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16)

06.

텐위에는 나이 먹은 배우들이 몇 소속돼 있었는데, 토비도 그중 하나였다. 토비는 이미 반 은퇴한 상태였다. 다른 배우들과는 달랐다. 그는 회사의 명예 운영진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그는 리밍의 달인이다. 발기의 달인이었고, 혀놀림이 끝내줬으며 남자들을 희롱하는 재미로 반백 인생을 살아왔다. GV 업계에서는 그를 게이 포르노의 대부로 추대하기도 했다. 그야 비역질을 워낙에 잘한다는 이유에서다. 텐위의 탑 역할 배우 중에서는 유일무이하게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남자로서 자주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기술을 익히셨습니까?’ 하는 질문들을 받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그런 테크닉은 젊을 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바보 놈아!’

하고 호통을 치며 늙은이답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쇼를 보이곤 했다. 제프와도 막역한 관계인 토비는 둘만의 술자리에서 터프한 말을 하는 걸 즐겼다. 주로 어린 남자들을 추행하는 이야기였다. 둘 중에는 토비 쪽이 더 나이가 많았다.

“류와는 아직 관계 중인가?”

“그럼. 발랑 까져서 쉴 틈이 없어.”

“하하하하. 그 녀석 구멍이 너덜너덜하겠는걸!”

도시의 변두리 가게에는 아무 손님도 없다. 두 사람을 위한 공간이나 다름없는 낡은 술집에서 토비는 제프와 둘 만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었다. 제프는 얼마 전에 류를 엎드려놓고 유진과 번갈아 따먹던 경험을 상기한다.

“첸 준이라고 알고 있어?”

“당연하지, 요즘 인기잖아. 설마 내가 모를 거라고 물어본 거야? 데뷔작까지 챙겨봤지. 차기작은 찍었나?”

“아아. 학교 집단플레이 컨셉으로.”

“뭐야, 그거? 순 소프트한 거만 찾는구만.”

토비가 입안에 술을 털어 넣으며 낄낄거렸다. 중독성이 있는 포르노는 어지간한 걸로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다들 더 센 걸 들고 오려는 판국에 그런 건 뭐, 그냥 바이블이다.

“그래도 곤 그 자식이랑 타협해서 오줌 넣었으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제프는 그게 썩 불만이었던 모양인지 얼굴을 실컷 구기고 있다. 중얼중얼 뇌까리는 불평에 토비가 웃음을 터뜨렸다. 산만한 덩치를 지닌 그의 유별난 웃음소리가 가게 안을 메웠다.

“레이프 중에 오줌 싸는 건가…, 그래봤자 시오후키 같은 거겠지. 볼만은 하겠지만 말이야.”

토비는 부채를 팔랑이며 더운 몸에 바람을 쐤다. 두 중년남들은 한참 어린 반반한 청년을 안주 삼아 음담패설을 지껄였다. 살인적인 더위를 버티기 위한 기본 착장은 맨몸에 러닝셔츠다.

“아무래도 감독 놈이 편애하는 것 같아.”

“곤 말인가?”

토비는 사내의 젊은 감독을 떠올린다. 사실 그는 곤을 잘 알지 못했다. 활동 기간이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곤은 토비가 잠정 은퇴하게 된 시기에 텐위에 입사했다. 제프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그즈음이다. 모르긴 몰라도 어느 날엔가 제프가 데려와 회사 실적에 공헌했다는 건 알고 있다.

“편애랄 게 있나? 이제 막 입사한 놈한테.”

“그 자식은 처음에 준을 미심쩍어했다고. 그런 주제에 갑자기 제 사람인 양 싸고도는 게 웃기지 않아?”

제프는 묘하게 곤이 유진에게 ‘익숙할 만한’ 소재들만 던져준다는 걸 안다. SM, 집단 윤간, 노콘 사정. 하드코어 소재라고 해도 이미 저쪽(미국)에서도 모두 흔해빠진 것들이고 유진의 이전 출연작들에서도 심심찮았던 컨텐츠들…. 그런 거로 뭘 하겠단 건가? 골든 플레이로 제프의 눈초리를 벗어나려고 한 것 같긴 했지만 곤이 유진을 봐주는 게 슬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줬나?”

토비가 음침한 시선으로 묻는다. 제프는 콧방귀를 끼며 팔짱을 낀다.

“스트레잇인 척했지만 사실은 자기 키만 한 남자가 취향이었을 수도.”

“그래서, 너는 먹어봤어?”

토비의 물음에 제프는 순간 표정 관리를 못 했다. 그의 입가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숨길 수 없는 곡선을 보고 토비가 큰 입을 벌려 껄룩거렸다. 제프는 아차 싶어 술만 들이켰다. 그래도 토비에게 준과의 관계가 의식 없는 상태에서의 강간이었단 사실은 숨겼다. 상대가 아무리 토비여도 그런 걸 발설하기는 좀 그랬다. 토비는 제프가 유진에게 손을 뻗친 걸로 이해했다.

“요즘 젊은것들은 약한 영상만 찍으려고 한다니까. 비위가 약해. 하드코어는 말이야, 나이 든 남자가 나오는 게 정도 아냐?”

토비가 담뱃대에 불을 붙인다. 곧 매캐한 연기가 풍경이 흔들리는 빈 가게 안을 채웠다.

“난 너랑 붙여주고 싶은데.”

“이런 아저씨랑? 핫핫핫. 내 쪽에선 고맙지만.”

토비는 시각적으로 훌륭한 포르노 배우다. 체구가 컸고, 우람한 근육을 가졌다. 몸매로 따지면 씨름선수 계열일까. 뱃살이 겹겹이 늘어져 있지만 제프와는 결이 다르다. 우직하게 들어찬 지방으로 쌓아올린 그의 기골은 세월로 축적된 산과 같다. 우직하고 장대한. 물론 다 헛소리고 나이 든 근육 돼지일 뿐이다.

“어때? 하겠어?”

“흠….”

토비는 현역에서 발 뺀 뒷방 늙은이였지만 그래도 제프가 첸 준과 섹스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면 기꺼이 응할 의향이 있었다. 그도 마음이 동했다. 사실 아주 동했다. 준은 예쁜 얼굴로 남자들을 뒷구멍으로 받으면서 유혹적으로 울었더랬다. 여자들이 환호한다는 잘생긴 미남을 베테랑 배우로서 직접 꿰뚫어 꼬챙이처럼 만들어줘야겠단 의무감이 솟았다.

“다음 작품이 언젠데?”

“다음 주던가, 너무 늦어.”

토비는 제프가 그에게 준을 넘겨줄 약조를 해주기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빌빌거리는 걸 거둬줬더니. 배우들 키우는 것마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들어?”

제프는 대놓고 곤을 험담했다. 그가 일전에 곤과 기싸움을 벌였던 일에 대해 알고 있는 토비로서는 그저 껄껄 웃었다. 토비가 명예 운영진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토비는 뼛속까지 어린 배우들을 구워삶는 능구렁이였으며 대체로 제프와 같은 간부들과 한통속이었다.

“곤이 문제로군.”

명쾌한 해답이었다.

“다른 데로 빼버려.”

토비는 테이블 위에 떨어진 작은 깃털 같은 안주 부스러기를 손가락으로 날려버렸다. 뾰족한 부스러기는 자칫 찔리면 아주 아프지만, 사실 별것도 아닌 커다란 먼지덩어리일 뿐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이 자리에서 술을 나눌 수 있는 늙은 권력가들이라는 것이고. 제프는 토비의 조언에 즐거운 상상으로 웃는다.

“그거 류가 아주 좋아하겠는걸.”

*

유진은 예정돼 있던 두 번째 비디오 발매 사인회 현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있던 것이다. 팬 사인회 시작 전에 참여자들에게 대기 번호표를 배부한다더니, 스태프들이 따로 줄까지 세우고 있었다. 천막 뒤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유진은 황급히 부스 안으로 숨었다. 놀란 얼굴은 땡글한 단추처럼 납작해져 버렸다. 한평생 이런 경험을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유진이야 당연히 ‘팬 사인회’라는 것이 언젠가 TV에서 본 것처럼 책 같은 것에 간단히 사인이나 하고 악수나 해서 손님을 보내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유진도 별다른 생각 없이 일정에 오케이 한 것이었다. 장소에 도착하고, 스태프들이 매장 한쪽에 천막을 설치해 꽤 규모가 되는 공간을 만들어 놓을 때까지만 해도 유진은 속으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가?’ 하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한 공간이 순식간에 다 차버릴 줄이야. 유진은 부스 뒤편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그는 시작 전, 대행사 직원으로부터 주지 받았던 사항을 떠올렸다. ‘팬서비스’라는 항목에 대해서였다. 명찰을 목에 건 깐깐해 보이는 남자는 더운 날씨에 힘없이 늘어진 유진을 쳐다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짓다가 같이 온 직원에게 단단히 당부를 했다.

‘값을 몇 배로 올려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님들입니다. 최대한 팬을 대하는 연예인의 마음으로서 친절한 태도를 보이십시오. 팬서비스를 착실하게 해주세요. 아무리 외국인이어도 말이지요, 적당히 대강대강 사인만 했다간 컴플레인이 들어올 겁니다. 부디 텐션을 올려 응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상당히 거만한 말투에는 외국인을 차별하는 낌새가 있었지만 유진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는 머릿속에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에 있을 때도 셀러브리티라거나 연예인들에게 관심이 없던 유진은 팬서비스라는 게 무엇인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그런 얘기 레이 씨한테 못 들었는데?’

