈거리는 통증에 조각난 몸이 이어진 부위로 흘러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사랑해요.”

    유진이 뿌연 눈으로 헐떡거리며 말했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곤은 숨을 멈췄다.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곤은 유진을 내려다보았다. 유진이 곤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허리를 움직이며 애를 쓴다. 졸라대는 연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곤이 눈을 휘었다.

    “사랑해요, 유진 씨.”

    유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곤은 속삭이며 웃는다. 동시에 그의 페니스가 유진의 결장까지 채워 찔러 들어왔다. 쿵쿵거리며 장벽을 거세게 압박하는 허리짓이 유진에게 폭력적인 충격을 새겼다. 희락에 넘치는 쾌감이 유진의 전신으로 퍼진다. 유진은 목과 귀가 벌게진 채 아낌없이 교성을 터뜨렸다.

    곤 역시 솟구치는 열락에 이를 악물며 유진을 파헤쳤다. 은밀한 내벽이 연동운동을 하며 자지에 달라붙었다. 덜덜 떨리는 유진의 몸을 잡고 곤은 폭발 직전의 성기를 그의 깊은 안에 내렸다. 유진은 쥐어진 곤의 손을 꽉 잡았다. 곧 그가 사정하고, 터질 듯한 열기가 유진의 직장을 역류해 쏟아져 들어왔다.

    “하아, 하아….”

    곤의 사정액을 내받은 유진이 얌전히 눈을 감았다. 배 안이 그의 흔적으로 가득 찬다. 위도 아래도, 잔뜩 엉망진창이 돼서 유진은 그대로 늘어졌다. 곤은 삽입했던 성기를 유진의 구멍에서 꺼냈다. 괴롭힘당하던 구멍이 요동치는 내벽을 훤히 내보인 채 닫히질 못하고 있었다. 크고 둥근 엉덩이 사이로 곤의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끔뻑끔뻑하는 내벽을 손가락으로 슬슬 어루만져주며 곤은 돌연 유진을 뒤집었다. 갑자기 자세가 변하자 유진은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설마 벌써 지치신 건 아니겠죠.”

    고개를 처박고 있던 유진이 곤이 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그러나 곤은 팔을 휘둘러 유진의 허리를 치켜세우고, 그 뒤로 아직 형형한 남근을 드리웠다. 두 사람은 완전히 나체인 상태로 원초적인 자세가 되었다. 벌떡거리는 성기의 박동을 느껴 유진은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자, 잠깐.”

    “저한테 약속하셨잖아요.”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해주겠다고. 씨익 입술을 올린 곤은 아직 혈기왕성한 자지를 다시 유진의 안으로 삽입했다.

    “하악!”

    침대를 짚고 있던 유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떨리는 몸체를 능숙하게 잡고 곤은 실컷 유진의 구멍을 열어 내벽 안에 성기를 들이박았다.

    “아악! 흐읏, 하아아, 우, 우윽….”

    “큿, 좀 더 버텨보세요.”

    유진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쾅쾅 들이박는 페니스가 아까완 다른 각도로 유진의 성감대를 찔러 누볐다. 입구는 고집스레 남근을 물고, 내벽은 흐물흐물하게 굵은 기둥을 압박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이 곤죽이 된 유진은 곤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이 사람 진짜 금욕적인 거 맞아? 성욕이 별로 없다고? 그건 진짜, 희대의 거짓말이다. 결장을 내리찍는 피스톤질에 물줄기 같은 정액을 또다시 쏟아내며 유진은 기절하다시피 눈을 감았다.

    *

    유진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의 곤은 이미 깨어있었다. 사방이 훤한 걸 보니 대낮이었다. 이불 안에서 몸을 뒤척이는 유진을 곤이 제지했다. 그가 황급히 막은 이유를 유진은 몸을 움직이고 깨달았다. 시큰시큰한 몸살과 허리 통증이 뿌듯하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고 빤 자국들에서는 열기 어린 따끔함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경험 많은 유진 역시 이런 집착적인 애무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웬만해선 잠자리로 지쳐 쓰러지지 않는 그가 이렇듯 침대 위에서 흐물거리고 있으니, 기억나지 않는 시간 동안 곤이 얼마나 유진을 혹사시켰는지 알만했다. 다정하다는 말은 영영 취소다.

    “…어제 기억나긴 해요?”

    “기억나요.”

    유진이 원망을 담아 옆에 누운 사람을 보고 물었다. 곤은 또랑또랑한 눈으로 유진에게 대답했다. 그는 생각보다 말끔해 보였다.

    “미안해요.”

    “…알긴 아나 봅니다.”

    끙끙 앓는 유진을 보며 곤이 사과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왜 자꾸 웃어요.”

    유진이 앙칼지게 묻자 곤은 웃음기를 지우지 못한 채로 유진에게 질문했다.

    “근데 진짜로 내가 못할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빙글거리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유진은 괜히 열이 받았다.

    ‘왠지 얄미워.’

    “자꾸 피했잖습니까.”

    “누가요? 제가요?”

    “애인끼린데 뽀뽀 같은 것도 안 하고….”

    유진은 그동안 묵혀두고 있던 걸 궁시렁거렸다. 그러다 자기가 뱉은 실수를 깨달았다.

    “아니, 잠깐….”

    “뽀뽀 받고 싶었어요?”

    곤이 유진을 놀리며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춰주었다. 유진을 끌어안고 입술부터 시작해 이곳저곳을 쪽쪽대는 스킨십에 유진은 유치한 짓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한참 뽀뽀하다가 마주 보고 실없이 웃는 곤을 보며 유진은 그가 아직 술에서 덜 깬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제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니까 용서해줘요.”

    그러곤 곤은 유진에게 솔직하게 사과했다. 유진은 화해의 제스처로 곤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이제는 그의 옆에 누워서 그의 생각을 들어줄 차례였다.

    “유진 씨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봤잖아요.”

    그가 처음 꺼낸 말은 유진에게 아주 의외였다. 유진은 갑자기 자신의 지난 나날들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그의 말을 정정해줄까 하다가 유진은 그냥 관뒀다.

    “유진 씨한테 제가 부족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전 이런 관계를 가져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걸 듣고 유진은 긴장이 풀렸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겠는걸. 소탈하게 웃은 유진이 곤의 옆에 바짝 몸을 기댔다. 유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곤이 그를 낚아챘다. 유진은 이런 의외의 모습들을 볼 수 있으니 가끔 애인이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허리가 좀 고생하긴 해도. 거의 풀린 눈을 코앞에서 보면서 유진은 계속 비실비실 웃음이 나왔다.

    유진은 곤이 자신을 정말로 좋아하는 게 아닐까 봐 고민했었다. 반대로 곤은 유진이 그에게 만족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니. 그도 혼자서 영 생뚱맞은 고민을 했다고 생각하자 유진은 그냥 웃겼다. 정말 바보 같은 콤비가 아닐 수 없다.

    곤이 술에 취해 했을 생각들을 가늠하면서 유진은 덜 깨었던 잠에 다시 빠져들었다. 주말의 훤한 대낮이라 아직 맨몸으로 옆에 누워있는 애인과 뒹굴 시간은 많았다. 무슨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나중에 그를 꾸짖을 생각을 하며 유진은 곤의 손을 잡고 여느 때처럼 따끈따끈한 체온을 몸에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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