팬에게 포르노 배우로서 성의를 보일 것. 요약하자면 그런 얘기였다. 스태프들은 팬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유진은 아직 그 낯선 사람들을 ‘팬’이라고 불러도 될지 알 수 없었다. 반대로 사람들은 소문의 ‘게동 배우’를 보기 위해 단단히들 준비하고 있었다.

“첸 준이다!”

“와아!”

“여기 봐요!”

유진이 보면 기겁할 일이었다. 각종 카메라와 알 수 없는 피켓들을 잔뜩 든 사람들이 그가 등장하자마자 요란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빼곡히 꺼내진 핸드폰과 찰칵거리는 소리들을 듣고 유진은 무슨 연예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아주 얼떨떨했다.

“첫 번째 분 들어가세요.”

긴장한 유진을 아랑곳 않고 스태프는 첫 손님을 들여보냈다.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저 멀리서부터 쿵쾅거리는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첫 번째 팬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진은 클로즈업 되는 팬의 실물을 보고 겁을 집어먹었다.

“준 군! 사랑해요!”

그는 덩치 큰 현지인 남성이었다. 머리에는 한국어가 프린트된 핑크색 띠를 둘러매고 있었다. 충격적인 비주얼에 유진은 압도당했다. 머리가 차가워지는 유진과 다르게 그는 굉장히 열정적인 기세로 유진의 손을 맞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몇 초 동안 그러고 있자 대기 중이던 스태프가 그만하라고 제지를 했다. 남자가 격렬한 악수를 멈춰준 뒤에야 유진은 겨우 대답할 수 있었다.

“예에….”

“앞으로 많은 활동 부탁드려요!”

“아, 예.”

유진은 건조된 돌멩이처럼 열심히 사인만 하고 무미건조한 대답을 남겨주었다.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유진이 이곳의 말을 거의 못 했기 때문이다. 긴장한 유진의 얼굴은 매우 굳어 있었다. 그 얼굴에도 팬들은 낮은 감탄을 터뜨렸다. 실물로 본 준의 얼굴이 다들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진짜 미남이다.”

“오늘 오길 잘했어, 정말!”

오타쿠 같은 남자가 지나가고 다음은 평범한 스타일을 한 여성의 차례였다. 그는 유진에게 꽤나 이것저것 말을 걸었지만 역시 유진은 알아듣질 못했다.

‘무슨 소리야?’

아니지. 팬서비스를 해야지. 유진은 현지어를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얼굴만 애써 들어서 싱긋 웃어 보였다. 그 얼굴과 눈이 마주친 손님이 몇 초간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갸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갔다.

‘그래. 이거구나.’

그제야 팬서비스의 의미를 알아챈 유진은 손님들에게 그의 잘빠진 얼굴을 들이대며 제대로 ‘팬서비스’를 했다. 덕분에 대부분이 만족해하며 기나긴 대기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고 돌아갈 수 있었다. 유진은 사람들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그가 말을 못 하고 사인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순서가 빠르게 돌아갔다. 한정 인원에 추가로 40명분의 사인을 더 하고서야 유진은 행사를 끝낼 수 있었다.

<준님. 오늘 매우 딱딱했지?>

<그래도 40명 오버해서 사인해주었어.>

<엄청엄청 잘생겼었어!>

SNS에는 오늘 팬 사인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간증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실제로 보니 더 근사했더라는 얘기도 있고, 로보트처럼 딱딱하고 무미건조하기 그지없었다는 혹평들도 있었다. 대개는 비공개 계정에서 유진의 야한 사진을 업로드하며 그를 희롱하고 있었다.

“엄청 굳어서 ‘예예’ 하고만 있는 게 얼마나 웃겼는데요.”

말을 하다가도 레이는 또 우스운 생각이 났는지 ‘풉’ 하고 웃었다. 유진은 옆에서 엄청 쪽팔린 얼굴이 되어 버렸다.

“레이 씨가 설명을 안 하셨잖아요.”

유진의 목소리에는 잔뜩 억울함이 담겨 있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어려운 일을 시키는 쪽이 나쁜 거다. 유진을 현장에 보내놓은 레이는 정작 자신은 사인회에 뒤늦게 도착했다. 뒤늦게 와 놓고는, 부스 뒤에서 몰래 유진을 보면서 킬킬 웃었다고 고해바쳤다. 유진은 레이에게 따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본인의 짧은 표현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옆에 앉아있는 곤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낸다. 곤은 모래알 같은 버석거리는 눈빛으로 레이에게 한소리 했다.

“기상천외한 사람들과 만날 거란 소리를 안 했나 보군.”

곤은 조금 피곤해 보였다. 저 말은 유진이 한 말과 다를 게 없어서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다. 셋 중에서 오직 레이만이 즐거운 듯 방글거리는 얼굴로 유진을 놀렸다.

“그래도 잘하던데요.”

“근데 왜 놀려요.”

“반응이 너무 재밌으니까 그렇죠!”

레이는 유진이 회장에서 경직된 미소를 지어 보였던 것을 따라했다. 그러고 보니 그도 꽤 괜찮은 외양을 가지고 있던 터라 잘생긴 척하는 연기를 따라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유진은 털 세운 고양이처럼 바로바로 반응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레이가 놀리는 데에 여지를 줬다.

“아아, 반응이 너무 재밌다.”

자기 일만 아니면 레이는 모든 일이 즐겁다. 자기가 낄 때랑은 태도가 생판 다르다. 어쩌면 레이가 이곳에서 제일 강적일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의 일에 크게 이입하지도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모두와 적절한 연결고리를 맺고 있는 중간자의 위치였기 때문이다.

“TV 출연 제의 들어온 거 알아요?”

“네에?!”

“아 물론, 심야 채널에서 하는 일회성 게스트긴 하지만.”

레이는 무슨 팬레터가 왔더라는 걸 말하는 수준으로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뉴스를 던졌다. 그의 말이 너무 어마해서 유진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가지런한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이대로 넘겨서는 엄청난 파급이 덮쳐올까 봐 유진은 곧장 강경하게 의견을 내던졌다.

“전 안 합니다!”

“강요는 안 해요. 어차피 준 씨라면 거절할 줄 알았거든요. 빅뉴스니까 말해준 거지.”

이 나라는 에로 배우가 방송 출연도 하는 곳이었지만 역시 흔한 일은 아니었다. 레이는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유진은 포르노 배우라는 이름표를 달고 TV에 나오는 상황이 괴상했다. 당연히 안 할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회사 이력으로서도 드문 아웃풋인지 레이는 즐거워 보였다.

레이는 잠시 화장실을 가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남은 건 곤과 유진뿐이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 말이 없어지는데 레이가 오질 않는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쯤 되면 그가 일부러 자리를 비우는 게 아닌가 싶은 수준이었다.

아까부터 곤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요즘에 무슨 일에 시달리는지 그는 얼굴에 수분기가 없었다. 졸려 보이기도 했다. 커피를 손에 들고 있는 걸 보니 잠을 깨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어쩐지 요즘 따라 통 못 보는 얼굴인데 돌아가서 쉬라고 예의상이라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유진이 고민하던 참이었다.

“말 그대로 포르노 스타가 되어 버렸군요.”

곤이 맥락 없이 말을 열었다. 그는 느린 태도로 한숨을 푹 쉬었다. 졸려 보이는 건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목소리는 명료했다. 특히 ‘포르노’라는 단어를 꺼낼 때는 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유진은 레이에게 했던 것처럼 감사 인사를 하려다가 그의 말 끝맺음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떠올렸다. ‘되어 버렸다’는 표현은 일어난 일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저쪽에 있었을 땐 안 팔렸잖아요.”

노골적인 단어 선택이긴 했지만 유진은 첫 만남 때 그 말을 자기가 직접 곤 앞에서 했던 걸 생각했다.

“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변변찮았던 동양계 배우가 아시아에 와서 성공한 스타가 되었다라. 유능한 감독과 신인이 만나 스타가 탄생했다는 뻔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유진에게 감흥이 없는 건 그가 포르노를 찍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게 좋은 걸까요?”

곤은 대번에 뉘앙스를 바꿔 질문해왔다. 유진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돌아보려다가 곤이 상당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놀랐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유진은 곤의 질문을 또 헤아리기 위해 한참 생각을 했다. 포르노 배우로서 타국에서 유명세를 얻게 된 것에 대한 곤란함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이제 자신이 옆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유진이 유명해지자 소속사 인간들은 대번에 태도를 바꿨다. 들어오는 수익도 달라졌다. 미국에 있을 땐 엑스트라였던 유진이 드디어, 언젠가 부럽다고도 생각했던 주인공들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유진은 생각했다.

*

새로운 신인 감독과의 촬영. 회사는 유진에 대한 푸시의 일환으로, 회사에 전입된 유망한 기대주를 그에게 소개했다. 이름은 ST였다. 유진은 곤 외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하게 된 촬영에서 ST를 보고 신기한 인상을 받았다.

“준 씨! 만나서 영광입니다!”

곰 같은 남자가 덥석 유진의 손을 움켜쥐고 허리를 굽혔다. 유진은 축축한 상대방의 손 안에서 손을 움츠렸다. ST가 손을 떼고 유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둥글넓적한 얼굴 속에 모가 빽빽하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정말로 곰 같아 보이기도 하고. 옆에서 제프가 똑같이 웃으며 ST를 유진에게 소개했다.

“아주 유망한 친구니 굉장한 촬영이 될 거야.”

제프는 ST가 다른 회사에서 굳이 모셔온 인재라느니, 포르노에 해박한 수준이 장난이 아니라느니 하는 말들을 유진에게 일장연설처럼 늘어놓았다. 물론 유진은 제대로 듣지 않았지만 제프가 옆에서 떠드는 것만으로도 그는 피곤함을 느꼈다. 침대가 놓인 촬영장 안에까지 그는 기어코 끼어 들어왔다. 제프를 앞에 두고 촬영하게 생겼으니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유진과 달리 오늘 상대역이 될 두 명의 고글맨은 신경 쓰이는 사람이 달리 있었던 모양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진은 수경을 쓰는 두 명의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옷을 다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가니 고글맨들이 툴툴거리고 있기에 유진은 무심코 물어봤다.

“왜 그래요?”

“아… ST는 힘들거든요.”

“힘들어요?”

두 사람은 삼각대 앞에 앉은 감독을 몰래 흘겨보고는 유진에게 속닥거렸다.

“모르셨어요? 새로 온 감독, 평이 안 좋아요.”

촬영 감독들 중에는 배우를 힘들게 하는 부류들도 꽤 있는 편이었다. 아마 그런 걸 얘기하지 싶은데, 촬영 전부터 이런 소리를 듣게 되어 유진도 찜찜했다.

“큐!”

예의 신인감독이 호쾌한 목소리로 촬영 시작을 알렸다. 카메라에 빨간 빛이 들어오자 남자들은 영상의 첫 도입으로 유진을 애무할 준비를 했다.

처음엔 가볍게 키스로 시작한다. 오른쪽의 남자가 유진의 입술을 물어 평범하게 혀를 섞었다. 유진이 오른쪽 남자와 키스하는 동안 왼쪽 남자가 그의 가슴을 빨았다. 입을 크게 벌려 물다가 흡입하고, 또다시 입에서 뱉어 살덩이의 온도를 높인다. 입술의 흡입력에 따라 고글맨의 입에서 폴랑폴랑 들어갔다 떨어지는 가슴의 움직임이 그대로 카메라에 포착됐다. 섹스하는 세 사람을 촬영하는 신인감독 ST, 그리고 그 옆에서 제프가 이걸 지켜보고 있다.

‘곤은 안 돼.’

당장 눈앞에서 섹스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감흥 없이 무감해진 시야를 딴 곳으로 흘리며 제프는 머릿속으로 딴생각을 한다.

‘남자를 남자답게 다룰 줄 모르는 녀석은 GV 감독으로서 실격이지.’

첸 준을 데리고 로맨틱한 포르노나 찍으려는 녀석은 말이다. 아무렴 괴롭혀주고 싶은 얼굴은 가학적으로 굴려야 판매고가 오른다. 제프는 자기만의 잣대로 곤이 인지도가 오른 배우를 다루는 경험이 미숙하다고 판단했다. 좋은 재목을 독점하고 싶은 욕망은 제프 역시 있다. 곤에게 준의 기획을 맡겼다간 기껏 잡은 기회도 놓치고 말 거라는 생각으로 제프의 머리가 가득했다.

실제로 첸 준의 두 번째 비디오는 평이 그저 그랬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남교사 컨셉 플레이. 분명히 데뷔작의 기대에 힘입은 만큼 게이 포르노로서는 유례없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그것은 ‘저번의 비디오보다 약하다’, ‘원하는 만큼의 그림이 안 나왔다’는 식의 혹평을 받고 있었다. 물론 일부에 그쳤지만 제프는 그걸 크게 잡아서 흠집을 낼 준비가 언제든지 돼 있었다.

‘ST는 기괴한 포르노를 만들어내는 녀석이거든.’

고글맨의 자지를 빠는 유진을 보며 제프는 생각한다. 유진을 엎드리게 한 남자들이 앞뒤를 각각 차지해 펠라치오와 항문 애무를 동시에 진행한다. ST는 예술적인 포르노를 찍는 녀석이다. 그가 유망한 신인감독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ST가 세 번째 작품을 맡게 되었으니 이게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곤을 갈아버릴 수 있을 거다. 제프는 준과 곤을 아예 갈라놓을 속셈이었다.

“다시.”

자지를 입에 물고 있던 유진이 스톱 사인에 감독 쪽을 쳐다봤다. ST가 삐뚜름한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ST는 유진을 콕 집어 말했다.

“그냥 물고 있기만 하지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빨듯이 하세요.”

감독의 지시사항을 전달받고 유진의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ST는 촬영을 재개했다. 카메라가 돌아가니 유진은 서둘러 코앞에 있는 성기를 다시 입에 머금었다. 감독의 난데없는 지시사항에 유진은 당혹감을 느꼈다.

곤의 또래쯤 될까 싶은 ST라는 남자는 처음 만났을 때는 분명 활달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촬영이 진행될수록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또는 시시때때로 표정을 바꿨다. 촬영이 들어가면 사람이 바뀌는 성향일지도 모른다. 고글맨들의 주의를 상기하며 유진은 ‘아이스크림 빨듯’이 오랄을 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고글맨의 성기는 다소 짧은 편이었다. 크기가 작았으니 빠는 데 부담은 없었다. 유진은 자지 밑둥을 쥐고 다시 그의 거시기를 입에 물었다. 입안을 확장해 넣다 보니 짧은 자지가 모두 입으로 들어왔다. 눈을 뜨고 유진은 남자의 사타구니가 바로 코앞에 있음을 알았다. 사타구니에는 인종 특유의 노릇한 샅내가 느껴진다. 까슬하게 스치는 자지털 때문에 유진은 코를 찌푸렸다. 그대로 참고 목을 움직여 자지를 오랄했다.

“응큿.”

유진은 입으로 자지를 물다가 참지 못한 콧소리를 냈다. 뒤에서 두 번째 고글맨이 유진의 엉덩이를 아주 활짝 벌려버렸던 것이다. 세게 당긴 탓에 발긋해진 살갗으로 남자가 코를 묻더니 유진의 애널에 바로 혀를 넣었다.

“흐… 으응.”

이쪽은 기다란 혀로 유진의 내벽을 게걸스럽게 핥아낸다. 연체동물이라도 되는 양 입구 부근에서 좌우로 흔들어대는 혀의 움직임을 유진은 참기 힘들었다. 유진이 뺨을 볼록하게 부풀리며 흥분을 참는다. 다시 집중하고 눈앞의 성기를 빨았다. 쭈웁, 쭙. 침으로 적셔진 자지가 충분히 빨리고 있다는 사운드가 들린다. 추접한 소리를 직접 입으로 내며 유진은 마치 그것이 정말 맛있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빨아댔다. 유명인과 촬영하게 된 행운에 감복하며 첫 번째 고글맨이 과하게 흥분을 했다.

“아아!”

그가 돌연 유진의 머리통을 잡았다. 고글맨은 리듬을 타듯이 허리를 흔들어 유진의 입속으로 자지를 처박았다. 그 어떤 능숙한 출납의 박자도 느껴지지 않는 몸짓에 유진은 집중력을 잃었다. 멍하니 자지만 입안에 물고 있는 유진을 보며 ST가 소리쳤다.

“잠깐, 잠깐, 그게 아니야.”

ST가 불만에 찬 목소리로 현장을 중단시켰다. 배우들의 시선이 일제로 그리 간다.

“이렇게, 이렇게 해달라고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건지 ST가 소품으로 쓰이는 딜도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걸 곧장 자기 입에 집어넣었다. ST의 기행에 유진은 경악해서 아래턱을 주르륵 벌렸다.

ST는 입에 쑤셔 넣은 딜도를 츕, 츕 빨기 시작했다. 입 근처에 수염이 점점이 박힌 입으로 그는 남근을 잘도 빨고 있었다. 아주 기이한 광경이었다. ST는 그러면서 딜도를 입에 문 얼굴로 유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렇게 해달라는 요구로 시범을 보이는 것이니 유진을 보는 게 맞긴 했는데.

두툼한 입술을 내밀어 원기둥형의 딜도를 아이스크림 빨듯이 먹고 있는 남자가 혀를 내밀어 기둥을 낼름 핥았다. 도인 같은 얼굴이 유진을 쏘아보는 채 딜도를 정성스럽게 적셨다. 유진은 그게 마치 자신의 신체 부위라도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감독은 노골적으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자신의 고간이 팽창했음을 보여주었다. 일부러다. 불룩 튀어나온 사타구니로부터 유진은 얼굴을 돌리고 싶었다. 주머니가 잔뜩 달린 카고바지. 밑으로 테스토스테론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수북한 다리털들하며.

거기서 유진도 질색할 법한데도 학습된 신체가 어쩔 수 없이 열을 머금었다. 엎드려 있는 유진의 다리 사이에서 성기가 까닥까닥하다가 좀 더 각도를 높여 섰다. ST가 그걸 보고 씨익 웃는다. 덩달아 유진의 얼굴이 푸릇해진다. 고글맨들이 ST를 기피하던 이유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한참을 딜도를 물고 빨던 ST가 그걸 입 밖으로 빼냈다. 얼마나 강하게 물고 있었는지 뽁, 하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크게 울렸다.

“아시겠죠? 이렇게 입술로 기둥을 압박하고 혀로 조여서 소리가 아주 잘 들리게 해달라고요.”

ST가 짐짓 당부한다. 유진은 멍하니 턱 밑으로 흐른 타액인지 땀인지 모를 걸 닦았다. 그냥 알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ST가 다시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았다. 흉한 딜도는 계속 손에 들고 있는 채였다.

“해 보세요.”

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저렇게 꾸중을 듣고 다시 오랄에 돌입하려니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힘내서 남자의 자지를 빤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면 아까의 잔상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온갖 힘을 다해 남자의 자지를 아주 성심성의껏, 그의 몸에 처박힐 자지를 꼼꼼하게 물어서 마치 입이 그의 뒷구멍이라도 된 것처럼 구불구불하게 움직여 음란하게 빨았다.

“쭈우웁.”

자지를 단단히 잡고 입안에서 빼내다가 귀두 근처에서 얌전히 입술을 맞대고 유진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흉포하게 눈을 뜬 고글맨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진짜로?’

감독의 말대로 펠라치오를 하였더니 어째선가 상대남이 엄청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 용트림하듯 가냘픈 목소리를 내면서.

“간다, 간다, 간다-!”

하고 본새 없이 외치더니 유진의 입가로 정액을 왕창 발사해버린 것이다.

“쿨럭!”

어지간히도 많이 나온 정액이 유진의 얼굴을 완전히 덮쳐버렸다. 고운 밤꽃 냄새를 비릿하게 코끝으로 음미하며 유진은 표정을 관리하려고 애썼다. 가장 테러를 받은 위치는 단연코 입이었다. 입은 남자의 농후한 좆물로 아주 끈적끈적해져선….

“우웁!”

유진이 미처 사출물을 정리하기도 전에 다시 입안으로 고글맨의 자지가 처박혔다. 아직도 기운차게 입 점막을 문지르는 자지에 유진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직 정액이 남았다는 듯이 칙칙폭폭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기차처럼 자지를 추삽하던 남자가 남은 물마저 유진의 안으로 전부 털어버린다.

“우, 우윽….”

바짝 발끝으로 몸을 세운 남자가 유진의 목을 곧게 세워 그 안으로 쿠퍼액과 비슷한 묽은 정액을 죄다 쏘아냈다. 소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건. 유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목구멍으로 들어오는 점도 없는 맑은 액체에 유진의 몸이 찌릿찌릿하게 이상한 한기로 가득 찬다.

국물 주입. 오늘 그의 상대는 자지로 점성 없는 정액을 싸대는 특이한 체질을 가진 물싸개 배우들이다. 그리고 ST가 유진의 세 번째 포르노를 위해 특별히 선정한 인물들이기도 했다.

*

“하악!”

유진의 등 뒤에서 추삽질을 하다가 고글맨은 직장을 벌려내던 자지를 뽑았다. 구멍이 허전해진 유진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두 남자는 동시에 사정 타이밍을 맞춰 유진을 벽으로 밀어붙이고 그의 하반신을 수직으로 세웠다.

유진은 물구나무서듯이 허리를 구부정하게 들고 뒤집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 V자로 열린 다리 바깥으로 양쪽에서 남자들이 자리를 용두질 치고 있었다. 곧 마찰에 의해 자지에서 정액이 왈칵 토해질 것이다. 곧.

“구멍 벌려서 제대로 조준하세요. 그 안으로 들어가게끔.”

찌익. 기껏 사출을 완료했더니 감독이 산통을 깼다. 유진의 찹쌀떡 같은 흰 엉덩이 위에는 조준이 빗겨간 정액들이 뿌려진 소스처럼 이리저리 엉겨있었다. ST는 기어이 가까이 다가와서 고글들에게 참견을 했다. 벽에 등을 기대고 누운 유진의 뒤집힌 시야로 감독의 두꺼운 몸체가 들어온다.

“아주 정확히 쏘옥, 쏘옥 정액이 빠져 들어가야 한다니까.”

그는 이상한 데에 집착을 했다. 엉덩이의 굴곡진 경사를 따라 빠끔히 열린 구멍으로 점액이 흘러 들어간다. 다가온 ST가 올라붙은 유진의 엉덩이를 활짝 벌려 쥐었다. 갑작스러운 터치에 유진은 놀라 움찔했다. 이런 건 아무리 감독이라도. 유진의 시선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허락 없이 배우의 몸을 매만지는 그의 손이 엉덩짝을 벌릴수록 남자들의 정액이 더 유진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으으. 그러나 촬영진들이 앞에 자리해 있었고 시간을 끌다가 옆에 배우들의 발기가 꺼질지도 몰랐으니 유진은 순순히 떼를 쓰는 감독에게 협조를 해주었다. 그대로 유진은 굴욕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 몸을 말 그대로 대주고 있었다.

“이 항문 속으로-.”

벌린 애널 안에 감독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씻지도 않은 손가락으로 뭘 하는 거냐고 유진은 기겁해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네놈들의 국물이 듬뿍 물처럼 ‘쏴아’ 쏟아져 내려야 한다고. 소변기에 오줌 쌀 때를 생각해 봐. 총을 쏠 때 정확히 과녁을 맞혀 점수를 따내는 것처럼, 이 음란하고 주물거리는 발간 속살 안에 희멀건 해서 오줌 같기도 한 그걸 마구 싸내란 말이야.”

ST는 찝찝한 손가락으로 유진의 구멍주름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가 하는 말은 아주 문학 같기도 하고, 또 어려운 미사여구들을 잔뜩 써서 유진은 차마 알아듣지 못했다. 반대로 고글맨들의 발기력을 지속시키는 데에는 도움을 줬다. 감독의 말대로 첸 준의 애널이 마치 은밀한 과녁이라도 된 것처럼 배우들의 머릿속에 박혔다. 감독이 핸디캠을 들고 와 촬영을 재개할 때는 남자들이 그가 지시한 대로 아주 훌륭하게 정확하게 물줄기를 짜냈다.

“흐아아아아-!”

고글들은 밖으로 흘리지 않고 유진의 벌린 구멍 안쪽에 정확히 ‘정액물’을 짜냈다.

“으흑, 아, 헉, 흐으….”

꼴꼴꼴. 힘이 약해진 물줄기가 유진의 내벽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직장을 채우는 물의 용량이 배를 더부룩하게 만들었다. 무를 수 없는 자세로 유진은 그대로 무력하게 뒤집혀져서 그들의 좆물을 배 안으로 받았다. 그걸 ST가 저 위에서 배율을 몇 배나 올린 가까운 초점으로 찍고 있었다. 벌게진 구멍이 투둑 물줄기를 받을 때마다 움찔움찔 주름을 떨었다.

“아으, 아으….”

아무래도 정액 같지도 않은 걸 두 배로 배 안에 담으려니 유진은 견디기 힘들었다. 거기서 한술 더 떠 ST는 화면 안으로 제 손을 멋대로 등장시켰다. 감독의 손이 회음부로 턱 올라오자 유진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이건 반칙이다. 완벽히 기획된 포르노 영상 안에 감독이 멋대로 등장하는 것은.

경악에 동공이 크게 뜨인 유진이 채 항의하기도 전에 ST는 유진의 애널을 벌렸고, 고글들은 그들의 정액을 모두 유진의 배 속에 부어주었다. 그리고 그의 다리를 활짝 벌려 애널 입구의 주름에 손가락을 걸어 사방으로 잡아당겨선 붉은 내벽 안에 찰랑찰랑 정액이 담긴 걸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그러면 감독은 그들의 성원에 힘입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음란한 애액받이가 된 유명 배우의 구멍을 찍어내는 것이다. 옹졸한 렌즈로.

“크학!”

상하체가 뒤집힌 부담스러운 자세에서 유진은 결국 힘이 풀려 침대 위로 몸을 떨어트렸다. 그러자 잠기지 않은 수도꼭지처럼 유진의 애널에서 남자들의 국물들이 콸콸 쏟아졌다. 유진은 힘이 빠진 몸을 꿈틀거리며 견딜 수 없는 감각에 얼굴을 이불보 위에 부볐다. 정액이 울컥 울컥 쏟아질 때마다 엉덩이가 잘게 떨렸다. 꼭 밑으로 정액을 싸는 것만 같았다. 어느샌가 자리로 돌아온 ST는 배우의 너절한 꼴을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깨알 같은 요구들을 많이 했고 배우들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연출할 때까지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다. 정상 범주의 시간을 넘긴 지속되는 촬영에 유진은 결국 지쳐버렸다. 반항하려던 의지도 죽어버렸다는 뜻이다.

“마침 배우들도 세 명이고 하니까 하면 어떨까 하는데요. 미국에 비하면 이런 건 별거 아니죠, 준 씨? 괜찮죠?”

ST가 큰 입을 옆으로 씨익 늘려 수더분한 척 묻는다. 유진은 이제 그냥 어서 빨리 끝내고픈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유진은 ST의 돌발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겠다고 응수해버렸다.

밑에 누워있는 남자 위로 유진이 올라갔다. 그리고 조붓하게 앉아 자세를 잡았다. 당연히 풀어낸 구멍은 솟은 자지를 수월하게 삼킨다. 아래쪽에 있는 남자가 유진의 마른 허리를 둘러 안았다. 앞으로 상체가 숙여지면서 자연스레 페니스가 꽂힌 애널이 엉덩이의 골짜기와 함께 카메라에 비춰졌다.

그 뒤로 두 번째 남자가 다가왔다. 보다 작은 성기를 가지고 있는 고글맨이다. 납작 엎드려 있는 유진의 뒤로 다가와 그는 좁은 구멍의 틈을 귀두로 벌렸다. 바짝 긴장한 유진이 엉덩이를 굳혔다. 그 틈을 타 빠르고 꽤나 세게, 고글맨이 유진의 엉덩이를 때렸다.

“아!”

물렁물렁해진 애널 안으로 작은 귀두가 쏙 들어갔다.

“아아아!”

페니스 두 개를 한 번에 받아보는 게 아주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진은 원 홀 투 스틱 전문배우가 아니었다. 다만 지긋지긋한 촬영을 끝나기 위해 단숨에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게 전부였고, 그런 유진의 선택을 금을 내주듯이 두 개의 성기가 한꺼번에 내벽으로 치달았을 때 유진은 격한 아픔을 느꼈다.

“으윽!”

잇새로 앓는 소리를 내는 유진을 두 남자가 앞뒤로 꼭 끌어안아 주었다. 하지만 아랫도리는 전혀 다정하지 않았다. 두 번째 자지도 기어코 배 속으로 자리를 잡아 아주 포개진 두께로 직장 벽을 꽉 눌렀다. 겹겹이 쌓인 세 덩어리의 몸이 각기 다른 피부색으로 형상을 자아내고, 두 남자들은 천천히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했다.

“허억, 헉, 끄응.”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유진의 뒷머리를 친절하게도 밑에 안은 남자가 쓰다듬어줬다. 유진은 더부룩한 배를 끌어안고 두 자지가 밀려들어오는 압박감을 견뎠다. 자지들은 아주 수월하게 번갈아 유진의 내벽을 벌렸다.

“아아아!”

젖은 구멍으로 샌드위치처럼 포개진 두 개의 페니스가 저항 없이 밀고 들어왔다. 꽉 낀 속살이 빈틈없이 부대끼느라 조금만 움직여도 뿌득뿌득 소리가 났다. 그런데도 유진의 내벽은 아직 촉촉하고 부들거려 출입이 매끄러웠다. 유진 혼자만 빠듯한 배 속으로 거대한 부피를 수용하느라 괴로울 뿐이었다.

“후우우….”

유진이 식은땀 나는 이마를 남자의 이마에 비비고 있을 때 고글맨들은 어깨 너머로 서로의 시선을 주고받았다. 오늘 그들은 자신들의 상대를 해준 준의 수고로움을 느꼈다. 과연 소문난 걸레다운 구멍 조임이었다. 그 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준비를 그들은 마쳤다.

쉬는 시간에 남자들은 이미 많은 양의 수분을 보충했다. 유진은 몰랐겠지만 촬영을 위한 합법선상 내의 약도 순순히 먹었다. 비루한 고글들이 뒤에서 이런 노력을 하는지 메인 배우들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애를 써 이미 오늘 몇 번이고 싸질렀던 남근을 다시 한번 정액을 발사하도록 팽창시켰다.

“싼다…!”

“크으으…!”

남자들 사이로 유진의 마른 몸이 꽉 조여져 수컷의 정액을 받는다. 원래도 물 같은 액체를 싸갈기던 것이 두 개나 배 안으로 들어와 그대로 정액을 사출한다.

“아읏…!”

생수통을 그대로 들이박는 듯한 채워지는 감각이 유진의 배 안을 덮쳤다.

*

유진의 구멍에 깔때기를 끼워놓고 정액을 짜내는 두 명의 남자. 급기야 그들은 자위하다 물 같은 쿠퍼액을 유진의 몸속에 연결된 깔때기 안으로 싸지른다.

“어떠냐? 네가 보기에.”

제프는 문제의 촬영분을 곤에게 보여주었다. 곤은 한동안 몰아친 업무를 겨우 마치고 상당히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제프는 곤이 그러거나 말거나 영상을 보며 물었다.

“지나치게 매니악하잖습니까?”

곤은 단단히 날을 간 얼굴로 화면을 보았다. 제프는 그런 곤을 조용히 눈으로 흘긴다. 비위가 상할 수도 있는 게이섹스 영상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잘도 본다고 그는 생각한다. 은근히 궁금했던 것이다. 제 손에서 벗어난 첸 준의 촬영 영상을 본 곤의 반응이.

“이런 건 안 됩니다.”

곤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곤의 대답에 제프가 바로 반대 의견을 표했다.

“저게 매니악하면 포르노 어떻게 찍어?”

“그게 아니라 남자들이 너무 못생겼단 말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제프가 ‘으음?’ 하고 반문한다. 영상은 화살표에 맞춰 앞으로 되감기되었다.

“포르노에 나오는 모브가 어떻게 생겼건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왜 상관없습니까? 잘생긴 배우는 희소성을 갖죠.”

“오히려 자지 세우는 역할은 못생긴 놈을 찾는 게 주류라고.”

“첸 준의 고객층은 여성들이잖아요. 저였다면.”

곤은 잠깐 말을 멈추고 뜸을 들였다. 제프가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곤은 하고 싶은 말을 뒤늦게 던졌다.

“…저였다면 좀 더 그럴듯하게 생긴 배우를 붙여줬을 겁니다.”

“뭐, 너 같은?”

제프가 곧바로 농담으로 그에게 응수했다. 곤이 눈을 치떴다. 제프가 끼룩거리며 갈매기 소리를 냈다. 곤의 안에서 부글거리는 열기가 끓어올랐다.

“넌 게이가 아니라서 뭘 모른다니까.”

곤은 차갑게 식고 있었다. 제프가 너털하게 털어낸 말이 곤의 콤플렉스를 건드렸다. 그가 이 업계에 있으면서 가지고 있던 쓸데없는 부스럼 같은 것이었다. 그가 사납게 대꾸했다.

“아, 예, 그렇습니까?”

“건방지게 굴지 마. 너랑 내가 친구는 아니잖나?”

제프가 유치하게 굴자 곤이 이를 갈았다. 서로가 서로를 만만하게 봐주질 못했다. 둘은 그렇게 기를 세워 노려보다가 뒤를 돌았고,

‘저 건방진 게…!’

‘늙어빠진 변태새끼.’

하고 속으로 서로를 욕했다. 물론 제프는 속셈이 따로 있었고 곤은 아까 봤던 영상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영상 속에서 생기 없던 유진의 얼굴을 다시 떠올린다. 수위나 질을 따지기엔 사실 그런 게 이 바닥에 너무 많았다. 곤은 방금 전 자신의 태도가 유진을 두둔하고 있던 건 아닌지 되새겨본다.

자신은 준을, 유진을 특별하게 찍고 싶다는 유별난 욕심이 있었던 것인가?

너절한 영상 흔들림도 모자라 앵글 안으로 감독의 손이 돌연 나타나 유진을 만졌다. 그런 건 곤의 기준에 맞지 않았다. 영상 안에서 촬영자는 철저히 숨겨져야 할 존재다. 그래서 곤도 어디까지나 현장 안에서 제3의 기물로써 존재했다. ST라는 작자는 곤의 기준을 한 가지 부서뜨려 놨다.

*

텐위 프로덕션의 사보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유진은 스튜디오 안에서 오랜만에 류를 보았다. 소속 배우들은 메이크업을 하고 프로필 사진을 찍었는데 류가 유진의 옆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류 씨.”

류를 보고 유진이 인사했다. 이제 그는 류를 보아도 불편한 감상을 받지 않는다. 반대로 유진을 본 류는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유진이 류를 만나는 건 그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지난번에 아마 제가 실례를….”

류를 보며 유진은 애매하게 말끝을 흐렸다. ‘아마’라고 하는 것은 유진이 그날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술집에서 뻗은 날 유진은 류의 집에서 일어났다. 아마 그에게 신세를 졌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유진이 그때 일을 꺼내려는 찰나에 류가 황급히 말을 막았다.

“아니! 전혀 미안해 안 해도 돼. 그날 얘기는 꺼내지도 마!”

“예.”

유진은 어딘가 안절부절못하는 듯한 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포르노 회사 사장의 내연남. 비밀을 들켰기 때문에 류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것일까? 사장과 원조 관계라니. 유진은 그가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끼어들 만한 일도 아니었으므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이런 일은 흔했고, 주위의 사람이 그 어떤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건 간에 유진은 혼자서 자신의 잣대를 유지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제가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한 건 아닌가 싶어서요.”

“너, 너어!”

다만 류를 보자니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도발하자 류가 단숨에 반응해왔다. 유진은 무서워하지도 않고 흐리게 웃었다. 물론 류에겐 유진이 모르고 있는 비밀이 있었다.

류는 문 앞을 자꾸 슬금슬금 흘기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자꾸만 좌불안석하고. 그런 류에게 유진이 이상한 듯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그게.”

그때 저쪽에서 우렁찬 호명 소리가 들렸다.

“이게 누군가!”

유진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스태프 사이를 헤치고 처음 보는 중년의 남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요즘 핫한 첸 준이로구만.”

그는 가운을 입고선 곧바로 유진 쪽으로 다가왔다. 옆에 있던 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와 구면인지 인사를 나눴다.

“류도 있었군.”

“예, 오, 오랜만이에요.”

“나는 준 군을 아주 보고 싶었다네.”

덩치가 큰 남자는 류를 외면한 채 유진을 보더니 대뜸 그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붕붕 흔들며 악수를 했다. 유진은 격하게 흔들어지는 자신의 팔을 희한한 눈으로 쳐다봤다.

“저기….”

유진은 당황한 눈으로 류를 돌아봤다. 류가 삐질거리며 얘기했다.

“토비 선생님이세요.”

“토비 선생님?”

“우리 회사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렇게까지 말할 거 없어, 류.”

말끝을 흐리는 류를 멈춰 세우고 토비라 불린 중년의 남성이 강건하게 말을 잘랐다. 유진은 그에게 잡힌 손을 슬며시 빼냈다. 완고하고 고집을 잘 굽히지 않을 것 같은 나이 든 아저씨란 느낌이었다.

“내가 자네 작품들을 모두 보았는데 말이야….”

거미줄처럼 얽힌 눈을 부릅뜬 그가 손가락을 빼들었다.

“뭔가 부족해, 뭔가가….”

“뭔가… 라고요?”

유진이 알아듣지 못한 토비의 말을 옆에서 류가 전달해주었다. 유진은 대화를 쫓아가기 위해 두 사람 번갈아 보면서 말을 들었다.

“얼굴도 참 잘생기고 몸도 좋은데 말이야. 너무 도도해 보여.”

류로부터 토비가 한 말을 건네 듣고 유진은 이상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뜬금없이 지적을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섹스란 말이지, 자고로 서로서로 복종해주는 거거든. 그게 나의 포르노 철칙인데, 자네는 연기가 영 서툴러.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래 나이 든 노인네들은 그들의 개똥철학을 엉터리 지론으로 밀어붙일 때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유진은 잠자코 듣고 있으려니 기가 찼다.

“저 말입니까?”

“그래.”

섹스할 때 어떻게 느끼는 연기를 하느냐라는 질문을 초면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인가? 유진은 별 성의를 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냥 나오는 대로 하는 거죠.”

이쯤 되면 유진도 불쾌했으므로 그도 그냥 인상을 찌푸리기로 했다. 옆에서 류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안절부절못했다.

“아니지! 미국이랑 여기랑 전혀 다른데 그렇게 하면 쓰나?”

토비는 매우 강건한 목소리로 그에게 설교하기 시작했다.

“이봐! 이 친구한테 내가 하는 말 좀 전해줘.”

“아, 네네.”

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옆에 붙들려서 통역 시다바리 역을 했다. 유진은 거의 토비 앞에서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류는 한국어로 바꿔 말하면서도 이 자리를 격하게 벗어나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굴만 밀어붙이다간 금세 인기가 식기 마련이라구. 중요한 건 포르노의 기본을 지키는 일이야.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 자네는 그런 자각이 없어.”

남자의 허황된 일장연설을 들으면서 유진은 피곤함을 느꼈다. 훈계질 하는 회사 고참을 유진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노력하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 말일세!”

그러니까 이 일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이 모양 이 꼴이다.

‘공공연하게 섹스해주는 직업에 무슨 철학이 있다는 거야?’

어지간히 짜증이 난 유진은 다소 반항적으로 토비에게 대꾸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몰라?”

“예.”

유진은 다소 도전적으로 토비를 바라봤다. 옆에서 류는 언제쯤 빠져나갈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토비는 근엄한 선생질을 위한 표정을 한껏 짓고 있다가 갑자기 자비로운 얼굴을 해 보였다.

“그럼 내가 특별히 레슨을 해주도록 하지.”

“예?”

유진이 그런 말을 하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토비는 시혜를 베푸는 아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유진은 얼이 빠져서 멍하니 입을 벌렸다. 나이 든 대선생은 유진을 칭찬하는 한편, 또 엄하게 꾸짖는 태도로 세 치 혀를 놀렸다.

“가르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사과하지. 그야 나는 명예 운영진이니까 신예 스타인 준 군을 잘 키워야 할 의무가 있거든. 자네에게 나의 모든 노하우들을 전수해주겠네. 포르노 배우로서 자네에게 단단히 레슨을 시켜주도록 하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어조로 그는 유진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토비의 화법이란 아주 명백한 것이었다. 이것저것 길고 긴 의미 없는 말들을 이어붙이고, 또 오려서 말하고, 덕분에 유진은 정신을 못 차리다가 토비의 꾐에 말려들었다.

그리하여 지금 유진은 토비와 나란히 앉아 화면 속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둘이 앉아있는 자리는 회사의 컨퍼런스 룸이다. 트여있고, 개방적이며 넓은 공간. 토비가 들고 온 수많은 포르노들을 유진은 무미건조하게 보고 있었다. 옆에서 토비는 그게 언제 적의 영상이며, 당시 규제법은 어떠했고 배우들의 수익이 어땠는지 등을 읊었다.

“소비자들은 더 자극적인 걸 찾으려고 혈안이 돼가고 있어. 그러니 메인 배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거야. 얼마큼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달라지거든. 그들도 이것이 ‘가짜’라는 건 알고 있지. 하지만 배우도 연기력을 발휘해서 시청자들이 몰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유진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갈수록 토비는 즐거워 보였다. 그는 레슨을 빌미로 유진을 스리슬쩍 만져댔다. 빳빳한 몸을 만지작거리며 토비는 지겹도록 연설을 늘어놓았다.

“내가 하는 말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포르노 명강의라네.”

아마 류가 무척 부러워할 거라며 그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했다. 실제로 류는 가르침을 받게 된 유진을 어딘가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었고, 그 반응은 유진을 더욱 아연하게 만들었다. 대선배의 가르침으로 체결된 자리에서 토비는 유진에게 이런 체위는 해보았냐느니, 기승위 때는 고간을 열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게 좋다느니 따위의 주책을 늘어놓았다. 유진은 결국 잔소리 듣기를 포기했다.

“내가 한창 이 바닥에 활동하고 있었을 때만 해도 규제라는 게 없었지. 컨셉도 과장되었고 모자이크도 없으니까 다들 날것의 페니스를 꺼내야 했어. 그러면 비리비리한 건 경쟁력이 없으니까 다들 시술을 했다니까. 요즘은 편하게 일하는 거야.”

토비는 유진을 끌어당겨 그의 팔 근육을 매만졌다.

“몸 관리도 잘해야 하지. 군살이 많은 배우는 보기 싫거든. 그런가 하면 준 군은 아주….”

토비가 끝을 길게 늘인 채로 말을 멈췄다. 보고 있던 영상은 정지되었다. 조용한 회의실 안에서 유진도 상대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몸에 색소를 집어넣는 사람들도 있는데 준 군은 혈색이 도는 예쁜 몸을 하고 있군. 시술은 하지 않은 건가?”

굵은 통기둥 같은 늙은 남자의 팔이 유진의 얼굴로 올라왔다. 그는 오로지 두 손가락만을 이용해 유진의 턱을 잡고 내리눌렀다.

“이쪽은 어떨까?”

입안을 살피기 위해 턱을 압박하는 손길이 거셌다. 유진은 작게 입을 벌렸다. 그 틈을 노려 토비가 더 세게 피부를 짓누른다.

“윽.”

“더 크게.”

토비의 명령에 유진은 아래턱을 움직여 입을 더 크게 벌렸다. 검버섯 핀 늙은 남자의 눈이 무방비한 입속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것처럼 그의 손가락이 입안에 들어왔다.

“가만있으렴….”

토비가 ‘흐흐흐’ 하고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유진의 입을 꼼꼼히 살폈다. 유진은 조어되지 못한 단어를 만들다가 포기하고 딴 곳을 쳐다봤다. 허공을 맴도는 눈동자가 천장에 달린 CCTV로 향했다.

‘촬영…?’

카메라의 붉은 빛이 작은 깜빡임도 없이 형형하게 빛이 나는 걸 발견하고 말았다. 본연의 빛이 아닌 어색한 설치. 아까부터 다수의 빨간 불빛이 주위에서 점멸하고 있었다. 유진은 끼릭끼릭 눈동자를 돌렸다. 그것들은 CCTV가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저걸 통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감독자가 있을 것이다. 정답게 앉아 훈계를 듣는 것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런 것도 일의 일종이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

유진은 사선으로 비껴간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눈앞의 남자가 혈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사실 유진은 일이 이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너무나 뻔한 수작질이었고, 이것은 게릴라 촬영이다.

유진은 토비를 떨쳐내기 위해 몸을 뒤척이다가 체념하고 힘을 풀었다. 축 늘어지는 유진을 보고 토비가 만족한 듯이 웃으며 그의 몸을 더듬어 내려갔다.

“착하구나.”

불쑥불쑥 몰래 저지르는 페티시한 상황을 좋아하는 기획자들은 많다. 컨퍼런스 룸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유진은 기획된 공간 안에서 돌연 맞닥뜨리게 된 함정 같은 촬영 스케줄 안에 동원되고 있었다. 상대는 바로 이 베테랑 중년 배우. 그는 찝찔한 손가락을 깊게 넣어 유진의 혀를 농락했다.

“큿.”

“준 군은 이 혀로 어디까지 해 봤나?”

두께 있는 지렁이 같은 손가락이 유진의 입안에서 8자를 그리며 이리저리 오간다. 그리고 혀를 콕콕 두드리며 민감한 부위, 순간적으로 흥분할 수 있는 혀 뒤의 성감대를 살살 긁어냈다.

“혀란 우리의 신체에서 아주 신기한 부위지.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음탕한 색상을 띠고 있고. 준 군의 혀는 아주 깨끗하고 좋은 색깔을 띠고 있어. 하지만 더러운 침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해. 또 그 더러운 침을 섞는 건 서로의 교감을 허용한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말이야.”

유진은 붙잡힌 혀가 괴롭다. 삼키기 힘든 타액이 자꾸만 입안에 고이고 있었다. 유진의 표정이 찡그려졌을 때 토비는 불쑥 유진에게 입을 맞대었다. 그리고 그는 유진이 머금고 있던 타액을 후르륵 제 쪽으로 집어삼켰다.

쩝. 쯥, 쭙. 토비는 유진의 얼굴 양옆에 손을 대고 군침 섞인 소리를 내며 키스를 하고 있었다. 토비는 방금 전 눈으로 보았던 유진의 붉은 혀로부터 싱싱한 반응을 유도해 빨아냈다.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타액이 교환된다. 혀와 혀가 얽히는 것이 카메라에 잘 찍히도록 입술을 조금 떼어낸 토비가 유진의 얼굴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잡고는 조금은 게걸스럽게 혀끝으로 유진의 입술을 쑤셨다.

찔, 걱, 쯔윽, 쩌럭.

정작 유진은 감흥 없이 눈앞의 늙은 남자가 제 입술과 혀를 빠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유진은 토비가 밀어 눕히는 대로 천천히 테이블 위로 등을 댄다. 그리고 그 위를 토비가 올라탄다. 단정하게 입은 베이지색 팬츠의 엉덩이 쪽으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토비는 유진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엎드렸다. 설레지 않는 손길들에 무감동한 표정을 하며 유진은 딴생각을 한다.

‘만약에.’

최근 부쩍 주가가 오른 유진은 여러 일을 병행하고 있다. 곤이 감독한 데뷔작품으로부터 일약스타가 되었다. 프로덕션의 모든 인력과 일을 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번에 찍은 촬영도 곤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았다. 이번 촬영은 누가 감독하고 있는 것이지? 누구의 담당하에 이뤄지고 있는 스케줄인지 유진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곤이면 어떡하지?’

저 반짝이는 CCTV 위장용 카메라 너머로 곤이 자신의 꼴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유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딴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이지.”

그런 유진의 밑에서 토비가 눈을 들고 질문을 해왔다. 토비는 유진이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할 속셈임을 알아차렸다. 그렇게는 안 두지. 그는 유진의 무릎을 세워 제 팔 사이에 끼워 넣었다. 멍한 얼굴인 유진의 바지 버클을 수월하게 풀어낸 그가 유진의 바지를 단번에 벗겼다.

“허윽!”

“내가 좋은 맛을 보여주마.”

남자가 책상 서랍을 열자 젤이 나온다. 기꺼이 마련된 젤까지 보고 유진은 작정하고 자신을 촬영장에 몰아넣은 거라는 걸 실감했다. 이만큼 나이 든 남자를 상대하는 건 유진으로서도 처음이었다. 미국에도 비슷한 영상물이나 페티시즘이 존재하긴 했지만, 유진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음습한 취향을 가진 나라에 오면서 아무리 각오를 하긴 했어도.

일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혹시 상대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을까 했던 유진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졌다.

거추장스러운 바지를 멀리 흘려보낸 토비가 유진의 속옷 위로 젤을 쭉 짜 비벼 발랐다. 속옷이 향기 나는 젤에 죄다 젖어버린다. 커다란 손이 젤을 데워 자지를 마사지하듯 매만지자 별수 없이 유진의 고간 사이로도 열기가 몰렸다.

“좋으냐?”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집 있는 태도와 다르게 조교가 잘된 성기는 불룩하게 속옷 아래서 요란하게 움직였다. 토비는 속옷을 벗겨내 유진의 성기를 기어코 꺼냈다. 중년 남자에게 개봉된 아랫도리가 수치스러워 유진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토비는 젤이 안 묻은 손으로 질척한 자지 끝을 천천히 문지른 다음에 맞댄 손가락 사이에서 얇은 실 같은 게 늘어지는 걸 유진에게 보여주었다. 외간 남자에게 손대어져 칠칠맞지 못하게 흘려낸 유진의 애액.

“이래도 고집을 부려?”

토비의 어조에 조급함은 없었다. 그는 아주 여유로웠고 그것이 유진의 심기를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노련한 남자는 천천히 유진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의 신체와 성감을 파악해냈다. 자지보다 뒷구멍으로 흥분하는 게 더 익숙한 몸임을 안다. 토비는 유진의 자지를 더 갖고 놀지 않고 곧바로 항문으로 불쑥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으하!”

그때까지만 해도 지루한 상념에 젖어있던 유진은 갑자기 토비가 손가락을 세 개씩이나 욱여넣자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악!”

전립선이란 젖색의 꿀이 흐르는 샘. 토비는 수십 년의 경력으로 남자의 몸에서 숨겨진 그것이 직장 어디쯤에 있으며, 또한 어떻게 후벼주어야 하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좁은 구멍 안에서도 요령껏 자유롭게 움직이는 세 개의 손가락으로 그는 유진의 전립선을 바로 찾아내 아주 빠르고 또 심할 정도로 거세게 문질렀다.

“아아아아악-!”

조심스럽지 않은 거친 손짓이 그 볼록한 부위가 마치 종기라도 되는 것처럼 틈을 좁혀 가열했다. 유진의 눈앞으로 과격한 스파크가 점멸한다. 배 안에서 요동치는 지나친 자극에 유진은 실신할 듯이 소리를 질렀다. 조금 뭉툭한 남자의 손가락은 거리낌 없이 삽입한 손가락 끝으로 내벽을 확 긁어내는 것도 가능케 했다.

“하으윽!”

여린 점막이 할퀴어나가는 감각에 유진은 바들거렸다. 노련한 기술을 몸소 맛본 신체가 동일한 정도로 성대를 울리고 있었다.

“어떠냐. 이런 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지?”

유진은 눈을 크게 뜨고 동그랗게 입을 벌려 가쁘게 숨 쉬고 있었다. 토비는 전립선을 괴롭히던 손가락을 하나 빼서는 애널의 입구 살을 가볍게 문질러주었다. 확장돼 있는 주름을 젖은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벌린다. 그것 또한 오묘한 감각이라 유진은 얼굴을 찡그렸다. 나머지 손가락은 여전히 삽입돼 있었으니 안에서는 난폭한 전립선 마사지가 진행 중이었다. 토비가 여린 부위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게걸스러웠기 때문에 유진은 원하지 않아도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응, 핫, 흐읏!”

“내 손맛을 한번 보면 다들 헤어 나오질 못하지.”

유진은 고개를 젖혀 온몸을 움찔거리다가 미처 소리 내지 못하는 성대로 그륵거렸다. 극치감이 너무 심할 때 나오는 증상이었다. 토비의 손가락 끝은 약간 굽어져 있다. 특유의 크기와 굴곡 있는 모양새. 손질을 어지간히 해댄, 수천 번의 횟수에 이르러 모든 남자들을 뒷구멍으로 가게 만든다는 토비 선생. 그는 일명 GV계의 황금손이라 불렸다. 토비는 손가락을 굽혀 유진의 스팟을 압박하고 동시에 긁으면서 손을 빠르게 출납시켜 젊은 남자에게 일전에 맛보지 못한 열락을 선사했다.

“흐읏, 아응! 아흐으읏….”

유진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여우의 울음소리 같은 교태로운 음성이 터졌다. 그건 유진도 어찌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이었다. 돌이킬 수 없이 터뜨린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가 줄곧 강조했던 굴욕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진에게 토비는 만족스러운 칭찬을 선사했다.

“이제 네가 할 건 얌전히 자지러지는 것뿐이란다.”

그가 씨익 웃으며 유진의 살 오른 허벅지를 엄지로 꾸욱 눌렀다. 한 움큼 잡은 흰 허벅지를 앞으로 스윽 벌리고 토비는 유진과 시선을 마주했다. 유진은 시야 아래서 자신의 음부에 당도한 위기를 마주한다. 직접 눈앞에서 보는 토비의 비주얼은 역시 썩 좋지 않았다. 중후함과 덩치를 무기로 삼아 박력을 주는 아저씨이나, 특유의 심보가 나타난 얼굴이 고약한 것이다.

그런 그가 그대로 유진의 항문에 얼굴을 대어 혀를 내밀더니 빠른 속도로 그걸 사방으로 짓쑤셨다.

“으으윽!”

유진의 고개가 다시 뒤로 향한다. 착, 착, 착, 착. 과연 리밍인가 싶을 정도로 추접한 혀놀림에 유진의 뒷구멍이 아플 만큼 젖혀졌다. 유진은 발끝으로 책상을 마구 밀고 허리를 휘어 고개를 뒤로 젖혔다. 초점 풀린 눈앞으로 불꽃 같은 게 튀었다. 시야 속으로 수십 개의 부유물 같은 잔상들이 검은 색깔로 쏟아졌다. 책상에 디딘 발끝이 극렬하게 떨렸다. 그는 극렬한 쾌감으로 몸을 바로 누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아악…!”

인스턴트 컵라면 뚜껑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토비는 손가락을 모아 곧바로 유진의 구멍에 콕 찔러 넣었다. 희맑은 액체가 유진의 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콸콸, 얇은 피막에 구멍을 뚫어 물을 쏟게 하듯이 토비가 개발해 뚫어놓은 성감이 유진의 구멍에서 야한 애액을 듬뿍 흘리게끔 만들었다.

“으아아아악…!”

근육이 사방으로 팽창된 육체가 불뚝거리며 교성을 쏟아냈다. 맑게 터뜨리던 교성이 곧 거품이 차오르는 딸꾹거리는 소리로 변모했다. 유진은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런 기분은 처음 그가 후장 자위를 했을 때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구멍이 망가진 기분이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그의 애널에서 흥건한 분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그마안….”

“그만?”

유진의 무의식적인 애원에 토비가 피식 웃는다. 그는 테이블 위에 누운 유진의 옆에서 절그럭절그럭 벨트를 풀어내고 멋없는 사각 팬티차림을 꺼내 보였다. 더운 여름을 집에서 나는 아저씨 차림 그대로. 그는 줄무늬 팬티의 소변구를 열어 자지를 슬쩍 꺼내놨던 것이다. 천장을 보며 쉬익쉬익 숨 쉬고 있는 유진은 그의 자지를 보지 못한 채였다. 마구잡이로 써서 색깔이 어지간히도 더러워 검게 착색된 물건을.

토비는 유진에게 제 자지를 빨라고 시키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어린놈에게 펠라까지 요구 않는 자비 정도는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그에겐 좀 더 아늑한 쾌감을 줄 뒷구멍이 있었으므로.

물을 쏟느라 진이 빠진 벌건 구멍으로 토비가 거무튀튀한 귀두를 가져갔다. 혈관이 확장해 단단하게 돋은 귀두가 유진의 애널을 꾸욱 눌렀다. 아주 뜨겁고, 또 성감 이상의 무언가가 덮쳐올 것만 같은 예감이 유진의 머리를 스쳤다. 유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자기 그는 절망스럽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곧 생전 겪어보지도 못한 외간 아저씨의 성기가 그의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하, 아…, 악!”

토비의 굵직한 좆대가리가 구멍을 열어 침투해 들어갔다. 귀두는 좁은 통로를 열고 열어 뭉근히 움직이며 유진의 육체 반응을 이끌어냈다. 유진은 눈을 감았다. 경멸을 품은 신체는 모순적이게도 그의 하반신에도 영향을 줘서 오히려 토비에게 좋은 조임을 선사해버렸다.

“남자를 잘 아는 몸이야.”

토비는 그런 유진을 내려다보며 칭찬한다. 내벽을 움직이며 실컷 건드려놨던 스팟으로 이끌기 위한 본능적인 교태. 눈가에 주름이 지어질 정도로 일그러진 유진의 표정이 남자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아주 멋스럽고 침이 고였다.

유진이 그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못했다. 토비가 그의 등 아래에 손을 집어넣고 번쩍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윽!”

“자자, 나를 봐야지?”

토비가 그를 아이처럼 얼렀다. 유진을 아이처럼 안은 그가 결합된 상태로 일으켜 유진을 제 무릎 위에 앉혔다. 유진 역시 체구가 큰 성인 남성이었지만 나잇살과 본연의 덩치가 더해진 토비에 비해선 마른 몸이었다. 토비는 그대로 완력을 이용해 유진의 엉덩이를 덥석 쥐고 위아래로 추삽질을 했다. 유진은 눈을 번쩍 떠서 토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배 안을 가로지르는 자지가 뜨거운 것이 무엇 하나 덧씌워지지 않은 생생한 육봉이라는 감각을 유진의 머릿속으로 치닫게 했다.

“하, 아아, 코, 콘돔….”

“콘도옴?”

토비가 낄낄거린다. 유진에게 파묻혀 있던 자지를 최대한 빼내고는 우렁차게 소리친다.

“네가 잘 봤어야지!”

“으아악…!”

토비가 한껏 들어 올렸던 유진의 몸을 그대로 공중에서 수직으로 하강하게 했다. 질퍽한 구멍의 수분으로 기름칠을 한 자지가 미끄러지듯이 그대로 내벽 안에 푸욱 쑤셔 박혔다. 유진이 파들파들 몸을 떨었다.

“찌, 찢어질 것 같아….”

“응? 뭐라고?”

저도 모르게 자국어로 중얼거리는 유진의 말을 토비는 알아듣지 못하고 비열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그대로 그가 유진의 엉덩이를 위로 당기자 내벽의 속살이 주우욱 늘어졌다.

“하윽!”

유진의 눈이 부릅떠진다. 주름 안에 말려있어야 할 예쁜 내벽이 과격하게 긁어내는 자지 때문에 입구 바깥으로 뽈록 자취를 보였다. 밑이 저릿저릿하고 파헤쳐본 적 없는 부위까지 뒤집혀지는 느낌. 남자의 울퉁불퉁한 굴곡에 딱 달라붙은 속살은 기둥에 최대한 달라붙어 있다가 아릿한 마찰력에 뚜욱 떨어져 통각을 남긴다.

“아악!”

유진이 눈앞의 남자를 끌어안아 달라붙었다. 떨어트리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부탁을 무시하고 토비는 유진을 가볍게 들었다 놨다 하며 그의 여린 직장에 충격을 주었다. 유진은 낑낑거리며 울음소리 같은 아우성을 질렀다. 펌프질 당하느라 사과짝 마냥 빨갛게 부은 엉덩이를 찰싹찰싹 쳐주며 토비는 늙은이를 무시한 대가를 몸소 물었다.

“살살해줬으면 좋겠느냐? 응? 준 군, 말해보렴.”

“해, 해….”

토비는 아이를 달래듯이 유진의 아랫도리를 상냥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유진은 후들후들 떨며 통각을 다스리느라 말을 잇지 못한다. 그 꼴을 보고 결국 토비는 다시 흉포한 장난기가 도져 유진을 짓궂게 괴롭혔다.

“하지만 이건 레슨이라 무르게는 못하겠단 말이지!”

“으하아아아악…!”

토비는 유진을 눕히고 무릎을 세워 허리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흡사 짐승, 대단한 건 아니고 발정한 토끼의 추한 행각과 비슷했다. 말인즉 허리를 넣었다 뺐다 하는 간격이 매우 재빨랐단 것인데, 그는 오랜 경험을 토대로 그의 자지를 온전히 삽입하면서 육체피스톤을 가열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한 테크닉은 박히는 사람에게 쾌감을 주기보다는 압도당한다는 느낌, 공포에 비슷한 감각을 선사했다.

“헉, 윽, 하아… 아아아!”

“크크크, 그래 이 맛이지!”

유진의 희게 질린 얼굴을 보고 토비가 정복감에 취한 만족감 어린 탄성을 터뜨렸다. 유진의 눈동자는 거의 흰자만 보일 지경이었다. 오로지 저질 포르노 전용의 섹스 기술을 무려 반반한 어린 남자에게 써먹고, 상대가 겁과 쾌락에 질려 울부짖는 상태가 되는 순간에 토비는 백 퍼센트의 오르가즘을 느꼈다.

토비는 GV 배우가 천직이다. 유진과는 다른 의미로, 그는 합법적인 강간마였던 셈이다.

“아윽, 아하, 시, 싫어…!”

고집스레 참아냈던 절제력은 애초에 잃은 지 오래였고 유진은 남자가 들쑤시는 자신의 신체가 망가질 것 같다는 공포를 삼키고 있었다. 퍼렇게 뜨인 눈은 눈물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만 유진은 온몸을 집어삼키는 열락에 속절없이 끌려들어 갈 뿐이었다. 그런 유진의 몸 속 여린 부위를 토비는 전부 쓸어 마찰력으로 벌겋게 붓게 하였다. 콘돔을 끼지 않은 거무죽죽한 육봉으로 그의 여린 살점을 꾹 찌른 토비.

“싫기는. 이거나 받아라!”

“끄아아악-!”

그의 씨물을 유진의 안으로 듬뿍듬뿍 쏟아내었다. 좁은 기관을 열어젖힐 정도로 발사의 압력감이 대단했다. 폭포수 같은 희멀건 포말이 유진의 배 안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유진은 희게 질린 눈을 떴다. 그러곤 무력감이 비치는 절망한 눈을 스르륵 감았다.

“거참 내.”

남자의 정자를 몸속 깊이 받아들이고 실신해 정신을 잃은 유진을 보며 토비가 혀를 쯧쯧 찼다. 유진의 구멍에서 진한 정수가 벌컥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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